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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후기/페이트 코어

만주를 향해 쏴라! : 서막 ~ 제1장 살아있는 지도

by 에이밍 2024. 1. 7.
천하를 호령했던 남자는 짜투리들과 사진을 찍었다. 
ㅡ이것이 나의 보물이다!
드넓은 광야를 모두 비추고도 남는다던 빛은
죽음을 앞두고 취한 술꾼들과 함께 빛바랜 사진이 되었다

 

캠페인 공개 자료 : https://scemittrpg.postype.com/

 

날짜 2023. 08. 15 / 2023. 09. 24
GM 부셈이 (@hanichya) -
PC1 버팬 (@VarietyPancake) 윤몽희
PC2 하누 (@jiha_33) 임석진/임승희
PC3 에이미 (@ehrtlr) 미노루

 

 

 <만주를 향해 쏴라!>는 부셈이(@hanichya)님이 만든 페이트 코어 캠페인입니다.

 

 '만주'에 '페이트 코어'에 '부셈이(?)' 어느것하나 제 티알생에서 그다지 경험해본 적이 없는 것들입니다. 특히나 이 '만주'라는 배경은 도무지 접할 수가 없던 것이고요. 

 

 페이트 코어라는 이 룰도 혼란스럽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자주 즐겨온 J-TRPG와 완전히 달라요. 일본 룰이 재료와 조리법까지 전부 알려준다면, 페이크 코어는 조리법만 알려주고 알아서 만들어보라고 합니다. 

 

 좀 더 티알적인 용어로 얘기하자면 이것을 픽션 퍼스트(Fiction First)라고 한다네요.

 

 이 장르에 대한 소개는 이전 세션인 <와일드 와일드 갤럭시!> 후기에 열심히 써두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패스하고 만주 캠페인 얘기만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ㅅ; 

 

 그럼 만주가 무엇인지부터 시작해야겠네요. 이 배경이 어색한 건 저만이 아닐 테니까요.

 

 만주전골찌개🥟

 

 만주를 한마디로 설명하면 '일제 시대에 한중일러가 모두 모여 차지하려고 했던 북방의 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의 모든 인종과 문화가 뒤엉켜 어떻게든 맛을 내는 정말 혼돈 그 자체의 세계에요. 

 

 사실 저는 입맛이 단순한 편이라 (빵에 크림 들어간 거 싫어함, 날고기 좋아함, 스시보다 회가 좋음) 세계관도 단순한 작품을 좋아하거든요. 배경 지식이 그닥 필요없는 단순한 세계관 위에 캐릭터 묘사를 정교하게 올리는 것을 훨씬 좋아합니다. 한마디로 만주는 제 취향과는 거리가 매우 먼 세계입니다. 

 

 그런데... 이 세계관... 좋습니다.

 

 와와갤 때도 경험한 거지만, 부셈님이 만드는 이미지의 설득력이 정말 어마무시해요. 이 마스터가 변주하는 만주는 우왁스러운 정경이 아니라, 마치 지브리 속 노인네들이 쫄쫄대며 걷는 듯한 사랑스러운 풍경이거든요. 

 

 개인적으로 장르를 막론하고 이야기가 독자에게 선사할 수 있는 가장 큰 감정은 사랑스러움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이야기의 역할이 단 한번의 인생밖에 살 수 없는 인간이 여러 개의 세계를 추체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야기로 만들어진 세계는 아무리 정교해도 이질적일 수밖에 없어요. 그런 이색적인 세계를 친근하게 만드는 아교가 바로 '사랑스러움'입니다. 

 

 사랑스럽다고 느끼면 닿고 싶어져요. 닿고 싶어지면 내 것으로 만들고 싶어집니다. 본질적으로 이질적일 수밖에 없는 인공 세계를 받아들이고 싶게 만들고, 이로 인해 에고의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삶의 촉수가 하나 더 늘어나는 것. 이것이 이야기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경지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부셈님은 이 만주라는 세계를 정말 사랑스러워서 견딜 수 없게 만들었어요. 그것이 어떻게 가능했는가? 제겐 초미의 관심사였습니다.

 

 사랑받는 이야기는 사랑스럽다

 

 사랑스러운 이야기의 조건은 간단합니다. '창작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사랑스러워할 것'입니다. 하지만 의외로 충족하기 어려운 조건이에요. 당장 떠올려 봐도 자기 이야기를 사랑하는 사람보다 부끄러워하는 사람이 훨씬 많을 거예요. 자신의 내밀한 욕망을 드러내는 건 쪽팔리는 일이거든요.

 

 사회란 개인의 욕망을 억지했을 때 성립 가능한 시스템입니다. 내가 죽이고 싶다고 아무나 죽일 수 없고, 사랑한다고 아무나 붙잡고 짝짓기를 할 순 없어요. 그러니 본질적으로 욕망을 드러내는 것은 (설령 범죄가 아니라고 해도) 사회의 룰에 반하는 행동이 됩니다.

 

 반면 창작은 저자의 욕망을 룰 삼아 새로운 세계를 구조화하는 작업입니다. 그러니 창작은 아무리 예쁘게 포장하려고 해도 세상을 전복하는 행위일 수밖에 없어요. 창작자의 욕망이 드러나고, 이 욕망은 사적일 수록 사회에 반하는 것이 됩니다. 즉, 자신의 이야기를 사랑한다는 건 사회로부터 어느 정도 배척될 가능성 또한 받아들인다는 의미인 셈입니다. 

 
 사회로부터 배척받는 것이 두려워 자신의 욕망을 철저하게 포장한 이야기는 강렬하기가 어렵습니다. 포장지가 필요하긴 하지만, 이 과정에서 우린 포장을 좀 과하게 하곤 해요. 솔직해지는 건 분야를 막론하고 두려운 일이니까요.

 

 물론 솔직하다는 것도 사람마다 기준이 다를 거예요. 누구 눈엔 투명한 포장지가 누구 눈엔 몇 겹으로 보일 수도 있는 거니까요. 하지만 평가 기준에 대한 논의는 차지하고서라도 자신의 욕망을 솔직하게 표현할 줄 아는 예술가들의 표현력이 좋다는 건 납득 가능한 수준의 이야기일 겁니다.

 

 표현력이 좋은 작품, 그러니까 창작자의 욕망이 가감없이 드러난 작품은 사랑스러운 작품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 도리어 창작자의 에고가 너무 강해서 불쾌한 작품도 있죠. 그러니 여기에 한 가지 조건이 더 필요합니다. 창작자의 에고 통제력입니다. 

 

 내추럴 본 스토리텔러, 아니 스토리셰프 

 

 사랑은 전체성의 감정입니다. 설레고 좋은 만큼 고통스럽고 어려운 것이기도 합니다. 오래 묵힌 와인처럼 씁쓸한 맛을 내며 다양한 감정을 자아내고, 이로 인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풍부하게 만드는 것이 사랑의 순기능이라고 생각합니다. 

 

 작품도 마찬가지에요. 자신의 욕망에서 달콤한 부분만 취하려고 하면 그만큼 범위가 좁아져요. 자기 시야에 갇히면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을 누락하거나 축소하기 쉽거든요. 

 

 자기 시야에 갇히지 않으려면 메타적인 인지를 높게 유지해야 합니다. 여기서 필요한 게 에고의 통제력이에요. ~하고 싶다~를 전달한다는 다른 니즈이고 이 두 가지를 구분해서 잘 조합하려면 ~하고 싶다에 치중된 에고를 통제할 수 있어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욕망에 대한 객관적인 인지가 필요합니다. 내 욕망이니 나 보기엔 좋아도 남들이 보기엔 이질적이거든요. 그런 이질감을 어떻게 친근하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그리고 부셈님은 그런 능력을 타고난 분이라고 생각해요. 창작자로 먹고 살기 위해 의식적으로 그런 능력을 개발했다기 보다, 타고나길 '이 맛있는 걸 다른 사람들한테도 맛있게 먹이고 싶다!'는 욕구 자체가 강한 사람이라서 그런 거 같아요.

 

 여기서 중요한 건 맛있게 먹인다는 겁니다. 이 분은 사람들이 그냥 먹는 걸 바라지 않아요. 맛있게 해줄 테니 맛있게 먹어라! 그런 욕망이 있고 실제로 그렇게 합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펼쳐놓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PL들이 꺼낸 재료를 적극적으로 요리해서 접시 위에 올리기 위해 정말 엄청나게 노력합니다. PL로서 이런 GM을 어떻게 환영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이런 관점에서 보면 창작자는 나의 욕망과 타인의 욕망 사이를 연결하는 커뮤니케이터이기도 한 셈이에요. 제가 페이트 코어에 입문하면서 얻은 가장 유의미한 배움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가능하려면 기본적으로 나의 욕망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아야겠죠. 

