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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후기/크툴루의 부름

아웃 브레이크

by 에이밍 2018. 9. 16.

아웃 브레이크

: 크툴루의 부름


시나리오

더스크님 (@dusksorrow)


마스터

더스크님 (@dusksorrow)


플레이어

에이미 (@ehrtlr)

아본님 (@eggpowder_abon)

라무님 (@incabinet)

파이님 (@whoisthePI)




 

 남들은 날 보고 운 좋은 금수저라고 하지만, 뭐 틀린 말은 아니야. 아버지 덕 보고 사는 건 사실이니까. 


 근데 그게 무슨 문제라도? 잘나게 태어난 걸 어떡하겠어.


 세상이란 게 다 그렇지 뭐. 내 입장에서 보면 나보다 잘난 놈들도 잔뜩 있다고. 


 인생도처 유상수야. 세상에 잘난 놈은 많고 우린 그 중의 하나일 뿐이야.


 그러니 원망하려면 이 세상을 원망하라고. 그냥 그렇게 태어나버린 날 원망할 게 아니라.


 혹시 또 모르지.


 그렇게 원망하다 보면 이 세상이 멸망할지도?




 0. 시작


 써야 할 후기가 잔뜩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모전 지원을 위해 먼저 올리는 것을 우선 사과드립니다ㅠㅠ... 후기 기다리고 계신 분들 많을 텐데 흑흑ㅠ0ㅠ 빠르게... 달리겠습니다! 아무튼, 이번 후기는 그 미씽의 그 반읽남의 그 목소리의 그 더스크의 그 신작! 아웃 브레이크입니다+_+ 미씽 안해본 티알러 분들은 제 주변에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하며...! 예전 미씽 후기 링크도 살짝 달아둘게요. (Missing 후기


 (아앗;; 넘 옛날에 쓴 후기라서 민망하다으아악! 이 민망함을 합쳐서 이번 후기는 혼신을 다해 쓰도록x0x) 


 아무튼, 신작입니다. 네! 무려 더스크툴루에요. 더스크야 뭐 어떤 룰을 마스터링해도 다 잘하지만 미씽의 기억이 원체 강렬하게 남아있어서 이번 세션도 시작하기 전부터 완-전 두근두근했습니다ㅎㅎ 플레이어분들도 다 사모해마지 않는 분들 뿐이고>< 심지어 포스트 아포칼립스 풍의 좀비물 크툴루라는 얘기를 들었을 땐; 약간 흥분해서 우와와와 하는 느낌이었네요. 세션 내내 그래서 좀 흥분 상태였을 것 같은데 이 자리를 빌어 추태를 사과드립니다;;


 자아, 거두절미하고 가보자고요! 더스크님의 애정과 정성, 그리고 고뇌가 꼭꼭 담긴 갓 브레이크로!



 1. PC소개


 배경은 현대 한국, PC들은 사전에 선관을 갖출 사이일 것, 이라는 조건 하에 캐릭터 메이킹이 이루어졌습니다. 크툴루는 역시 현대죠! 게다가 이번엔 배경이 한국ㅇ0ㅇ! 한국 배경 크툴루는 너무 너무 귀해서ㅠㅠ 배경이 현대 한국이라는 것만으로도 벌써 50점 이상 먹고 들어가는 듯했습니다. 이번 공모전을 계기로 한국 배경의 크툴루 시나리오가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경성 크툴루와 천안 크툴루에 이은 부산 크툴루와 평창 크툴루(로릭님*), 삼척 크툴루, 북한 크툴루(?!?! 다 가보자고요!ㅋㅋㅋ 


 여튼 캐메는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ㅎㅎ 게다가 이번에는 더스크가 밸런스 조절 및 유저 배려를 위해 퀵스타터 양식으로 캐메를 하게 해주었는데 전 개인적으로 퀵스타터 타입으로 하나 풀 스크래치로 하나 큰 차이를 못 느끼는 편이라 오히려 퀵스타터 타입이 편하고 좋을 때도 많더라고요! 꽤 볼륨이 있는 세션이다 보니 캐메에서 부담감을 줄여주려는 듯한 배려가 보여서 넘 고맙고 감사했습니다ㅎㅎ 직접 풀 스크래치로 짜는 것도 재미있었겠지만 퀵스타터 형식만 사용해도 캐릭터는 충분히 개성있게 나오다 보니 저는 좋았네요><


