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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COMPLETE KOBOLD GUIDE TO GAME DESIGN 리뷰

by 에이밍 2024. 2. 24.

 

 

COMPLETE KOBOLD GUIDE TO GAME DESIGN

저자 : KEITH BAKER 외 14인
출판 : KOBOLD PRESS (www.KoboldPress.com)

 

 

 세션 후기 아닙니다.

 룰북 리뷰도 아닙니다.

 RPG 제작 서적 리뷰입니다.

 

 ...뭐 이런 재미없는 글을?ㅋ

 그래도 기왕 공부하는 김에 나누면 좋을 것 같아서 어떻게든 재미있게 쓰려고 노력했어요!ㅋㅋㅋ 이 책에 크게 관심이 없는 분이라도 RPG 플레이 & 메이킹에 영감이 될 만한 부분들만 골라왔으니 후회 없는 일독이 되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게 뭔 책인데...? 라고 하시면, 저도 모릅니다(..) 그냥 제목이 너무 흥미로워서 무작정 사서 무작정 읽었어요. 하지만 제목이 'COMPLETE KOBOLD GUIDE TO GAME DESIGN'이라는데 어떻게 안 읽죠...? 컴플리트 같은 거 아무 데나 붙이는 거 아니다! 

 

 여튼, 본격적으로 리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만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공부를 목적으로 쓰기 시작한 글이므로 하기 사항을 참고해 주세요!

 

※주의 사항!

저는 영어 모국어 화자가 아니므로 오독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확한 내용은 반드시 원서를 참고해 주세요.

또한 요약된 내용만으로는 책에 실린 내용을 전부 알 수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직접 읽어야만 하는 부분 의도적으로 스킵하기도 했습니다.

 

 

 그럼 시작한다! 나만 재미있을 것 같은 이 책을 가능한 한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여정을!

 

 

어떤 책인가요?



 KOBOLD PRESS에서 출간된 RPG 디자인 가이드 북입니다. RPG 룰을 만들고 싶어 하는 분들을 위한 다양한 팁과 아이디어가 실려 있습니다. 목차를 보시면 대강 감이 오실 거예요.

 

* 목차별 저자명은 생략했습니다. 

 

번역 원문
디자인
1.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2. RPG 디자인 : 컴퓨터 게임과 테이블 게임
3. 창조적인 사고의 과정
4. 디자인에서 중요한 것
5. 훅을 잡아라
6. 무한 양파 : 플레이 뎁스 만들기
7. 테이블탑 게임을 위한 기본 전투 시스템 
8. d20 시스템은 어떻게 RPG 시스템에 영구적인 영향을 주었나?
9. 더 많은 빈 공간 : 게임 디자인에서의 단순함, 재미, 그리고 의도적 생략
10. 계약 : RPG 디자인에서 장르적 기대와 메커니즘
11. 마법 시스템 디자인하기
12. 우수한 디자인을 위한 지렛대가 되어줄 장소
13. 월드 빌딩
14. 게임 밸런스의 신화와 현실
DESIGN
1. What is Design?
2. Designing RPGs: Computer and Tabletop
3. The Process of Creative Thought
4. Designing That Matters
5. Seize the Hook
6. The Infinite Onion : Creating Play Depth
7. Basic Combat Syatems for Tabletop Games
8. How and Why d20 changed RPGs Forever?
9. More Empty Rooms: Simplicity, Playfulness, and Deliberate Omissions in Game Design.
10. Covenants: Genre Expectations and Mechanics in RPG Design
11. Designing Magic Systems
12. Location as a Fulcrum for Superior Design
13. Worldbuilding
14. Myths and Realities of Game Balance
모험 강화하기
15. 악랄한 플롯 만들기
16. 완전히 다른 수준으으로 캐릭터 성장 시키기
17. 도전과 반응
18. 상황 디자인하기
19. 시티 모험
20. 언더다크
21. 맵, 몬스터 그리고 세부 사항에서 시작하는 디자인
22. 몬스터 무리 : 영웅 서사 vs. 부드러운 접전
23. 하드 보일드 어드벤쳐 : 느와르 캠페인 만들기
24. 무엇이 아라비안 나이트를 만드는가
25. 미스터리들의 미스터리
26. 드워프 스프 속에 들어있는 모루 : 모험 디자인에서 유머의 위치
27. 미스디렉션의 사용과 남용
28. 무대 만들기 : 연극이 중요하다
ENHANCING ADVENTURES
15. Crafting a Dastardly Plot
16. Taking Character Advancement to a Whole New Level
17. Challenge and Response
18. Designing Situations
19. City Adventures
20. The Underdark
21. Maps, Monsters and Bottom-Up Design
22. Monster Hordes: Epic Heroism vs. Smooth Skirmishing
23. Hard-boiled Adventures: Make your Noir Campaigns Work
24. What Makes a Night Arabian
25. The Mystery of Mysteries
26. The Anvil in the Dwarf's Soup: The Place of Humor in Adventure Design
27. Using and Abusing Misdirection
28. Stagecraft: The Play's the Thing
쓰기, 설명하기, 출판하기
29. 짧게, 빠르게, 단단하게, 덜어내라
30. 샌드박스 안의 양동이들 : 비선형과 이벤트 중심 디자인
31. 협력과 디자인
32. 전개 속도
33. 플레이 테스트 하기
34. 편집의 역할
35. 전제, 전제 : 설명의 예술
36. 실패와 회복
37. 왜 작가들은 돈을 받는가
38. 재능은 당신을 구해주지 않는다
39. 출판을 위한 마법 탄환
40. 창조적인 매니아와 디자인의 절망
WRITING, PITCHING, PUBLISHING
29. Shorter, Faster, Harder, Less
30. Buckets in the Sandbox: Non-Linear and Event-Driven Design
31. Collaboration and Design
32. Pacing
33. Playtesting
34. The Role of Editing
35. Promises, Promises: The Art of the Pitch
36. Failure and Recovery
37. Why Writers Get Paid
38. Talent Won't Save you
39. The Magic Bullet for Publication
40. Creative Mania and Design Despair

 

 

 하기 후기에서는 목차별 내용을 요약하면서, 해당 파트에서 제가 받았던 영감을 함께 기록하였습니다. 책 내용과 제 의견이 적절히 섞여있으므로 확실한 출처가 궁금하시면 역시 원문을 봐주셔야 합니다. RPG에 관심이 있는 모든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제 글이 늘 그렇듯 눈으로 쓱 읽기만 해도 중요한 부분은 모두 캐치하실 수 있도록 비주얼라이징 해두었으니, 스크롤 내리시다가 관심 있는 부분은 더 자세히 읽어보시는 정도로만 하셔도 가져갈 건 다 챙겨가실 수 있을 거예요

 

 

목차별 요약 및 감상


 

내용이 매우 길고 많습니다. 그리고 저는 찾아와주시는 분들을 괴롭힐 생각이 없습니다. (물론 나중에 복습할 저 자신도 괴롭히고 싶지 않기 때문에) 읽기 편하게끔 아래와 같은 템플릿으로 작성하였습니다.

 

 

 

 궁금한 내용만 선별적으로 열어보실 수 있도록 배치했으며, 귀찮으신 분들은 한 줄 요약 위주로 쭉 읽으셔도 충분히 도움이 될 테니 부담 없이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물론 보물은 본문에 숨겨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 가보시죠!

 

 

 

 

 

 디자인 (Design)


 RPG 디자인의 기초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파트입니다. 흥미롭고 구체적인 내용이 많습니다. 책을 완독하는 게 힘드시다면 이 파트만 읽어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1.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1. What is Design? | Wolfgang Baur

좋은 디자인이란 제작자가 하고 싶은 말을 명료하게 전달하는 디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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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OBOLD의 편집장으로 역임했던 볼프강 바우어(Wolfgang Baur)의 글로 서문을 시작합니다.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에세이예요. 짧은 분량에 비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핵심은 룰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규정하고 명확한 형태로 만들라는 것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좋은 디자인을 위해서는 때로는 관객의 기대를 저버려야 한다는 것이었는데요(p.17 For the most part, you should ignore audience expectations.), 이것에 대한 사례로 마우스 가드를 들고 있습니다. 마우스 가드는 플레이어가 '쥐가 싸우는 RPG를 하고 싶다'고 요청해서 만들어진 룰이 아니라는 거죠.

 

 관객의 기대를 맞추는 것만큼이나 제작자 내면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늘 남들의 니즈에 부응해야 하는 디자이너들에겐 참 힘이 되는 말이에요.

 

2. RPG 디자인 : 컴퓨터 게임과 테이블 게임

 2. Designing RPGs: Computer and Tabletop | Colin McComb

TRPG는 사회적인 언어로 이루어지는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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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설의 게임 플레인스케이프 토먼트의 크리에이티브 디자이너인 콜린 맥콤(Colin McComb)의 글입니다. 컴퓨터 게임(CRPG)과 테이블 게임(TRPG)의 디자인적 차이를 얘기하고 있어요.

 

 *플레인스케이프 토먼트는 TRPG스러웠던 컴퓨터 게임으로 유명합니다. 요즘은 이보다 발전된 형태의 게임이 많이 나오긴 했지만 가장 유서 깊은 출처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먼저 디자인 방식에 대한 비교입니다. CRPG는 플레이어의 조작에 대해 아주 디테일한 기획을 해야 하지만 TRPG는 상대적으로 디테일이 느슨한 편입니다. 애초에 CRPG와 달리 TRPG는 플레이어의 모든 행동과 움직임을 제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CRPG와 TRPG의 본질적인 차이가 나타난다고 주장합니다.

 다음으론 플레이 방식에 대한 비교입니다. 입력 → 출력의 통로가 명확하게 정해져 있는 CRPG와 달리, TRPG는 사람들의 표정, 몸짓, 목소리의 톤과 같은 사회적인 언어들로 플레이가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것이 TRPG 시장이 CRPG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을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도 얘기해요. 

 p.26 They(TRPG) require a group of friends and a scheduled time. it's rare and difficult to have a pickup tabletop RPG session, but a computer game is ready any time the player is.


 하지만 바로 이 사회적인 언어 때문에 TRPG는 CRPG와는 다른 영역을 구축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측면 때문에라도 TRPG는 커뮤니케이션의 영역에서 접근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세션의 재미는 시나리오나 룰의 완성도 못지않게 얼마나 소통이 잘 되느냐가 좌우하기도 하니까요.

 

 3. 창조적인 사고의 과정

 3. The Process of creative thought | Wolfgang Baur

창조적인 사고는 발굴 → 강화 → 체계화 과정을 통해 훈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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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문을 쓴 볼프강 바우어(Wolfgang Baur)의 글이 이어집니다. 창조적인 사고를 체계적으로 만들고 훈련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글인데요. 언제 오실지 모를 뮤즈를 위해 늘 방을 깨끗하게 쓸고 닦아야 하는 것이 창작자의 운명이거늘, 그걸 체계적인 과정을 통해 강제로 소환(?)할 수 있다니 TRPG를 떠나서 눈이 번쩍 뜨이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저자는 크게 이 과정을 세 가지로 나눕니다.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 강화하고 / 이 과정을 체계화하는 것입니다.

 

 1) 발굴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과정은 크게 세 가지로 봅니다. 문제를 찾고 / 아이디어를 빌려오고 / 빌려온 아이디어를 조합하는 것입니다. 이때 아이디어를 빌려오는 과정에서 가능한 현재 잡고 있는 문제와 거리가 먼 리소스를 가져오면 창조성을 극대화하기 좋다고 설명합니다.

 

 가령 D&D 시나리오를 쓰는 경우에는, 같은 D&D 시나리오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기보다, 연극이나 역사처럼 아예 다른 매체에서 아이디어를 수집하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얻은 아이디어를 여러 가지 방식으로 조합하면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2) 강화


 아이디어를 강화하는 과정 또한 크게 세 가지로 봅니다. 아이디어를 묵히고 / 평가하고 / 평가가 끝난 작업물을 수정하는 것입니다. 
다른 내용보다 특히 이 '평가'에 관련된 내용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이 부분만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저자는 가능한 한 많은 그룹을 통해 공적인 테스트를 하는 것이 좋다고 주장합니다. 비교적 의견이 잘 맞는 지인 위주의 플레이에 비해, 다양한 각도에서 작업물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에 디자인을 더 날카롭게 다듬을 수 있다고 주장해요.

p.33 The weight of many minds focused on results makes for sharper design because it finds more of the weakness and addresses them from many angles.)

