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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후기/더블 크로스

문리스 나이트 (Moonless Night)

by 에이밍 2022. 11. 21.

날짜 2022. 11. 04 金 / 11.05 土 / 11.20 日
GM 중구 (@srng17) -
PC1 우롱 (@oolong_trpg) 엔뉴 마코토
PC2 에이미 (@ehrtlr) 쿠로사키 아키나
PC3 뫄 (@mwa_trpg) 타카다 코이치
PC4 아본 (@eggpowder_abon) 무사시노 아네모네

 

 삘 받아서 후세터 좀 쓰다가 너무 길어져서 이럴 바엔 그냥 조금이라도 갈겨두는 게 낫겠다 싶어서 쓰는 간략 후기입니다.

 

▼스포일러 포함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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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박 3일 캠프로 1화랑 2화를, 그리고 오늘 마지막 3화를 끝으로 막을 내린 문리나 캠페인입니다:D 참 즐거웠어요! 티알캠 자체도 엄청 오랜만이고 여캐를 굴린 것도 정말 오랜만이고'//' 0화부터 3화까지 빠짐없이 재미있었어요.

 

 여기서부터는 세션에서는 미처 얘기하지 못했던 제 은밀한 플랜(?)과 그 경과에 대해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ㅋㅋㅋ

 

 츤데레 PC2를 한다는 건?

 PC1를 짝사랑하겠다는 의미였습니다...ㅋㅋㅋㅋ 굳이 PC1과 엮일 생각이 없었으면 츤데레라는 수식어를 붙이지 않았을 거예요! 데레 없이 츤츤대는 애샛기들도 아주 많이 굴리고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번 캠페인에서 제 목적은 PC1을 은밀하게 짝사랑하고 있는 PC2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미 들켰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아니, 이거 그럼 비설 아니냐... 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는데 제 얘기를 들어보십시오... 일부러 누굴 엿먹이려고 그렇게 한 게 아닙니다ㅠ 오히려 세션 전개를 위해서였어요! PC2가 사실 PC1을 좋아한다는 설정으로 하고 싶어요 < 라고 말하는 순간, 모든 분들이 배려해주셔서 PC1과 PC2의 장면을 왁왁 만들어주실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제가 그 아이디어를 떠올렸을 때는, 이미 엔뉴 군이 시나로인 나나미 유미카를 이성적으로 좋아하는 설정이 잡힌 뒤였습니다...^^ 아... 뭔가 자칫하면 시나로와의 관계 서사를 스틸할 것 같더라고요. 그렇다고 맘먹은 츤데레 PC2를 안할 수도 없고(?) 짝사랑하는 정도의 느낌만 내도 만족스러울 것 같아서 이건 그냥 조용히 혼자 진행하기로(?) 마음 먹었습죠.

 딱히 공개할 타이밍이 없으면 굳이 얘기하지 않고도 넘어갈 수 있을 정도로만 표현하자고 생각했는데, 그냥 넘기자니 마지막 장면에서 왠지 아쉽더라고요. 아키나의 입장을 생각해봐도 여기서는 그런 뒷장면이 있는 게 좋겠다 싶어서 표현했는데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다른 분들 보시기에 넘 뜬금포 아니었을까 싶어서(?) 의도치 않은 비설을 고백해둡니다ㅠ0ㅠ...

 좋아하게 된 타이밍은 역시 빌딩에서 함께 납치되었을 때라고 생각해요. 아마 당시엔 아키나도 의식하지 못했을 거예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강하게 인식하게 되었을 거고요. 그랬는데 다시 만난 마코토는 그때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달다 달아>< (와인짠)

 그렇게 세션 내내 마코토를 괘씸해하던 아키나였습니다만ㅋㅋㅋ 결국 마지막에는 고백하고 싶었던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빌딩에서 처음 만났을 때와 같은 숏컷으로 머리를 자르고, 그날 이후 보관하고 있었던 포박줄 일부를 가지고 마코토를 찾아가려고 했을 텐데, 마침 나나미 유미카와 함께 하고 있던 마코토를 보고 만 것이지요...

 혹시 알아볼까 싶어서 그 줄로 늘 머리를 묶고 있었는데.
 그것도 못 알아보고.
 바보 멍청이.

 그래도 마지막엔 후련하게 보내줬을 거예요. 뭐, 나중에 서로 어른이 돼서 만난 술자리에서 '엔뉴 씨, 그거 알아요? 사실 그때의 나는 당신을 좋아했어요'하고 고백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요'~' 

 

 도시에 빛을 돌려주자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게 된 흐름이 0화와 3화의 연결이었는데요. 0화에서 아키나가 처음 뇌제를 썼을 때, 우롱님이 이런 큐를 주셨었거든요.


 이 연출이 너무 오타쿠적으로 마음에 들었어서,,, 클맥에서 기회가 되면 정전과 관련된 연출을 한번 더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세상에 3화의 배경이 암흑에 둘러싸인 도시인 게 아니겠어요? 이건 진짜 기회라고 생각하고ㅋㅋㅋ 마지막에 반드시 뇌제를 사용해서 도시에 빛을 돌려주는 연출을 하자고 다짐했어요.