 이때 또 변수? 라고 해야할지 아무튼 재미있게 작용했던 요소가 퀵스타터 양식을 따르다보니 캐메 조건에 '재력'이 붙어 있었는데 기본적으로 퀵스타터는 40 이상은 찍어야 하다보니 재력이 기본 40이 되어서?! 전원이 완전 재력 가문인?! 설정이 되어버린 게 넘 즐거웠습니다ㅎㅎ 캐메에서 비롯되는 의도치 않은 선관...! 을매나 쩌는 캐릭터가 만들어졌게요(?? 보통 크툴루에서 허름한 일반인만 하다 보니 이런 재벌 캐릭터 해보는 것도 넘 재미있었고 세계관 특유의 비참함과 어우러져서 더 입체감이 느껴지지 않았나 싶네요ㅎㅎ


 그렇게 만들어진 우리의 개성 쩌는 PC 군단 보시겠습니까?!


 우선... 저는 강희준이라는 이름의 30세 재벌가 아드님 캐릭터를 만들었습니다! 원래 이런 캐릭터를 할 생각은 없었는데 능력치도 굴려서 분배하다보니 크기 80에 외모 40이라는 조합이 나와버려서(? 덩치 크고 못생겼는데 재력이 많다니... 이이건 그냥 금수저 ㅋㅋㅋㅋ 라는 설정으로밖에 표현할 수 없겠는걸ㅠㅠ 하면서 자동으로 재벌집 아드님이 탄생하게 되었고요(? 주제에 근접전을 하나도 안찍어서 내내 팔만 휘적휘적 하다가 왔던... ㅠ0ㅠ 재벌가 중에서도 장난감 기업의 후계자라는 설정이라 기계 수리나 중장비(????)에 능하다는 설정이었는데 나름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활약을 해서 즐거웠습니다. 후후... 성격은 아무 생각 없는 재벌가 도련님 느낌? 사는 게 뭐 재미있지도 않고 특별하지도 않은 그런 덤덤~한 캐릭터였네요!


 그리고 크툴루 천재 플레이어 라무(?)는 이번에도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 쩌는 캐릭터를 만들어주었습니닼ㅋㅋㅋㅋ 무려 최시은이라는 이름의 29세 전직 '국민' 복싱 선수!ㅋㅋㅋ 전성기 때의 위상은 그야말로 파퀴아오 급의(?) 멋진 여자 파이터였네요+_+ 지금은 은퇴하고 코치를 하면서 간간히 인스타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설정이었는데(?) 속물적인 성격으로 제대로 된 혼처를 찾기 위해 PC들의 와인 모임에 참가하게 되었다는 백스토리까지... 크흡, 당연히 근접전 빳따의 빌딩이 되어서 뭐 싸우는 일 있을 때마다 남자들 둘이 쪼르르 뒤에 숨어서 무기 쥐어주는 듯한 장면이 자꾸 연출되는데 넘 그때마다 흥겹고 즐거웠어요ㅎㅎ 시은아, 우리 지켜줄 거지?^^ 오빠 나만 믿어 휙휙!ㅋㅋ


 아본님은 이민희라는 35세의 와인바 사장님을 데려와 주셨는데요! 무려 선글라스 미녀!ㅋㅋㅋ 그리고 이 선글라스가 뒤에 엄청난 복선으로 작용하게 되는데^^(? 아무튼! 부모님이 사준 와인 가게를 적당히 운영하면서 (소재지: 용산 부자 동네) 튼튼한 멘탈로 편한 일생을 보내고 있다는 설정이었네요ㅎㅎ 민희가 와인바를 운영해준 덕분에 저희도 모여서 선관을 쉽게 만들 수 있었다고 합니다(!) 와인 가게 사장이긴 하지만 실제 운영은 밑사람들이 하기 때문에 정작 본인은 와인에 대해서 그닥 아는 게 없다는(? 참으로 금수저적인 설정이 붙어있었습니다^^ 그래도 사장은 사장이라 말재주라든가 관찰력, 자료 조사 같은 쪽으로 맹활약했고 플레이어들 중에서 유일한 운전러(?)라서 나중에 큰 활약도 해주었네요. 아휴 거참^^ 세션 초중후반부 모든 곳에서 활약한 멋진 여사장님이었습니다. (썬글라스티콘