 

 욕망을 아는 플레이어의 저력

 

 다른 룰은 모르겠지만 페이트 코어는 탁의 욕망이 서로 첨예하게 소통하는 공동 창작형 룰입니다. PL의 욕망이 분명할 수록 선명한 이야기를 직조할 수 있어요.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전체적인 그림을 고려한 욕망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크툴루 플레이 도중 죽고 싶지 않으니 조사를 그만두겠다고 하면 안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페이트 코어에서도 전체적으로 가야 할 방향과 그림은 있고 그 안에서 어떤 이야기를 만들 것인지가 아주 중요합니다.

 

 하누님현재 이야기에서 어떤 요소가 필요한지, 그리고 그 요소 중에서 자신이 욕망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인지하는 플레이어세요. 단지 요소를 찾아서 넣는 데에 그치지 않고 내가 보고 싶은 장면인지까지 고민을 하시는데, 이게 플레이의 전체적인 방향성을 잡는 데에 엄청난 도움이 됩니다. 

 

 필요한 요소만 찾아넣으면 욕망이 배제된 납작한 이야기가 되기 쉽고

 보고 싶은 것만 넣으면 혼란스러운 이야기가 되기 쉽습니다.

 

 결국 픽션 퍼스트에서 좋은 플레이란, 이 두 가지 니즈 사이의 을 찾아서 제시하는 플레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하누님이 딱 이걸 해주시는 분이에요. 덕분에 이야기가 너무 심심하지도 않고 너무 막나가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이런 태도는 앞서 말한 훌륭한 창작자의 태도 ㅡ 나의 욕망과 타인의 욕망 사이를 연결한다 ㅡ 를 체득한 예시라고도 생각해요. 아직 하누님 작품을 완독해본 적은 없지만, 작가로서도 훌륭한 스토리텔러이실 거예요.

 

 즐길 줄 아는 플레이어의 저력

 

 허나 좋은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세션이 완성되는 건 아닙니다. 독자가 이야기를 향유하는 과정까지가 스토리텔링이니까요. 제아무리 멋진 이야기라도 읽어 줄 독자가 없다면 반쪼가리 자작일 뿐입니다.

 

 실제 TRPG 세션에서도 그렇죠. 풍부한 리액션과 피드백을 주는 PL이 있으면 그 탁은 평균 이상의 탁이 됩니다. 간혹 노잼 시날이어도 탁이 좋아서 재미있었다는 이야기가 나오곤 하는데, 이런 탁에는 몰입도가 높은 PL가 반드시 포함되어 있어요. 

 

 저희 탁에서 그런 분을 꼽자면 누가 뭐래도 버팬님입니다. 물론 모두가 이보다 더할 수 없겠다 싶을 정도로 몰입하고 있긴 한데, 버팬님의 몰입도는 조금... 차원이 달라요(?) 버팬님의 태도에선 이 세계와 캐릭터에 대한 애착이 느껴져요. 만주의 모든 풍경과 그 속에 살아가는 인물들을 정말 진심으로 예뻐하시는 게 느껴집니다. 이것이 F인가! 

 버팬님 같은 플레이어는 한 명만 있어도 세션이 살아나요. 버팬님이 테이블 위의 캐릭터나 사건을 어엿삐 봐주시는 걸 보고 있노라면, 저도 이 이야기가 절로 사랑스럽게 느껴져요. 사람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 생물이기 때문입니다. 

 

 맛있게 먹어주길 바라며 맛있게 요리하는 마스터 부셈님.

 맛있는 부분을 최대한 음미하려고 노력하는 플레이어 하누님.

 맛있었다고 진심으로 표현하는 플레이어 버팬님.

 

 이런 조합이니 세션이 재미가 없을 수가 없습니다... 어떤 재료를 넣어도 맛있으니, 요즘 생각나는 재료는 있는대로 모두 여기에 넣어보고 싶을 정도에요. 

 

 캠페인 소개는 이렇게 하는 거다

 

 그러나 아무리 테이블 구성이 좋아도 만주라는 배경이 생소한 건 사실입니다. 왜놈(?) 취향인 저는 딱히 한국풍 작품을 좋아해본 적이 없기도 하고요ㅠㅠ 그런데 그런 걱정이 캠페인 소개를 들으면서 사라지는 기적을 맛봄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이게 소개문이요...

 

“만주 웨스턴”에 대해

“레오네의 [놈놈놈]과 김지운의 [놈놈놈]을 일대일로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선입견과는 달리, 레오네가 [놈놈놈]에서 그린 남북전쟁 당시의 미국은 판타지의 세계가 아니에요. (중략) 오히려 웬만한 진짜 서부극 보다 훨씬 실제 역사를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지요. 하지만 김지운이 그린 만주는 처음부터 현실 세계로 존재할 생각이 없습니다. 이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만주가 어떤 곳이었느냐?'가 아니라 '만주가 어 떤 곳일 수 있었느냐?'입니다. 물론 그렇게 재구축한 세계가 '서부극'이라는 장르에 가까우면 더 좋고.” - DJUNA

 20세기 초엽의 만주는 개척시대 미 서부 못지않게 무정부주의적인 장소였습니다. 군벌과 마적이 군웅할거 하는 이질적이고 혼란스러운 공간인 동시에, 기회를 찾아 고향을 떠나온 이민자들의 다국적 공간이었으 며, 잔혹한 제국주의의 그늘과 부서질 줄 알면서도 몸을 던지는 영웅들이 대립하는, 이야기꾼의 발견을 기다리는 신화적 서사의 공간이었습니다.

 본격적으로 플레이의 무대가 되는 만주는 많은 부분 실제 역사를 축약하고 과장하기는 했지만 영화 [놈놈놈]보다는 훨씬 더 실제 만주에 가까운 세계이고 그렇기에 아수라장입니다. 만주의 지배자였던 장쭤린의 죽음 이후 아귀다툼에 빠져버린 군벌세력과, 호시탐탐 만주의 지배권을 노리는 일제의 관동군, 이들이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각축전을 벌이는 동안 무법자들은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런 아수라장의 틈바구니에 끼어있는 독립운동가들의 상황 역시 녹록하지 않습니다. 좌익을 대표하는 만 주 무장독립군과 사회주의자 세력, 우익을 대표하는 상해임시정부와 민족주의자 세력은 “간도참변” 이후 분열되어 “대한 독립 만세”의 스펙트럼 속에서 협력과 견제를 주고받고 있지요.

 여러분은 이러한 무법천지의 한복판에서 모험을 떠나게 됩니다. 산과 숲, 철도와 물길, 광활한 평원으로 이어진 만주벌판에는 마적단과 친일파, 불한당들이 판을 치고, 약육강식의 논리를 뼈에 새긴 파벌들은 각 자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과연 이곳에서 숨겨진 보물을 손에 넣을 수 있을까요? 아니면 무자비한 육혈포 세례에 총알받이가 될까요? 주사위를 장전하고 떠나봅시다.

 

 

 ^_^ 너

 ^___^ 무

 ^_____^ 좋

 ^_______^ 아 !!!!!

 

 저는 이 서문만 들었을 때 게임 오버라고 생각했어요ㅋㅋㅋ 특히 마지막 문단마지막 문장을 주목해주십시오. 

 보통 캠페인 도입은 이 캠페인이 어떤 이야기인지 알려주는 역할을 하지요. 그런데 이 서문에서는 거기에 더해 '플레이어가 앞으로 이 세계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것까지 설명합니다. 조이스틱을 바로 안겨주고 시작하는 거예요. 와, 소개를 이렇게 써야하는 거구나 싶었다고요.

 

 이러니저러니 해도 TRPG는 게임이니까요. 어떤 이야기인지보다도 플레이어가 뭘 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것입니다. 사실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매력을 느끼는 부분은 '여기가 어디인가'보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점을 제대로 짚은 서문이라는 거죠. 

 

 아무래도 페이트 코어 같은 픽션 퍼스트 룰은 G에 대한 기대도는 떨어지는 편이란 말이죠. 그런데 이렇게나 G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서문을 보니 음양이 조화되어 하늘문이 열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이다... 

 

 그렇다고 세계관이 허술한 것도 아니에요. 이만치 공들인 세계관은 또 처음 봅니다ㅋㅋㅋ 어느 정도냐면 보통 참고용으로만 다루는 물가에 대한 설정까지 있는데, 사실 이게 좀 지루하잖아요? 솔직히 당시의 화폐 가치 같은 거 알게 뭐냔 말이에요ㅠ 알아도 롤플에 써먹기 까다로울 뿐더러 그닥 재미도 없죠...

 

 그런데...  이 캠페인에서는 화폐 가치를 이렇게 설명하는 거 아니겠어요?

