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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후기/기타

바케노카와 : 꿈을 노래하는 관람차

by 에이밍 2022. 2. 14.

 

시나리오 링크
<관람차에서의 약속> 링크
<당신의 목소리만이> 링크
<꿈이 현실이 될 때> 링크
<시나리오 크래프트> 링크

 

날짜 2021. 11. 22 月~ 2022. 02. 22
GM 솜누스 (@Somnus_mohaji) -
PC1 모자 (@wlrkrrnawl) 초록마녀 / 유카리노미야 히스이
PC2 에이미 (@ehrtlr) 언데렐라 / 테라시마 테나
PC3 모몬가 (@ezo_monga) 성냥팔이 소녀 / 도도

 

  국내 최초(?) <바케노카와> 캠페인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D 정말 끝내주는 캠페인이었어요... 하... 이 재미있는 룰을 저희만 하다니 너무 안타깝네요. 사명감을 가지고 <바케노카와>의 재미를 알려야겠습니다^^ 언젠가 현존 국내 최강 바케노카와인 저희를 쓰러뜨릴 팟이 나오길 기대하면서😏


  <바케노카와> (誰かのために成りかわるTRPG バケノカワ)는 작년에 모험기획국에서 출간된 RPG입니다. 인간의 가면을 뒤집어쓴 동화 속 괴물이 되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퍼레이드를 꾸미는 아기자기한 룰이에요. 이 룰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TRPG


 물론 제가 이 세상의 모든 TRPG를 해본 건 아니지만ㅎ 이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RPG라고 생각해요. <바케노카와>의 목적 자체가 ‘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이거든요.
우선 <바케노카와>의 세계에는 인간과 괴물이 있습니다. 인간은 평범한 인간이고 괴물은 좀 특별합니다. 여기서 괴물은 동화 속 인물을 의미해요. (그렇다고 꼭 특정 동화의 특정 인물일 필요는 없음!)



▼ <바케노카와>의 괴물은 4개의 동화에서 태어난다
: (좌측 상단부터 아래로) 안데르센, 그림 어드벤처, 앨리스 랜드, 오즈 매직 월드

이미지 출처 : https://fujimi-trpg-online.jp/game/bakenokawa.html


 그러나 동화 속 인물이 현실에 존재하지 않듯, 이들 또한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바케노카와(バケノカワ)’라는 가면을 써야만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죠. 바케노카와를 직역하면 ‘괴물의 가면’인데, 이 가면은 현실에서 출처를 알 수 없게 된 사람들의 모습으로 만들어집니다. 


▼ 뒤의 농담곰(??) 괴물이 본체이고, 소녀의 모습은 가면(バケノカワ)이다

이미지 출처 : 위와 동일


 ...이렇게 말하니 왠지 가면보다 거죽에 가까운 느낌(..)이긴 한데 도망가지 마세요! 장르 메르헨! 언뜻 들으면 호러블하지만 놀랍게도 바로 여기에서 이 이야기의 다정함이 시작됩니다.


 괴물들에게 주어진 업무는 하나입니다. 바로 놀이공원에서 퍼레이드를 여는 거예요. 소중한 사람들과 만날 수 없게 된 사람들을 위한 퍼레이드죠. 현실에서 사라져버린 사람들의 가면을 쓰고, 그들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멋진 퍼레이드를 준비한다. 이게 <바케노카와>의 목적입니다. 다정하죠?


 퍼레이드를 조사하고, 기획하고, 공연하자

 

  그럼 룰에서는 이 과정을 어떻게 구현하느냐? 우선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낸 누군가(체인 NPC)가 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은 놀이공원에서 그토록 찾아 헤매던 사람(체인 PC)을 만나요. (물론 바케노카와를 뒤집어쓴 괴물이지만요.)
 
 괴물의 일은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손님의 사연과 취향을 조사하고, 그 내용을 토대로 퍼레이드를 기획하고, 방해하는 에너미와 배틀을 펼치며 퍼레이드를 꾸밉니다. 각각 조금만 더 자세히 살펴볼게요.


 

조사 : 체인 NPC의 취향을 알아내자!


