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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후기/크툴루의 부름

공간에 관하여

by 에이밍 2018. 3. 17.

공간에 관하여

: 크툴루의 부름

 

마스터

파이님 (@whoisthePI)


플레이어

에이미 (@ehrtlr)

라무님 (@incabinet)

덕이님 (@CK_ deok)


 종교따윈 믿지 않아. 내 종교는 돈과 명예야. 그 둘 중에는 명예가 더 중요하지. 명예로 돈을 벌 순 있지만 돈으로 명예를 버는 건 어렵거든. 만약 돈으로 명예를 얻을 수 있다면 난 얼마든지 투자할 거야. 이게 진짜 남는 장사지. 날 얕보면 곤란해.


 그런데 마침 좋은 기회가 생겼어. 순야타 교단에서 만드는 영화에 돈을 대면 나도 교단에서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네? 정치인이 되서 암투에 휘말리는 것보다는 종교 지도자가 훨씬 편하지 않을까. 권력도 훨씬 강력하고 말이야. 


 좋아, 그럼 5만 달러 정도 지불하도록 하지. 이 정도면 나도 한자리 꿰찰 수 있겠지 뭐. 


 그래서 영화는 무슨 내용인데? 



 거의 반년 만에 모인 팀 공휴이르의 이없공 세션입니다! 지난 '시들지 않는 바람' 이후로 처음이었고 다들 너무 오랜만에 봬서 만나웠습니다ㅎㅎ 오래 기다린 만큼 세션도 너무 너무 재미있었고 바로 다음 세션도 잡았어요! 이없공 끝내는 그날까지, 아니 그 이후까지도 팀 공휴이르 영원하라! 모드로 돌아왔습니다. 진짜 최고...! 왜 이 시나리오가 이없공 시날 중에서도 인기가 많은지 단박에 깨달은 세션이었습니다. >_<


 마스터링은 이전에 내일 또 만나를 해주셨던 갓마스터 파이님..! 내일 또 만나도 정말 좋아하는 세션인데 이번 세션은 그때 이상으로 엄청나게 많이 준비해오셨더라고요ㅠㅠㅠ 이것 좀 보세요..! 





 와... 여러분, 크툴루에서 헥사 매트 써보신 적 있으신지? ㅠㅠㅠㅠㅠ 전 오늘 처음 써봤는데 중요 인물들은 저렇게 밑에 깔아두고 그 위에 덮은 투명 매트에 정보를 적어가며 하는데 진짜 막 불타더라고요;; 지도도 직접 그때 그때 그려주셨을 뿐 아니라 플레이어들도 직접 펜을 들고 쓰고 싶은 내용을 함께 쓰면서 공유할 수 있어서 뭔가... 이런 거로 첩보 세션 하면 진짜 진짜 재미있겠다 싶었어요ㅠ0ㅠ 추격 장면도 저 맵 위에서 바로 바로 재현할 수 있어서 진짜 너무 짱이었고ㅠㅠㅠ 뭣보다 함께 하나의 매트를 공유하면서 이것저것 쓰고 지우고 할 수 있는 게 너무 좋았네요..! 언젠가 이걸 이용해서 뭔가 해봐야겠다 싶었어요ㅎㅎ 진짜 어디서 이런 아이디어를 ㅠ0ㅠ 파이님 대단... 존경... 감사합니다 흑흑 ㅠㅠ


 게임 외적으로는 세션의 내용을 제대로 연출하기 위해 다큐까지 챙겨보셨다고 하고ㅠㅠㅠ 갓마스터는 역시 그냥 되는 게 아니네요ㅠㅠㅠ 세션 내내 파이님의 열정이 계속 느껴져서 너무나 좋았습니다..! 믿고 하는 파이님의 크툴루 세션! 그렇게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세션이 시작되었습니다.


