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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후기/페이트 코어

만주를 향해 쏴라! : 제3장 불청객들의 도시

by 에이밍 2024. 2. 5.
그 남자는 불청객이었네.
내 헛헛한 삶을 멋대로 짓밟은 불량배였네.
나는 그 불타는 눈에 녹지 않으려 애써 얼었네.

그가 잿더미가 되어서야
나는 검은 강이 되었네.

 

캠페인 공개 자료 : https://scemittrpg.postype.com/

 

날짜 2023. 10. 15 日 / 11. 18 土 / 12.3 日 / 12. 30 土
GM 부셈이 (@hanichya) -
PC1 버팬 (@VarietyPancake) 윤몽희
PC2 하누 (@jiha_33) 임석진/임승희
PC3 에이미 (@ehrtlr) 미노루

 

 

 안녕하세요, 에이미입니다. 지금부터 <만주를 향해 쏴라!> 캠페인 후기를 시작해볼까 합니다. 여태 쓴 건 뭐냐고 하시면... 프롤로그ㅎ 만향쏴의 메인 스트림은 지금부터랍니다♪

 

 드디어 도착한 대도시 봉천에서 재정비를 하는 일행. 축제를 앞두고 들뜬 사람들 틈에서 시작되는 은밀한 음모. 역사와 환상, 인간과 인물이 교차하는 가운데 밝혀지는 비밀들!

 

 그 어느 때보다도 팩션에 가까운 에피소드였는데요. 그만큼 들어가기 전에 정세를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에, 정세라고 하니 드릅게 재미없고 복잡해보입니다만, 재미있으니까 들어보세연. 지금부터 팔 걷고 설명한다ㅇㅇ

 

 만주의 왕, 을 사랑한 여자, 와 무능한 아들

 

 자, 지금부터 만주의 정세를 삼각 구도로 설명해보겠습니다.  일단 1장부터 간단하게 언급되었던 만주의 왕 장쭤린의 이야기를 다시 해보죠. 

 

 

 

 장쭤린은 골 D. 로저에요. (사실상설명끝) 만주 최강의 군벌이었던  '봉천군벌'의 수장입니다. 이 때문에 별명이 만주의 왕이고요. 놀랍게도 실존 인물(!)인데 나무위키 보면 남성 호르몬이 넘치다 못해 지배 당하는 수준;;의 기인입니다. 아래가 성격 보여주는 일화(..)

 

(자신이 세운 군사학교 생도들을 위해 졸업식 연설을 시작하던 장쭤린)

"이런 씨발(他妈的), 미안하게 됐다. 누가 멋진 원고를 써 줬는데 막상 와 보니 너무 분위기가 진지해서 다 까먹었다." 

"너무 기분이 좋다. 중국의 미래니 뭐니 하는 거창한 건 알 필요 없다. 살려고 아둥바둥하지 마라. 천하의 주인은 너희들이다. 공을 세우면 상을 주겠다. 내 일가친척들이 날 믿고 까불면 두들겨 패라. 그런 것들은 때려죽여도 되니 보고할 필요도 없다. 내 자식들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필요한 게 있으면 뭐든 말해라. 뭐든 다 주겠다."

"잠깐, 뭐든 다 주겠다고 했는데 그 말은 취소다. 내 여자들은 안 된다. 달라고 하지 마라."

 

 

 (진짜 내분비계에 문제 있는 거 아이가ㅋㅋㅋ)

 

 하지만 출신을 보면 대충 이해가 갑니다. 장쭤린은 본래 만주의 깡패 무리라고 할 수 있는 마적단의 대장이었는데, 이때부터 장쭤린을 따르던 파가 '흑룡파'라고 불리는 로컬 인맥이었어요. 스타트업 초기 멤버 같은 것임. 응응.

 

 그리고 만주의 왕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 이후, 장쭤린을 따르게 된 인맥이 '봉천파'라는 엘리트 집단입니다. 스타트업 잘 되면서 고용되기 시작한 엘리트 인력들 같은 것입니다.

 

 구세력인 흑룡파와 신세력인 봉천파. 딱 봐도 사이가 좋을리 없겠죠? 장쭤린이 열차에서 폭사한 후, 정권을 쥐기 위해 이 두 세력 간의 알력 다툼이 시작되는데... 이게 기가 막힌 삼각 관계가 됩니다. 

 

 우선, 장쭤린 사후, 그의 아들인 '장쉐량'이 봉천군벌을 물려받게 되는데요. 장쉐량이 이끄는 것이 바로 봉천파가 됩니다. 

 

 

 하지만 이 아들이... 제대로 못하는 거예요(?) 뭐 저런 아버지 밑에서 누가 제대로 기량을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만; 여튼 장쉐량의 무능함에 불판을 가진 흑룡파가 새로운 대장을 내세웁니다. 그 대장은 무려 가녀린 여인이었어요. 

 

 

 흑룡파를 집권한 것은 장쭤린의 현재 부인인 '마여사'였습니다. 여성이지만 어마무시한 호걸이라, 모자란 장쉐량 대신 봉천의 실세로서 집권하고 있었죠. 이 관계를 조합하면 이런 맛도리 삼각형이 나온답니다.

 

 

 아빠의 유능한 후처와 정권을 두고 싸우는 무능한 아들ㅋ 크흨ㅋ 맛있는 삼각형이죠? 봉천 정세 참 쉽쥬?

 

 (참고로 둘 다 실존 인물이랍니다. 캠페인을 위해 디테일한 설정은 약간씩 다르지만, 장쉐량은 실제 장쭤린의 장남이었고, 마여사는 여섯 번째 부인인 마월청을 모티브로 만든 인물입니다.)

 

 흠... 그런데 뭔가 모자라다. 막장성을 좀 더 추가하자(?)

 

 자, 그리고 이 세력도에는 이 세력에는 만주를 노리는 또 다른 세력, 관동군이 존재합니다. 만주를 손에 넣으려는 일본 세력을 대표하는 집단이죠. 현재 이 캠페인에서 관동군을 대표하는 것은 이시하라 중장 ㅡ 서막의 흑산동 전투에서 석진의 총에 맞아 얼굴이 터진 뒤, 그에게 귀호(오니토라)라는 별명을 붙여준 ㅡ 입니다. 

 

 

 만주 정벌을 노리는 입장에서 장쭤린은 아주 골치 아픈 존재였습니다. 어떻게든 저 야만인을 내쫓고 싶은데 딱히 그럴싸한 방법이 없던 때에... 예상 외의 인물이 관동군에게 접근합니다. 바로 마여사입니다.

 

 왕의 아내로 얌전히 웃고 있는 것만으론 만족할 수 없었던 마여사는, 스스로 왕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관동군과 손을 잡고 장쭤린을 죽입니다. 열차 폭사는 사실 마여사의 작품이었던 것이죠. 이제 남은 건 봉천파를 몰아내고 흑룡파가 정권을 차지하는 것입니다. 

 

 (굉장한 여자죠, 마여사...ㅋ 하지만 본편에서는 더 대단합니다. 기대해주세요.)

 

 하지만 관동군 입장에서도 장쭤린이 사라진 이상 더 이상 마여사와 손을 잡을 이유가 없습니다. 관동군은 관동군대로 이 혼란을 틈타 봉천을 함락시키기로 해요. 

 

 이상의 내용을 모두 정리하면 이렇게 되겠군요. 

 

 

 이런 기묘한 삼각관계 속에서 마여사와 장쉐량은 드러나지 않게 물밑 속에서 아귀 다툼을 하고 있었습니다. 서로 뒤쳐질세라 용병을 고용하면서 군벌을 넓히고 있었죠. 덕분에 봉천은 온갖 베테랑 용병들이 한몫하러 모여드는 도시가 됩니다. 주인공 일행도 바로 이 용병의 입장에서 참전하게 되고요.

 

 ,,,재밌쥬,,,?ㅎ

 

  "인간은 언젠가 어떤 역사에 속할 것인지 선택할 날이 온다."

 

 실제 역사와 인물들로 얼기설기 엮어낸 세력도만 보아도, 이 캠페인은 팩션에 속합니다. 개인적으로 팩션은 가장 쓰기 어려워하는 장르이기도 한데요. 일단 저는 세계관에 큰 관심이 없고, 배경을 만들더라도 이야기를 위해서 인위적으로 직조한 세계를 더 좋아하는 편입니다. (밤 12시가 되면 모두 토끼가 되는 세계라든가

 

 하지만 부셈님은 세계관에 굉장히 관심이 많은 창작자에요. 덕분에 팩션에 있어서는 도가 텄다 싶을 정도인데, 그렇다면 제가 평소에 팩션을 접하면서 꼭 알고 싶었던 창작 노하우가 있었어요.

 

 일개 개인에 불과한 PC들을 세계와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특히나 앞서 설명한 흑룡파와 봉천파는 PC들과 그닥 관계가 없단 말이죠. 독립군과 관동군이라면 몰라도요. 설령 어찌저찌 연결해도 인물이 배경을 설명하기 위한 요소로 흡수되는 게 태반이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이런 구성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팩션은 기피하는 편이었어요. (군상극도 마찬가지...

 

 즉, 팩션이 재미있으려면 인물과 배경의 관계가 서사적으로 잘 엮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희 세션을 예로 들어서 설명해볼게요. 몽희, 석진, 미노루는 각각 특정한 세력과 엮여 있습니다. 그리고 그 세력과 엮이는 구조 자체가 개개인의 내적 갈등과 연결되어 있어요. 

 

 몽희와 세상을 잇는 키워드는 #전복입니다. 몽희가 갖게 될 '광야의 빛'은 모든 것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재보에요. 이와 유사하게 몽희는 굳은 신념과 용기로 주변 사람들의 인생을 바꿉니다. 석진과 미노루만이 아니라 몽희를 만난 모든 인물들의 인생이 180도 달라져요. 몽희는 광야의 빛 그 자체인 것입니다.

 

 석진의 키워드는 #애매함입니다. 석진은 모호한 정체성으로 고통받는 인물인데, 실제로도 현재 독립군도 관동군도 아닌 상태에요. 게다가 이 시기에는 일본에 의해 대한제국이 멸망한 바람에 조선마저도 개념적으로만 존재하는 상황이죠. 석진을 둘러싼 역사적 배경이 그의 정처없는 처지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미노루의 키워드는 #모순입니다. 백팔요괴단을 사랑하지만 그들이 없어야만 자유를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백팔요괴단 또한 자유로운 마적 집단임에도 불구하고, 돈을 벌기 위해서 관동군 밑에서 일을 하고 있어요요. 자유를 손에 넣기 위해서는 소속을 반납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들은 같은 맥락에 놓여요.

 

 

 이런 점에서 봤을 때 PC들과 상위 세력들은 스케일만 다를 뿐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인물과 배경이 괴리되어 있지 않아, 인물의 성장에 따라 배경이 변할 수도 있고, 배경의 변화가 인물에게 영향을 줄 수도 있는 거예요. 

 

 지난 화에서 나온 김완의 대사가 만향쏴의 이런 점을 잘 설명하는 문장이 아닌가 해요. 

 

"인간은 언젠가 어떤 역사에 속할 것인지 선택할 날이 온다."

 

 

 갈길이 멀구나, 가자!

 

 자, 그럼 설명은 이쯤하고... 갈길이 겁나게 멉니다! 그러니 바로 가도록 하시죠ㅋㅋㅋ 2장도 엄청났지만 막상 써보니 3장이 진짜 밀도가 미쳐 돌았어요...^_T 최대한 많이 스킵했는데도 분량이 이 꼬라지이니 다들 여유롭게 따라와주시길 바랍니다 후훗...

 

 에... 그리고 이 캠페인은 앞으로도 스포일러 체크는 안하려고 합니다. 어차피 스포일러가 의미가 없는 세션이에요! 대신 가독성을 약속드릴 테니 같이 읽어주십시오^0^/

 

 

 

 

주의 1 : 본 후기에는 AI 이미지 10종이 사용되었습니다. AI 이미지에 거부감을 가지신 분들은 감상을 재고해주세요.

주의 2 : 본 후기에 사용된 이미지는 실제 이미지 원본과는 관계 없이 텍스트 설명을 위해 사용된 것입니다.

 

 

제3장 불청객들의 도시


 

 숨막힐 정도로 빳빳한 공간입니다. 군복과 양복을 갖춰 입은 사람이 빼곡히 서있어요.

 

지루할 정도로 보수적인 공간이다

 

 마찬가지로 일본 군복을 칼처럼 맞춰입은 노신사가 방 안으로 들어갑니다. 방안에는 만주의 왕, 장쭤린이 앉아 있었어요. 장쭤린은 노신사를 놀리듯 말합니다.

 

 "제법 볼만한 꼴이 되었는데, 이시하라?"

 

 관동군의 중장, 이시하라는 표정의 변화 없이 자리에 앉아 차를 들이킵니다. 흑산동 고지에서 귀호에게 당했던 상처는 더는 욱신거리지 않아요. 오히려 새로운 가능성으로 두근거릴 뿐입니다. 

 

  잠시 악우처럼 대화를 이어가던 둘, 갑자기 장쭤린이 아무렇지도 않게 그 말을 툭 던집니다.

 

 "중원을 노리고 있는데... 더는 재미가 없어."

 

 재미? 그게 뭐가 중요하지? 이시하라로서는 당최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에게 중원 정복은 목숨을 바쳐 이루고 싶은 꿈이니까요. 재미없다고 꿈을 포기한다면, 그건 꿈이 아닌 거겠죠. 

 

 그러나 장쭤린은 진심인 듯합니다. 그는 언제나처럼 또렷하게 말합니다.

 

 "만주에 폭풍우를 일으키고 싶다."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당시에 그 자리에서 이해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입니다. 마여사를 제외하고는요. 자신의 남자가 바보 같은 짓을 하려는 것을 깨달은 마여사는 보이지 않게 아랫입술을 깨뭅니다.  

 

 그러나 장쭤린을 호탕하게 웃을 뿐입니다.

 

 "만주에는 아직 재미있는 녀석들이 많거든!"

 

 그것이 이 세상에 광야의 빛이 태어난 순간이었습니다.

 


 

<만주를 향해 쏴라!>  1기 OP

 

 

 

 

 


상편 : 불청객들의 도시

 


 

만주는 둥그니까 언젠가 다시 만날 거야

 

 2화 롤백 시점부터였을까요... 부셈님이 마스터 씬에 조온나 공을 들이기 시작한 게... 계속 재현할 수 있도록 노력해봅니다. 홍홍! 아무튼, 이야기는 2장의 마지막 씬에서 이어집니다.

 

 

 

 함께 봉천으로 향하는 길을 가던 몽희 일행과 투. 그러나 봉천에 도착할 즈음, 투가 이상한 행동을 보입니다. 말없이 짐을 챙기더니 몽희의 순록에게 인사를 나누는 거예요. 몽희는 이별을 직감합니다.

 

 투는 몽희에게 말해요.

 

 "내가 가는 곳에 철길은 없어."

 

 투는 이별 선물로 몽희에게 자신의 단검을 선물로 줍니다. 에벤키의 사냥꾼은 자신의 단검을 남에게 주지 않으니 이건 언젠가 다시 만나자는 의미인 것이었지요.

 

 그리고 몽희 또한 선물로 자신이 유일하게 경성에서 챙겨온 물건인 보물섬 만화책을 건네줍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가지고 있는 유일한 것을 나누며 이후를 약조하는 소년소녀라니;_; 으흑흑 나는 보이미츠걸에 약하다... 이거 내성 있는 사람이 어디있어 ㅇ)-(

 

 투는 기르키(친구!) 라는 인사와 함께 순록을 타고 자연 쪽으로 사라집니다. 투라면 그의 땅을 찾아낼 수 있겠죠. 

 


 

하이 봉천, 아임 미노루, 렛미인 플리스!

 

 그후로도 일행은 3일 정도 달려서 봉천으로 향합니다. 이 3일 간의 일은 따로 묘사하진 않았지만, 미노루가 신기루 도시를 볼 정도로(...) 꽤나 가혹했던 것 같아요.

 

 아, 도시에 가서 목욕하고 싶어. 쇼핑하고 싶어. 화장하고 싶어! 때빼고 광내고 싶은 미노루의 욕망이 커져만 가는 가운데, 석진은 진짜 봉천의 실루엣을 발견합니다.

 

 연이은 신기루에 실망 중이었던 미노루는 자조적으로 웃지만 그들 옆을 마차와 짐이 지나가요(!) 사람... 사람이 있다!ㅋㅋㅋ 미노루는 정신이 번쩍 들어서 순록을 데리고 잽싸게 봉천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북적이고 따뜻한 진짜 봉천을...

 

 

이번 에피의 이미지는 부셈님의 공인(?) 이미지들로 꾸립니다

 

 

 

 

 

 

 

~ PAUSE ~

 

 

 

 ...에 들어가기 전에 잠시ㅋ PAUSE를 누르고 PC들의 목적을 정리해봅시다!^^ (미노루 : ?) 우선 봉천까지는 무작정 온 느낌이 있는데요. 현재 PC들의 목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정말 이렇게 생각들이 제각각일 줄이야. 그나마 몽희랑 미노루의 목적이 맞고, 석진의 목적이 약간 갈리죠. 네, 이때부터 예견된 것이었습니다. 석진의 외도가... 후후...

 

 

 

~ 다시 PLAY ^0^/ ~

 

 

 

 일단 입국 심사를 받아서 안으로 들어가기로 합니다. 몽희한테 걸린 현상금 때문에 살짝 쫄았지만, 마침 입국 심사원이 미노루가 아는 사람이라 별 문제없이 들어갈 수 있었어요. (나 사교 +3이란 마랴)

 

 그리고 사교가 있는 김에 다른 인맥 도움도 받으면 좋을 것 같아서ㅋ 입국 비용은 미노루의 또 다른 지인인 에게 외상을 걸어두는 것으로 하고 우선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료는 이따가 만날게요. 커여운 분임.

