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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북 리뷰

톱니바퀴 탑의 탐공사 (歯車の塔の探空士)

by 에이밍 2021. 6. 15.

증기와 모험의 비공정 TRPG

톱니바퀴 탑의 탐공사

歯車の塔の探空士



언어 : 일본어/한국어(동인판)

저자 : 中西詠介 (@LORD_PHANTASM)

출판사 : 모험기획국 (www.bouken.jp/)

정발 : 팀 푸른꽃(동인판) (twitter.com/Team_BlueFlower)


 

 <톱니바퀴 탑의 탐공사>는 비공정을 타고 모험을 즐기는 TRPG입니다. 스팀펑크를 사랑하는 분이라면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룰이죠. 원래 동인 작품이었는데 올해 1분기에 모험기획국을 통해 상업판으로 다시 발매되었습니다. 아쉽게도 한국에는 동인판밖에 발매되지 않아 상업판은 원서로만 즐길 수 있는 상황입니다만, 혹시라도 정발이 될지 모르니(!) 그날을 기대하며 간단하게 리뷰를 써보고자 합니다.

 이 리뷰에서는 <톱니바퀴 탑의 탐공사>의 세계관과 코어 시스템에 대해 간단히 소개한 뒤, 동인판과 상업판의 차이를 짚어보고, 룰에 대한 개인적인 소견을 밝힙니다.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세계관 소개
  1.1. 배경 소개  

  1.2. 캐릭터 소개

 2. 시스템 소개

     2.1. 코어 시스템

     2.2. 게임 진행

        2.2.1. 플라이트 페이즈

        2.2.2. 퀘스트 페이즈

 3. 동인판과 상업판의 차이

     3.1. 판정법

     3.2. 플라이트 페이즈 : 이벤트

     3.3. 퀘스트 페이즈 : 거리

     3.4. 성장 룰

 4. 매력적인 점

 5. 아쉬운 점

 

 룰에 관심이 있지만 세션에 참가할 기회가 없어 무슨 룰인지 감이 잘 안 오셨던 분들, 새로 나온 상업판의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 룰이 취향에 맞을지 궁금한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세계관 소개


 <톱니바퀴 탑의 탐공사> (이하 탐공사)는 대지가 붕괴한 세계를 배경으로 비공정을 조종하는 탐공사가 되어 모험을 즐기는 TRPG입니다. 긴말 할 것 없이 이미지 한 장 보고 가시죠.


 톱니바퀴로 이루어진 저 탑은 뭘까요?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는 구식 형태의 비행기는? 들뜬 얼굴로 이쪽을 보고 있는 모험가는요? 이 이미지를 매력적으로 느끼셨다면 <탐공사>도 즐겁게 플레이하실 수 있을 거예요. <탐공사>는 이 일러스트에 나와 있는 모든 요소를 꽉꽉 눌러 담은 룰이거든요. 궁금하실 분들을 위해 바로 <탐공사>의 배경을 설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배경 소개

 


이야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이곳저곳에 세워졌던 높은 탑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이 탑의 등장으로 세계는 멸망의 위기에 처합니다.
대체 이 탑이 무엇이기에...?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지구였을 수도 있고요. 다른 행성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그곳엔 우리와 같은 모습을 한 인류가 살고 있었습니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이들은 '마법'을 쓸 수 있었다는 겁니다.
마법 덕분에 이들은 어마어마한 기술적 성장을 이루게 됩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그들이 너무 오만해졌다는 겁니다.
자신들을 신이라 믿고 이 별을 마구잡이로 개발할 정도로요.

인류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지상 이곳저곳에 마구잡이로 탑을 쌓아 올렸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별은 점점 더 황폐해졌을 겁니다.
지구가 그러하듯이요.

그리고 인류의 오만함에 '별'은 분노했습니다.
그리하여 이 별의 최대 비극인 '대붕괴'가 벌어집니다.

 


인류에게 분노한 별은 스스로 죽음을 맞이하기로 결의합니다.

그리고 인류의 발을 지탱하고 있던 '대지'가 파괴되기 시작합니다.
지상이 산산조각이 나자 인류는 즉시 살길을 찾아 하늘 위로 올라갑니다.


그리하여 지상과 하늘은 두터운 구름바다로 갈라지게 되고
인류는 구름 위에서 척박한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탐공사들이 살아가는 곳이 바로 이곳입니다.


 앞서 보여드린 이미지에서 지상이 보이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지상이 없거든요. 정확히 말하자면 현재 지상이 어떤 상태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탑이 서 있는 걸 보면 지상에 밑동이 남아있는 게 분명한데 말이죠... 아, 무슨 말인지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일러스트에 표현된 요소들 하나하나를 살펴보면서 현재 세계의 상태를 알아볼게요.

 


 운해
: 이 세계에서 지상은 구름으로 뒤덮여서 보이지 않습니다. 지상과 상공을 나누는 구름의 바다를 바로 '운해'라고 합니다. 그럼 인류는 구름 위에서 어떻게 삶의 터전을 마련했을까요? 다행히도 세계 곳곳에는 구인류가 건조했던 탑이 남아있었습니다. 