 

 개인적으로도 공감하는 내용이에요. 같은 시나리오를 돌려도 좋은 피드백이 상정된 지인 풀에서 돌렸을 때와, 전혀 모르는 분들을 상대로 돌렸을 때의 체감은 천지 차이더라고요. 하물며 룰이라면 더하겠죠. 그러니 완성도에 대한 욕심이 있으시다면 지인 외의 피드백을 받아보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얻은 평가를 토대로 냉정하게 작품을 수정하고 보완하는 것. 그것으로 아이디어 강화 과정이 마무리된다고 주장합니다. 이 과정에서 보수적으로 나서지 말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조언도 좋았어요.

p.33 Remember that creative thinking is about risk-taking; doing the same stuff will look the same as everything before.)

 

 알지... 알긴 아는데 부담스러워서 그렇지...ㅋㅋㅋ 

 

 3) 계화

 

 마지막으로 저자는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스케쥴로 체계화해 보라고 조언합니다. 가령 룰을 만든다고 했을 때, 1달은 아이디어 모으기(가능한 한 다양하고 거리감 있는 소재로), 1달은 아이디어 묵히기, 1달은 만들기, 1달은 평가하기, 3달은 평가로 작업물 수정하기. 이런 형태로 구체적인 항목과 날짜를 잡아서 실행해 보라는 것입니다.

 보통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창작 과정을 구체적인 날짜를 잡아서 실행하라니 조금 신선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저도 다음에 뭔가를 제작할 때는 이 단계를 염두에 두고 일정을 짜볼까 해요.

 

 4. 디자인에서 중요한 것

 4. Designing That Matters | Wolfgang Baur

좋은 디자인은 모방되고 계승되는 디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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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프강 씨, 글 참 많이 쓰셨네요(..) 그래도 이 글도 유익하니 받아 먹읍시다. 제목을 어떻게 번역할지 고민했는데, 게임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반복해서 언급하고 계신지라 저렇게 번역했습니다.

 아무튼, 이 장은 볼프강 씨가 생각하는 디자인의 신념이 적혀 있습니다. 좋은 디자인이란 단지 여러 가지 요소를 섞어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것을 넘어, 사람들에게 충격을 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겁먹지 말고 무자비한 모험을 시도해야 하는데, 안전한 선을 지키며 만든 룰은 지루한 룰이 될 수밖에 없다고도 얘기합니다.

p.38 Cowardice in design means always balancing everything...

 

 그럼 어떤 디자인이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고 말할 수 있느냐? 저자는 성공적인 디자인은 모방되고 계승된다고 주장합니다. 안 그래도 TRPG는 시스템만을 범용적으로 공유하는 경우가 많아 (SRS, AWE등) 룰의 모방이 장려되는 장르이기도 하니까요. 룰의 확산력까지 함께 염두에 두고 만드는 것이 룰 제작의 핵심일 수도 있겠다 싶어요.

 

 그래도 성공의 척도를 모방의 확산력으로 예시로 든 건 처음이라 신기하더라고요. 물론 표절과 모방은 확실히 구분해야겠습니다만...

 

 5. 훅을 잡아라

 5. Seize the Hook | Rob Heinsoo

훅을 잘 만들기 위해서는 장르에 기반한 캐릭터의 한계를 세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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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앞에서 언급한 충격적인 포인트, 즉 훅(hook)은 어떻게 만들 수 있는 걸까요? 사실 훅을 만드는 공식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마다 룰에 끌리는 포인트는 매우 다르고 다양하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재미있는 내용이 몇 개 있었기에 소개합니다.

 

 1) 캐릭터의 한계를 세팅하라

 

 첫 번째 방법은 캐릭터의 한계를 세팅하는 것입니다. 가장 유명한 사례가 COC의 이성 체크입니다.

 

 COC는 호러 장르이기에 캐릭터의 한계를 이성으로 규정합니다.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할 때마다 이성이 깎여나가게 돼죠.  보통 RPG는 캐릭터의 강화에 초점을 맞추지만, COC는 플레이가 길어질수록 PC가 미치기 쉽습니다. 이런 식으로 한계를 규정한 덕분에 호러 장르의 정체성이 강화되는 것이지요. 

 

 돌이켜 보면 잘된 룰은 한계의 규정이 명확하더라고요. 더블 크로스의 침식률, 네크로니카의 신체 부위, 마기카로기아의 앵커도 그렇고요.

 

 그렇다고 무조건 한계를 세팅한다고 해서 좋은 키 메카닉이 되는 게 아닙니다. 한 가지 조건이 더 있습니다.

 

 2) 세계관을 구체적으로 보여줘라

 

 게임의 세계관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개념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더블 크로스는 레니게이드의 침식에 의해 일반인과 오버드가 나뉘는 세계관이 정체성이죠. 그러니 '침식률'이라는 개념을 통해 세계관을 반영한 것입니다.

 

 단지 스탯에 한정된 문제만이 아닙니다. 이는 시스템에도 적용되어야 합니다. 저자는 여기서 '룬 퀘스트'라는 고전 룰을 예시로 들고 있어요. (제가 직접 해보지는 않은 룰이라 설명이 미숙합니다.)

 

 룬 퀘스트의 세계에서는 다른 게임과 달리 모든 캐릭터가 마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전사는 마법을 쓰지 못하는 다른 게임과 비교했을 때, 룬 퀘스트만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시스템인 셈이지요.

 영웅들의 웅장한 싸움이 주제인 게임인데, 막상 전투에서는 SD 캐릭터가 나와서 투덕거리면 아무래도 몰입도가 떨어지기 쉽죠. 테마와 시스템의 밀접도는 유저의 몰입도에 지대한 영향을 줍니다. 

 

 3) 플레이어와 마스터를 모두 고려하라


 개인적으로 이게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였는데, CRPG와 달리 TRPG의 룰을 만들 때는 플레이어와 마스터(책에서는 DM으로 작성) 양쪽 모두의 편의성과 흥미를 고려한 룰을 만들어야 한다는 조언이었어요.

 

 CRPG는 오로지 플레이어의 재미만을 고려해서 만들면 됩니다. 하지만 TRPG는 플레이어와 마스터 모두의 편의성을 고려해야 해요. 세션의 재미를 위해 마스터가 일방적으로 갈려 나가면 부담스러워서 룰을 잡지 않게 되거든요. TRPG에선 마스터도 플레이어이기 때문입니다.

 

 (이 사례로 D&D의 3rd, 4th 에디션을 들어 설명하고 있는데 D&D를 해보지 않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관계로 자세한 요약은 생략합니다.)

 

 4) 밸런싱은 적당히 해도 된다(...?)

 

 이번 에세이에서 가장 과감한(!) 이야기였는데, TRPG 디자인에서는 밸런싱에 너무 구애받지 않는 게 좋다는 조언이었어요. 애초에 TRPG는 상황의 맥락이나 유저의 서술에 따라 얼마든지 전황이 달라질 수 있는 구조이므로 밸런싱에 있어서는 다소 느슨한 구성이어도 된다는 것이죠. 

 

 서사가 개입될 여지가 있어야 하는 점을 생각해 보면, 너무 꽉 짜인 밸런싱은 TRPG에 잘 맞지 않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밸런싱을 대충하라는 뜻이 아니라 너무 꽉 짜인 밸런싱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지요. 

  이 외에도 필요없는 부분은 과감하게 쳐내야 한다든가, 플레이 테스트를 많이 해야 한다든가 원론적인 이야기가 적혀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나머지 부분도 읽어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6. 무한 양파 : 플레이 뎁스 만들기

 6. Infinite Onion : Crafting Play Depth | Wolfgang Baur

셀프 테스트는 룰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만들고, 외부 테스트는 룰의 구멍을 알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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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만 보면 이게 무슨 뜻인가 싶은데 게임 기획은 끝없는 반복을 통해 이루진다는 걸 이야기하는 장입니다. "What if"에서 시작한 아이디어를 나열하고, 서로 연결하고, 심플한 형태의 코어 메커니즘을 만들고, 플레이 테스트를 반복하면서 아이디어를 정제하는 것만이 게임 기획의 왕도임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플레이 테스트에 대한 내용이 흥미로웠는데 이 부분만 설명해 볼게요.

 저자는 플레이 테스트를 외부 테스트 셀프 테스트로 나눈 뒤, 저마다의 장단을 설명합니다.

 

 외부 테스트의 경우, 혼자서 테스트할 때는 알기 어려운 룰의 구멍을 알기 쉽지만 많은 사람의 의견이 들어오는 만큼 룰의 정체성이 모호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외부 테스터들은 제작자만큼 룰의 전체적인 메커니즘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디테일한 점들을 문제로 삼거나 설명을 요하게 되는데, 타인의 의견을 전부 받아들이다 보면 과잉 서술로 가득한 룰북이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외부 테스트는 무조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지라 이 의견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반면 셀프 테스트는 자신의 시야에 갇힐 가능성은 높지만, 그 룰이 타깃으로 하는 목적에 초점을 맞추기가 쉬워 룰의 정체성을 명료하게 만드는 것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이렇게 보면 셀프 테스트는 좁지만 깊게 가는 테스트이고, 외부 테스트는 얕지만 넓게 가는 테스트인 셈이지요. 그러니 룰을 잘 만들고 싶다면 이 두 가지 테스트를 모두 소홀히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7. 테이블탑 게임을 위한 기본 전투 시스템

 7. Basic Combat Syatems for Tabletop Games | Colin McComb

전투 시스템은 판정, 타이밍, 스케일, 결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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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본격적인(!) RPG 만들기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장입니다. 여기서는 특히 전투 시스템의 기초를 설명하고 있는데요. 도대체 전투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 분들께 일독을 권하는 장입니다. 저자는 전투 시스템을 크게 판정, 타이밍, 스케일, 결과로 나눠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분류를 토대로 직접 만든 샘플 전투 시스템도 실려 있으니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자세한 내용은 여기서 다루지 않고, 전투 시스템의 구성 요소로 든 예시만 적어두도록 하겠습니다.

시스템 구성 요소
판정 - 판정 매개 결정 (주사위, 트럼프, 포커칩 등등)
- 판정의 결괏값 분포 파악
- 판정의 평균값 파악
- (판정에 의해 바뀔) 변수 결정
타이밍 - 시간 단위 결정
- 시간당 행동할 수 있는 액션의 수 결정
- 액션의 순서 기준 결정
- 액션의 순서 선언 방법 결정
스케일 - 공격 범위 결정
- 이펙트 합체 여부 및 효과 결정
- 이펙트 공격 범위 결정
- 이펙트의 지속 시간 결정 
- 방어 체계 결정
결과 - 영구적 대미지
- 일시적 대미지
- 캐릭터 변수 (상태 이상 / 속성 공격)
- 이동 변수
- 장비 대미지


 표에 적힌 순서대로 전투에 사용할 판정 시스템을 결정하고, 게임상에서의 시간 단위를 결정한 뒤, 전투의 스케일을 대략적으로 그리고, 어떤 결과가 도출되는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각각의 항목에 대해서는 책에서 보다 자세히 서술하고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필히 책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

 (하지만 내용이 아주 길거나 자세하지는 않습니다. 전문적인 공부를 위한 자료로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8. d20 시스템은 어떻게 RPG 시스템에 영구적인 영향을 주었나?

 8. How and Why d20 changed RPGs Forever? | Kelly Pawlik

D&D의 d20 시스템은 <난이도 + 결과값 + 보정치> 개념으로 RPG 시스템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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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서 시스템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으니, RPG 시스템의 역사를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느꼈나 봅니다.

 

 이 장에서는 D&D 3판부터 도입된 d20 시스템이 왜 훌륭한 시스템인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이후의 RPG에 큰 임팩트를 남겼는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D&D는 아직 해보지 않았습니다만, RPG를 어느 정도 해보신 분이라면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d20 시스템이 무엇인지 알 수 있으실 겁니다. d20 시스템을 정말 심플하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GM이 난도를 설정한다 (예: 난도 12)
2) PL는 d20을 굴린다 (예: 결과값 10)
3) PL은 결과값 보정치를 더할 수 있다. (예: 결과값 10 + 보정치 3)
4) 최종 결과값이 난도보다 높으면 성공한다. (예: 난도 12 < 최종 결과값 13)

 

  어때요? 익숙하지 않으신가요? 그렇습니다. 현재 거의 모든 알피지에서 사용하고 있는 <난이도 + 결과값 + 보정치>의 개념을 확립한 것이 바로 D&D 3판의 d20 시스템이라는 것입니다.

 

 3판 이전까지는 여러 개의 수치를 조합하고, 거기서 값을 빼고 더하면서 복잡하게 결과값을 산출해야 했던 반면, d20 시스템이 도입된 후로는 'GM이 제시한 난이도를 넘기만 하면 된다'는 마스터 룰로 플레이 장벽이 낮아진 것입니다.