 그런데 집에 와서 곰곰히 곱씹어보니 이게 더 좋았던 게... 0화에서 오버드로 각성하기 위해 도시로부터 빌려온 빛을, 3화에서 다시 돌려주는 느낌이더라고요. 뇌제의 타이터스는 그냥 힘이 다해서 사라진 느낌으로 생각했던 건데, 이것도 정말로 빌려온 힘을 돌려주는 것 같은 연출이 되어서...ㅠㅠ_ㅠㅠ

 뇌제의 힘이 단지 오버드로서의 이펙트가 아니라, 아키나의 정체성인 동시에 이 세계와의 연결 고리가 되는 느낌이라 짜릿했어요. 0화와 3화를 잇는 전선 그 자체가 된 느낌이었달까요. 1화에서 멋진 큐를 주셨던 우롱님, 그리고 정전 연출로 무대를 마련해주신 중구님, 두분께 감사할 따름입니다ㅠㅠ 오래 인상에 남을 클맥이 될 것 같아요.

 

 완성형 PC1의 힘

 캠페인이 다 끝났으니 이제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데, 마코토가 성장형이 아니라 완성형 캐릭터였더라요. 어떤 결핍이 있고 그걸 채워가는 캐릭터가 아니라, 이미 그 결핍들을 메운 상태에서 다가오는 삶의 문제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대처해나가는 캐릭터요.

 0화에서의 포지션을 생각했을 때는 마코토도 당연히 성장형 PC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일상과 비일상의 날카로운 경계에 찢긴 상흔을 안고 살아가는 PC요. 그런데 세션에서 만난 마코토는 오히려 일상과 비일상의 균형이 누구보다도 잘 맞춰진 캐릭터였어요. 여전히 피를 흘리고 있는 아키나와 달리, 마코토는 상처는 이미 단단한 흉터로 꽉 채워져 있었어요.

 PC1이 완성형인 경우는 거의 못봤는데, 완성형일 때는 이렇게 세션이 안정적인 느낌으로 가는구나 싶어서 엄청 신기하더라고요. 우롱님이 워낙 안정적이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PC를 잘 운용해주신 탓도 있지만ㅠ PC1이 반드시 결핍을 가지고 성장해야하는 당위를 가질 필요는 없다는 걸 이번 캠페인에서 깨달았어요. 

 PC2인 아키나가 너무 대놓고 성장형 서사라서ㅠ 좀 양보해주신 느낌도 있나...! 싶지만요 ;ㅅ; 성장형 PC와 완성형 PC의 조합을 단지 앞 번호/뒷 번호로 나눌 게 아니라, 앞번호 중에서도 또 나눌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어서 좋았습니다.

 앞 번호를 잡으면 항상 성장형 PC를 짜는 편인데, 다른 PC와의 조합을 생각해서 완성형 캐릭터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만큼 마코토의 플레이가 넘 안정감 있게 느껴져서 좋았습니다ㅠ (ㅈㄴ 반성하겠습니다 나윳끼)

 

 성장형 PC3의 힘

 반면, PC3인 타카다는 뒷 번호 치고도 성장형이었죠. 아키나처럼 캐릭터 자체가 막 극적으로 바뀌고 한 것은 아니었지만, 분명히 해결해야 할 과제(=졸업)를 하나 가지고 있고, 세션 막바지에 이르러 그 과제를 해결하는 형태가 된 게 좋았습니다.

 후담에서도 잠깐 말씀드렸지만, 졸업이라는 경계에 놓여있는 타카다의 캐릭터성은,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를 이야기하는 캠페인의 테마와 비슷한 궤를 가지고 있거든요. 어떤 점에서는 타카다도 PC1이라 불려도 전혀 손색이 없는 포지션이었던 것 같아요.

 마코토는 일상과 비일상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낸 반면, 타카다는 여전히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를 떠도는 중이었거든요. 겉보기엔 타카다가 마코토를 케어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타카다야말로 답을 찾지 못한 상태였던 거죠. 세션 도중 타카다가 마코토를 훈계하듯? 가르치듯? 하는 말의 대부분은 타카다 자신에게 하는 말이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아요.

 재미있는 건 타카다가 마지막까지 이 점을 그다지 의식하지 못한다는 거예요(POSITIVE) 이건 뒷 번호의 정체성을 뫄님이 마지막까지 잊지 않고 챙겨주셔서 라고 생각하는데, 타카다가 이 점을 의식하고 너무 깊게 몰입하면 그건 그것대로 앞 번호의 서사나 분량을 침식할 가능성이 높아졌을 거거든요. 그렇다고 이 서사를 너무 무시하면 캐릭터가 납작해졌을 테니ㅠ 저라면 되게 운용이 어려웠을 것 같아요.

