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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후기/페이트 코어

만주를 향해 쏴라! : 제2장 호랑이 사냥

by 에이밍 2024. 1. 21.
아주 추운 겨울날이었어.
어미 호랑이는 새끼를 먹지 않고는 버틸 수 없었지.
그때 어미는 기꺼운 마음으로 새끼를 먹었을까?
자신이 삼킨 새끼를 평생 기억할까?

만주의 추위는 그토록 잔혹할까.

 

캠페인 공개 자료 : https://scemittrpg.postype.com/

 

날짜 2023. 09. 24 日 ~ 2023. 10. 03 火
GM 부셈이 (@hanichya) -
PC1 버팬 (@VarietyPancake) 윤몽희
PC2 하누 (@jiha_33) 임석진/임승희
PC3 에이미 (@ehrtlr) 미노루

 

 

 어서오세요, 여기는 만주 벌판입니다.

 

 우리는 그새 소금을 핥는 순록과 털모자를 쓴 사람들이 사는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이 외진 마을에서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 벌어집니다. 돌아보면 신화가 아니었을까 싶은 이야기들. 

 

 그러나 모든 혼돈이 허락받는 이 만주에서는 신화조차도 설화의 일부일 뿐입니다.

 

 ...는 이게 삽화라고요?ㅋㅋ

 

 이번 편은 만주에서 봉천으로 향하는 과정을 담은 서브 에피소드였어요. 그런데 이게 삽화?ㅋ 싶습니다ㅋㅋㅋ 나중에 본문 보시면 아시겠지만 삽화의 분량과 퀄리티가 아니었거든요. 

 

 삽화의 역할은 정해져 있잖아요? 본편에서는 스토리를 따라가느라 다루기 힘든 PC의 이면이나, NPC들과의 관계를 좀 더 면밀하게 다루는 거. 응응, 당연히 저희도 그럴 줄 알았죠. 순록 고기 뜯으면서 술이나 한 잔 할 줄 알았단 말입니다...

 

 아니 근데 이건 삽화가 아니라... 신화자나.... 

 

일단... 호랑이가 나옵니다:)

 

 이 땅에서 호랑이는 신과 가까운 존재입니다. 그리고 그 호랑이를 모시는 소수 민족 ㅡ 에벤키가 있습니다. 하지만 에벤키는 노인들 밖에 남지 않은 낡은 마을이에요. 젊은이들은 모두 꿈을 찾아 만주 벌판으로 떠났죠. 게다가 만주의 무분별한 개발로 생태계가 무너지면서 수렵과 채집으로 삶을 꾸려오던 에벤키 또한 멸종을 눈앞에 두게 됩니다.

 

 마을을 지키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고, 평범한 사냥감으론 그만한 돈을 벌 수 없었습니다. 호랑이정도는 잡아야 했죠. 결국 에벤키는 마을을 존속시키기 위해 그동안 섬겨 온 호랑이를 사냥하기로 합니다. 하지만 낡은 노인들과 어린아이의 힘만으로 신을 잡는 건 불가능했죠... 그때 마친 광야를 지나가던 PC들과 마주치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까지만 들어도 존나 재밋지 않나요ㅋㅋ...ㅋㅋㅋ...ㅋㅋ 뭔데 이 그냥 장편 영화 하나 만들어서 걸어도 될 것 같은 시놉시스... 아! 정말 짜증나요 ㅡㅡ;; 부셈 이 인간 너무 천재라고~~~ 너무 시놉시스를 잘 뽑아서 때리고 싶어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에벤키와 어찌 엮여서 호랑이 사냥에 함께 참가하게 된 가운데, 백팔요괴단이 도망친 미노루(PC3)와 광야의 빛을 들고 도망친 몽희(PC1)를 찾아서 쳐들어(!) 와요. 

 

 

 

 백팔요괴단은 PC 일행을 쫓고, PC 일행은 에벤키와 함께 호랑이를 쫓고, 그리고 그 호랑이는 마침내...

 

 이야기가 물고 물리면서 지도 위에 선명한 호랑이 잇자국이 새겨집니다. 바로 그 어마어마한 설국신화의 이야기가 제2장 호랑이 사냥이 되겠습니다.

 

 그럼 이번 편에 새로 등장한 인물/세력을 쭉 소개하면서 들어가볼까요:D

 

 벤키족 : 어린 족장 투 홍언

 

  이번 세션의 메인 NPC인 에벤키족은 광야 한 가운데의 척박한 환경에서 순록을 타고 사냥과 채집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소수민족이에요. 하지만 만주 개발로 멸종 직전에 이른 상태죠. 살고 싶으면 이 땅을 떠나야 합니다.

 

실제 만주에 살았던 소수민족으로 '어윙키족'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고향을 잃는 아픔은 둘째치고서라도, 당장 다른 땅으로 이주할 이 없어요. 그 돈을 구비할 유일한 방법은 값비싼 사냥감인 호랑이를 잡아다 파는 겁니다.

 

 (환상적인 배경과 달리 닥친 문제가 현실적이라 넘 좋지 않나요ㅋ 보통 소수민족 서사는 고향을 버리느냐/마느냐로 갈등하는데, 여기는 이주할 돈이 없어 신앙을 져버릴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논점이라니... 넘나 자본적인 신성모독이라 재밋음...) 

 

 그러나 불행히도 이 민족은 호랑이를 섬기고 있었어요. 이게 의미하는 바는 신앙의 문제를 떠나서, 호랑이를 잡아 본 경험이 없는 동네라는 겁니다. 호랑이를 잡으러 갔다가 그나마 남은 젊은 남자들도 죄다 죽어버리죠. 이제 마을에는 나이 든 우두머리('아민'이라고 부른다)와 그 어린 아들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그리고 그 어린 아들이 바로 저희와 친구가 되는 NPC 투 홍언입니다. 

 

에벤키의 어린 족장

 

 몽희와 비슷한 또래의 어린 남자아이지만, 에벤키를 구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뭉친 차기 족장입니다.... 는 얘가 진짜 또 웃긴 비하인드가 있는 게ㅋ 원래 세션에 등장하는 NPC가 아녔거든요? 근데 에벤키족이 등장한다기에 '와아, 어린 소년이 어른들을 파도처럼 갈라내면서 등장하면 재밋겟다ㅋ'(발언자: 저맞음) 했는데 부셈님이 진짜 순식간에 만들어버림(..)

 

 더 충격적인 건 뭔지 아십니까...? 얘가 이 삽화에서 쓰이고 마는 게 아니라 이후 스토리에서도 계속 엮이는 메인 NPC로 등장한다는 거예요^-^;;; 아니 어케?ㅋㅋㅋㅋㅋ 지금 다시 쓰면서 생각하니 더 이상하네ㅋㅋㅋ 어케 그날 그렇게 순식간에 태어난 NPC가 메인으로..?? <ㅇ>

 

 근데 이 세션 이런 일이 많이 일어납니다... 별 생각 없이 던진 게 갑자기 미친듯이 스노볼링 되면서 우릴 덮쳐오기도 하고, 맥거핀인가 싶었던 애들이 남몰래 뒤통수를 뚫기도 하고요. 부셈님이 계에에속 시나리오를 생각하면서 조율하는 데다가 플레이어들도 재료를 계속 만지작거리면서 맞는 틈새가 나올 때까지 고민하는 스타일이라 이런 눈사태가 심심치 않게 나와요. 

 

 그럼 아군 NPC를 소개했으니 빌런도 소개해야겠군요. 이번 빌런 정말...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자부함) 

 

 백팔요괴단 : 금강야차와 달걀귀신

 

 물귀신이 이끄는 백팔요괴단. 그곳에는 8명의 우두머리인 팔천이 있습니다. 물귀신, 달걀귀신, 금강야차, 쿠라마(미노루), 오도깨비, 비광, 텐구할범, 어둑서니 8명이죠. 그리고 이 안에는 세 명의 형제가 있어요. 피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비슷한 시기에 함께 형제처럼 성장했던 세 명의 소년들. 바로 금강야차쿠라마(미노루/PC2)와 오도깨비입니다.

 

 쿠라마와 오도깨비의 관계는 이전 후기에서 얘기한 바 있으니 넘어가고...:) (요약 : 폭력 집단 속에서도 서로를 인간으로 대우했던 소중한 관계)

 

 ...는 이 둘의 관계를 생각하면 금강야차의 포지션이 벌써 묘하게 느껴지죠?ㅋ 서로 인간적인 관계였던 쿠라마와 오도깨비 사이에서 배제된 제일 큰 형? 네, 그 포지션에 맞게 성격 파탄난 육체파 괴물ㅋ입니다. 야차금쇄봉이라는 어마무시한 무기를 휘두르며 싸워요.

 

무기만 봐도 어떻게 생겼는지 알 거 같죠?

 

 파탄난 성격만큼이나 괴력도 좋고 덩치도 큰 놈입니다. (항우아이가) 저희 캠페인에서 순수 SRT로 금강야차를 누를 캐릭터는 앞으로도 없지 않을까 싶을 정도! 이런 류의 캐릭터가 으레 그러하듯 뇌까지 근육으로 되어 있어서(..) 인간보다 서열 짐승(?)에 가까운 놈이랍니다.

 

 하지만 저런 터프한 외모와 달리 제법 모성애를 자극하는 설정이 붙어 있는데... 일단 금강야차의 별명은 백팔요괴단의 탕아랍니다. 물귀신에게 주워진 후로 물귀신을 어머니라 생각하며 따르고 있었지요. 

 

 헌데 정작 물귀신이 아끼는 건 자기가 아니라 쿠라마란 말이에요. 아무런 힘도 없다 못해 남성성이 배격된 놈을 말이에요... 서열 짐승으로서 프라이드가 상한다 이겁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쿠라마를 미워했다는 설정이에요. 갈등 면모가 무려 ' 쿠라마 그 잡년이 나보다 나은 게 뭔데!'임(미안하다)

 

 근데 심지어 그 쿠라마가 물귀신의 총애를 벗어던지고 도망치기까지 했죠. 

 

 와아악 이놈이 와아악~! 차라리 자기가 두들겨 패서 확실히 이겼으면 속이라도 시원하겠건만, 이건 뭐 두들겨 팼다간 물귀신한테 자기가 또 두들겨 맞으니 그럴 수도 없고, 어떻게 쇼부칠 방법이 없나 그릉그릉하는 틈에 아예 튀어버린 거예요. 미치고 팔짝뛰지 않겠숨?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의외로 좋은 일(?)이었습니다. 그전까지는 물귀신 눈치 보느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지만, 배신자가 된 이상 맘껏 두들겨 패도 상관없는 거잖아요? 야차금쇄봉을 들고 붕붕하러 옵니다... 와요.... 네, 이 미친놈이 쫓아온다고ㅋㅋㅋㅀㅋㄹㄴ 

 

 다행히도 물귀신이 이런 미친놈을 그냥 풀어둘 리는 없었습니다. 백팔요괴단의 부두목인 달걀귀신이 금강야차와 함께 해요. 마침 광야의 빛도 찾아야 하니, 함께 미노루와 몽희를 뒤쫓기로 한 것이지요.

 

무려 공식 포트레이트까지 있는 양반!

 

 달걀귀신 이 사람이 또 개맛도리인데... 이 사람은 무려 본래 에벤키족의 부족장이었던 사람이에요. (에벤키족은 여럿 존재합니다.) 만주 개발로 마적단이 설치면서 마을이 망하고, 본인은 전신화상을 입고 혼자 살아남아, 마적단을 눈에 뵈는 대로 죽였던 진짜 리얼 야차입니다. 

