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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링 후기

꿈꾸는 비공정과 크림빵의 하늘

by 에이밍 2018. 9. 19.

꿈꾸는 비공정과 크림빵의 하늘



톱니바퀴 탑의 탐공사

자작 시나리오


4인


2018. 08. 11 에고(@dldl139) / 펭님혯님(@hyetpepeng) / 파시(@pagopashi) / 스테아(@hsj01195)

2018. 08.13 루루팡(@wishpotion) / 아본(@eggpowder_abon) / 녹차파우더(@melisi012) / 뫄(@mwa_trpg)

2018. 08. 18 여타(@Iam_others) / 엘디(@smirnoffgrap) / 율리피쉬 (@TRPG_jullyfish) / 나코 (@trpg_bbi)

2018. 09. 08 도롱뇽(@DRN_trpg) / 하즈링(@HaZ_Ring) / 봉봉(@bongbong7982) / 짱아(@rt_jjangsheo)



 마스터링 후기를 쓰는 건 처음이네요. 사실 몇몇 세션은 써두긴 했는데 마스터링 후기는 아무래도 부끄러워서 쉽게 올리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도 COT 후기니까 이건 꼭 써야지 하는 마음으로 키보드를 두들겨요. COT처럼 의미가 깊은 행사에, 너무나 훌륭한 마스터분들과 함께 대한민국 최고의 TRPG 스텝분들과 함께 참가하게 되서 영광이었습니다.


 저는 에이미라는 닉네임으로 TRPG를 3년 정도 즐기고 있는 *새싹* 티알피져입니다. 아직 해보고 싶은 룰도 많고 써보고 싶은 시나리오도 많고 참가하고 싶은 세션도 많으니 아직은 새싹이라고 불려도 된다고 생각해요. 여튼 받아먹기만 하는 새싹이었던 제가 그나마 티알피져로서 조금이나마 성장하게 된 계기가 바로 이 '톱니바퀴 탑의 탐공사'라는 룰입니다. 근 2~3년간 플레이를 하면서 받은 사랑과 은혜를 나도 갚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번역해서 돌린 결과 이렇게 COT에도 참가하게 되었으니 절 성장시킨 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아무튼, 첫 시작은 저도 룰북의 외관에 반해서였습니다. 당시 1일 1룰북을 사며 그야말로 팡인 모드에 돌입해있던 와중에 아마존에서 이 녀석을 발견하고 만 것이지요. 톱니바퀴 탑의 탐공사...? 스팀펑크? 뭐지? 심지어 비공정을 만들어서 하늘로 여행을 떠난다고? 잠깐, 진정하고 다시 얘기합시다. 워후, 그래서 뭐요? 천공의 성 라퓨타 같은 세션을 만들 수 있다고요? (극렬 지브리 덕후인 저는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전부터 로망이었어요. 2~3시간 정도로 끝나는 극장판 애니메이션 한 편 분량의 세션을 해보는 거. 그 안에 로망과 감동과 모험을 담을 수 있으면 더욱 좋겠다. 근데 이 룰이면 가능할 것 같다... 그렇게 세션 회로가 활활 타오르기 시작하니, 정말 룰북 시킨 날부터 오는 날까지 매일 배송 상태를 체크하면서 안달복달했을 정도였어요. 첫 눈에 반한다는 건 이런 감각일지도 모른다 싶었네요. 


 그리고 룰북이 도착한 날부터 거진 3개월 가량을 번역에 매진했습니다. 솔직히 번역이 쉽진 않았어요. 비슷한 시기에 현대물인 킬 데스 비즈니스를 번역하고 있었는데, 그것과 비교해봐도 문장이나 단어가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려웠거든요. 생각해보니 스팀펑크 세계관에 동인 룰북이니 평이한 단어를 썼을 리가 없는데... 그래도 시작한 건 끝을 봐야겠다는 심산이었고 점심 시간을 쪼개가면서 번역에 매달렸습니다. 그래도 양이 적은 게 어디야! 금방 할 수 있을 거야! 힘내자! 하면서요.