 조사는 베이직한 방식입니다. 특정한 기능으로 판정을 하면, 체인 NPC의 사연이 공개되고요. PC는 이 사연을 통해 체인 NPC의 '취향'을 파악합니다. 예를 들어 어릴 때 숲에서 위험에 처했을 때 아기 곰과 만난 적이 있다면, 체인 NPC의 취향은 곰 인형이 되겠죠. 이렇게 조사 페이즈에서 알아낸 취향으로 어떤 퍼레이드를 만들지 기획하게 됩니다.

 

 

기획 : 체인 NPC의 취향에 맞는 퍼레이드를 구상하자!


 기획은 별도의 룰이 없습니다. 그야 룰이 없는 게 기획이니까요!  PL끼리 어떤 퍼레이드를 만들지 의견을 나누면 됩니다. 덕분에 정말 자유롭게 퍼레이드를 구상할 수 있어요.그리고 여기서 만들어진 퍼레이드의 장면은 클라이맥스 전투 이후에 세션의 대미를 장식하게 됩니다.

 

 

퍼레이드 : 몰려오는 방해물을 처리하고 멋진 퍼레이드를 만들자!


 퍼레이드는 클라이맥스 전투에 해당합니다. 기획 단계에선 가능했던 게 구현 단계에서 망하는 걸 표현하는 페이즈인가 기본적으로 디펜스 배틀이고, 몰려오는 에너미를 처리하는 것이 목적이 됩니다. 에너미는 귀여운(...?) 몬스터의 형태로 표현되긴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눈치 없는 손님이라든가 갑자기 망가지는 설비라든가 여러 가지 방해물로 상상하셔도 좋습니다. 전투는 이따가 좀 더 자세히 얘기하기로 하고 :D



 퍼레이드를 기획한다는 게 그렇게 재미있을까 싶지만, 이게 메타적으로는
PL이 엔딩 장면을 직접 연출할 수 있다는 뜻이 됩니다. 덕분에 엔딩 페이즈에서는 굉장한 만족감이 느껴져요. 메인 페이즈는 그저 PL에게 '재료'를 주는 단계일 뿐입니다.

 물론 그만큼 PL의 적극성이 필요하긴 해요. 그렇다고 거창하게 플랜ABC를 짜야 한다는 건 아니고 소소한 목적 의식을 가지고 플레이하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이번 퍼레이드에선 반드시 체인 NPC에게 키갈을 하겠다든가(?) 뭐 그런 거요^ㅅ^ 열심히 구상한 퍼레이드가 엔딩 장면에서 고스란히 연출될 땐  정말 뿌듯하더라고요. 

 하지만 이 룰의 진짜 위대함(?)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이제부터 본론임ㅎ


 TRPG로 디펜스 배틀? (주: 미쳤음)

 

 여러분, 바케노카와는요? 미친 디펜스 배틀 룰? 입니다??? 사실 <바케노카와>의 핵심은 바로 이 배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ㅋㅋㅋ 전투 저어어엉말 재미있습니다. 지금부터 그 이유를 설명해봅니다. 

 그나저나 여러분은 디펜스 배틀을 좋아하시나요? 저는... 안 좋아합니다^^! 성격이 급해서 뭔가 쌓여 있는 상태를 못 견뎌요! 그런데 디펜스 배틀이라는 건 영원히 쌓이는 것들과 영원히 싸우는 장르잖아요? 제 기준에선 이게 눈 치우기랑 다를 게 없다 이겁니다. 군대는 안 갔지만 눈 치우기가 그지같은 건 저도 알아욧ㅋㅋㅋ

 그런데 클라이맥스 전투가 디펜스 배틀이라니? 아니 이게 무슨 소리요 바케노카와 양반 ㅇ)-( 그치만 흥미는 좀 있었습니다(?) TRPG로 플레이하는 디펜스 배틀을 좀 다를 것 같았거든요. 일단 멀티 플레이니까 밀려오는 모든 에너미를 혼자 쓸어야 하는 부담은 적지 않을까 싶었어요. 또 실시간일 때 진가를 발휘하는 디펜스 배틀을 턴제 기반인 TRPG에서 어떻게 구현했을지도 궁금했고요.

 근데 세상에 좀 재미있는 정도가 아니라 정말 재미있었습니다ㅋㅋㅋㅋㅋ 시스템이 정말 깔끔하더라고요. 맵부터 보고 얘기하시죠.


▼ ENEMY는 왼쪽 칸에서 등장해서 오른쪽 칸으로 향한다
특정한 수의 ENEMY가 오른쪽 끝 칸으로 도달하면 GAME OVER다. 


