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플레이 후기/마기카로기아

A Restful Day / 지평선 끝, 멈춰진 시간

by 에이밍 2020. 9. 24.

 

 작년 2월 10일이 일이네요. 심연의 폭풍(이번 세션의 GM인 니은님이 소속되신 분과회)과 함께 연속살인가계(필자의 시나리오)를 돌렸던 게. 내심 티알피지를 그만두기로 하고 마스터링했던 마지막 세션이라 제게도 무척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결국 잘 돌아와서 열심히 복귀하고 있지만 (머쓱)

 

 여튼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쏟아부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달려들었고 플레이어분들도 늦은 시간까지 할 수 있는 걸 다해서 뛰어들어주신, 제 인생에서도 잊을 수 없는 세션 중 하나입니다. 설마 1년이나 지난 지금에 와서야 그 세션의 답을 다시 들을 수 있었을 줄은 몰랐고요.

 

 우중살인을 시작으로 연을 이어온 니은님께서 제안해주셔서, 무려 니은님의 그 유명한 시나리오들 두 편을 하루 만에 연이어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정말 저의 인복은... 제 사주에서 인복이 제일 좋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항상 좋은 분들이 곁에 계셔주시는데 이번 기회에 또 새삼 느꼈네요ㅠㅠ 대체 어느 플레이어가 저자 직강으로 하루에 시나리오를 두 개나 다녀올 수 있단 말인가요? 심지어 이런 형태로... 후기는 늘 마음을 눌러 담지만 이번에는 세션이 두 개였던 만큼 더 차고 넘칠 것 같습니다.

 

 우선 어떤 시나리오들인지 간단하게 얘기해볼까요/ㅅ/ 제가 다녀오게 된 시나리오는 천체비록(CELESTIAL MEMOIR)에 포함된 <A Restful Day>와 <지평선 끝, 멈춰진 시간 ~ Event Horizon>이라는 시나리오였고 둘 다 1인 플레이로 다녀왔습니다.

 

오신 김에 책도 보고 가세요 저어어어어엉말 이쁘거든요ㅠ

 

 A Restful Day : 마법사 인생을 마쳤다고 생각했는데 1계제가 되어있었던 것에 대해서

 

 처음 플레이하게 된 시나리오는 1계제 마법사를 대상으로 한 학원 배경의 시나리오인 <A Restful Day>입니다. 네? 1계제요?! 하시겠지만 네, 그 1계제가 맞고요ㅋㅋㅋ 1계제부터 천천히 마법사를 길러서 학원의 노예로 만들겠다는 라이터님의 의지가 보이는 읍읍 여튼 1계제 시나리오라니... (한때) 고계제에 찌들었던 사람으로서 너무 궁금하잖아요! 캐메할 때부터 사뭇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눈이 번쩍 떠질 만큼 신선한 시나리오였습니다.

 

 그리고 뭣보다 아카데미에 대한 사랑이 넘쳐흐르는 시나리오에요. 아카데미를 배경으로 한 시나리오 중에서도 이렇게 아카데미의 요소요소를 매력적으로 표현한 시나리오가 있을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막 이야기를 따라간다기보다 아카데미를 견학하는 느낌에 더 가까웠어요. 

 마법 학원 장면표(기본 룰북 p.228)에서 지나가듯이 봤던 것들이 실제 장소로 구현되어 학생의 입장으로 방문할 수 있는데 이게 은근히 뽕이 차더라고요. 마치 늘 꿈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이세계 학원에 직접 놀러 간 기분? 아카데미 배경에 잘 어울리는 BGM을 선정해주셔서 그걸 듣는 맛에 더 좋았던 것 같기도 하고요ㅎㅎ 지루하지 않게 틈틈히 BGM을 바꿔주시면서까지 아카데미 견학을 안내해주신 우리 세스... 상냥해...^//^

 자, 그래서 도대체 1계제 시나리오를 어떻게 구현하신 건가? 심지어 1인 시나리오이기 때문에 행동에 더욱 제약이 있을 텐데, 이걸 어떻게 풀어내셨을까? 하고 기대했는데... 진짜...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단순하고 고전적이지만 그만큼 효과적인 기믹을 몇 가지 사용해서 난제들을 해결하셨더라고요. 이 부분은 스포일러를 포함한 후기에서 좀 더 자세히 얘기할게요. 기믹 자체도 플레이하려는 분들께는 스포일 수 있으니!

 

 그래도 가능한 한 이 게임을 스포일러 없이 설명하자면...