 그런데 번역하니 100페이지가 훌쩍 넘더라고요(..) 빼곡한 글자 배열과 곳곳에 배치된 주석의 양을 가늠하지 못한 탓이었습니다. 한 달 정도면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결국 3달 정도 끈질기게 번역을 한 뒤에야 겨우 번역본이라고 할 수 있는 형태의 물건이 나와주었습니다. 신나서 바로 제본을 보내서 뽑았는데 처음 받았을 때의 감동을 잊을 수가 없네요. 지난 노력의 결과물이 실물로 눈 앞에 나와줬을 때의 감동이란... 아무튼, 이제 세션만 만들면 된다! 그럼 지난 3개월 동안 꿈꿨던 지브리풍 극장판 애니메이션 세션을 할 수 있겠지! 가자! 하면서 바로 테플 날짜를 잡고 세션을 준비했습니다.


 다행히도 첫 세션은 무사히 끝났습니다. 사실 지금도 아쉬움이 더 많은 세션이긴 한데 갓플레이어분들의 도움으로 그나마 세션이라는 형태를 갖출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 자리를 빌어서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드립니다. 아무튼, 처음 세션을 돌리고 느꼈던 소감은 생각했던 거랑 조금 다르지만 나쁘진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처음에 생각했던 포카포카한 느낌보다는 비공정을 타고 벌어지는 함포전이나 퀘스트 페이즈가 더 중심이 되는 룰이었거든요. 그래도 시스템 자체는 만족스러웠습니다. 기존에 즐겨하던 사이코로 픽션이나 COC와는 전혀 다른 계열의 시스템이었으니까요.


 어쨌든 룰북을 찾아서 번역하고 세션까지 준비해서 돌린 것만으로도 완전히 탈진해버린 저는 한동안 탐공사는 쳐다보지도 않았답니다. 뭣보다 제게는 토끼 같은 다른 룰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탐공사는 잠시 묻어뒀다가 겨울 즈음에나 다시 해볼까 하는 정도였어요. 그렇게 다른 갓세션들을 즐기면서 탐공사 또한 제 머릿속에서 잊혀져 갈 무렵... COT의 수장인 에고님으로부터 마스터 콜이 들어옵니다. 세상에 다른 행사도 아니고 COT에, 그것도 쟁쟁한 마스터분들과 함께 할 수 있다니! 부담스럽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제 안의 라이터 정신이 들끓지 않았겠습니까? 부족한 세션이 될지도 모르지만 염치불문하고 꼭 참가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덥썩 마스터 콜에 응했습니다. (믿고 맡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에고님!)


 그리고 무슨 룰을 해볼까하고 고민하는데 주변 분들이 추천해주신 것도 있고 저 자신도 그나마 열심히 읽은 룰은 탐공사가 거의 유일한지라 딱히 떙기는 룰이 없다면 탐공사로 가자고 결심했습니다. 네, 그때부터 제 고난 아닌 고난(?)이 시작된 것이지요. 준비 과정에서 정말 많은 애로 사항이 있었습니다. 일단 워낙 시나리오가 없는 룰이다 보니 자작 시나리오는 확정이었고 행사에 내보낼 정도의 퀄리티로 끌어올리는 작업이 필요했어요.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제가 확신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이 룰, 정말 재미있나? 하는 생각이 내내 발목을 잡았습니다. 캐주얼하게 즐기기엔 나쁘지 않은 룰이지만 행사용 시나리오는 5~6시간 정도의 볼륨으로 나와줘야만 하고 뭣보다 그 시간 내내 플레이어들이 지루하지 않게 계속 할 거리를 제공해줘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엔 룰이 너무 캐주얼했던 거예요. 시스템의 복잡성과는 별개로 진행 방식이 워낙 단순하다 보니 이 룰로 5시간 이상 플레이를 하는 건 어렵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 저를 지배했습니다. 하려면야 하겠지만 과연 재미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떨어지질 않았어요.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제가 이 룰을 단 한번도 플레이어로 해보지 못했다는 거였어요. 플레이어로서의 감각이 전무한 상태에서 열심히 시나리오를 만들고 마스터링을 해봤자 결정적인 재미의 포인트는 잡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기부정과 자기의심의 시간이 반복적으로 찾아왔습니다. 시나리오 만들면서 즐거우면 즐거웠지 힘들다는 생각은 거의 해본 적이 없는데 이번엔 좀 지친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믿을 수 있는 건 갓플레이어분들과 함께 하는 테플뿐... 테플이 어떻게든 해줄 것이다라는 약간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첫 테플 날짜를 잡았습니다.