 

5전 = 모리나가 캬라멜 한통
10전 = 고급 양담배 한갑
45전 = 여직공, 건설현장 시다의 일당
...
1000원 = 경성 시내의 번듯한 기와집 한 채

 

 아니... 물가를 이렇게 문과적(?)으로 표현하다니?ㅋㅋㅋ 근데 보자마자 딱 와닿아서 깜짝 놀랐어요. 구체적인 예시로 해상도 높은 이미지로 풍경을 함께 전달하는데 가슴이 두근두근할 정도로 좋았습니다.

 

 그런데  진짜 천재적인 부분은 바로 다음입니다ㅋ 물가 설명이 끝난 뒤에 마스터가 다음 같은 말을 덧붙이는 거예요;

 

"몽희(PC1)의 현상수배 금액은 10000원입니다."

 

 ㅁㅊ... ㅁㅊ...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가를 단순 세계관 설정용 데이터가 아니라, PC의 현재 상황과 엮어서 바로 서사적 맥락을 입혀버리는데 진짜 입이 떡 벌어지더라고요... PC1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는지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한방에 이해됨... 이게 사람이 할 짓입니까? 

 

 물가조차도 이 만주라는 복잡다단한 세계를 표현하기 위한 렌즈로 사용했다는 게 정말 놀라웠어요. 앞으로 이 마스터가 그려낼 만주는 얼마나 입체적인 세계일지... 안 봐도 뻔한 것이지요. 세계관 설명 듣다가 진심으로 감동했네요ㅋㅋ 멀리 갈 것도 없이 이때부터 만주에 대한 애착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또, 이 세계에 얹혀진 PC들이 완전 맛도리도맛인 것이지요:)

 

 돈키호테 소녀, 헤매는 총잡이, 거꾸로 매달린 구미호

 

 버팬님, 하누님, 저 에이미로 이루어진 이 조촐한 파티는 드넓은 만주 광야를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세 명이어도 만주를 정복하기엔 충분했던 것입니다. 복숭아 나무 밑에 드리우는 그림자가 딱 세 명의 보폭이면 충분했듯이.

 


 

 나는 살아있는 지도야ㅡ!

윤몽희

버팬 (@VarietyPancake)

 

 저희 캠의 PC1이자 버팬님의 캐릭터인 윤몽희입니다. 만주의 왕 장쭤린이 남긴 보물 '광야의 빛'의 지도를 손에 넣은 것을 계기로 여정에 나선 어린 소녀지요. 얼굴 보면 아시겠지만 맑눈광 속성을 가지고 있는 점프 계열 히어로 캐릭터입니다. 루피의 뇨타 릴리(???)라고 보면 된다.

 

 몽희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머릿 속이 꽃밭으로 가득한 캐릭터입니다. (이름도 너무 잘 지은 거 같어유 버팬님....) 어릴 때부터 온갖 소설과 만화를 읽으며 공상이 세계를 펼쳐온 N이 한 1000%(?)쯤은 될 법한 소녀로, 만주의 왕의 되겠다며 여행에 나서는 전형적인 돈키호테형 캐릭터에요.

 

 이렇게만 얘기하면 진짜 아무 생각 없이 날뛰는 천방지축 원숭이ㅋ 일 것 같지만 사실 눈치도 빠르고 머리도 영특해서 위기의 순간마다 기지를 발휘하는데... 이게 진짜 천재 같은 모먼트가 너무 많아서 걍 매력 철철입니다; 자칫 민폐캐가 되기 쉬운 조형인데 천재적인 두뇌로 도리어 갭모에가 된 게 좋아요. 

 

 이따 후기에서도 얘기할 거지만, 정말 보이는 것 이상의 캐릭터입니다. 미쳤어요... 만주캠 그 자체인 캐릭터라고요...ㅠ

 

 

  저한테 재능이 있다고 하셨잖아요

 

임석진(임승희)

하누 (@jiha_33)

 

 하누님의 PC2인 승희입니다. 몰락한 조선 양반 가문의 딸로 자유를 찾아 남장을 하고 독립군에 가담했다는 매력적인 설정의 PC입니다. 도대체 남장을 어떻게 안 좋아하지ㅋㅋㅋ 난 방법을 모르겠닼ㅋㅋㅋ 아무튼 당시로서는 거구인 180cm의 키에, 어린 시절 마을 어귀에 얹혀 살던 외팔엽사에게 총까지 배워서 엘리트 군인(?)으로 자란 녀석입죠.

 

 하지만 현재는 봉오동 전투 이후 독립군 활동을 중단하고 현상금 사냥꾼으로 입에 풀칠이나 하며 살고 있는 신세입니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는 걸 증명하듯 방랑자가 되어버린 것이지요. 그랬던 석진은 몽희와 미노루를 만나면서 조금씩 자기 자신을 되찾아가게 됩니다.

 

 승희는 분명 시대의 한계에 부딪쳐 남장을 선택한 캐릭터지만, 그것이 여성성의 완성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아의 완성을 위한 과정이라는 점이 좋아요. 성장 서사 좋아하는 저로서는 정말 사랑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ㅠㅠ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려고 하면서도 결국 감정에 휘둘리고 마는 가슴형 캐릭터의 진수를 보여주고 계세요. 이런 캐릭터는 딱 플레이어의 조종간에서 벗어나기 쉽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점까지 모두 고려해서 캐릭터를 컨트롤해주시니 정말 맛있는 부분만 쏙쏙 뽑아먹고 있습니다ㅋㅋ

 

 이래저래 석진이 설정 처음 봤을 때 너무 제 취향이라ㅋ 정작 제 PC는 노잼이 될까 봐 걱정하기도 했어요(?) 뭘... 뭘 꺼내야 하지? <ㅇ> 그런데 더 날고 기는 취향캐가 태어나고 마는데... 

 

 

 너 사람이 도구가 된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고 있어?

미노루 / 쿠라마

에이미 (@ehrtlr)

 

 에스트로겐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남장 여자 못지 않게 여장 남자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제가 어린 시절 좋아했던 모든 남캐들이 다 이런 꼬라지(?)였고요ㅋㅋㅋ (쿠라마, 듀이, 유유, 쟈코츠, 나쿠루 등등...)

 

 그런데 정작 TRPG를 하면서는 이런 드랙캐를 시도해본 적이 없습니다. 일단 드랙캐가 생각보다 맥락이 중요한 조형이더라고요. 시대상이 반영되기 때문에 세계관이 충분히 받쳐주지 않으면 왠지 둥둥 뜨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엄격한 세계관일수록 드랙퀸을 일상적으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런데 만주라는 공간은 아까도 말씀드렸듯 혼돈악의 공간입니다. 뭐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고, 뭐가 있어도 비벼지는 비빔밥 같은 곳이라 부셈님의 제안을 따라 만들어 봤는데.......... 아 미친....ㅠㅠ.... 소원 풀었습니다 진짜 너무너무너문머ㅜㅈ 좋아요 ㄴ로하ㅓㄴㄹㅇ화ㅓ ㅇㄴㄹ

 

 물귀신이 이끄는 백팔요괴단에서 자란 일본인 소년으로, 타고나길 고와서 물귀신에 의해 접대부(..)로 컸다는 어디 가서는 절대 하기 힘든 하드한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아주 좋아 죽는 이야기이긴 한데요... (저빻은거맞음) 이... 이걸 세션에서 해볼 수 있다고?ㅋㅋ 심지어 마스터가 먼저 판 깔아 줌 ㅇ)-( 아이고 좋아서 신들려서 칼춤췄다 아이가ㅋㅋㅋㅋ

 

 이래저래 제로스 스타일의 빌런으로 굴려야지(?) 했는데 제로스가 그러하듯 막판에는 본인 꾀에 본인이 넘어가서(..) 발목 잡히는 서사로 자연스럽게 빌드업되는데 진짜 미쳤습니다..ㅋㅋㅋㅋ 아!! 이거 빨리 얘기하고 싶으니까 미노루는 이쯤 소개함! 

 

 만주발 티켓 1장 끊어주세요

 

 후, 그럼 본격적으로 서막 ~ 1장까지의 플레이를 얘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장편 캠페인인만큼 내용도 가능한 정리를 하면서 진행하는 게 목표에요. 또 다시 험난한 후기 길을 시작한 저를 응원해주시길 바랍니다^^ 가잣!

 

 

주의 : 본 후기에는 AI 이미지 2종이 사용되었습니다. AI 이미지에 거부감을 가지신 분들은 감상을 재고해주세요.