 


 톱니바퀴 탑 : 화려했던 구인류의 문명이 남긴 유산이 바로 이 '톱니바퀴의 탑'입니다. 줄여서 그냥 '탑'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보시다시피 거대한 기어로 이루어진 탑입니다. 한참 건조하던 중에 개발이 멈췄기 때문에 헐벗은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만, 인류는 이 탑에 매달려서 간신히 살아남았어요.

 어? 대지가 무너졌는데 탑은 어떻게 서 있는 거죠? 라고 물으신다면 그게 바로 이 세계의 가장 큰 미스테리 중 하나입니다. 현재 지상이 어떤 상태인지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저 밑에서 뭔가 벌어지고 있는 건 확실하지만, 지금까지 운해 너머로 갔다가 돌아올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합니다. 

 아무튼, 이렇게 기어로 된 탑 위에서 살다 보니 인류의 삶을 엄청나게 척박해졌습니다. 일단 흙이 없으니 농사는 거의 불가능하고 공간이 좁으니 늘어나는 인구를 감당할 방법도 없습니다. 인류의 멸망은 시간문제인 듯했습니다.

 그러나 인류는 또 살아남을 방법을 찾고 맙니다. 그 척박한 와중에도 연금술 연구를 통해 '플로지스톤'이라는 고체 형태의 에너지 자원을 만들어낸 것이죠. 플로지스톤은 얼음 결정처럼 생긴 에너지 자원으로 적은 양으로도 많은 에너지를 생성할 수 있는 고효율의 자원이었습니다. 인류는 플로지스톤의 힘을 이용해 탑 위에서 문명을 재건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동력원을 손에 넣은 인류가 제일 먼저 착수한 작업이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비공정'의 개발입니다.

 


 비공정 : 비공정은 하늘을 나는 기계식 배를 의미합니다. 비행기랑 비슷하지만 그보다는 좀 더 구식인 형태지요. 인류는 플로지스톤을 이용해 비공정을 띄우고 다른 탑의 생존자들과 교류하게 됩니다. 그리고 인류의 새로운 문명이 꽃피우게 됩니다. 이것을 '증기혁명'이라고 합니다. 플로지스톤을 가열할 때 푸른 연기가 뿜는 것에 착안한 이름이라고 하네요.

 증기혁명 시기를 거치며 비공정의 수요는 급속도로 증가하게 됩니다.그리고 비공정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직종이 생겨나는데요, 이들이 바로 '탐공사'입니다.

 


 탐공사 : 탐공사비공정을 타고 운송, 무역, 교류, 탐험 등 다양한 의뢰를 받아 해결하는 사람들입니다. 길드에서 의뢰를 받고 여러 명이 팀을 이루어 비공정을 이끕니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그나마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점을 잇기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이죠. 탐공사야말로 이 시대의 주역이자 개척자인 셈입니다.

 

 척박한 환경과 세계를 둘러싼 미스테리, 그리고 그것에 도전할 수 있는 힘. 이 세 가지가 탐공사의 이야기를 이끄는 동력입니다. 플레이어들은 비공정 한 척에 의지해 이 세계를 탐험해야 합니다. 지브리 풍의 낭만적인 이야기도 가능하고, 메이드 인 어비스와 같은 잔혹한 이야기도 가능합니다. 세계는 두꺼운 구름으로 뒤덮여 있고 그곳에 뭐가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니까요. 모든 가능성은 마스터와 플레이어에게 맡겨져 있습니다. 

 이런 설정에 매력을 느끼셨다면 <탐공사>는 시간을 들여 탐구해볼 만한 룰입니다. 말씀드린 것 외에도 다양한 매력적인 요소가 등장하거든요.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건 역시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캐릭터 소개

 
 <탐공사>의 세계에는 총 6개의 종족이 존재합니다. 스팀펑크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다른 룰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종족이 등장하는데요, 플레이어는 이들 중 하나를 골라 PC를 만들게 됩니다. 원래 동인판에서는 4개의 종족만 있었는데, 상업판에 와서 2개의 종족이 더 추가되었습니다. 각 종족에 대한 소개 외에도 직접 플레이해 본 소감도 간단하게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미지 출처 : 『歯車の塔の探空士』特集①「種族紹介」 | 紹介記事 | 富士見書房公式 TRPG ONLINE (fujimi-trpg-online.jp)

 

 

 모던 타임즈 : 신인류입니다. 마법을 사용한 구인류와 달리 기계의 힘으로 새로운 문명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존재의 통칭입니다. 일반적인 '인간'의 모습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표지의 아가씨도 모던 타임즈예요. 어떤 위치에서도 무난하게 제 몫을 할 수 있는 밸런스 좋은 종족이기 때문에 입문자분들께 추천드리곤 합니다. 하지만 은근히 선택율이 떨어지는 편인데, 아무래도 기왕 <탐공사를 하는 것이다 보니 독특한 종족을 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아요. 그래도 입문자라면 역시 모던 타임즈라고 생각합니다.