 

 하지만 제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혼자서 마적단을 모두 죽이는 건 무리였겠죠. 결국 마적단에게 붙잡혀 목이 잘리기 직전의 위기에 처합니다. 그런데 때마침 백팔요괴단이 등장해서 마적단을 쓸어버려요. 마적단도 참 운이 안 좋았던 거죠.

 

 그때 달걀귀신은 물귀신의 모습을 목도합니다. 그리고 물귀신은 '신'이라 생각하고 그를 섬기게 돼죠. 마을의 멸족으로 신앙의 위기를 겪고 있던 달걀귀신에게, 그야말로 신들린 듯 싸우는 물귀신은 새로운 숭배의 대상으로 적합한 존재였던 거예요. 

 

 신화는 기담으로 추락됐고 달걀귀신은 스스로 '귀신의 자식'으로 칭하며 새로운 정체성을 선언합니다. 횡횡한 만주의 부랑자가 아니라, 샤머니즘의 존재로서 그 명맥을 이어갈 수 있게 된 거예요. 

 

 이렇게만 얘기하면 걍 미친 놈 같지만 백팔요괴단 중에서는 가장 지성인(?)인데다가 다정함도 갖춘 인간 같은 몇 안되는 인간입죠ㅠ 다만 물귀신에 대한 신뢰가 광신도 수준일 뿐입니다... 물귀신이 시킨다면 자기 팔도 베어물 정도의 남자인 셈이죠. 그런 달걀귀신이 금강야차를 컨트롤하면서 도망친 쿠라마를 잡으러 옵니다.... 무서워 쥬금...ㅠ

 

 이렇게 매력적인 빌런들에게 쫓기니 이야기가 생생하지 않을 수 없었겠죠?

 

 GM은 카메라를 든 PC

 

 저는 글을 굉~장히 건조하게 쓰는 편이에요. 글이 길어지는 걸 병적으로 싫어하고, 수식어도 못 견딥니다. 이러니 당연히 묘사를 좋아할리 없겠죠? (쑻)

 

 전개가 최우선이고 묘사는 중간에 켜넣는 카야잼 정도의 분량이면 충분하다... 는 게 제 오랜 지론이고 앞으로도 그렇게 쓸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이번 캠페인을 하면서 적재적소에 들어간 묘사가 얼마나 강력한지 깨닫고 있어요. 

 

 에벤키족 같은 소수민족 이야기는 절~대 제가 좋아하는 요소가 아니란 말이에요. 죄송해요, 관심 없어요! 그런데 부셈님이 소금을 핥는 순록을 묘사하는 순간, 털모자를 쓰고 햇빛에 그을린 얼굴로 순록을 타고 그들이 광야에 나타난 순간, 아... 이 모든 세계를 또 다시 사랑하게 되었어...ㅠㅠㅠ 대체 왜지? 어째서지....?

 

 단지 묘사를 잘해서가 아니에요. 물론 부셈님은 묘사를 진짜 기깔나게 잘해요. 하지만 그냥 시각적 효과를 위해 묘사하는 게 아니라, 묘사를 잘 삽입한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어떤 묘사는 묘사를 위한 묘사를 합니다. 현재 포커싱하고 있는 대상을 묘사하는 것에 의미를 두죠. (흑요석 같은 두 눈은 까맣게 빛나고, 그 피부는 도자기처럼 깨끗하면서도 빛이 떨어지면 진주같이 반짝였다.

 

 하지만 어떤 묘사는 그 상황을 전달하기 위해서 표현됩니다. (흑연처럼 윤기없이 어두운 눈이었다. 당최 속을 알 수가 없었다.

 

 어떤 묘사가 더 좋다고 말할 순 없겠지만, 적어도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있어서는 후자의 묘사가 훨씬 강력해요. 그리고 이렇게 묘사하려면, 현재 이야기를 보고 있는 사람의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는 게 중요합니다.

 

 부셈님의 묘사는 카메라의 존재를 전제하고 렌즈의 시점을 따라 그려집니다. 제3자의 입장에서 감상을 표현하기보다, 카메라만 들었을 뿐 실제 그 이야기에 참가한 사람처럼 움직인다는 뜻이에요. 예시를 하나 들자면...

 

순록은 소금으로 길들인다

 

 작중에서 에벤키가 순록에게 소금을 먹이는 장면이 나옵니다. 순록은 소금이 있어야 생존할 수 있기 때문에 이거로 순록을 길들인다고 해요. 

 

 그런데 이게 삽입된 구간이 정말 좋았습니다.

 

  몽희와 투가 서로의 문화를 교환하며 유대를 쌓는 장면이었는데요. 몽희가 투에게 히라가나를 가르쳐주자, 투가 순록을 타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며 이렇게 말합니다.

 

"네가 재밌는 얘기 해줬으니까. 나도 재밌는 거 가르쳐줄게. 따라와."

당신이 투를 따라나가면,
밤이 깊어서 하늘을 이불 삼은 것처럼 끝도 없는 밤하늘에 별들이 총총이 반짝이고 있고요.


투가 소금통에서 소금덩어리를 꺼냅니다.
그리고 휘파람을 불면서 소금통을 흔들면 순록들이 한 마리 두 마리 걸어나옵니다.


두 마리의 고삐를 쥐면서 소금을 먹이고요. 

몽희의 손을 잡으면서,

"순록 타는 법을 가르쳐줄게."

 

 

 순록을 소금으로 길들이는 건 에벤키의 방식이에요. 그리고 이런 에벤키의 방식은 문명과 대조됩니다. 문명은 안장과 편자로 말을 길들였으니까요. 이 장면 하나로 크게 세 개의 서사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1. 에벤키가 얼마나 자연친화적인 민족인지

 2. 그런 에벤키가 호랑이를 사냥하기로 결정한 것이 얼마나 비극적인 상황인지

 3. 그 와중에도 서로의 문화를 교류하는 소년소녀의 모습은 얼마나 희망적인지

 

 밤하늘 밑에서 순록에게 소금을 먹이는 소년과 소녀의 모습을, 수식적인 의도가 아니라 서사적인 의도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정말 감탄을 금치 못했어요.

 

 이게 쉬워 보여도 쉽지 않거든요. 세계관에 대한 디테일한 이해도가 필요하고, 그 세계관을 플레이어에게 맛있게 전달하려는 니즈도 필요합니다. 부셈님의 강점을 딱 하나만 고르라면 세계관을 너무나 잘 다루는 스토리텔러라는 점이에요. 이런 점이 이 캠페인의 낯선 정경을 사랑하게 만드는 기재이기도 하고요.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사람들이 낯설게 여길 것 같다?

 

 만향쏴를 해보십시오... 그곳에 모든 답이 있으니. 

 

 

 

 

 

 

  자, 그럼 또 슬슬 본편으로 들어가볼까요ㅋ 사실 이번편은 스포랄 게 없는 에피소드라서 (본편과는 다른 삽화니까) 그냥 봐주시길 바라는 마음에 스포일러 표기는 제외했습니다^//^ 단편으로 보셔도 나무랄 데 없는 훌륭한 에피소드니까 한번 따라와주세요! 즐거운 시간을 약속드립니다ㅋㅋㅋ

 

 

 

 

 

주의 1 : 본 후기에는 AI 이미지 6종이 사용되었습니다. AI 이미지에 거부감을 가지신 분들은 감상을 재고해주세요.

주의 2 : 본 후기에 사용된 이미지는 실제 이미지 원본과는 관계 없이 텍스트 설명을 위해 사용된 것입니다.

 

 

제2장 호랑이 사냥


 

 한 소년이 있었습니다. 

 유독 제 아비를 사랑해 마지 않는 아이였습니다.  

 

 

 그들이 사는 마을에서는 늑대를 제물로 바치곤 했습니다. 이것을 '신이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로 받아들였지요. 아버지는 늑대의 피로 아들의 얼굴에 선을 그었습니다. 아들은 곧 자신의 뒤를 이어 이 마을을 지킬 사냥꾼이 될 운명이거든요.

 

 "아민, 나는 이 세상 최고의 사냥꾼이 될 거야."

 

 늑대 소년은 그리 다짐했습니다. 그것은 에벤키에게는 자연의 섭리였고, 아버지의 사랑이자, 신의 가호였습니다.

 

 하지만 구약부터 신은 늘 고약했습니다. 그들은 원하는 것을 쉽게 주지 않았습니다. 여차하면 큐브를 비틀어 모든 걸 없던 거로 만들었지요.

 

신은 화마를 보냈다. 우리는 그가 바라는 대로 지옥불에서 춤을 췄다.

 

 마적단이 마을에 쳐들어온 날, 에벤키 마을은 피처럼 붉은 불길로 휩싸입니다. 평소엔 그리 엄했던 아버지도 그날만큼은 아들을 꼭 안아주었습니다. 그리고 마적단을 향해 뛰어나가... 이후의 일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눈을 뜨니 온 몸은 화상을 입은 채였고, 타버린 살갗만큼 과거도 사라졌으니까요. 

 

 그리고 아버지의 손끝이 스쳤던 얼굴은, 그가 그었던 선만큼 뜯겨 있었습니다.

 

 소년은 사라진 반쪽 살갗을 찾으려 마을을 불태운 마적단을 찾아다녔습니다. 최고의 사냥꾼이 되겠다던 그 다짐은 모든 포유류의 꼭대기에 있는 인간을 학살하겠다는 결의로 꽃을 피운 것입니다. 신은 참으로 고약한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한켠으로 그는 생각했습니다.

 신이 잘못되었을 리 없으니, 신은 본래 고약하고 야만적인 존재일 것이라고.

 

 

 

 

 그리고 그런 그 앞에 나타난 것은 눈 깜짝할 사이에 마적단을 쓸어버리는 하얀 머리의 노파. 노파는 귀신처럼 사람들을 피로 물들였습니다. 살면서 처음 보는 귀기에 그는 새파랗게 질렸습니다. 

 

 그러나 본래 신은 야만적인 존재였습니다.

 그러니 그는 생각했습니다.

 

 신이 귀신이 되어 돌아왔다고.

 드디어 내 곁으로 돌아왔노라고.

 

 그는 노파에게 무릎을 꿇고 머리를 땅에 연신 박으며 외쳤습니다. 신이여, 나는 그대 오시기를 기다리며, 그대가 하사한 이 고난을 짚신벌레처럼 견디었소. 이제 이 목숨을 가져가시오.

 

 야만적인 신은, 초생달처럼 웃으며 피로 물든 손으로 그의 머리를 쥐어 늑대의 가죽을 뜯어냈습니다.

 

 그날, 늑대의 아들은 달걀귀신이 되었습니다. 

 

 

.

.

.

.

.

 

 

 

 

 

 회상이 끝나고, 현재로 돌아옵니다. 달걀귀신은 기생집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 곳에는 가슴이나 다리, 어쨌든 자신있는 부위를 훤히 드러낸 기생들이 아편과 술에 취해 잠들어 있습니다. 금은보화가 맨살 위에 여기저기 흩뿌려져있지만, 가장 안쪽에 널브러진 남자만큼 번쩍이지는 않습니다.

 

 야차금쇄봉을 옆에 꽂아두고 온몸을 치렁치렁한 금 장식으로 치장한 저 거구의 남자 ㅡ 금강야차만큼은요. 

 

 달걀귀신은 금강야차를 깨우며 말합니다.

 

 "쿠라마 녀석이 사냥감을 가로챘다. 너도 관심이 있을 테지."

 

 금강야차의 느슨하던 눈이 시퍼래집니다. 

 

 "쿠라마는 죽여서 끌고 가도 되는 거요?"

 

 아, 사냥당하고 사냥하는 것밖에 할 줄 모르는 안타까운 귀신들아. 달걀귀신은 한탄인지 감탄인지 모를 것을 속으로 씹어내고는 말합니다. 