 

▼ 이하 스포일러 포함 후기

 

더보기

서막 대륙행 열차


 각 PC들의 도입이 이루어지는 회차로 시작합니다.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PC들이 어떻게 한 자리에 모이게 되었는지, 그리고 저마다 무슨 사정을 가지고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요. 시작은 임석진, 우리 총잡이가 승희였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스승의 이빨을 훔쳐 발톱 삼고

 

 승희의 인생엔 세 명의 남자가 있어요. 할아버지, 오빠, 그리고 아주바이라고 불렸던 외팔엽사 스승입니다. 할아버지는 승희의 트라우마에요. 조선 유교 사상에 완전히 머리가 절여져 자존심만 남은 몰락 양반 가문의 꼰대 할배죠. 듣기만 해도 숨이 막히는 당신은 한녀가 맞습니다ㅋ

 

 아무튼, 할아버지는 승희에게 강제 혼사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나이도 찰 만큼 찬데다가, 그것 외엔 이 무너져가는 가문에서 승희를 지킬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승희는 특별한 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평균 여자에 비해 신체가 매우 건장했던 거에요. 여리여리한 룸펜 기질의 오빠 석진과 달리, 사실 할아버지의 꼬장꼬장함을 물려받은 게 승희가 아닌가 싶을 정도요. 이런 승희에게 강제 혼사라는 건 지옥과도 같은 일입니다. 

 

할아버지, 제 몸은 너무 크고 못나서 그 예쁜 마차엔 어울리지 않아요

 

 하지만 오빠인 석진은 정말 변변치 않은 사람이에요. 자기 힘으로는 연필조차 깎지 못하는 약골에 (이 정도면 사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태인 듯) 현실 감각도 크게 떨어지죠. 자기가 몸이 나으면 경성에 가서 돈을 벌어오겠다는둥, 현실도피적인 인물이에요. 다정한 오빠지만 믿음은 전혀 가지 않는 인물인 거죠.

 

 너무나 강한 가부장과 너무나 약한 가부장 사이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해 혼란스러워하는 승희의 스승은, 총잡이라는 남자입니다. 과거에 총 깨나 쓰던 독립군이었던 것 같지만, 몸이 엉망이 된 후에는 마을에 기어들어와 사람들의 멸시를 받으면서도 외곽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이에요.

 하지만 그는 유일하게 승희의 기질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승희에게 총을 가르쳐주고, 알게모르게 승희의 마음에 대륙 생활에 대한 로망을 키워준 사람이기도 해요.

 

 하지만 승희의 혼사가 결정되자, 그도 갑자기 등을 돌립니다. 자기를 데리고 떠나달라는 승희에게, 미친 노인네의 말 같은 건 잊으라며 다 젊어서 한 소리라고 해버리죠. 하지만 승희는 진심이었을 거예요. 총잡이 스승과 함께라면 어디든 갈 수 있고, 그게 자신에게 걸맞는 길이라고 본능적으로 느꼈을 거라고요.

 

 스승의 거절은 너무나 현실적인 것이었지만 (애초에 그가 저런 몸 상태로 승희와 도망쳐서 그를 제대로 케어할 수 있을 리도 없고요) 그리고 그걸 머리로는 이해했을지언정, 가슴형인 승희는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말이라도, 말이라도 좋다고 해주었으면. 그래도 늙은 스승은 어설픈 자비를 베풀지 않습니다.

 

 "그땐 젊었다."

 

 유유히 자신의 모든 로망의 끝을 고하는 스승. 하지만 그 로망이 없이는 현실을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승희와의 갈등이 첨예한 언사로 오고갑니다. 승희는 스승에게 저주를 퍼붓고 떠나고.... 다음날 스승은 멍석에 말려 죽은 채로 발견됩니다.

 

스승님 그곳은 아늑하신가요 적어도 겨우내 춥지는 않으시겠죠


 그가 왜 멍석에 말려 죽었는지는 아주 구체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혼사를 앞둔 승희가 외갓놈과 어울리는 것이 소문이 날까 두려워 할아버지가 죽인 게 아닐까 싶었어요. 

 

 충격을 받고 소쿠리를 떨어뜨리는 승희. 바닥에 와르르 떨어지던 소쿠리 소리는 날카로운 번개 소리로 바뀌고, 배경도 봉오동으로 바뀝니다.

 

 그후 마을을 나와 남장을 하고 오빠의 이름 ㅡ 석진을 가장하며 독립군이 된 승희는 관동군의 습격을 위해 잠복하고 있었어요.

 

인간이 호랑이가 된 날

 

 

 쏟아지는 빗줄기 사이로 발포음과 조명탄이 쏟아지고 관동군가 쳐들어옵니다. 관동군는 전우들을 학살하고, 그들의        우두머리인 이시하라 중장이라는 남자가 망원경으로 전망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죽어가는 동료들의 목숨을 카운팅하며, 승희는 중장을 저승길 동무로 데려가는 것이 동료들에게 부끄럽지 않을 일임을 직감합니다. 모든 감각이 사라지고 조준경이 승희 그 자체가 됩니다. 타고난 야수적 기질과 생사를 앞둔 긴장감이 서로 엇갈리다 두 개의 렌즈가 딱 맞아떨어지는 순간, 발톱이 허공을 갈라 이시하라의 얼굴을 터트립니다.

 

 얼굴 반쪽이 찢기는 와중에도 이시하라는 궤적 너머 승희의 얼굴을 확인하여 외칩니다. 

 

 "ㅡ 귀호! (鬼虎)"

 

 결코 너를 잊지 않겠노라는 급박한 라벨링, 관동군의 우두머리다운 집요함을 과시하며 이시하라는 쓰러집니다. 

 

 그리고 승희를 향해 쏟아지는 관동군의 포화, 이렇게 죽나하며 온몸이 흉터 투성이가 되어가는 승희의 귀끝을 날카로운 귀신 소리가 스쳐지나갑니다. 그리고 일제히 쓰러지는 관동군들. '저승사자'라 불리는 총잡이의 등장입니다.

 그는 오래 쓴 총의 틈 사이에서 바람이 새는 소리가 귀신 같다 하여 붙여진 '귀곡성'이라는 총으로 적을 제압하고 있었죠. 저승사자는 승희를 구해서 달아납니다.

 

 그렇게 저승사자에게 목숨을 구한 승희. 동료도 잃고 전투에서도 도망친 승희는 더는 독립군으로서의 활동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저승사자는 그런 승희에게 혹시 목숨을 부지하게 되거든 경성의 홍금화를 찾아와 은혜를 갚으라고 합니다. 그렇게 승희와 저승사자 사이의 연이 생겨요.

 


 

청계천을 따라 걷다보면 무지개 끝에 도착한단다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몽희의 도입입니다. 저승사자의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경성으로 배경이 바뀌는 거 진짜 뒤졌죠.

 

황금정, 현재의 을지로라고 합니다.

 


 아무튼, 시작은 조선 은행에서 안경 쓴 여인이 물건을 털었다는 소문과 함께 시작합니다. 뭘 훔쳐갔는지도 밝혀지지 않아 도성이 시끄러운 가운데... 황금정의 작은 여관, 청맥여관의 방구석에서 어린 소녀가 신문의 만화 칸을 읽고 있습니다. 본 캠페인의 PC1인 윤몽희입니다.

 몽희는 다른 세상에서 정신이 팔려 있습니다. 만화 속에서 산적떼를 두들겨 패며 공중 부양을 하는 홍길동...! 등등에 신나있는데 찰싹! 하고 혼나고 맙니다.

 

 "세탁물 걷지 않구!"

 

 무서운 할머니 홍금화 씨의 타박을 받으며^^ 몽희는 잽싸게 청계천으로 빨래를 하러 갑니다. 아낙네들이 모여서 세탁을 하기에 여념이 없는 가운데... 만화에서 보던 것처럼 내 칼을 받아라! 하면서 방망이로 빨래를 내려치는 진기한(..) 모습을 보입니다.

 

자세히 보면 몽희 어딘가에 있음 (아님)

 

 

 그리고 그 진기한 모습을 지켜보던 헌책방 주인은 몽희를 진정시키며ㅋ 구해둔 책을 전해줍니다. 신나서 책을 잔뜩 안고 나오는데 자신의 용량에 대한 인지가 없는 이 소녀는 그만 청계천 밑으로 책을 몽땅 떨구고 말지요... 화들짝 놀라서 육교에서 떨어진 병아리마냥 내려가보는데 왠걸 책도 있는데 사람도 있는 게 아닙니까? 그것도 안경을 쓴 여인이...?

 

 정신이 든 여인은 청맥 여관으로 가야한다고 중얼거립니다. 마침 몽희네가 있는 여관이 청맥 여관이었지요. 뭔가를 눈치 챈 몽희는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조심히 여인을 데리고 여관으로 향합니다. 청맥 여관을 따로 찾아올 정도라면, 분명히 할머니와 연관이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몽희의 추측은 맞았습니다. 그날 밤, 할머니가 여인을 치료하면서 둘이 나누는 대화를 몽희는 엿듣습니다. 여인은 종이 같은 것을 건네며 말합니다. 이것이 광야의 빛이니 잠시 맡아달라고요. 