 

 

 앤티크 : 구인류입니다. 한때 마법으로 이 세상을 지배했지만 지금은 천대받고 있습니다. 그야 인류를 멸망시킬 뻔한 장본인이니까요. 외모는 엘프나 흡혈귀에 가깝게 그려지는데, 마법을 사용할 때 '피'를 사용한다는 설정 때문이랍니다. 마법은 생명점을 대가로 쓰는 스킬인 만큼 사기성 스킬이 많아 잘 운용하면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종족이기도 합니다. 다만 그만큼 룰에 어느 정도 익숙해야 하기 때문에 입문자나 초보자분들께는 추천하지 않는 종족이기도 합니다.

 


 퍼리 : 수인입니다. 구인류가 고대 문명을 이끌던 시절에 노예로 사용하기 위해 만든 종족이었으나, 현재에 와서는 동물 고유의 뛰어난 신체 능력 때문에 새로운 인류의 일원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완전 수인부터 반인반수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퍼리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이 종족을 굉장히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원래 이동에 특화된 종족으로 동인판에서는 하나쯤은 꼭 있어야 하는 종족이었는데, 새로 추가된 '리틀러'가 이동 관련 스킬을 전부 가져가 버려서 약간 입장이 애매해지긴 했습니다. 그래도 퍼리 자체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아 선택률이 매우 높고, 인연과 관련된 이벤트에서 우세를 보이기 때문에 여전히 여기저기 쓰기 좋은 종족입니다.

 

 

 코펠리아 : 로봇입니다. 증기혁명 이래로 과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등장한 인류의 도우미입니다. 외모는 완전 깡통형부터 인간형까지 다양한데, 인간형의 경우 '예술품'이라고 불리며 매우 비싼 값에 거래됩니다. 개인적으로 이 게임의 테마와 가장 잘 어울리는 종족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곳에서 쉽게 해보기 어려운 종족이기도 하고요. 자신의 몸을 파츠로 바꾸는 둥, 비공정의 운용과 밀접하게 사용할 수 있는 종족이기도 합니다. 그런 이유로 입문자분보다는 한두 번 정도 플레이를 해본 분들께 추천해 드리는 편입니다.

 

 

 리틀러 : 상업판에 새로 추가된 난쟁이입니다. 톱니바퀴 탑에서의 척박한 삶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진화한 인류로, 좁은 톱니바퀴 틈 사이에서 살아남기에 최적화된 작은 몸으로 진화했습니다. 작은 몸 때문에 기동력이 높아 퍼리와 마찬가지로 그 값어치를 인정받고 있는 종족입니다. 이 게임에선 이동 관련된 스킬이 상당히 중요한데, 리틀러는 이동 관련 스킬을 독식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상 개캐(..)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효율이 높습니다. 처음 하시는 분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어서 추천해 드리는 종족이기도 합니다. 

 

 

 플로레스 : 상업판에 새로 추가된 정령입니다. 더 이상 땅이 존재하지 않는 이 시대에 갑자기 나타난 정체불명의 종족으로, 몸에 다양한 형태의 꽃과 풀이 자라며 자연과 소통합니다. 워낙 개체 수가 희소한 데다가 (실존 여부가 논의에 오를 정도) 능력 자체도 이 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것인지라 행운의 상징으로 불린다고 해요. 같은 동인 서클의 다른 작품인 <취록의 플로리아>의 주역이기도 한데, 이렇게 세계관이 연결되니 흥미롭더라고요. 인연과 관련된 스킬은 독식하고 있다고 과언이 아닌지라 역시나 매우 효율이 높습니다. 다만 세계관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어 있어야 더 재미있게 운용할 수 있는 종족이에요. 


 종족마다 개성도 뚜렷하지만, 스팀펑크 세계관에서만 만날 수 있는 캐릭터라는 점도 매력적입니다. 종족 구성부터 스팀펑크 세계관을 잘 담아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 이걸로 세계관과 등장인물에 대한 소개는 어느 정도 마친 것 같네요. 그럼 본격적으로 <탐공사>가 실제로는 어떻게 돌아가는 게임인지 설명해보겠습니다. 직접 <탐공사>를 플레이해보지 않았어도 어떤 느낌인지 파악할 수 있게끔 꼼꼼히 작성했으니 궁금하신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9

 


시스템 소개

 

 매력적인 세계관과 캐릭터로 무장하고 있지만 <탐공사>의 핵심은 어디까지나 비공정입니다. 비공정이 주인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비공정을 설계하고, 비공정에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고, 비공정으로 싸운다. 이것이 <탐공사>의 메커니즘입니다. 개별적인 시트를 가지고 움직이는 것이 핵심인 타 룰과 달리, <탐공사>는 비공정 시트 하나를 두고 모두가 협력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요.


코어 시스템

 

 그럼 어떤 식으로 비공정을 구현하고 플레이에 활용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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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비공정의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탐공사>의 비공정 시트는 이렇게 구현됩니다.

 

 

 어... 이게 왜 비공정이죠? 하는 분들을 위해 설명해드리자면, 이 맵은 배를 옆에서 본 모습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래와 같은 이미지를 연상하면 돼요.


이렇게 옆에서 본 배의 단면을

▲이렇게 맵의 형태로 표현한 것입니다.