 

 "...그건 알아서 하라는군."

 

 형의 속내를 알길 없는 금강야차는 야차금쇄봉을 들고 일어납니다. 이 거대한 방안이 그의 몸으로 반 정도 채워지는 듯합니다.

 

 "갑시다. 간만에 형제끼리 우애도 다지고."

 

 서로 때려죽이는 것밖에 할 줄 모르는 귀신들의 우애만큼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달걀귀신은 고개를 젓습니다. 우애 같은 것은 늑대나 할 법한 생각임을 알지 못한 채.

 

 


 

<만주를 향해 쏴라!>  1기 OP

 

 

 


상편 : 금강야차와 달걀귀신

 

 


 

 어색한 광야 라이프

 

 지난 번 나살지(나는 살아있는 지도) 사태 이후, 셋은 봉천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봉천은 독립군의 정보를 알 수 있는 곳일뿐더러, 장쭤린의 본거지이기도 했거든요. 일단 그곳에 가서 상황을 정리하기로 했습니다만...

 

 문제는... 이 셋의 분위기가 조온나 어색해졌다는 거ㅋ.....ㅋㅋㅋㅋ... 지난 번에야 몽희의 철없는 미소와 함께 스텝롤을 올리면 그만이었지만 이번엔 이 사태를... 어떻게든 하니까요...^^

 

 여튼 답이 없어서 바로 주사위부터 굴렸고요(..) 이번 <광야에서>의 결과는 이랬습니다.

 

 

 요거를 잘 섞어서 에벤키 마을로 가는 과정을 그리는 게 저희의 과제였는데요.

 

 실수로 에벤키족의 순록을 잡아서(광야) → 호랑이 사냥을 도와주는 것을 조건으로 에벤키 마을에 방문하고(행운) 호랑이 사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각자 과거를 떠올린다 (과거회상) 

 

 이렇게 전체적인 얼개를 잡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럼 일단 광야 장면부터 보시죠!

 
 

 ⚂ 광야

 

 

 미노루는 겁나 심난해서 아편만 뻑뻑 피우고 있었습니다. 미노루는 진짜 골 때릴 때만 아편을 좀 피우는데, 연기가 주위를 감싸서 흡사 신선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이대로 정말 몽희를 따라가는게 맞는 건지도 모르겠고, 아니 그냥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어요.

 

 석진은 그런 미노루의 꼬라지가 제법 꼴보기 싫습니다. 자기는 사냥 준비에 여념이 없는데, 옆에서 당장 뒤져도 상관없는 사람처럼아편이나 뻑뻑 피워대고 있으니... 결국 둘 사이에 조금 날카로운 대화가 오고 갑니다. 

 

 미노루 : 멀었어?

 석진 : 재촉하지 않아도 곧 나간다.

 미노루 : 그러다 저 빌어먹을 꼬맹이 굶어죽겠다.

 석진 : 굶겨 죽일 생각 없어서 이러고 있는 거잖아.

 미노루 :  처음에는 얼어 죽이려다 실패하고, 그 다음에는 태워 죽이려다 실패하더니, 이제는 굶겨 죽일 요량인갑네.

 석진 : 목숨이 아깝다면 그 입 다무는 게 좋을 거야.

 

 (여기 리플레이 보니 진짜 싸늘하게 싸우고 있어서 식겁했는데 실제론 PL 모두 옷호호했던 분위기라 신기하던ㅋㅋㅋ)

 

 대화가 날카롭다 못해 서로를 향한 칼로 바뀌기 직전...

 

 "아저씨, 나도 총 쏘는 법 가르쳐줘!"

 

 ...하며 몽희가 끼어듭니다. (역시 믿을 건 몽희밖에 없다

 

 몽희는 귀곡성을 제대로 쓰고 싶은지, 석진에게 정식으로 총을 가르쳐 달라고 해요. 물론 융통성 제로 꼰대 드랙인 석진이 그런 제안을 쉽게 받아들일 리 없습니다^^ 

 

 "넌 이걸 배울 그릇이 못 돼. 만일 네게 무력이 필요한 순간이 오면 내가 대신하겠다. 그러니 넌 배울 필요 없어."

 

 하지만 저승사자의 손녀인 몽희도 자존심이 있죠.

 

 "아니, 내가 저승사자의 손녀인데 총 쏘는 걸 못할 리가 없잖아!"  (주의: 피 안 섞임)

 

 뭐, 여튼 석진은 팽하니 사라져버립니다(..) 미노루 말도 안 듣는데 몽희 말을 듣겠습니까ㅋㅋ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미노루는 아편을 빨다가 킥킥대며 농을 던집니다.

 

 "뭐, 사람 죽이는데 기술이 필요한가? 결의가 필요하지. 쏘고 싶으면 그냥 쏴버려."

 

 (어쩌자고 저렇게 대책없는 말을) 그리고 곧 제 아편에 지쳐 잠들어버리지요.  

 

 오예... 이걸로 방해꾼은 모두 사라졌습니다...(?) 

 

 몽희는 몰래ㅋ 밖으로ㅋㅋ 나갑니다ㅋㅋㅋ 진짜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 트러블 키듴ㅋㅋㅋㅋㅋㅋㅋ 마침 근처를 돌아보니 귀여운 만주 토끼가 날 잡아잡수소~ 하면서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살금살금 다가가서 살해살해 하려는데 앗... 고개를 드니 저 너머에 뭔가 홀리한 것이 보입니다. 저... 저것은!

 

순록의... 홀리한 '궁둥이'가...!

 

 아... 토끼 따위를 잡을 때가 아닙니다. 순록이 앞에서 궁둥이를 흔들고 있다고요! 몽희는 귀곡성을 부여잡고 홀린 듯이 다가갑니다. 미노루가 직전에 해주었던 조언조롱을 떠올리면서!

 

 

 "잘들어라. 상대를 죽이는데 필요한 건 실력이 아니라 결의다! 너라면 할 수 있다, 윤몽희!"

 

 

 조조 그림체로 떠오르는 미노루의 응원을 등에 업고... 몽희는 광자의 눈을 빛내며 조심스럽게 자세를 잡습니다. 총 실력은 몰라도 결의라면 만주 최고짱 레벨이긴 하니까요ㅋ

 

 거기다 할머니에게 들었던 말까지... 아아ㅡ 잠시 고향의 밤(Short)이 지나갑니다... (고향의 밤 : 과거의 일을 회상해서 현재의 일에 대한 힌트를 찾는 몽희의 특기) (각색된 대화입니다)

 

몽희 : 할머니! 어떻게 하면 그렇게 총을 잘 쏘는 거야?
할미 : 기집애가 그런 걸 알아서 뭐할라구!
몽희 : ? 할머니도 기집애잖아
할미 : 이 년이! 
몽희 : 아 알려죠 알려죠~!
할미 : (어쩔 수 없다는 듯) 총을 쏠 때는 말이여. 숨을 딱 참고 멈춘 상태로 쏴야하는 거여.
몽희 : 숨을 왜 참아? 숨을 참으면 총알이 더 잘나가는 거야?
할미 : 거 하나 알려줬응께 귀찮게 굴지 말고 빨래나 혀라.
몽희 : 아 왜 숨을 참아야 하는 거냐고! 왜냐고~!
할미 : 남 목숨 뺏을 생각하면 니 숨구멍도 막히는 거니까 그런 거여, 이년아!

 

 

 남 목숨을 뺏기 위해서는 →  내 숨구멍을 막아야 한다...? = !!!!!숨을 안쉬면 사냥감을 잡을 수 있다!!!!!

 

 

 고향의 밤을 통해 답(...?)을 떠올린 몽희는 숨을 멈춘 채 순록에게 다가갑니다. 과연, 저승사자의 조언을 유의미했습니다. 제법 가까이 다가갔는데도 순록은 몽희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해요. (순록 : 아니 너무 작아서 안 보인 거라고ㅡㅡ)

 

 하지만 조언은 조언이고 실전은 실전이고... 숨 멈추고 움직이는 게 생각보다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몰랐던 몽희는 눈이 부풀어 오르다가 그만 푸핰하고 맙니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순록의 엉덩이를 맞춰요ㅋ (이건 이거 나름대로 능력이구먼)

 

 갑자기 불주사를 맞은 순록은 기절해버리고, 몽희는 자신이 순록을 잡았다는 생각에 들떠 가까이 다가갑니다. 이거라면 석진도 자신을 인정해줄 거라고 생각하면서요.

 

 그러나 몽희가 한발치 앞까지 다가온 순간... 순록의 두툼한 눈이 꿈뻑하고 뜨이고 만 것입니다... 투비 두문단 컨티뉴드...

 

 한편, 대충 사냥을 마치고 돌아온 석진... 그런데 상황이 딱 봐도 좃됐습니다. 일단 몽희가 귀곡성을 들고 사라졌고 미노루는 아편에 절어서 궐궐대고 자고 있어요ㅋ 석진은 미노루를 줘팬 뒤 몽희를 찾으러 떠납니다.

 

 다행히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몽희가 보였어요. 순록에게 다가가고 있네요. 하지만 순록은 눈을 번쩍 뜨고, 때마침 자신을 잡으려던 몽희를 태운 채 아래위로 날뛰기 시작합니다.

 

지상과 상공의 경계를 자유롭게 날뛰는 어린 소녀와 순록ㅡ 아아, 이 얼마나 신화적

 

 -인 그 광경에 감탄한 석진은 (석진 : 이런 시발) 덤덤하게 총을 들어 순록에게 겨눕니다.

 

 앞뒤 분간 못하고 날뛰던 순록은 석진의 코앞까지 달려가고, 석진은 그대로 순록의 눈을 맞춥니다. (불땽해ㅠㅠ) 생명력 버튼이 OFF된 순록은 그대로 스러지고, 그 위에 매달려 있던 몽희는 우와앗하고 날뻔했지만 다행히 석진의 손에 잡힙니다. 근데 어째 멱살...이 잡혀 있는ㅋ..ㅋㅋ..ㅋㅋ...

 

 순록 롤러코스터가 제법 재미있었던 몽희는 약간 상기된 얼굴로 웃고 있지만, 안전벨트 안매고 롤코 탄 손님을 바라보고 있는 석진의 표정은 시말서가 예정된 직원처럼 썩어들어가는데... 그때, 석진은 좋지 않은 걸 보고 맙니다.

 

 순록의 목에 달린 밧줄과 나뭇가지.

 

 이번 에벤키족이 순록에게 채워두는 장치입니다. 밧줄을 늘어뜨려서 무릎과 정강이 사이에 나뭇가지를 위치하게 해두면, 순록이 달릴 때마다 나뭇가지가 정강이에 부딪쳐서 빠르게 뛰어갈 수 없거든요. 

 

 한마디로... 이 순록은 사 유 재 산...

 

 아니나 다를까 딱 그 타이밍에 화살이 날아옵니다. 그곳에는 나이 든 에벤키 사냥꾼 두 명과 어린애 한 명이 있어요. 활을 겨눈 것은 그 어린 아이였습니다. 어린 신은 설피를 신은 채 걸어나와 일본어로 말을 겁니다.

 

 "이거, 우리 재산."

 

 에벤키족의 족장의 아들, 투 홍언입니다.

 

 

⚅ 행운

 

 사유재산이란 인간에게 있어 가장 예민한 문제 중 하나 아니겠습니까? 그걸 모르는 사람이야 없죠. 저희도 압니다. 하지만 광야를 뛰어다니고 있는 순록이 누군가의 사유재산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변명하는 거 맞음)

 

 흑흑, 여튼 돈으로 물어내라는데 광야에서 거지 생활 하고 있는 쇤네들이에게 무슨 돈이 있겠습니까ㅠㅜ 튀어야 하나? 싶었어요. 

