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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후기/인세인

낙원

by 에이밍 2017. 5. 8.

낙원

: 인세인

 

마스터

녹차파우더님 (@melisi012)


플레이어

에이미 (@ehrtlr)

라무님 (@incabinet)



 안녕, 내 이름은 마츠다 세이치로야. 나이는 24살. 행사 기획자로 일하고 있는 건장한 남성이지. 하하하. 여자친구는... 없고. 아니 뭐, 꼭 연애를 해야 하나? 나는 취미 생활만으로도 엄청 행복하다고! 예전엔 마츠다 세이코를 좀 오래 좋아했지만, 요즘은 완전히 TRPG에 빠져있어. 이런 재미있는 게 있는 줄 알았으면 일치감치 다 접고 이거나 했을 텐데 말이지. 아무튼, 오랜만에 세션하러 가는 중... 응? 잠깐! 어이, 거기 너! 너... 나카모리 나츠 아냐? 살아있었냐? 그런데 여긴 왜... 으응? TRPG 하러 왔다고?



 (도입부 소개 쓰다보니 세션 내용과는 전혀 관계없는 내용이;) 라무 홈파티(?)날 플레이하게 된 낙원입니다. 이 시나리오도 굉장히 해보고 싶었는데, 사실 할 기회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보통 팀원들하고 플레이하는 편이라 최고 3명 이상은 늘 함께하기 때문에... 그런데 마침 녹차파우더님이 돌려주신다고 해서 즐겁게 임했습니다!


 ...으아아아아! 안했으면 후회할 뻔ㅠㅠㅠㅠㅠㅠㅠㅠ


 디오다디장에 왜 이렇게 좋은 시나리오가 많은 거죠? 역설님이 마스터링 해주신 우주선 프린키피움도 엄청 훌륭했고, 이 시나리오도 엄청 훌륭... 짧다고 무시할 게 아니었습니다. 이 시나리오, 어마무시한 트릭을 가지고 있어요. 심지어 그 트릭을 플레이어 스스로 밟게 만드는 플레이 흐름이 정말 훌륭... 인세인 하면서 머리가 띵-한 충격을 받은 건 긴 그림자 이후 오랜만이었습니다ㅠ


 핸드아웃 단 3장으로 사람을 그렇게 고민하게 만들고, 그렇게 절망하게 만들 줄은 정말8ㅅ8 인세인이라는 시스템이 제공할 수 있는 유저 경험의 정점이 이런 게 아닌가 했습니다. 기존의 소설이나 애니메이션 같은 매체라면 수동적으로 주입되기만 할 스토리를, 유저가 스스로 선택해서 경험하게 만드는 메커니즘이 무섭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유저 선택에 따른 경험, 이건 비주얼 노블이나 어드벤처 장르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형식이긴 합니다만, 인세인, 아니 어쩄든 TRPG는 1회용이잖아요? 세이브/로드로 다른 분기를 고를 수 있는 게임과 달리 TRPG계의 어드벤처 스토리는 한번의 플레이로 결착이 지어지기 때문에 그 선택의 의미가 더 크고 아프고 충격적으로 다가옵니다... 라는 걸 이번 세션에서 느꼈어요ㅠ 세션 후에 다른 분기를 알고 새로 플레이한다고 해도, 그건 내가 처음 이 시나리오를 플레이했을 때와는 엄연히 다를 수밖에 없으니까요. (사실상 플레이가 불가능하기도 하고.) 이것이 또 인세인의 매력... 다시 한 번 인세인의 매력에 푹 빠져드는 계기가 되었습니다ㅠ


 여러 분기가 있고 그에 따른 여러 엔딩이 있는 게임과 달리, 인세인은 여러 분기가 있어도 결국 진상은 하나입니다. 어떤 루트로든 그 진상을 알아버리면 처음 같은 플레이는 절대 불가능하고요. 그런 점에서 인세인을 위시한 TRPG 시나리오는 사실상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한 시스템이에요. 플레이어가 진상을 알아가는 과정을 어떻게 가장 효과적인 형태로 만들 수 있을 것인가, 그 고민의 결과를 잘 담아낸 시나리오가 이 '낙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유저의 경험을 예측해서 자연스러운 형태로 조율한다는 게 절대 쉬운 일은 아니에요ㅠ 스토리 작법의 기술이라는 건, 결국 저것이 핵심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 시나리오는 단 핸드아웃 3개 꺼내는 걸로 게임을 끝ㅋ 내버리더라고요. 제가 유독 정도를 밟긴 했지만 (큣쟝 플레이를 들으면 사도로 걷는 길도 아예 없는 것 같진 않고ㅋㅋㅋ) 시나리오 제작자에게 완전히 속내를 다 들켜버린 그 느낌. 크, 제 나이에(?) 제 연륜에(?) 쉽게 겪을 수 있는 경험은 아니지요ㅎ 아직 플레이하지 않은 분이 있다면 너무나 추천하고 싶네요.