 

 맵의 직관성이 조금 떨어지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지만, 일단 맵의 구조를 익히고 나면 사각형 형태의 파츠 몇 개를 배치하는 것만으로도 멋진 비공정을 만들 수 있습니다. 

 

▲ 다양하게 준비된 파츠를 설치하면서 비공정을 만들 수 있고, 맵의 형태에 따라 배의 모습이 다르게 구현된다.

 

 파츠도 그냥 배치하는 게 아니라 룰이 있습니다. 가령 파츠로 둘러싸인 공란을 만들면 안 된다든가, 엔진은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든가 하는 식으로요. 비공정이라는 복잡한 메카닉을 12x6 맵으로, 사각형 파츠 몇 개의 조합으로 완성할 수 있다는 게 이 룰의 매력이기도 합니다. 추상성을 잘 활용한 모범적인 케이스라고 생각해요.  이 간결하고 재미있는 구성 덕분에 대미지 룰도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대미지 룰은 이런 흐름으로 진행됩니다.

 

 

▲ 대미지 체크 표를 이용해 대미지의 범위를 표시한다.

가령 D28이라고 표기할 경우, 오른쪽처럼 D, 2, 8 세 칸이 대미지의 범위가 된다.

 

▲ 대미지 범위가 정해지면 공격하고자 하는 비공정 맵의 좌표를 정한다.
X축은 2D6이 굴려 나온 값을, Y축은 1D6을 굴려 나온 값으로 지정한다.

 

대미지 체크 표의 D부분정해진 좌표에 맞춘다.

 앞에서 지정되었던 대미지 범위(D28) 부분의 파츠가 파손된다.

 

 이런 구성 덕분에 실제로 상대방의 비공정에 직접 포격하는 느낌이 납니다. 주사위를 3개만 굴리면 대포로 비공정을 격침하는 광경을 테이블 위에 구현할 수 있는 거예요. 이 시스템 하나만으로도 <탐공사>는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룰이라고 생각합니다.


 자, 그럼 배를 만들었으니 하늘을 날아야겠죠? <탐공사>에서는 보드게임 같은 형태로 하늘의 모험을 표현합니다. 이 페이즈를 바로 '플라이트 페이즈'라고 합니다.


플라이트 페이즈

 

 플라이트 페이즈란 비공정을 타고 목적지까지 가는 길을 다루는 페이즈입니다. 동인판과 상업판의 차이는 뒤에서 이야기하도록 하고, 여기서는 플라이트 페이즈의 기본적인 진행 방식을 설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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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라이트 페이즈는 아래와 같은 형태의 맵에서 진행됩니다.


 START에서 시작해서 GOAL에 도착할 때까지 비공정을 움직이는데요, 칸마다 다른 이벤트가 배치되어 있어 비공정 말이 도착하면 이벤트가 발동됩니다. 기본적인 흐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 주사위 1D6을 굴려 비공정 말을 이동시킵니다.
여기서는 1이 나와 스팟을 1칸 움직입니다. (분기가 있을 경우, 원하는 곳으로 갑니다.)

 

▲ 도착한 칸에 할당된 이벤트 타입의 이벤트를 적용합니다.
타입 별로 크게 12개의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으며 2D6을 굴려 결정합니다.


 설명만 들어도 감이 오시겠지만 딱 미니 보드게임 같은 느낌입니다. 목적지로 향하는 동안 벌어지는 크고 작은 사건과 PC들의 관계를 묘사하는 페이즈이기도 합니다. 맵을 만들고 이벤트를 배치하기만 해도 충분히 재미있는 미들을 구성할 수 있기 때문에, 멋진 스토리를 준비해야 한다는 부담감 없이 작업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플라이트 페이즈는 실제로 플레이가 끝난 후에 소감을 여쭤보면 가장 반응이 좋은 페이즈이기도 합니다. 진짜로 하늘 위에서 모험하는 기분이 들어서 즐거웠다는 분들이 많아 저도 뿌듯했던 기억이 납니다. 동인판에서는 조금 부실한 점이 없잖아 있었는데 상업판에서는 굉장히 많이 보완돼서 나오기도 했고요. 많은 분이 즐겨보셨으면 하는 페이즈입니다.

 하지만 가장 핵심이 되는 건 역시 퀘스트 페이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퀘스트 페이즈에서는 시나리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해결해야 하는 퀘스트, 또는 에너미가 등장합니다. <탐공사>의 클라이맥스이자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페이즈이기도 합니다.


퀘스트 페이즈


 퀘스트 페이즈란, 탐공사들이 목적 달성을 위해 퀘스트를 해결하는 페이즈입니다. 이 과정에서 에너미를 공격하기도 하고, 적이 쏘아 올린 포탄에 맞아 비공정이 파괴되기도 합니다. 크게 일반 타입과 전투 타입으로 나뉘는데요, 하나하나 살펴보죠.

 

 퀘스트 페이즈 : 일반

 일반 타입은 단계별로 나뉜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며 목적을 달성하는 퀘스트 페이즈입니다. 어떤 식으로 퀘스트를 만들고 진행하는지 예시를 들어서 설명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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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적에게서 보물을 훔치고 도망가는 과정을 퀘스트 페이즈로 표현한다고 해봅시다. <탐공사>에서는 이런 식으로 시트를 이용해 퀘스트 페이즈를 표현합니다.

