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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후기/네크로니카

시체 공장

by 에이밍 2018. 2. 3.

 

날짜 2018. 02. 03. 土
NC 녹차파우더님 (@melisi012) -
PL 에이미 (@ehrtlr) 미티아
PL 아본 (@eggpowder_abon) 루미아
PL 루루팡 (@wishpotion) 티티

 

 아빠, 이것 좀 봐! 내 팔이 기계로 변했어! 어라, 다리에도 칼 같은 게 붙어 있네? 와아, 신난다! 이걸로 저번에 내 머리를 잡아당긴 XXX랑 XXXX를 걷어차 줘야지! 응? 하지 말라고? 하지만 걔네가 아빠가 준 소중한 봉제 인형을 못생겼다고 쓰레기통에 집어 던졌단 말이야... 용서 못해. 죽여버릴 거야! 어? 아빠, 어디가? 응? 아빠! 아빠...!

 ...여긴 어디야?

 

 

 박수 치고 시작하시죠. 짝짝. 제가 드디어 네크로니카를 했습니다! 사실상 플레이어를 모으는 건 무리라고 생각했던 네크로니카를 으으ㅠㅠㅠㅠㅠㅠ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마스터링을 열어 주신 녹차파우더님과 함께 해주신 플레이어분들께 감사 인사를 올립니다ㅠㅠㅠㅠㅠ 저 드디어 네크로니카 했어요! 나도 네크로니카 해본 뇌야! (오열

 

 아실 분은 아실 룰이라고 생각하지만, 네크로니카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에서 갑자기 눈을 뜬 소녀들, 정확히 말하자면 언데드 상태가 된 소녀들이 자신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파편의 흔적을 찾아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화자가 어린 아이들로 제한되는 것만으로도 꽤 진입 장벽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심지어 몸은 언데드 상태라 기계나 괴육질, 피막(..) 같은 것으로 구성되어 있는 상태라 매니악한 와중에도 굉-장히 매니악한 컨셉의 룰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매니악한 컨셉 때문에 묻힐 룰은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오늘 세션을 하면서 확신했습니다 ㅠㅠㅠ 정말 컨셉만 아니었으면 훨씬 흥했을 룰이에요!

 

 일단 저도 고어 취향은 아닙니다.  화자가 어린 소녀들이라는 것과, 그 소녀들이 각자 기억의 파편을 가지고 있고, 서로에게 연심이나 질투를 비롯한 다양한 감정을 품으며 황무지가 된 세계를 돌아다닌다는 쪽에 오히려 꽂혀 있었죠! 그래서 사실 처음 룰을 접할 때도 그런 서사적인 부분에 더 큰 흥미를 느끼고 진행했는데 왠걸... 이거 전투가 정말 재밌습니다ㅋㅋㅋㅋ 컨셉이 강해서 묻혔는데 잘 만든 전투 룰이에요!

 

 포지션과 클래스마다 컨셉이 명확하고, 이 조합에 따라 스킬의 작동 방식도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클래스마다 다른 느낌의 전투를 체감할 수 있고, 턴과 행동 포인트를 하나로 취급해서 행동한 만큼 턴이 밀리는 구조라 계산을 두번 세번 할 필요 없이 어떤 행동을 할지 결정하면 행동 순서도 함께 조정이 되는 부분이 직관적으로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파괴되는 부위도 어렵게 계산할 필요 없이 주사위 눈에 따라서 결정되는게 인상적이었고 심지어 이 룰을 반영한 네크로니카 전용 주사위까지 나왔었다니 으어어 ㅠ ㅠ ㅠ 녹차님이 보여주신 주사위샷 보고 잠시 정신을 놓았고요 으어어ㅠㅠㅠㅠㅠㅠㅠㅠ 너무 갖고 싶습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한마디로 말하자면, 전투 룰이 굉장히 직관적입니다. 그렇다고 쉽고 단순하다는 건 아니예요. 재미에 필요한 만큼의 복잡성은 가져가되, 그걸 플레이어가 손쉽게 다룰 수 있도록 인터페이스적으로 신경을 썼다고 할 만한 룰이었어요. 보통 TRPG에서 '위치' 개념이 전투에 포함되면 계산이 복잡해지거나 어려워져서 흥미를 잃기가 쉬운데, 이 게임은 위치도 딱 5개의 층위만을 구분해서 사용하고 사정거리 개념만 적용해서 전투 자체는 어렵지 않은데 위치에 따른 전략을 생각하게 만들더라고요. 일단 전투 씬에서 무척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ㅠㅠ