 디펜스 배틀에서 제일 중요한 게 뭘까요? PC와 ENEMY의 거리가 아슬아슬해야 한다는 겁니다. 어느 한쪽이 압도적이면 디펜스 배틀은 재미있을 수가 없겠죠! 양측이 팽팽할 때 디펜스 배틀의 주도권 다툼이 진가를 발휘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어떻게 짱짱한 장력을 만드느냐? 에너미가 적당히 위협적이면 됩니다. 한눈팔면 에너미가 언제든 훅 넘어가버릴 듯한 기세를 만드는 거죠. <바케노카와>도 이걸 잘 구현했습니다. PC는 한 턴에 한 번만 움직이지만, ENEMY는 두 번 움직이게 해놨거든요.


 ENEMY는 두 번 움직인다 ㅡ 이 룰 하나로 엄청난 긴장감이 생깁니다. 총 4칸이라는 걸 고려하면, 1번만 방치해도 ENEMY가 체크메이트 선언을 하거든요. 이러니 단 한 순간도 방심할 수가 없습니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사용해서 ENEMY를 막아야 해요. 그리고 PC에게 주어진 견제기는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대미지, 챰, 넉백입니다. 


 대미지는 가장 속 편한 방법입니다. 그냥 두들겨 패서 죽이는 겁니다. 근데 문제가 뭐다? PC의 초기 대미지가 바닥이라는 겁니다(..) 스킬을 조합하지 않으면 기껏해야 잡몹 한두 마리 처치할까 말까인 수준이에요. 보스는 말할 것도 없고요^^ 


 은 일종의 마비 같은 것인데, 이 공격을 받은 ENEMY는 맵 상의 ''이라는 칸으로 이동합니다. 이 칸에서 벗어나려면 이동을 1회 사용해야 해요. ENEMY의 행동 기회를 한 번 뺏는 셈이죠. 하지만 챰도 기본으로 주어지는 공격기가 아닙니다. 특정한 스킬을 찍어야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넉백은 말 그대로 ENEMY를 뒷 칸으로 밀어버리는 스킬입니다. ENEMY가 골 바로 앞까지 몰려와 있는 상황이라면 넉백보다 안심이 되는 견제기도 없죠. 허나 넉백도 마찬가지로 특정한 스킬을 찍어야 사용할 수 있습니다ㅎ...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눈치채셨겠지만... 네, 그렇습니다. 대미지든 챰이든 넉백이든 스킬을 찍어야 제대로 활용 가능합니다. 뿌애앵 그래도 연약한 플레이어를 위해 기본 스킬만 잘 사용해도 뭔가 해볼 수 있게끔 배려;ㅅ;... 그런 거 없어요. 살고 싶으면 스킬 찍으세요. 잘 찍으세요ㅋ 

 제가 괜히 이 룰의 전투가 마라탕이라고 외친 게 아닙니다^^ 저희 1화에서 실제로 거의 실패할 뻔했고요ㅋ 아무튼, 이 세 가지 견제기를 잘 활용해서 일정한 수의 ENEMY가 GOAL에 들어오기 전에 모두 파멸시키는 것이 <바케노카와> 전투의 기본 룰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스킬 의존도가 높으면, 어떤 유형의 에너미가 나오느냐에 따라서 전투 난도가 요동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ENEMY의 이동을 방해하는 류의 스킬을 잔뜩 찍었는데, 이동에 제약이 적은 비행형 ENEMY가 나와서 스킬이 안 먹히는 경우도 생길 수 있거든요. 

 이런 다양한 변수에 대응하기 위해, <바케노카와>에서는 또 다른 시스템을 하나 사용하고 있습니다. 바로 '서프라이즈 카드'라는 시스템입니다. 이 시스템이야말로 <바케노카와>의 핵심이자 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서프라이즈 카드는 다양한 발동 조건과 효과를 가진 카드로, PC가 전투 도중에 획득해서 사용할 수 있는 카드입니다. 전황에 따라 필요할 것 같은 카드를 뽑아서 사용할 수 있게끔 만든 거죠.

