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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후기/인세인

오리엔트 특급

by 에이밍 2017. 2. 25.

날짜 2017. 02. 25. 土
GM 역설 (@paradoxcho) -
PC1 에이미 (@ehrtlr) 그리젤다 에르네스트
PC2 비플 (@Vfl0_0) 메이나 마가렛
PC3 도치 (@anwisher) 윌리엄 제프
PC4 계피단지 (cinnamon_pot) 빈센트 반 시나몬

 

 이스탄불에서 파리로 향하는 오리엔트 특급 열차. 에르네스트 후작 가문의 후계자인 그리젤다(에이미)는 지끈지끈한 머리와 함께 기차에 몸을 싣었다. 삶의 애환이 느껴지는 차장 윌리엄 제프(도치님)와 유명 탐정 메이나 마가렛(비플님)과 함께 1등석에서 휴식을 취하던 중, 기차 안에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혼란스러운 기차 안에서 2등석과 3등석이 들썩이는 도중, 빈센트 반 시나몬(계피단지님)이라는 소년이 탐정의 조수로 참가하면서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는데...

 

 드디어 했습니다. 소문의 역세인! 소문의 오리엔트 특급! 너무 재미있어서 에고님이 다른 인세인 테이블을 거절하셨다는 바로 그 세션! COT 경쟁률 1위 테이블! ㅋㅋㅋ (그만햐) 거기에 제가! 무려 PC3을 맡아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테플 때부터 눈여겨 보고 있던 세션이라 참가하지 못해 매우 아쉬워하고 있었는데, 오늘은 위해서였던 것입니다. (씨익)

 

 각설하고 저엉말 재미있는, 훌륭한 시나리오였습니다!

 

 그동안 인세인 꽤 했다고 생각했는데, 인세인이 무엇인지 제대로 맛본 느낌이었습니다. 이렇게 씬표까지 제대로 써서 한 적은 처음이었고, 중간에 핸드아웃이 바뀌는 경우도 처음이었고, 몇 사이클인지 모르고 플레이한 것도 처음! ㅋㅋㅋ 게다가 도입부나 마스터 씬의 분량이 상당히 구체적이라 약간 B급 스토리가 되기 쉬운 인세인치고는 굉장히 영화적인 구성으로 즐길 수 있었습니다!

 

 특히 도입부가 상당히 인상적이었어요! 제가 지금까지 했던 인세인은 인물들이 어떻게 만나게 되는지 플레이어들이 적당히 합의해서 진행하거나, 시나리오 도입부 자체가 함께 할 수밖에 없는(?) 설정으로 넣어서 진행하는 반면, 역설님은 인물들이 어떤 상황과 어떤 위치에 있고, 이들이 어떤 과정에서 서로 알게되는지 꼼꼼하게 RP하며 진행해주시더라고요. 마스터님 엄청 힘드시겠다; 싶으면서도 플레이하는 입장에선 매우 감동ㅠ 덕분에 도입부부터 완전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팬에게 미소 지어주는 귀족 아가씨 연기에 신남(?))

 

 중간 중간 들어가는 마스터 씬도 그저 정해져있는 이야기로 주르륵 흘러가는 게 아니라, 도중에 플레이어들이 계속 조킹이나 RP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나와서 마치 크툴루를 하는 듯한 느낌도 받았습니다. 인세인에서 이런 자유로움(?)이라니! 대충 플레이해도 클라이맥스까지는 무난하게 진행되는 인세인 특유의 안일함(?)이 느껴지지 않아서, 요 시점에서 아 이거 굉장히 잘 만든 시나리오구나ㅠㅠ 했습니다. 

 

 핸드아웃이 공간에 따라 배치 되는 구조도 좋았습니다. 별도의 지도나 마커 없이도 기차 안이 어떤 구성인지, 그리고 NPC들은 어디에 있고, 플레이어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는 구조였달까요ㅎㅎ 이건 인세인 정말 많이 해보고 연구해야 가능한 배치구나 하는 생각에 또 감탄... 어흑흑 감탄을 언제까지 해야하는 거냐! (아직 안끝남;)

 

 전체적인 시나리오 개연성도 아주 훌륭합니다. 도입 때 나왔던 이야기들이 끝나고 보니 응?! 하는 요소로 연결되는 경우도 있었고, PC들의 동기도 상당히 구체적이라 저마다 행동 원리가 분명한 게 재밌었어욬ㅋㅋㅋ (아무도 그녀에게 '그것'을 건네려고 하지 않았다ㅋㅋㅋㅋ) 뭣보다 오리엔트 특급이라는 제목과 시놉시스를 봤을 때 보고 싶은 장면들이 시나리오에 잘 녹아 있어서 만족스러웠습니다. 보드게임으로 치면 테마성 부분은 100점 만점의 100점!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놀라웠던 건 PC들의 동기가 달라지는 부분의 트리거였어요ㅎㅎ 그 부분은 참 뭐랄까, 스토리와 게임 시스템이 서로 포옹하듯이 얽혀있었다고 해야하나, 뭐라고 설명을 못하겠는데 직접 해봐 엉엉 ㅠㅠ 캐릭터의 변화를 게임 시스템으로 아주 설득력있게 잘 풀어낸 역설님의 설계에 놀랐습니다ㅠㅠ 이 부분이 가장 짜릿!한 순간이었어요. TRPG의 진가랄까, 새로운 차원의 인세인을 본 듯했습니다ㅠㅠㅠ 앞으로 이런 플레이를 또 할 수 있을지ㅠㅠㅠ

 