 마지막으로 파이님은 박지완이라는 38세 의사를 데려와 주셨습니다! 근력이 40에ㅠ 완전 야리야리하고 나이도 제일 많은 연장자로 당연히 의료/응급처치 기능 쪽으로 특화된 캐릭터였는데 정작 본인이 제일 많이 다치는..ㅠ..ㅠㅠ... 비운의 사태가... 아아..ㅠㅠㅠ... ㅠㅠ 하지만 그는 단지 당하기만 하는 캐릭터는 아니었던 것입니다(? 맞은 만큼 돌려준다(?? 무려 PC중에 유일하게 '각성' 모드를 가지고 있었던!ㅋㅋㅋㅋ 아니 분명히 후방 지원캐인데 대미지가..?! 엄청 절륜하게 나오기도 했던... 정말 존재 그 자체가 드라마였던 재미있는 캐릭터였습니닼ㅋㅋㅋ 세션 중에 많이 나오진 않았지만 이 와인 동호회 사람들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와인에 대한 지식이 있는(?) 캐릭터라 혼자 와인 TMI를 하면 민희가 넙쭉 받아서 술을 내오고 그걸 희준이 시은이 사버리게 되는 그림이 만들어지면서 선관이 완성되었어요.(?


 앞에서도 드문드문 얘기했지만, 그렇습니다...! 저희는 모두 상류층! 평범한 소꿉친구 선관으로는 만족할 수 없죠! 지인제로만 가입할 수 있는 상류층 카페의 '와인 동호회' 카테고리에서 만난 이 네 사람은, 누군가는 술을 팔기 위해, 누군가는 정말 술이 좋아서, 누군가는 혼처를 찾으려고, 누군가는 처음 해본 동호회 활동이라는 이유로(?) 함께 이민희의 와인 바에서 술을 나누는, 그런 껄쩍지근한 듯 친근한 듯 묘한 상류층 특유의 거리감 있는 관계 속에 놓인 친구들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이 넷에게 닥친... 불운의, 아니, 이상한 사건. 미고스크의 안내에 이끌려 모든 일이 시작되고 마는데요...



 2. 세션


 사실 이번 세션은 좀 각오를 하고 왔습니다ㅠㅠ 약간 스크래치가 생길 수 있어도 피드백을 제대로 해주자! 라고! 으으아아아! 사실 전 피드백이라는 건 좋은 점만 얘기해줘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편이긴 해요... 부족한 점은 어차피 제작자 자신이 제일 잘 알기 때문에ㅠㅠ 좋은 점을 조명해주고 더 좋아질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평소와 달리 이번에는... 공모전 출품을 목적으로 하는 시나리오이기도 하고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완성도를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부족한 점도 가능하면 적나라하게 얘기해주는 게 좋겠다 싶어서 바짝 긴장하고 왔습죠. 단점 위주 피드백이 단거리 경주를 할 때는 훨씬 도움이 되긴 하거든요.


 아무튼, 그렇게 각오를 하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시나리오를 넘 공들여서 잘 만들어서 사실 크게 할 말은 없었습니다ㅎㅎ 그냥 마지막의 마지막에 걸려있는, 어쩌면 제 취향의 바운더리에 관한 이야기일 수도 있는 부분까지 긁어서 얘기하긴 했는데 어떻게 써먹을지는 이제 전적으로 마스터님께 달렸고요ㅎㅎ 다른 분들이 좋은 아이디어와 피드백을 차고 넘치게 주셨기 때문에 덧붙일 말도 별로 없었습니다. 그만큼 완성도 높은 세션이었어요! 아니 어떻게 이게 2회차야(? 분명 오늘 나온 피드백들  중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 위주로 선택해서 반영하면 더 쩌는 세션이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ㅎㅎ