 하지만 뫄님의 시원시원한 플레이가 시너지를 일으켜서, 성장은 성장대로 하면서도 뒷 번호의 무게감에 걸맞은 플레이가 나온 것 같아서 정말 좋았습니다ㅎㅎ 너무 납작하지 않으면서도 적당한 볼륨감을 갖춘 완벽한 둥굴레의 타코야키 같은 PC였어요.

 

 PC4를 외롭게 하지 않을 거야

 마지막으로 이 캠페인에서 제일 마음에 들었던 부분 중 하나인데... 두말할 것 없이 '츠키하라 아사카'의 사용법입니다ㅋㅋ 탁마다 아사카의 운용 방식이나 역할 비중은 다를 거라고 생각하지만, 무사시노와의 궁합이나 상성이 엄청 좋아서 PC4 서사의 모범 사례(!)로 꼽아도 될 정도로 재미있는 플레이가 나온 것 같아요.

 무사시노는... 그러니까 PC4지요! 뒷 번호 중에서도 바텀(???) 뒤로 갈수록 공식에서 챙겨주는 개인 서사의 분량이 희미해지는 덥크의 특성상, 무사시노 선생님 역시 개인 서사는 거의 버려진 채 세션을 위해 한 몸을 바칠 그런 포지션이었죠. 실제로 아본님도 그걸 고려하셔서 PC를 만드셨다고 느꼈고요. (이런 류의 PC는 워낙 워낙 잘하시기도 해서'//')

 타카다가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를 떠도는 포지션이라면, 무사시노는 완전히 한 발 물러나서 지켜보는 포지션이었어요. 호오, 나루호도 그렇게 된 것인가! 그렇다면 나는 여기서 이것을...! 같은 느낌으로 굴리기에 딱 좋은 느낌으로 만드셨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런 구간마다 역할도 엄청 톡톡하게 잘 해줬습니다. (0화에서의 활약이 가장 인상에 남네요ㅠ)

 이런 PC4가 있으면 세션이 빈틈없이 굴러간다는 생각이 들어서 좋은데 (개인적으로 완성도 높은 세션의 필수 조건이라고 생각해요.) 세션이 다 끝나고 나면 늘 조금 어? 싶은 기분이 들긴 하거든요. 그런데, PC4는 너무 챙겨준 게 없는 거 아니냐ㅠ 싶어지는 게 다른 포지션의 입장이랄지... 물론 애초에 PC4를 잡을 때 그런 걸 다 고려하고 잡는 건 알지만...! 그래도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뭐, 고인물들은 뒷 번호 포지션을 잡으면 메인 스트림이랑 관계없이 자유롭게 서사를 엮어먹을 수 있어서 좋다는 이론(?)도 한참 있었지만 이제 이것도 동의 못하겠는게... 메인 스트림이랑 동떨어진 배경 스토리를 실제 세션에서 유효하게 써먹을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어요ㅠ 할 순 있는데 하면 할 수록 세션은 거추장스러워집니다... 당장 0화에서 빌딩 관련 이야기를 만들 때 제가 걱정했던 부분도 이거고요.

 이러니 저러니해도 뒷 번호 포지션들은 높은 확률로 한 몸 바쳐 메인 스트림에 기여해야 합니다... 그런 구조를 생각하면 무사시노 같은 조형이 가장 유효한 건 맞아요. 그리고 보통 그렇게 세션이 끝나곤 하는데... 이번 캠페인에서는 츠키하라를 이용해서 PC4를 적극적으로 세션에 끌어당기는 게 진-짜 좋았어요ㅋㅋㅋ

 일상도 비일상도 아닌, 자신만의 영역에서 사건을 조망할 수 밖에 없는 무사시노의 머리채를 잡아서(?) 잠깐씩이라도 이야기의 무대 위로 끌고 오는 게 마치 신을 쏘아 떨어뜨리는 영웅을 보고 있는 기분이랄지(표현;;) 아니 그치만 이렇게밖에 표현이 안된다고욬ㅋㅋㅋ 무사시노가 애써 그어놓고 지키려는 경계를 당당하게 짓밟고 들어와서 뭐하세요? 하고 묻는 츠키하라의 당돌함... 어쩔 수 없이 당사자가 되어버리는 무사시노(PC4)ㅠ 너무 완벽한 그림 아닌가요ㅋㅋㅋ

 PC4는 이렇게 끌어들이는 거구나! PL로서도 한 수 배웠던 부분이에요. 물론 이렇게 하려면 PC4와 성격적인 양극/음극이 잘 맞는 PC/NPC가 있어야만 가능할 것 같지만, 늘 뒷 번호 PC들에게 마음의 짐을 느끼는 입장으로선 츠키하라와 무사시노 콤비의 플레이가 정말 흐믓하고 즐거웠습니다. 먼 훗날 이 둘의 웨딩 사진을 볼 날만을 기다리며'///'

 

 그 외에 캠프 이야기, 중구님의 NPC 롤플 이야기도 상세하게 다루고 싶은데 좀 더 여력이 생기면 채워두도록 하겠습니다ㅋㅋㅋ 문리나 정말 정말 즐거웠어요.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2022년의 하반기를 문리나로 한 페이지 채울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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