 사실 갓세션이 될 거라는 건 플레이 전부터 감지하고 있었어요ㅋㅋ 캐릭터 고르는 단계부터 다들 설명 읽다가 깔깔대고 DM방에서 난리가 나서 너무 흥겨웠거든요ㅎㅎㅎㅎ 다들 욕망이나 포지션이 명확하고 설정 자체도 단순하다 보니 세션 전에 거의 80% 정도는 이해하고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NPC도 포지션이 확실해서 꽤 여러 명 등장하는데도 헷갈리지 않고 재미있게 진행할 수 있었고요. 캐릭터 설정만 봐도 명료한 구조로 잘 만들어진 시날이겠구나 싶더라고요ㅎ


 이번 시나리오는 다른 시나리오들과 달리 처음부터 '전 수상해요ㅋ 데헷' 하는 느낌을 팍팍 풍기면서 시작합니다. 일단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이 '순야타 교단'이라는 종교 단체에 속한 인물들이고 각자 하나씩 문제가 있거나 건전하지 못한 이유로 자신으 욕망을 추구한다는 설정이거든요ㅋ 이 순야타 교단은 가상 종교라기엔 상당히 구체적인 교리를 가진 집단으로 현실의 사이언톨로지 교단을 모티브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것 때문에 사이언톨로지 다큐까지 보면 공부하신 파이님ㅠ 그리고 이 다큐 때문에(?) 마지막에 재미있는 장면이 많이 만들어졌네요. 이건 좀 끝에 가서 얘기를 ><


 아무튼, 그런 수상한 인물들 가운데 저는 순야타 교단의 영화 제작에 돈을 대고 있는 대리아 놀랜드라는 캐릭터를 맡아서 플레이했습니다. 덕이님은 얼굴 마담ㅋ인 (정말로 외모가 90인 것만 보고 뽑았다고 하심ㅋ) 데이빗 오테로를, 라무는 교단의 전문 해결사인 스펜서 셜을 맡았는데 이 조합이 참ㅋㅋㅋㅋㅋ 서로 전혀 연결 고리가 없어 보이면서도 오히려 그 점 때문에 자유로운 플레이가 가능한 좋은 조합이더라고요! 시나리오 특성상 개인 플레이가 필요한 부분이 약간 있는데 그런 부분에서 서로의 캐릭터에게 얽매이지 않고 꿋꿋하게 자기 플레이를 밀고 나갈 수 있는 그런ㅋㅋㅋ 정말 그런 무서운 장치(?)가 있는 줄 몰랐네요^^;


 시나리오 자체도 캐릭터가 원하는 방향으로 날뛸 수 있는 내용이다 보니 실제 전개는 레일로드에 가까웠는데도 엄청 자유도가 높다고 느꼈고, 자유도가 높은 만큼 서로 의견이 충돌하거나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았는데 정말 팀 공휴이르 플레이어분들 너무 갓...ㅠ 이라서 자기 캐릭터나 의견만 내세우는 것 없이 필요한 부분에선 함께 얘기하고 개연성을 맞춰 가는 게 너무 좋았어요! 단순한 승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세션을 완성하기 위해 모두 함께 달리고 있구나 하는 느낌? 그게 진짜 너무 좋았고 크툴루는 이렇게 하는 거구나 싶어서 새삼 감동했습니다ㅠ (그래서 끝나고 바로 다음 세션 마스터링 자처해서 잡은 게 함정;)


 그리고 그런 식으로 플레이했기 때문인지 기승전결이 뚜렷하고 완성도 높은 세션이 되었는데, 이런 만족감은 미씽 이후로 오랜만에 느끼는 거라 넘나 좋았습니다ㅠㅠ 서사적인 마감도가 높은 세션 너무 좋아요... 하지만 이런 완성도는 마스터 혼자, 또는 플레이어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더더욱 함께 해주신 분들께 감사하고 즐거웠습니다. 잘 만든 식사 한끼를 맛있게 먹은 느낌이었어요!