 

 사실 오늘은 첫 플레이이고 전투가 이렇게 재미있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해서 조합에 큰 신경을 못 썼는데, 고민을 많이 하신 루루팡님이나 아본님은 전투에서 정말 매번 죽창을 날리며 호쾌한 플레이를 선보이셨고 덕분에 전투도 술술 진행됐습니다ㅎㅎ 저도 제2화(!) 세션에서는 좀 더 스킬 트리를 신경써서 찍어보고 싶고, 약간 머리를 굴리면 진짜 천하 무쌍 조합도 나올 것 같은 스킬 트리라서 그렇게 해보려고(??) 합니닼ㅋㅋㅋㅋㅋㅋ

 

 첫 꼭지를 전투에 대한 이야기로 풀었는데... 그만큼 직관적이고 재미난 전투 룰이고, 이것 때문에라도 네크로니카가 흥하지 못한 게 많이 아쉬웠어요ㅠㅁㅠㅠㅠㅠ 아니 이렇게 재밌는데... 컨셉만 바꿔서 어떻게 내주면 안되겠나? ㅠㅠ 싶기도 했고요ㅠㅠㅠㅠ 게다가 전투 동안 진짜 웃기고 어이없는 상황이 연달아 벌어져섴ㅋㅋㅋㅋㅋㅋㅋㅋ 더욱 인상에 남았던 것 같습니다.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적들의 자멸과 루루팡님의 크리티컬ㅋㅋㅋㅋㅋㅋㅋ) 1세션에 전투가 1회뿐이던데 2회는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ㅎㅎㅎㅎㅎ (욕심

 

 자, 그렇다고 전투 빼면 꽝인 그런 룰은 절대 아니고요. 오히려 처음에 캐메하면서 기억의 조각이나 미련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굉장히 취향 저격인 내용이 많이 나와 두근두근 했습니다. 특히 기억의 조각은 이 게임의 백미가 아닐까 싶은데, 녹차파우더님이 서플까지 포함해서 거진 300개(!)의 기억의 조각을 가져와 주셔서 거기서 굴려서 나온 기억의 조각을 읽는 재미와 설정하는 재미가 넘넘 좋았습니다 ㅠ0ㅠㅠㅠ 아니 어떻게 이렇게 하나같이 다 앵슷하고 비극적이고 서사적인지... 저도 글 쓰다가 막히면 이 기억의 조각들을 보면서 영감을 받아야겠다 싶을 정도로(???) 기억의 조각들 내용이 넘 마음에 들었습니다ㅠㅠㅠ

 

 이번 세션에서 저는 아버지의 마음과 문 저편으로 시작을 했는데, 제가 별다른 설정을 하지 않아도 이 두 가지만으로도 충분히 앵슷비극절망 서사가 마구 생성되고요;;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비극 생성 장치(?) 아닙니까?! (똑바로 서라 마기로기) 덕분에 캐메에 머리를 엄청 쓰지 않아도 알아서 깊이 있는 캐릭터가 완성되는 구도에 감탄했습니다 ㅠ0ㅠ 이번 세션에선 상대적으로 전투 쪽에 무게가 실리긴 했는데, 사실 이런 기억의 조각 시스템이나 미련 같은 구성 때문에 서사적인 구성도 얼마든지 가능하겠다 싶었고 짬이 좀 더 쌓이면 파괴앵슷한 시날도 써보고 싶다고 느꼈습니다. (한 30세션 쯤? ^ㅅ^)

 