 

 퀘스트의 클리어를 위한 과정이 단계별 스테이지로 구성되며, 비공정에 덮쳐오는 위협은 '스테이지 이펙트'로 표현이 됩니다. 이 위협을 뚫고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대처 태스크'라는 것을 수행해야 합니다. 위협을 피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플레이어들은 날아오는 폭격을 피해 비공정을 움직이거나, 파괴된 비공정을 수리하고,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바쁘게 비공정 안을 뛰어다니게 되고요. 

 

▲ 대처 태스크의 내용을 수행하면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간다.

 

▲ 대처 태스크를 실행하지 못하면
턴이 돌아올 때마다 스테이지 이펙트가 발동한다.

 

 비공정 시스템이 무척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이 과정이 상당히 현실감 있게 표현됩니다. 연료는 라운드마다 줄어들고 파츠는 시시각각 파손됩니다. 누구는 파츠를 고치기 위해, 누구는 연료를 채우기 위해, 누구는 날아오는 위협으로부터 피하기 위해 핸들을 잡은 채 서로 의견을 교류하면서 바삐 움직이게 됩니다. 높은 추상성에 비해 테마를 리얼하게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이 룰의 장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비공정을 지키기 위해 뛰어다니는 퀘스트 페이즈(일반)과 달리, 퀘스트 페이즈(전투)에서는  좀 더 적극적으로 적과 싸우게 됩니다. 긴장감도 좀 더 고조되고요.


 퀘스트 페이즈 : 전투

 

 전투 퀘스트의 흐름은 일반 퀘스트와 동일합니다. 다만 에너미를 무찌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것과 '주도권'과 '거리' 개념이 등장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사실상 이 게임의 모든 룰을 활용해야 하는 엔드 컨텐츠로, <탐공사>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처음 <탐공사>를 접하시는 분들께 전투 페이즈는 꼭 맛보여 드리려고 하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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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투 페이즈를 설명해드리기 위해서 임의로 시트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설명을 위해 만든 맵으로, 공식 맵이 아니니 참고용으로만 봐주세요. 


 전투 페이즈에서는 플레이어와 에너미의 비공정이 서로 주도권을 다투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누가 먼저 움직일지를 정하고(주도권 체크), 서로 간의 거리를 조절하며(거리), 상대방의 비공정에 있는 파츠를 대파 시켜 먼저 내구도를 떨어뜨리기 위해 싸우게 되죠. 실제 흐름은 이렇게 됩니다.

 

▲ 주도권 체크를 통해 누가 먼저 움직일지 정한다.

 

▲ 주도권 체크에서 성공한 쪽은
선공/후공을 정하거나 전투 레인지(비공정 사이의 거리)를 정한다.

 

▲ 거리에 따라 다양한 효과가 있으며
특정 거리에 특화된 무기가 있기 때문에 전략적인 선택이 가능하다.

 

▲ 서로 공격을 주고받거나 비공정을 수리하면서 턴을 진행하며
먼저 내구도 이상의 파츠를 파괴한 쪽이 승리한다. 

 

 퀘스트 페이즈(일반)은 위협에 대처하는 수동적인 플레이가 중심이지만, 퀘스트 페이즈(전투)에서는 상대방의 비공정을 공격하거나 침입하는 적극적인 플레이가 중심이 됩니다. 거리 개념을 이용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는 거나, 적의 비공정에 대포를 날리고 있노라면 정말 비공정 전투를 하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탐공사>를 플레이하신다면 적어도 전투 페이즈만큼은 꼭 경험해보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런 흐름 위에 재미있는 서사를 얹는 것으로 <탐공사>의 세계는 완성됩니다. 존재가 불분명한 부유대륙을 찾아 떠나는 것도, 비밀결사가 되어 탑의 음모와 맞서 싸우는 것도, 운해 밑의 세계를 탐험하기 위해 최강의 비공정을 만드는 것도 모두 플레이어의 몫입니다. <탐공사>로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직 무궁무진합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동인판과 상업판의 차이를 알아보겠습니다. 가능하면 직접 플레이해보시는 게 가장 좋긴 하지만, 기회가 닿지 않아 어려운 분들꼐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개인적으로 동인판에서 아쉬웠던 점을 상업판에서 매우 잘 보완한 것 같아 상업판도 꼭 정발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동인판과 상업판의 차이

 

 동인판 시절부터 사랑했던 룰인지라 상업판으로 재발매된다고 했을 때는 여간 놀란 것이 아니었습니다. 한편으론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되었는데 플레이해본 결과,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이후에 서플이 나올 것을 예상하면 <탐공사>로 즐길 수 있는 세상이 얼마나 넓어질까 싶어 벌써 기대가 될 정도로요. 이 파트를 보려고 이 글을 읽는 분들도 계실 텐데요, 가장 큰 차이점 3가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판정법

 

 제일 많이 달라진 부분은 '판정법'입니다. 판정법은 완전히 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동인판과 상업판의 차이는 이렇습니다.