 각설하고 시나리오 얘기로 돌아가면 그동안 크툴루를 하면서 사실 우주적 공포라는 걸 경험해본 적이 그리 많지 않은데 이 세션에서 처음으로 코즈믹 호러가 뭔지 맛본 듯 했어요. 솔직히 기존 시나리오에선 신화 생물이 등장해도 괴물이 나왔군! 하는 정도였는데 이 세션은 그런 노골적인 묘사 없이도 코즈믹 호러가 뭔지 제대로 보여주더라고요. [괴물의 존재를 오히려 생략함으로서 생겨나는 공백의 서스펜스]랄까. 이 묘사랑 연출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언젠가 크툴루 시나리오를 쓰면 이런 식으로 응용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범한 척 하느라 애쓰지 않기 때문에, '평범한 척'하는 분량이 생략된 것도 좋았어요. 사실 크툴루 하러 온 사람들이면 다 알잖아요. 뒤에 신화 생물이 있고 음모가 있고 수상한 일도 반드시 일어나는 거ㅋㅋ 굳이 시나리오 초입에서 '아, 우리 마을은 평화로워! 아무 일도 없어^^' 하면서 페이크를 치는 게 필요한가 싶을 때가 종종 있었는데, 이 시나리오에서는 그런 부분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배경 설정부터 '응, 나 수상한 거 맞음ㅋ' 하는 시크함이 느껴져 넘나 좋았습니다. -//- 이없공이 숙련자용 시나리오집인 이유를 조금 알 것 같은 구성이었어요. 


 크툴루 세션이다 보니 당연히 고어한 요소도 들어가있는데, 그런 묘사에서도 왠지 내공이 느껴지는...! 정말 그 장면의 묘사를 듣자마자 헉! 하게 되는 연출이라서 넘 무섭고 설렜(?)고요ㅎㅎ 어느 각도로 보나 모나지 않게 잘 갈아 만든 다져진 시날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크툴루 시나리오는 이렇게 써야하는 구나..! 싶을 정도로 모범적인 시나리오라고 생각했고 언젠가 저도 한 번 정도는 마스터링을 해보고 싶을 정도였어요ㅎㅎ 물론 오늘 세션이 워낙에 갓이긴 했지만요ㅠㅅㅠ!


 그리고 이건 시나리오 외의 이야기지만, 모든 세션이 끝난 후에 후담을 하면서 파이님이 세션 준비할 때 참조하셨던 사이언톨로지 다큐를 보여주시는데 와ㅋㅋㅋ 뭐지? 이 슈르한 느낌?? 세션은 끝났고 저희는 무사히 현실로 돌아왔는데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현실에 진짜 순야타 교가 존재한다는 실감이 들어서 갑자기 엄청 소름이 끼치더라고요. 사이언톨로지는 지금도 존재하고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으니까요ㅠ 아니, 뭐야... 무사히 살아서 돌아왔는데 왜 돌아온 것 같지 않은 거야;; 싶은 느낌ㅠ 역시 현실을 초월하는 픽션은 없는 법이네요. (멍) 


 거기다 세션 전후로 파이님이 챙겨 오신 러브크래프트레터를 즐기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다른 세션 할 때는 그냥 재미있는 브리지 게임 정도였건만 이게 크툴루 세션을 앞두고/끝내고 하니까 진짜 또 색다른 느낌! ㅋㅋㅋㅋ 정말 정말 잘 어울리는 에피타이저이자 디저트였어요ㅎㅎ 저도 앞으로 마스터링할 크툴루 세션을 위해서 러브크래프트레터를 사둬야 하나;; 싶을 정도로 아이스 브레이킹 + 세션 전 테마 몰입에 엄청 도움이 되었네요ㅎㅎ 러브크래프트레터 가지고 계신 분들은 꼭 크툴루 세션 전후에 해보시길 권합니다ㅎ


 이없공 시나리오는 지금까지 딱 두편 해봤고 한 편을 마스터링을 위해서 까둔 상태인데, 정말 시나리오마다 무서운 무기를 하나씩 숨기고 있는 너무나 멋진 시나리오집입니다...! 저는 앞으로 공휴이르 분들과 함께 이없공의 나머지 시나리오도 즐길 예정이고 남은 시나리오는 또 어떤 무기를 가지고 있을지 기대됩니다. 하지만 제일 기대되는 건 공휴이르 분들하고 세션을 계속 즐길 수 있다는 거에요. 헤헷!