 재미있는 건 이게 보조성 스킬이 아니라는 겁니다. 서프라이즈 카드는 엄연한 필살기에요. 카드 하나하나가 전황을 뒤엎을 만한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게 무슨 뜻이다? <바케노카와>에서는 전황에 따라 원하는
필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시노비가미로 따지면 오의 전 종을 다 구비해놓고 그때그때 필요한 걸 꾹 눌러서 쓰는 셈이죠. 이게 어떻게 재미가 없...ㅋㅋㅋ

 조금 익숙해지니 서프라이즈 카드를 고를 때 약간의 만능감까지 느껴지더라고요. 필살기를 팍팍 써도 ENEMY는 무식하게 쏟아져 나오니 양심의 가책도 없습니다^^ 새삼 이 맛에 디펜스 배틀을 하나 싶더라고요ㅋ 지금까지 제 안의 디펜스 배틀은 '시달리는' 장르였는데, <바케노카와>를 하고 나니 '해치우는' 장르였구나 싶었어요. 이렇게 새로운 재미에 눈을 뜨는 순간이 좋아서 새로운 룰을 계속 접하게 됩니다ㅠ

 캠페인으로 세 편이나 즐겼는데도 아직 못 만난 에너미도 많고 못 써본 카드를 많아서 더 해보고 싶더라고요. 향후 서플이 발매되면 클라이맥스 전투 때문이라도 꼭 구매해서 즐겨보려고 합니다. 서플이 되게 다양하게 나올 수 있는 구성이거든요. (맵, ENEMY, 괴물 스킬, 서프라이즈 카드, 파빌리온 등등...)


 아무튼, 테마가 좀 힐링해서 땡기지 않는 분들(?)이라도 이 마라맛 전투를 해보시면 생각이 달라지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RPG 기반의 룰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새로운 짜릿함이 있어요. 협력성도 굉-장히 높고요. 딱 기분 좋을 정도로 머리를 태울 수 있는 전투이니 꼭 해보셨으면 합니다:D


 꿈을 노래하는 관람차


 룰에 대한 소개는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으니, 본격적으로 솜누스님의 캠페인 3부작에 대해 개괄해보겠습니다. <관람차에서의 약속> <당신의 목소리만이> <꿈이 현실이 될 때> 총 세 편으로 이루어진 캠페인이고 현재 솜누스님의 계정에 모두 공개되어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포스팅 상단의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운 좋게 캠페인에 올라타서 멋진 플레이어분들과 세 편의 플레이를 즐겼는데, 각각의 이야기도 좋았지만 전체적인 빌드업이 정말 좋은 캠페인이었습니다. 어떤 이야기였는지 간략하게 소개해볼게요.


혼자서 놀이공원을 찾아온 어린 아가씨의 소원을 들어주자


 캠페인의 첫 시나리오로 바케노카와의 정석 같은 이야기에요. 소중한 사람을 잃은 손님이 놀이공원에서 그 사람의 가면을 뒤집어쓴 괴물과 만나게 되고, 괴물은 인간의 행복을 위해 퍼레이드를 준비합니다. 이 룰에서 말하는 '괴물과 인간'의 관계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어요.

 마침 배경도 '놀이공원'이다 보니, <바케노카와>이 세계관을 이해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인간 가면을 쓴 괴물이 놀이공원에서 일한다고...? 3ㅁ3 하면서 조금 어리둥절했던 분들도 이 시나리오를 하고 나면 <바케노카와>의 세계관이 어떤 느낌인지 단박에 아실 거예요. 

 동시에 <바케노카와>의 감수성을 정확하게 짚은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바케노카와>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런 거구나 싶더라고요.  소중한 사람을 찾아온 인간과 그 대리인인 괴물 사이의 애틋한 서사를 맛보고 싶은 분이라면 흡족한 세션이 되실 거예요.

 

데뷔 무대를 앞둔 지하 아이돌의 고민을 해결해주자

 

  두 번째 시나리오는 일본에는 흔히 있는 지하돌과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제가 세션 내내 최애부도 아니냐고 했는데 정말 최애부도짓(?)을 할 수 있는 시나리오이기도 해서ㅋ 저 작품 좋아하시는 분들은 아주 즐겁게 하실 거예요. 

 이 이야기에서는 '인간'에 좀 더 초점을 맞춥니다. 체인 NPC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주기 위해 헌신하는 이야기거든요. 그런 점에서 괴물의 역할을 가장 충실하게 수행해볼 수 있는 시나리오이기도 합니다ㅎㅎ 누가 뭐래도 이 룰은 '누군가를 위해서 변신하는/대신하는(誰かのために成りかわる)' TRPG니까요!