 

동인판 상업판
▲ 능력치마다 수치가 표시 ▲ 원하는 능력치에 능숙/미숙을 하나씩 부여 


▲ GM이 판정에 필요한 능력치 제시 ▲ GM이 판정에 필요한 능력치와 수치 제시


▲ 능력치의 수치 합산 ▲ 판정에 사용하는 능력치에 따라 효과 적용


▲ 주사위 2D6을 굴려 합산한 능력치 이하면 성공 ▲ 주사위 2D6을 굴려 제시된 수치 이상이면 성공

 

 동인판의 경우엔 능력치의 수치를 높여주거나 능력치의 조합을 바꾸는 정도가 최선이었지만, 상업판에서는 같은 능력치를 사용해도 판정 난이도를 달리 설정하거나, 능숙/미숙의 효과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변수를 줄 수 있게 됐습니다. 변수의 다양성은 스킬의 다양성과 직결되기 때문에 미묘했던 스킬군이 명확해지는 효과도 있었고요. 개인적으로 가장 만족스러운 변화였습니다. 


플라이트 페이즈 : 이벤트


 두 번째 차이점은 플라이트 페이즈입니다. 기본적인 룰의 흐름은 같지만 이벤트의 배치 방식와 발동 방식이 다릅니다. 동인판에서는 17개 정도의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었고, 준비된 맵에 이벤트를 배치한 후에 진행했습니다.

 

 재미있긴 하지만 이벤트의 수가 너무 적다 보니 몇 번 플레이하고 나면 지루해지는 데다가, 직접 밟기 전까지는(or 정찰 판정을 하기 전까지는) 이벤트가 무엇인지 전혀 가늠할 수 없으니 루트를 찾아가는 재미가 적었습니다. 결국엔 최단 거리만을 목표로 움직이게 되면서, 맵을 더듬어가는 재미가 사라지더라고요.

 

 하지만 상업판에서는 이벤트의 수를 대폭 늘렸을 뿐 아니라, 이벤트를 타입별로 나누어 배치하게 됩니다. 크게 항행계 / 선내계 / 만남계 / 곤란계가 있고 각각의 타입마다 12개의 이벤트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맵에는 어떤 타입의 이벤트인지만 배치하고, 실제로 칸에 도착하면 주사위를 굴려 이벤트를 결정합니다.

 


 이렇게 되니 루트를 쫓는 맛이 생깁니다. 맵 전체를 보고 어디에 어떤 타입의 이벤트가 배치되어있는지 확인한 다음 그 루트를 찾아 이동하는 거죠. 가령 빠른 이동을 하고 싶으면 항행계를 밟을 수 있는 루트를 찾아다니고, 생명점에 좋은 효과를 받고 싶으면 만남계를, 교류를 높이고 싶으면 선내계를 위주로 밟게끔 루트를 찾게 됩니다.

 칸마다 무슨 이벤트를 배치할지 고민할 필요 없이 이벤트 타입만 설정하면 되니, 플라이트 페이즈를 만드는 난도가 낮아지는 건 덤이고요. 이후 서플이 발매되면 이벤트 타입도 추가될 것 같아 무척 기대됩니다.


 추가로 마스터씬을 합법적으로(?) 넣을 수 있는  CHECK POINT!의 도입도 인상적입니다. 주사위가 잘 나오면 한 번에 Goal까지 갈 위험이 있었던 동인판과 달리, 무조건 멈췄다가 가는 구간을 만들어 진행 속도를 조절할 수 있게 됐습니다. 별거 아닌 거 같지만 꼭 필요했던 요소인지라 보자마자 가장 반가웠던 변화였어요.

 

 정리하자면 부족한 이벤트의 양을 보완하고, 게임 진행 속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페이즈를 조율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개인적으로 매우 만족스러운 변화 중 하나였어요.

 


퀘스트 페이즈 : 거리 개념

 

 퀘스트 페이즈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역시 거리 개념입니다. 예전에는 (-10 ~ 10)의 숫자로 표현한 거리 개념을 사용했는데, 거리의 범위가 너무 넓다 보니 사용하기도 애매하고, 포의 사격 거리 외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는 변수도 아니었거든요.

▲ 동인판의 거리 개념

 

 상업판에서는 거리 개념을 난전, 근거리, 중거리, 원거리로 바꿨습니다. 그리고 거리마다 장단점이 있고, 각각의 거리에 특화된 무기도 존재합니다. 가령 원거리 특화 무기를 설치한 뒤 원거리 전투를 노린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 상업판의 거리 개념


 덕분에 있으나 없으나 마찬가지였던 거리 개념이 전략 요소로 확실하게 부각됩니다. 아직 거리 개념을 이용할 수 있는 무기 파츠는 적은 편이지만 서플을 통해 추가할 수 있는 부분이라 기대가 됩니다.


성장 룰

 

 마지막으로는 성장 룰입니다. 그토록 기다렸던 성장 룰입니다. (YEAH!) 사실 <탐공사>의 장르는 퍼즐에 가깝습니다. 퍼즐 장르는 성장 요소를 넣기가 가장 까다로운 장르이고요. 퍼즐은 플레이어의 (스킬적) 성장이 주된 장르로, PC의 (스탯적) 성장이 주가 되는 RPG와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런 난점 때문에 동인판에서는 성장 룰이 미미한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TRPG에서는 성장 개념이 없으면 장편을 꾸리기가 어렵습니다. 무언가가 쌓이는 느낌을 주지 않으면, 장편은 그저 여러 개의 단편을 이어서 하는 조각 맞춤에 불과하니까요.  