 

 봉천은 여전히 시끌벅적했습니다. 그런 것치고도 평소에 비해 장례식장과 상여꾼이 엄청 많이 돌아다니는 것 같긴 하지만요(..) 필요 이상으로 사람이 많이 죽어나는 듯한 분위기에 석진은 불길한 기운을 느낍니다. 

 

물론 이런 대도시에 처음 와 본 몽희 눈에는 걍 다 프린스 알리임;

 심지어 벽보에는 못한 후계자 장쉐량에 대한 분노의 프로파간다가 잔뜩 적혀 있습니다. "장쭤린에 대한 복수!" "부저항 장군!"이라고요. 아무래도 흑룡파 측에서 장쉐량을 모함하기 위해 사람들을 선동하고 있는 듯 했어요. 쿠데타 직전의 불온한 상태였던 것입니다. 

 

 그래도 쇼핑은 포기할 수 없어!ㅋㅋ 바로 자금줄을 구하기 위해 지인인 를 만나러 가는 미노루, 그리고 숙소를 확보하러 떠나는 석진과 몽희 두 패로 나뉘어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시작은 황당하게 유쾌하게

 

 먼저 미노루입니다. 미노루는 료를 만나기 위해 태원가로 향해요. 태원가는 봉천의 오락가 같은 곳인데요. 요런 건물들이 대충 여기저기 있습니다.

 

화려한 불빛이 나를 감싼다

 

 그중에서도 가장 화려한 건물 한 채. 상하이 풍의 네온 사인이 빛나는 양식 가옥에 용이 박혀 있는 건물 ㅡ 료 라이라이.

 

 네, 료 라이라이는 도박장입니다(..) 는 이 도박장의 사장이고요.  미노루가 도박 실력이 좋다 보니 가끔 료의 부탁으로 선수를 치다가 친해진 사이입니다. 전형적인 깡패 비주얼의 덩치 크고 험악한 남자이고요. 다만 성격은 매우 호인(..)임. 

 

 미노루는 료에게 입국 심사비 대불 부탁도 할 겸 여행쇼핑에 필요한 삯을 좀 받으려고 합니다. 도박장의 VIP답게 언제나처럼 '이리오너라!'를 외치면서 위풍당당하게 들어가려고 하는데... 어째서인지 반응이 없습니다? 항?

 

 알고보니 료 이 놈이 도박장 옆의 술집에서 거지 꼴로 울고 있는 거예요; 

 

 덩치 크고 험악하게 생긴 남자가 청초하게 저러고 있으니 참 꼴... 듣자하니 어떤 미친놈한테 속아서 도박장을 빼앗겼답니다(..) 아니 속인 놈이 고수인지, 생계 걸고 사기 당한 놈이 바보인지ㅡㅡ 아무튼 료는 소중한 자금줄(?)이에요!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미노루는 가게를 뺏어간 놈과 쇼부를 칠 각오로 안으로 들어갑니다. 

 

 그런데, 가게 안에는 미노루가 그닥 만나고 싶지 않은 인물이 떡하니 있었습니다. 와씨, 왜 저 새끼가 여기에...? 는 몇 문단 뒤에 이어가도록 하고^^ 잠시 석진과 몽희 쪽으로 카메라를 돌려봅시다:)

 

 

 

 석진와 몽희가 향한 곳은 흑룡객잔입니다. 무협지에 보면 갑자기 위에서 사람이 떨어져서 테이블이 개발살나곤 하는(..) 바로 딱 그런 비주얼의 여관입니다. 세력 다툼에 참가하려고 모인 용병들이 서로 정보를 교환하는 곳이기도 하죠.

 

네 딱 요거임

 

 

 마침몽희와 석진도 자리를 잡으려고 하는데, 테이블 너머에서 누군가 말을 걸어옵니다.

 

 "여어, 오뉘토롸 완늬?"

 

 그곳엔 소련 출신 용병인 니꼴라이와 신조협려가.... 음, 정확히는 니꼴라이 / 신조 / 협려 (ㅋ)가 있었습니다. 신조와 협려는 사람 좋아보이는 노부부 용병으로 할아버지는 독각수를, 할매는 쌍절곤을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 부셈님 전매 특허의 노인들임다. 

 

 셋 다 이름이 알려진 꽤나 유명한 용병으로 석진과 미노루와는 구면이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미노루가 아니라 왠 어린 여자아이를 데리고 나타나니, 궁금한 나머지 말을 걸어온 것이지요. 석진은 뭐라고 말할까 고민하다가...

 

 🦊 : 네 딸이라고 하면 안 건드릴 테니까 그렇게 말하고 다녀!

 

 미노루에게 들었던 대로 그냥  이라고 합니다ㅋㅋㅋ

 

 이 시점부터 PC 일행의 유사가족 컨셉이 더 강화되었는데, 평범한 유사 가족이 아니라 엄마 포지션의 미노루가 남자이고, 아빠인 석진이 여자인겤ㅋㅋㅋ 이 무슨 지옥의 드랙 패밀리인가 싶어서 너무 즐거웠습니다(?) 저는 행복해요... (은은)

 

 여튼, 석진은 봉희를 작은 방에 대충 봉인(?)한 뒤, 미노루처럼 밥벌이를 하기 위해 니신협(니꼴라신조협려)에게 봉천의 상황에 대해 듣습니다.

 

 듣자하니 흑룡파와 봉천파 사이의 파벌 싸움이 강화되는 분위기였고... 이 때문에 양쪽에서 강한 용병을 고용하려고 서로 혈안이 되어 있는 상태라고 합니다. 아마 유명한 용병인 오니토라가 봉천에 온 걸 알게되면 역시나 그에게도 제안이 들어오겠지요. 어느 쪽에 붙는 게 그나마 안전할까... 를 고민할 이유는 없습니다. 석진은 카운터에 말해둡니다. 

 

 "두쪽 다 얘기해 둬."

 

 햐.... 양쪽 다 자기를 바랄 것이라는 확신으로ㅋ 업체끼리 경쟁을 시켜버리는 이 미친 가오ㅠ 석진이 사교성도 없고 말빨도 모자라긴 해도, 용병으로서는 진짜 베테랑이라고 느낀 게 이 장면이었어요. 어느 쪽이든 돈을 더 많이 주는 쪽에 붙겠다는 이 근거있는 오만함^-^

 

 원래 용병은 돈 더 많이 주는 쪽에 붙기는 하지만, 이걸 대놓고 선언하려면 제법 급이 높아야 하긴 하잖아요ㅋ 그런 점에서 별 거 아닌데 간지나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리고 석진은 독립군에 대한 정보를 찾기 위해 밖으로 나갑니다. 제발 한 명만이라도 남아 있길. 그길로 몽희를 맡기고 자유로워질 수 있길... 

 

 하지만 글쎄요. 석진은 무엇으로부터 자유를 찾고 있는 걸까요? 

 

 


 

 불효자들의 도박

 

 

 한편, 미노루가 도박장에서 만난 사람은 다름 아닌... 

 

 "오호, 누님 오랜만입니다."

 

 

"능구렁이" 비광

 

 

 중국풍 옷에 중절모를 쓴, 마치 화투의 비광 속 남자처럼 생긴 남자. 그 이름도 "능구렁이" 비광. 백팔요괴단의 팔천 중 일각이자, 사기와 도박으로는 도가 트인 놈이었던 것입니다.

 

 하필 이놈을 여기서 만나다니... 식은 땀이 절로 흐릅니다. 미노루도 도박을 좀 두기는 하지만 비광을 이기는 건 거의 불가능하거든요. 미노루가 아마추어 중 잘하는 놈이라면, 비광은 프로를 쳐바르는 최상위 티어랄까. 

 

 그래도 이렇게 마주친 이상 어떻게든 처리하긴 해야 합니다... 뭣보다 이 놈은 백팔요괴단의 일각이라고요! 물귀신에게 소재를 들키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길 방법은 없으니, 그렇다면...

 

 비광을 이쪽으로 끌어들이는 수 밖에 없습니다.

 

 앙? 갑자기요? 그치만 그럴 싸한 방법인게, 비광 이놈은 그야말로 도파민 인간이거든요. 이 놈이 바라는 건 돈도 명예도 권력도 아닙니다. 오로지 재미 하나에요. 재미있는 일이라고 판단되면 무슨 짓이든 한다. 그게 비광의 행동 패턴입니다. 

 

 그리고... 지금 미노루에겐 그 무엇보다도 재미있는 놀잇감이 있죠. 

 

 "자유의 값이 얼마라고 생각해?"

 

 광야의 빛 ㅡ 몽희의 존재를 앞세워 미노루는 비광의 흥미를 끌어냅니다. 하지만 광야의 빛을 걸었다는 게 아니에요. 정확히는  '광야의 빛 때문에 생긴 위기'를 내건 것입니다. 망한 확률이 높을 수록 이겼을 때 도파민이 폭주하는 게 인지상정 아니겠어요?

 

 "최소 만원, 최대 만주. 백팔요괴단은 치를 수조차 없는 값이지ㅡ '광야의 빛'을 말하는 거야."

 

 비광은 눈이 번쩍 뜨입니다. 자신을 속이기 위해 미노루가 거짓말을 하는 것일수도 있지만, 설령 그게 거짓말이라고 해도 ㅡ 그 진상을 간파하는 과정마저도 도파민의 극치잖아요?

 

 

 

 미노루는 손에 든 화투패를 먼저 내보이면서 거래에 응하겠느냐고 묻습니다. 비광이 다음에 내려놓는 패로 그의 대답을 알 수 있겠죠.

 

 그리고 이 미친놈은 역시나 기대를 져버리지 않습니다ㅋ

 

 "저도 누님처럼 패륜아가 되는 겁니까?"

 

 미노루는 거래가 성사되었음을 깨닫고 웃습니다.

 

 "자식이 잘 되는 게 효도지."

 

 비광은 낮은 패를 내려놓으며 말합니다.

 

 "노잣돈은 넉넉히 챙겨드리죠."

 

 ㅋㅋㅋㅋㅋ 찌져따ㅋㅋㅋㅋㅇㄹㅋㅋ 정말 성격 보이는 대화 아닙니까? 여윽시 부셈님 노인을 글케 좋아하더니 불효하는 방법도 제대로 암*^^* 이렇게 비광은 이중 스파이이자 물주로서 미노루 일행을 돕기로 합니다.

 

 다른 작품이었으면 절대로 아군은 되지 않을 법한 캐릭터인데 이렇게 뒷배가 되어주다니! 클리셰를 깨부수는 전개라 정말 재미있었네요ㅋ 심지어 이중 스파이에 언제  어떻게 배신할지 알 수 없는 친구...^^^ 정말 짜릿합니다. 이런 NPC 만나려고 만향쏴하는 거죠, 후후.

 


 

장쭤린은 얼마나 슬펐을까

 

 다음으로 다시 몽희의 씬입니다. 몽희는 그동안 뭘 하고 있었을까요? 그토록 그리던 봉천에 왔으니 해야 할 일이 있을 터인데요. 한참 동안 노트에 이것저것 낙서하면서 생각해봐도 떠오르는 게 없습니다. 뭐가 있어야 추리를 하죠.

 

 결국 몽희는 잠시 나들이를 좀^^ 하러 가기로 합니다. 돌아와서 석진에게 뒤지게 혼나는 건 지금 생각할 일은 아니고요ㅋ 그렇게 시작된 몽희의 봉천 관광! 가이드로는 니신협 친구들이 활약해주었습니다. '-^

 

 니신협과의 대화를 통해 몽희는 '봉황루'라는 장소를 알게 됩니다. 거기서 매일 장쭤린이 잔치를 했다는 거예요. 이름도 범상치 않고 분명히 가볼 만한 가치가 있어 보이지요? 

 

 그리고 뭣보다 광야의 빛 사진 뒷면에 있었던 문구와도 딱 맞아떨어집니다.

 

白日依山盡(백일의산진)
해는 산에 기대어 지려하고

黑龙入海流(흑룡입해류)
흑룡은 바다를 향해 흘러 간다

欲窮千裏目(욕궁천이목)
저 멀리 천리까지 바라보고 싶어

更上壹層樓(갱상일층루)
다시 한 층 누각을 오르노라

 

 

 천리를 바라보고 싶어서 누각에 올랐다...

 

 이 봉천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장소, 그리고 봉황루라는 이름. 이건 누가 봐도 봉황루인 것이 분명합니다. 몽희는 재빨리 봉황루로 향하려...고 하는데ㅋㅋㅋ 니신협에게 붙잡힙니다. 아이 혼자서 밖으로 나간다니 뭐지 싶잖아요. 몽희는 의미심장하게 씨익 웃더니 대답합니다.

 

 "엄마랑 같이 갈 거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ㅇ와아아악!ㅋㅋㅋ 진짜 이 도라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앞에서 미노루링 석진이 몽희의 부모인 척 한 걸 보고 바로 이용해먹는 기지가 진짜 사랑스럽고 어이없어요ㅋㅋㅋㅋ 몽희는 전형적인 소년점프 주인공 조형이지만, 머리가 비상하게 좋아서 중요한 순간마다 놀라운 아이디어를 선보이는 게 완전 킬포입니다...

 

 사실 이런 유형의 캐릭터는 아주 쉽게 민폐형으로 분류되잖아요? 심지어 여자아이라면 더 그렇죠. 뭐, 몽희도 민폐라고 할 만한 짓을 안하는 건 아니지만, 그에 준하는 지능적인 플레이로 이야기에서 중요한 분기마다 한몫하기 때문에 밉살맞지가 않아요. 적어도 이 세계에서 몽희가 주인공이 아닐 이유를 하나도 찾을 수 없는 게 진짜 대단해요;;

 

 여튼, 아주 손쉽게 흑룡객잔에서 빠져나온 몽희는 봉황루를 향한 여행을 시작합니다. 아자아자~!

 

 

 그런데... 걷다 보니 어째 맛집 탐방을 하고 있습니다ㅋㅋㅋㅋ 생각해보면 광야에서 내내 안먹던 음식만 먹은 데다가, 여기 와서도 바로 숙소에 가둬졌다고요(석진아~!) 배고플만하죠ㅎ 별 생각 없이 맛있는 가게에 홀려서 찾아다니다가 산사나무와 딸기로 만든 탕후루를 먹고 있습니(..)

 

 하지만 그 와중에도 어떻게 야금야금 움직여서 번화가가 끝나는 곳에서 낡아빠진 가게를 발견합니다. '해류객잔'이라는 이름의 낯선 가게는, 제대로 운영이 되고 있는 건지도 알 수 없을 정도로 낡았어요. 어째서인지 몽희는 그 모습에 잠시 마음을 빼앗기고 맙니다.

 

 그래도 목적지가 봉황루인 건 달라지지 않죠. 다시 설레는 마음으로 봉황루에 오르는 몽희. 그곳에서 펼쳐진 광경은 그야말로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습니다.

 

 

 어디까지 뻗어있는지 알 수 없지만, 반드시 어딘가에서는 끝나는 초원. 장쭤린은 미친듯이 초원을 달려 만든 테두리로 그 무한을 가뒀어요. 그것이 봉천인 것입니다. 유한한 인간의 몸으로 무한을 손에 넣었으니 모든 걸 이루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거예요.

 

 그런데...

 

 몽희는 왠지 감동을 느끼지 못합니다. 초원은 아름다워요. 넓고 광활하고, 아무리 거대한 것도 조그맣게 느껴지게 만드는 우주적 장엄함을 지니고 있었어요. 

 

 바로 그 매끈함이 별로입니다.

 

 세상은 본래 거칠고 너덜너덜한 거예요. 여기저기서 찢긴 균열들이 아다리를 맞대어 전에 없는 그림을 만드는 거죠. 적어도 몽희가 봐온 세상은 그랬어요. 팔레트 나이프로 매끈하게 발라낸 그림 속에 몽희가 보고 싶어했던 붓의 질감은 없어요.

 

 그 순간, 착각인지 몰라도 장쭤린이 몽희의 옆에 서서 초원을 내려다 봅니다.

 

 장쭤린은 몹시 지루한 얼굴을 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몽희는 그의 얼굴에서 고통을 느낍니다. 화려한 옷을 입고 말끔한 초원을 내려다 보지만 마치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에게 지루함은 고통 그 자체니까요.

 

그때, 수수한 차림의 여인 ㅡ 마월청이 장쭤린에게 다가와 말을 겁니다. 하지만 장쭤린의 대답은 그 어느 것이든 같아요.

 

 이 모든 게 지루하다.

 

 개인적인 지론이지만, 저는 악과 가장 비슷한 개념을 지루함이라고 생각해요. 지루하다는 건 단지 재미없다는 뜻이 아니라 미래가 기대되지 않는다는 뜻이거든요. 우울증 또한 고통이 아니라 허무에서 비롯됩니다. 해봤자ㅡ 이게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단어라고 생각해요. 

 

 허나 장쭤린처럼 모든 걸 가진 사람이 그런 말을 해봤자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일 겁니다. 당장 그와 가장 가까운 존재인 마여사조차 장쭤린을 이해하지 못해요. 

 

 그리고 둘을 바라보던 몽희의 몸이 노을빛으로 물들기 시작합니다. 노을빛이 눈부신 나머지 몽희는 초원으로부터 눈을 돌려 뒤돌아서요. 그러자 그곳에 또 새로운 풍경이 펼쳐집니다.

 

 

 

 저녁에 들어선 흑룡시장. 어둠이 깔린 가장 낮은 시장부터 불이 하나둘씩 켜지고, 마침내 도시가 금은보화처럼 번쩍이기 시작합니다. 그 빛마저도 제멋대로라서 어디는 점멸하고 있고, 어디는 노을빛 못지 않게 밝아요.