 이에 대해 저자는 d20 시스템을 RPG계의 마인 크래프트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d20 시스템으로 인해 플레이어와 마스터의 진입장벽이 현저히 낮아졌고, 세션을 보다 자유롭고 적극적으로 즐기게 되는 게기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p.68 The d20 system was the Minecraft of RPGs nearly a decade before Minecraft was released to the world) 

 

 d20 시스템의 또 다른 위대한 점은, 3판의 발매와 동시에 이 시스템이 OSL(Open Game License)로 공개되었다는 것입니다. 즉, 시스템을 제작하는 단계부터 이미 시스템을 상업적으로 차용할 수 있게끔 만들어 그 확산력을 강화한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d20 시스템은 RPG의 진입 장벽을 획기적으로 낮춤과 동시에, 사람들이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끔 판권을 공개하였기에 RPG의 DNA로 자리잡았다는 것입니다.

 

 9. 더 많은 빈 공간 : 게임 디자인에서의 단순함, 재미, 그리고 의도적 생략

 9. More Empty Rooms: Simplicity, Playfulness, and Deliberate Omissions in Game Design. | Wolfgang Baur

TRPG 디자인은 여백을 허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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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PG 룰을 만드는 데 있어서 '여백'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야기합니다. 시나리오를 쓸 때도 도움이 되는 이야기이니 꼭 읽어보셨으면 하는 에세이 중 하나에요. 

 TRPG는 예측 불가능한, 그리고 갑작스러운 각성과 기적 같은 다이스의 결괏값으로 이루어지는 구전적인 장르이죠. 그러니 이런 갑작스러운 사건에 대응할 수 있는 여백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저자는 전투 룰이 너무 빡빡한 건 좋지 않다고 주장해요. 행동의 제약이 심하면 창조적인 플레이가 어려워지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단순한 룰이 더 좋다는 건 아니에요. 룰이 단순하면 GM과 PL의 적극성에 의존하게 되어 테이블마다 재미가 널뛸 가능성이 높습니다. 룰은 다양한 돌발 상황에 대한 가이드이기도 하니까요.

 

 그럼 어느 정도의 밀도가 딱 좋은가?

 

 사실 이건 정답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은 전투가 아예 없는 룰을 선호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전투가 있는 룰만 선호하기도 하니까요. 얼마나 비우고 얼마나 채울 것인가? 개인적으로 여긴 제작자의 개성이 표현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어느 쪽이든 플레이어가 개입하여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둘 필요는 있겠지요. 여백이야말로 TRPG의 가장 큰 매력이니까요.

p.78 A crowded and complete design might be just what you want. But sometimes, the players remember that one room where nothing happened.

 

 10. 계약 : RPG 디자인에서 장르적 기대와 메커니즘

 10. Covenants: Genre Expectations and Mechanics in RPG Design : Jeff Grubb

장르적인 기대를 충족하는 메커니즘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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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PG 디자인에서는 장르적인 기대와 그것을 충족하는 메커니즘의 조합이 중요하다는 것을 주장하는 장입니다.

 

 대표적인 예시로 D&D와 COC를 들고 있습니다. D&D는 에픽 판타지 장르로 캐릭터의 영웅적인 성장을 중심으로 하지만, COC는 호러 장르이기에 캐릭터의 점진적 쇠약함을 메커니즘으로 다루죠. D&D에서는 캐릭터가 점점 더 강해지는 것이 보상이지만 COC에서는 캐릭터가 점점 더 미쳐가는 것이 보상으로 작동합니다.

 

 또 다른 사례로 든 것이 슈퍼 히어로물입니다. 특히 <Marvel Super Heroes>라는 작품을 예로 들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슈퍼 히어로물에서는 캐릭터들이 강한 게 당연하기 때문에, 성장보다는 행동의 결과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합니다. 악한 영향을 미쳤으면 손실을, 선한 영향을 미쳤으면 이득을 받는 것이지요. 자세한 내용은 해당 룰과 원문을 참고해주시길 바랍니다. (저도 해보지 않은 룰이라 자세히는 적지 않았습니다!)

 

 이렇듯 장르적 기대를 메커니즘으로 잘 표현하면 정체성 구체화에 큰 도움이 됩니다. 장르별로 대표적인 룰들이 어떻게 이를  있는지 구현하고 있는지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는 공부가 될 것 같아요. 

 

 11. 마법 시스템 디자인하기 

 11. Designing Magic Systems : Michael A. Stackpole

마법/스킬 시스템은 어떤 코스트를 어떻게 소모할지를 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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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PG에서 마법/스킬 시스템을 디자인할 때 어떤 것을 염두에 둬야 하는 지를 개괄하는 장입니다. 다양한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핵심은 마법/스킬 시스템은 어떤 식으로 사용을 제한할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5. 훅을 잡아라>에서 얘기한 것과 비슷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어요.

 

 마법/스킬이란 본래 이 세상에서 구현이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힘을 의미합니다. 그러니 강력한 힘을 사용할수록 그만한 노력이나 대가를 치르도록 시스템을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죠.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예시로는 MP를 위시한 코스트 시스템이 있겠네요.

p.83 most magic systems fail to sufficiently balance effect with effort.


 하지만 이 책에서는 코스트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마법 시스템을 만들어볼 것을 권유합니다. 플레이어가 선택한 유파에 따라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이 달라진다든가, 사용하는 장소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든가 하는 식으로요. 이에 대해서는 총 7가지의 예시가 있는데 자세한 내용은 본문을 참고해 주세요:)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예시는 '준비(Preparation)'이었는데, <어둠 속의 칼날> 같은 AWE 엔진에서 종종 보곤 했던 시스템입니다. 싸움에 나서기 전에 플레이어들이 필요한 준비물을 챙기고, 이것들을 실제 전투에서 스킬이나 마법과 조합해서 사용하게끔 하는 것이죠.

 가령 광산을 뚫고 넘어가야 하는데 파이어 볼의 화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면, 미리 가져온 기름을 뿌려서 파이어 볼의 화력을 강화한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겁니다. 
저자는 이렇게 어떤 아이템을 어떻게 얻었고 어떻게 사용할지를 고민하는 과정 자체를 코스트를 지불한 것으로 봅니다. 

p.86 Being able to spend money, buy components, combine them, roll some dice, and come up with a magic item is a great way to kill time between games. (...) To whit, he can was spending on the effort, and what his intended goal for the concotion was. 


 저자는 이것을 스토리 기반의 밸런스 포인트(story-based balance point)라고 말합니다. 게임은 단순히 데이터를 조율하는 것 이상의 것이 되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플레이어에게 매력적인 미스터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파이어 볼(MP 10)이 아닌, 파이어 볼로 저 광산을 어떻게 파괴할까? 를 고민하는 것이 밸런싱의 핵심이라는 거죠. (하지만 동시에 쉬운 일은 아니라고 설명해요.)

p.87 Setting up story-based balance points does require more work on the DM's part, but builds more mystery into the world.

 

 이걸 어떤 식으로 법문화할지는 좀 감이 안 잡히는데, 마스터링에서는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12. 우수한 디자인을 위한 지렛대가 되어줄 장소 

 12. Location as a  fulcrum for superio design : Wolfgang Baur

배경 설정은 TRPG에서 디자이너가 컨트롤할 수 있는 유일한 스토리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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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만 봤을 때는 그다지 흥미롭지 않은 장이었는데, 1부에서 가장 마음에 든 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RPG 디자인에서 장소의 역할과, 어떻게 하면 매력적인 장소를 만들 수 있을지를 설명하고 있는 장입니다. 

 저자는 RPG 디자인에서 게임 디자이너가 컨트롤할 수 있는 유일한 스토리 요소는 '배경'뿐이라고 주장합니다. NPC와 시나리오는 실제 플레이에서는 변주되기 때문이죠. 이런 상황에서 배경 설정은 그 자체로 규칙이 됩니다. 마기로기에서 기관 설정을 모두가 공유하는 것처럼요. 그런 점에서 RPG의 서사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매력적인 배경이란 무엇인가? 이 글에서는 크게 두 가지 키워드로 설명합니다. '이국적'일 것과 '영웅적'일 것으로요. RPG에서 장소란 탐험하고 싶은 마음이 들 만큼 이국적이어야 하고, 플레이어가 탐험할 만한 가치가 있는 영웅적인 활약이 가능한 장소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동시에 친밀감도 갖춰야 하고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저자가 주장하는 이국적인 배경이 더 매력적이라는 주장은 좀 공감하기가 어려웠습니다.
RPG를 즐기는 방식이 탐험만 있는 건 아니까요.

 

 문화 차이 때문인지 몰라도 서양 작품들이 '세계를 탐험한다'는 개념을 좋아한다면, 동양 쪽은 오히려 '캐릭터를 탐구한다'는 개념으로 RPG를 즐기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리고 캐릭터를 탐구하는 게임은 배경이 단순할수록 좋습니다. 탐험할 것이 많은 이국적인 배경에서 캐릭터의 내면에 집중하기는 쉽지 않아요. 

 

 할리우드에서 로케이션 스카우트를 하러 올 만한 배경을 생각해 보라고 조언하는데, 이걸 보면 저자가 어떤 배경을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지 알 수 있죠.

 하지만 매력적인 배경이 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이국적인 요소를 갖춰야 하고, 플레이어가 탐험할 만한 가치를 느낄 만한 장소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합니다. 룰의 목적에 따라 달리 논의할 필요는 있겠지만요. 

 

13. 월드 빌딩 

 13. Worldbuilding : Wolfgang Baur

월드 빌딩은 '세계' 그 자체가 아닌 '플레이어'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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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드 빌딩이라는 큰 주제를 다루는 장입니다. 한 꼭지로 다루는 건 거의 불가능한 장인 만큼 원론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월드 빌딩을 할 때 고려해야 하는 가장 일반적인 포인트 5가지를 들어서 설명하고 있어요.

 

 1) 게임과 픽션의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

 

 픽션을 만들 때는 세계의 디테일에 주목하는 경향이 있지만 게임의 배경을 만들 때는 플레이어, 특히 게임을 주관하는 DM이 이해하기 쉬운 명료한 컨셉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사실 게임 내의 디테일은 테이블 상에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형태가 명료한 큰 덩어리를 제대로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죠.

 

 2) 장르를 반영해야 한다.

 

 장르물은 그 장르를 구성하는 클리셰와 형식에 의존합니다. 판타지라고 했으면, 판타지 장르임을 알 수 있는 요소를 사용해서 세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클래식한 분류의 장르만 쓰라는 건 아닙니다. 장르를 섞는 경우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직접 읽어보시면 좋을 듯하네요.

 3) 월드 설정이 드러나지 않게 하라.

 

 플레이어가 월드 설정을 공부해야만 플레이할 수 있는 룰은 진입장벽이 매우 높습니다. 세계가 플레이어를 위해 존재해야지, 플레이어가 세계를 위해 존재해선 안 된다는 것이죠. 월드 설정은 필요할 때 꺼내서 이야기에 덧대어 쓸 수 있게끔 해두는 게 좋습니다. 

 

 4) 일단 설정을 만들고 나면 일관성 있게 그 규칙을 지켜야 한다.

 

 아무리 테이블에서 이야기가 자유롭게 변형되는 게임이라고 해도, 월드의 기본적인 규칙은 지켜야 합니다. 그래야 세계관이 힘을 가지고 성립이 되니까요. 마기로기로 치면 '마법사는 우자가 없이는 세상에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 그 규칙이 되겠네요. 우자 없이도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다면 그땐 이 룰을 마기로기라고 할 수 없을 겁니다. 또한 이런 이유로 규칙은 심플하고 일관성 있는 논리를 갖춰야 합니다. 이 규칙을 만드는 것이 월드 빌딩의 핵심이 아닐까 해요.

 5) 월드 빌딩은 '만약~라면'에서 시작된다.

 

 이 부분은 월드 빌딩을 막막하게 여기는 분이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매력적인 세계관을 만들지 고민이 된다면 가정법으로 시작해 보라는 조언이거든요. 만약 구울이 지배하는 왕국이 존재한다면? 인어가 상류층인 도시가 존재한다면? 이런 식으로 IF에 IF를 올려 배경 설정을 쌓는 거죠. 자세한 내용은 직접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6) 작게 시작하라★


 그러나 가장 중요한 규칙은 '작게 시작하라'는 것입니다. 시작부터 대륙을 서너 개 만들게 아니라, 한 영웅의 이야기, 또는 돌 한 조각의 이야기. 이런 것으로 시작해서 이야기를 쌓아가는 것이 좋다고 제안합니다. 그편이 부담도 덜 하고요.

 월드는 플레이어가 활약하기 위한 장소이고, 플레이어가 밝혀나갈 장소여야 합니다. 그러니 플레이어와 함께 만들어가야겠지요. 작은 마구간에서 시작해 북쪽의 마왕성까지 딱 한 걸음입니다.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세계는 어느새 만들어져 있을 것입니다. 