 아, PC으 조연화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PC는 조연을 자처하는 주역이고, NPC는 주역처럼 보이는 조역일 뿐이에요. 오히려 퍼레이드가 가장 뿌듯한 세션이었어요. 무대 뒤에 있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 있더라고요. 

 

괴물 상사의 말 못한 사연을 파헤쳐보자


 마지막 시나리오는 PC의 상사인 괴물 아저씨의 말 못 할 사연을 다룹니다. 이 이야기는 ‘괴물’에 초점을 맞춥니다. 괴물은 어디까지나 대리인일 수밖에 없는 이 룰에서, 그렇다면 마음을 갖게 된 괴물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얘기합니다. 

 사실 <바케노카와>의 이야기는 아주 쉽게 괴물의 존재를 지워요. 괴물은 철저하게 그림자 뒤편에 숨겨진 존재니까요. 바로 그 부분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이야기였습니다. 개인적으로 <바케노카와>가 다룰 수 있는 이야기의 저변이 확 넓어지는 느낌이라 좋더라고요.

 만약 제가 <바케노카와> 시나리오를 쓰게 된다면, 이 세션에서 얻은 소감이 기반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막상 써보면 전혀 이상한 추리물 같은 거나 나오겠지만(..) 아무튼 캠페인 마지막에 영감을 주는 시나리오가 배치되어 있어서 참 좋았답니다ㅎㅎ



 정리하자면...

 <관람차에서의 약속>에서 세계관에 입문하고 → <
당신의 목소리만이>에서 직접 체험해보고 → <꿈이 현실이 될 때>에서 영감을 받으며 끝나는 멋진 퍼레이드였습니다.


 그야말로 입문 캠페인의 공식 같은 느낌이었어요. 평소에 새로운 룰을 많이 접하고 연구하시는 솜누스님의 내공이 은연 중에 발휘된 빌드업이 아닐지ㅎㅎ 나온 지 오래된 룰도 아닌데 그 짧은 시간 동안 룰을 여기까지 파악해서 액기스만 쫙 뽑아내신 솜누스님의 정성에 감동했습니다ㅠㅠ 정말 좋은 캠페인이었어요!

 

 우리들의 이야기


 그럼 이제 스포일러 포함 후기입니다. 세션마다 인상적이었던 장면을 하나씩 뽑아서 써봤습니다^^)9 재미있는 장면이 워낙 많아서 선별하는 것도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만 그만큼 오래오래 기억될 장면들이라고 생각해요:D 

 ▼ 스포일러 포함 후기

더보기


 헛되나 헛되지 않은 이별

 ㅡ <관람차에서의 약속>

 <관람차에서의 약속> 세션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 하나를 가져왔습니다... 사실 이 세션은 모자님이 엄청나게 캐리해주셔서 뽑고 싶은 장면이 너무 많았어요ㅠㅠ 하지만 세션이 끝나고도, 아니 캠페인이 끝나고도 이 장면은 계속 기억에 남더라고요. 

 이번 세션의 체인 PC였던 모자님의 유카리노미야 히스이(초록 마녀)는, 체인 NPC인 히라노 오카에의 경호원이었다는 설정이었는데요. 유독 히스이를 따랐던 오카에는 어느 날 히스이에게 놀이공원에 가고 싶다고 조르게 됩니다. 이게 모든 비극의 시작이었죠.

 놀이공원에 가는 게 뭐 어때서...? 오카에가 평범한 아이라면 괜찮았을 거예요. 저희 세션에서 오카에는 야쿠자 집안(내지는 그 정도 되는 세력가)의 따님이었거든요. 경호원 없이 돌아다니다간, 아니 경호원이 있어도 언제 다른 세력의 누군가에게 공격당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오카에의 행동반경이 좁아지는 건 필연이었어요.

 히스이는 그런 오카에를 동정했습니다. 그래서 놀이공원에 데려갔죠. 문제는 하필이면 딱 그날, 오카에를 노린 무리들이 놀이공원을 쫓아온 겁니다. 둘은 하필이면 관람차로 도망을 치는데요... 여기서 나온 장면들이 정말 좋더라고요ㅠ 결국 다시 내려갈 관람차 안에서 소중했던 하루를 되새기는 게 참... 