 

 그런데 다행히도 투가 제법 말이 통하는 상대였습니다. 일본어를 조금 공부해서 일행과 대화도 할 수 있었고요. 결국 에벤키의 호랑이 사냥을 돕는 대가로 순록의 값을 치르기로 합니다.

 

 헌데 에벤키 족은 호랑이를 신으로 모시지 않던가...?

 

 심지어 호랑이를 잡으러 가는 중이었다는데, 나이든 남자 둘이랑 어린 애 하나에요... 이건 그냥 자살하러 가는 수준이잖아요; 그만큼 좋지 않은 상황이구나 싶어서 일단 의뢰를 승낙하기로 합니다. 

 

 덕분에 일행은 운 좋게 에벤키 마을에서 잠시 여독을 풀 수 있게 되었고요. 

 

 강 어귀를 중심으로 꾸려진 에벤키 마을은 그야말로 지브리풍이었어요. 빈곤 속의 풍요라고 해야 하나? 분명히 사는 게 만만치 않은 마을임에도 불구하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무척 정겹고 풍요로워 보였습니다. 하지만 죽어가는 마을임에는 분명하죠.

 

이쯤에서, 에벤키 마을에 대한 개인적인 해석을 잠시 얘기해볼까 합니다.

 

 죽은 자들의 마을, 에벤키


 후기를 쓰다보니 느낀 건데 저는 에벤키가 '죽은 자들의 마을'이 아닌가 싶더라고요. 이 마을 사람들은 살아있는 것 같지만 사실 모두 죽은 것이고, 살아있는 건 오로지 투 한 사람뿐인 거예요.

 일단 이 마을은 '죽음'을 통해서만 출입이 가능해요. 일단 몽희 일행이 이곳에 들어온 건 순록을 죽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나가려면 호랑이를 죽여야 하죠. 사선 너머에 마을이라는 거예요.

  마을 주변에 흐르고 있는 강도 스틱스의 강처럼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봤어요. 이 강을 넘어가야만 다시 산자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마을을 떠난 투의 형들은 문자 그대로 살기 위해서 이곳을 벗어났다고 봐도 될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번 에피소드는 투가 주연인 만주판 바리데기 서사이기도 한 것입니다.

  죽음의 세계에서 살던 투가 산자의 세계로 나아가는 이야기인 것이지요. 이후의 후기 또한 에벤키를 이런 관점에서 해석하고 있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비유적인 의미이기도 합니다.)

 

 

 한편, 몽희는 투와 대화를 나누면서 에벤키에 대해서 알아갑니다. 족장의 유일한 아들이었습니다. 위로 형이 10명이나 있었지만 모두 마을을 떠난지 오래죠. 아민(아버지)는 이미 노쇠해서 언제 죽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고요. 몽희 또래의 아이가 감당하기엔 어려운 일인데도, 투는 언젠가 돌아올 형제들을 위해 마을을 지키고 싶어 합니다.

 

 몽희는 그런 투의 마음에 감화돼요. 이미 삶의 터전을 잃은 몽희로선, 곧 삶의 터전을 잃게 될 투가 남처럼 느껴지지 않았을 거예요.

 

 그래서... 석진에게 호랑이 사냥에 데려가 달라고 합니다(?)

 

 물론 석진이 이걸 허락하면 석진이 아니라 썪찐이다... 몽희는 평소처럼 우겨대지만 석진의 거절은 그 어느때보다도 매정하고 차가웠습니다. 상처를 잘 받는 성격이 아닐 텐데도 이때만큼은 몽희도 상처를 받을 정도로 석진의 뜻은 단호했어요.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 넌 짜져 있어라 이거죠. 하지만 몽희의 논리가 더 날카롭습니다.

 

 "내가 지금 아저씨에게 아무 도움도 안 되는 건 알아. 그렇다고... 아저씨가 날 평생 이고지고 살 거야?"

 

 그 말에, 석진은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것을 기억해냅니다.

 

 

⚀ 과거 회상

 

 석진이 아직 승희로 살던 시절이에요. 승희가 집안일부터 돈 벌어오는 것까지 모두 도맡아 하던 시절의 이야기죠. 외팔엽사는 그때 승희에게 지나가듯, 하지만 마음에 콱 꽂히게끔 얘기했었어요.

 

 '네가 평생 그 집안 이고지고 살 거냐'

 

 아마 외팔엽사가 승희에게 총을 가르쳐준 것도 그 시점이었을 거에요. 그때 배운 총으로 지금까지 먹고 살 수 있게 됐죠. 그러니 몽희의 말도 틀린 건 아닐 겁니다.

 

 그래도, 몽희에게 총을 가르쳐 줄 생각은 없어요. 결코.

 

 총을 배워서 석진이 행복해졌는가하면 그건 또 아니니까요. 오히려 탄환들을 쫓다가 갈곳 없는 처지가 된 것은 아닐까, 석진은 그리 자책하고 있었을 거예요. 적어도 지금의 삶은 석진이 바라던 삶은 아니니까요. 

 

 그럼 어떻게 살고 싶었는데? 그것에 대한 답은, 아직 석진도 미처 찾지 못한 때였습니다... 아니, 그 질문조차 떠올리지 못했어요.

 

 여튼, 몽희는 석진의 단호한 태도에 밀려서 텐트 밖으로 나옵니다. 하지만 석진의 냉담함이 이해가 안되는 건 아닙니다. 이 시점에서 몽희는 아직 자신에 대해서 증명한 게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언뜻 보기에 몽희는 그냥 패기로운 어린아이일 뿐이고, 하는 일도 모조리 사고로 이어지는 상황이었죠.

 

 낙담한 몽희를 찾아온 건 투였습니다. 몽희는 투와 얘기를 나누다가, 소중히 간직해 온 보물섬을 투와 함께 읽습니다. 그리고 지키지 못했던 서로의 보물에 대해서 얘기해요. 몽희는 자신의 할머니를, 투는 자신의 누나를.

 

 

 죽음 너머로 보내버린 사람들을 그리워하며, 둘은 서로에게 언어와 동작을 알려주기로 합니다. 몽희는 투에게 히라가나를 알려주고, 투는 몽희에게 순록을 타는 법을 알려줘요.

 

 이게 상당히 아름다우면서도 의미심장한 장면인데... 여기서 투가 처음으로 이승의 언어를 배우게 되는 셈이거든요. 지금까지 죽음 속에서만 살았던 투가 처음으로 산자의 세계를 엿보게 된 거예요. 동시에 몽희는 처음으로 할머니의 죽음을 입에 담으면서, 죽음의 세계를 받아들이게 되고요.

 

 그리고 엄격하게 구분된 죽은 자와 산 자의 세계를 연결하는 것은 다름 아닌 '이야기'입니다. 

 

 "우리 할머니도, 너희 누나도 신의 나라에 가 있을 거야. 그리고 그곳에서 또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있을 거야!"

 

 죽은 자와 산자가 또렷이 나눠진 세계에서 살아온 둘은, '이야기'를 매개로 그 경계를 허뭅니다. 몽희의 할머니도, 투의 누나도 이야기를 할 때만큼은 항상 그 존재를 상정하게 되니까요. 

 

 인간사는 거대한 이야기에 불과하고, 그 속에서 삶과 죽음은 하나인 것입니다. 가장 죽음과 멀리 있는 이 어린 아이 둘이 그 사실은 누구보다도 먼저 알아버려요. 아릿하지만 아름다운 이야기죠.

 

 제2장은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생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더라고요.

 


 

 

 한편...^^ 미노루는 이 암것도 없는 마을에서도 금전을 털기 위해 밥벌이를 시도합니다ㅋ 마침 내일 호랑이 사냥을 앞두고 마을에서 잔치를 한다지 뭐예요?

 

 잔치라니, 이건 미노루 판이죠ㅋ 잔치에서 요염한 춤 솜씨를 뽐내며 한탕 해보려고 하는데 (이 가난한 마을 사람들이 잘도 돈을 주겠다...) 이미 춤쟁이가 있는 거 아니겠어요?

 

미노루 : 얘 좀 치는데?

 

 파랗고 빨간 천을 길쭉하게 매달고 있는 이 촌스런 것이  무려 이 마을의 무당이랍니다. 순록 가죽으로 만든 북을 들고 공연 준비를 하려고 하는데, 정말이지 눈뜨고 봐줄 수가 있어야죠ㅋ 코를 납작 눌러주려고 하는데, 아뉘?ㅋㅋㅋ 비긴 거 아니겠어요??ㅋㅋㅋㅋㅋ 

 

 자존심이 자존심대로 상했지만 그간 광야에서 적성에 없는 삶을 살다가 오랜만에 춤을 추니 기부니가 괜찮은 거 같기두 *^^* 같이 춤판 한번 벌렸다가 우애ㅋ가 생겨버린 둘은 서로의 이름을 교환하며 하이파이브를 합니다. (말 안통하는데도 통하고 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와중에 삽화로 순록 만두 먹으면서 파아앗~!+ㅁ+ 하다가 책에서만 보던 블루베리랑 버터 먹고 실망한-ㅠ- 몽희 지나감ㅋ 귀여워;)

 

 아무튼, 마을이 연회로 달아오르는 가운데 술에 취한 미노루는 잠시 화장실에 나섰다가 이런 곳에서 마주칠 일이 없는 사람과 만나요. 네, 달걀 귀신입니다.

 

어쩐지 오늘따라 별이 안 뜨더라니

 

 금강야차와 함께 마을 습격을 앞둔 달걀귀신은 일이 커지기 전에 미노루를 먼저 회유하려고 합니다. 어차피 백팔요괴단이 마적단인 이상 마을을 덮치는 거야 어떻게 할 수 없겠지만, 고삐 풀린 금강야차가 미노루를 쳐죽일 생각을 하면 그것도 썩 보기 좋지는 않으니...

 

 달걀귀신은 왜 금강야차와 미노루가 싸우는 걸 보고 싶어하지 않는가? 달걀귀신은 금강야차, 쿠라마, 오도깨비를 어릴 때부터 직접 키운 대리 파더(..)이기 때문입니다. 물귀신이 애들을 돌볼 리는 없잖아요. 달걀귀신이 그 뒤처리를 대신 해온 거죠. 절절하진 않아도 부성이 붙을 만한 상황이긴 했습니다. 자식 새끼들이 서로 죽이겠다고 싸우는 걸 맘놓고 지켜 볼 부모가 어디 있겠어요.

 

 하지만 자식 새끼들이란 본래 부모 마음따위 신경쓰지 않는 법입니다.

 

 미노루는 지랄지랄을 해요. 아 됐고 꺼져! 같은 톤으로 불쾌함을 실컷 드러내죠. 미쳤다고 이제 와서 달걀귀신에서 회유 당하겠습니까? 그건 물귀신에게 돌아가는 일일 텐데도요.

 

 물론 한편으론 젠장 어떡하지 싶었을 거예요. 상황이 너무 불보듯 뻔하잖아요? 전사들이 자리를 비우면 달걀귀신이 이끄는 백팔요괴단이 마을을 초토화할 거고, 그 전에 도망치지 않으면 미노루도 잡혀갈 겁니다.

 

 사실 달걀귀신의 회유는 어떤 의미에서는 도망치라는 메시지였던 셈이죠.

 

 여튼, 몽희를 두고 떠날 순 없습니다. 그 아이는 미노루의 돈방석이 되어 줄 아이에요! 지폐로 높고도 높은 탑을 만들어, 물귀신이 쳐다도 못 볼 권력을 쥐고 물귀신에게 칼을 꽂게 만들어 줄 아이라고요.