 

 광야의 빛이 뭔지는 모르지만 그것이 보물지도라는 걸 들은 몽희의 눈은 루피처럼 빛이 납니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 청맥 여관의 문을 두들겨요. 와 이때 얼마나 무섭던지; 이틀 갈 것도 아니었네! 하는데...

 들어온 건 몽희를 짝사랑하는 안경태라는 쭈굴이 소년이었고요ㅋ 영화를 보자는 안경태와 몽희는 영화를 보러 떠납니다; 아 이 장면 완급조절 진짜 개미치게 좋더라고요ㅋㅋㅋ 긴장감이 최고조로 높아진 상태에서 갑자기 영심이 그림체의 코찔찔이가 나타나다니(?) 

 

 아무튼, 경태와의 데이트로 나갔다 온 사이에 여자는 사라지고 없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몽희는 할머니가 없는 틈을 타서 보물 지도를 쌔비력 하죠ㅋ 하지만 그 계획은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며칠 후, 잠시 나갔다 온 사이에 엉망이 된 청맥 여관을 보게 된 것이지요.

 

이 날의 기억만큼은 몽희라도 흑백으로 기억되겠지

 

 

 할머니는 다급히 짐을 챙기라고 합니다. 본능적으로 지도 때문인 걸 눈치 챈 몽희는 지도를 뺏긴 거냐고 묻습니다만, 다행히 지도를 뺏기지 않았다는 말에 안심합니다(?) 여기도 참 캐릭터 성격 나오는 부분인게ㅋㅋㅋ 이 상황에 지도 걱정할 때냐고요!ㅠㅠㅋㅋㅋ 몽희의 머릿속이 얼마나 안개꽃인지 알 수 있는 카와이한 부분이었어요. 

 

 그러나 짐을 챙기기도 전, 이번에는 안경태가 아닌 정말로 일본군이 쳐들어옵니다. 밖에서 날아온 총알이 할머니의 다리를 관통하고, 저승사자는 죽음을 직감합니다. 그리고 귀곡성과 지도를 몽희에게 건넵니다. 그리고 할머니는 말해요.

 석진(승희)을 찾아가라고. 저승사자가 보냈노라고 말하라고.

 

 하지만 몽희는 저승사자는 안 죽는 거 맞죠? 하며 대답을 요구할 뿐입니다. 그 와중에도 두려워서 자기도 모르게 점점 뒷걸음질치고 있지만요. 할머니는 경성역으로 뛰어가라고 합니다. 뒤돌아보지 말고요.

 몽희는 뛰어요. 그리고 돌아보지 말라던 할머니의 말을 무시하고 뒤를 돌아본 순간, 분연하게 터지는 청맥 여관을 보고 맙니다. 그 모습을 보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까요. 글쎄요. 아무튼, 그 모습을 본 몽희는 생각합니다.

 

 '만주는 나 혼자 가야 하는구나.'

 

 ...버팬님 진자...ㅋ큐ㅠㅠㅠㅠ큐큐ㅠ 마냥 철없고 눈치 없어 보였던 몽희가 얼마나 이 험난한 생활에 익숙한 아이였고, 이런 날이 올거란 걸 예감하고 있었는지 한방에 보여주는 담담한 대사에 진짜 전원이 다 뒤집어졌습니다... 어떻게 이런 대사를? 어떻게??? 그렇게 몽희는 혼자서 만주로 향합니다. 객실 통로 안쪽에 들어가고나서야, 겨우 아이답게 오열을 해내고요.

 

 다음날 새벽, 청맥 여관의 잿더미에서 일본군은 몽희와 저승사자의 사진을 확인합니다. 마지막까지 모조리 불태우지 못한 저승사자와 몽희의 인연이었어요. 일본군은 얘기합니다. 물귀신에게 연락하라고.

 


 이 증오를 팔면 얼마에 받을 수 있소

 

 PC3인 미노루의 도입이 됩니다. 미노루의 꿈속은 참혹했어요. 거센 불길과 피 웅덩이, 그 위에 쓰러져 있는 오도깨비. 자신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는 귀신 같은 물귀신의 그림자. 웃는 입은 초승달처럼 날카롭게 호선을 긋습니다. 눈을 질끈 감았다 뜨면, 방아쇠의 파열음은 세워 둔 포커칩이 우수수 떨어지는 소리로 바뀝니다.

 

또 딴 생각을 해버렸네

 

 

 카지노의 한 가운데에서 마작을 두고 있던 미노루는 오늘도 벌만큼 벌고 자리를 나섭니다. 빨리 돈을 벌어서, 물귀신의 백팔요괴단을 쳐죽일 힘을 손에 넣어야 합니다. 물론 이 돈은 오늘 치의 화장품과 옷을 사는데 모조리 쓰일 테지만요. 그러니 좀 더 돈을 벌어야겠습니다. 일을 받기 위해 의뢰인들이 자주 모이는 다방으로 향해요.

 

 헌데 왠걸, 그곳에는 석진이 먼저 임무를 받고 있었습니다. 석진과는 예전부터 종종 임무를 같이 했던 사이였지요. 그다지 궁합이 잘 맞는 편은 아니지만 석진이 워낙 일을 잘하기 때문에 미노루로선 그와 일하는 게 나쁠 턱이 없었습니다. 이번에도 여차하면 석진의 임무에 끼어들 생각이었어요.

 

 석진은 봉오동 전투의 전우인 김완으로부터 임무를 받고 있습니다. 임무의 내용은 열차에서 발빠르게 물건을 하나 빼오는 것. 언뜻 보아 그 정도 임무라면 손이 빠른 소매치기를 시키면 싸게 해결할 일입니다만, 1급 현상금 사냥꾼인 석진에게 임무가 들어온 게 영 수상쩍어요. 그리고 흥미로워요. 비싸고 맛있는 냄새가 납니다. 

 

 "경성에서 신의주로 향하는 열차라면, 내가 아는 놈들이 상주하고 있는데 말이야."

 

 어차피 미노루를 좋아하지 않는 석진의 썩은 눈빛은 둘째치고, 김완마저 일본놈에게 임무를 맡기는 것이 껄끄럽다고 하는 것을 보니, 미노루는 더욱 가슴이 뜁니다. 독립군과 관련된 임무로구나! 그렇다면 이건 분명히 거물일 겁니다. 미노루는 입을 길게 찢어 초승달처럼 웃습니다.

 

 "만주에 살면 다 만주놈이지, 일본놈 조선놈이 따로 어디있담."

 

 석진은 미노루가 쉽게 떨어져나가지 않을 것을 예감합니다. 내버려뒀다간 다른 방식으로 몰래 그 '물건'을 훔쳐서 임무를 쌔빌 놈이죠. 어쩔 수 없이 석진은 미노루와 함께 하기로 합니다. 

 

 한편, 그 기차는 설국을 뚫고 만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이 시대 최고의 보물, ㅡ 광야의 빛 ㅡ 을 품은 소녀와 함께요.

 

다음 역은 설국, 설국입니다.

 

 


제0장 나쁜 놈들이 너무 많다


 몽희가 탄 열차가 이동하면서, 몽희가 가진 광야의 빛을 손에 넣기 위해 다양한 세력들이 몰려드는 장면을 표현한 회차입니다. 영화 <놈놈놈>에서 봤던 바로 그 장면이 고대로 연출... 정확히는 저희가 재해석해서 꾸몄는데 진짜 너무 화려해서ㅋㅋ 도파민이 극에 달하다 못해 미쳐버린 장면이었습니다.


 소녀는 광야를 향한다

 

  퉁퉁 부어서 달라붙은 눈을 간신히 뜬 몽희의 눈틈을 비집고 들어온 건 새하얀 설국이었습니다. 어느새 주위는 처음 듣는 어색한 언어들이 마구 뒤섞여 있습니다. 눈을 감았다 뜬 것만으로 완전 새로운 세계로 넘어온 몽희는, 중절모를 쓴 날카로운 남자와 눈이 마주칩니다. 무서운 마음에 고개를 돌리는데 마침 조선인 할머니가 옆자리에 앉습니다.

 

 사람 좋아 보이는 허름한 할머니에게 묘한 애착을 느낀 몽희는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며 잠시 안심합니다. 할머니와 헤어진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몽희의 마음이 할매를 향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고요. 그리고 할매도 몽희가 손녀처럼 보였나봅니다. 까막눈인 할매는 품에서 종이를 꺼내더니 아들의 편지인데 읽을 줄 모른다며 읽어달라고 합니다.

 

 텍스트 덕후인 몽희에겐 당연히 어려운 부탁이 아니었죠. 그러나 몽희가 편지를 읽으려던 찰나, 기차가 터널 속으로 들어가며 조금전까지 눈부시게 밝았던 세상이 어두워집니다. 그리고 빛이 다시 서서히 돌아올 무렵, 몽희는 편지인 줄 알았던 그 종이의 정체를 알게 됩니다.