 1회차 테플 :  2018. 08. 11 

 에고(@dldl139) / 펭님혯님(@hyetpepeng) / 파시(@pagopashi) / 스테아(@hsj01195)


 첫 테플에는 COT의 수장인 에고님과 스텝인 펭님, 그리고 같은 마스터인 파시님과 평소에 제가 좋아하는 플레이어분인 스테아님을 모셨습니다. 정말 이날 테플은 개인적으로 구다구다 그 자체였다고 생각하는데요... 서사도 70% 밖에 완성이 되지 못한 상황이었고 그나마 준비한 건 플라이트 페이즈와 카드 정도. 그랑프리 페이즈는 형태는 갖춘 상태였지만 룰적으로는 역시 구다구다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사의 환경을 고려한 꼼꼼한 피드백을 주신 에고님, 귀여운 퍼리 선장님으로 활약해주신 펭님, 같은 마스터로서 같은 입장에서 함께 플레이해주신 파시님, 그리고 높은 룰 이해도와 알피력으로 힘이 되어주신 스테아님의 도움으로 세션을 무사히 마무리되었습니다. 스스로 너무 부족하다고 느낀 세션이라 죄송했는데 재미있게 즐겨주신 덕분에 추진력을 얻어서 더 괜찮은 2차 테플을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완성판이 괜찮게 나올 수 있었던 것도 전부 이날 세션에서 나온 피드백 덕분이었다고 생각해요. 자리를 빌어 감사 인사 드립니다.


 그리고 1회차에서 발견한 서사적인 빈틈, 시스템적인 에러 등등을 잡아서 바로 2차 테플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2회차 테플 : 2018. 08.13 

 루루팡(@wishpotion) / 아본(@eggpowder_abon) / 녹차파우더(@melisi012) / 뫄(@mwa_trpg)

 

 당시 함께 COT 세션을 준비하고 있었던 녹차파우더님과 아본님, 그리고 천재 룰러 루루팡님과 천재 티알러 뫄님을 모시고 2차 테플을 진행했습니다. 평일 연차까지 내서 함께 해주셨는데 정말 감사한 마음 뿐이었어요. 왠지 다른 마스터분들과 함께 준비하니 혼자 안고 있던 불안도 다소 줄어드는 듯했고 세션도 1차때 보다는 훨씬 좋은 형태를 갖춰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녹차파우더님, 아본님, 루루팡님은 이전에 헤딩팟에서 함께 해주셨던 분들이고 워낙 룰 이해도도 높으셨기 때문에 세션 진행은 어느때보다도 수월하게 흘러갔습니다. 룰적인 에러나 시스템적인 조언도 많이 해주셨고 서사적으로도 많은 진전이 있어서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이는데 엄청난 도움이 된 테플이었어요. 뭣보다 이때 제가 계속 고민하고 있었던 부분, '플레이어로서 이 룰의 어떤 부분이 재미있을까?'에 대해서 뫄님이 '의외로 함포전이 중심인 룰이다'라고 해주셨는데 거기서 막힌 수챗구멍이 뚫리듯 문제가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이 룰에 대해 확신이 없었던 건, 표지나 설명만 보면 왠지 후와후와한 아틀리에 시리즈풍의 룰일 것 같은데 막상 해보면 검은 연기가 솟구치는 함포전이 중심이 된다는 부분 때문이었어요. 저도 전자를 기대하고 구입했던 룰인지라 처음 헤딩팟을 돌렸을 때 기대와는 다르다는 생각을 했었고 그 부분이 이 룰의 재미를 확신하지 못하게 만든 부분이기도 했는데, 뫄님 말씀을 듣는 순간 이 룰은 함포전(비공정)이 중심이 되는 룰이고 그걸 중심으로 작성해야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방향성이 잡히더라고요. 데이터는 함포전 중심으로 짜놓고 보들보들한 아틀리에 분위기를 어떻게 내야하나 고민하고 있으니 진행이 수월할 리가 없었죠. 저를 살린 피드백 중 하나였습니다. 정말 감사드려요.