 이게 플레이할 때는 몰입하느라 잘 몰랐는데 후기 쓰면 쓸 수록 엄청난 시나리오구나 하는 느낌이 드네요... 어쨌든 엔딩은 저랑 비틀님 빼고 해피 엔딩(?)이었습니다ㅋㅋ 메, 메타적인 관점에선 저도 해피 엔딩인 것 같지만...! 그래도 오리엔트 특급 이후, 시나몬 군의 미래도 걱정되고 윌리엄 차장은.... 걱정 안함 -3- (감히 고인을 모욕...!ㅋㅋㅋㅋ ><) 

 

 인세인 치고는 스토리 분기가 엄청나서 다른 루트로 가면 어땠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다 들었네요ㅠㅠ 전 이거 관전하라고 해도 2~3번은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ㅋㅋ 다른 분기는 어떤 내용으로 전개될지 정말 궁금...! 제 캐릭터를 다른 분이 운용하시면 또 전혀 다른 스토리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아 궁금... (이러다 진짜 관전 신청ㅋㅋ)

 

 후기를 쓰고 나니 드는 생각은, 뭔가 단순한 인세인 시나리오라기보다, 인세인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역설님의 영화를 한 편 본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그 정도로 완성도 있고, 시스템 활용도가 어마무시하고, 스토리도 탄탄한... 갓세션이었습니다. 고생해서 신청하길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ㅎㅎ

 

 그럼 플레이어 감상(?)과 마스터님에 대한 감사로 마무리를...!

 

 비틀님은 오늘 처음 함께 플레이했는데 멘탈이... 걱정될 정도의 플레이를ㅠㅠ... 어헠... 혹시 제가 후반에 너무 몰아붙이지 않았나 해서 죄송하네요; 혹시라도 그런 기분 나쁜 요소가 조금이라도 있으셨으면 사죄를ㅠㅠㅠ 탐정이라는 역할 때문인지 플레이하는 내내 신중하게 고민하시는 모습이 보였습니다ㅠㅠ 단서 공유나 씬 등장 허락(?)도 너그럽게 해주셔서 덕분에 중요한 단서는 놓치지 않고 플레이할 수 있었고요ㅎㅎ 오늘 수고하셨고 감사합니다! >< 빠른 멘탈 회복 바라요;ㅁ; 탐정님 파이팅...!

 

 인세인 처음이라던 도치님은, 그래도 크툴루 경험이 있으셔서 그런지 RP를 너무나 훌륭하게 잘 해주셔서 시나리오에 생기를 불어 넣어주셨습니다! >< 오늘의 베스트 플레이어로 뽑히셨는데 정말 RP 가장 잘해주신 것 같고, 의심 받는 와중에도 흔들리지 않고 담담하게 자기 얘기 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ㅋㅋ 같이 크툴루하면 또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그러나 그녀는 부천이었고ㅠ) 비는 시간에 하자고 보드게임 챙겨오신 거나, 맛난 초콜렛 사오신 거나 여러모로 배려심 있고 따뜻한 플레이어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ㅎㅎ 멀리 계시지만 언젠가 꼭 다시 모셔서 플레이하고 말겠어요! 오늘 수고하셨습니다 ><

 

 그리고 또 다른 인세인 장인 계피단지님 ㅎㅎ 같은 테이블에서 뵙는 건 처음인데 어흑 역시 내공이 어마무시하시더란ㅠㅠㅠ 소년 RP도 훌륭하고, 뭣보다 캐릭터의 동기와 사명에 충실한 플레이를 하시는 모습에 감탄했습니다ㅎㅎ (파도를 거스르며 세션의 전설은 이것이었구나... 했네욬ㅋㅋ)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부분은 밀고 나가면서도, 빠질 부분은 딱 빠지시는 그런 게 신기했어요ㅎㅎ 덕분에 플레이도 생기가 있었고, 가진 어빌리티와 페널티를 적극 활용해서 클라이맥스 단계에서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시는 게 참... 무섭고도(?) 무서웠다(?!) 보드게임 하셔도 무지 잘하실 듯ㅠ 아무튼, 고수의 내공이 뭔지 시간이었습니다ㅎㅎ 오늘 함께 플레이해서 즐거웠습니다! ><

 

 마지막으로 이 모든 세션 준비를 손수 해주신 역설님! 핸드아웃 받을 때부터 퀄리티가 높아 두근두근 했는데 플레이하는 내내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즐겁고 감탄하고 감동하고 계속 그랬습니다ㅠ 회장에선 시끄럽기도 하고 첫 만남에 구체적으로 얘기하기도 좀 민망하여 이렇게 글로 푸네요ㅎㅎ 플레이 내내 소리 안들린다고 45도로 허리 굽혀서 계속 서 계시고ㅠㅠㅠㅠ 오늘 허리 무사하시려나ㅠㅠㅠ 가능한 재미있는 플레이가 되게 하려고 중간 중간 노력하시는 모습이 보여서 감동했습니다. 다시 한 번 세션 만들어주셔서 감사드리고 이렇게 정성이 들어간 멋진 시나리오에 참가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역설님 세션은 기회되면 언제든, 또 참여하고 싶습니다요ㅎㅎ

 

 언제나처럼 또 후기가 길어졌지만, 이번 세션은 이정도 후기로도 모자라다 싶을 정도로 풍성한 세션이었어요. 영화로 치면 다회차 관람이 필요한 그런 세션ㅎㅎ 다시 열리면 전 진짜 관전 갈지도 몰라요(?!) 아무튼, COT에서 좋은 행사 마련해주셔서 해보고 싶었던 세션에 너무나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인세인을 잊지 않으며... 언젠가 제가 인세인 마스터를 하게 되면, 그땐 이 세션 같은 세션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며 만들지 않을까 싶네요ㅎㅎ

 

 아직 해보지 않은 분들은 역설님 의욕이 다하기 전에 빨리 하셨으면 하는 바람 뿐입니다. ㅠㅠ 오리엔트 특급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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