 

 14. 게임 밸런스의 신화와 현실

 14. Myths and Realities of Game Balance : Monte Cook

TRPG에서의 밸런스는 시스템만이 아니라 GM와 PL 사이의 신뢰에서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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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부의 마지막 장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을 장식할 만큼 멋진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글이기도 합니다. 컴퓨터 데이터로 돌아가는 CRPG와 달리, TRPG에서는 테이블의 상황에 따라 전투의 양상이 시시각각 달라지는데, 그렇다면 TRPG에서는 어떻게 게임의 밸런스를 맞출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 저자는 아주 단순명료하게 대답합니다. 롤플레잉 게임 디자인에서 게임 밸런스는 신화일 뿐이라고요. 그래도 밸런스라고 부를 만한 것이 있다면, 이는 데이터에 대한 것이 아니라 상황에 대한 것이라고 얘기합니다.

p.103 In the sense of roleplaying game rule design, game balance is myth.


 CRPG의 경우, PC와 ENEMY의 스탯이 정량화되어 있습니다. 같은 방식으로 공략하면 같은 방식으로 무너뜨릴 수 있죠. 즉, 정량화된 스탯 속에서 어떻게 가장 효율적인 수를 찾느냐가 CRPG의 작동 방식입니다.

 TRPG도 스탯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전투에서 허용되는 변수가 많아요. 이러하다 보니 정해진 스탯과 스펙 내에서만 싸우는 게 아니게 됩니다. TRPG의 싸움에는 서사적인 맥락이 반드시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TRPG의 밸런스는 GM과 PL의 논의에 의해 결정됩니다. GM과 PL이 끊임없이 교류하는 과정에서 그 테이블만의 밸런스가 탄생하는 것이지요. 즉, 저자는 TRPG에서의 밸런스란, GM과 PL 사이의 신뢰 그 자체라고 얘기합니다.

p.106 Getting players and DMs to understand the social contract is the key to true game balance.

 

 그렇다면, 룰을 만들 때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GM과 PL이 어떻게 하면 즐거운 소통을 할 수 있느냐일 것입니다. TRPG의 밸런싱은 얼마나 정교한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만드느냐에 달려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것이지요.

 

 

 

 

 

 

 

 

 

모험 강화하기 (ENHANCING ADVENTURES)


  룰 제작만이 아니라 시나리오 마스터링에 관한 조언이 담긴 파트입니다. 다양한 장르별 작법(느와르, 아라비안 나이트, 미스터리 등등)부터 세션 중의 플롯 활용 방법까지 다루고 있어요. 

 

 15. 악랄한 플롯 만들기

 15. Crafting a Dastardly Plot | Ed Greenwood

미스터리로 플레이어를 유혹하고, 위협으로 플레이어를 가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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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부 모험 강화하기의 첫 주제는 '악랄한 플롯' 만들기입니다. 요약에 앞서, 글이 너무 어렵네요ㅠ 일반적으로 잘 쓰지 않는 용어나 문장이 많아 읽기가 좀 힘들었습니다. 제가 이해한 구절 중에서도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만 소개해 봅니다.

 악랄한 플롯이란, 플레이어로 하여금 모험에 뛰어들도록 만드는 플롯을 의미합니다. 플레이어가 흥미를 가지고 자발적으로 게임에 뛰어들도록 만드는 플롯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죠. 저자를 이를 악랄한(Dastardly)라고 표현합니다. 간단히 말하면, 이런 플롯에는 미스터리와 위협 두 요소가 꼭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미스터리가 모험에 대한 흥미를 부르는 역할이라면, 위협은 모험으로부터 빠져나갈 수 없도록 문을 봉쇄하는 역할을 합니다. 즉, 플레이어를 모험 안에 가두고 몰입하도록 만드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이것이 강압적인 형태가 되어선 안 됩니다. 만약 플레이어가 모험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즉시 그만둬야 하는 것 또한 TRPG의 매너지요.

 글의 말미에서는 악랄한 플롯의 의의를 설명하는데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매우 좋았습니다. 우리는 모두 어떤 미스터리를 올바른 방법으로, 올바른 방식을 통해 해결하고 성공하기를 바란다는 것입니다. 즉, 인간은 플롯이 있는 삶을 원한다는 것입니다. RPG를 비롯한 다양한 서사 콘텐츠는 이런 인간의 욕망을 더 넓은 세계로 확장하고 이끄는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역으로 말하자면, 우리 삶에 존재하는 악랄함이야말로 삶을 극적으로 만드는 필수 요소라는 이야기이니 RPG를 떠나서도 위안이 되는 이야기였습니다.

 

 16. 완전히 다른 수준로 캐릭터 성장 시키기

 16. Taking Character Advancement To a whole new level | Amber Scott

TRPG의 성장은 캐릭터의 스탯과 서사 양쪽에서 모두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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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는 RPG에서 캐릭터의 성장을 어떻게 다룰 것이냐를 설명합니다. 이 장에서 저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데이터적인 성장만이 아닌 캐릭터의 사회적/철학적 성장이 RPG에서 다룰 수 있는 진정한 캐릭터의 성장이라는 것입니다.

 

 이걸 위해서는 캠페인의 목표와 캐릭터의 목표가 궤를 함께할 필요가 있습니다. 캠페인의 목표와 캐릭터의 목표가 다르면 캠페인이 진행될 수록 캐릭터는 메인 스트림을 위한 도구로 쓰이기 쉬워져요. 예를 들어봅시다.

 캠페인의 목표 : 거대한 드래곤을 무찌른다.
 캐릭터의 목표 : 가족을 죽인 자에게 복수한다.

 

 이 경우, 캠페인과 캐릭터의 목표를 엮어두지 않으면 캠페인이 진행될 수록 캐릭터의 목표는 흐릿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캐릭터의 가족을 죽인 것이 드래곤이거나, 드래곤을 쫓는 과정에서 원수와 만나게 되는 식으로 엮을 필요가 있습니다. 

 

 캠페인의 서사를 따라가면서 유형적 성장(스킬, 무기, 레벨)을 이루고

 캐릭터의 서사를 따라가면서 무형적 성장(셩험, 철학, 목표)을 이루게 되는 것이지요. 

 

 전부 당연한 듯한 이야기지만 실제 세션에서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의외로 경시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더블 크로스의 하이 넘버들(4, 5)의 개인 서사는 메인 스토리에 거의 반영되지 않죠. 그점이 장점이기도 하지만, 캠페인일 경우엔 작은 꼭지라도 메인 스토리에 엮는 편이 좋습니다. 아니면 몰입도가 많이 떨어져요. 

 

 또한 캐릭터의 서사는 룰보다는 탁의 기량에 의존하게 되는데, 이런 부분도 룰에서 좀 더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표적으로 캐릭터별 핸드아웃이 있겠네요. 개인적으로도 매우 좋아하는 시스템이지만 이것 외에도 많은 방법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17. 도전과 반응

 17. Challenge and Response | Wolfgang Baur

PL에게 쥐어줄 도전에는 전투, 위협/협상, 추격, 지역(함정), 훔치기, 발견, 시간 제한, 후속 대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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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도 GM을 위한 팁이라고 할만한 것들이 적혀 있습니다. 역시나 온전히 이해하기가 좀 힘들었던 장인지라, 자세한 내용은 원본을 참고해 주세요!

 

 플레이어들에게 줄 수 있는 도전의 종류와 각각의 장단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는데요. 크게 전투, 위협/협상, 추격, 지역(함정), 훔치기, 발견, 시간 제한, 후속 대응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각각에 대해서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1) 전투

 

 가장 일반적이고 대중적인 형태의 도전입니다. 워낙 흔한 내용이라 여기는 자세히 다루지 않는다고 하네요.

 2) 위협/협상

 

 위협/협상은 거의 싸울 뻔한(p.122 almost-combat) 상황이라고 설명합니다. 위협/협상의 성공 난이도는 애매하게 책정해야 재미있다고 하네여. 확실한 성공/실패가 보장되지 않은 상황일 때 재미가 극적으로 올라간다는 것입니다.

p.122 In these cases, the encounter can be designed to maximize the fun by obscuring the difficulty level.

 

 3) 추격


 추격은 전투에 비해 재미가 없는 도전이라고 합니다. 때문에 추격이 재미있기 위해서는 난이도가 높아야 한다고 합니다. 플레이어가 앞뒤 사정 보지 않고 추격을 시작하고 싶어질 만한 이유 또한 준비해야 한다고 하고요.

p.123 That being case, make sure that when you challenge a party of heroes to chase down a villain, it really does require big success.

 

 4) 지역(함정)


 지역(함정) 요소는 단독으로 쓰기 보다 다른 요소와 섞어서 쓰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요소는 필연적으로 플레이어의 액션 스케일을 낮추기 때문에 (움직임이 둔해진다는 뜻) 새로운 지역이나 함정에 플레이어를 떨어뜨릴 때는 플레이어에게 익숙한 요소 ㅡ 몬스터 등등을 섞는 게 좋다고 합니다. 

 

 5) 훔치기 


 훔치기 액션은 텐션과 해방의 모든 것이라고 해도 좋다고 합니다. 훔치기 액션에 시간 제한을 함께 추가하면 더욱 재미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하네요. 다만 종종 훔치는 물건이나 대상이 지루한 것이 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크툴루의 일기 등) 가능하면 실물 핸드아웃을 만드는 것이 몰입감에 좋고, 자료를 지키는 대상에게 개성을 부여하는 것도 좋다고 합니다. 그냥 서랍에서 자료를 훔쳐내기 보다, 눈이 수천개 달린 개의 머리 위에 훔쳐야 할 왕관이 있다거나 하는 식이면 좋겠죠.

 

 6) 발견


 발견은 "Ah-HA!" moments라고 설명하는데, 중요한 정보가 이벤트가 등장하는 연출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전투보다는 스토리와 관계된 도전이죠. 정보라는 것은 스토리 라인과 PC의 액션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기 때문에, 중요한 정보를 발견하는 장면은 특히 공들여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또한 Q&A를 통해 GM과 PL 사이의 정보 격차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해요.

p.126 Consider the likely Q&A, and just how much information the players need to follow the story elements.

 

 7) 후속 대응


 후속 대응(Follow-ups)는 개념을 이해하기가 좀 어려웠는데, 세션의 진행에 따라 난이도/난관을 서서히 높여가는 마스터링 스킬을 말하는 듯합니다. 이걸 위해서는 난도 처리를 비교적 냉정하게 해야합니다. 플레이어가 충분히 자료를 모으지 못했다면 과감하게 임무에 실패하도록 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비록 그 임무를 실패했어도 모험 전체가 실패한 건 아니게끔 하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영어가 되시는 분들은 원문을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이 모든 도전과 보상에서 중요한 것은, 플레이어를 영웅으로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도전은 플레이어를 괴롭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플레이어를 영웅으로 만들기 위해서 존재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난관을 만들 필요가 있겠습니다.


 

18. 상황 디자인하기

 18. Designing Situations | Michael E. Shea

꽉 짜인 스토리보다 장소 NPC에 대한 세부 설정을 구체적으로 짜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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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장에서는 시츄에이션을 효과적으로 제시하는 방법을 다루고 있습니다. 레일로드보다는 오픈 월드 + 전투 중심 플레이에 적합한 조언인 듯하니 참고해주세요. 

 내용을 요약하자면 스토리의 개요를 세세하게 짜기 보다, 플레이어들이 모험할 장소 NPC의 설정을 명확하게 정하라는 것입니다. 책에서는 고블린 동굴을 예로 들어서 설명하고 있는데요. 동굴의 구조와 고블린들의 TMI만 준비해둔 뒤, 플레이어의 움직임에 따라 상황을 전개하라는 것입니다. AWE나 픽션 퍼스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마스터링에 익숙하지 않은 GM이나,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는 것이 어려운 플레이어에겐 진입 장벽이 될 수 있는 방식인 듯합니다. TRPG다운 플레이를 위한 조언일 수는 있지만, 모든 플레이어를 위한 조언은 아니라고 봅니다.

 또한 사람마다 바라는 시츄에이션의 종류가 다르기도 합니다. 백지 상태에서 함께 짜맞추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느 정도 스토리가 있는 상태에서 변용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거든요. 그러니 함께 하는 플레이어의 성향에 따라, 또는 룰의 타깃층에 따라 방향성을 정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도 어떤 방식이든 장소에 대한 설정과 NPC의 행동 패턴을 꼼꼼하게 만들어두는 건 큰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해당 설정이 작중에 모두 등장하는 게 아니더라도, 사소한 행동이나 반응에서 개성이 묻어나면 생동감을 느끼니까요. 이건 TRPG만이 아니라 스토리 전반의 모든 창작물에 통용되는 이야기가 아닌가 합니다.