 

 달걀귀신의 제안을 대차게 거절하고 돌아온 미노루는 재빨리 석진에게 모든 것을 설명합니다. 당장 마을에서 떠나야 해요. 

 

 하지만, 석진은 미노루를 신뢰하지 않습니다

 

널 믿으라고? 왜?

 

 석진은 지난 번 미노루의 배신으로부터 회복된 상태가 아니었어요. 애초부터 미노루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았던 것도 있지만, 지난 번 일로 더더욱 미노루를 신뢰할 수 없게 된 거죠.

 

 미노루는 달랐어요. 미노루는 석진을 신뢰했거든요. 솔직히 꽤 좋아하는 편이었을 거예요.

 

 캠페인이 시작하기 전부터 이 둘은 콤비로 종종 일을 해왔다는 설정이었는데, 아마 이 관계는 일방적으로 미노루가 석진에게 달라붙어서 형성된 관계였을 거예요. 석진은 자신과 달리 단단한 녀석이면서도, 사회적으로는 모자라서 그 부분을 자신이 채워주고 싶다고 느꼈을 거거든요. 미노루의 모성을 달래기에 석진은 딱 좋은 인물이었던 거죠. 

 

 하지만 석진의 대답은 차갑기만 합니다.

 

 "넌 언제나 꼬맹이를 팔아먹을 생각 뿐이었잖아. 그놈들과 손을 잡고 함정을 판 게 아니라고 어떻게 장담하지?"

 

 장담 못하죠. 미노루라도 이런 자신을 믿긴 힘들 거예요. 석진의 의심은 타당하지만 그 이상으로 냉담합니다. 더 이상 얘기를 해봤자 소용이 없다는 걸 깨달은 미노루는 몽희를 데리고 떠나려고 해요. 마침 몽희가 엿듣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그마저도 석진에게 제지 당합니다. 석진은 몽희를 데리고 호랑이 사냥을 가기로 해요

 

 미노루는 그런 둘을 잡지 않고 보내줍니다. 몽희가 귀한 존재인 건 맞지만, 사실 정말로 저 계집애를 믿고 따라 가야하는 건지도 모르겠고 석진도 경계심을 보이는 이상 억지로 따라가봤자 견제당할 테니까요. 나중에 기회를 봐서 기습하더라도 지금은 백팔요괴단이 오기 전에 마을에서 도망치는 게 우선입니다. 

 

 그렇게 파티는 두동강이 나고, 마을을 노리는 백팔요괴단의 눈과 산기슭에 숨어있는 호랑이의 이빨이 겹쳐지면서 상편이 종료됩니다.

 


 

 

 하편의 오프닝입니다. 갑작스럽지만 잠깐 장면을 돌립시다.

 

 석진이 아직 승희였던 시절입니다. 곱게 댕기를 땋은 그 뒷모습은, 여느 아녀자라면 엉덩이까지 새초롬히 내려올 길이지만 석진은 어깨 뼈를 조금 넘습니다. 언제까지 길러야 최씨네 막내딸처럼 머리채를 먼저 들고 조심스레 앉게 될까요. 어째서인지 승희는 머리도 잘 길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바람이 불어도 승희의 짧고 두툼한 댕기는 흔들리지도 않습니다. 몸이 커서 꽉 맞는 통에 밑단이 들린 저고리만 파득댈 뿐이에요.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석진아!"

 

그 말에 승희가 고개를 돌리려는 찰나, 뒤에서 오빠인 석진이 승희를 스쳐 달려 나갑니다.

 

 "어, 왜!"

 

 자신을 스쳐 지나가는 석진을 보며 천천히 고개를 앞으로 돌리면 다시 정면. 어느새 코트를 입고 총을 든 '석진'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습니다. 

 

 


하편 : 호랑이 사냥

 


 

 

 하... 오프닝 연출 진짜 좋지 않나요... 제 비루한 필력으로 10% 정도 표현했는데, 영상이라고 생각하면 어떻게 이런 장면을...? 싶습니다... 오빠의 이름을 훔쳐온 부채감을 시퀀스 두 서너장으로 표현하는... 부셈님 영화계로 빨리 내쫓아야됨 이 캠페인 하는 동안 내 과제임 (아냐 티알해)

 

 


친구는 옛적에 물려가고 없네

 

 아무튼, 하편의 이야기는 백두산 호랑이를 쫓으러 산 속에 들어온 장면부터 시작됩니다.

 

세션이지만 백두산을 다 가보네

 

 

 어슴푸레한 산길, 인원은 와 그의 아버지인 아민, 에벤키의 사냥꾼 둘석진, 몽희입니다. 사정도 모르고 일단 끌려 온 몽희는 석진에게 미노루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습니다만, 석진은 아이에게 그런 걸 대답해 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죠. 새삼 석진은 몽희마저 신뢰하지 않을 정도로 아무도 안 믿는구나 싶어 감탄ㅋㅋ

 

 하지만 몽희도 만만한 아이가 아닙니다. 몽희는 순록으로 석진 옆을 따라잡으며 대화를 시도합니다.

 

"미노루가 걱정해서 그러는 건데 아저씨는 왜 그러는 거야!"

 

 이에 대한 석진의 대답은 담백합니다. 

 

"너는 잊은 모양인데, 그 녀석은 널 죽여서라도 지도를 얻으려고 했다. 그런 녀석을 내가 어떻게 믿지?"

 

 그건 사실입니다. 몽희가 그 문제를 크게 개의치 않을 뿐이지 미노루가 둘을 배신하려고 한 건 사실이니까요. 그래도 몽희는 불만스럽게 말해요. 

 

 "그렇게 치면, 미노루가 감기에 걸린 나를 왜 간호해줬던 건데?"

 

 참으로 순수한 반박이지만 석진은 냉정하게 쏘아 붙입니다.

 

 "당연히 널 이용하려고 치료해준 거지!"

 

 자기도 모르게 감정이 올랐다는 걸 깨달은 석진은 적당히 대화를 흩트리고는 일방적으로 대화를 닫아버립니다. 몽희는 타닥타닥 나아가는 석진을 향해 외쳐요.

 

 "아저씨, 그렇게 까탈스럽게 굴면 평생 친구 안 생긴다! 원래 친구라는 건 서로 허물도 덮어주고 그러는 거야!"

 

 몽희의 주장은 유치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진실을 담고 있습니다. 석진은 자신의 옛 친구를 떠올립니다. 석진에게 이 임무를 맡겨놓고는, 독립군 기지에서 의수 한쪽만 남기고 영영 죽어버린 비겁한 친구 김완에 대해서요.

 

 

.

.

.

.

.

 

 

 

 김완은 석진에게 그런 얘길 했었습니다.

 

 

"인간은 어느 역사에 이름을 올릴지 선택할 순간이 와."

 

 

 거창한 이야기처럼 들릴지 몰라도, 그 이야기는 석진의 마음 속으로 파고들었을 거예요. 인간은 역사에 매몰되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역사를 선택할 수 있는 존재라는 명제에는, '내가 누구인지는 내가 결정할 수 있다'는 석진의 은닉된 희망과 맞닿아 있거든요. 

 

"난 김완이다. 너는?"

 

 그런 말을 부끄러움 없이 할 수 있었던 것만 봐도 김완은 본래 사교적인 놈이었습니다. 승희가 처음 독립군에 들어갔을 때 정체를 들킬까 봐 한참 긴장하고 있을 때도 먼저 다가와서 승희의 마음을 열어버린 호인이었죠. 함경도 북청 출신이었던 김완과 함흥 출신인 승희는 금새 얘기가 통했고, 사교성이 없는 승희마저도 완은 감히 친구라고 할만한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그와 처음 만났을 때 악수를 했던 손은, 잠깐의 점멸과 함께 독립군 기지에서 타버린 의수로 바뀌지요. 친구란 이토록 덧없고 아픈 것이었습니다.

 

 몽희가 말하는 친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석진도 압니다. 하지만 알기 때문에 거부하고 싶은 거예요. 친구란 존재는 소중한 만큼 잃었을 때 살점이 떨어져 나가듯이 아픈 것이니까요.

 

 그날 내 친구는 모두 죽었다.

 

 석진이 믿을 사람은 이 세상에 남아있지 않고, 앞으로도 그런 사람을 만들 생각은 추호도 없었던 것입니다.

 


야차 금쇄봉으로 처음 맞은 게 나였지 아마?

 

 한편, 다시 카메라를 마을로 돌려봅시다. 이미 한참 전에 떠났어야 했을 미노루는... 어째서인지 마을에 남아있습니다. 이미 석진과 몽희는 떠났고, 곧 백팔요괴단이 쳐들어올 텐데도요.

 

 하지만, 그래도, 발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아마도 석진의 말이 마음에 걸린 것 같아요. 널 어떻게 신뢰하느냐, 아편쟁이야, 같은 말들. 그런 비난 속에서 미노루가 찾아낸 공통분모는 하나 ㅡ 넌 비겁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맞아요, 미노루는 비겁해요. 입으로는 잘도 나불나불거리지만 그렇게 싫다던 물귀신을 백팔요괴단 시절에 한 번 찔러본 적도 없었죠. 심지어 오도깨비가 죽었을 때도 물귀신에게 제대로 대들지도 못했어요.

 

 왜? 무서우니까.

 

 무섭습니다. 미노루는 이 세상이 무서워요. 자길 지켜줄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고, 자신이 지키고 싶은 것 또한 없습니다. 언제 죽어도 상관없는 삶이지만 그래서 무서워요. 이렇게 부화하자마자 짓밟힌 애벌레처럼 살다 죽고 싶진 않다고요.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순 없지만, 미노루에게도 하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만주 벌판이 아니라 이 세상을 모두 돌아다녀도 성에 차지 않을 만큼의 욕망이 있어요. 그게 뭔지 모르지만 분명히 있단 말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도망다니는 채로는, 결코 그 삶을 살아내지 못할 거예요.

 

 언제가 되었든 미노루는 비겁한 자신과 싸워야 합니다. 그때가 지금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니, 어쩌면 지금인가? 그렇게 고민을 거듭하는 찰나에 모래시계가 다 되고 만 것이지요. 말발굽 소리가 떼거지로 들려옵니다. 백팔요괴단이 등장합니다.

 

초랭이들 납신다, 길을 비켜라!

 

 회색과 잿빛으로 가라앉은 죽음의 마을에는 어울리지 않는 의 사당패. 그리고 그들을 끌고 온 역신은 예상했던 대로 달걀귀신... 이 아니라, 결코 만나고 싶지 않았던 형이었습니다.

 

 "쿠라마 이 변태 새끼, 살아 있었구나?"

 

 참고로 미노루의 인연 면모에 금강야차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 금강야차 :  만주에서 절대로 만나면 안 되는 놈 1위

 

이래서 안하던 짓은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말이죠...

 

 여튼, 금강야차는 미노루를 제법 반가워합니다. 그야 미노루를 죽이려고 찾아녔으니까요. 하지만 미노루는 전혀 반갑지 않습니다. 도망치려고 그 놈 눈에 독침도 꽂아보고 별 짓을 다하지만 소용 없습니다. 

 

 상횡이 완전히 좃됐음을 깨달은 미노루를 재빨리 기모노 자락을 찢어 逃(도망)이라는 한자를 피로 새긴 뒤, 쿠나이에 묶어 석진이 두고 간 돌풍에게 던집니다. 쿠나이는 밧줄을 끊으면서 돌풍의 허벅지에 꽂히고, 깜짝 놀란 돌풍은 그대로 석진을 찾아 산으로 달려가요.