 미련도 뺴놓을 수 없는 요소인데!ㅋㅋ 중간에 감정을 맺거나 사전에 알피적으로만 규정하고 들어가는 기존 모기국 룰과 달리 (많이 해본 게 모기국이라 이쪽이랑 비교해봅니다8ㅅ8) 처음부터 서로의 관계를 규정하고 들어가는 시스템입니다. 저는 티티(루루팡님)에 대해선 대항의 감정을, 루미아(아본님)에 대해선 우정의 감정을 가지고 시작했고 마지막까지 유지되었네요ㅎㅎㅎ 이 미련 시스템이 중간에 바뀌는 시나리오도 있던데 대항하다가 갑자기 연심을 품게 된다든가, 우정이었는데 독점의 관계로 간다든가 여러가지 감정적 낙차를 볼 수 있는 상황이 많을 것 같아 너무 두근두근하고요;;; 너무 그런 상황 만들어 보고 싶다;;; 땀난다;;; 이 모드로 계속 진행했습니다. 흑흑ㅠㅠㅠ

 

 말하자면 기억의 조각은 개인 서사, 미련은 플레이어 간의 서사를 마련하기 위한 장치인데 의외로 이 두가지를 다 가져가는 게 어렵지 않습니까?ㅅ? 네크로니카는 간단한 시스템으로 그걸 해버린 것이지요... 그러기 위한 300개의 항목이 있긴 했습니다만ㅠㅠㅠ (다시 한 번 번역 공유해주신 촉수여신님과 가져와 주신 녹차파우더님께 감사ㅠㅠㅠㅠㅠ) 개인의 서사와 플레이어 간의 서사를 함께 가져가는 이 시스템은, 언젠가 다른 룰이나 시나리오에서 꼭 써보고 싶다고 느꼈습니다! 이 부분은 정말 메이킹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웠어요ㅠㅠㅠㅠㅠㅠ 흑흑ㅠㅠ

 

 그럼 우리 세션 얘기로 들어가 볼까요ㅎㅎ

 

 오늘 녹차파우더님이 가져와주신 시나리오는 1권에 수록된 '시체 공장'이라는 시나리오였습니다. 시나리오 자체는 짧고 간단한 편이었는데, 길지 않은 분량으로 이 게임의 세계관을 설명하면서도 앞으로의 세션을 위한 도입부를 확실하게 다져주는 좋은 입문용 시나리오였고, 진짜 세션 내내 너무 너무 웃기고 즐거웠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 일단 50%는 다이스 갓이 선사하신 장면이긴 했는데 그 와중에도 여러 드립이 터지면서 유쾌하고 후와후와한 느낌으로 즐길 수 있었습니다ㅎ (네크로니카:??)

 

 그렇게 메타적으로는 유쾌한 분위기이긴 했지만 공장의 상황에 대한 묘사라든가, 바깥 세상에 대한 묘사는 크툴루로 내공을 다져 오신 녹차파우더님의 묘사력을 또 한 번 느낄 수 있었고(..) 개인적으로 그 방(!)에 들어간 후의 묘사가 리얼하고 구체적이라 몰입도가 확 높아져서 좋았습니다..! 게다가 거기서 찾아낸 그 물건이, 마침 제 기억의 조각과도 잘 연결이 되어서 개인적으로 서사적인 깊이가 훅 생기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뭔가 이런 느낌으로 기억을 찾아가는 시나리오가 되면 되게 짠하고 앵슷할 것 같아 ㅠㅠㅠㅠㅠ 약간 그 맛을 미리 본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이번엔 첫 네크로니카 세션인 만큼, 향년과 같은 나이의 아이인 것으로 설정하고 진행했는데, 이게 아이들이 주연인데다 + 첫 세션이다보니 철없는 말을 하면서 소풍 다니는 느낌으로(?) 진행이 되었고, 이 분위기가 마지막까지 유지돼서 엔딩 씬에서도 뭔가 절망적인 분위기가 아니라 희망찬(?!) 느낌으로 끝나서 나름 묘한 테이스트가 있더라고요. 끝나고 나니 뭔가... '얘들아, 너네 그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ㅠㅠ' 같은 기분으로 아슬아슬하게 떠나는 세 자매의 뒤를 쳐다보게 되는... 흡... 그래도 꼬맹이 알피 실컷 해서 재미있었고, 루루팡님과 아본님의 꼬맹이 알피 실컷 봐서 즐거웠습니다ㅠㅠㅠ (루미아 귀여워... 티티 괴롭히고 싶어... 핰...(?))