 

19. 시티 모험

 19. City Adventures | Wolfgang Baur

도시의 모험은 던전과는 달리 문명과 야만 사이의 텐션을 잘 조절하는 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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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D에서는 던전과 도시를 구분하는 듯합니다. 그리고 던전과 도시는 세션의 운영 방식이 달라야 한다는 것을 얘기하는 글이에요.

 도시는 던전에 비해 더 많은 제한 사항을 가지고 있으며, 이 제한 사항들을 어떻게 녹여내느냐가 관건이라고 주장합니다. 던전에는 몬스터만 존재하는 경우가 많지만, 도시에서는 민간인이나 경비대 같은 이들도 존재하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도시에서 어떻게 전투 장면을 소화할 수 있는가에 대해 저자는 게토(Ghetto)라고 설명하는 뒷골목 같은 지역을 사용할 것을 예로 듭니다. 모든 도시에는 뒷골목이 있고 그곳은 무법 지대인 경우가 많으니 전투를 벌이기에 적절한 장소라는 것이지요.

 

 싸움에 제한을 두는 것도 방법입니다. 경비대에게 들키면 싸움이 끝난다든가, 몇시까지는 밖으로 나와야 한다든가 하는 것이요. 아니면 아예 순수한 조사물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고 합다. 크툴루 같은 미스테리물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방식이죠. 

 

 무고한 시민들의 경우엔 서브 퀘스트의 소재로 쓰는 것도 재미있다고 조언합니다. 시민들은 저마다 고민과 목적을 가지고 있고, 플레이어들이 접촉하면 서브 퀘스트 형식으로 이야기를 뻗어가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런 식으로 파티가 잠시 탈선하는 걸  매우 좋아한다고 하네요.

 

 하지만 완전히 탈선하면 그것도 곤란하겠죠. 하지만 기껏 자기 의사대로 진행 중인 플레이어를 제지하는 것도 영 껄끄러운 일입니다. 이에 대해서도 저자는 유용한 조언을 합니다.

 

 GM이 생각했을 때 플레이어들이 적절한 행동을 했을 때 경험치(XP)로 보상하는 겁니다. 행동 치료 및 교육에서 쓰이는 긍정 강화(Positive Reinforcement)를 응용한 방법인 듯한데, 플레이어가 과하게 탈선하려고 할 때 본래 선로로 돌아오는 선택을 하면 경험치를 주는 방식으로 행동을 협상하는 것이지요.

 

 서브 퀘스트가 생기면  분량도 그만큼 늘기 쉽기 때문에, 이런식으로 협상을 해서 자연스럽게 분량을 조율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일종의 브레이크처럼 사용하는 것이죠.

 결국 시티 모험은, 문명과 야만 사이의 텐션을 어떻게 조절하고 유지하느냐의 문제라고 얘기합니다.  이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는 장이 아닐까 싶어요.

p.142 Maintaining that tension between civlization and carnage is what makes a great city adventure.

 

20. 언더다크

 20. The Underdark | Wolfgang Baur

D&D의 언더 다크를 다루는 방식에 대해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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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Underdark는 D&D에 등장하는 지역인 듯합니다. 그래서 장 전체를 스킵할까 했는데, 언더 다크에 대해서 제대로 몰라도 위험이 도사리는 장소라면 유용하게 쓸 만한 조언이 많아 그냥 가져와 보았습니다;D 

 

 참고로 저도 D&D를 해보지 않아서, 언더 다크와 관련된 내용은 해외 자료로 확인했으니 이쪽을 참조 부탁 드립니다. D&D에 대한 이해도에 따라 본문이 달리 읽힐 수도 있으니, 자세한 내용이 궁금한 분들은 원문도 필수로 확인해주시고요. 

The Underdark in DnD 5e | Underdark Geography & Inhabitants (dungeonmister.com)
(2) What is the Underdark??? : dndnext (reddit.com)

 

 저자는 언더 다크를 두 가지 관점으로 접근합니다. 신화적인 공간과 황무지로서의 세계로요. 또한 각각의 개념에 따라 다른 방식의 운영을 추천해요.

 신화적인 공간은 사후 세계를 의미합니다. 이런 세계를 지하 세계로 취급할 때는, 조셉 캠벨의 영웅의 여정 플롯을 따라가기 쉬운 장점이 있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살아남은 PC는 자신의 생존과 성장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합니다.

 반면 황무지로서의 세계는 일종의 생존 캠페인이 된다고 합니다. 신화성은 좀 떨어지는 대신, 살아남기 위한 다양한 위협이 존재하는 장소가 되는 것이지요. 일반적인 배틀 필드와 다른 점은 지하 세계의 경우, 스케일이 너무 커서 전체상을 조망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몬스터가 따로 놀기 쉽다고 합니다. 그러니 생태계를 명확하게 만드는 것이 포인트라고 합니다.

 

 또한 어느 쪽이든 원하는 대로 마구 폭력을 휘두를 수 있는 무법지가 아니라 함정이 도사리는 위험한 공간으로 묘사하는 게 좋다고 주장합니다. 자원도 부족하고, NPC들도 적대적이고, 안전한 장소와도 멀어진 이런 상황 속에서 긴장감을 줄 때 지하 세계가 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또한 언더 다크에서 PC들은 영원한 외부인이기 때문에, 외교나 블러프 같은 스킬을 활용하기에도 좋다고 합니다. 이런 점을 고려해서 캠페인 세팅을 만들면 재미있겠죠.

 

 21. 맵, 몬스터 그리고 세부 사항에서 시작하는 디자인

 21. Maps, Monsters, and Bottom-up Design | Wolfgang Baur

Bottom-up 방식으로 맵과 몬스터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설명한다.
 Bottom-up : 플레이를 하면서 세부 사항을 쌓아 최종적인 형태를 만드는 디자인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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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파트를 이해하려면 우선 Top-down Design과 Bottom-up Design에 대해서 이해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하기 위키를 참고해주시면 됩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Top-down_and_bottom-up_design

 

 간단히 설명해드리자면, Top-down은 이미 완성된 맵과 몬스터를 가지고 플레이하는 디자인이고, Bottom-up은 플레이 과정을 통해 세부 사항을 쌓아가며 최종본을 만드는 형태의 디자인입니다. 여기서 얘기하고자 하는 건 후자이고요.

 

참고로 챗지피티에게 TRPG를 예로 들어서 설명해달라면 이렇게 말합니다.

 

 저자는 이중에서도 '맵'과 '몬스터'를 어떻게 하면 플레이 도중에 삽입 가능한 형태로 만들 수 있는지 설명합니다. 개인적으로 상당히 유용한 조언이었어요.

 

 1) 맵

 

 우선 저자는 가치있는 맵은 '다양한 전략과 플레이 스타일을 지원하는 맵'이라고 정의합니다.

p.148 But being clear and legible and having a full explanation of what the various symbols on your map mean is only half the battle. The other half is that the map should encourage a variety of tactics and playstyles.

 

 이것을 위해 맵은 가능한 한 다양한 모험과 옵션으로 채워져야 한다고 주장하고요. 

p.149 They love hazards, difficult terrain, cover, and options for flanking or chages. Empty terrain is dull, dull, dull.

 

 즉, Bottom-up 방식으로 맵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전에 여러 종류의 도전 과제를 구상해두고 플레이에 따라서 삽입하면 되는 것이지요. 

 

 2) 몬스터


 몬스터의 경우엔 이름, 관계, 목적을 정해두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일단 이 세 가지 요소만 준비되면 플레이 상황에 맞춰 몬스터를 끼워 넣을 수 있습니다.

 이름은 여기서 Name이 아니라 NAMED입니다. 단순한 잡몹이 아니라 스토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 몬스터라면 별개의 이름을 만들어두었다가 붙여주어서, 이것이 세계관에서 가지는 위상을 표현하는 게 좋다고 합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니알라토텝 같은 애들을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이렇게 별도의 이름이 붙은 몬스터는 그만한 존재감을 가지게 되니 적재적소에 활용하기 좋겠죠.

 관계는 몬스터들 사이의 위계 질서 경쟁 구도 같은 것을 의미합니다. 토끼가 여우를 이기지 못하고, 여우가 사라를 이기지 못하듯 몬스터들 사이에서도 위계 질서가 존재하면 그들이 사는 세계관을 그려내기가 수월하다고 합니다. 여기에 서로 사이가 유독 좋거나 나쁜 몬스터 집단을 설정하는 것도 생동감을 더하는 방법이 되겠죠.

 목적은 제 생각엔 이 세 가지 요소 중에 가장 중요한 게 아닌가 싶은데, 바로 그 몬스터 집단이 싸우는 이유를 말합니다. 그냥 살육에 미친 몬스터도 있겠지만, 어떤 몬스터들은 자신만의 일상과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을 테니까요. 목적이 뚜렷하면 몬스터를 운용하기도 한층 쉬워집니다. 

 몬스터를 만드는 게 막막한 분들이라면 일단 이런 식으로 다양하게 설정을 구비해놓고 그때 그때 필요한 걸 건져 올려보는 게 어떨까요? 

 그리고 저자는 추가로 몬스터를 더욱 몬스터스럽게(?) 만들기 위한 7가지 방법을 얘기합니다. 여기서는 항목만 다룰 테니 자세한 내용이 궁금한 분들은 원문을 참조해주세요. 

 1. 네임드 몬스터의 명성은 일찌감치 알려라
 2. 악역과 만나러 가는 길은 공수가 들게 해라 
 3. 악역의 약칭과 명함을 부여하라
 4. 몬스터와 조우 확률을 높이는 대신 도망칠 방법도 만들어둬라 
 5. 몬스터도 다양한 방식으로 플레이어를 뒤쫓게 하라
 6. 리젠되는 적에게는 추가 경험치를 주자

 

 결론적으로 이런 Bottom-up 디자인은 맵과 몬스터를 플레이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조율하여 생동감 있는 플레이/디자인이 가능하게 하지만, 사실 단편보다는 장편에 더 어울리는 구성이라고 저자도 고백(?)합니다. 아무래도 코스트가 드는 방식이다 보니 단편에서 써먹기엔 좀 아까울 것 같긴 합니다. 

 

 22. 몬스터 무리 : 영웅 서사 vs. 부드러운 접전

 22. Monster Hordes : Epic Heroism vs. Smooth Skirmishing   | Wolfgang Baur

을 재미있게 쓰기 위한 방법을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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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장에서는 흔히 ''이라고 불리는 몬스터 무리를 다루는 방법을 얘기합니다. 압도적인 물량으로 밀려오는 몬스터에게 맞서 싸우는 스토리는 영웅 서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극적 장면이죠. 그중에서도 몹을 좀 더 재미있게 운용하는 방법에 대해서 몇 가지를 이야기합니다.

 

 우선 PC가 정의로운 성향을 가지고 있다면 몹 사이에 지켜야 할 일반인을 섞는 것을 추천한다고 합니다. 사악하다! 평소라면 펑펑 때려 잡았을 몹 무리지만, 그 안에 무고한 마을 사람들이 섞여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것이지요.

 몹 무리에게 약점을 만들라는 조언도 재미있었습니다. 가령 몹을 특정한 방식으로 공격할 경우, 몹이 분리되어 강한 세력 하나가 약한 세력 둘로 쪼개진다든가, 리더격인 녀석을 죽이면 몹의 결속력이 약해진다든가 하는 조언이죠. 흔히 약점 노리기로 쓰이는 방식이지만 이걸 보스가 아닌 몹에게 쓴 케이스는 많이 못본 것 같아 기회가 되면 다음에 적용해보고 싶습니다.

 또한, 몹이 어느 정도 공격을 받은 뒤에는 도망가는 기믹을 넣어, 몹을 모조리 죽이지 않아도 유저가 영웅이 된 듯한 느낌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이것 또한 좋은 팁이네요. 

 만약 엄청나게 압도적인 물량의 몹이 등장하는 장면을 다루고 싶다면 이건 전투 데이터로 처리하기 보다 서사나 배경의 일부로 처리하라는 조언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반드시 싸워야만 몹이 역할을 다하는 건 아니라는 거죠.


 반면, 몹을 다룰 때 주의해야 할 점에 대해서도 애기하는데, 만약 몹을 전투 대상으로 삼을 경우에는 그 규모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합니다. 특히 웨이브(몹이 주기적으로 리젠되는 형태)의 전투에서는 몇 웨이브까지 몹이 나오는지 알지 못하면 끝나지 않는 전쟁을 하는 느낌이라 플레이어가 몹시 빡빡하게 느낄 수 있다고요. 

 그리고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몹은 강하면 안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유저가 마음만 먹으면 한 턴안에 한 무리는 쓸어버릴 수 있을 정도의 난도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몹은 유저의 메인 목표물이 아니고, 전투를 재미있게 하기 위한 양념일 뿐이니까요. 