 스포 없이 잠깐 소개하자면... 일단 포스트 아포칼립스 풍의 좀비물입니다. 좀비물을 배경으로 한 세션이 없는 건 아니지만 한국 배경의, 그것도 크툴루로 하는 좁비물은 처음이어서 무척 흥미로웠어요. 소재만 잘 살려줘도 충분히 재미있겠다 싶었는데 마스터님이 너무 뭔가를 잘 아는 분이라(?? 진짜 좀비물에서 기대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시츄에이션과 흥미진진한 장면을 아주 조직적으로 잘 짜서 넣어놨더라고요! 크툴루치고도 굉장히 스케일이 큰 편이었는데 그냥 세계관이 넓다는 의미의 스케일이 아니라 기존의 크툴루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다양한 여러가지 상황이 생겨나고 그걸 대처하기 위해 방법을 찾고 움직이는 그 모든 과정에서 넉넉한 스케일이 느껴졌습니다. 이건 좀 스포인데ㅋㅋㅋ [아니 어떠케 중장비로 둑 무너뜨려서 좀비를 쓸어버리는 이런 천재적인 장면을 넣을 수 있어요(??? 나 솔직히 그때 울 뻔했다(?? < 중장비 찍은 사람] 와오, 정말... 스케일은 이렇게 다루는 거죠^^ 하는 마스터의 저력이 느껴지는 시나리오였습니다! 13시대 류의 레이드 시나리오를 많이 마스터링해보신 결과일까? @ㅅ@*


 퀘스트의 스케일이 크고 할 수 있는 선택지가 다양하게 존재하다 보니 이 시나리오에서는 자연스럽게 가지고 있는 거의 모든 기능을 쥐어 짜서 해결 방법을 찾게 됩니다. 보통 크툴루 플레이하면 관듣자만 굴리다가 끝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어쩔 수 없는 부분ㅠ) 이 시나리오에서는 관듣자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 외에 온갖 기능! 특히나 기존의 시나리오에서는 쉽게 써보지 못하는 기능을 써서 퀘스트를 해결하고 앞으로 나아가는게 진짜 너-무 너무너무 좋았어요! 크툴루 할 때마다 늘 제일 아쉬운 게 여러 기능을 찍어도 다 써보지 못한다는 것이었는데 이번 시나리오에서는 온갖 기능 다 써볼 수 있고 그게 유의미한 결과로 도출되는 게 너무 너무 즐거웠습니다ㅠ_ㅠ~ 약간 이케이케 대충 그려서 넣었더니 3D 프린터로 뭔가가 만들어지는 느낌...? 크툴루 같은 룰에서 이런 자유도를 맛볼 수 있는 거 너무 대단하지 않나요... 저는 그랬네요!


 그리고 시나리오와는 별개로 마스터의 진행 템포도 정말 너무 좋았어요. 볼륨이 큰 시나리오다 보니 특정 구간에서 늘어지거나 진행이 안 되면 지루해질 수 있는데 미씽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레일로드의 장점을 십분 살려서 다음 단계로 슥슥 진행할 수 있도록 장면간 고리를 확실하게 제시해주는 게 좋았고, 조사 루트도 시원하게 뚫려 있어서 정보도 팍팍 얻을 수 있는 게 PL적으로 배려받는 기분이라 넘 좋았어요..! 레일로드의 장점을 활용할 줄 아는 마스터라고 생각하는데 시나리오 뿐만이 아니라 마스터링도 시원시원하게 해줘서 그야말로 한 편의 뻥 뚫린 액션 영화를 보는 듯 했어요ㅎㅎ 음? 귀에 들려오는 이 메탈 소리는...? 매드 X스...? 매드 크툴루?! 크툴루 맥스?!?! 


 거기다 강햄님이 만들어주신 아이템 핸드아웃까지...ㅠ0ㅠ 핸드아웃 퀄리티 좀 보실래요? 흑흑 ㅠ0ㅠ 일단 앞면만...!