 

 그 직후에는 당연히 금강야차에게 뒤지게 얻어 터집니다. (이때 심각한 부상 입고 갈비뼈 나감ㅠ) 뒤이어 온 달걀귀신이 말리지 않았더라면 진짜 그대로 곤죽이 됐겠지요. 하지만 폭력성을 충분히 발산하지 못한 금강야차는 심심풀이로 마을에 불이나 지를까 합니다. 

 

 그렇게 둘 순 없습니다. 자기 때문에 이 마을이 쑥대밭이 되어버린다면, 그 부채감 때문에라도 미노루는 영원히 '비겁한 자신'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을 거예요.

 

 미노루는 달걀귀신이 광야의 빛을 찾으러 왔다는 사실을 재빨리 떠올립니다. 그리고 몽희는 산으로 갔으니, 마을을 건드리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몽희가 있는 곳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하죠.

 

 물론 거짓말입니다. 애초에 미노루는 호랑이 사냥과 관련된 지도 한 조각도 보지 않았는 걸요. 일단 마을에서 벗어나게 한 다음, 마을 사람들이 도망쳤을 때 산에서 이 녀석들과 끝장을 볼 각오입니다.

 

 다행히 달걀귀신은 미노루의 제안을 받아들여요. 사실 믿지 않을 법도 한데, 일단 마을을 불사르지 않는 것에는 달걀귀신도 동의한 듯 했어요. 어쨌든 이곳은 에벤키의 마을이고, 달걀귀신도 늑대로 살았던 적이 있긴 하니까요.

 

 그렇게 간신히 미노루는 백팔요괴단과 함께 산으로 향합니다. 부디 마을 사람들이 이 틈에 도망치길, 석진와 몽희도 메시지를 보고 산 너머로 사라졌길. 그렇게 자신을 제외한 모두의 안위를 기도하면서요.

 

 역병의 무리, 사당패

 또 다시 메타적인 이야기입니다만, 여기서 금강야차가 끌고 온 초랭이 무리를 역병 무리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화려한 행색이나 마을을 불태우고 싶어하는 폭력성이 딱 역신의 모습이니까요. 

 그리고 만약, 에벤키가 이미 죽은 사람들의 마을이라면 ㅡ 저는 이 마을이 멸망한 이유가 역병이 아닌가 싶었어요. 이렇게 되면 투의 형들은 역병을 피해 도망친 것이고, 마을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마을을 버릴 수 없어 역병과 함께 침몰하길 선택한 사람들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어요.  그렇게 되면 미노루는 여기서 역병을 몰아내는 무당의 역할을 한 셈이 되고요. 

 물론 원작(?)의 내용은 역병이 아니라 만주 개발로 마적단이 설쳐서 마을이 해를 입은 것으로 나옵니다. 하지만 만주 개발이라는 것 자체가 소수민족들에게는 일종의 역병이었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어요.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풍토병이면서, 여러 사람에게 동시에 영향을 미치면서도, 벗어나려면 비싼 돈이 드니까요.

 

 


 

20세기 석진

 

 다시 산 속. 어느덧 저녁이 되어 다들 지칩니다. 호랑이의 기척은 전혀 보이지 않아요. 그게 그리 쉽게 보일 리도 없습니다만. 여튼 지쳐 앉아서 쉬기로 하며 야영을 준비합니다. 하지만 석진은 경계를 풀지 않아요. 호랑이의 기습이나 적의 탄환이나, 언제 석진의 삶을 앗아갈지 모른다는 점에서는 전쟁터나 마찬가지니까요.

 

 그리고 이 어두운 숲속은 왠지 석진에게 낯설지가 않아요. 그는, 그러니까 지금의 '임석진'은 숲에서 태어났거든요.

 

다신 돌아오지 못할 나의 고향

 

 마을을 떠날 때의 이야기입니다. 옷 몇벌 돈 몇푼 보쌈지고 도망치던 승희는 마지막으로 산 위쪽에서 마을을 내려다 봅니다. 마을은 참으로 작고 초라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산 속을 바라보니 첩첩산중입니다. 이제 승희는 저 작은 세계에서 벗어나,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숲으로 떠나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뒤로 누군가 헉헉 대며 쫓아옵니다. 철없는 오빠인 석진이에요. 승희는 깜짝 놀라서 오빠에게 다가갑니다. 폐병 환자인 석진이 그 체력으로 승희를 붙잡을 만큼 뛰어왔던 거예요. 승희는 놀라서 석진에게 다가갑니다. 가족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몰래 빠져나왔던 것인데도요. 

 

 석진은 승희가 언젠가는 도망칠 거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어요. 아니, 설령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도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지도요. 오빠인 석진도 알았을 거예요. 이 마을은 승희를 담기엔 너무 작다는 걸. 석진은 웃으면서 말합니다.

 

 "저 바위 너머에 20세기가 있겠지. 갈 거냐?"

 

 19세기의 석진은 승희에게 말합니다. 승희는 복잡한 가운데 불가항력처럼 대답해요.

 

 "네."

 

 그러자 석진은, 품에서 편지 봉투를 하나 꺼냅니다. 그 안에는 석진의 꿈이 담겨 있었어요.

 

 

 

 

 

 

 

 

 

 

 

 

 

 

 

 

 

 

 

 

 

 

 

 

 

 

 

 

 

 

 

 

 "너 먼저 가 있어라, 다 둘러보고 와라."

 

 그리고 석진은... 승희에게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텅 빈 여권을 줍니다. 

 

 "임석진이 20세기를 보게 해줘라."

 

 어릴 때부터 몸이 약해 여행따윈 꿈도 꿀 수 없었을 석진이, 여권은 어디서 또 받아가지고 몰래 가지고 있었던 건지... 그리고 그 여권을 도망치는 동생에게 건네어 자신의 청춘을 물려주는 것까지. 사랑이 뭔지를 말하라고 하면 이 장면 하나로 모든 걸 설명할 수 있을 정도에요... 석진은 말그대로 승희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주었어요.

 

 "이 구질구질한 마을은 잊어라. 멋진 놈들이 많이 있을 거다."

 

 그리고 여권에는 편도티켓으로 쓸 삯이 있었습니다....

 

 "신의주발 기차, 1시간 뒤에 있을 거야. 뒤돌아보지 말고 계속 달려야 안늦을 거다." 

 

 승희는 말없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그 말대로 능선을 따라 달리기 시작합니다. 석진은 소나무 밑에서 바위 너머로, 능선을 지나 사라지는 승희를 지켜보다 다시 마을로 돌아갑니다. 

 

 그렇게 그날 임석진은 20세기 출신으로 다시 태어났어요.

 

  

 

 

 

 

 

 

 

 물론 그 후로도 승희의 삶은 쉽지 않았고, 도리어 오빠의 이름을 받은 것에 엄청난 부채감을 느끼고 있었어요. 나는 오빠의 몫만큼 살고 있는가? 그런 죄책감이 늘 승희의 발목을 잡았을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석진은 그날 승희에게 자신의 청춘을 모조리 물려준 것을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이걸 위해 살아왔다고 느꼈을지도 모르지요. 비록 석진은 이 작은 마을에서 생을 다하겠지만, 승희가 만들어갈 이야기 속에서는 함께 영원히 살아갈 테니까요.

 

 이 장면은 정말... 제가 해온 캠페인 전체를 통틀어도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아름다워요.

 

19세기 석진, 20세기 석진

 이 부분도 사선의 경계를 두고 생각하면 의미심장한 부분이 많습니다. 승희의 마을은 이미 죽은 자들의 마을이고, 승희는 그곳의 유일한 생존자라고 해석하면 투와 결이 같아요. 투가 강을 건너 마을에서 벗어나듯, 승희 또한 바위를 너머 만주로 넘어오기도 하고요.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이 캠페인은 산 자들이 죽은 자들을 어떻게 기억할 것이냐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고 봐요. 몽희도 죽은 자들 (=장쭤린과 저승사자)의 유지를 이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입장이고, 미노루도 자신의 과거인 백팔요괴단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삶을 찾아가는 이야기인 셈이니까요.

 

 

 

 회상에서 깨어난 석진은 저리듯한 슬픔과 함께, 자신이 오빠의 이름에 걸맞게 살고 있는지 잠시 고민합니다. 그 후로 석진이 죽고 가문이 망했다는 소식까지 들었으니까요.  제3자 입장에서 보면 아름다운 기억일지 몰라도 승희에겐 영원한 상처인 것입니다.

 

 뭣보다 그후로 석진의 삶은 잘 풀리지 않았어요. 독립군으로서도, 현상금 사냥꾼으로서도, 물론 실력이야 좋지만 정말로 이게 자신이 원하던 길인가를 생각하면 자꾸 응어리가 생기는 거죠. 이제 와서 생각해봤자 의미 없는 일이니 잊으려고 해도, 새겨진 것은 지우개로 지울 수 없는 법입니다.

 

 "아저씨, 아저씨! 아, 임석진!"

 

 그런 석진을 다시 현재로 부른 것은 몽희입니다. 몽희는 새벽부터 안쉬고 계속 돌아다닌 석진을 걱정해요. 잔소리를 들으면서 몽희에게 딸려 야영장으로 들어가니 냄비에 뭔가 끓고 있고, 아민은 그들을 이렇게 부릅니다.

 

 "기르키."

 

 기르키는 퉁구스어로 '친구'라는 뜻이에요. 마을의 잔치 음식으로 만든 고소한 향이 감도는 뜨거운 스프를 마십니다. 푸성귀에 산마을, 감자 뿌리 같은 것이 스프 안에서 보이기도 합니다. 고향 생각이 나요.

 

 

 전시에는 배고픔을 거의 느끼지 않는 석진일 텐데도 피로와 배고픔(이라는 이름의 향수)를 느낍니다. 석진은 탕을 한수저 떠 먹습니다. 석진에게 가족이란 아픈 기억일 뿐인데도, 어째서인지 지금 이 순간이 가족처럼 따뜻하다고 느껴요.

 


신이 부르오, 나는 가겠소

 

 그러나 호랑이 사냥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정확히는 호랑이의 사냥은 이제 시작되었죠. 사냥감의 기척에 주의하며 앞으로 나아가던 석진이지만 영물인 호랑이의 기척을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호랑이가 먼저 일행을 덮치게 돼요.

 

 여기서 잠깐 영물 룰에 대해 얘기하고 싶은데... 와 이게 진짜 ㅋㅋ 개또라이 같은 룰입니다. 이거로 포켓몬 하나 만들어도 될 정도의 하우스 룰이에요. 

 

 만향쏴에는 다양한 생물이 존재하죠. 만주라는 벌판의 특성상 그 개체마다의 상황과 맥락, 그리고 능력의 고저도 천차만별입니다. 만향쏴에서 이런 동물의 능력을 크게 세 가지 분류로 나눕니다.

 

 본능 : 해당 동물의 본능에 걸맞는 판정에 +2~+@ / 본능을 거스르는 판정에는 -2
 훈련 : 얼마나 훈련이 잘 되었는지에 따라 +1~+@
 영물 : 영악할 정도로 똑똑하고 위협적인 개체일 경우 +3~+@

 

 

 개체마다의 능력치를 3종으로 나누어 판정에 차등을 두는 시스템인데, 이걸로 같은 호랑이라도 자코와 네임드를 나눌 수 있으니 갑자기 캠페인의 생태계가 확 넓어지는 기분이 들어서 엄청 설레더라고요ㅋㅋㅋ 이런 설정이면 레이드물도 쌉가능한 거잖아요? 

 

 여튼 그 레이드 맛을 여기서 조금 맛볼 수 있었는데ㅋ 상황인 즉슨, 무려 영물이신 호랑이가 드디어 나타나게 됩니다. 석진과 몽희가 앞서가고, 가장 노쇠한 아민과 그 일행이 뒤를 쫓아오는 상황이었죠.