 

 23. 하드보일드 어드벤쳐 : 느와르 캠페인 만들기

 23. Hard-boiled Adventures: Make your Noir Campaigns Work  | Wolfgang Baur

느와르 캠페인의 3요소 : PC는 결핍된 인간이고, 세계는 험난한 곳이고, 보상은 짜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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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와르 캠페인을 만드는 방법에 대한 장입니다. 느와르 좋아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이 적혀 있습니다. 

 

 우선, 저자는 느와르 캠페인은 다른 장르에 비해서도 플레이어와 DM 사이의 긴밀한 협력이 중요하다고 얘기합니다. PC가 가 자주 곤경에 처하는 장르이기도 하고 보상도 박하니 의가 상하지 않으려면 섬세한 조율이 필요하겠죠. 느와르 캠페인을 꾸리는 방법에 대한 조언도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크게 PC, 세계, 보상 세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습니다.

 

 1) PC는 결핍된 인간이어야 한다

 

 느와르 캠페인에서 PC는 결핍된 인간이어야 한다고 합니다. 특히 잘못된 폭력이나 섹스에 매료된 인물이 좋다고 해요. 이런 것만 봐도 왜 DM과 PL의 협력이 중요한 장르인지알 수 있죠^^;; 하지만 이런 부분이야말로 느와르를 느와르답게 만드는 포인트이니, 위험하다고 빼둘 게 아니라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입니다.

 

 2. 세계는 험난한 곳으로 묘사해야 한다

 

 동시에 세계는 가능한 한 험난한 곳으로 묘사되어야 합니다. 단지 사람이 잘 죽는 세계관으로 끝낼 게 아니라, 이런 죽음이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묘사할 필요가 있어요. 

 

 3. 보상은 짜야한다


 또한 느와르 캠페인은 보상이 짜야 한다고 주장하는데요. 끝없는 욕망, 과도한 갈망, 야박한 세계, 이런 것이 느와르의 감성이니, PC가 너무 부유해지지 않도록(?) 보상을 적당히 짜게 측정할 필요가 있다고 하네요. (특히 장편 캠페인에서는!)

 느와르도 세부 장르로 들어가면 다양하기 때문에 위 조건들이 절대적이라고 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어떤 식으로 느와르 캠페인을 만들지 감이 오지 않을 때 참고할 만한 이야기인 것 같아서 발췌해보았습니다.

 

 추가로 D&D에서 느와르 캠페인을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한 내용도 나와 있습니다. 느와르는 기본적으로 PC가 모두 악 성향을 가질 수 밖에 없다보니 D&D의 성향 분류(alignment system)를 적용하기가 애매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적혀 있는데요. 이에 관한 내용은 직접 읽어보시길 권유드립니다. :) 

 

 24. 무엇이 아라비안 나이트를 만드는가

 24. What Makes a Night Arabian | Wolfgang Baur

아라비안 나이트 캠페인의 2요소 : 주인공은 명백한 선이어야 하고, 돈에 탐닉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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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장은 자세한 리뷰는 스킵하겠습니다. D&D로 아라비안 나이트 풍의 세션을 만들 때 어떤 점을 고려하면 좋은지에 대한 조언인데, 서양에서는 아라비안 나이트 변형이 자주 쓰이는지 몰라도 이쪽에선 그렇지 않다보니 잘 소화가 안 되더라고요.

 

 그래도 이해한 부분이나마 한 줄로 요약하자면, 아라비안 나이트 풍의 주인공들은 명백한 선이어야 하고, 돈에 탐닉하는 인물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보상으로 돈을 얻을 수는 있어도 그것 자체가 목적이 되면 아라비안 나이트 풍의 세션을 즐기기 어렵다고 합니다. 

 

 25. 미스터리들의 미스터리

 25. The Mystery of Mysteries | Nicolas Logue

판타지 배경에서 미스터리를 만들 때는 마법을 트릭이 아닌 미스디렉션 용도로 사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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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D로 미스터리 풍의 세션을 만들 때 고려하면 좋은 점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만, 다른 룰에도 적용할 만한 조언이 많아 재미있게 읽은 장입니다. 하지만 기존에 없던 새로운 내용이나 체계적인 이론이 적혀있지는 않습니다.

 

 그중 독특하고 재미있었던 내용이 3가지 정도 있었는데, 판타지 배경인 D&D로 미스터리 세션을 만들려고 하다 보니 부딪치는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짧게 소개해보겠습니다.

 

 1) 플레이어들이 점술을 이용해 사건을 해결하려고 한다면?

 

 판타지 미스터리의 가장 큰 문제는, 마법을 사용해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거예요. 특히나 D&D에서는 예언 마법으로 사건을 해결하려는 케이스가 있는 것 같더라고요.

 이에 대해서는 빌런이 이를 역이용하는 식으로 응용해보라고 합니다. 
예를 들자면, 플레이어가 그날 밤 빌런의 알리바이를 알아내기 위해 점술을 사용하면, 빌런이 미리 용의주도하게 준비해둔 알리바이를 알려주는 식으로 하는 겁니다. 

 

 2) 마법은 플레이어를 미스디렉션하는 용도로 사용하라


 그리고 판타지 배경의 추리물이다 보니 아무래도 마법을 과용하기 쉬운데, 마법을 범죄를 숨기는 용도로는 사용하지 말라고 합니다. 마법이 트릭을 대신하면 미스터리가 의미가 없으니까요. (
그 시체는 왜 사라졌는가? 텔레포트 마법으로 없앴다.)

 

 그러니 마법을 사용할 때는 범죄를 숨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플레이어들을 미스디렉션할 때 사용하라고 합니다. 하기에 서술된 <27. 미스디렉션의 사용과 남용> 파트를 함께 읽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3) 미스터리라도 개변을 무서워하지 마라

 보통 미스터리는 A부터 Z까지 꽉 짜여져 있다 보니 실시간 개변이 가장 어려운 장르이기도 한데요. 플레이어가 너무 빠르게 진상에 도달했을 경우, 또는 세션을 진행하는 도중 다른 가능성이 떠올랐을 경우엔 용기를 내서 개변을 시도해보는 게 좋다고 합니다.

 

 다만 미스터리물에서의 개변과, 일반 에픽 서사물에서의 개변은 다른 점이 많을 테니 이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많은 레퍼런스와 실전 경험이 필요할 것 같아요.

 정리하자면, 판타지 배경에서 추리물을 쓸 때 어떤 점을 고려하면 좋은지에 대한 글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부분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한번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하지만 분량이 매우 적고 내용의 밀도도 낮은 편이니 염두에 둬주세요. (혹시 이 파트 때문에 구입하실까 봐 노파심에 적어둠) (제가 사실 이 파트 때문에 샀기 때문에)

 

 26. 드워프 스프 속에 들어있는 모루 : 모험 디자인에서 유머의 위치

 26. The Anvil in the Dwarf's Soup: The Place of Humor in Adventure Design | Willie walsh

유머는 호불호가 큰 화법이므로 다른 플레이어를 배려해서 사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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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PG 세션에서 유머가 차지하는 위치와 그 적절한 사용 방법을 설명하는 장입니다. 큰 기대를 안했는데 꽤 괜찮은 장이었습니다. 다른 것보다 유머러스한 설정이나 스토리가 세션에 꼭 필요한 요소라고 설명하면서도, 유머를 다룰 때는 다른 플레이어를 배려해야 한다는 것을 동시에 얘기하는 부분이 좋았어요.

p.175 Wise players remain cautious in the face of silly humor, because it can be a mask hiding comething nasty.

 

 유머는 본질적으로 맥락을 깨서 재미는 주는 요소인만큼 사람과 상황에 따라 호불호가 크게 나뉠 수 있습니다. 나는 진지하게 상황에 이입하려고 하는데, 다른 플레이어가 유머러스하게 표현하면 맥이 빠지게 됩니다. 어떤 상황을 희화화할 때는 그 상황에서 플레이 중인 PC를 꼭 배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저자는 유머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입장입니다. 특히 '드워프 스프 속에 들어있는 모루'라는 소재로 유머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설명합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오크들이 '드워프들은 철을 먹는다더라'라는 편견을 가지게 되고, 이것이 진짜인 것처럼 전해져 내려와 오크와 드워프들 간에 싸움이 벌어졌다는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역사적으로 잘못된 편견이 쌓여서 문제로 터지는 과정이 유머러스하다고 설명합니다.

 저자가 재미있다고 생각한 사례를 하나 가져와서 설명하고 있는데, 범용적인 사례는 아닌 거 같아서 따로 정리하지는 않았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별도로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27. 미스디렉션의 사용과 남용

 27. Using and Abusing Misdirection | Wolfgang Baur

미스디렉션은 풍부한 선택지를 만들기 위해 사용되어야하며 그러기 위해 힌트와 함께 주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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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PG에서 미스디렉션을 사용할 때 어떤 점을 조심해야 하는지에 대한 팁을 다루는 장입니다. 미스디렉션을 사용하는 이유와 방법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는데 상세한 예시는 사실 거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대충 무슨 말인지는 알겠지만 D&D 내용을 모르면 구체적으로 무슨 말인지는 알기가 힘들어요. 그러니 제가 이해한 선에서만 발췌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미스디렉션은 일직선 진행에 풍부한 선택지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가령 보스가 있는 방으로 가려면 붉은 문을 통과해야 하는데, 근처에 파란 문을 두고 마치 파란 문이 보스의 방으로 가는 문인 것처럼 연출을 하면, 플레이어는 붉은 문과 파란 문을 두고 고민하면서 선택의 기회를 얻게 된다는 것입니다.

p.180 Misdirection leads the players to make assumptions that lead to entertaining (but wrong) choices for the heroes.


 중요한 건 이런 선택이 단순한 찍기가 되어선 안 되며, 플레이어에게 힌트를 제공해야 한다고 합니다. 결국 앞 장에서 얘기한 미스터리 세션의 운용법과 비슷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네요. 

p.181 To be fair, you can't offer a choice without any context. Even in the most perfect illusion or trickery, there should be a hint that something is not quite right.

 

 결국 세션은 선택지를 넓히려는 DM과 선택지를 좁히려는 플레이어 사이의 분투로 이어지는 술래잡기라는 것이지요. 이 부분은 문장 전체가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통으로 발췌했습니다.

p.182 The DM and Players have an eternal catch-up between DM expansion of the play space(with misdirection, emphasis on different skills, and so on) and players narrowing the play space (as they learn all your tricks and optimize against them.

 

 28. 무대 만들기 : 연극이 중요하다

 28. Stagecraft : The Play is the Thing | Nicolas Logue

PC를 이야기의 한 가운데로 끌어들이고 절정 부분에서는 어려운 선택을 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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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가나 극작가들이 사용하는 극작법을 RPG의 드라마에 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장이었어요. 하지만 내용은 생각보다 깊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인 극작법이 RPG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열거한 정도입니다. 

 크게 발단(Inciting), 전개(Exposition, Complications, Revelations), 절정(Climax)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생각하시는 스토리 단계와 설명이 거의 같습니다.
그 와중에도 RPG만의 특징으로 읽히는 부분을 발췌해봅니다.

 

 어떤 상황이든 PL이 방관자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특히 이야기의 배경을 설명할 때는 PC가 사건을 직접 경험해보는 방식이 좋다고 합니다. PC가 직접 사건에 관여하지 않았다면 사건 속 엑스트라 역할을 시켜서라도 PL의 몰입도는 유지하는 것을 추천해요. 

p184. Pick a real show starter : thrust them into the conflict in a way that makes them grip the story's reins and hold on tight.

 

 물론 이때에도 플레이어에게 전적으로 선택권을 주고, 그 결과가 어떻게 되든 만족스러운 이야기가 될 수 있도록 함께 협력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쓰기, 설명하기, 출판하기 (WRITING, PITCHING, PUBLISHING)


  본격적인 출판에 앞서 알아야 할 것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작가로서의 태도, 편집 포인트, 플레이 테스트 방법 등등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조언을 다루고 있으니 출판을 염두에 두신다면 읽어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29. 더 짧게, 더 빠르게, 더 단단하게, 덜어내라

29. Shorter, Faster, Harder, Less | Wolfgang Baur

 몬스터 설명은 가능한 한 간결하게 적고,  요약본과 동시에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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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장부터는 다시 RPG 제작과 관련된 조언이 나옵니다. 제일 첫장인 본 글에서는 룰이든 시나리오든 가능한 한 간결하게 쓰라는 조언을 하고 있는데요. 작법서마다 빠지지 않고 나오는 조언이지만, 특히나 RPG 제작 시에는 다음 두 사항을 염두에 두면 좋을 것 같았어요.