 상업판에서는 세 가지 성장 룰을 도입합니다. 하나는 캐릭터의 스탯 변화이고, 두 번째는 비공정의 확장, 다른 하나는 '트로피'를 통한 시설의 업그레이드입니다.


 캐릭터의 스탯 변화


 PC의 스탯을 변화시키는 룰입니다. 플레이어는 원한다면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1. 능숙의 변경 : 원한다면 능숙으로 표기한 능력치 하나를 변경할 수 있습니다. 

 2. 개성 스킬의 변경 : 개성 스킬 하나를 랜덤하게 골라 변경합니다.

 하지만 이건 성장보다는 교체에 가깝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는 성장룰이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좀 더 누적될만한 수치가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향후 서플을 기대해봐야 할 것 같아요.


 비공정의 확장

 

 비공정의 확장은 플레이어 전원이 협의하여 새로운 신규 파츠 하나를 취득하거나, 기존의 파츠 하나를 변경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세션에서의 경험을 통해 비공정을 좀 더 효율적이고 강력한 형태로 만드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도 완전한 성장보다는 개조/보수에 가깝습니다. 비공정 시트의 제한 (6x12)으로 비공정을 무한대로 늘릴 수도 없을뿐더러, 이동 칸수의 제한 때문에 비공정이 커질수록 움직임도 비효율적으로 변하니까요. 

 개인적으로 파츠에 가격 개념을 넣어서, 좋은 파츠는 비용을 지불해야 살 수 있다든가 하는 식으로 바꿨으면 좋았을 텐데 돈 개념이 들어가는 순간 컨텐츠의 볼륨이 엄청나게 불어나니 부담스러워서 건드리지 않은 것 같긴 합니다. 하지만 유료 파츠가 매우 매력적일 것 같은 룰이라 서플을 기대하게 되네요.


 트로피를 통한 시설의 업그레이드 


 마지막은 '트로피 룰'입니다. 사실상 이번에 추가된 성장 룰의 핵심이자 유일하게 성장 개념을 온전히 갖춘 룰이기도 합니다. 트로피란, 기존의 파츠 위에 배치하여 좋은 효과를 주는 태그형 아이템입니다. 

▲ 기존 파츠에 태그를 얹는 식으로 부착한다.


 트로피는 시나리오에서 임의로 줄 수도 있지만, 플레이어들이 함께 논의하여 외관과 내용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트로피의 효과는 임의로 표를 굴려서 얻고요.

▲ 트로피의 형태는 플레이어가 결정하고

트로피의 효과는 준비된 리스트에서 선택한다.


 파츠를 교체하거나 변경하는 것 ㅡ 퍼즐의 형태를 바꾸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걸 어떻게 해결할지 궁금했는데 기존 파츠에 버프를 주는 형태로 만든 것이 놀라웠습니다. 특정한 트로피 리스트를 마련하고 그걸 다 모으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캠페인을 만들어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탐공사>로 장편 캠페인을 꼭 해보고 싶은 사람으로서, 작지만 성장의 가능성이 생긴 게 무척 반가웠습니다. 

 

 이상으로 동인판과 상업판의 내용을 구분해보았습니다. 룰에 대해서는 거의 다 소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네요. 마지막으로 <탐공사>에 대한 개인적인 소감을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진실이 아닌 소견일 뿐이니 참고용으로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매력적인 점

 

 <탐공사>는 매력적인 룰입니다. 그리고 그 매력을 알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리뷰를 쓰고 있는 것이기도 하고요. 어떤 점을 매력적이라고 느꼈는지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보았습니다.  

 

 

 보드게임과 TRPG는 엄연히 다른 장르다 보니 이걸 장점으로 소개해도 괜찮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보드게임처럼 코어 메커니즘이 탄탄하다는 의미이니 오해가 없었으면 합니다. 보드게임 같다고 표현해도 무방할 만큼, <탐공사>는 코어 메커니즘이 탄탄한 룰입니다. 사실 별다른 스토리 없이 게임만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정도라 시나리오나 마스터링에 자신이 없어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 큰 장점입니다. 두 번째로 소개할 장점도 이것과 일맥상통합니다.

 

 

 코어 메커니즘만으로도 한 편의 게임을 즐기는 데 무리가 없기 때문에 시나리오 작업 부담이 적은 편에 속합니다. 화려한 시나리오 연출이나 감성을 파고드는 마스터링에 자신이 없는 초보 마스터/플레이어분들이 즐기기에도 딱 좋은 룰인 셈이죠.

 보통 시나리오가 있는 게임에서는 미들 페이즈를 구성하느라 많은 고생을 하게 되는데, <탐공사>의  플라이트 페이즈는 매우 간단한 몇 가지 과정만 거치면 만들어집니다. 만드는 데 크게 부담이 없으면서도 재미있는 세션을 즐길 수 있어요. 플레이할 때마다 게임에서 코어 메커니즘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되곤 합니다.