 

 하지만 적어도, 몽희의 눈에는 이쪽이 훨씬 생동감이 있습니다. 

 

 두근두근, 비로소 박동하는 심장. 몽희는 도시의 빛들을 눈으로 쫓아요. 그 빛들은 마치 꿈틀대는 용의 형상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에 불이 켜지는 곳 ㅡ 해류객잔. 이곳에 들어오기 전에 보았던 그 스러져가는 가게에도 빛이 들어옵니다.

 

 몽희는 홀린 듯이 가게로 들어가요. 이제 막 가게를 연 주인은 몽희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봅니다. 하기사 이런 다 쓰러져 가는 외곽의 낡은 여관에 여자아이가 총총 들어왔으니 처음 보는 고양이가 당당히 꼬리 들고 들어오는 거나 다를 게 없는 광경이죠.

 

 들어가자마자 몽희는 말합니다.

 

 "여기 만주의 왕이 가장 좋아했던 거로 하나요!"

 

 주인은 놀랍니다. 장쭤린이 아직 깡패이던 시절,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주의 왕이 되겠다는 휘황찬란한 미래를 꿈꾸던 시절, 이곳에서 끼니를 떼우곤 했다는 사실은 이제 주인장만 알고 있는 아주 빛바랜 추억일 뿐이니까요. 그걸 어린아이가 어떻게 알고.

 

 하지만, 놀랍게도 이 아이는 그때의 그 장쭤린과 같은 눈을 하고 있었습니다. 순수한 것인지 열정적인 것인지 알 수 없는 새까맣게 반들거리는 눈동자. 결코 물러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왕의 얼굴.

 

 주인장은 장쭤린이 즐겼던 메뉴를 만들어 줍니다. 소박한 만터우와 죽순볶음이었어요. 

 

 

 미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서  먹었던 음식. 음식을 받아든 몽희는 주인의 제안에 따라 2층으로 향합니다. 2층에는 봉천 시장을 내다볼 수 있는 창가 자리가 있었고, 주인은 이 자리를 '천리루'라고 부른다 합니다.

 

 장쭤린이 이 가게에서 끼니를 떼울 무렵, 늘 이곳에 앉아서 밥을 먹었다는 거예요.

 

 몽희는 왠지 모르게 설레는 마음으로 그 자리에 앉습니다. 조금 전에 봉황루에 올랐을 때와는 전혀 다른 기분이에요. 심장이 요동칩니다. 이것이 '맞다'는 직감이 듭니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창밖을 바라본 순간, 몽희는 그곳에서 예상치 못한 풍경을 보게 됩니다.

 

 

 건편 건물에 걸린 낡고 색이 바라 알아보기도 힘든 그림. 그곳에는 만주와 러시아의 접경에 있는 흥한령 산맥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몽희의 눈에, 시간이 짓이겨 희끗희끗해진 한자 세 글자가 모입니다.

 

 봉.

 

 그것을 본 순간, 몽희는 직감합니다. 자신이 찾던 것이 바로 이것이라고. 그리고 저곳에 광야의 빛이 숨겨져 있다고.

 

 ...이 장면이 진짜 총체적으로 미친 장면이었는데, 이게 전부 다 즉흥으로 만들어진 장면이거든요. 부셈이 미리 생각해놓고 이쪽으로 플레이어를 유도한 것도 아니고, 그냥 부셈님과 버팬님이 서로 티키타카를 나누는 과정에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장면이 나온 거예요;

 

 사실 저희도 이 장면 전까지는 몽희가 어떻게 단서를 찾아낼지 고민하고 있었거든요. 광야의 빛을 단순한 지도가 아니라 사진 한장과 정체불명의 메시지로 설정한 바람에 이걸 어떻게 엮어야 할지 싶긴 했습니다. (아이디어 낸 사람 엎드려 뻗쳐... 네...)

 

 근데 부셈님하고 버팬님이 티키타카를 시작하더니 미리 짜놓은 것처럼 저런 장면이 계에에에속 이어지는 거예요. 와... 진짜 이때 하누님하고 저하고 입만 떡하니 벌리고 있었는데, 특히나 저 천리루에 앉았을 때 백일봉이 보이는 저 장면에서는 진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이게 티알? 그냥 강령회 아님?? 싶을 정도였다니까요.

 

 더 오지는 건 여기서 끝나지 않고 운명적인 만남도 하나 추가된다는 거... 

 

 백일봉에 대해서 알아낸 몽희는 신나서 가게를 나오려는데... 계산하려고 보니 돈이 없습니다ㅋ 아침에 맛집 탐방하느라 돈을 다 쓴거 있죠^^;; (이야 이것도 여기서 복선이 되넼ㅋㅋㅋ)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설거지로 음식값을 대신하기로 합니다. 설거지야 뭐 늘 하던 거고(?) 

 

 그런데, 마침 이런 곳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비단옷을 입은 여성이 가게를 지나쳐요.

 

달빛이 선명한 밤이었다

 

 그 여성은 멈춰서 가게를 바라봅니다. 제법 오래. 몽희는 여자에게 말해요. 여기 음식 진짜 맛없다(..)고. 하지만 여자는 큰 반응 없이 수행원을 데리고 흑룡시장으로 다시 향합니다. 수행원은 여자에게 물어요.

 

 "왜 서탑가 쪽으로 돌아서 가시는 겁니까, 마여사님?"

 

 네, 마여사ㅡ 마월청은 잠시 해류객잔을 흘긋 바라보면서 말해요.

 

 "그 남자가 좋아했던 가게라서."

 

...하, 마여사와의 만남까지. 퍼펙트하게 그리고 몽희의 씬은 종료가 됩니다. 아... 진짜 총체적인 흐름이 정말 말도 안 되는 장면이어서 쓰면서도 이게 맞나 싶네요; 

 

 사실 장쭤린이 바란 건 번지르르한 상류층의 영광이 아니라 꿈을 쫓아 밑바닥을 뒹굴던 시절의 열정이라는 걸.

 그리고 그 증거로 광야의 빛의 단서가 장엄한 봉황루 위가 아닌 흑룡시장의 가장 낡은 식당에 있었다는 것.

 

 이 모든 정보가 총체적으로 합쳐져서 정말 말도 안되게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된 것입니다. 꼭 제대로 소개해드리고 싶었어요.

 


 

추한 망집이다

 

 상편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석진이 독립군에 대한 정보를 찾기 위해 정보통인 봉사를 찾아가는 장면이에요. 봉사는 서탑가에서 아편가게를 운영 중인 거렁뱅이입니다. 서탑가 사람들에게 무시를 당하고 있지만 뒤에서 독립군의 정보통으로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이에요. 기력은 없지만 진중한 성격이죠. 

 

 아이들에게 놀림 당하고 있는 봉사를 끄집어내면서, 석진은 봉사에게 독립군의 현황에 대한 정보를 묻습니다. 기지에서 일어났던 일에 대해서도 얘기하면서요. 거기서 살아남은 사람이 있다면 만나고 싶다... 완에게 받은 의뢰를 완수해야 하니까. 

 

완의 목숨값 치고는 너무 쌌다

 

 그리고 석진은 완에게서 받았던 지폐다발을 꺼내서 보입니다. 이 돈은 몽희를 독립군에게 데려다주는 것으로 받기로 했던 돈. 하지만 독립군을 찾아내지 못하면 이 임무를 완수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독립군으로서도 아니고, 현상금 사냥꾼으로서도 아니고, 옛 친구로써 이 일을 끝내고 싶습니다."

 

 석진에게 이 일은 '완이 자신에게 맡긴 것'이라는 점에서 가장 큰 의미가 있었어요. 제대로 된 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죽어버린 친구를 위한 마지막 예의로서요. 

 

 석진의 이야기를 듣던 봉사는 어떤 독립군과 했던 대화를 기억합니다. 

 

 그가 만났던 독립군은 은미옥 ㅡ 저승사자에게 광야의 빛을 맡겼던 여자 ㅡ 입니다. 독립군 기지가 폭파된 뒤, 은미옥은 만신창이가 된 팔을 이끌고 봉사를 찾아왔었어요. 

 

 사정은 들은 봉사는 독립군이 이미 쭉정이만 남은 상태라는 걸 눈치챕니다. 그리고 은미옥에게도 어서 소련으로 도망을 치라고 해요. 독립군의 활동은 이미 실패했으니 목숨이라도 챙겨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지요. 

 하지만 은미옥은 독립군답게 말합니다.

 

 "배삯말고 기차값을 주십시오. 장춘으로 갈 겁니다."

 

 장춘, 그곳은 관동군의 사령부입니다. 그리고 그곳에는 이시하라 겐지가 있습니다... 설마 독립군의 복수를 하고 폭사할 생각인 걸까? 아뇨, 은미옥은 말합니다. 이시하라가 광야의 빛의 반쪽 지도를 가지고 있다고요. 

 

 자, 상황은 이렇게 됩니다.

 

[!] 상황 설명을 위한 임시 이미지입니다

 

 광야의 빛은 두 개로 쪼개져 있었던 거예요.

 

 몽희가 가진 지도로는 광야의 빛이 숨겨진 위치가 '백일봉'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지만 백일봉의 어디에 있는지는 알수 없어요.   반면 이시하라가 가진 지도로는 광야의 빛이 숨겨진 곳을 특정할 수 있지만 그게 만주땅 어디인지는 알 수 없었던 거예요.

 

 이것이 이시하라가 몽희가 가진 광야의 빛을 노리는 이유이고, 은미옥이 이시하라에게서 광야의 빛을 빼앗기 위해 목숨을 걸고 장춘으로 향하는 이유입니다. 

 

 봉사는 이런 상황에 대해서 얼추 알고 있었어요. 그리고 그들이 얼마나 위험한 도박을 하려는 건지도 알고 있었죠. 그러니, 석진에게도 더는 끼어들지 말고 떠나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럴 순 없어요. 석진도 은미옥과는 복잡한 사연이 있기 때문입니다.

 

 

.

.

.

 

 

 

은미옥과 함께 독립군으로 싸울 때의 일입니다. 위기 상황에서 석진은 은미옥의 오더를 무시하고 마구잡이로 돌격을 했어요. 그 결과 이기긴 했지만 은미옥은 석진의 무단 행동에 무척 화를 냈지요.

 

 "정말 겁이 없으시군요?"

 

 석진은 당연하다는 듯 답했습니다.

 

 "무고한 시민이 죽게 내버려둘 순 없잖나."

 

 석진이 목숨을 걸고 돌격했기 때문에 시민들을 구할 수 있었던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은미옥은 비꼬듯 말해요.

 

 "생면부지의 죽음들이 그리 서러워서 어찌 대의를 이룰 수 있단 말입니까."

 

 시민을 구한 것이 잘못이라는 게 아닙니다. 다만, 은미옥은 석진처럼 싸우다가 죽은 동료들이 피탄처 온몸에 박혀 있기 때문에 경고하는 거예요. 뭐든지 할 수 있고 해내야 한다는 그 태도가 결국 더 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갈 테니까요.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석진은 약간 삐뚤어져 있었습니다. 오빠로부터 받은 이름, 스승의 못다한 삶, 그 모든 것을 짊어지고 있기 때문에 무리해서라도 모두를 구해야 한다고요. 

 

 "내게는 힘이 있어. 자네는 자네가 그리하지 못하니 화를 내는 게 아닌가?"

 

 그 말에 은미옥은 화를 냅니다. 사실이거든요. 미옥은 석진처럼 싸울 수 없어요. 그래서 많은 동료를 잃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화가나는 것은, 힘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논리는 나라를 빼앗은 일본의 논리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에요. 

 

 한마디로 석진의 반박은 독립군답지도 않을 뿐더러, 은미옥의 가장 아픈 부분을 스친 것이지요.

 

 "장담하지 마세요. 견딜 수 있는 책임만 지라는 겁니다."

 

 그러니, 미옥도 석진의 아픈 부분을 찌릅니다. 모든 걸 해낼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무능을 경험하면 두번 다시 일어날 수 없게 된다고 경고한 셈이에요. 

 

 석진은 그것이 무엇인지 아주 오랫동안 고민했습니다. 견딜 수 있는 책임이라는 게 뭘까? 모든 책임을 분별없이 짊어지고 온 석진에게 그것은 정말 어려운 답이었습니다. 자신이 책임을 선별할 수 있다는 건가? 그럴 리가 없잖아요. 자신에게 그럴 자격은 없어요. 

 

 자신의 삶을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는데.

 

 그러나 그 부채감이 석진 자신에게도 부담이 되는 일이었다는 걸, 석진도 이제 막 조금씩 깨닫는 참이었습니다. 놔두고 도망가라는 봉사의 말에 석진은 분명 흔들렸을 거예요. 

 

 마을에서 나온 이래, 아니 태어난 이래 어느 것 하나 석진의 뜻대로 된 적은 없으니까요.

 


 

폭풍전야

 

 그렇게 상편이 마무리 된 뒤, 마스터씬이 이어집니다. 곧 축제 준비로 불타오를 봉천이지만 오늘 밤은 유독 조용했어요. 

 

 료 라이라이에서 걸어나오는 미노루. 설거지를 막 끝낸 몽희. 복잡한 마음으로 터벅터벅 돌아오는 석진. 그리고 어두컴컴한 가운데, 비광이 흑룡시장을 내려다보며 웃습니다.

 

 카메라는 봉천의 두 세력인 마여사와 장쉐량으로 옮겨가요. 

 

 

 마여사는 원로에게 군을 움직이라는 명령을 내리지만, 때마침 나타난 장쉐량은 마여사에게 무슨 권한으로 군을 움직이느냐며 따지고 듭니다. 그리고 마여사가 관동군과 손을 잡고 있다는 사실까지 폭로하죠. 

 

 마여사는 웃어요. 어차피 망할 도시라면 끝이라고 화려해야하지 않겠느냐면서요. 명백한 전쟁 선포입니다. 둘 중 하나가 죽거나 영원히 이 봉천에서 사라져야 끝날 싸움이 시작딘 것이지요. 장쉐량이 추후를 기약하며 떠나는 가운데, 마여사는 어둠 속에서 말합니다.

 

 "이월의 밤공기가 아직 서늘한데, 뜻모를 설렘은 무엇인가?"

 

 과연, 마여사의 야망은 이루어질 수 있을지. 그리고 몽희 일행은 덮쳐오는 이 정치적 위기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 여러분은 운이 좋습니다. 저희는 몇주 기다리느라 뒤질 뻔 했지만 바로 후기로 보실 수 있으니까요;D

 

 


 

 

 들어가기 전에... 에,  중편은 곧 봉천에서 벌어질 거대한 폭력을 앞두고, PC들이 잠시 봉천에서 저마다의 휴일을 보내는 내용이었는데요... 어찌보면 이것도 삽화란 말이죠? 없어도 문제가 되는 내용은 아니니까요.

 

  아니근데이게또미친거야ㅡㅡ아니왜재미없는편이하나도없는거야대체왜???

 

 우선 상편에서 있었던 일행의 심리적 변화를 잠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랬던 PC들이 또 어떤 식으로 다투게 되는지... 이게 또 아주 별미니까 나중에 지켜봐주세요:) 우선 이번 회차의 마스터 씬부터 시작합니다.

 


 

장쭤린, 최후의 날의 이야기

 

 장쭤린은 달리는 열차 속에 몸을 싣고 있었습니다. 북경에서 장제스에게 패배하고 만주로 돌아오는 길이었어요. 패배야 뭐, 승리만큼이나 당연하고 흔한 일입니다. 한 두번의 패배에 모든 걸 놔버릴 정도로 장쭤린은 약한 남자가 아니었어요.

 

 그보다 문제는... 마여사입니다. 

 

 마여사는 만주를 지배할 왕으로서 장쭤린을 신봉하고 있었어요. 이 여인의 야욕적 모성은 한 남자를 넘어서 만주 전체를 품에 안고 싶은 코스믹한 형태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장쭤린이 점점 이상한 짓을 하는 거예요.

 

 만주 정복에 온 힘을 다해도 모자랄 판에, 자기에게 말도 없이 부하인 우장군과 밀담을 나눈 것은 물론이거니와, 중원 정복에 대해서도 예전 같은 열정을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마여사는 알고 있어요. 이 모든 게 '광야의 빛'과 관련된 장쭤린의 계획 때문이라는 걸.

 

 장쭤린은 말했습니다. 황궁에 오른 시절을 회상하면서요. 왕이 된 후로 즐거운 일이 모두 사라졌다고요. 이념이나 사상, 그런 건 사실 중요하지 않았던 건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냥 이 끝없는 모험심을 무한히 쫓고 싶었을 뿐이라고요. 

 

 그말은 즉, 더 이상 장쭤린은 중원 정복에 대한 야망이 없다는 뜻입니다.

 

 마여사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이 남자라면 할 수 있는데, 아니 이 남자만이 해내야 하는데. 그새 마음이 늙어서는 만주를 포기하려 들다니요. 더는 재미가 없다는 그런 어린아이 같은 이유로?

 

 마여사는 장쭤린에게 안깁니다. 그리고 그의 가슴에 을 꽂습니다.

당신을 찌르기 위해 가져온 칼은 아니었는데

 

 멍한 얼굴로 뒤로 물러나는 장쭤린, 그러나 곧이어 뒷열차가 터지기 시작합니다. 마여사와 손을 잡은 관동군이 작전을 개시한 것이지요. 그제서야 모든 것을 깨달은 장쭤린은 웃습니다. 어리석은 자신의 아낙을 비난하지 않습니다. 이 또한 자신의 운명을 판돈에 올린 결과이겠지요.

 

 왕이 된 후로 죽어있던 두 눈에 미소가 돌아옵니다.

 

 그는 몸소 폭발하는 열차칸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마여사가 달리는 기차와 분리시켜버린 뒤, 멀어지는 마여사를 향해서 외칩니다. 

 

 "지옥에서 염라의 옆자리는 남겨두마!"