 시나리오 얘기로 잠깐 돌아오면 이래저래 과거의 악연을 묶인 나카모리 나츠(라무님)과 마츠다 세이치로(에이미)가 단 둘만이 남은 세계에서 낙원 라이프를 즐기는 내용으로 전개되었는데, TRPG로 묶였다는 설정 아니랄까봐 NPC를 마스터로 삼아 남는 시간 동안 온갖 단편 세션을 하면서 빈둥빈둥 놀았다는 쪽으로 내용이 가버렸습니닼ㅋㅋㅋㅋ (근데 진짜 저러면 마지 낙원일 것ㅠ) 그런 둘의 장난에 오냐오냐하며 맞춰주시는 녹차파우더님 ^^...


 아무튼, 인세인이니 그렇게 평화로운 분위기로만 진행될 리가 없습니다. 2사이클 들어서면서부터 뭔가 불길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고 결국 3사이클 즈음에 터져서 결정을 내려야 할 상황이 되었죠. 그렇게 결정을 내렸는데... 어? 어? 어어어??


 마지막 선택의 시간 때는 정말 많이 고민했습니다ㅠㅠ; 인세인 하면서 이렇게 고민해본 건 처음이야 어흑; 이게 뭐라고 이렇게 고민을 하나ㅋㅋ 싶지만, 앞서도 말했듯 이건 TRPG 특유의 일회성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 같기도 하고, 그 어쩔 수 없음을 제대로 이용해먹은 디오다디장에게 박수를 우렁차게 보내드립니다ㅠㅠㅠㅠㅠㅠ 누구냐 이 시나리오 만든 인간 응? ㅠㅠㅠㅠ 대단함ㅠㅠ


 이쯤되면 디오다디장2도 나와야 하는데 왜 소식이 없는 건지... 모험기획국은 디오다디장2 작업에 올인하라 올인하라 너희들이 지금 다른 룰 만들고 있을 때냐! 싶고... 이것도 원래 동인 시나리오집으로 나왔던 걸 묶은 거라는데, 일본에서 인세인 인기 많으니 또 동인 시나리오 많이 쌓이지 않았을까ㅎㅎ 그러니까 또 엄선해서 2탄 내달라하고 외쳐봅니다. (그러나 1도 다 안해본 게 현실ㅋㅋ<)


 흐음, 시나리오 자체는 감동계라고는 하는데 플레이 성향과 PC들의 설정에 따라 많이 달라질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PC가 앤캐간의 조합이거나, 설정상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던가 하면 감동계/최루계로도 갈 수 있을 것 같지만, 이번에 저희처럼 적당히 친한 친구 사이였다면 절망계;로 갈 가능성도 크다고 봅니다. 트롤계도 있다고 들음(?)


 진상은 사람에 따라 그리 놀랍지 않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진상으로 가는 과정은 조-금 놀라우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2인플 시나리오인데다 플레이 타임도 짧아서 쉽게 구인하기가 어렵긴 하지만, 앤캐가 있고 조금 감동적인 스릴러 시나리오를 해보고 싶으시다면 대추천이에요. 혹은 인세인의 진가를 맛보고 싶으시다던가. <저는 이쪽이었습니다만.


 후기가 길어져서 빨리 자르고 함께한 분들 후기 ㅠㅠ


 오늘 처음 세션 함께 한 녹차파우더님! 녹차파우더님 세션은 늘 가고 싶었던 게 많은데 (팔에 새겨진 죽음ㅠㅠ 팔에 새겨진 죽음ㅠㅠ크흡ㅠㅠ) 이런 생각지도 못한 기회로 함께 하게 되서 너무 즐거웠어요! 게다가 시나리오가 너무 갓;이라서 어휴 녹차파우더님이 해주셔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ㅠㅠㅠ 우습게 봤다가 제대로 한방 먹었는데 그 모습을 녹차파우더님도 즐겨주신 것 같아서 기뻐요 ( /ㅅ/) 데헷! 다음에 저희 집 세션 때도(?) 초대하겠습니다! ㅋㅋㅋ 그때도 놀아주세용 /ㅅ/


 우왕 너무 좋은 홈파티 열어준 라무쟝 ;ㅅ; 재밌었다능! 엄마 새초밥의 충격은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고(..) 밥도 맛있었는데 과일도 맛있고 세션도 맛있어서(?) 너무 좋았다ㅠㅠ 낙원 시나리오 해보고 싶었는데 라무랑 같이 해서 좋았음ㅎㅎㅎ 내가 겪은 그 과정을(?) 라무가 겪었으면 어땠을지 조금 궁금하기도 하당ㅋㅋ 또 2인플 있으면 같이 하자능 /ㅅ/ 내가 어서 크툴루 하우스를 마련해서 초대를! (퍽퍽)


 우주선 프린키피움 할 때만 해도 와 이 이상의 퀄리티는 없겠다 했는데, 낙원은 또 낙원 나름대로 충격적이고 (메커니즘만 봤을 땐 오히려 우주선 프린키피움보다 훌륭했던 것 같기도...) 너무 인상깊게 해서 빨리 다른 디오다디장 시나리오도 해봐야겠다 싶습니다ㅠ 가족의 초상... 주홍색 연구... 한밤중의 동창회... 크흡!


 낙원... 꼭 해보십시오...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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