 

 자, 그럼 여기서 퀴즈. 여러분이 호랑이라면 어딜 노릴 것 같나요?

 

1. 딱 봐도 떡대 존나 크고 쎈 석진

2. 맨 뒤에서 걷고 있는 노쇠한 아민

 

 네, 아민이 물려가고요(...) 깜짝 놀란 투는 호랑이를 향해 활을 쏩니다만, 화살은 호랑이의 가죽을 뚫고 들어가지 못하고 부러져 버립니다. 그리고 호랑이는 보란 듯이 아민은 절벽 너머로 던져버리죠.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민은 절벽 너머 구덩이에 있는 상수리 나무의 가지에 걸립니다만... 아마 무사하진 않겠죠.

 

절벽은 그 큰 아가리로 제물을 삼켰다

 

 그리고 호랑이는 재빨리 반대편 절벽으로 뛰어넘어 풀숲으로 사라져 버립니다. 투는 아민을 구하려고 바로 올가미를 꺼내는데, 석진은 살기를 다시 감지합니다. 호랑이는 사라진 게 아니라, 아민을 구하려고 다가오는 투를 노리고 다시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거예요. 석진은 호랑이를 쏘려고 합니다만, 판정이... 판정이 실패야!ㅠㅠ 

 

 이대로 당하나? 싶을 때 몽희가 기지를 발휘합니다. (기회 만들기!) 호랑이가 약자를 노린다면, 자신도 약자라는 사실에 착안해서 풀숲에 귀곡성을 쏴서 호랑이를 유인한 것이지요. 

 

 그렇게 미끼가 된 몽희와 석진의 콤비 플레이 덕에 호랑이의 앞발을 맞추는 것에 성공합니다. 뒤이어 호랑이와의 수 싸움에 성공해, 호랑이의 아구창을 날리는 데도 성공하죠. 다음 한 발이면 호랑이를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순간, 저 멀리에서 돌풍이 달려옵니다.

 

 돌풍은 석진을 보자마자 불안한 움직임을 보여요. 갑작스런 돌풍의 등장에 시선을 빼앗긴 바람에 호랑이가 도망쳐버립니다만... 돌풍에게 꽂힌 쿠나이에 적힌 한자가 매우 심상치 않습니다. 누가 봐도 미노루가 보낸 메시지에요.  

 

 석진은 비로소 미노루가 거짓말을 한 게 아님을 깨닫습니다. 조금 늦었는지도 모르겠지만요. 

 

 그러는 동안, 투는 다 죽어가는 아민을 데리고 옵니다.

 

아민, 왜 나도 모르는 새 마른 가지가 되셨소

 

 아민의 상태는 딱 봐도 좋지 않아요. 죽음을 직감한 투는 아민과 뭔가를 대화하더니 몽희에게 말합니다.

 

 "두고 가라셔."

 

 투에게 에벤키의 말을 조금 배운 몽희는 뒤이어 색색거리는 소리와 함께 나오는 아민의 말을 직접 듣습니다.

 

 '난 여기서 신의 나라로 갈 걸세. 내 아들을 마을 밖으로 데려다 주게.'

 

 ㅠㅠ... 사실 아민도 알고 있었던 거예요. 마을은 이미 끝났다는 걸... 어쩌면 투도 형들처럼 이 마을에서 도망치길 바랐는지도 모르죠. 하지만 투는 그러지 않았고, 그런 아들을 위해서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호랑이를 잡으려고 했던 것이고요. 

 

 하지만, 투는 떠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마을로 돌아가자는 일행에게 이렇게 말해요.

 

 "산군을 잡기 전엔 못 떠나."

 

 ㄴㅇ렇니인ㄹ허ㅏㅇ나ㅣㄹ아 저 이 대사 듣고 진짜 디지버졌는데 아니 ㅠㅠㅠㅠㅠ 아버지의 복수를 하겠다는 니즈도 느껴지지만, 제겐 그보다는 '에벤키를 이끄는 자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전엔 못간다'는 비장한 의미로 들렸거든요. 아니 어떻게 이런... 얘 진짜 임시로 만든 애 맞아??? (결국 정규멤 됨)

 

 결국, 여기서 투와 일행은 이별하게 됩니다. 몽희와 석진은 마을로, 투는 산군을 찾아 산으로 들어가기로 해요. 사람에게는 각자의 산이 있으니 각자의 싸움을 하자는 말과 함께... 서로의 길을 이해한 둘은 주먹을 맞부딪치며 외칩니다. 

 

 "기르키!"

 

 서로의 산을 넘어 언젠가 다시 만나길 기원하며, 어린 기르키 둘은 잠시 이별을 고합니다. 

 


 호랑이와 사냥

 

 화면이 바뀌어 다시 미노루 측으로 이어집니다. 생각보다 추운 날씨에 당황하는 금강야차(그야 발가벗었으니(..)) 여튼, 유쾌한 백팔요괴단과 달리 미노루는 슬슬 파장을 내려고 합니다. 이쯤이면 도망갈 사람은 다 도망갔을 테니까요. 

 

 금강야차의 화를 돋워서 빠르게 깔끔하게 죽는다.

 

 그럴 계획으로 혀를 놀리려는 순간, 풀숲에 숨은 석진과 눈이 마주칩니다. 아니 저 새끼가 여기 왜 있어?!... 싶지만 솔직히 좀 반갑기는 하다!!ㅠㅋㅋㅋㅋ

 

 석진은 그새 눈사태를 일으켜 놈들을 한번에 밀어낼 계획을 세우고 있었어요. 딱 놈들이 함정 칸으로 들어올 무렵, 미노루에게 신호를 보내 미리 도망가게 할 참이었죠.

 

지금 생각하면 이것도 제정신 아닌 계획이긴 함;

 

 석진은 눈이 마주 친 미노루에게 쿠나이를 던져 줍니다. 미노루는 그걸 입으로 받아서 끈을 자를 생각이엇는데... 하필 여기서 판정을 실패해서 말입니다ㅋ 만월빛이 쿠나이에 반사가 되어 금강야차에게 들켜버린 것이죠. (아따 그놈 눈도 좋어...)

 

 심지어 숨어있던 석진까지 들킨 상황. 더는 망설일 때가 아니라는 판단에 석진은 바로 눈사태를 일으킵니다. 시끄럽던 초랭이들은 모조리 눈에 쓸려 갑니다만, 금강야차랑 달걀귀신은 살아남습니다. 그 틈에 미노루는 석진과 합류해서 도망치고요.

 

 달걀귀신은 자신의 매(hawk)인 루키를 보내 석진 일행의 뒤를 쫓고, 이야기는 클라이맥스로 향합니다.

 


 

 한편, 세션 N시간 만에 다시 만난 일행! 반갑긴 하지만 지금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일행은 백팔요괴단을 몰아낼 계획을 세웁니다. 저희가 세운 계획은 이랬어요.

 

 미노루가 매복 지점에서 함정을 준비하면, 석진과 몽희가 적들을 거기까지 유인한다.

 

 자연스럽게 몽희가 끼어있는 게 웃기죠ㅋ 하지만 현재로선 원숭이 손이라도 빌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조금 전에 용감하게 호랑이 유인을 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니, 이 정도는 맡겨도 된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준비를 마친 석진과 몽희는 백팔요괴단을 유인하러 나섭니다. 둘을 발견하자마자 매섭게 화살을 들이대는 달걀귀신. 베테랑 둘을 어떻게 한번에 상대할지 고민하던 찰나에, 몽희는 이전에 얼어붙은 강에 빠졌던 기억을 되살려, 얼어붙은 폭포로 놈들을 유인해 총으로 얼음을 깨뜨리기로 합니다. 조금 전의 눈사태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기믹인 것이지요.

 

제정신 아님22

 

 하지만 이놈의 야차금쇄봉이... 너무 9성 무기라서ㅋㅋㅋ 폭포가 깨지기가 무섭게 바위 하나를 금쇄봉으로 날려 폭포를 막아버립니다. (왜 얘만 나오면 전투가 이렇게 이누야샤지)

 

 그렇게 서로 치고 빠지는 전투가 계속되는 가운데, 달걀귀신이 다시 한 번 석진을 노립니다. 석진은 금강야차와 면대면으로 싸우는 중이었기 때문에 달걀귀신의 공격을 차마 눈치챌 수 없었죠.

 

 몽희는 석진을 구하기 위해 순록의 눈을 가립니다. 투에게 들은 이야기가 있거든요.

 

 '순록은 말보다 경사지를 잘 뛰어다녀서 산에서 유용하지만, 겁이 많아 위험한 곳으로는 잘 가지 않으려고 해. 그러니 위험한 곳에 데려가려고 할 때는 눈을 가려주어야 해.'

 

 그리고 순록에게 조용히 속삭입니다. 

 

 "겁내지 마, 우린 할 수 있어."

 

  다음 순간, 몽희는 달걀귀신에게 돌진합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절벽으로 떨어져요. 

 

 깜짝 놀란 석진은 몽희를 잡으려고 절벽으로 달려가 팔을 쭉 뻗습니다만, 이미 손이 닿을 거리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추락하는 순간, 몽희는 석진에게 뻗었던 손을 딱 주먹으로 쥐면서 걱정말라는 듯 씩 웃습니다.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아무래도 그런 편이지) 석진은 바로 몽희를 구하러 가려고 합니다만, 금강야차에게 가로막힙니다.  금강야차는 야차금쇄봉을 쾅하고 내리찍으며 말합니다.

 

"일본군놈들이 널 오니토라라고 부른다면서?"

 

 킄ㅋ 오타쿠는 아무래도 이명으로 불리는 걸 참을 수 없는 법이다ㅋ 하지만 오타쿠가 아닌 석진은 무심하게 말합니다.

 

 "알면 물러나지 그래?"

 

 석진과 금강야차의 싸움이 시작됩니다. 석진은 점프한 뒤 날아올라 금강야차를 걷어차지만, 금강야차는 방어에 성공합니다.

 

 덩치가 커서 한번도 누군가에게 밀려본 적이 없었던 석진은 금강야차의 육중함에 놀랍니다. 금강야차 또한 석진의 강함을 인정하고요.... 다른 것(?)도 인정하게 됩니다. (이것은 후술하겠음. 투비컨티뉴드. 아주 중요함.)

 


 

한편, 절벽에 떨어진 달걀귀신과 몽희는...

 

 다행히 둘 다 절벽 중간 즈음에 떨어져 살아남은 듯합니다. (둘다인간이아녀) 달걀귀신은 산에선 날 피할 수 없다며 몽희는 뒤쫓습니다만 몽희는 당당하게 외칩니다.

 

 "그럼 아저씨가 안 쫓아오면 안 도망쳐도 되잖아!"

 

 이 무슨 기적의 논리ㅋㅋㅋㅋ 몽히데이다 증믈ㅋㅋㅋㅇ허ㅣㅏㅋ러ㅣ ㅋㅋㅋ 여튼 달걀귀신은 몽희가 탄 순록을 쏘려고 합니다. 운좋게 기지를 발휘해서 피하긴 했습니다만, 순록이 다리를 절고 있는 데다가 덩치가 커서 눈에도 띄다 보니 이 이상 데리고 다닐 수 없다고 판단해서 순록을 풀어주게 됩니다.  그리고 몽희는 홀로 산속으로 도망치게 돼죠. 

 

 한편, 시간이 지나도 매복 장소로 오지 앉아 이상하게 여긴 미노루는 돌풍과 함께 일행을 만나러 갑니다. 도착했을 때 너무 늦지 않아야 할 텐데요.