 아니... 아니 이건...? 그냥 기성 보드게임 카드 가져온 것 같은 퀄리티잖아요!ㅠ0ㅠㅠ 와 다들 뒷면보고 다들 와... 와...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ㅠㅠㅠ 배경도 쩌는데 저 폰트랑 제목 부분에 희미하게 터트린 핏자국도 너무 절묘하고...ㅠㅠㅠㅠ 회색빛 도시에 크으윽...! 뒷면만 딱 봐도 우리가 지금 무슨 상황이고 어떤 세계에 들어와있는지가 넘 적나라하게 느껴져서 좋았어요ㅠ0ㅠ 이런 세계관과 스토리를 반영한 디자인 정말 정말 사랑합니다...


 아무튼 덕분에 세션 몰입도도 배가 되었어요!ㅎㅎ 장소를 열심히 뒤지고 조킹할 때마다 하나둘씩 나와주는 아이템들... 앗, 그리고 정말 좋았던 게 이 세션에서 얻었던 아이템 중에 쓸모 없는 아이템이 하나도 없었다는 거예요! 정말 모든 아이템이 다 서사적으로나 데이터적으로나 의미를 가지고 있고 마지막까지 그 사용처를 고민하면서 모든 아이템을 한 번씩 들여다보게 만드는 게 또 오지는 레벨 디자인이었네요 캬 군더더기 없는 이 아이템 더미라니ㅠㅠ...ㅠ...ㅠㅠ... 과연 빅박스 보드게임 계의 대부 더스크님... 뭘 좀 아셨던 것입니다... (침질질


 이런 다양하고 멋진 요소가 꽉 차있으니 세션이 노잼일 수가 없죠! 그리고 또 이 시나리오의 숨은 강점이라면 (제가 생각했을 때는 최대 강점) 기존 크툴루 시나리오의 클래식한 구성을 그대로 따라가면서도 지루함 없이, 그리고 깔끔하게 서사를 이어간다는 거예요. 크툴루 클래식이라면 역시 이상한 일이 발생 -> 조사 -> 심연에 도달 -> 전투 -> 에필로그의 구성인데, 뭐 대부분의 크툴루 시나리오가 이런 구성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더스크님의 시나리오는 그야말로 클래식- 이거든요. 그 흔한 냐루 하나 나오지 않아(??) 라기 보다 사건의 핵심에 전형적인 크툴루 신화 생물을 놓아두고 그 안으로 다가가는 과정에서 만나는 에너미조차 전형적인 크툴루의 악역들! (사이비 종교라든가) 마치 고전을 길어서 현대식으로 다시 해석하는 느낌이라 너무 좋은데, 심지어 지루하지 않게 제대로 짜냈어요ㅠㅠ... 크툴루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나름대로 대답을 할 수 있는 정도의 시나리오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전투! 전투가 정말 재미있었는데요. 특히 클라이맥스 전투가 정말 좋았습니다. 크툴루 하면서 이렇게 전략적이고 스릴 넘치는 전투를 해보다니 완전 호화ㅠㅠ 일단 등장하는 에너미 중에 역할이 없는 더미 에너미가 하나도 없습니다. 작은 에너미도 자신의 역할을 확실히 가지고 있고 모든 에너미가 조화를 이뤄서 PC의 앞길을 막아요. 모든 에너미의 역할이 분명하다보니 적을 물리치는 과정 하나 하나가 작은 소규모 퀘스트처럼 느껴집니다! 1단계 저놈을 무찌르고, 2단계 저놈을 피하고, 3단계 저쪽에 가서 이걸 하고 등등. 이런 퀘스트적인 구성에서 자연스럽게 전략이 생겨납니다. 너는 이거 해! 나는 저거 할 테니까 이게 이렇게 되면 그땐 이렇게 하자 같은 식으로. 미쳐 돌아가는 상황 속에서 침착하게 이성을 유지하며 적진으로 한발 한발 나아가는 구성... 아 너무나 승리의 조합 아닙니까ㅠㅠ... 흑흑... 갓스크님...ㅠ0ㅠ... 유일한 약점인 전투가 재미있는 크툴루라니... 최강입니다.