 
 그리고 마침내 관람차는 다시 지상으로 향하기 시작합니다. 오카에를 노리는 무리가 눈을 번뜩이고 있어요.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데, 히스이는 애써 희망을 붙잡아보려는 오카에의 말에 대답하지 않습니다. 아마 이때부터 이미 히스이는 각오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이 일이 끝나면 오카에를 지키다 죽거나, 히라노 가문의 미움을 받아 사라질 수도 있겠다고요.


 결국 히스이는 자신의 예상대로 된 것 같습니다.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확실하게 나오지 않았지만 (이런 디테일한 부분은 PL의 상상에 과감하게 맡기는 솜누스님의 마스터링이 참 좋아요ㅠ) 어쨌든 오카에의 세계에서 사라진 것만은 사실이죠. 그리고 그런 히스이 앞에 괴물이 나타나게 되는데요... 아, 이 장면... 캠페인 최애 장면입니다...ㅠ


 그렇게 놀이공원에 박제되어 버린 히스이. 혼자서 성장해버린 오카에. 이때 만들어진 흐름이 클맥까지 이어지는데 정말 좋았습니다... 사실 오카에는 히스이가 영원히 사라져버렸다는 걸 알고 있었고, 지금 눈앞에 있는 히스이가 진짜 히스이 본인이 아닐 거라는 것도 은연중에 눈치챈 것 같아서 더 안타까웠어요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아니, 캠페인이 끝날 때까지 유카리노미야 히스이의 가면을 벗지 않았던 모자님의 괴물인 초록 마녀... 첫 세션부터 정말 멋진 이야기를 봐서 좋았어요ㅠ 

 히스이 The 퓨어 오르쿠스

 ㅡ <당신의 목소리만이>

 어지간하면 각 세션의 체인 PC가 만든 명장면 위주로 뽑고 싶었는데... 안 되겠더라고요ㅋㅋㅋㅋ 이 세션은 진짜 모자님이 대활약하셔서 어쩔 수 없었엌ㅋㅋㅋ 제 체인 PC는 제쳐놓고 모자님께 상을 드리겠습니다^0^ (테테 씨: 이 자식이?) 아무튼, 이 세션의 명장면은 바로 모자님의 자리 바꾸기입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요; 맵 보고 설명해야 하니까 밑으로 ㄱㄱ


 100% 재현한 건 아니지만 대충 저런 상황이었습니다. 네... 그냥 좟된 상황이었다고 생각해주시면 되고요ㅋㅋ 나름 지난 세션에서 호되게 당하고(?) 정신 차려서 스킬 찍어 온 건데도 저런 일이 벌어지더라고요^ㅁT <바케노카와>의 전투가 이렇게 빡셉니다 여러분ㅋㅋㅋ


 여튼, 뾰족한 수가 없는 가운데... 갑자기 모자님이 뭔가를 해보시겠다며 손을 번쩍 드시는 것이었습니다. 뭐, <바케노카와>의 특성상 서프라이즈 카드만 잘 쓰면 어떤 상황에서도 뭔가 해볼 수 있긴 합니다(?) 그래도 저때는 딱히 답이 안 보이는 상황이라 뭘 하시려는 걸까 싶었는데 갑자기 스킬로 커버 퍼스널인 '기계'를 획득하시는 거예요ㄷㄷ

 커버 퍼스널은 인세인이나 마기로기로 말하자면 특기인데, 이걸 괴물마다 주어진 기본 스킬인 '바케노카와'로 세션 도중에 1개를 더 획득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갑자기? 이번 서프라이즈 카드를 발동하는데?

 

무빙 스테이지
조건 효과
1. 자신이 리어 에리어에 있다.
2. 원더 토큰 4개 이상
3. 자신이 <기계>를 습득하고 있다.
언제라도 사용할 수 있다. 리어 에리어의 비스트 전원은 '넉백2' 상태가 되고, 리어 에리어의 PC 전원은 프런트 에리어로 이동한다. '무빙 스테이지'는 1회의 세션 당 자신과 다른 PC를 합쳐서 총 3회까지 효과를 발휘한다.


 설명만 보면 이해가 안 되시려나요...? 에... 그러니까 대충 이런 상황이 된 겁니다.


?