 

 아무튼 성공적인 제1화의 시작이었던 것 같고 저희는 남은 300개의 기억의 조각을 모두 찾을 때까지 세션을 할 것이기에(??) 남은 50 세션을 기약하며 세션을 마무리하기로 했습니다 ^ ^ 현실의 결론조차 만족스러웠다!^^ 정말로 이 세 자매들이라면 앞으로 어떤 위기가 와도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 같고 제2화도 빨리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_<

 

 우선 오늘 마스터링 해주신 녹차파우더님! 진짜 전... 네크로니카는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열어주셔서 너무 기뻤고ㅠㅠㅠㅠㅠㅠㅠ 참가할 수 있어서 넘나 영광이었습니다 ㅠㅁㅠㅠㅠㅠㅠ 번역도 넘 깔끔한데, 심지어 순서 배치도 잘 되어 있어서 그냥 순차적으로 읽으면서 캐메할 수 있었던 거 넘 감동인 부분이었고 뭣보다 시트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니 진짜 그 로고는 대체...??? 싶은 퀄리티였고 그걸 본 순간 네크로니카가 정발되는 듯한 꿈을 꾸는 기분이었어요ㅠㅠㅠㅠㅠㅠㅠ 슈발 역시 편집 프로가 하면 다르다... 정말 시트부터 번역(촉수여신님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 시나리오 준비까지 하나하나 정성이 들어가지 않은 부분이 없어서 플레이어로서도 맛있는 양찬을 대접 받은 기분이었고 세션 내내 넘나 즐거웠습니다ㅠㅠㅠ 2회차도 기회되면 잘 부탁드리고...! 저도 기회되면 꼭 마스터링으로 보답해드리겠습니다! 탐공사도 잘 부탁드려요! ㅎㅎ

 

 그리고 제가 인정하는 룰 천재 루루팡님... 후, 루루팡님은 진짜 천재야... 아니 어떻게 오늘 저랑 똑같이 룰을 처음 접하셨는데 그렇게 뼛속까지 이해하실 수 있죠? ㅠㅠㅠㅠㅠㅠ 시험 출제자의 의도를 정확하게 알고 푸는 수능 만점자 같은 느낌이고 볼 때마다 늘 경이로워요... 흑... 제가 늘 하는 말이지만 신룰 개척할 땐 꼭 루루팡님을 부를 것이다... 루루팡님의 룰 이해도와 파악력을 믿기 때문이다... 라고 하는데 루루팡님은 그냥 즐기면서 하시는 것 같지만 제가 보기엔 넘 대단하시고 ㅠㅇㅠㅠ 전투나 추리나 늘 빈틈이 없으셔서 늘 든든하게 믿고 따라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고 혹시 다음에도 티티를 데려오시게 되면 그땐 좀 더 질척거리는 사이가(?!) 되어보아요! >< 

 

 흑흑 마지막으로 오늘의 히로인(?)인 루미아를 맡아주신 아본님... 루미아 너무 귀여운 거 아닌가요...ㅠ 토끼 귀가 아니라 당나귀 귀라니! 이것은 동방을 오래 파본 사람의 내공이야(?!) 라고 생각하면서 지켜봤는데 일본도 들고 싸우는 것도 귀엽고 심지어 몸에서 칼 꺼내는 것도 귀엽고 큭... 너무 귀여워서 귀를 뽑아버린 것이니 용서해주세요(?)ㅠㅇㅠㅠㅠ 아니 근데 정말 귀 뽑기가 무섭게 펌블이 1, 1 뜨실 줄 몰랐고ㅠㅠ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매번 생각하지만 아본님이 1을 뽑은 타이밍은 늘 놀랍도록 드라마틱한지라... 진정한 의미로 다이스 갓의 사랑을 받으시는 게 아닐까 싶어요(?) 우왕 아무튼 네크로니카 함께 해서 즐거웠고 너무 재미있었습니다ㅠㅠ! 혹시 룰북 구할 루트 발견하게 되면 아본님께도 꼭 공유를 ㅠㅠㅠㅠ (호더호더해...)

 

 마지막으로 깔끔한 번역 아낌 없이 공유해주신 촉수여신님께도 감사 인사를 올립니다! 덕분에 제가 네크로니카를 다 해봤고 룰적으로 넘 만족한 룰이라 즐거웠습니다! 제2화에서도 모두 앵슷하고 귀엽고 파괴적인 이야기 만들어 보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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