 2회차 테플이 끝나자 비로소 불안했던 마음이 가라앉고 좀 더 냉정하게 세션을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역시 세션은 테플로 완성합니다. 플레이어의 피드백이 있어야 비로소 완성할 수 있어요. 자작 시나리오일 경우 플레이어 한 분 한 분의 피드백이 정말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3회차 테플 : 2018. 08. 18 

 여타(@Iam_others) / 엘디(@smirnoffgrap) / 율리피쉬 (@TRPG_jullyfish) / 나코 (@trpg_bbi)


 하지만 3회차 테플도 그리 만만치 않았습니다. 다른 이유에서가 아니라 초면인 분들을 구인해서 플레이해야 한다는 점에서요. 지인 분들 외의 플레이어분들과 탁을 꾸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거든요. 그래도 오랫동안 봐왔고 믿을 수 있는 플레이어인 여타님이 와주셔서 그나마 좀 안심하고 구인을 할 수 있었지만 혹시 어려운 분이 오시면 어쩌지 하는 마음에 내심 또 초조했습니다. 세션은 어느 정도 완성되었으니 1, 2회차 때보다는 재미있을 거라는 확신은 있었지만요.


 그러나 역시 제 헛된 걱정이었습니다. 정말, 너무 너무 좋은 플레이어분들이 와주셨어요. 평소에 탐라 너머에서 갓후기로 종종 뵙곤 했던 엘디님, TRPG의 팡인의 별이 머리 위에 떠 계신 율리피쉬님, 그리고 너무 너무 귀여운 방문자 마법사인 나코님까지! 어쩜 플레이어 한 분도 모자람 없이 완벽하고 좋은 분들이 와주셨습니다. 세션은 당연히... 정말 대만족이었고요. 오늘이 COT였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즐거웠습니다. (물론 COT날에는 또 다른 갓플레이어분들이 와주셨고요.)


 늘 이 룰을 돌릴 때마다 룰 설명이 어렵지 않을까? 플레이어가 숙지해야 하는 게 너무 많은 건 아닐까? 하는 고민으로 긴장하곤 하는데 다들 룰 이해도가 굉장히 높으셨던 데다가 제한된 선택지 속에서도 너무나 멋진 캐릭터를 만들어주셔서 세션 자체가 생명력을 가지고 움직이는 게 느껴졌습니다. 시나리오 자체는 별 게 없었는데도 적극적으로 NPC와 관계를 맺거나 서로 협력을 하는 과정에서 서사가 탄생하는 게 경이로웠습니다. 원래 예정에 없었지만 이 세션에서 만들어진 서사도  제법 있었고요. 최종 테플을 이렇게 좋은 분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COT 행사 당일에 자신감을 가지고 갈 수 있었어요! 공개 구인에 응해주시고 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1회차에선 세션의 완성도를, 2회차에서는 부족했던 방향성을, 3회차에서는 자신감을 충전할 수 있었던 훌륭한 테플이 이어졌습니다. 1회차 하기 전까지만 해도 자신감이 바닥을 치고 있었는데 3번의 테플 후에는 오히려 자신감이 넘치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플레이어분들의 지지와 조언, 적극적인 플레이와 애정이 등을 떠밀어줬어요. 혼자서는 절대 이렇게까지 준비하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부족한 테플에 함께 어울려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그리고 본격적인 행사 준비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제 내용적인 부분은 준비가 되었으니 외관적인 준비를 해야했는데요. 이쪽도 워낙 자신이 없다 보니 전문가에게 맡기자는 심산(?)으로 옆구역 존잘을 꼬드겨 카드 템플릿와 NPC 이미지를 받아냈습니다. 카드 템플릿와 NPC에 대한 소개는 스포가 포함되어있으므로 이하에 접어둡니다. 플레이하신 분들만 봐주세요!