 

 그리고 제발로 불타는 열차칸으로 들어갑니다. 그 순간 마여사의 가슴 속에 평생 희석하지 못할 강렬한 절망과 증오, 회오, 슬픔ㅡ 여러 가지 감정이 태어납니다. 이어지는 페이드 아웃 후 나레이션.

 

 

 그리고 열차의 타오른 불씨가 어두운 화면으로 떠오른 뒤, 그 불씨가 몽희의 모습으로 바뀌면서 타이틀이 올라옵니다.

 

 

 


중편 : 봉천의 휴일

 

 


 

 아 증말~~ 미친 마스터씬~~ㅋㅋㅋㅋ 부셈님 피셜로 시나리오는 소재만 써오지만 마씬은 미리 써오신다는데, 진짜 매번 퀄리티가 미쳤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이 3장의 마스터씬이 가장 좋거든요.

 

 PC들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NPC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PC들이 이야기에서 배제된 느낌이 들지 않아요. 오히려 저 이야기조차 PC들을 위해서 준비된 느낌이 듭니다. 왜지 정말... 신기...

 

 아무튼 갈길이 머니 중편도 바로 시작하지요:)

 


 

폭풍전야의 아침

 

오늘도 평화로운 봉천의 아침

 

 다음날 아침, 일행은 흑룡객잔에서 함께 아침을 먹고 있었습니다. 몽희는 머리에 겁나 큰 혹을 달고(..) 미노루는 신나게 석진을 갈구면서요.

 

 하지만 석진은 미노루의 핀잔에 대응할 기력이 없습니다. 이제 진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 상황이 됐거든요.

 

 마음 같아서는 봉사의 말대로 이곳을 떠나고 싶기도 한데, 몽희를 두고 가자니 그것만은 또 절대로... 그렇다고 몽희가 소련에 가자고 하면 오케이할 리도 없고요;

 

잘생겼으니 원모어

 

 여튼 동상이몽하는 와중에 비광이 나타납니다. 미노루가 막아서기도 전에 비광은 일행과 대화를 나누면서 몽희와 석진의 프로필을 빠르게 흡수해 버립니다.

 

 미노루는 비광의 입을 털까봐 발발 떨지만 비광은 별다른 짓은 안해요. 다만 *비광패몽희에게 건네면서 웃을 뿐입니다. 왠지 몽희에게 잘 어울릴 것 같다면서요. 누가봐도 수상한 놈이라 석진은 미노루를 캐묻지만, 미노루는 자길 못믿느냐며 잡아뗄 뿐입니다ㅋㅋㅋ 

 

 *비광패 : 주류 도박인 코이코이에서는 있으나 마나한 똥패지만, 비주류 도박인 민화토에서는 최고의 패.

 

 여튼 어느 정도 여독을 풀었으니 제대로 된 봉천 관광을 하려는 몽희와 미노루. 그리고 돈을 좀 벌기 위해 들어온 임무를 확인하려는 석진으로 두 패가 갈려서 봉천의 휴일이 시작됩니다.

 


 

친절이 과하셨어요, 봉사님

 

 전날 흑룡객잔에 프로필을 뿌려둔 석진에게 먼저 연락이 온 곳은 마여사 쪽이었습니다.

 

 그리고 장쭤린의 저택으로 향한 석진은 마여사를 만나... 야 했는데, 어째서인지 기다리고 있는 건 봉사입니다. 봉사가 직접 석진을 위해 마여사를 알선해준 것이었어요.

 

 평소와 달리 한푸와 선글라스 차림을 한 봉사는, 석진에게 떠나지 않을 것 같아 떠밀어주기라고 해야 할 것 같았다며 먼저 자리를 뜹니다. 그리고 다신 보지 말자는 인사를 남겨요. 이렇게 다정한 '다신 보지 말자'라니 참... ;_;

 

 여튼 마여사의 의뢰는 간단했습니다. 장쉐량의 애인인 푸란이라는 여자의 경호를 하는 척하면서 봉천파의 정보를 얻어오라는 것이었어요.

 

와 첩보물 아이가 석진아ㅋㅋㅋ 니 첩보물 찍는 기가!!ㅋㅋ


 정식 의뢰라기보다는 석진의 실력을 확인하기 위한 테스트이긴 했습니다만, 어쨌든 석진으로선 돈을 받을 수 있는 기회이니 일의 난도는 중요한 게 아니었어요. 그 길로 석진은 장쉐량의 집으로 향해 갑니다.

 

 아아... 그러니 이것이 로맨틱하기 짝이 없는 하루의 시작이었음을, 석진은  아직 알지 못했지요ㅋㅋ...ㅋㅋ

 


 

만한전석!

 

 한편, 미노루몽희고급 상점가로 향합니다. 청룡여관에서 부랴부랴 도망쳐나온 후로 광야에서 이곳에 이르끼까지 단벌로 허름하게 지냈던 몽희를 위해 꼬까신과 따뜻한 겨울옷을 사주기로 해요. 그리고 몽희를 위해 만한전석도 먹기로 하죠.

 

둘이서 만한전석은 좀 과했나 싶긴 한뎈ㅋㅋㅋ

 

 그러고보니 예전에도 몽희는 딤섬을 먹고 싶어했어요. 하지만 딤섬이 워낙 비싼 음식이다 보니, 아무리 설이나 추석이라고 해도 쉽게 먹을 수 있는 게 아니었죠. 조르고 졸라서 저승사자에게 딤섬을 얻어먹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몽희는 만한전석을 만끽합니다.

 

 미노루는 그런 몽희의 모습을 보면서 만족하고요. 자신이 누리지 못한 어린 시절을 몽희에게 누리게 해주면서 대리만족을 하는 듯했어요. (진짜 부모다)

 

 하지만 미노루는 돈을 쓸 때만큼은 그다지 계획적이지 않습니다(..) 별 생각없이 실컷 쇼핑을 하고 그중에 대부분은 내다버리길 반복하는 경제 관념 빵점 인간이라고요 ㅡㅡ;; 만한전석을 계산하고 나오려는데 이게 생각보다 너무 비싼 겁니다..........ㅋ 어떻게든 비용을 마련해보려고 고군분투하는 가운데, 몽희는 잠시 가게 앞의 분수대에서 놀기로 해요.

 

그리고 이 분수대에서 운명적인 만남이 이루어집니다.

 

 

 몽희 또래의 무척 예쁘게 생긴 어린아이가 몽희에게 말을 거는 거예요. 여자애는 몽희와 시선을 맞춰보더니, 자신과 키가 같다는 걸 알고ㅋ 몽희에게 대뜸 악단에 관심이 있느냐고 묻습니다. 몽희가 악단에 관심이 없을리 있겠습니까(?) 범상치 않은 관심을. 보이자 여자애는 만족스러운 미소로, 자신이 머무는 악단에 잠깐 놀러가지 않겠느냐면서 옷을 갈아입자고 해요.

 

 네... 이 여자아이는 최근 봉천에서 인기있는 악단의 어린 가희로, 악단 생활에 지쳐서 잠시 일탈을 꿈꾸고 자신과 비슷한 아이를 찾아 헤매던 중이었어요. 그리고 마침 몽희를 발견했고, 이런 정신나간 제안을 전혀 이상하게 느끼지 않는 몽희는(?) 여자아이와 옷을 바꾸고 악단을 따라갑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문제는 몽희의 노래 실력이 판정해보니 그저 그럼ㅋ)

 

 가뜩이나 눈에 안띄었으면 좋겠는데 아주 봉천에서 데뷔하게 생겼쥬?^^ 계산하고 나오느라 정신이 없었던 미노루는 별 의식없이 몽희의 옷을 입은 소녀를 데리고 다음 장소로 향합니다.

 

 아아, 과연 그들은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미노루는 아침에 석진에게 몽희 단속 제대로 못했다면서 지랄지랄한 것을 복수 당할 것인가^^!

 


 

내 이름은 푸란, 그 누구의 여자든 될 수 있어요

 

 한편, 장쉐량네 집은 아주 가관입니다(..) 아편에 쩌든 장쉐량이 푸란에게 무릎베개를 한 상태로 디비져있거든요. 미남자에 정장차림에 대충 넘긴 헤어에 아편에 쩔어서 소파에 구둣발로 누워있는 그림이라니, 환장하는 사람은 미쳐 날뛰는 퇴폐맨이긴 합니다. 이쪽보다는 저쪽이 더 중요합니다. 중편의 히로인인 푸란양이요:)

 

"여사님 일 때문에 머리가 어지러우신가요?"

 

 푸란은, 그래도 나름 만주의 왕자인 장쉐량을 어린아이마냥 데리고 놀고 있습니다. 볼을 꼬집으면서 달래고, 장쉐량은 그걸 또 좋다고 받고 있고(ㅋ) 정말 환장적으로 환상의 커플인; 상황만 봐도 장쉐량은 정치 싸움에 지쳐있고 푸란 같은 고급 창부를 통해 그 답답함을 달래고 있는 듯하죠. 

 

 하지만 푸란도 이 남자만 달래고 있긴 심심한가 봅니다. 푸란은 오늘도 쇼핑하러 나가고 싶다고 해요. 장쉐량은 한숨을 쉽니다. 정말로 또 나가야겠느냐고 하지만, 분리불안 때문이 아니라 정말로 불안해서입니다. 푸란이 쇼핑에 나설 때마다 경호원이 죽어나가는 통에 벌써 세명이나 잃은 상황이거든요.

 

 아무래도 장쉐량을 위협하기에 좋은 인질이다 보니 흑룡파에게 노려지고 있는 탓이겠죠. 하지만 푸린도 보통내기가 아닙니다. 사람이 뒤지든 말든 나는 쇼핑하러 나가겠다(..)해요. 와 이 정도 배포는 있어야 장쉐량 애인쯤 할 수 있는 거구나-.- 

 

 그래서 새로운 경호원을 들이기로 했고, 그게 바로 석진이었던 것입니다.

 

장쉐량의 방은 아편 냄새로 가득했다

 

 방으로 들어오는 석진. 하지만 그를 보는 눈빛이 모두 우호적이지만은 않습니다. 특히나 푸란을 내심 짝사랑하고 있었던 경호실장이 보기엔 더 그래요. 이번에야말로 자신이 푸란을 보필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용병을 데려와서 경호원으로 쓰다니요! 요즘 용병들은 누구 편인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인데!

 

 하지만 푸란의 눈은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이 호기심 가득한 여우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즐거워요.

 

 장쉐량은 경호 실장의 불만을 내심 눈치채고는 석진을 시험해보라며 직접 싸움판을 벌여줍니다. 물론 그 결과는... 당연히 석진의 완승이고요(..) 어이어이 이쪽은 광야에서 구르다 온 사람이라고ㅋ 타고난 피지컬도 일단 상대가 안 될 거고요. (석진 떡대인 거 너무 좋음)

 

 경호실장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석진의 힘... 알파메일 앞에서 푸란의 흥미는 더더욱 불타오릅니다. 그렇게 석진은 푸란의 경호원으로 그녀와 함께 밖으로 나가게 됩니다.

 

 그러나 푸란의 흥미는 단순히 새로운 사람에 대한 흥미는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함께 차를 타고 나는 내내, 새장 속 푸란은 야생매인 석진에 대해 큰 관심을 가져요. 그래서요? 그래서요? 하면서 다가오는 푸란의 가슴골이 모아지고(..) 생전 처음 겪어보는 별 희한한 상황에 석진은 당황하면서도, 푸란의 여자력에 휘말려 함께 쇼핑을 떠납니다. 

 

 그렇게 시작된 봉천의 휴일...:) 석진에게도 캠페인 시작한 후로 처음으로 겪는 평온한 나날이었을 것입니다. (물론 경호원이 죽어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왜 개고생은 맨날 내몫이야

 

 ...한편(...) 미노루는 도시 한복판에서 심히 좃됐음을 깨닫고 서 있습니다. 눈앞에 있는 계집이 몽희가 아니에요(..) 이걸 이제서야 눈치채다니? 태원가 시장 실컷 구경하고 영화관에서 <시티 라이트(1931)>을 걸지게 보고난 후인데 말입니다...식당에서부터 바뀌었다고 치면 이미 반나절이 후딱 지난 셈이죠. 

 

찰리 채플린 주연의 실제 영화랍니다

 

 그러나 정체모를 눈앞의 계집한테 화를 낼 틈도 없습니다. 영화에서 깊은 감동을 받아서 눈이 반들반들한 계집애에게 적당히 상황을 들은 뒤... 이 계집이 최근 봉천에서 유명한 어느 유랑극단의 가희 ㅡ 샹란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이야, 몽희 이년 신나서 공연하러 갔겠구나~!^_^ 정체를 안 들키기는커녕 아주 동네방네 데뷔하고 다니고 자빠지겠네!!!!

 

 시간이 없습니다. 무대에 오르기 전에는 몽희 이 지지배의 머리채를 붙잡고 내려와야 합니다. 쓱쓱, 주위를 보니 남자가 오토바이를 세우고 있기에 다가가서 냅다 지폐를 건네고는 오토바이에 샹란을 태워 나릅니다ㅋ 아니 뭐 어쩌겠어 상황이 좃됏단 말이야 너도 이해하지? (오토바이 주인 : 겠냐?)

 

 미노루는 샹란을 태우고 미친듯이 공연장을 향해 나릅니다. 하지만 운전 판정 결과로 비기는 바람에 이미 공연이 시작된 후에 간신히 도착하게 됩니다.... ^^;; 샹란은 그저 이 모든 과정이 즐겁기만 해요. 행복하고요.

 

 ...허나, 사실 그보다 좃된 건 몽희였습니다ㅋ 아니 일단 밀려서 분장을 하긴 했는데, 소개 문구가 존나 부담스러운 거예요.......

 

봉천 최고의 천재 가수 샹란의 공연이 시작된다!

 

 야씨 스케일 뭔데 시밬ㅋㅋㅋㅋㅋㅋㅋ 심지어 몽희가 노래에 재능이 있으면 말도 안할텐데 얘 재능 없다니까요^ㅇ^)/ 오왔땈ㅋㅋㅋㅋ

 

 하지만 몽희가 누굽니까? 장쭤린급 배짱을 가진 만주 최고의 또라ㅇ.... 아이!ㅎ 이런 위기 쯤이야 몽희의 인생에 새겨질 한 페이지에 불과하죠ㅋ 몽희가 이 위기를 얼마나 기가 막히게 해결했는지는 잠시 후에 보시도록 하고... 잠시 여우한테 딱 걸린 석진 쪽으로 돌아가보도록 하죠:D (놀릴 생각 뿐인 엥미)


 

내게 맞는 옷

 

 푸란의 쇼핑을 따라다니면서 석진은 평생 못해본 경험을 합니다. 나풀나풀하거나 너무 달라붙어서 번드르르한 드레스, 온갖 악세서리와, 진하다 못해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의 향수 냄새들. 아까부터 머리가 아픈 건 향수 냄새 탓인 걸가요? 아니면 푸란 때문인 걸까요.

 

 푸란은 어린아이처럼 신나서는 석진과 함께 쇼핑을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물욕이 어느 정도 채워졌을 때즈음, 채우지 못한 마지막 물욕인 석진을 옷가게로 데리고 가요. 그리고 석진의 동의 없이 멋대로 재단을 시작하더나 맞춤 양복을 하나 재단해줍니다.

 

 거울 앞에 선 석진을 자신의 모습을 보고 어안이 벙벙해요.

 

 덩치가 커서 남장이 어색하지 않기는 하나, 어쨌든 석진은 여자입니다. 큰 여자 옷을 입었을 때와 남자 옷을 입었을 때의 차이는 명확할 거예요. 그랬던 석진이 생전 처음으로 자신의 몸에 딱 맞게 만들어진 양복을 입었을 때의 느낌은... 굉장히 묘했을 거예요.

 

옷은 많지만 내 옷은 없어

 

 생각해보면 옷만이 아닙니다. 석진은 그동안 늘 남의 옷을 입고 살아왔어요. 자신에게 청춘을 물려준 오빠의 옷, 과거도 현재도 없이 묻혀버린 스승의 옷, 독립군의 옷, 그리고 현상금 사냥꾼의 옷... 지금까지 여러 번 남의 옷을 빌려입어왔지만, 실제로 그 중에 석진에게 맞는 옷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세상의 규격에 맞지 않는 석진에겐 기성복도 잘 안맞을 거예요. 평준화되지 않은, 석진만을 위한 옷. 그걸 비유적인 의미에서나마 오늘 처음 입어봤던 거예요. 

 

 그리고 저희도 이 시점에서 깨달았어요. 석진의 문제는 '자기 자신이 되지 못한 것'이구나. 기이할 정도로 덩치가 큰 조선 여자, 거기다 총도 잘 쏘고 말재주도 없고, 여성성이라곤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도 없는 몸. 그저 태어난대로 살아갈 뿐인데도 세상에 온전히 받아들여질 수 없었던 고통과 불안이 석진을 지배하고 있었던 거예요.

 

 뭐, 푸란은 그런 걸 알리는 없습니다. 그저 얼떨떨하게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는 석진을 흥미롭게 지켜볼 뿐이에요.

 

 하지만 옷은 앞으로 10일 후에나 완성된다고 합니다. 그쯤이면 석진은 이곳을 떠난 뒤겠지요. 이 옷도 내 옷은 아니겠거니, 하며 석진은 마음을 내려놓습니다. 자신에게 맞는 옷이 있을리 없다고, 무의식적으로는 이미 여러 번 되뇌였겠지만 이번에는 의식적으로 그 사실을 되새겨요.

 

데이트 아닌 데이트

 

 그 후, 함께 커피를 마시면서 왠지 경계가 풀린 석진은 푸란에게 자신에 대해서 털어놓습니다. 자신은 옳곧지도 않고, 갈대처럼 휘둘리고, 늘 그렇게 도망치는 선택을 하면서 살아왔다고요. 석진도 이렇게 되리란 건 예상하지 못했겠지만, 푸란과의 하루가 석진이 잊고 있었던 걸 많이 알려준 모양이었어요.