 오늘 마스터링 준비해주신 파이님 정말 감사하고 너무 재미있게 즐겼습니다!ㅎㅎ 늘 세션 준비에 공을 들이시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열심히 준비해주실 줄은 몰랐고ㅠㅠㅠ 진짜 헥사 매트랑 마지막의 다큐 공개(?)는 신의 한 수였다고 생각합니다! 내일 또 만나 때도 그랬지만 단지 세션을 잘 준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시나리오의 내용에 대해 이해하려고 노력하시는 모습이 너무 멋지고요ㅠㅠㅠㅠ 덕분에 늘 멋진 콩고물을 주워먹고 있습니다! 드릴 수 있는 게 후기와 다음 세션 마스터링밖에 없음이 안타까울 정도ㅠㅠㅠ 재미있는 세션 준비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남은 이없공 세션들도 잘 부탁드립니다! ㅎㅎㅎ


 버디버디력이 또 차올랐던 나의 사랑 라무^ ^ 아 우린 역시 크툴루를 해야한닼ㅋㅋㅋㅋ 진짜 크툴루할 때 제일 재밌는 듯ㅎㅎㅎ 숨쉴 틈 없이 터지는 드립과 시원시원한 전개와 꼼꼼하게 끼워 맞추는 개연성과... 정말 어느 것 하나 부족함 없는 너무 완벽한 플레이였고 함께 배려하면서 진행하는 분위기도 너무 너무 좋았어ㅠㅠㅠㅠ 이없공 할 때 특히 즐거워 보여서 함께 하는 나도 넘나 즐거웠다능ㅎㅎㅎ 예술품의 메시지 기다리고 있으니 가져와죠..^^ 코빗하우스처럼 해줄 거지? ^^ 내 크툴루 갓세션...! 기다린닷!ㅎㅎㅎ 오늘 고맙고 즐거웠어요!!


 그리고 파이님과 마찬가지로 진짜 오랜만에 뵌 덕이님! 원래도 플러팅력+인마력+플레이어력이 넘치는 분이었지만 양심의 등불 분들과 함께 많은 등불을 밝히신 결과인지(?) DNA 분들과 함께 우주를 많이 지키신 탓인지(?) 시들지 않는 바람 때 뵀을 때보다 더더 위트있고 더더 재미있어지셔서 세션하는 내내 즐거웠습니다ㅎㅎ 진짜 지루할 틈이 없었네욬ㅋㅋㅋ 적절한 타이밍에 치고 빠지고 연출하는 덕이님 플레이어력 진짜 존경하고ㅠ 정말 딱 재미있는 선까지만 치고 들어가시는 게 너무나 프로답고 멋졌습니다ㅠㅠㅠ 덕이님하고 다른 세션도 이것저것 해보고 싶어요!ㅋㅋㅋ 저랑 장밋빛 입맞춤 하실래요? ^^ (제발ㅋㅋㅋ) 오늘도 함께 해서 너무 즐거웠고 다이스 갓을 훌륭하게 굴려주셔서 더욱 감사합니다ㅎㅎㅎ 다음 세션에선 저도 좀 더 강력한 플레이어로 변신하여 덕이님과 마주하도록 하겠습니다ㅋ


 시날도 시날이지만 정말 세션 자체가 넘나 배려심 넘치면서도 흥미진진해서 좋았고 제가 이 팀 들어와있는 게 엄청난 행운이라는 걸 새삼 다시 깨달았습니다ㅠ 함께 플레이해주셔서 감사드리고 아직 공간에 관하여를 해보지 않은 분들이 계시다면 꼭 해보시길 바라요! 정말 잘 만든 좋은 시날입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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