 

 

 

 어리둥절한 채로 고개를 들자, 조금 전까지 중절모를 쓰고 있었던 남자가 원수를 갚겠다며 할매에게 총을 들이댑니다.

 

"물귀신 천종녀! 부모님의 원수!"

 

하지만 할매가 빨랐습니다. 할매가 쏜 총이 먼저 사내를 꿰뚫습니다. 할매는 사내가 떨어뜨린 중절모를 주워다 쓰고는, 황야에서 오래 갈킨 미소를 지으며 말합니다.

 

"염병헐, 원수를 갚을라믄 첨부터 쏴야지. 뭔 헛소리를 삐약삐약하고 있냐."

 

 네... 그녀가 바로 물귀신이었던 것입니다. 와... 여기 연출은 진짜ㅋㅋㅋ 제가 PC3이라서 물귀신이 여자라는 걸 알고 있어서 망정이지 몰랐으면 진짜 놀라고 지렸을 장면이었어요. 나쁜 놈인 줄 알았던 중절모 청년은 오히려 물귀신을 노리고 있었고, 그런 물귀신이 중절모에게 하는 대사마저 너무나 물귀신의 폭력적인 성격이 드러나는 결정적인 세리프여서 진짜...ㅋㅋㅋㅋ

 

 물귀신을 세션에서 직접 본 건 저도 이게 첫 장면이었기 때문에, 미노루가 얼마나 물귀신을 미워하면서도 무서워했을지 비로소 이해가 되더라고요. 아무튼, 그런 몽희를 데려가려는 물귀신과, 몽희를 뒤쫓아 오토바이를 타고 달려온 미노루 & 석진의 치열한 장면이 진행됩니다.

 

정말 딱 이거였습니다;

 

 이 장면은 전투로 진행이 되었고, 완전 놈놈놈 느낌으로 묘사가 되었는데, 어떻게든 틈새로 총알을 쏘아 맞추려는 석진, 그리고 물귀신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최대한 기지를 발휘하는 몽희, 오토바이를 기차 가까이 붙여 접근하려는 미노루가 번갈아 묘사되면서 진짜 개짜릿한 스케일의 웨스턴 드라마가 펼쳐졌습니다ㅋㅋ

 

 페이트 코어 하면서 제일 신기했던 게 전투가 진짜 진짜 너무 재미있다는 건데, 전투를 하는 과정 자체를 서사로서 한씬 한씬 연출하면서 이어가는게 마치 도미노처럼 느껴지고 판정도 굉장히 짜릿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이 전투의 위대함은 와와갤 후기에서 열심히 써놨으니 곧 공개하겠습니다...ㅠ0ㅠ

 

 여튼, 서로의 피가 엉기고 엉기는 혈투 끝에, 몽희를 구출하는데 성공합니다. 이후를 기약하는 물귀신의 대사와 함께, 일행은 몽희를 데리고 합류하게 되지요. 세션 0회차는 여기서 마무리 되었습니다.


제1장 살아있는 지도


 세션 1회차는 제1장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세 PC들의 모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회차였어요. 전반적인 흐름은 세 PC가 만나 함께 독립군 기지로 향하기로 결심하고 광야를 떠도는 내용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시작은 만주놈 미노루의 이야기였어요.


오도깨비야 길잃을랴 멀리 가지마라

 

뭉개고 뭉개버린 그날의 기억들

 

 

 미노루가 기생으로 일하기 시작한 시점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남자였던 미노루에게 기생 분장을 시켜서 물귀신의 손님들을 강제로 접대하게 만들게 된 이야기들... 사람에 따라서는 무척 불쾌한 이야기겠지만, 저는 만주라는 이 시대의 야만을 보여주기 위해서, 그리고 미노루가 물귀신에게 가지는 끈적한 심연의 애증을 표현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이런 장면을 꼭 하고 싶었는데 세션에서 얘기하긴 좀 뭐해서ㅋㅋㅋ 그냥 있었건만 부셈님이 먼저 '이 이야기에는 이 장면이 꼭 필요하다'고 해주셔서 ㅠ0ㅠ0ㅠ0ㅠ0ㅠ 그것도 넘 감동이었고ㅠㅠㅠ 장면 자체가 전체적으로 너무 비련하고 아름다워서 씹고 또 씹고 또 씹었습니다... 아아...

 

 어릴 때부터 얼굴이 제법 곱고 계집애처럼 노는 걸 좋아하는 미노루를 보며, 물귀신은 미노루에게 손님 접대를 시킵니다. 저는 물귀신이 미노루를 다른 패거리들과 달리 취급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애정인지 질투인지는 이 장면에서는 알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집착은 분명한데... 물귀신과 미노루의 감정선은 좀 더 천천히 쌓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아무튼, 타고나길 오만했던 미노루로선 물귀신의 그런 요청을 쉽게 들어줄 이유가 없었죠. (제 생각이지만 원래 일본 귀족 가문 출신이 아닐까 싶기도 ㅡ 아니면 그쪽의 사생아이거나) 그러나 물귀신의 폭력을 이겨낼 방법은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미노루는 요정의 길을 걷게 되었고, 이것은 미노루가 '도구'로서의 삶에 순응하게 되는 계기가 됩니다.

 

한번 스스로 옷을 내린 후론

자존심을 버리는 게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미노루에게도 친구는 있었습니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철저하게 도구로 이용되고 있는, 오도깨비라는 이름의 덩치 큰 문둥이 용병이었어요. 그는 물귀신의 명령으로 미노루가 도망가지 못하게끔 감시를 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오도깨비의 본성 자체가 선량한 편이었기 때문에 미노루와 크게 부딪치지 않으면서 오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어요. 이 과정에서 둘은 서로에게 특별한 감정을 갖게 됩니다.

 

 그런데 이걸 '사랑'으로 낙인 박고 싶지는 않은게, 그보다 더 복잡하고 독특한 감정이었다고 생각하거든요. 작중에서 미노루가 오도깨비에게 입맞춤을 하기도 하지만, 이건 정말로 미노루가 성적으로 연결되는 것 외에는 타인과 교류하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실제로 이 둘이 서로 육체적으로 끌렸을 것 같진 않아요.  그럴 만한 '육체'라는 게 애초에 이 둘에겐 존재하지 않습니다.

 

 문둥병 거인증 환자인 오도깨비는 사회적으로 섹슈얼한 기능을 박탈당했고

 남자지만 여자로 살아야 하는 미노루는 물리적으로 섹슈얼한 기능을 박탈당했으니까요.

 

 그리고 이건 이 둘의 관계를 정의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사회적 관계를 섹슈얼한 방식으로밖에 맺을 수 없는 미노루에게, 오도깨비는 그 방식으론 결코 맺어질 수 없었던 전무후무한 존재일 테니까요. 관계를 맺을 수 없었기 때문에 도리어 유일한 존재가 되어버린 관계인 셈이죠.

 

 그리고 물귀신은 미노루의 그런 독자성을 용납할 수 없었던 게 아닌가 합니다. 얼마 후, 오도깨비를 미노루의 눈앞에서 처형해버리거든요.

 

그래도 그날의 기억만은 선명했다

 

 저는 물귀신이 왜 오도깨비를 죽였는지, 미노루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이 후기를 쓰는 내내 생각해봤는데, 이건 차차 세션을 통해서 만들어가고 싶은 부분이라 확정하고 싶지 않지만, 물귀신이 미노루를 사랑(이라는 이름의 집착)을 하는 건 사실인 것 같아요. 물귀신은 미노루에게 유일무이한 존재가 되고 싶고, 그 방식을 폭력에 의한 군림 ㅡ 미노루의 물리적 기능을 강제하는 것 ㅡ 으로 하려고 했지만, 어느새 그 자리를 오도깨비가 차지하고 있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겼을 테죠.

 

 그러나 이것이 단순히 오도깨비에 대한 질투라고는 여겨지지 않고, 정확히는 오도깨비의 행위에 대한 질투였다고는 봐요. 그러니까, 미노루를 아끼고 사랑하고 그 곁을 지켜주고자 하는 오도깨비의 순수한 행위 ㅡ 진정한 의미에서의 사랑 ㅡ 이라는 걸, 물귀신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입장이 아니었나 싶거든요. 물귀신의 과거에 대해서는 추후 세션에서 풀릴 가능성이 있다고 하셔서 자세한 건 더 가봐야 알겠지만, 저는 물귀신 또한 어떤 폭력의 희생자임은 분명하다고 봐요.

 

 말하자면, 물귀신은 폭력의 방식으로밖에는 타인을 사랑할 수 없는 존재인 거죠. 그런 의미에서 미노루와 오도깨비와 물귀신은 모두 각각 사랑의 방식에 있어서 결함이 존재하는 인물입니다. 미노루는 육체적 사랑이 불가, 오도깨비는 사회적 사랑이 불가, 물귀신은 정서적 사랑이 불가한 거예요.