 

 ...물론 푸란이 듣기엔? 완전 플러팅이겠죠?ㅋㅋ

 

 무뚝뚝하게 생긴 남자가 옷 좀 사줬다고 얼떨떨해하더니, 사실 자긴 유혹에 약하다고 토로하고 있으니 으아니ㅋㅋㅋㅋㅋ 무자각 플러팅도 정도가 있지 이 정도면 어서 날 눕혀라!! 하는 수준 아닙니까?ㅋ

 

 그리고 푸란도 그렇게 생각했나봐요^^ 내심 이 남자가 마음에 들었던 푸란은 석진의 팔짱을 끼고 좀 더 놀고 가자면서 그를 밤의 태원가로 안내합니다.... 그리고 둘은... /// 

 

 아니 뭐 상상하시는 그런 것까지는 아니고요><하필 이 둘이 향한 곳도 샹란의 공연장이었습니다^^ 아아 다가옵니다... 미노루의 멸망이...! 하지만 외갓 여자랑 팔짱 끼고 공연장에 들어오는 석진도 할말이 있을지? 없을지?ㅋ

 


 

길이 남을 역사의 한 순간을 기리며 부릅니다

 

 자아, 그렇게 중편의 모든 주연이 한 자리에 모입니다!

 

 몽희가 무대에 오르기 전에 잡으러 온 미노루, 샹란에게 이끌려 공연까지 보러 온 석진, 그리고 데뷔 무대를 갖게 된 몽희.....ㅋ 어쩜 이렇게 다채롭게 골때리는 포지션들로 왔는지 ㅡㅡ;; 신기하다 신기해... 

 

 그러나 이 망(亡)자들의 모임은 상상도 못한 빅뱅으로 귀결됩니다.

 

 뭐 몽희 입장에서도 생각보다 좟된 상황이라 평소처럼 즐겁지만은 않았어요. 아무리 몽희라도 없는 재능을 급조하기는 좀(;) 그래도 기지를 발휘해서 위기를 모면해보려고 하는데, 마침 바로 앞 코너가 라쿠고인 거 아니겠어요?

 

라쿠고 : 몸짓과 입담만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일본의 전통 공연

 

 그래, 무대에서 반드시 노래만 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 그래서 몽희는 노래가 아니라 '이야기'를 하기로 합니다. 그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해요. 

 

 "'봉천에 위대한 사나이가 있었다...'"

 

 몽희 일행의 여정을 각색한 이야기가 구연됩니다. 봉천의 위대한 사나이가 남긴 보물을 찾아 여행을 떠난 원숭이와 호랑이와 여우의 이야기.

 

 지도를 따라 허둥지둥 설국으로 넘어온 원숭이와, 쫓아오는 늑대 무리를 물어 내쫓는 호랑이, 주위를 살피며 둘의 앞길을 안내하는 여우. 사람으로 인정받지 못한 자들의 발자국이 뒤엉켜 만들어낸 어설프기 짝이 없는 여행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마침내 빛나는 보물을 발견하고 바라던 모습으로 살아가게 돼죠. 

 

 고요한 가운데, 몽희는 ''을 부르며 이야기의 막을 올립니다.

 

나도 같이 떠가는 내 몸이여

저 산 넘어 넘어서 간다네

꽃밭을 헤치며 양떼가 뛰노네

나도 달려 보네

저 산을 넘어서

 

 

 이게 참 세션적으로도 아름다운 장면이었어요. 사실 저희는 PC들의 미래를 어느 정도 정해둔 상태로 진행하고 있거든요. 석진은 자기 자신의 진짜 이름을 찾아가고, 미노루는 의사가 되고, 몽희는 작가가 될 거라고요. 그러니 이 장면은 몽희가 작가적 재능을 발휘하는 첫 장면으로서 의미가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후 장면과 결합되면서 더욱 미친 장면이 되고 말았는데요... (Hㅏ)

 

 몽희가 공연을 마친 뒤 내려오...자마자 미노루는 잽싸게 뛰어가서 헥토파스칼딱콩을 날립니다ㅋ (미노루에게도 인상적인 공연이긴 했지만요!) 아무튼, 광야의 빛을 은유하는 듯한 이야기를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떡하니 해버리다니... 미치고 팔짝 뛸 일입니다. 딱콩 두 세대로 넘어갈 일이 아니라고요.

 

 뭐, 그래도 샹란은 고마울 따름이에요. 덕분에 그토록 바라던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었으니까요. 샹란은 몽희를 위해서 한 곡 불러주고 싶다고 합니다. 이때 마침 석진과 푸란도 도착해서 샹란의 공연을 보게 되는데... 

 

 "오늘이 봉천에서의 마지막 무대입니다. 그러니 이 노래를 보내드립니다. '야래향'"

 

 그리고 갑자기 부셈님이 이런 내레이션을 넣는데....

 

 

 

샹란.

이름, 이향란.

일본인으로 중국에서 태어나 일본으로 돌아갔던 아시아의 위대한 가수.

 

 

 

 네... 샹란은 실존 인물이었던 거예요.

 

 와... 이때 다들 진짜 거의 ㅇ0ㅇ 이 상태로 부셈님을 쳐다봤는데, 그럴 수 밖에 없는게ㅋㅋ 사실 스토리 흐름상 저는 샹란이 왜 나왔나 싶었거든요. 엑스트라인가 싶었는데, 부셈님 월드에 엑스트라 같은 거 없어요; 다들 자기 몫의 호흡을 한단 말이에요. 아무리 작은 캐릭터라도요.

 

 그런데 그런 것치고는 샹란은 너무 소모적인 엑스트라로 보였단 말이죠...  뭐 그럴 수도 있지... 싶었는데 갑자기 이 아이가 '이향란'이라는 실존 가수라는 것이 밝혀지면서ㅠ 저희는 엑스트라와 하루를 보낸 게 아니라, 역사적 인물인 이향란과 하루를 보낸 게 되어버린 겁니다...

 

 심지어 샹란은 이 공연으로 발탁되어 가수로 데뷔하게 되었다는 사족까지... 아니... 걍 역사적 인물하고 만난 거로 땡이 아니라,우리가 이 역사적 순간을 만들어낸 거잖아................................ 앞에서 말했던 환상과 현실이 맞물린다는 게 이런 의미였어요....

 

 가뜩이나 이 캠페인의 배경인 만주가 딱 그런 느낌이거든요.  가장 혼란스러웠기 때문에 역으로 모든 게 가능했던, 하지만 어느 역사에도 제대로 기록되어 있지는 않은 환실 아이소포스. 극화될 수 밖에 없는 세계관인데도, 여기에 실제 만주에서 살았던 역사적 인물을 덧대어서 핍진성을 팍 꽂아버리는데 진짜ㅋㅋㅋㅋ 미쳐버리는 줄 와.... 

 

 서울 어느 동네의 거실이 아니라, 정말로 1930년대 만주 한 가운데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이 감동은 그 어떤 매체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감동이었어요ㅠ 이 부분만큼은 아무리 퇴고해도 그 순간의 감동이 온전히 전해지지 않을 것 같아 절망적입니다...

 

 그렇게 에이미가 감동받고 있는 동안, 푸란은 디너쇼 타임을 틈타 멍때리는 석진과 함께 을 춥니다.

 

 크, 역시 이 씬에선 함께 춤을 춰야지ㅋ 석진의 어설픈 스텝이 몇번이나 푸란의 발 그림자를 밟습니다만, 그래도 푸란은 즐거워보여요. 석진도 즐거웠으려나요. 아마도 즐겁지 않았을까. 그것은 저만의 추측입니다만...

 

 (하지만 가장 즐거워한 건 갑자기 뚜걱뚜걱 춤을 추고 있는 석진을 발견한 미노루였을 겁니다. 쟨 뭐하는 거고 저 여자는 누구지? 싶으면서도 자신의 실수를 덮을 만한 놀림거리에 생긴 일에 그저 안도해요(..)) (미안하다)

 

 그렇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알록달록했던 하루가 끝이 납니다.

 

 푸란은 밤의 끝에서 석진을 유혹하지만, 석진은 딸을 만나러 가야한다며 변명을 대고 빠져나와요. 실제로는 마여사의 정보원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러 가는 거지만요. 그래도 아쉬웠는지 푸란은 그냥 보내지 않고 뽀뽀를(...) 도장으로 찍고, 기력이 빨릴 때까지 빨린 석진은 싸울 때보다도 훨씬 지친ㅋ 모습으로 퇴근을 합니다. 

 

 ...그리고 수면 밑에 숨어있던 것이 꿈틀거리기 시작합니다.

 

 마여사의 정보원과 만나기로 한 곳에서, 피웅덩이가 고여 있었던 거예요. 

 


 

블러디 홀리데이

 

 정보원을 총을 맞고 쓰러져 있었습니다. 이건 즉, 석진의 스파이 짓도 누군가에게 들켰다는 뜻이겠죠? 하지만 대체 누가? 그때 뒤에서 찰칵하는 소리와 함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딸 만나러 간다면서요?"

 

정체는 푸란... 아, 이게 또 재미있는게ㅋㅋ 사실 푸란이 이런 역할을 할 예정은 아니었다네요. 그런데 제가 세션 도중에 푸란도 스파이면 개웃기겠다ㅋㅋㅋ 하고 흘린 걸 부셈 이 인간이...? 갑자기...?? 이걸 주워서...??? 푸란을 진짜 스파이로 만든 겁니다;;; 

 

 그냥 스파이로 만들면 놀 랍 지 도 않 아 요... 티알에서 그 정도 융통성은 상시 존재하는 거니까. 문제는 그게 아니라; 이 여자가 갑자기 가발을 벗는 거예요... 그리고 자기 정체를 고백하는데... 자신은 장쉐량이 아니라 이시하라 측의 스파이, 이름은 카자마 케이코라고 밝힙니다.

 

 그리고 또 다시 들어가는 부셈님의 나레이션ㅋ....

 

 

카자마 케이코.

본명 아이신기오로 푸란.

애신각라라는 청나라 황족의 성을 가지고 있다.

멸망한 황제 푸이의 이복 동생이자, 만주의 마녀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얘도... 실존 인물인 거임......... 와.....ㅋㅋㅋ...ㅋㅋㅋ 와 진짜ㅋㅋㅋㅋㅇㅎ러ㅏㅣㅋ 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이걸 어떻게 순식간에 가져다 붙이지?? 물론 원래 준비된 인물이었다고는 하는데요. 너무 준비된 것처럼 찹쌀맞게 떨어지잖아요;;

 

 애초에 푸란의 경호원들은 왜 죽어나간 걸까?

 푸란은 왜 장쉐량에게 아편을 먹이고 있었던 걸까?

 그리고, 왜 석진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걸까?

 

 흔한 러브 코메디의 클리셰인 줄 알았던 모든 장면들이 순식간에 스릴러로 바뀝니다. 석진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잖아요. 이시하라의 얼굴에 그 큰 흉텨를 남긴, 바로 그 오니토라인데!

 

ㅋㅋㅋㅋㅋㅋㅋㅋ아 진짜 미칠 거 같아ㅋㅋㅋ쓰는데도 배운 적 없는 브레이크 댄스 추다가 척추 부러질 거 같음ㅋㅋㅋㅋㅋㅋ 본색을 드러낸 케이코는 당장은 죽일 생각이 없다며 마여사에게는 장쉐량은 아편 중독이고, 첩자와는 조우하지 못했다고 전하라고 합니다.

 

 그리고 석진이 왜 지금 죽이지 않는 거냐고 묻자, 케이코는 상큼하게 답해요.

 

"그 가슴팍에 구멍이 뚫리면 우리 열심히 맞춘 양복을 못 입게 되잖아요?"

 

 

 찢ㅇ...었다지ㅓㅇ나ㅣㄴㅇㄹ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개찌ㅉ엇음 진짜 와 ㅋㅋㅋㅋㅋㅋㅌㅋㄹ허ㅏㅣㅋㅋㅋㅋㅋ 이렇게 잘 뒤집어 엎어도 되는 겁니까? 재미있는 이야기의 본질이 밥상을 잘 뒤집기라지만 이렇게까지 예쁘게 케이크 상차림 해놓고 뒤집어 엎을 수 있는 거냐고~!! 

 

 그리고 케이코는 '이시하라가 널 죽이지 않길 바란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 채, 푸란인 척 다시 밤골목으로 빠져나갑니다. 평생에 해보지 못한 경험을 하고, 평생에 느껴보지 못했던 걸 깨닫고, 평생에 생각지도 못한 만남을 가진 석진은 멍하니, 아무 생각도 채우지 못한 채 흑룡객잔으로 돌아옵니다.

 

 미노루는 돌아온 석진을 실컷 놀리지만, 석진은 이상할 정도로 무반응이에요. 무시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안 들리는 것 같습니다. 약간 이상하다 싶을 때, 몽희가 분위기를 전환할 겸 말을 꺼냅니다.

 

 "광야의 빛, 찾아냈어."

 

 그리고 몽희를 중심으로 셋을 둘러싼 각도로 카메라가 줌 아웃되면서 막이 오릅니다.

 


 

만신창이가 된 봉천에 휴일을

 

 중편의 마지막 씬이자 마스터 씬입니다.

 

 그날 밤, 케이코는 무릎에서 잠든 장쉐량의 머리를 잠시 치워두고 방으로 가서 장춘에 연락을 합니다. 연락을 받은 사람은 당연히, 이시하라. 케이코은 만주 사변을 일으킬 준비가 되었다며 보고하고, 한 가지 더 중요한 것을 발견했다며 이야기를 전합니다.

 

"봉천에 호랑이가 있더군요."

 

 그 말에 이시하라는 흉이 일그러지는 것도 개의치 않고 미소를 짓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카메라는 봉천으로 오는 열차 안으로 옮겨갑니다. 

 

 

 열차 안에는 기모노에 목도리, 그리고 칼을 찬 남자와 몇몇 일본인 무리가 앉아있습니다. 그들은 이시하라로부터 통화를 받은 직후, 봉천에 있는 일본인 거리로 걸어갑니다.

 

 잠시 후, 일본인 거리에서는 거대한 폭발이 일어납니다.

 

 이시하라의 명령을 받고 움직인 남자 ㅡ 우에다 류헤이는 말합니다.

 

 "작전명, 봉천의 휴일. 시작하겠습니다."

 

 알록달록하던 봉천이 새빨갛게 타오를 준비를 시작한 것입니다.

 

 

 

 

 

 


하편 : 불타는 봉천

 


 

 

 봉천 에피소의 마지막 편이자,  제목만 봐도 클라이맥스인 <하편 : 불타는 봉천>의 막이 오릅니다. 들어가기 전에 잠시 또 상황을 정리해보도록 하죠:) 특히 관동군 쪽 상황을 정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선 이시하라에 대해 다시 이야기를 해야겠어요.

 

이시하라 겐지, 관동군의 중장

 

 이시하라는 캠페인의 아치 에너미이자 관동군 파벌 중 하나를 이끄는 중장입니다. 첫 등장 장면이 석진 총에 맞아 나가떨어지는 장면이라 좀 이미지가 허름해져서 그렇지(..) 사실 이시하라는 무시무시한 놈이에요.

 

 군사로서도 훌륭했지만 신념이 진짜 미친 놈입니다... 기본적으로 대동아공영과 유사한 무엇이긴 한데, 대동아공영이 제국주위의 확산을 위해 아시아를 해방하자는 개소리였다면, 이시하라의 이상은 제국주의가 아닌 세계평화입니다. 아시아만이 아니라 전세계 모든 인류가 차별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이상 국가를 만들고 싶어해요. ㄷㄷ 

 

 이시하라의 이런 또라이 같은 프로파간다는 다음 두 명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만주의 마녀" 케이코

 

 우선 중편의 히로인인 푸란 ㅡ 카자마 케이코입니다. 케이코는 청나라의 마지막 공주였지만 일본으로 쫓겨나 비참한 삶을 살아야 했던 사람이에요. 청나라의 명맥을 잇고 싶었지만, 여자이기 때문에 할 수 없었거든요. 

 

 그런 케이코가 '차별없는 세상'이라는 프로파간다에 매료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매료되다 못해 완전히 숭배하게 돼죠. 케이코는 이시하라를 종교 지도차처럼 숭앙합니다. 이시하라의 모든 명령은 대의이고, 자신을 그 대의를 이룰 군사인 것이지요. 

 

 그 다음으로 매료된 사람이 중편의 마지막에 나왔던 일본인 무리의 수장인 우에다 류헤이입니다. 

 

대륙 낭인, 우에다 류헤이

 

 이 사람도 상당히 흥미로운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있는데, 오타쿠적으로 축약하자면 '현 세계관 최강의 칼잡이'입니다. 네 미호크죠ㅋ 근데 이제 사상이 비뚤어져서 이시하라한테 붙은;

 

 우에다 류헤이의 무리는 천주회라고 불리는 사무라이 집단입니다. 막부 시대가 막을 내린 뒤, 만주에 흘러들어온 대륙 낭인들이죠. 이들은 자신들이 모실 개념적 쇼군을 찾아 헤매는데, 패거리마다 정치적인 포지션은 달라도 어쨌든 우익 성향의 깡패 집단이라는 점에선 같아요. 류헤이는 딱 이시하라에게 붙은 포지션이고요. 

 

 근데 이놈이 진짜 보통 미친놈이 아닌게...; 우에다류라는 정체모를 검술을 사용하는 데다가, 이치린슈 같은 사이비 불교를 믿으면서 극락왕생의 세계가 만주에 도래하기를 꿈꾸고 있거든요.