 이런 효율적인 구성은 이 시나리오 전반의 장점이자 더스크님 시나리오의 장점이기도 해요. 적도 적이지만 NPC나 배경 하나도 불필요한 요소가 전혀 없었거든요. 어디에 가서 누구를 만나더라도 의미있는 결과가 지속적으로 계속 도출됩니다. 덕분에 레일로드가 힘을 얻어요. 그런데도 볼륨감은 상당하고... 맛있는 요리가 계속 나오는 만한전석 같은 세션이고 이런 점에서 누가 해도 일정 이상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안정적인 세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미씽에서도 느낀 장점인데 아웃 브레이크에서는 더 드라마틱한 방식으로 드러나요ㅠㅠ 제가 왜 이런 얘기를 하는지는 직접 해보시면 알 거예요!


 자아, 스포 없이 소개할 수 있는 내용은 거의 쓴 듯하니 슬슬 스포일러를 가미한 후기로 넘어가볼까 하는데요ㅎㅎ 정말 재미있는 일이 너무 많이 일어난 세션이라..ㅋㅋㅋ 꼭 스포 후기를 남겨야곘습니다. 과연... 그리하여...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세계에 떨어져 버린 금수저들 앞에는 무슨 일이 벌어졌나? 




 

 그렇게... 아웃 브레이크 세션이 끝이 납니다. 쓰다 보니 너무 길어졌는데ㅠ 이 정도 볼륨의, 이 정도 정성의 세션에는 이렇게 보답하는 수밖에 없고요ㅠ0ㅠ 휴우, 가능하다면 테플이 좀 더 많이 돌아가서 다른 분들의 피드백도 많이 받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만큼 공들인 시나리오이고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부분도 굉장히 많아요. 후기에 최대한 전부 담아내려고 했는데 잘 됐는지는 모르겠습니다8ㅅ8



 3. 마무리


 결론을 말하자면 그동안 크툴루를 하면서 아쉬웠던 부분들, 또는 생각지 못했던 부분들을 해소할 수 있는 멋진 시나리오였어요. 일단 시트에 찍어둔 기능을 거의 다, 그것도 매우 알차게 쥐어 짜면서 플레이할 수 있었다는 게 완전 대만족이었고 좀비물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불타는 상황을 여러 각도에서 충실하게 맛볼 수 있는 것도 좋았습니다. 저는 좀비물을 그닥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도 세션 내내 시나리오의 매력에 푹 빠져 즐길 수 있었고요.


 초반에 좀 더 장기적인 목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했으면 좋겠다든가, 핵심적인 배경 서사가 시나리오에 녹아있으면 좋겠다든가 몇몇 자잘한 피드백을 드리긴 했는데 마스터님의 제작 방향에 맞춰서 도움이 되는 부분들은 취사 선택되었으면 하는 바람이고요ㅎㅎ 2회차 테플이 이 수준인데 정말... 앞으로 몇번 더 테플을 하면서 다듬으면 한국형 좀비물 크툴루라는 이름에 걸맞는 멋진 시나리오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더스크툴루 세션의 명성은 이미 미씽으로 유명하지 않나요? 미씽을 재미있게 해보셨다면, 그리고 각잡고 준비한 좀비물 크툴루를 즐겨보고 싶으시다면 아웃  브레이크 테플 놓치지 말고 꼭 참석하세요 '-^* 세션의 재미와 감동을 제가 보증해봅니다. 헤헷. 