 이게 그거에요... 모기국 룰 많이 해본 사람들은 세션 도중 특기 늘리는 스킬 잘 안 쓰잖아요? 애초에 도중에 특기 늘려봤자 별로 이득 볼 게 없긴 하지만... 즉, 별로 안 쓰는 스킬을 이용해서 전황을 바꾼 겁니닼ㅋㅋㅋ 체감상 거의 페이커였어요(?

 워낙 위험천만한 상황이어서인지, 짜릿함은 몇 배였습니다. 그 와중에 이런 아이디어를 쥐어짜서 시전하신 모자님ㅋ 아무리 생각해도 이 세션은 이 장면이었던 거 같아요^ㅁ^ 다시 봐도 흥분될 정도로 멋진 전투였습니다ㅋㅋㅋ

 

 넌 이미 죽어있다 (feat. 도도)

 ㅡ <꿈이 현실이 될 때>

 이 세션도 참 뽑고 싶은 장면이 많았지만ㅋ 가장 짜릿했던 거 하나만 뽑으려니 역시 전투에서 나오더라고요^^ 이번 세션의 MVP이자 VIP이자 체인 PC(?)는 바로 모몬가님이셨습니다. 

 이 시나리오의 체인 NPC인 시바타 료는 좋게 말하면 순정 마초고, 나쁘게 말하면 바보(..)인데요. 맞관인 게 뻔한 관계를 두고 혼자 잘 안 될까 봐 버둥대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이 새기가 싶더라고요^ㅁ^ 뭐어... 단지 짝사랑 고민이 아니라, 괴물의 정체성과 관련된 고민이라서 충분히 이해는 갑니다만ㅠ

 그래도 인간이라면 하 그냥 바늘로 콱 뚫어버리고 싶어지는 그런 구멍들이 있잖아요ㅋ 어쩔 수 없어 인간은 Satisfying을 추구하는 생물이라고(?) 그런 답답한 순간들이, 모몬가님의 이 장면에서 한 번에 부아악하고 찢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ㅋㅋㅋ 

"안녕, 난 스타마인이라고 해. 난 줫나 짱쎄단다. 기억해두렴, 플레이어 친구들!"


 그러니까... 서프라이즈 카드 중에 '스타 마인'이라는 카드가 있어요. 대충 설명하면 대미지 3뻥해주는 짱짱 카드입니다. 대미지 계통에서는 사실상 최강의 필살기인데 도도가 마침 이걸 들고 있었거든요. 뭐, 사용했죠! 두들겨 팼죠!


 무려 39점ㅋㅋㅋ!! 이게 얼마나 쎈 대미지냐고요? 잡몹들 기본 체력이 1점입니다^^ ㅇㅋ? 하지만 보스는 이 정도로 죽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저도 스타마인을 장전하고 있었요ㅋㅋㅋㅋㅋㅋㅋ 아 이게 서프라이즈 카드의 재밌는 포인트라고요^^ 크리티컬 히트 2연발 가능!

 근데 갑자기? 도도가 이런 걸 꺼내는 거예요?

"난... 매직 포션이야. 그러니까 난... 나는... 밑에 설명 보렴."


 이게 뭐냐하면... 행동완료를 미행동 상태로 바꾸는 대신, 다음 라운드 종료 시까지 거의 아무것도 못 하게 되는 빡센 카드인데요. 솔직히 설명만 봤을 때는 쓰고 싶은 생각이 안 들더라고요; 전투 파트 설명할 때도 말씀드렸지만 이 룰은 1턴의 행동이 엄~~청나게 중요합니다. 한 턴이 뭐야; 행동 하나만 날려도 ENEMY는 GOAL로 훨훨 날아가요^^

 하지만 보스의 체력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다? 그야말로 최. 강. 네... 우리의 천재 모몬가님은 이걸 써서 한 번 더 공격을 갈기셨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18점을 추가로 뽑아서 도합 57댐을 뽑았다는 겁니다ㅋㅋㅋㅋ 보스 다 녹고 물방울만큼 남은 거 테테 씨랑 히스이가 비벼서 없앴고요^ㅁ^ 저는 거들떠도 안 본 카드였는데, 모몬가님이 이걸 이렇게 쓰시는 게 놀랍고 좋았네요ㅋㅋ 여기도 체감상 페이커 정도 됐음(???) 나름 캠페인 막화 전투라서 긴장하고 있었는데 스르륵 풀려서 무척 Satisfying 했어요😏