 

 와 이런 리얼한 미친놈 진짜 어떻게 만드냐ㅋㅋㅋㅋ 여튼, 우에다의 사이비 사상과 이시하라의 세계 평화는 샴쌍둥이처럼 서로 맞닿아 있기 때문에... 우에다 또한 이시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쳐 싸우는 폭력 집단으로서 나서게 됩니다. 이시하라의 명령으로 봉천 외곽의 일본인을 모조리 학살했을 정도니 진짜 미친 놈들이 맞습니다... 

 

 엥? 일본인이 일본인을 왜 죽이냐고요? 이상한 게 맞습니다. 이건 눈속임 작전이거든요.

 

 봉천에 사는 일본인들이 살해당했다.

 

 이시하라는 이걸 빌미로 봉천에 쳐들어 올 생각이었어요. 그걸 위해서 류헤이에게 정체를 감추고 일본인들을 암살하라고 한 거고요. 사정을 모르는 봉천 사람들은 이게 관동군을 견제하는 장쉐량이 일본인을 학살한 거라고 오해하겠죠.

 

 가뜩이나 평판이 좋지 않은 장쉐량에 대한 불신을 퍼뜨린 뒤  봉천을 꿀꺽 하려는 계획이었던 것입니다.

 

 정말 무서운 놈이죠. 이시하라... 그리고 이런 이시하라에게 찍힌 석진의 미래도 심히 걱정됩니다.

 

"오니토라" 석진

 

 저희는 지금까지 이시하라가 석진에 대한 복수심으로 그를 쫓는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시하라는 그렇게 쪼잔하고 단순한 놈이 아닙니다... 그가 석진을 뒤쫓는 건, 우수한 소수민족인 석진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고 싶기 때문이에요.

 

 그날 흑산동 전투에서도 흐트러지지 않았던, 그리도 단단한 신념을 가진 남자가 자신에게 고개를 숙이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상징적인 승리지만, 자신에게 총을 겨눈 사람조차 차별없이 품으려고 하는 이시하라의 그릇을 선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거예요. 

 

  어쩌면 이시하라는 이걸 노리고 석진에게 오니토라라는 이름을 붙였는지도 모르겠어요. 덕분에 석진의 존재가 만주 이곳저곳에 알려졌으니까요. 나중엔 '그 오니토라가 이시하라 편에 붙었다'는 소문이 퍼지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바이럴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죠.

 

 자, 이 정도면 관동군 세력도도 어느 정도 정리했으니:) 힘차게 하편으로 달려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시작은 당연히 개쩌는 부셈님의 마스터씬입니다... 하아...

 


 

순록은 거인을 올려다 보았다

 

광야의 어딘가, 타오르는 모닥불 옆에 가 앉아 있습니다. (갑자기요...?) 투는 서투르게 보물성을 읽고 있는데, 그때 갑자기 순록이 불안한 듯 이상한 움직임을 보입니다.

 

 투는 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향해서 활을 들어올리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이들이 나옵니다.

 

익숙한 비주얼이죠?

 

 알록달록한 초랭이 무리. 그리고 그 사이에서 나오는 덩치 큰 금쇄봉ㅋ을 든 남자ㅋ 네... 금강야차입니다. 몽희네를 뒤쫓다가 실수로 투를 쫓아왔던 것이지요;;

 

 으아아, 안돼 투 도망쳐라ㅠㅠㅠㅠ 싶지만 투도 얼어서 도망치지는 못하는 판국에, 금강야차가 말합니다.

 

"꼬맹이를 괴롭히는 취미는 없어. 에벤키 마을이 무사하길 바라면, 그 계집이 있는 곳으로 날 안내해라!"

 

 아미친놈아너도오는거냐고안그래도존나정신없는데

 


 

의심은 가성비가 좋다

 

 계절적으로는 춘분 (3월 20일경), 봉천은 축제 준비가 한참인 상황입니다. 뭐 이 정도면 이 마을에서는 지낼 만큼 지냈어요. 몽희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다음 목표는 백일봉을 향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백일봉으로 가는 게 아니더라도 일단 봉천을 떠나는 게 좋은 상황이기도 합니다.

 

 흑룡객잔의 사람들이 읽고 있는 신문에는 얼마 전, 폭발한 일본인 구역의 호텔에 꽂힌 정체불명의 깃발 사진이 잔뜩 실려 있었어요. 그 깃발에는 페인트로 이런 문장이 쓰여 있었죠.

 

만주는 아직 장쭤린을 잊지 않았다

 

 마치 장쉐량의 봉천파가 의도적으로 일본인을 죽인 것처럼, 우에다 류헤이조작해놓고 떠난 현장이었어요. 이야기는 짚불처럼 빠르게 퍼져나갑니다. 장쉐량이 죽인 거다. 봉천파의 짓이다! 라면서요.

 

 그 정도로 일본인에 대한 혐오가 심각한 상황이라면 미노루도 이곳에 있어서 좋을 게 없습니다. 바로 짐을 챙겨서 떠나도 여의치 않은데... 어쩐지 석진이 굼뜬 행동을 해요.

 

 미노루는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눈치챕니다. 하지만 그때 마침 마여사 측의 사람이 들어와요. 그들은 지난 밤 석진에게 보낸 정보원이 죽었으니 그 책임을 물으려는 것이죠. 상황을 잘 모르는 미노루는 그 앞을 막아서려고 하지만, 석진은 뒤따라 갈테니 먼저 가라면서 마여사의 사람을 따라갑니다. 

 

 석진이 뭔가를 속이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미노루는 본격적으로 석진의 뒷조사를 하하기로 해요. 

 


불안한 삶보다 나은 안락한 죽음

 

 직후에 이어지는 마스터씬입니다. 어두운 지하실, 깡마른 남자가 죽을 만큼 고문을 당하고 있어요. 

 

 

 그 남자는 바로 봉사입니다. 마여사는 먼발치에서 그를 쳐다보며 말해요. 

 

 "그 녀석에 대해 아는 걸 전부 다 말해."

 

 마여사는 석진에 대해서 의심하고 있었습니다. 정보원이 죽었으니 무리는 아니죠. 살고 싶었던 봉사는 살고 싶었던 봉사는 어쩔 수 없이 입을 엽니다.... 석진이 어떤 루트로 이곳에 흘러들어왔고 지금은 뭘 하려고 하는지도요.

 

 헌데 이야기를 듣던 마여사는 석진이 지나온 루트가 '광야의 '과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눈치챕니다. 그리고 판도가 조금 바뀌어요. 

 

 

 그리고 다음 장면, 석진은 마여사의 저택에 도착합니다. 석진은 혹시라도 동료들에게 해가 될까봐 어제 케이코와 만났던 일까지 포함해 모든 것을 보고합니다. 하지만 마여사는 갑자기 쌩뚱맞은 이야기를 합니다.

 

 "장물을 가진 소녀와 만난 적이 있느냐"

 

 석진은 크게 흔들립니다. 이건 장쉐량과는 관계없는 석진 일행의 문제니까요. 게다가 광야의 빛에 대한 정보만큼은 절대로 지켜야했습니다. 몽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만난 적 없습니다."

 

 하지만 석진은 속내를 잘 감추지 못하는 스타일이에요. 만난 적 없다고 하지만 입술은 너무 꽉 다물려 있고, 마여사를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합니다. 마여사는 다시 묻습니다. 

 

 "다시 한 번 묻지. 장물을 가진 소녀와 만난 적이 있느냐?"

 

 마여사를 속이는 건 불가능합니다. 제대로 대답하지 않으면 이 자리에서 석진의 삶이 끝날 수도 있겠죠. 결국 석진은 파르르 떨리는 눈을 꼭 감고 다시 입을 엽니다.

 

 "만난 적 없습니다."

 

 와... 진짜..................................

 

 하편에서 최고로 좋았던 장면은 뽑으라면 전 여기에요. 회피형 중의 회피형인 석진이 몽희를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걸고 거짓말을 강행하는 장면이라고요ㅠㅠㅠ 이때 하누님 연출도 섬세해서 좋았어요. 정말로 석진이 죽음을 각오하고 거짓말을 하는 게 느껴졌거든요. 

 

 그러나 마여사는 그 이상 석진의 답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를 죽이려 하지도 않아요. 오히려 혼잣말하듯 떠듭니다.

 

"이시하라가 날 배신하려는 것 같아. 그리고 난 광야의 빛 따위엔 관심없어. 오히려 지긋지긋해. 그런 멍청한 물건..."

 

 광야의 빛을 입에 담는 마여사의 윗 입술은 분명 경멸로 일그러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제안해요.

 

 "내 밑에서 일해. 그럼 광야의 빛을 은닉할 수 있어. 원하는 건 뭐든지 채워주지. 그 빌어먹은 광야의 빛만 숨길 수 있다면야. 네게 새로운 신분을 주고, 딸을 지켜주겠어."

 

 마여사는 광야의 빛 따위로 장쭤린의 유산이 넘어가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자기가 갖고 싶은 것도 아니에요. 어느 쪽이냐면 마여사는 광야의 빛을 증오하고 있어요. 

 

 광야의 빛은, 세상을 손에 넣을 수 있었던 유일한 남자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올린 판돈입니다.

 

아주 조금만 기다리면 새벽이 가고 아침이 왔을 텐데

 

 

 하지만 동시에 그 남자에게 모든 것을 걸었던 마여사의 인생이 포함된 판돈이기도 합니다. 마여사는 원치 않았던 내기에 판돈을 올린 장쭤린을 용서할 수 없었어요. 광야의 빛 같은 건 영원히 어둠에 파묻혀야만 합니다.

 

 한편, 석진은 마음이 복잡해집니다. 그전까지 아무 생각도 없었던 석진은 그 제안을 듣자마자 깨달아요. 이게 지금까지 내가 바라왔던 것이라는 걸요. 고결한 자유가 아닌 비참한 안전을. 자신의 가치를 끝없이 의심하지 않아도 되는 꼭두각시의 삶을요. 

 

  석진의 근간이 뿌리채 흔들리는 장면이라 진짜 너무 짜릿했는데, 하누님이 석진 심리를 이때부터 정말 촘촘하고 입체적으로 잘 표현해주셔서 몰입이 안될래야 안될 수가 없었습니다.

 

 페이트의 좋은 점이 인물의 입체성을 아주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거예요. 이런 식으로 중심 면모가 확 뒤바뀌는 순간을 '분기점'이라는 성장 구간으로 정의하거든요. 그러니까 이 룰에서의 성장은 '누적'이 아니라 '전복'인 셈입니다. 

 

 PC적으로는 성장하는 구간이지만, 석진은 안타까울 정도로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이런 갭도 정말 흥미로웠네요. 테이블 플레이의 진면목이랄지.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

 

 한편, 미노루는 석진의 뒷조사를 위해 를 찾아가기로 합니다. 이번에 자신에게 신세를 지기도 했으니 이 정도 부탁이야 거뜬이 들어줄 거라고 생각하면서요.

 

 그렇게 몽희 손을 꼭 잡고(이번엔 안 놓친다 이 지지배) 흑룡객잔을 나서는데... 갑자기 왠 일본인 남자가 둘에게 다가오는 게 아니겠어요?; 아니ㅇㅁㅇ 뉘... 뉘신데요ㅋㅋㅋ 뭔가 예상했던 루트와 다른 게 갑툭튀하니 엄청 긴장되더라고요. 심지어 일본인이야... 이 시국에... 

 

 게다가 이눔시키 몽희를 보자마자 달려와서 덥썩 인사를 하는 게 아니겠어요?! 뭔데너뭔데???!?? 하는데, 남자 몽희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실은 어제 몽희의 공연에 푹 빠져서 호텔에 늦게 돌아간 바람에 목숨을 구했다는 거예요. 그만큼 몽희의 공연이 인상적이었다면서 찬사를 표해요.

 

 그리고 남자는 몽희에게 작가로서의 재능이 있는 것 같으니, 생각이 있으면 언젠가 일본에 왔을 때 자신을 찾아오라면서 약간의 돈과 자택 주소를 알려줍니다. 그런데... 이 사람의 이름이... 가와바타 야스나리인 것임... <ㅇ>...??...???

 

 1장의 이 묘사를 기억하십니까?

 

 

 그리고 지난 공연에서 몽희는 이 이야기를 했었지요. 설국을 건너 온 모험담을요. 그리고 세계 문학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모두가 아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대명작 ㅡ 설국이라는 작품이 있죠. 

 

<설국(1937)>, 가와바나 야스나리

 

 

 그렇습니다... 몽희의 공연이 바로 '설국'의 모티브가 되었던 것입니다. 실제로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이 시점에 만주에 왔었던 기록도 있다더라고요.

 

 와 진짜 이때 너무 좋아서 울뻔했어요; 실제 역사우리 세션이 이렇게까지 개연성있게 엮인다는 게 진짜 머리로 생각해도 너무 대단하고, 가슴으로도 와닿고..... 아니 진짜... 이게 말이 되냐.... 이게 말이 되냐고... 이게 어떻게 실시간으로 만든 이야기야... 개연성이라는 건 오래오래 갈고 닦아야 겨우 되는 거잖아... 

 

당시 제 상태...

 

 게다가 이 만남이 작가가 될 몽희의 미래를 위한 복선이 될 수 있다는 것도... 그냥 지나가는 장면인데도 구조적으로는 모든 게 완벽해서 아름답다고 느꼈어요. 잘 만든 개연성은 만들어진 게 아니라, 그 자리에서 태어난 것처럼 보이는데 딱 그런 순간이었어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응원에 몽희는 꿈을 꿉니다. 아직 작은 형태지만 확실하게 가슴에 새겨져요. 몽희는 꿈으로 움직이고, 꿈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이니까요. 

 


 

어른은 아이의 꿈을 먹고 성장한다

 

 이 캠페인은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크게 정리하자면 이렇게 두가지라고 생각해요.

 

 1. 자신이 진짜 바라는 것을 찾아가는 이야기

 2. 죽은 것들을 어떻게 기억할 것이냐의 이야기

 

 그리고 이것을 하나로 합치면, 이런 이야기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산자들이 지나간 것들을 회고하며 자신이 진정 바라는 것을 찾아가는 이야기

 

 

 만주는 정체성이 모호한 땅입니다. 누구의 땅도 아니고, 어느 시대에 속하지도 않아요. 어떤 의미에서는 정상적인 시공간으로부터 배제되어있죠. 그리고 PC들은 만주의 속성을 그대로 물려받은 전형입니다. 

 

 만주를 헤매이는 동안 PC들은 잃고 얻기를 반복하며 자신이 정말 바라는 것을 찾아가요. 그 답을 위한 가설을 세운 뒤 다음 장소로 향하고, 그곳에서 또 새로운 현재를 만나고 미래를 기약합니다. 

 

 저는 이런 과정이 인생의 여정 그 자체라고 생각해요. 

 

 인생은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가는 과정이에요. 태어날 때부터 자기 자신에 대해 완전하게 알고 태어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 과정에서 잃을 것을 잃고, 남길 것을 남겨가면서 캐리어 하나에 담길 정도의 짐을 꾸리는 것. 그게 모든 삶이 추구하는 종착지라고 생각합니다. 

 

 긴 이야기를 한 까닭은, 이 캠페인에서 테마적으로 아주 중요한 장면이 나왔기 때문이에요.

 

 가와바타 야스나리와 만난 후, 몽희는 미노루에게 말합니다. 석진을 두고 가자고요.

 

 깜짝 놀란 미노루가 이유를 묻자, 몽희는 '석진이 바라는 꿈이 있으면 그걸 하게 해주고 싶다'고 말해요. 몽희는 자신의 꿈을 위해서 살아가는 아이이고, 자신이 그것을 쫓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꿈을 쫓는 것을 전력으로 응원하고 싶어합니다. (아 이거... 후기 쓰다가 왠지 대미지 옴ㅠ)

 

 그리고 어안이 벙벙한 미노루에게도 꿈이 무엇이냐고 물어요. 석진만이 아니라 미노루의 꿈을 응원해주고 싶다면서요.

 

 그 말에 미노루는 자신의 꿈을 떠올립니다.

 

 꿈...? 돈 방석에 올라 물귀신을 파멸시킨다. 물귀신 이상의 용병을 고용해서 물귀신을 죽이든, 물귀신이 거부할 수 없는 돈을 주어서 자신의 말을 들을 수 밖에 없게 하든, 아무튼 그렇게 한다.

 

 헌데 제 지론이지만 아무튼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꿈이 아닙니다. 꿈은 간절함에서 태어나거든요. 사실 미노루도 자신이 뭘 원하는지 제대로 몰라요. 지금 꾸고 있는 꿈도 몽희가 응원해줄 만한 꿈은 아니지요.

 

 "내 꿈으로 많은 사람이 죽는다고 해도?"

 

 몽희는 망설임 없이 답합니다.

 

 "그래도 미노루의 꿈이니까 듣고 싶어."

 

 라고 말합니다. 동시에 미노루는 물귀신과 처음 만났던 날을 떠올립니다. 아주 어렸을 때였어요.

 

.

.

.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지만, 아주 어릴 때부터 미노루는 붉은 조명이 만발한 허름한 동네에 살고 있었어요. 살고 있는 사람은 자신과 엄마 단 둘이었지만, 엄마는 늘 아편을 빨고 있었어요. 그러면서도 늘 그렇게 말했죠.

 

 "너는 일본의 대귀족 가문인 미나모토노요리모토의 장남이야. 너희 아버지가 곧 우릴 데리러 올 거야."

 

 나는 귀족의 아들! 그건 미노루의 자부심이었습니다. 지금은 비명으로 가득한 곳에 살고 있지만, 자신은 본래 이런 곳에서 살아갈 사람이 아니라는 그 자부심이 미노루를 지켰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미노루가 보기에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었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엄마라면 분명히 귀족의 영애일 거라고 미노루는 굳게 믿었어요.