 작업은 페이님(@xo_fei)님이 해주셨으며 미리보기용 샘플 이미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촉박한 작업 시간에도 열심히 작업해주신 페이님께 이 자리를 빌어 큰절을 올립니다. (__)




<NPC 이미지>





<카드 템플릿 이미지>






 이하 내용은 다른 카드 템플릿 및 NPC 이미지와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그렇게 세션 전날까지 빡빡하게 준비를 마치고 드디어 출격하게 된 COT. 정말 죄송스럽게도 당일 늦었습니다. 도중에 하필이면 카드를 놓고 온 걸 깨달아서 재빨리 돌아갔다 오는 바람에 그만... 행사날은 정신이 없어서 사과하지 못했는데 스텝분들, 마스터분들, 플레이어분들 정말 죄송합니다. 다른 날도 아니고 행사 당일에 늦다니 정말 면목이 없어요.


 아무튼, 스텝분들의 도움으로 재빨리 테이블을 정비하고 플레이어분들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까지 잘 이끌어나갈 수 있길, 오늘 오신 분들이 먼 길 오신 만큼, 그리고 많은 훌륭한 테이블 중에 이 테이블을 선택하신 것에 좋은 추억을 드릴 수 있길, 나아가 저도 행복한 시간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고대하던 COT 세션을 시작했습니다.



 C.O.T : 2018. 09. 08 

 도롱뇽(@DRN_trpg) / 하즈링(@HaZ_Ring) / 봉봉(@bongbong7982) / 짱아(@rt_jjangsheo)


 이번에도 3회차처럼 도롱뇽님을 제외하면 초면인 플레이어분들. 특히나 봉봉님(세상에 존잘 코스러셨다!)은 이번이 첫 TRPG라고 하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저도 COT 테플로 TRPG를 처음 시작해서 지금에 이르렀는데 오늘 함께 좋은 추억을 만들어서 앞으로도 꾸준히 즐거운 티알 라이프를 즐기시길 바랐어요. 내심 긴장했지만 그간 준비해온 것들이 있으니 잘 풀어내기만 하면 된다고 스스로 응원했습니다. 


 준비해온 걸 최종적으로 보여드리는 자리다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더 어려웠지만 도롱뇽님이 계속 함께 중심을 잡아주시고 하즈링님이랑 짱아님이 귀여운 알피와 묘사로 분위기를 타주시고 봉봉님도 적극적으로 이것저것 물어봐 주시고 세션에 집중하려고 해주셔서 세션은 물 흐르듯 진행되었습니다. 4분이 다 초면인 것치고는 선관도 너무 멋지게 짜주시고 비공정 파손 비율도 다른 세션에 비해 높은 편이었는데 서로 합심해서 척척 고치고 펑펑 공격하는 장면이 연이어 이어졌습니다. 


 함포전은 이 룰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데 다들 적의 배가 파괴될 때마다 환호하고 기뻐하시는 모습에 저는 그만 투지를 불사르고 말았... 던 건 아니고 즐겁게 지켜보았습니다. 다들 주사위가 어찌나 잘 나오시는지 다른 세션에서는 '이거 좀 심한가?' 싶었던 판정도 전부 한 방에 해결하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역으로 제 주사위는 오늘따라 잘 안나오고(..) 그래서 혹시 이거 긴장감이 너무 떨어지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들었는데 다들 오히려 쾌속 진행에 신나서 즐거워하시는 것을 보고 되었다 싶었습니다. 