 

 

 흔히 테마는 XXX인데 실제 게임과는 큰 관계가 없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스킨만 다른 마작 게임처럼 테마와 메커니즘의 밀접도가 낮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룰은 집착적(?)으로 비공정 테마를 잘 살리고 있습니다.

 실제로 비공정을 움직이고 배 안을 수리하다 보면, 실존하는 비공정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엔진 연료가 동나면, 엔진이 과열해서 비공정의 파츠가 파괴된다든가, 엔진이 파괴되면 비공정이 추락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비공정의 동세가 룰로 표현됩니다. 이 섬세한 만듦새 때문에 비공정 모험을 즐기고 싶은 분들은 정말 만족스럽게 즐길 수 있는 룰이에요.

 

 비공정 메커니즘이 워낙 잘 만들어져 있다 보니, 플레이 소감 중에 '테마만 바꿔서 SF물도 하고 싶다'는 얘기도 종종 들었을 정도로요. 부디 이 짜릿한 비공정 모험을 즐겨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쉬운 점


 상업판에 와서 많은 부분이 보완되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쉬운 점도 있긴 합니다. 하우스 룰이나 기믹으로 보완할 수 있는 부분도 있으므로, 참고용으로만 읽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앞서 장점으로 짚었던 부분이긴 하지만 단점으로 볼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코어 메커니즘은 훌륭하지만 서사를 보완해주는 장치는 부족한 편이거든요. 독특한 세계관이나 시나리오 후크로 쓸만한 다양한 소재를 제공하고 있긴 하지만, 서사의 진행을 위한 틀은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예시 : 모기국의 핸드아웃 시스템)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스토리가 없어도 플레이할 수 있을 정도니까요.

 이 부분은 시나리오를 쓰는 사람이 직접 고민해서 만들어야 합니다. 절묘한 타이밍에 마스터 씬을 넣거나 하는 식으로요. 참신하고 흥미로운 시나리오 전개를 해보고 싶은 분이라면 좀 부족하다고 느끼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부분만큼은 동인판과 상업판 모두 아쉬웠습니다.

 


 가장 결정적인 문제 중 하나입니다. 시나리오가 많이 없습니다. 그래도 이제 상업판이 나왔으니 일본발 동인 시나리오가 좀 나와주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만, 개인적으로는 공식에서 시나리오 집을 내줬으면 좋겠어요. 사실 시나리오 집보다 서플이 더 급한 상황이긴 할 거라 큰 기대는 없습니다만... 

 

 현재까지 공식에서 나온 시나리오는 상업판에서 제공하는 시나리오 2편, 동인판에 수록된 1편, 기존 동인판 서플에 실린 시나리오 4편으로 도합 7편뿐입니다. 공식적으로 나온 시나리오일 뿐이지, 아직 (국내에선) 시나리오에 대한 검증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긴 하고요. 부디 <탐공사>를 즐기는 분들이 많아지셔서 국내에도 멋진 시나리오들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하지만 <탐공사>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바로 이겁니다. 박진감 넘치게 설계된 룰에 비해서 꽤 수동적인 플레이를 하게 됩니다. 단적인 예시로 퀘스트 페이즈(전투)를 플레이하기 전까지는 플레이어가 직접 주포를 사용해볼 기회가 없습니다. 플라이트 페이즈도 퀘스트 페이즈(일반)도 모두 날아오는 위협에 맞서 열심히 비공정을 수리하거나 고치는 페이즈인 경우가 많고요. 즉, 게임의 2/3가 디펜스 게임에 가깝습니다. 

 문제는 플레이어가 직접 주포로 상대 비공정을 상대하는, 이 퀘스트 페이즈(전투)가 이 룰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라는 겁니다. 만약 플라이트 페이즈와 퀘스트 페이즈(일반)을 중심으로 시나리오를 구성한다면 상당히 밋밋한 플레이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수동적인 플레이가 되지 않도록 다양한 방법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마치며


 정말 오래전부터 꼭 쓰고 싶었던 <탐공사> 리뷰를 이렇게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마침 상업판이 나와줘서 동인판과 상업판을 비교하는 리뷰를 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동인판 때부터 좋아했던 룰이기 때문에 그 의미가 더욱 큰 것 같아요. 아쉬운 부분도 있는 룰이지만, 제가 TRPG를 접하고 처음으로 번역해서 돌린 룰이니까요.

 동인판에서 개인 번역으로 즐기던 것이 어느새 한국에 정발되고, 이제는 모험기획국의 신작으로 발매되니 제가 다 감개무량하더라고요. 저도 모르는 사이에 앞서가 버리는 <탐공사>의 호흡을 따라잡고 싶어서 열심히 썼습니다. 부디 이 룰에 관심이 있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 리뷰를 시작으로 저도 열심히 <탐공사> 시나리오를 써보려고 합니다. 사랑하는 룰이니만큼 많은 분께 전달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 이 리뷰를 썼습니다. 부디 함께 하늘을 날아오를 <탐공사> 분들이 많아지길 기원해봅니다. 언젠가 하늘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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