 4. 러브레터


 더스크님 : 티알 시작하고 널 만난 게 내 티알 인생에서 손에 꼽는 좋은 일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늘 믿고 함께 플레이한다ㅎㅎ 공모전 시나리오라서 확실히 공들인 느낌이 있었고 미씽 때 보여줬던 장점까지 고스란히 가져온 데다가 좀비물 장르에서 기대할 수 있는 요소들도 꽉꽉 눌러 담은 멋진 시나리오였어요! 필요한 것만 딱 정제해서 깔끔하게 내놓는 마스터링도 늘 훌륭하고ㅎㅎ PL들이 워낙 빠요엔이다 보니 마스터링 피로도도 꽤 있었을 텐데 마지막까지 진심으로 즐겁게 응대해줘서 즐거웠다요ㅎㅎ 피드백이 좀 모자랐나 싶어서 끝나고 나니 약간 미안하기도 한데ㅠㅠ 이 후기로나마 보답이 좀 더 되었으면 합니다..! ㅠ0ㅠ 영광스러운 2회차 테플에 불러줘서 너무 너무 고마웠어ㅠㅠㅠ 정말 즐겁게 했구 난 너의 제3의, 제4의 시나리오도 기다린다ㅎㅎ 그때도 좋은 후기 써줄게! >< 꼭 불러주고 우리 오래 오래 빅박스 게임 덕질하며 함께 합시다! ㅋㅋㅋ


 라무님 : 피드백 꼼꼼하게 하는 거 너무 존멋이구 플레이도 재미있게 하구ㅠㅅㅠ 라무쟝 최고다... 넌 역시 천부적인 크툴루 플레이어 + 매니저야ㅠ0ㅠ 피드백은 정말 꼼꼼하게 잘 줘서 내 턴에 할말이 거의 없을 정도였어ㅎㅎ 아마 라무쟝 피드백만 잘 반영해도 갓세션에서 갓갓갓세션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ㅎㅎ 최시은 캐릭터도 육체캐로 활약하느라 고생했는데 그 와중에도 알피할 건 또 알피하고 설정 잡을 건 잡는 모습에 역시 감탄했닼ㅋㅋㅋ 크툴루는 라무처럼 플레이해야한다... (늘 하는 생각이다) 일정 잡고 파이님 모셔오고ㅠ0ㅠ 같이 준비하느라 넘 수고 많았으며 덕분에 더스크 신작 테플 넘넘 충만하고 즐겁게 할 수 있었다!ㅎㅎ 항상 고맙다요! 다음에 폭풍의 섬에서도 보자구 '-^*


 아본님 : 와인 바 운영하는 선글라스 미녀라는 설정이 이렇게 세션 내내 다 충실하게 쓰일 줄 정말 몰랐어욬ㅋㅋㅋ 특히 선글라스! 아아니 여기서 선글라스라니 이건  또 누르기 전에 눌러져 있는 구동 플레이어 아본님의 큰 그림...?! 정말 그 장면 너무 짜릿하고 즐거웠는데 민희의 비주얼마저 받쳐주기에 캬- 캬- 하면서 플레이했습니다^/^* 그 와중에 마지막 클라이맥스 전투에서는 완전 대활약하고ㅠ0ㅠ 역시 사람은 멘탈이 강해야 뭐든 할 수 있는 법이다(?) 멘탈퀸 캐릭터로 시작해서 멘탈퀸 캐릭터로 결말을 맺은 우리 민희 사장님... 잊지 못할 크툴루 PC 중 하나가 될 것 같습니다! ㅎㅎ 정말 너무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 이 다음에 할 세션들도 부디 잘 부탁드립니다+_+


 파이님 : 공휴이르 밖에서 뵙는 건 왠지 처음인 것 같은 파이님(?) 아 하지만 지완의 활약은 정말 굉장했습니다^^ 우리 유일 힐러가 초반부터 다치고; 온갖 고난이란 고난은 다 겪는 상황에서 병원 들어가자마자 갑자기 주사위 날뛰어서 각성하는 것도 넘 유열찬 포인트였고요(?? 마지막에 시은이랑 민희가 최대댐으로 상위권을 다투는데 갑자기 백마를 타고 나타나 폭댐을 때려버리는 것도 넘 PC적으로 인상적인 모먼트였습니다;; 지완 덕분에 플레이가 지루하지 않았던 것 같고 오늘 가장 주사위가 많이 날뛴 편이셔서 고생하셨을 텐데 마지막까지 즐겁게 해주셔서 저도 몰입할 수 있었어요!ㅎㅎ 저희 다음 공휴이르가 멀지 않았으니 그때 또 멋진 플레이 부탁드리겠습니다. 후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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