 우선, 몬스터 설명은 가능한 한 간결하고 인상적인 부분만 적으라는 것입니다. 한 명의 몬스터를 다루는데 3페이지 이상 (영어로 2500자) 이상은 다루지 말라고 구체적으로 조언하고 있는 점도 좋았네요. 

p.194 The most powerful trick to compression is to throw away detailed explanatory material, such as backstory.


 그 다음으론, 룰과 요약본을 동시에 만드는 게 좋다고 합니다. 룰을 다 만들고 나서 요약본을 만드는 게 아니라, 틈틈히 요약본을 만들면서 진행하는 쪽이 룰의 전체상을 파악하기 좋다는 것이지요. 

 

 이 부분을 읽기 전까지는 저도 룰을 완성한 후에 요약본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요약본을 만들고 룰을 덧붙이는 게 더 쉬울 것 같더라고요. 서머리를 시놉시스처럼 사용하는 것이지요. 

 

 30. 샌드박스 속의 양동이들 : 비선형과 이벤트 중심 디자인

 30. Buckets in the Sandbox: Non-Linear and Event-Driven Design | Wolfgang Baur

 샌드박스 시나리오에도 숨겨진 구조는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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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장에서는 샌드박스 디자인 방법을 다룹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틀어 가장 읽어볼 만한 글이기도 합니다. 핵심은 '샌드박스 시나리오에도 숨겨진 구조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흔히들 샌드박스라고 하면 유저의 자유도를 최대한 보장하는 장르라고 생각하는데, 이 때문에 샌드박스에 대한 오해가 생기곤 합니다. 샌드박스에서 유저는 뭐든지 할 수 있고,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매번 즉흥적으로 모든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고요.

 

 하지만 이런 식이면 샌드박스는 그저 배경 설정과 NPC 몇개만 던져놓고 알아서 만들라는 식의 게으른 디자인이 됩니다. 저자는 그런 것은 좋은 디자인이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모든 것을 완전히 창작해야 하면 게임이 아니라 노동이 됩니다.

 

 샌드박스라도 장난감이 되려면 구조가 필요합니다. 저자는 이 구조를 크게 세 가지 타입으로 나눕니다. 흔히들 알고 계신 비선형 구조와, 조금 생소한 용어인 양동이 구조(Bucket Structure), 그리고 유발 구조(Triggered Structure)인데요. 어떻게 분류한 건지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개인적으로 샌드박스의 분류보다는 어떻게 해야 샌드박스의 구조를 잘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후반부 칼럼들이 좋았습니다. (The Set Pieces of a Sandbox) 그게 두 가지 내용을 발췌할 수 있을 것 같아요.

 

 1) 샌드박스는 수습이 잘 안 된다

 

 샌드박스 시나리오의 가장 큰 문제는 수습이 잘 안 된다는 건데, 이걸 해결하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설명하고 있어요. 핵심만 말하자면 처음 시작할 때부터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거나 / 마지막을 정해두고 플레이하라는 겁니다. 마이크로스코프같은 룰에서는 세상의 시작과 끝을 정해두고 플레이하기도 합니다.

 

 2) 샌드박스는 과잉 설정이 붙기 쉽다


 가장 많이 빠지는 함정인 과잉 설정에 대해서도 의식적으로 저항하라고 설명합니다. 플레이어에게 노출되지 않거나, 플레이에 크게 관계가 없을 배경/NPC 설정을 너무 공들여 만드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는 것이지요. NPC들의 행동와 동기는 PC들에 관계될 때만 의미가 있으니까요.

p.201 NPC action and motivation with respect to the heroes are valuable.

 

 3) 샌드박스는 유저를 통제할 수 없다

 

 일단 전제는 '샌드박스라도 통제해야 하는 부분은 통제해야 한다'입니다. 유저들이 특정한 행동을 하게끔 유도하는 듯한 마스터링이나 시나리오를 샌드박스 스타일이 아니라면서 비판하는 의견에 대해서도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는데요. 오히려 좋은 디자인일 수록 플레이어의 행동의 80%는 예측 가능한 것으로 전제하고 만들어진다고 주장합니다.

p.202 Good design always presupposes that players actions in a game are at least 80 percent predictable.

 

 애초에 디자인이라는 건 일종의 가이드니까요. 플레이어를 즐겁게 만드는 것이 우선이지, 자유도 높은 필드를 만드는 게 우선이 아니라는 겁니다. 어떤 디자인을 하든 이 우선순위를 지켜야 할 것입니다.

 

 31. 협력과 디자인

 31. Collaboration and Design | Wolfgang Baur

팀 작업을 할 때는 명확한 타임 라인을 설계하고 열린 마음으로 피드백을 받아들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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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PG를 팀 단위로 작업할 때 필요한 노하우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개인적으로 특기했던 부분만 소개해보겠습니다. 
 
 우선 팀 작업을 할 때에는 명확한 타임 라인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언제까지는 초안을 만들고, 언제까지는 데이터를 만들고, 언제까지는 테스트를 하는 식으로 전체적인 프로젝트 라인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리고 일단 타임 라인이 정해지면 이걸 준수하기 위해 모두 노력해야 한다고 합니다. 미뤄지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을 테니까요. 볼테르의 명언을 하나 인용하는데, 좋은 문장이라 발췌해둡니다.

p.204 The perfect is the enemy of the good.


 그 외에 저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내용은, 개발자로서의 에고를 제어하고 피드백에 열린 마음을 가지라는 것입니다. 좋은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에고는 필요합니다. 그래야 열정을 발휘할 수 있으니까요. 다만 에고에 휘둘리면 아주 쉽게 시야가 좁아집니다.

 

그러니 자신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 부분일 수록 더욱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수정할 각오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것이 프로의 조건이라고도 얘기하네요.)

p.205 My advice is to fight hard for your ideas with the best data you have, the most stirring rhetoric you can muster...


 사람인 이상 자신의 아이디어를 각별하게 여길 수 밖에 없는데, 이 세상에 그보다 좋은 아이디어는 항상 존재한다는 마음 가짐을 갖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야 거침없이 디자인을 수정할 수 있으니까요.

 

 만약 아이디어가 진행이 되지 않는다 싶으면 과감하게 포기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라는 조언이 마음에 닿았습니다. 우리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좋은 아이디어는 그보다 훨씬 더 많으니까요. 필요없다 싶으면 바로 버리고 새로운 것을 주워 담을 용기가 필요합니다.

p. 205 Remember: There are more game design ideas in the world than there are hours in a lifetime to work on them. If one doesn't pan out, abandon it ruthlessly and commit yourself wholeheartedly to the new direction.


 마지막으로 팀 작업은 힘들고 고된 일이지만 그 총합은 단지 팀원 개개인의 작업물을 합친 것 이상의 결과물을 보여줄 것이라고 얘기합니다. 1+1+1=3이 되는 게 아니라, 1+1+1=300이 되는 마법이 팀 작업에는 존재한다는 것이지요.

p.208 When you read the result, you'll see that it is greater than the sum of its creators alone.

 

32. 전개 속도

 32. Pacing | Wolfgang Baur

플레이어는 완전한 플레이를 바라므로, 그 욕망을 이해하면 전개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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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션의 전개 속도를 어떻게 조절할 수 있는가에 대한 장입니다. 위 장과 마찬가지로 무척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야기의 흐름이 정해져 있는 여타 매체와 달리, RPG는 인위적으로 전개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쉽지 않아요. 기술적인 부분만큼이나 마스터링의 경험치가 필요하기도 하죠. 

 다양한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플레이어의 전개 속도를 어떻게 조절할 것이냐에 관한 칼럼이었어요. 마스터가 빨리 진행을 시키고 싶어도 플레이어가 망설인다면 세션은 길어질 수 밖에 없어요. 이것을 해소하기 위해 플레이어가 가진 두 가지 니즈를 알아야 합니다. 바로 두려움과 욕망입니다.

 

두려움은 '중요한 것을 얻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불안감이고

 (p.215 Player often drag the game out for fear of missing something)

 

욕망은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모두 얻고 가고 싶은' 욕망입니다.

 (p.215 Sometimes players just feel that they need every advantage)

 

 즉, 플레이어는 기본적으로 완전한 플레이에 대한 욕망이 있는 존재입니다. 이 점을 이해하면 전개 속도를 조절하기 위한 많은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크게 3가지 방법을 얘기합니다.

 

 1) 스토리 요약 (Narrative Summaries)

 

 중요하지 않은 부분은 스토리를 요약하여 전달하는 것입니다. 세션의 전개에 불필요한 부분을 효과적으로 누락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사실 플레이어에 따라서 좀 더 깊게 플레이하고 싶은 장면과 그렇지 않은 장면이 존재할 것이기 때문에 플레이어의 의도를 잘 파악해야 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걱정이 된다면 요약하기 전에 미리 플레이어에게 이 장면은 스킵하려고 하는데, 혹시 그 과정에서 표현하고 싶은 부분이 있는가 물어보는 것도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2) 안심 시키기 (Ressuarance)


 플레이어가 다음 장면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이 장면에서는 더 이상 확인할 것이 없음을 알리고 유도하는 것입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좀 고민이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한창 열을 올리고 있는 플레이어에게 여기선 더 이상 할 수 있는게 없다고 말하려다 보면, 가끔 찬물을 뿌리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이 책에서는 이것을 부정적인 정보로 막아서기 보다 '다음 장면으로 자연스럽게 안내하라'(p.215 Gently push the group to move along if they stall for too long.)고 설명합니다. 가장 쉬운 예시로는 '시간이 흐르고 있습니다. 곧 폭탄이 터질 것 같습니다' 같은 형식이 되겠죠. 

 

 이것과 관련해서는 보다 많은 예시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정적인 표현이 아닌 긍정적인 표현으로 플레이어를 유도하는 방법에 대해서요. 

 

 3) 플롯 발전시키기(Advance the plot)

 플레이어들이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도록 만드는 방법입니다. 
 메인 이벤트의 내용을 여러 단계의 퀘스트로 쪼개 하나하나 클리어하면서 직접 진행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도시가 포위 당했을 때, 포위한 적을 감시하거니 기습하는 업무, 또는 공중으로 주요한 물자를 공급하는 업무, 도둑 길드가 상인들의 음식을 훔쳐가지 못하도록 지키는 업무로 나눠서 각각의 퀘스트를 해결하게 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모든 퀘스트를 클리어하면 메인 이벤트가 진행되는 것입니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퀘스트의 진행도가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플레이어도 불안감 없이 퀘스트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필요한 내용에만 집중하게 만드는 효과도 있죠. 


 이것 외에도 시작하자마자 전투를 시작하라든가, 시나리오가 끝날 때 클리프행어(결정적인 순간에 끝내는 스토리텔링 기법)을 넣으라든가, 마지막 전투에 심혈을 기울이라든가 다양한 조언이 있습니다만 따로 발췌하진 않았으니 궁금한 분들은 직접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33. 플레이 테스트 하기

 33. Playtesting | Wolfgang Baur

문제가 되는 부분은 일단 적어두고 진행하며, 플레이 과정을 적어줄 노트 키퍼, 외부탁 플레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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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레이 테스트를 하는 방법에 대한 글입니다. 실용적인 조언이 많았던 파트라 좋았습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세 부분을 발췌해볼게요. 

 

 1) 문제가 되는 부분은 일단 적어두고 계속 진행하라

 

 문제가 되는 것을 고치면서 진행하면 플레이 테스트 속도가 더뎌집니다. 게다가 플레이 과정에서 발견하는 오류는 지엽적인 것이 많습니다. 일단 전체적으로 플레이를 한 뒤, 문제가 되는 부분을 다시 발췌하는 과정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2) 플레이 테스트 과정을 적어줄 노트 키퍼가 있으면 좋다

 여기서 저자가 말하는 노트 키퍼는 꽤 빡센 개념입니다. 전투의 라운드 흐름은 물론이거니와 스토리 전개 과정의 단서와 변곡점까지 모두 철저하게 기록해줄 사람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내용을 기록해두면 향후 수정할 부분을 찾기에도 쉽겠죠. 만약 팀으로 뭔가를 만들고 있다면 한두명 정도는 이런 역할을 맡아서 해주는 것이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마스터는 세션을 진행하기에 바쁘니, 마스터가 직접 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하네요.

 

 3) 모르는 사람과 플레이 테스트를 해보라

 아무래도 익숙한 사람들과 테스트를 하면 생략되는 부분이 생기게 됩니다. 서로 암묵적으로 동의해둔 부분들은 구태여 짚고 넘어가지 않기 때문에, 테스트 과정에서 놓칠 가능성이 있죠. 뭣보다 저자는 외부탁을 통해 객관적인 평가를 들을 수 있다고 합니다.

p.220 they'll give you a less-diplomatic opinion on what they liked and disliked than your friends and regular gamers will.