 

 하지만 어느 날, 집에 돌아왔을 때 엄마가 죽은 것을 발견합니다. 원래도 붉은색이 잘어울리는 엄마였지만, 핏빛은 생각처럼 선명하게 붉지도 않았고 끈적하니 진흙처럼 어두울 뿐이었어요. 그리고 미노루는 봤어요. 엄마를 종종 찾아오곤 했던 남자가 같은 색으로 물든 칼을 쥐고 달아나는 걸.

 

 엄마의 시체는, 그후 적당히 버려졌습니다. 장례 같은 건 치르지도 못했어요. 미노루는 아버지가 올 때까지만 기다려 달라고 했지만 그걸 기다려 줄 사람은 없었습니다. 엄마는 낡고 습한 짚더미에 싸인 채 불씨가 되어 사라집니다. 

 

 

 

 그후, 미노루는 그 남자를 찾아다녔습니다. 미나모토노요리모토 가문의 복수. 그것이 장자인 자신에 해야 할 일이었으니까요. 사람을 먹으러 마을에 혼자 내려온 범새끼처럼 은밀하게 마을을 돌아다니다가, 미노루는 마침내 그 남자가 지나가는 걸 봅니다. 미노루는 칼을 쥐고 남자의 뒤를 쫓습니다. 남자는 골목을 꺾어 들어가요. 

 

 골목을 돌자마자 놈에게 뛰어드는 거다. 

 

 마음을 굳게 먹고 타박타박 뛰어 들어가는 미노루. 하지만 그 너머에 있는 것은 하얀 머리를 길게 풀어헤친 노인이었습니다. 노인은 남자를 제압한 채 그의 목숨을 빼앗으려 하고 있었어요. 노인도 남자에게 받아갈 것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그래선 안 됩니다. 미나모토노요리모토 가문의 복수를 위해서라도 그 놈은 반드시 장자인 미노루가 죽여야 했습니다.

 

 노인은 말합니다. 네가 이 놈을 죽여버리면 자기가 받을 돈이 없어진다고. 

 미노루는 자신이 대신 그 돈을 갚겠다고 합니다. 그 놈을 죽일 수만 있게 해달라고.

 

 네, 바로 이 순간이었어요. 미노루가 자신을 도구로서 노인 ㅡ 물귀신에게 팔아버린 순간이요. 물귀신은 맹랑하다 못해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한 미노루의 거래에 깔깔 웃습니다. 그리고 칼을 건네요. 복수에 눈이 먼 미노루는, 그 길로 남자를 찔X XXXXX.

 

 그날 이후, 미노루는 백팔요괴단의 무리를 따라 다니기 시작했어요. 몇년 후에는 쿠라마라는 이름을 받고 물귀신의 명에 따라 추잡한 일을 하며 살아가게 되었죠. 

 

 그리고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

.

.

 

 처음에는 어머니와 함께 일본으로 가는 것이 꿈이었고

 그 다음에는 어머니를 죽인 놈을 죽이는 것이 꿈이었고

 지금은 물귀신을 죽이는 것이 꿈이 되었습니다.

 

 돌아보니 미노루의 꿈은 누군가의 피를 봐야만 이룰 수 있는 것들 뿐이었습니다. 이것들을 꿈이라고 할 수 있는 걸까? 혼자서 품을 땐 아무 문제가 없었던 독칼이지만, 눈앞의 아이가 그걸 보여 달라고 하니 갑자기 마음이 저며와요. 

 

 어린 아이에게 칼은 어울리지 않으니까요. 

 

 미노루는 미성숙한 두 어른들의 꿈을 도와주고 싶다는 몽희의 발언에 웃으며 말합니다.

 

 "네가 응원해준다니까 부끄러움 없는 꿈을 꾸고 싶어져."

 

 어떤 꿈이 몽희에게 부끄럽지 않을 꿈이 될까요. 미노루는 처음으로 그걸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동시에, 석진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궁금해져요. 그러는 사이에 료 라이라이 앞에 도착합니다. 

 

 하지만 상황이 썩 좋지 않았어요. 마침 딱 가게에 들어가려는데 왠 중국인이 미노루를 때리는 거예요. 봉천 사람들이 대놓고 일본인에 대한 혐오를 표출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아, 이거 가능하면 당장이라도 떠야겠는데 싶어집니다. 

 

 그리고 비광은 이 사태를 예견한 모양이었어요.

 

 료는 미노루에게 비광이 남기고 간 물건을 전달합니다. 세 명의 위조 신분증과 차편이었어요. 거참 이렇게 재수없는데 고마울 때가. 미노루는 료에게 석진의 뒷조사를 마저 부탁하고 먼저 흑룡객잔으로 향합니다. 석진이 최대한 빨리 돌아오길 바라면서요. 

 


 

 

호랑이는 호랑이 덫으로 

 

 석진은 복잡한 마음을 안고 장쉐량의 저택으로 향합니다. 하던 일은 계속 해야 하니까요. 그런데 저택에 도착하자마자 끔찍한 소식을 듣습니다. 장쉐량의 집에 잠복하고 있었던 첩자가 자살했다는 거예요(!)

 

 여기서 처음에 저희는 푸란이 죽었나??? 싶어서 쫓아가봤는데, 왠걸... 죽은 건 푸란이 아니라 경호실장이었습니다. 네, 푸란을 짝사랑했다던 그 풋내기요; 와씨 얘도 그냥 엑스트라로 나오고 말 줄 알았는데 이렇게 죽어서 존재감을 달성하네... 감탄도 지친다 진짜 ㅋㅋㅋ

 

 그런데 갑자기 왜 이런 일이 생겼느냐...?

 

 봉천의 휴일 사태로 일본인들이 엄청나게 죽고, 봉천 내부에서는 이게 장쉐량의 봉천파가 벌인 일이라는 의심이 돌고 있었잖아요? 그래서 장쉐량이 내부 첩자를 수색하기 시작한 거예요. 첩자가 있지 않고서야 장쉐량이 이렇게 맛탱이가 갔을 때 누명을 씌울 리가 없거든요.

 

 그럼 이런 상황에서 제일 위태로워지는 사람이 누구일까요? 당연히 카자마 케이코입니다.

 

 위험에 봉착한 케이코가 (사실 그냥 이런 사태도 미리 염두에 두고 경호실장을 유혹해놨던 거 아닌가 싶어요) 경호실장에게 누명을 씌우고 죽인 뒤 그를 자살로 몰아간 게 아닐까 싶었어요. 그리고 이 모든 사태를 유일하게 파악할 수 있는 건 푸란의 정체를 알고 있는 석진 뿐이죠.

 

 석진은 케이코에게 경호실장의 자살에 대한 혐의를 캐묻습니다. 케이코는 부정하지 않고, 석진은 어이없어 해요. 뭣보다 케이코는 이런 상황에서도 석진을 죽이려 들지 않습니다. 자신의 범죄를 모조리 눈치 챈 유일한 사람인데도요.

 

 다시 의문을 제기하는 석진에게, 케이코는 비로소 말합니다. 이시하라가 석진을 아끼고 있다고요.

 

 그리고 케이코는 이시하라의 숭고한 사상과 그가 석진을 자기 편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이유에 대해 얘기합니다. (석진 입장에선 엄청나게 변태적으로 들릴 법한 이야기인)  가뜩이나 불안했던 석진의 마음을 그야말로 엉망진창이 돼요. 

 

 자기가 있을 곳조차 정하지 못해 혼란스러운데, 이시하라가 자신을 정치적 먹잇감으로 노리고 있다는 얘기까지 들으니 부담스럽다 못해 미쳐버릴 지경입니다. 스케일이 너무 커요. 석진이 감당할 수 있는 레벨이 아닙니다.

 

 케이코는 그런 석진의 흔들림을 눈앞에서 감상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일격을 꽂아요. 

 

 "장춘으로 오세요. 어차피 오게 되겠지만. 설마 중장님의 명을 받고 당신을 쫓는 게 더뿐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이건 진짜 아닙니다... 아니에요...


 

가족 싸움

 

 

 

석진은 늦은 밤이 되어서야 흑룡객잔으로 돌아옵니다. 미노루와 몽희는 이미 떠났겠지 싶은데, 홀 구석에서 미노루와 몽희가 앉아 있어요. 이미 석진의 짐까지 죄다 챙긴 채로요. 

 

 미노루는 석진에게 바로 떠나자고 합니다. 덕에 석진이 무슨 일이 휘말려 있는지 알게 됐거든요. 하지만 석진은 망설여요. 조금 전 케이코와의 대화로 그의 마음에서는 어떤 결심이 서버렸거든요.

 

 마여사에게 신분을 의탁하자. 그게 지금 우리에게 가장 안전한 길이다.

 

 하지만 생각해 봐! 이게 가장 안전한 길이잖아? 밖은 무슨 폭풍우가 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야. 그럴 바엔 몽희를 위해서도 마여사에게 의탁하는 게 나아. 석진답지 않게 그런 맥락의 이야기를 쏟아냅니다. 

 

 미노루는 석진의 멱살을 잡습니다. 그리고 엄청난 배신감을 느끼며 외쳐요.

 

 "그러니까 너도 도구가 되겠다는 거지?"

 

 지금까지 미노루는 석진만은 자기 뜻대로 살고 있는 존재라고 생각했어요. 어떤 풍파가 닥쳐와도 만주 벌판에 자기 발자국을 꾹꾹 남기는 녀석이라고. 진심으로 존경할 만한 친구라고.

 

 이건 배신입니다. 아니 배신 수준이 아니에요. 갑자기 미노루의 뒤통수에 대고 총을 갈긴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널 존경했던 나는 뭐가 되는 건데? 널 믿었던 나는 대체 뭔데? 나는 또 멍청한 선택을 하고 만 거ㅡ

 

 "그만!"

 

둘을 막아선 것은 몽희입니다. 몽희는 이전에 본 적 없던 무서우리만치 똘망똘망한 눈으로 석진을 보면서 말해요. 

 

 "그게 아저씨가 진짜 바라는 꿈이라는 거지?"

 

 놀란 미노루와 석진. 하지만 몽희의 시선은 꼿꼿합니다. 석진이 부정하지 않자, 몽희는 미노루에게 떠나자고 해요. 그게 아저씨의 꿈이라면 자신이 말릴 이유는 없다고요. 몽희가 먼저 떠나버리자... 미노루도 자연히 몽희의 뒤를 따릅니다. 마지막으로 석진을 몇 번 돌아보지만 이 개새끼, 마지막까지 움직이지 않아요. 바닥만 내려다보고 자빠졌습니다.

 

 "잠깐이지만 네가 이걸 받고 좋아할 거라고 생각한 내가 병신이다!"

 

 미노루는 비광에서 받았던 석진 몫의 위조된 신분증과 차표를를 내던지고는 떠납니다. 그걸 본 석진은 뒤늦게 둘의 뒤를 쫓지만, 밖은 축제 때문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해요. 미노루와 몽희도 그 화려한 무늬 사이로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석진은 이루 말할 수 없는 허탈함에 사람들 무리를 바라봐요. 이걸 바란 게 아니었는데. 

 

 왜 내가 바라는 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는 거지.

 


 

여왕이 찾아오자 광대는 눈물로 공주를 보냈다

 

 

 

 한편, 기차 역에 도착한 미노루와 몽희. 둘은 잠시 벤치에 앉아서 대화를 나눕니다. 곧 기차가 올 테지만 당장 짐을 싸서 올라갈 생각은 없어 보여요. 

 

 미노루는 몽희에게 정말 이대로 괜찮은 거냐고 묻습니다. 몽희는 괜찮다고 하지만, 미노루는 그런 것치고는 몽희가 화를 내는 것 같았다며 웃어요. 실제로 화가 난 게 맞습니다. 석진이 거짓말을 한다고 느꼈을 테니까요. 이 비범한 아이는 자신의 꿈에 솔직한 만큼, 타인의 거짓도 들여다볼 줄 알았던 것이지요.

 

 결국 둘은 서로 미소를 주고 받으면서 제대로 벤치에 자리를 잡고 앉아요. 다음 열차가 오기 전엔 왔으면 좋겠는데. 석진이라면 반드시 돌아올 거라고 말하지 않아도 둘은 알았던 거예요.

 

 ...하지만 석진보다 먼저 온 것은 다른 무리였습니다.

 

 석진 일행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었던 마여사가 흑룡파의 군인들과 함께 둘을 잡으러 온 것이지요. 이 상황까지는 미처 계산하지 못했던 미노루는 다급하게 몽희만이라도 지키기 위해 마여사 앞에 나섭니다. 그리고 광야의 빛은 자신이 가지고 있으며, 몽희를 다치게 하면 광야의 빛이 있는 곳도 알 수 없을 거라고 마구 연극을 합니다.

 

 하지만 마여사는 만만한 여자가 아니에요. 미노루의 억텐 정도는 눈치챈다 이겁니다. 병사들이 미노루를 제압하려는데, 그때... 몽희가 미노루 앞에 나서요. 그리고 고백해버립니다.

 

"광야의 빛은 태웠어. 그 지도의 정보를 알고 있는 건 나뿐이야."

 

 맙소사, 미노루는 절규합니다. 가장 바라지 않았던 일, 자신 때문에 또 누군가가 도구로 쓰이다가 죽는 일, 그걸 또 다시 목도하게 생긴 거예요. 미노루는 몽희에게 다가가는 병사들을 공격하려고 하지만 누군가에게 제압 당합니다.

 

바로 니꼴라이와 신조협려 부부입니다.

 

하... 이들도 사실 마여사의 첩자였던 것이지요. 처음부터 모든 게 마여사 손아귀에 있었던 거예요. 그치만... 참나나... 얘네까지 이렇게 이용해먹는다고? 심지어 이들은 초반부터 이런 역할로 계획된 거라고 해서 진짜 깜짝 놀랐어요. 제정신이냐ㅋㅋㅋ 아니 어떻게 이런...?? 어쩐지 무기가 너무 화려하다 싶긴 했는데 그래도 그렇지 이런..????

 

 상편부터 함께 유쾌한 장면을 만들어왔던 니신협이 적이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봉천에서 누렸던 그 모든 평화가 기만이었던 것 같았던 느낌이 드는 게 딱 좋더라고요... 

 

 그렇게 미노루의 비명과 함께 끌려가고, 몽희는 마여사와 함께 차에 탑니다. 모두가 뿔뿔이 흩어진 가운데, 클라이맥스가 시작돼요.

 


 

너도 인간이긴 하구나, 임석진

 

 휴, 드디어 3장의 클라이맥스 페이즈입니다! 정말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완전히 쪼개진 셋... 몽희는 마여사에게 끌려가고, 미노루는 니신협에 의해 살해당할 위기이고, 석진은 축제 중인 봉천을 멍하니 헤매이고 있었죠.

 

 그러다 석진은 자기도 모르게 봉사가 있는 서탑가에 도착합니다. 그런데 평소와 달리 사람들이 웅성웅성합니다. 그리고 평소와 달리 만신창이가 된 봉사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습니다.

 

 불길한 기운을 느낀 석진은 봉사를 의원 쪽으로 데려가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듣습니다. 그리고 석진은 봉사가 마여사에게 협박을 당해 모든 사실을 불었다는 걸 알게 돼요.

 

 그제서야 석진은 마여사도 믿을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석진의 사람들을 지켜주겠다고 했지만, 필요하다면 언제든 베어버릴 수 있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거잖아요. 잠깐이지만 석진은 한탄합니다. 이런 사람을 신뢰했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져요. 

 

 석진은 재빨리 기차 역으로 향해요.하지만 역도 이미 엉망인 상태였습니다. 짐은 여기저기 내팽개쳐져 있고, 그 사이 내린 눈 때문에 발자국이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지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몽희의 작은 발자국과 미노루의 부츠굽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우선 몽희의 발자국을 쫓아가 보지만 이미 타이어 자국에 짓밟힌 상태였어요. 불길한 기운이 석진을 엄습하는 가운데, 미노루 쪽으로 카메라가 옮겨갑니다.

 

 

 미노루가 눈을 뜬 곳은 흑룡강 앞이었습니다. 신조협려 부부는 미노루의 재갈을 풀어줘요. 정신이 든 미노루는 그들을 저주하지만, 저주보다는 당장 오늘 내일의 생계가 그들에겐 더욱 치명적입니다.

 

 신조는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미노루의 목을 치는데ㅡ  뒤에서 총알이 날아와 신조를 맞춥니다.

 

 뒤늦게 따라온 석진은 그들이 미노루를 죽이려고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분노에 휩싸여 니꼴라이와 협려를 공격해요. 분노한 석진의 힘으로 둘을 제압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미노루는 구사일생한 것에 안심하면서도 빨리 몽희를 구하러 가야 한다는 생각에 갈길을 서두릅니다. 하지만 석진은 그 자리에 굳어서는 미노루의 등뒤에 대고 나직히 말해요.  

 

"미안해..."

 

 그 말에 미노루의 분노가 폭발합니다. 미노루는 석진의 뺨을 거하게 쳐올려요.

 

 뭐가 미안한데? 우릴 구하지 못해서? 그걸 왜 네가 미안해하는데? 한번도 너한테 우릴 지켜달라고 한 적 없는데...

 왜 너 혼자서 그 책임을 다 짊어지고 있는 것처럼 구는건데?

 

 석진이 가진 필요 이상의 책임감, 그건 오히려 미노루에겐 상처였습니다. 그 짐을 같이 나눠들자고 말해도 석진은 늘 혼자 만신창이가 되어서 돌아왔어요. 이래서야 동료가 아니라 손님이나 짐짝처럼 대하고 있는 거잖아요.

 

 그러니 미안하다는 사과 따위는 듣고 싶지 않습니다. 미안하다고 하면, 미노루가 서운하게 생각했던 게 진짜라는 뜻이니까!