 아무튼, 걱정과 달리 세션이 어찌나 진행이 잘 됐는지 평소엔 5시간 정도 걸리던 세션이 4시간 30분 정도에서 끝이 날락말락한 지경에 이른 것이 아니겠습니까? 행사 마스터에게 벌어지는 가장 무서운 일 중에 하나가 제 눈앞에 도래!... 할 뻔했으나 다행히 세션은 적절한 타이밍에 끝났고 오히려 시간이 좀 생겨서 세션 후담을 즐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저도 이때를 노려 각종 룰 및 다른 테이블 영업(?)을 하면서 유의미한 시간을 가져보려고 했는데 다들 어떠셨는지 모르겠네요. :)


 다소 감성적인 시나리오다 보니 행사장의 왁자지껄한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을까 싶기도 했는데 정말 플레이어분들의 집중력과 몰입도가 너무 좋아서 마치 저희 테이블만 무슨 막이 씌워진 것처럼 다들 제 묘사와 연출에 집중해주셔서 내심 또 감동하고 놀랐습니다. 클라이맥스에서 다들 촉촉한 눈으로 지켜봐 주셔서 너무 기뻤어요. (덩달아 마스터도 울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시나리오의 진의를 읽고 적극적으로 몰입해주시는 플레이어분들은 늘 소중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네 분을 이 테이블에 모실 수 있어서 영광이었고 제게도 의미가 깊은 세션인 만큼 아마 평생 기억할 테이블이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COT 세션이 막을 내렸습니다. 막상 끝나니까 내가 정말 이걸 완주하긴 했구나 싶어서 제 자신이 기특하기도 하고 함께 해주신 분들이 너무 너무 사랑스럽기도 하고 COT가 너무 소중하기도 하고... 온갖 감정으로 달아 올랐던 기억이 납니다. TRPG 시작한 이래 가장 행복한 날이 아니었을까 싶고, 어쩌면 이걸 위해서 계속 TRPG를 해왔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던 하루였습니다.


 COT 이후로 탐공사를 찾는 분들이 많아지신 것도 무척 뿌듯합니다. 생각 같아선 해보고 싶어하는 분들 전부 모셔놓고 한 번씩 돌려드리고 싶지만 물리적으로 그럴 수 없어서 안타까울 뿐이에요. 하지만 반짝반짝 빛나는 멋진 마스터의 별을 지니신 분들이 새로운 하늘 여행을 준비하고 계시니 곧 여기저기서 탐공사가 돌아가는 걸 볼 수 있지 않을까 싶고 그렇게 된다면 정말 바랄 게 없을 것 같아요. 


 혼자 좋아서 번역하고, 좋아하는 분들과 함께 하고 싶어서 세션을 열고, 더 많은 분들께 소개해드리고 싶어서 행사에 참가한 모든 과정이 제 안에서는 한 편의 드라마 시퀀스처럼 엮여져 있네요. 그것이 지금 씨를 틔우고 결실을 맺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만 같습니다. 저 혼자 흠모해온 이 룰을 보다 많은 분들이 즐기시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평생에 남을 좋은 추억들을 만드셨으면 좋겠어요. 


 후기가 길어졌습니다. 그렇다고 짧게 쓸 수 있는 후기도 아니지만요. 후기의 내용은 요약하면 '감사합니다'입니다. 함께 해주신 테플러분들, 스텝분들, 플레이어분들께 이 마음이 전해질 수만 있다면 후기의 사소한 부분들은 읽히지 않아도 좋아요.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잊지 못할 좋은 추억을 가져갑니다. 그리고 여기에 남겨둡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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