 

 그러니 물귀신의 입장에선, 실은 자신도 미노루를 그렇게 챙겨주고 싶었을 테지만 왜 그래야 하는지 어떻게 그걸 하는지를 잘 인지하지 못하는 인물이었던 반면, 오도깨비는 물귀신이 하고 싶어했던 그것을 했고 실제로 미노루와 특별한 관계가 되어갔습니다. 물귀신이 오도깨비를 배제한 것이 단지 미노루를 괴롭히기 위해서는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현재 제가 해석하기로는 뭐 그런 느낌입니다. 물귀신에 대해서는 아직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아서 차차 쌓아보고 싶어요. 

 

가장 아끼던 부채였다.

 

 

 여튼, 오도깨비의 사망으로 미노루는 도구로서의 삶에 완전히 질려버립니다. 자신이 도구로 살아가는 건 상관없지만, 자신 때문에 소중한 사람들이 도구가 되는 것만큼은 견딜 수 없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미노루는 물귀신을 떠납니다.

 

 그리고 도구가 아니게 되었을 때, 어마어마하게 많은 돈을 벌어 물귀신이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을 때, 물귀신을 언제든 파괴할 수 있는 힘을 손에 넣게 되었을 때 피의환향을 하리라 마음 먹어요.

 


어리버리한 놈, 심각한 놈, 음흉한 놈

 

 추격자들을 따돌리고 한 자리에 모인 셋은 서로의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에 대한 포지션은 정하는 회차였어요. 이쯤에서 현 시점 각자의 동기를 정리하면 자신과 같습니다.

 

PC 동기
몽희 독립군 기지에 가서 할머니와 접촉했던 안경을 쓴 여자와 만나고 싶다.
석진 저승사자의 부탁이니 몽희의 부탁을 들어주고 싶다. 그리고 독립군이 몽희를 더 잘 보호해줄 것이다.
미노루 독립군 기지에 도착하기 전에 광야의 빛을 훔쳐야겠다

 

 독립군 기지까지는 3~5일이 걸리는 400km의 여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광야에서' 씬표를 굴려서 여행 과정의 이야기를 그렸는데 이게 진짜 아다리가...ㅋㅋ 미치게 맞아떨어지면서 도미노가 펼쳐지지 않았겠어요? 맞추는 과정에는 어렵긴 했지만, 진짜 이 맛에 페이트 코어를 합니다. 전개는 다음과 같았어요.

 

 

 

 ⚂ 광야

 

 폭설로 진로가 막히는 가운데, 이대로 돌파를 할지 잠시 대기할지를 두고 석진과 미노루가 싸우고, 그 틈에 몽희가 오토바이와 함께 눈사태에 휘말려 떨어지고 맙니다. 석진이 몽희를 찾으러 가는 동안, 미노루는 황급히 피신처를 찾아다닙니다. 혹시라도 몽희가 다치면 치료해야 할 테니까요.

 

 

 ⚁ 질병

 

 다행히 몽희는 나뭇가지에 매달려서 추락사는 면했지만, 강에 떨어져서 이번엔 동사 위기에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 불을 피우던 찰나, 석진과 조우해서 잠시 동굴에서 함께 고립이 되지요. 이 와중에 미노루는 석진의 말 돌풍이(..)와 서로 파장이 맞지 않아 짧은 꽁트(???)를 찍습니다ㅋ

 

 몽희와 석진이 대화를 나누며 서로의 동기는 다시 조율하는 가운데, 광야의 빛을 어떤 형태로 만들지에 대한 논의가 함께 이루어졌습니다. 그냥 장소가 표시된 지도보다는 뭔가 수수께끼 느낌이 나면 좋을 것 같아서(!) 장쭤린과 그 친구들이 찍은 사진으로 대체했어요.그리고 그 뒤에는 다음과 같은 수수께끼의 문장이 적혀 있었지요.

 

白日依山盡(백일의산진)
해는 산에 기대어 지려하고

黃河入海流(흑룡입해류)
흑룡은 바다를 향해 흘러 간다

欲窮千裏目(욕궁천이목)
저 멀리 천리까지 바라보고 싶어

更上壹層樓(갱상일층루)
다시 한 층 누각을 오르노라.

 

 

 순식간에 저 문장 가져 온 부셈님이 진짜 미친 사람ㅋㅋ이고ㅠ 그 사진에 나와있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면서 광야의 빛의 힌트를 하나하나 찾아간다는 구성이 된다는 것도 너무 좋더라고요. 생지도가 아닌 사진으로 한 것이 정말 좋은 논의의 결론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ㅠ0ㅠ

 

 아무튼, 저 사진 뒤의 문구를 읽으면서 몽희는 이것이 엄청난 규모의 보물 지도인 것을 알게 됩니다. 산천과 바다가 안 눈에 보이는 거대한 누각에, 원한다는 이유로 쉽게 오를 수 있는 사람? 이건 만주의 왕에게나 가능한 일입니다. 계속 만주의 전설을 꿈꿨던 몽희는 이 사진이 자신에게 아주 중요한 물건이 되리라는 것을 직감합니다.

 

 한편으론 저는 이게 할머니가 몽희에게 준 유지라고 느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평소에 그렇게 몽희의 망상에 훈계를 놓던 할머니가, 한번 그 포부에 도전해보라며 등을 밀어준 증거일 수도 있겠다고요. 그 순간, 몽희의 망상도 더는 망상이 아닌 반드시 이뤄야 하는 결의가 되었을 거예요.

 

 누가 뭐라해도 이 지도는 할머니의 목숨을 치르고 얻어낸 보물이니까요.

 

몽희의 상상도 : 만주의 왕이 내려다 보았다던 누각

 

 

 반면, 석진은 저승사자의 손녀인 몽희를 지키는 것 자체에는 아무 이견이 없지만, 광야의 빛이 독립에 굉장한 도움이 되리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어요. 뭐, 이미 독립군으로서의 자아가 많이 죽은 상태이기 때문에 딱히 그걸 빼돌려서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겠지만요. 

 

 저는 석진이 마지막까지 광야의 빛을 따로 탐내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 무모한 힘을 쥐고 목숨을 바쳐 뛰어드는 몽희를 보면서 깨닫는 바가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석진에게도 한때 그런 과거가 있었지만 결국 모조리 실패한 결과로 태어난 게 지금의 석진이니까요.

 

말하자면 석진은 낡은 어른이고, 몽희는 모험에 나선 어린아이인 셈이죠. 석진이 잃어버린 삶에 대한 의지를 몽희는 온 몸을 바쳐 증명할 테니 석진에게도 몽희는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되어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그렇게 하룻밤을 보내고 다시 미노루 측와 조우... 하려는데, 몽희가 아프기 시작합니다.

 

 

 ⚄ 불화

 

 하긴 차가운 물에 푹 빠졌다가 나왔는데, 하룻밤 모닥불 쬔다고 몸이 괜찮을리 없었습니다. 미노루는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을 활용해서 몽희를 치료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와중에 물귀신 패거리가 독립군 기지로 향하는 장면을 보게 돼죠.

 

 석진은 독립군 기지를 구하러 가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미노루는 완강히 반대합니다. 몽희가 아픈 상황인데다, (뭣보다) 자신들이 간다고 해서 독립군을 구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었기 때문이죠. 그래도 동료들을 내버려둘 수 없었던 석진은 저항해보지만, 미노루는 석진이 폭설을 뚫고 가자고 하는 바람에 몽희가 위험에 처한 것 아니냐며 일갈합니다.

 

 그 말에 석진은 무너지고 맙니다. 그 말대로 석진이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면 거기서 시간이 지체되지도 않았을 것이고, 몽희가 다치는 일도 없었을 테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독립군을 구하겠다고 무작정 또 따라나서는 것은 어제의 실수를 반복하는 일일 뿐입니다. 석진은 더이상 고집을 피우지 않아요. 그저 주저 앉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장면에서 석진이 나 혼자서라도 가겠다며 고집을 부리지 않는 게 좀 신기했는데, 저는 이게 석진이 내적으로 얼마나 무기력한 상태인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했어요.

 

 돌이켜보면 석진이 했던 모든 시도들은 다 실패로 끝났어요. 강제 혼사를 피해 외팔엽사에게 이곳에서 데리고 나가달라고 했지만 거절 당했고, 군인으로서 인정받고자 했지만 봉오동 전투에서 도망치는 형국이 된 뒤로는 현상금 사냥꾼으로 근근히 먹고 살게 될 뿐이었으니까요. 