 


 

 그리고 다시 금강야차전! 현재로선 금강야차가 조금 더 유리한 상황입니다. 일단 완력이 압도적으로 차이가 나니까요. 두들겨 패는 금강야차와, 그런 금강야차를 총으로 계속 견제하는 석진. 하지만 금쇄봉 든 새끼가 빠르기까지 합니다 ㅡㅡ 상하좌우 없이 휘두르던 금쇄봉을 아래에서 위로 쳐올리고, 석진은 총을 잃고 맙니다. 그리고 오른팔에 골절이 생겨요. 

 

 (잠깐 얘기가 나왔던 거지만 추후 완의 의수를 착용하는 복선이 되지 않을까 했네요.)

 

 석진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을 때, 때마침 나타난 미노루가 총을 주워서 말에 탄 채로, 금강야차에게 독 비녀를 날립니다. 그리고 여유롭게 말해요. 

 

 "자기가 너무 늦어서 일부러 마중 나왔어."

 

 금강야차한테 마비독이 잘 먹히는 건, 그 누구보다도 미노루가 잘 알고 있죠. 실제로 베인 상처부터 시작해서 핏줄이 검게 물들기 시작합니다. 곧 야차금쇄봉은 들지도 못하게 될 거예요.

 

 "하여간 이 변태 새끼, 흥 깨는 덴 선수라니까."

 

 미노루는 석진에게 다가와 총을 건넵니다.  싸움이 다시 시작되어요.

 


 

 

 한편, 달걀귀신은 몽희의 뒤를 계속 쫓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때 에벤키의 사냥꾼답게 몽희를 사지로 몰아가는 가운데, 달걀 귀신은 몽희에게 묻습니다. 

 

 "지도는 어디에 숨겼지?"

 

 제가 지도에요! 할 수는 없겠죠ㅋ 아무리 몽희라돜ㅋㅋ 여기서 몽희가 어떻게 위기를 모면할지 고민하다가 이런 장면을 만들기로 했어요.

 

 일단, 몽희는 호랑이 사냥을 위해 만들었던 지도를 외우고 있었습니다. (역시 인간지도 윤몽희) 그리고 그 기억을 바탕으로 몽희발칙한 발상을 해요. 달걀 귀신을 호랑이굴로 데려가기로요. 

 

 어떻게든 호랑이굴까지 달걀귀신을 유인하는 것은 성공합니다만, 달걀귀신의 화살촉은 몽희를 놓치지 않아요. 절체절명의 상황, 그때 달걀귀신의 뺨을 날카로운 화살이 스칩니다. 달걀귀신이 돌아보면...

 

 "그는 내 기르키야."

 

 ...라고 외치는 투가 있었습니다. 으아아아ㅏ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마침 호랑이를 잡으러 왔던 투도ㅠ 이곳에 도착했던 것이지요ㅠㅠㅠ 으아아ㅏㅏㅏㅏ 이게 우정이다!! 이게 우정이라고!!

 


 

 다시 금쇄봉전(?)

 

 금강야차는 석진에게 금쇄봉을 내던집니다만, 마비독의 격발로 석진을 맞추는 것을 실패합니다. 그리고 무기를 던져버린 김에, 금강야차는 미노루를 먼저 처리하기로 해요. 석진은 상태가 안좋으니 언제든 공격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거죠.

 

 하지만 미노루도 쉽게 당하지 않습니다. 미노루는 치렁치렁한 겉옷을 벗어서 금강야차의 얼굴에 던져버립니다. 그리고 그대로 목을 감아버릴 셈이었어요. 

 

 그러나 금강야차는 그런 속내를 간파하고 미노루의 손목을 붙잡아 그대로 바닥에 메다 꽂아버립니다(!) 마비독이 들고 있다고는 하지만 상대는 금강야차고, 일반 남성보다도 근력이 약한 미노루가 금강야차를 육체적으로 견제할 수 있을리 없었죠ㅠ_ㅠ 금강야차는 드디어 이 웬수를 죽일 생각에 신이 나서 미노루를 짓밟습니다.

 

"네가 물귀신 품을 떠나면 뭐 행복해질 것 같아?"

 

 금강야차는 모릅니다. 미노루가 왜 나가고 싶어했는지. 잘되려고 나간 게 아니라 자유로워지려고 나간겁니다. 하지만 그런 구구절절한 사연, 금강야차의 지능으로 이해할 리 없겠죠. 미노루는 금강야차의 열등감을 건드리기도 합니다.

 

"안 내쫓는데 어떡하냐?"

 

 그리고 바로 그 순간, 금강야차의 어깨에 탄환이 박힙니다. 마비되었던 금강야차는 절벽 쪽으로 기울어집니다. 절벽에 대자로 떨어진 금강야차. 마지막으로 본 장면은 자신을 향해 총을 들고 있는 석진이었겠죠.

 

 휴, 간신히 금강야차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둘은 재빨리 서로의 안위를 확인하는데... 몽희가 없습니다? 그리고 미노루가 몽희의 소재를 찾기가 무섭게 저 너머에서 귀곡성 소리가 들립니다. 석진과 미노루는 소리가 난 방향으로 향해 재빨리 움직이고요.

 

한편, 대자로 떨어진 금강야차는 석진의 힘에 대해 감탄하면서 한마디 합니다. (아까 중요하다고 했던 거기임!)

 

 

 

 

 

 

 

 

 

 

 "끝내주는 여자군!"

 

 

 

 ㅋㅋㅋㅋ 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 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ㅇㄴㄻㅇㄴㄹ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 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 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ㅁㅇㄴㄻㅇㄹ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 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와아아악!!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서 단체 망붕 폭발함^^ 살면서 한번도 덩치로 밀려본 적이 없는 석진과, 그런 석진보다도 엄청난 덩치를 가지고 있어서, 석진이 여성이라는 사실을 눈치채는 금강야차의 케미라니!! 이 씬 이후로 금강야차는 저희팟 최고 인기캐릭터가 됨과 동시에(?) 이 커플링은 허상 동인에서도 메이저인 것으로(...) 녜, 그렇게 되었습니다.

 

 여튼, 몽희는 그래서 어떻게 된 건가?


 

 달걀귀신과 마주하면서 떨고 있는 투와 달걀귀신. 저승으로 돌아가지 못해 강제로 이승을 살아가는 달걀귀신과, 저승을 버릴 수 없어 이승으로 가지 못하는 투가 마주하는 장면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어쨌든 이대로는 승산이 없습니다. 미노루와 석진이 도착할 때까지 시간을 끄는 장면을 연출해야 하나... 하는데, 그때 정말 기가 막힌 연출이 또 나옵니다.

 

 몽희는 귀곡성을 들어요. 그리고 그것으로... 호랑이굴을 쏩니다. 호랑이 굴 안에 있던 호랑이는 이것에 자극을 받아, 호랑이 숨결로 고드름이 드륵드륵 낀 동굴 밖으로 나옵니다. 몽희는 달걀귀신 쪽으로 내달립니다. 호랑이를 유인하기 위해서였죠.

 

 달걀귀신은 몽희밖에 보이지 않았기에 몽희에게 총을 겨눕니다만, 몽희가 그대로 몸을 바닥에 엎드린 순간...

 

 

 

 

 

 

 

 

 

 

그 뒤를 쫓고 있었던 호랑이가 달걀귀신을 덮칩니다.

 

 호랑이에게 물려서 어깨가 찢긴 뒤, 물에 던져지는 달걀귀신. 그렇게 달걀귀신까지 처리하는데 성공하는 몽희 일행입니다만... 

 

 호랑이가 아직 남아 있습니다.

 

 투는 호랑이를 쏘려고 집중합니다. 지금 이 거리에서라면, 완벽하게 맞출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 동굴에서 호랑이 새끼들이 하나둘씩 기어나옵니다. 어미가 무엇을 하는지 궁금하여 철없이 고개를 내밀지요. 그 모습을 본 순간, 투는 망설임 끝에 화살을 내려놓습니다. 잡지 않아도 괜찮겠냐는 말에 투는 말해요.

 

 "티그루(산군)은 자기 가족을 지키고 싶었을 뿐이야. 그러니 우릴 따라오지 않을 거야."

 

 깨달은 거죠. 티그루 또한 누군가의 아민일 뿐이라는 걸. 몽희와 투는 호랑이를 봅니다. 호랑이는 자신의 아이들을 데리고 동굴 속으로 들어갑니다. 잠시 몽희와 투를 뒤돌아본 듯한 느낌도 듭니다. 그럴 리가 없는데도 말이에요.

 

 몽희와 투는 석진, 그리고 미노루와 함께 무사히 마을로 내려와요. 길고 길었던 호랑이와의 사냥이 끝납니다.

 


강은 너를 마지막까지 배웅할 것이다

 

 

 그후, 적당히 삯을 받은 뒤 일행은 다시 봉천을 향해 떠나기로 합니다. 그들 곁에는 투도 있었어요. 투의 할머니가 예언을 했거든요.

 

 '어린 아이는 마을을 떠나 족장이 된다. 그의 기르키들과 함께'

 

 호랑이 사냥을 하지 못해 돈을 벌지 못한 투는, 에벤키 사람들이 모두가 살 땅을 찾아 돌아오겠다고 하며 함께 몽희 일행과 떠나기로 합니다.

 

 여기서 투가 마을 사람들을 두고 떠나는 걸 이상하다고 여길 수도 있겠지만... 앞서 제가 계속 간간히 넣어왔던 '죽은 자의 마을'이라는 해석에 따르면 오히려 자연스럽습니다. 산자의 세계로 가야하는 투가, 드디어 저승을 떠나 이승으로 향하는 내용이 되는 셈이거든요.

 

 그러니 다른 의미에서 투가 말하는 '에벤키 사람들이 살 수 있는 땅'이란, 그들의 영혼이 머물 수 잇는 묏자리를 찾아 떠나는 길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저승에 남겨둔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할 방법을 찾아 떠나는 것이지요. 

 

 순록을 타고 함께 떠나는 가운데, 석진은 몽희에게 총을 가르쳐주겠다고 합니다. 이전까지는 몽희를 아이라고만 생각했지만 이번 전투에서 보여준 기지와 배포는 배워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었죠. 과연 몽희는 저승사의 손녀인 것입니다. 몽희가 무척 기뻐하는 가운데, 일행은 다시 길을 떠납니다.

 

 봉천, 권력과 욕망과 거짓이 난무하는 도시로요. 

 


에필로그

 

 

 막간 에필로그. 달걀귀신이 깨어나보니 어깨 부분이 날아가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 대충 붕대로 감아둔 듯해요.

 

 모닥불이 느껴져서 보니 그곳에서 초랭이 사당패와 그새 몸을 회복하고(오크냐) 고기를 야무지게 뜯는 금강야차가 있습니다. 금강야차는 일어났느냐며, 그 녀석을 잡으러 가겠다고 의지를 불태웁니다.

 

 아니, 그러니까 우리 목적은 광야의 빛이라고... 해봤자겠지요. 달걀귀신은 시간이 더 걸리겠다고 예감합니다. 그리고 스탭롤이 오르겠군요.

 

 


 

 

 

 이번 세션은 롤백도 한 번 했을 정도로 모두가 이야기의 만족도에 최선을 다한 이야기였어요. 정리해보니 너무 드라마틱한 구간이 많아서 더 좋은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는 욕망이 들끓었던 결과가 아닌가 싶어요ㅋㅋㅋ 지난 1화도 정말 엄청났지만 개인적으로 2화가 더 좋았습니다. 드라마에 드라마에 드라마를 겹친 신화 한편을 본 것 같았어요ㅠ 정말 대단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사이드 스토리에 불과했습니다. 저희의 진정한 이야기는 봉천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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