 모르는 사람과 플레이를 하는 게 쉽지 않다면, 컨벤션을 활용해보라는 조언도 덧붙입니다. 여러 사람이 모이는 장소이니만큼 이상한 사람과 만나도 컨트롤할 수 있는 방법이 많으니까요. 코로나 이후로 행사가 많이 줄었는데, 다시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 티알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34. 편집의 역할

 34. The Role of Editing | Ray Vallese

RPG에서 편집의 주된 역할은 고유 명사 기호를 얼마나 일관성있게 제대로 쓰고 있는지 체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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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PG를 만드는 데 있어서 편집의 역할은 무엇이고 편집자와 어떻게 소통하는지에 대한 장입니다. 일반적인 서적과 다른 점은, RPG 책자에서는 룰에서 사용하는 표현을 얼마나 일관성있게 사용하고 있는지를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 룰에서만 사용하는 고유한 용어들, 예를 들면 덥크의 침식률이라든가, 마기로기의 앵커처럼 룰마다 사용되는 고유한 용어들이 맥락에 맞게 잘 쓰였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는 것이지요.

 

 이런 내용적인 부분 외에도 형식적인 체크도 매우 중요한데, 스킬을 표기할 때는 <>를 사용하고, 대상을 표현할 때는 []를 사용한다든가 하는 식의 기호도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지 체크하는 것이 RPG 책자 편집자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고 합니다. 그러니 편집자에게 편집을 맡길 때에는, 이런 용어와 기호에 관한 가이드를 잘 정리해서 전달할 필요가 있겠죠.

 전문적인 편집자를 따로 구할 수 없는 인디 제작자들을 위한 조언도 있는데, 함께 책자를 제작 중인 라이팅 그룹이나 친구들에게 부탁을 하거나, 서로 편집을 교환하는 모임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런 활동을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지막으로 편집자는 제작자가 아닌 독자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기에, 그들의 조언을 잘 받아들이면 제작물의 퀄리티가 올라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라고 합니다. 편집자는 적이 아니라 사선을 지키는 동료인 것이지요.

p.225 Treat your editor as a collaborator, not an adversary or a meddler, and your project will be the better for it.

 

 35. 전제, 전제 : 설명의 예술

 35. Promises, Promises : The Art of the Pitch | Wolfgang Baur

룰을 설명할 때는 플레이어가 게임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전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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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itch를 설명이라고 번역하긴 했는데, 룰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문구같은 느낌입니다. 마기로기라면 '마법사들이 인간들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같은 식이 되겠네요. 실제로 한 문장으로 명료하게 요약이 되는 룰은 잘 된 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작가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 독자가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를 명확히 정하고 이 두 가지를 조율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거절과 비판을 받게 되는데, 이것들을 유연하게 견뎌내기 위해서는 생계를 이 작업에 올인하는 프리랜서가 되어선 안 된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그런 상황이 되면 평가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게 되니까요.

 그렇다면 잘 만든 피치 문구의 조건은 무엇일까요? 저자는 PC가 이 게임에서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어필해야 한다고 합니다. 작업을 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배경 설정이나 캐릭터 설정에 꽂히곤 하는데, 그보다는 PL이 무엇을 경험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p.229 I think a large part of it for adventure design is explaining what the PCs do in the adventure.


 마지막으로 저자는 누군가의 취향에 맞춰 피치를 쓰기보다,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쓰라고 합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독자와 대중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설득하는 과정은 필요하지만, 기저에는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쓰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작가조차 사랑하지 않는 것을 독자가 사랑할 리는 없으니까요.

p.231 Sure, make enough to pay the rent, but write for love as often as you can.

 

 

36. 실패와 회복

 36. Failure and Recovery | Wolfgang Baur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으면 가능한 한 빨리, 많이 실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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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작자로서 실패를 어떻게 다룰 것이냐를 다루는 장입니다. 특별한 내용은 없지만 중요한 내용이에요.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으면 가능한 한 빨리, 많이 실패하라는 것입니다. 제작자에게 실패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훌륭한 자원이라는 것이지요. 짧은 분량에 짧은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37. 왜 작가들은 돈을 받는가

 37. Why Writers Get Paid | Wolfgang Baur

작가의 일은 자아에 짓눌리면서도 작품을 완성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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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로서 돈을 벌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하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짧지만 상당히 의미심장하고 좋은 글이었어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신의 부족함을 직면하면서도 작품을 끝까지 완성시키는 것'입니다.

 

 작가 생활은 험난합니다. 처음에 시나리오를 만들거나 소재를 모을 때에는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들지만, 막상 작업하다 보면 이렇게 별로일 수가 없습니다. 바로 이 상태를 견뎌내는 것이 작가의 기량이라는 것이죠.

 아무리 아이디어가 풍부해도 작품을 끝까지 완성하지 못한다면 작가로서 돈을 받기는 어려운 것입니다. 반면, 어떻게든 작품을 완성할 수 있다면 그 작품은 충분한 가치를 갖게 되는 것이고요. 부족한 자신이 경멸스럽겠지만 어쨌든 일단 완성해봅시다. 거기서부터 시작이니까요.

 

 38. 재능은 당신을 구해주지 않는다

 38. Talent won't save you | Wolfgang Baur

재능보다 중요한 것은 시간 엄수다. 자신의 능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작업 시간을 배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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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랜서로서 꼭 갖춰야 하는 능력인 '시간 엄수'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장입니다.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다고 해도, 시간을 엄수하지 못하는 순간 평판은 진흙탕으로 떨어진다는 것이죠.

 시간 엄수를 위해서는 우선 자신이 작업에 할당할 수 있는 시간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업무의 난도를 확인하여 적절하게 배분해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말이 쉽지 정말 어려운 일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시간을 엄수하는 것만으로도 프리랜서 시장에서 살아남는다고 할 정도로 시간을 제때 엄수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더라고요. 

 결과적으로 시간 엄수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의 능력을 과대/과소평가하지 않고 정확하게 파악한다'인데, 이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요.

 

 개인적으로 프로의 세계에서는 과대평가할 바에는 과소평가하는 게 낫다고 봅니다. 특히나 타임 라인에 대해서는 스스로를 과소평가할 수록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것 같더라고요. 

 

 39. 출판을 위한 마법 탄환

 39. The Magic Bullet For Publication | Wolfgang Baur

상업 출판을 바란다면 시장을 조사하면서 지속적으로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 PDF 시장을 적극 활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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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은 꽤 혹하지만 실제 내용은 상업 출판을 위해 필요한 조건에 관한 보편적인 내용입니다. 저자는 프로 작가가 되기 위한 방법(=마법 탄환)으로 세 가지를 얘기합니다. 체계적 준비(organization)과 지속성(persistence), 그리고 잊기(forget it and move on to the next one)입니다.

 

 1) 체계적 준비 (organization)


 체계적 준비란, 작품 준비가 아닌 시장 조사를 의미합니다. 개인적으로 바라는 시장은 무엇인지, 디자이너로서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시장이 가장 수익성이 좋은지 이 세 가지를 조사해서 교차점에 있는 시장을 찾는 것이죠.

 

 이때 중요한 건 하나의 시장만 찾는 게 아니라 여러 개의 시장을 찾아둔 뒤, 우선 순위를 매겨 여러 개의 시장에 도전할 수 있도록 해두는 것입니다.

 

 사실 이 시장이라는 개념이 좀 애매했는데, 아직 한국에서는 TRPG가 장르별로 활성화되어 있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현재 한국에서 이 예시는 웹소설 시장에 더 가깝지 않나 싶습니다.

 

 아무튼, 상업적 성공을 목표로 한다면 시장을 파악해두는 건 기본일 테니까요. 염두에 두면 좋을 조언이라고 생각합니다.

 

 2) 지속성 (persistence)


 지속성이란, 위에서 얘기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개념입니다. 여러 개의 시장을 염두에 두고 포기하지 않고 계속 작품을 마들어서 내놓는 것이지요.

 

 3) 잊기 (forget it and move on to the next one)

 

 이 지속적인 작업을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잊기입니다. 지난 작품에 천착하지 않고, 일단 내놓은 작품은 깨끗하게 잊고 다음 작품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얘기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노력이 소용이 없을 때, 하지만 출판이 하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하느냐는 조언에 대해서는 PDF 마켓을 적극 활용하라고 얘기합니다. TRPG는 전자 서적이 활발한 만큼 PDF 시장에 특화된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이점을 이용해 한국에도 좀 더 많은 룰북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40. 창조적 매니아와 디자인의 절망

 40. Creative Mania and Design Despair

작품의 완성은 작가가 펜을 내려놓을 때가 아니라 독자가 읽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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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조적인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단계적으로 겪게되는 어려움과 그 결과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는 장입니다. 몇 가지 재미있는 내용이 있어 발췌해보았습니다.

 우선 창조적인 과정은 크게 3가지 페이즈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아이디어가 불타오르는 드래프트 시기, 두 번째는 마구잡이로 꺼냈던 아이디어와 부딪치는 시기, 세 번째는 작업물의 완성을 위해 불필요한 것을 포기하는 시기입니다.

 불타는 시기에 대해서 저자는 이 시기를 최대한 즐기고 열심히 일하라고 합니다. 이때만큼 아이디어가 폭포처럼 쏟아지고 즐겁게 작업할 수 있는 때가 없기 때문이죠. 개인적으로 작업할 때는 처음부터 끝까지 밋밋하나 일관성 있는 패턴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굉장히 신선한 자극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저자가 말하는 열심히는 그냥 즐겁게 하는 정도가 아니라 번아웃이 올 정도로 크레이지한 수준이거든요.

p.248 Work late, get up earlier, burn lunch hours, unplug your cable, and stop wasting time on Xbox and Facebook.


 고통의 시기부터는 이런 즐거움이 모조리 사라집니다. 고통의 시기가 힘든 이유는 이때부터 평가(evaluating)이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시기를 집요하게, 그리고 끝까지 견뎌내야만 작품이 완성됩니다. 이 시기를 잘 견디려면 (그리고 사실상 필수적으로) 디자인의 상태를 점토처럼 유연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합니다. 처음에 좋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필요없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죠. 너무 확고한 취향과 방향성은 이 시기에는 고통의 씨앗이 됩니다.

 포기의 시기는 제가 직접 붙인 이름인데, 원고는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포기되는 것이라는 문장이 너무나 인상적이었기 때문입니다. (p.250 This is when I recall that someone said that manuscripts aren't finished but adandoned.) 유명 팝가수 칸예 웨스트도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이 세상 그 누구도 타협을 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고요.

 

 물론 타협할 것을 사전에 염두에 두고 작업해선 안 되겠습니다. 작품이 알아서 떨어져나가는 순간이 있거든요. 그때를 기다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모든 창작자의 결말은 비참한 포기인가? 저자의 마지막 칼럼인 Turnover와 Acceptance를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자는 작품을 사람들에게 넘기기로 결정했을 때, 즉 포기했을 때 핵심적인 아이디어와 전체상이 보일 때가 많았다고 얘기합니다.

 

p.251 Oddly enough, turning over a manuscript to others always leaves me with a case of creative desgin.

 

 작품을 포기한다고 생각하는 그때, 내 안에서 작품을 완벽하게 마무리하는 것을 포기하고 사람들과 공유하는 그때 비로소 작품이 완성되는 것이지요. 사람들과 함께 소통하는 과정에서 완성되는 TRPG 세션처럼, 작품도 다른 사람에게 전달될 때 비로소 생명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이 글만으로도 이 책을 완독한 보람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책을 구매하신 분들은 이 파트만은 꼭 완독해보시길 추천드려요. 

 

 

 설마하니 모든 항목을 다 읽어주시는 분은 없으시겠죠...? 있으시다면 감사합니다; 없으셔도 감사합니다. 읽어도 안 읽어도 되는 리뷰를 쓰는 게 목표였기 때문에 어느 쪽이든 만족합니다:)

 

 그간 후기 위주로 글을 써왔고, 가뭄에 콩나듯 룰북 리뷰를 쓰곤 했는데, 그보다 더(..) 비참한 빈도가 되겠지만 종종 이런 글도 올려보고 싶습니다. 

 

 방법론에 관한 글이긴 하지만, RPG는 이론보다도 실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와 함께 다양한 갓탁/망탁을 누려주신 분들이 계셨기에 이런 글도 쓸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온갖진창인 탁을 즐기며 얻은 인사이트를 나누고 싶습니다. 글이 도움이 되셨길 바라요:) 

 

 무엇보다도 룰을 제작하고 싶은 분들께 이 글을 바칩니다. 한국에서 좀 더 많은 룰이 태어나길 바라며 씨앗을 심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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