 

 하지만 그렇게 마구 쏘아 붙인 뒤, 석진을 보자마자 미노루는 말이 턱 막히고 맙니다. 이 녀석이... 울고 있는 거예요. 울기는커녕 표정도 잘 안변하는 녀석이 울고 있었던 거예요. 

 

 석진 입장에서는 짐을 지는 게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이에요. 자신은 너무나 많은 사람들의 배려로 살아남았고, 그들 덕에 지금의 삶을 살 수 있지만 그 삶을 제대로 살고 있느냐고 하면 전혀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석진도, 아니 승희도 잘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잘 하려고 할 때마다 매번 실패했을 뿐이에요.

 

 미노루는 쏘아 붙이기를 그만두고 가자고 합니다. 

 

 실은 자기도 그저 석진이 자신과 몽희 사이에 벽을 두고 있는 게 서운했을 뿐이니까요. 석진이 정말 미워서가 아니라 이 녀석이 좋아서 화가난 것뿐이니까요. 이제서라도 그 사실을 이해해준다면, 그거로 족합니다.

 

 뭣보다 지금은 몽희를 구하러 가야합니다. 화해는 그 다음 문제에요. 몽희 없이는 화해도 아무 의미가 없을 테니까요. 둘은 즉시 역에서 짐을 챙겨 마여사의 저택으로 향합니다. 

 

 그렇게 늘 옳고 그름으로 모든 것을 판단해왔던 석진은 이날 처음으로 정의가 아닌 유대에 근거해 움직이게 돼요. 해야하기 때문에 아니라 하고 싶기 때문에. 친구들을 가족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영원한 타자였던 석진 자신 또한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갖지 못할까 두려워 버렸다

 

마여사라면 벤츠 정도는 탔겠거니

 

 한편, 몽희는 마여사와 함께 차를 타고 가고 있었습니다. 몽희는 마여사에게 무엇 때문에 광야의 빛을 노리느냐고 물어요. 하지만 마여사는 냉랭하게 대답합니다. 광야의 빛을 노리고 있지 않다고.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걸 왜 찾느냐고. 그런 걸 찾으려고 하기 때문에 대의를 이루지 못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몽희는 바로 그래서 찾는 거라고 답합니다. 꿈에 도달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꿈을 쫓는 삶이 살아있는 거라고 당당하게 말합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마여사는 머리가 아파와요. 분명히, 예전에도 이런 이야기를 들었던 것만 같습니다. 그때도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이 기분 나쁘게 울렁였던 것 같습니다.

 

 기분이 나빠진 마여사는 독설을 쏟아냅니다. 꿈과 삶은 아무 관계도 없다. 살아있으면 살아있는 것이고, 손에 넣으면 손에 넣는 것이라고요. 죽은 건 이미 없는 것라고. 자기도 모르게 이 어린 아이에게 진심으로 쏟아붓습니다. 

 

 그러자 몽희는 물어요.

 

 "그럼 당신은 죽은 장쭤린을 왜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는 건데?"

 

 그날, 해류객잔에서 잠깐 마여사와 마주쳤던 것을 몽희는 기억합니다. 그때 마여사는 가야할 길을 재촉하지 않고 해류객잔을 보고 있었어요. 그 말대로 마여사는 아직 장쭤린을 잊지 않았습니다. 죽음이 정말로 완전한 단절이라면, 어째서 마여사는 장쭤린을 기억하고 있는 걸까요?

 

 끊임없이 재현되는 것을 과연 완전히 단절되었다고 할 수 있는 걸까요? 

 

 마여사는 쏟아지는 질문에 혼란스러워 하며, 몽희는 저택의 집무실로 끌고 갑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몽희를 고문하기로 해요. 오냐, 고통을 줄 테니 정말로 네 꿈이라는 것이 이걸 감당할 가치가 있는지 확인해보아라! 아직 현실에 부딪쳐보지 못한 꼬맹이니까 할 수 있는 소리다! 

 

  하지만 마여사를 바라보는 몽희의 눈은 또렷합니다. 그리고 도리어 묻습니다.

 

 "당신이 진짜 바라는 게 뭐야?"

 

  마여사는 화가 나지만 화를 내지 못합니다. 그 눈에서 눈을 뗄 수가 없어요. 저 대책없이 반짝이는 눈, 나를 보는 눈.

 

 어쩌라고! 나더러 무엇을 어찌하라고!

 

 당신은 왜 그리 아무렇지도 않게 불타는 기차칸으로 뛰어들었소?

 지옥에서 함께할 수 있다고 어찌 단언하시오!

 

 가보지도 못했으면서! 지옥은커녕 만주 벌판 끝까지도 가보지 못했으면서!

 

 부정하고 싶어도 부정할 수가 없습니다. 마여사는 절망합니다. 그래요, 원했던 건 만주가 아니었어요. 마여사가 원했던 건 장쭤린이었어요.

 

 만주는 장쭤린을 얻기 위해서 필요했던 예물에 불과했을 뿐이에요. 그런데 그가 더는 예물을 원치 않는다고 해요. 그럼 나는, 나는 어쩌라고? 예물로 치장하지 못한 초라한 내가 어찌 당신과 함께할 수 있겠어. 내가 어찌... 

 

 

 

 

 

 

 

 어찌 당신처럼 빛나는 것을 품을 수 있겠어.

 


 

잠시 이상한 장면이 지나갈 예정입니다

 

 몽희가 마여사에게 정신 공격(?)을 하는 가운데, 미노루석진은 저택 안으로 파고 들기 위해서 쫓아옵니다. 미노루가 최루탄을 던져 흑룡파를 혼란스럽게 하는 가운데, 석진은 나오는 놈들을 총으로 쏴서 죽이면서 안으로 들어갈 길을 찾아요. 

 

 이 전투는 세력별 칸을 만들고 먼저 칸을 채우는 쪽이 이기는 것으로 대결하는 게임이었는데 세력별로 진행도가 다르니 이게 진짜 쫄리고 재미있었습니다ㅋㅋ 약간 달리기 하는 기분이랄까?! 

 

 전체적으로는 미노루가 계속 최루탄을 던져서 몽희가 있는 곳까지 접근하고, 그 와중에 밀려오는 흑룡파를 석진이 밑에서 정리하면서 올라가는 구도였는데 이게 전투가(...) 존나 웃기게 돌아가는 거 아니겟슴니까ㅋㅋㅋㅋㅋㅋ

 

 네 이쯤에서 잠깐 잊고 계셨을 금강&투를 모십니다!!!!

 

 먼 발치에서 석진의 총소리를 들은 금강야차는 재빠르게 마여사의 저택으로 쫓아옵니다. 그리고 흑룡파들을 상대로 고전하고 있던 석진과 싸우기 위해, 흑룡파를 쓸어버리고 석진과 싸우지요!.... 는 근데 이 새끼 여기 왜 온거임ㅋㅋㅋㅋㄹㅎㅋㅋㅋ 야 너 몽희한테 광야의 빛 찾으러 온 거잖냐!^^ 그게 원래 목적이었잖아!ㅋㅋㅋ

 

 그치만 멍충한 울이 금강야차... 석진과 다시 한 번 힘대결할 생각에 그냥 개설레어서 아무것도 안 보일 뿐이고요(...) 이 틈에 몽희를 구하려고 도 몰래 빠져나와서 저택의 위로 향하다가 미노루와 마주칩니다(!) 미노루는 투가 여기 왜 있지?! 싶으면서도 밑에서 금강야차가 날뛰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와 진짜 좃됐네;; 하면서 머리를 부여잡는데요.

 

여기서 석진이 기지를 발휘합니다... 매편 한 번씩 나오는 미노루 타임(?)ㅋ 인데, 전에 미노루에게 금강야차에 대해서 들었던 것을 다시 떠올려요.

 

🦊 : 잘 들어라! 금강야차는 머리가 나쁘다! 자기가 뭘 하고 있는지 잘 모른다! 그래서 너 지금 뭐하냐? 를 적절히 시전하면 자기도 자기가 뭘 하나 싶어서 헷갈려한다! 그틈에 오더를 내리면 오더대로 움직인다!

 

 진짜 이쯤되면 금강야차 지능 돌고래보다 낮은 거 아니냐고; 여튼 석진은 그 이야기를 듣고, 뒤늦게 금강야차를 논리로 팹니다(?)

 

 너 근데 여기 왜 온거냐!

 광야의 빛 찾으러 온 거 아니냐!

 그럼 지금 나랑 힘겨룰 게 아니라 광야의 빛을 가지고 있는 몽희를 찾아야 한다!

 끝난 뒤에 실컷 싸워줄 테니 지금은 몽희를 찾는 것을 도와라!

 

 다른 사람 같으면 뭔소리야 하면서 무시하겠지만 아무튼 이 멍청한 금강야차는 ㅁ_ㅁ..?? 하고 듣다가 납득해버립니다ㅋㅋㅋㅋㅋㅋㅋ 이때 부셈님 표정이 진짜 개웃겼는데 텍스트로 표현이 안 돼서 너무 아쉽네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갑자기 뭔가를 깨달은 바보 얼굴이었단 말이댜 ㅠㅋㅋㅋㅋㄹㅎㅍㅋㅋ

 

 여튼 금강야차는 알았다면서(..) 갑자기 야차금쇄봉을 휘두르더니 이렇게 말해요.

 

 "타라!"

 

 Burn 아니고 Ride 입니다.

 

 네... 금강야차는 석진을 금쇄봉에 태운 뒤에 빠따치듯 날려서 바로 3층으로 보낼 계획... 아니이게왜됨??? 되는 건 둘째치고 얘가 인간이기는 함??ㅋㅋㅋㅋㅇㄴㄹㅋㅋㅋ 백팔요괴단 쪽은 상대적으로 만화체라서 이런 극적인 연출 많이 나오는데 진짜 너무 좋습니다ㅋㅋㅋㅋ웃기는데 박진감 넘치고 너무 화려함;;ㄷㄷ

 

 석진은... 일단 알았다고 하고 성공적으로 그 금쇄봉의 위력으로 위로 뛰어오릅니다(..) 그리고 딱 3층에 올라온 미노루 일행과 마주쳐요. 쟤가 왜 여기에...?ㅇㅁㅇ 하면서 투와 석진이 서로를 보면서 놀라는 가운데, 미노루는 상황을 파악합니다.

 

 '아씨 붕붕이구나!'

 

 어린 시절, 금쇄봉에 맞아서 하늘을 날곤 했던(..) 그날의 놀이를 미노루를 '붕붕이'라는 이름으로 기억하고 있어요. 그냥 그 자리에서 붙인 이름인데 웃겨가지고ㅠ 앞으로 붕붕이 장면 볼 일이 꽤 되지 않을까 싶어서 괜히 죄책감이 생기네요(...)

 

 아니, 그치만 몽희가 위험한데 지금 물불 가릴 때입니까?? 츳코미는 나중에 걸기로 하고 일단 마여사의 방으로 뛰어들어요! 그곳에는 몽희에게 총을 들이대고 있는 마여사가 있었습니다. 

 


 

내 여자는 겁이 많아 그러니 잘 부탁해

 

 한편, 혼란스러워하는 마여사를 앞에 두고 몽희는 고향의 밤으로 석진에게 총을 배웠을 때의 일을 회고해요.

 

 총을 배우면 모두를 구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럴 수 없었다는 사실에 괴로워하던 석진, 경성에서 사람이 죽는 모습을 무수히 봐왔던 몽희는 사람의 죽음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그것으로 석진이 괴로워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세상엔 어쩔 수 없는 죽음도 있다고요.

 

 하지만 그날 석진은 석진답지 않게 몽희에게 화를 냈었어요. 어쩔 수 없는 죽음이 어디있느냐며, 꼬맹이 네가 내 인생에 대해 뭘 아느냐며 쏘아붙이고 가버려요.

 

 그날 몽희도 처음으로 생각했어요. 할머니가 쥐어줬던 귀곡성을 보면서, 할머니의 죽음 또한 막을 수 있는 죽음이었던 걸까 하고요. 나는 할머니를 지키지 못했던 건가 하고요.

 

 하지만 몽희에게 삶과 죽음은 하나입니다. 살아있어도 죽을 수 있고, 죽어있어도 살 수 있어요. 몽희의 세계는 전승되는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고, 그 이야기를 쫓는 것이 몽희의 삶이며, 그 속에서 할머니는 언제든 고향의 밤을 통해 항상 만날 수 있는 사람이니까요.

 

 몽희는 자기 나름대로 생사에 대한 답을 찾았던 거예요. 그래서 지금의 마여사에게 자신의 뜻을 얘기할 수 있는 것이고요.

 

 그러나 마여사는 그 이야기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몽희를 죽이려 합니다.

 

 마침 들어온 미노루와 석진이 마여사를 견제하려고 하지만, 몽희는 둘을 말려요.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마여사도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 굳게 믿었던 것입니다.

 

 마여사는 총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몽희의 눈앞에서 도리어 흔들립니다. 그리고 떠올려요. 장쭤린과 함께 도망쳤던 시절, 죽음을 각오하고 그 총으로 탄환을 발포했던 자신을 장쭤린이 대신 손에 탄환을 맞아 마얼청을 지켜주었던 기억을요.

 

당신과 함께 이 안에 든 것도 사라졌지

 

 

 그때 이후로, 이 총은 단 한번도 쏘지 않았습니다. 이 총에는 탄환이 들어있지 않았던 거예요. 

 

 애초에 몽희를 죽일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저 이 계집이, 이 순간에도 어떻게 나오는지 보고 싶었을 뿐이에요. 실제로 탄환이 든 총이었다면 이미 몽희를 죽이고 끝냈겠죠. 하지만 탄환이 없었기에 마여사는 몽희를 쏘지 않고 있었던 거예요. 아마 몽희는 그 사실도 간파했을 겁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마여사에게 몽희는 말해요. 장쭤린이 광야의 빛을 남긴 이유가 분명히 있을 거라고. 그걸 자기가 알아내겠다고요. 그 모습에서 마여사는 자신에게 없는 힘을 발견합니다.

 

 용기.

 

 실체가 있는지 없는지 모를 것을 찾아 평생을 낭비할 용기. 장쭤린만이 가지고 있었던 왕의 자질을 마여사는 눈앞의 어린 소녀에게서 다시 목도하고 맙니다. 자신은 저것을 가질 수 없었기에 장쭤린을 가질 수 없었다는 사실도요.

 

 몽희는 마여사에게 외치면서 달려듭니다.

 

 "겁쟁이!"

 

 그리고 머리를 겨냥하고 있었던 총을 역으로 쳐내서 마여사를 넘어뜨려버려요. 완전한 마여사의 패배입니다. 마여사는 떠나는 몽희 일행을 잡으려 하지 않아요. 오히려 떠나려는 석진에게 말합니다. 

 

 유일하게 이시하라에게 정보를 팔아넘기지 않았던 사람이 장쭤린의 오른팔이었던 우장군이라며, 그는 치치하얼에 있으니 찾아가보라고 합니다. 

 

 석진은 마여사가 건넨 보수를 귀에 새긴 뒤, 인사를 하고 일행과 함께 재빨리 봉천을 떠나요. 이미 떠나기 시작한 기차 뒷칸에 올라타서 관동군에 의해 불바다가 되는 봉천을 떠나 다음 장소로 향하죠.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석진을 기다리다 속았다는 걸 알고 빡친 금강야차와, 떠나려는 일행에게 먼저 가라며 금강야차에게 돌아가는 투는 오마케(?) 둘이 여행하면서 친해졌다캅니다(...) 자세한 건 이후에:) 

 

 그렇게 길었던 봉천의 여행도 끝이 납니다. 이제 진짜 가족이 되었다고 할 만큼 돈독해진 셋은, 자신이 광야의 빛인 걸 밝힌 몽희를 미노루가 말로, 석진이 딱콩으로 혼내주면서 장면이 멀어져요. 이야기는 그 다음 장소를 향해 갑니다.

 


 

죽어도 결코 죽지 않는 것

 

 몽희 일행이 떠나고 잠시 시간이 흐른 뒤, 봉천에는 예정대로 관동군이 들이닥칩니다. 이미 봉천을 떠난 장쉐량 일파와 달리 마여사는 집무실에서 관동군이 오길 기다리고 있었어요. 장쭤린과 함께 찍었던 사진을 바로 세워놓고 의자에 우아하게 앉아있죠.

 

 그런 마여사 앞에 나타난 것은 관동군 제복을 입은 케이코였습니다. 둘은 서로에 대해 언제부터 얼마나 알고 있었을까요? 죽음을 앞두고서야 비로소 두 여인은 가면을 벗고 대화를 나눕니다. 대화의 끝에 케이코는 마여사에게 총을 들이대고요.

 

그러나 마여사는 웃으면서 당당하게 말했습니다.

 

"네 놈들 뜻대로 되지는 않을 거다. 똑같은 눈을 봤으니까."

 

 그것이 그녀의 유언이었어요.

 


 

 

 아... 이걸로 봉천 후기도 마무리합니다. 와... 진짜 기네요...ㅋㅋㅋ 올릴 때 쯤에는 거의 정리되었겠지만 워낙 플롯으로 꽉 찬 이야기라서 이야기만 적는데도 이렇게 길어지는ㅠ_ㅠ (이 방식으로 계속 갈지는 조금 고민해야겠습니다. 스토리는 리플레이로 따로 정리 중이라서...)

 

 하지만 적는 내내 흥분하고, 감동하고, 감탄하는 순간의 연속이었어요. 후기 쓰는 건 늘 즐거운 일이긴 하지만 워낙 이야기로 꽉찬 캠페인이다 보니 저도 후기보다는 소설을 쓰는 감각이라 즐거워요. 이 즐거움까지 포함해서 읽는 분들께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고 여튼 고생 많았다, 나!ㅋㅋㅋ 그리고 함께 멋진 캠페인 만들어주신 세 분께도 늘 감사 드립니다:D 이어지는 4장에서도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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