세션 요약 정리


 시원~하게 얻어맞은 결과, 우리의 못난 사자도 강한 마음을 갖게 되었고요. 그야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카드를 두 장이나 써서 두들겨 패줬다고ㅋㅋㅋ 이 정도면 정신이 들어줘야겠지^^! 체인 NPC의 수줍은 행동과 모몬가님의 파워풀한 전투가 합쳐져 그야말로 완벽한 단짠 궁합이 된 세션이었습니다. 뭐랄까 전투만이 아니라, 이 세션 전체가 이 장면 덕분에 화르륵 타오르며 즐거워진 느낌이었어요. 단연코 3화의 명장면이었습니다:D

 

 괴물들의 이야기


 새 룰 먹는 건 늘 좋아하지만, 그 룰이 재미있으면 두 배로 기분이 좋습니다. <바케노카와>는 오랜만에 참 기분 좋게 즐긴 룰이었어요. 좋은 점은 위에 다 써놨으니 알아주실 거라고 생각하고^^)9

 생각해보면 입문탁을 캠페인으로 즐긴 룰도 처음인 것 같아요. 보통 입문탁은 단편플로 하니까요. 하지만 당장 <바케노카와>만 해도 두 번째 시나리오부터 슬슬 감이 잡혔고, 세 번째 시나리오를 하고 난 뒤에야 진가를 맛본 기분이었거든요. 단편플이었다면 절대 알지 못했을 <바케노카와>의 짜릿함을 액기스로 맛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ㅠㅠ 역시 어떤 룰이든 최소 세 번은 찍먹은 해야 하나 봐요.

 아무튼, 이런 플레이가 가능했던 건 몸소 캠페인을 세 편이나 작성해주신 솜누스님 덕분, 그리고 함께해주신 모자님과 몽가님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즐거웠어요:D 후기 읽어주시는 여러분들도 기회가 되면 이 힐링마라탕맛을 꼭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솜누스님의 캠페인 3부작이 좋은 길잡이가 될 거라고 믿어요!


 P.S : I Bakemono you


 솜누스님 :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ㅠㅁㅠ 일단 후기를 잽싸게 구워왔습니다(?) 이걸로 은혜에 보답이 되었으면 합니다^^ 바케노카와 해보고 싶다고 찡 울었을 뿐인데 헛둘하고 잡아가주신 솜누스님 그저 빛ㅡ 저도 새 룰 먹는 거 좋아하고 늘 신작 플레이에 관심이 있어서 솜누스님이 올려주시는 새 룰 정보를 자주 보곤 하는데, 이렇게 연을 맺게 되어 솔직히 매우 기쁩니닼ㅋㅋㅋㅋ 신작 룰은 언제나 환영이니까요! 혹시라도 테플러가 필요하시면 절 늘 먼저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어필을 해놓고^^)9 정말 즐거웠어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모자님 : 이 캠페인으로 첫 연을 맺게 된 모자님!ㅎㅎ 그 와중에 오타쿠 레퍼런스까지 잘 맞아서 이게 뭔가 싶어요ㅋㅋㅋ 후기에 전부 다 쓰진 못했지만 모자님 장면들이나 주석 하나하나 다 너무 좋아서 겔겔 거렸던 기억 뿐입니다ㅠ0ㅠ 인연은 바케노카와로 맺었지만, 좀 더 다양한 룰과 세션에서 뵀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요^/^ 모자님께도 즐거운 세션이었긴 바랍니다:D 시나크래 세션에서 또 뵙자구요!

 몽가님 : 같은 여우팸(?)인 몽가님. 제가 몽가님 팔로한 후로 얼마나 윤택한 탐라이프를 즐기고 있는지 모릅니다ㅋ 멍무 사진도 자주 올라오고 여우 관련 리트윗도 보일 때마다 해주셔서 행복합니다🦊 도도 참 감초 같은 캐릭터였는데, 그 감초 같은 캐릭터성 마지막까지 살려주신 것도 모자라 체인 NPC로도 대활약해주셔서 정말 즐거웠어요ㅋㅋㅋ 다른 룰에서 또 다른 캐릭터도 봬면 좋겠습니다XD 잘 부탁드려용!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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