 

 이 모든 건 가부장제에 의해 살해 당했던 자신의 자아를 되찾기 위한 행위였지만, 어째 모든 시도가 다 실패로 끝나고 만 거예요. 게다가 이번에도 몽희를 위험에 빠뜨렸죠. 자학을 안할 수가 없는 상황이더라고요. 여기서 석진의 테마는 '진짜 자신을 찾는 것'이라는 이미지가 생기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시작된 '고향의 밤'

 

 

 아무튼 아픈 와중에도 두 사람의 그런 험한 대화를 들으며, 독립군의 상황을 들으며, 자신을 뒤쫓는 무리와 현상 수배에 대해 생각하며, 마지막으로 할머니가 안겨준 유일한 세상인 광야의 빛의 지도를 생각하며, 몽희는 어떤 결론에 도달합니다.

 

 여기서부터 진짜... 개미친.......

 

 몽희는요. 책을 많이 읽는 아이였어요. 그리고 영특했죠. 그래서 몽희는 사진을 뚫어져라 쳐다봅니다. 앞뒤로, 밤새,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게, 아주 오랫동안. 할미의 마지막 얼굴을 보지 못한 대신, 그 사진을 영원히 기억할 것처럼 봅니다.

 

 그리고, 사진을 불태워버려요. 

 

 이제 광야의 빛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오로지 이 세상에 몽희밖에 남지 않게 된 것입니다. 이 부분은 부셈님이 제안해주신 것이기도 한데, 버팬님이 받아서 홈런을 날려버리셨는데 정말...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어요. 

 

 광야의 빛을 가지고 있는 한 몽희는 위험해요. 광야의 빛만 빼앗으면 몽희는 필요 없는 존재니까요. 그렇다면 몽희 자신이 광야의 빛이 되어 죽일 수 없는 존재가 된다는 무시무시한 결론에 이른 것입니다... 아니, 어떻게... 어떻게 이런 발상을... 

 

 그전까지 애매했던 몽희의 포지션이 캠페인의 진정한 주인공으로 포지셔닝되는 동시에, 이 PC가 가지고 있는 광인적인 면모 ㅡ 저희는 싸이코패스라고 놀리긴 하지만, 장쭤린의 뒤를 이을 배포를 가진 존재로서 묘사된다고 생각합니다 ㅡ 가 드러나는 장면이라 정말 너무너무 훌륭했어요.

 

폐허가 된 독립군 기지, 폐허가 된 마음들

 

 석진과 미노루의 갈등이 미처 봉합되지도 않은 채, 몽희가 나은 후 셋은 뒤늦게 독립군 기지로 향합니다. 그러나 기지는 이미 초토화가 되어 있었습니다. 폐허가 된 기지에 남아있는 건 세 사람뿐. 미노루는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해 몽희는 붙잡고 석진에게 총을 겨눕니다. 지금이 아니면 석진을 고립시킬 수 없고, 광야의 빛을 손에 넣을 수 없을 테니까요.

 

 그런데, 바로 그때 몽희가 말합니다.

 

 

"백일의산진, 흑룡입해류.

다음 두 문장은 오로지 나만이 알고 있어.

내 목숨에 걸려 있는 만 원, 그건 광야의 빛에 대한 정보값이지.

하지만 이제 날 죽인다면 십 원 한 장 얻을 수 없을걸.

 

나는, 살아있는 지도야!"

 

 

 와 진짜.......... 와.......... 진짜 머리를 홈런볼로 연달아 세 대 정도 맞은 기분이었다고요.......... 살아있는 지도라니.... 어떻게 저런 워딩을...??? 이건 정녕 몽희라는 캐릭터만이 가능한 장면임과 동시에, 내가 이 만주의 주인임을 일천지하에 주장하는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저 작고 나약한 어린아이가 만주의 새로운 주인이 된다고...?

 

 이게 티알...? 이게 세션...???

 

 이 장면은 부셈님도, 탁의 그 누구도 미리 생각하지 않았어요. 다만 광야 씬을 만들면서 모두가 함께 굴려 온 장면들이 갑자기 눈사태가 되어 모두를 덮치는 스펙타클이었죠. 이런 장면은 페이트 코어에서만 그 탄생 과정을 직접 지켜볼 수 있어요. 단지 멋있는 하나의 씬이 아니라, 이 씬을 만들기 위해 모두가 개연성을 붙이고 넝마를 떼면서 만들어 온 것이 갑자기 생명력을 갖추고 일어나 '나는 살아있는 이야기야'를 외치는 듯한, 이, 절경...

 

 하 진짜... 미쳤어요... 이 캠페인은 완전히 미쳤다고요... 상황이 저러니 저도 대사가 절로 나왔습니다. 미노루 입장에서는, 광야의 빛이 사라진 게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살아있는 지도가 되었다는 몽희의 발언이 훨씬 충격적이었을 거예요.

 

 미노루 눈에는 보이는 거예요. 이 사실을 알게 된 물귀신 패거리와 일본군에게 몽희가 붙잡혀서 끔찍한 고문을 당하고, 쇠해지고, 마침내 피 웅덩이에 고여 오도깨비처럼 죽어갈 모습이요.

 

 "너 사람이 도구가 된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아?
지도에 눈이 먼 인간들이 너를 고문하고 유린할 거야!
네가 지금 뭐가 됐는지 알고나 있는 거냐고!"

 

 미노루는 몽희가 자신과 같은 도구가 되어버린 것에 절규합니다. 자신 때문에 누군가가 도구가 되는 것이 싫어 도망쳐 왔던 것인데, 그 광경을 바로 눈 앞에서 또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몽희의 대답은 가관입니다.

 

 

 

 

"그것도 멋진 모험이 될 거야."

 

 

 

 

 

 

 

 

 

 

 

 

 

 

 

 

 

 

 

 

 

 

 

 

 청맥 여관이 불타던 그날 밤, 몽희도 이미 자신이 어떻게 될지 알고 있었을 거예요. 지도가 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도, 그리하여 자신이 어떤 삶을 살게 될지도요. 몽희의 현실 감각은 이미 날카롭게 세워져 있었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몽희는 지도가 되는 길을 선택했던 거예요. 달리 말하면, 할머니의 유지를 잇기 위해 몽희는 다른 선택지를 모조리 불태운 거예요.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렇게 하고야 말겠다는 결의가 섰기 때문입니다.

 

 저는 확신보다 결의가 위대하다고 생각해요. 확신은 장애물 앞에서 꺾이지만, 결의는 장애물을 부수고야 마니까요.  넋을 놓은 미노루와, 당황한 석진을 두고 몽희는 자신과 함께 여정에 나서달라고 부탁합니다. 석진으로서도 몽희의 행동은 아주 무지하고 대책이 없었을 거예요. 마치 총 하나 챙겨서 그날 고향을 나왔던 자신처럼요

 

 자신이 결국 지금의 자신이 된 것과 달리, 몽희는 성공할 수 있을까요? 그런 여러가지 복잡함을 마음에 안고도 석진은 저승사자의 손녀를 지키기 위해 모험에 나섭니다.  그리고 미노루는 몽희의 '친구'로서 함께 모험에 초대를 받아요.

 

 아팠던 몽희를 정성스레 치료해주었던 모습에서, 그리고 함께 짧은 여정을 다니는 동안 미노루와 쌓였던 정만을 '진실'로 받아들이고, 친구로서 함께 모험에 초대하죠.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것은 크게 개의치 않아요. 그 정도는 처음부터 다 각오하고 있었던 거니까.

 

 그렇게 그날, 패배한 독립군의 기지에서는 만주의 새로운 전설이 태어납니다.

 

 그녀의 이름은 윤몽희, 스스로 지도가 되기를 선택한 자. 그리하여 만주 그 자체가 되기로 한 소녀. 

 

 몽희의 포부에 이끌린 셋은 대륙 최대의 암흑 시장이 있는 봉천으로 향합니다. 장쭤린의 또 다른 별들, 또는 안경을 쓴 여자 ㅡ 독립군 은미옥 ㅡ 을 찾기 위해서.

 

 짧게 끝날 줄 알았던 광야의 여정은, 만주를 향한 대장정의 시작일 뿐이었던 것입니다.

 

 

 

 

 

 

 휴, 드디어 부셈님 세션 후기를 하나라도 썼다(?)는 것에 죄송함과 기쁨을 동시에 느끼고 있습니다ㅠㅠ 뭣보다 페이트 코어는 이야기가  생성되는 구조라서 후기 쓰는 것도 마치 소설 쓰는 것마냥 재미있네요... 저희가 얼마나 갓세션을 즐겼는지 새삼 다시 깨달아서 너무 무섭고 기대되고;; 캠페인 진행되는 동안 계속 이런 템포로 후기를 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D

 

 그렇게 이어질 봉천으로 향하는 길에서의 일화, 그리고 봉천에서의 일화까지 모두 두근두근하면서 기대할게요! 진짜 끝내주는 이야기를 만들어 봅시다 >ㅁ<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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