 

 

마기로기로 즐기는 고전 어드벤처 같은 게임. 짤은 제 사랑 지오컨 시리즈의 외전 ADV..


 뭐랄까, 마기로기로 즐기는 고전 어드벤처 PC 게임 같은 느낌? 저는 90~00년대 고전 게임 개환장 미친애이기 때문에 도입에서 그 기믹이랑 맵 구성 보여주시는데 완-전 설레더라고요. 플레이하는 내내 내가 세션인지 세션이 나인지 하면서 혼미한 시간이 종종 찾아왔습니다ㅋㅋㅋ 하지만 이런 형태의 고전 어드벤처 게임은 이제 PC는 물론이거니와 모바일, 콘솔 그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는다고요ㅠ 그런데 그걸 TRPG에서 신작처럼 만나볼 수 있게 됐을 줄이야! 내가 얼마나 설렜는지 아무도 모르실 거야.

 전 류우타마 아직 못 해봤지만 왠지 류우타마도 이런 느낌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고 정발 되면 당장에 세션을 잡아서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마기로기를 하다가 자체적으로 류우타마 영업당하깈ㅋㅋ 으잌ㅋㅋ  아무튼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마기로기로 즐기는 고전 어드벤쳐 스타일의 학원 견학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 한 줄에 꽂히신다면 어서 천체비록을 번쩍 들어보세요. ^/^

 

 지평선 끝, 멈춰진 시간 : 당신 마법사 인생의 이야기 

 

 저는 니은님이 시나리오 제목을 정말 잘 지으신다고 생각하거든요. 제목만 보면 다 해보고 싶어져요(?) 그 마법사들의 선택이나 종언에서 황혼까지도 그렇고 뭔가 과하지 않게 중2병을 톡 두드리고 가는 느낌이라 좋아요. 그리고 실제로 시나리오를 플레이해보면 제목의 키워드가 모두 소화되고요. 으으, 세션 끝나고 제목 봤을 때 느껴지는 이런 포만감 너무 좋아요. <A Restful Day>도 딱 휴일 같은 느낌의 세션이라서 좋았거든요.

 그렇다면 <지평선 끝, 멈춰진 시간> (이하 지평끝)은 어떨까요? '지평선'에 '끝'에 '멈춰진 시간'까지 있는데... 시작부터 기미가 남다르긴 했습니다만 아니나 다를까 이 시나리오도 클리어한 후에 제목을 보니 기분 좋은 포만감이 느껴지는 그런 시나리오였어요. 저는 지평선 끝에서 멈춰진 시간을 다녀왔다고요. 하아...

 

 일단 이 시나리오는 마법사들이 접할 수 있는 어떤 특정 상황 그 자체를 구현한 시나리오입니다. 그래서 마기로기에 막 입문 중인 분들이 플레이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특정 상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어떤 결과로 나타나는지 적나라하게 경험할 수 있는 시나리오거든요. 시나리오 길이는 짤막하지만, PC의 고유한 서사를 들고 갈 수 있기 때문에 짧은 시간 동안 풍족하고 밀도 높은 드라마를 자아낼 수 있기도 합니다. PC에 따라서 다양한 대사와 감정이 출력될 것 같은 멋진 시나리오에요. 후우ㅠ... 결정적으로 저도 당했고요... 악 니은님 가만 안 둬 (칼을 간다(이따가 벤다

 

 마치 현미경으로 이야기를 당겨 보듯이, 그렇게 장면의 결을 느끼면서 플레이할 수 있는 시나리오입니다. 이 시나리오가 보여주고자 하는 그 장면들은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마기로기를 플레이하는 가장 핵심적인 장면이 될 수도 있어요. 짧지만 밀도 높은 풍부한 드라마를 즐길 수 있는 시나리오이기 때문에 마스터링하기에도 좋을 것 같고요. 그렇다고 군더더기가 있지도 않습니다. 잘 갈아낸 얼음의 단면처럼 투명하고 깨끗해요.

 

 두 개의 수레바퀴가 돌아가고


 스포일러 없이 설명해 드릴 수 있는 부분은 여기까지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실 스포일러를 포함한 후기를 읽으셔도 원본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크게 이해하실 수 없을 것 같아요. 이 두 시나리오… 특히 지평끝의 경우에는 완전히 제 PC의 맞춤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ㅠ 하… 아마도 굉장히 사적인 후기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심을 가지고 읽어주실 분들께는 미리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__)

 그럼 짧지만 강렬했던, 지평 끝에서 보낸 휴일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요.... 아, 이번 후기의 뒷부분에는 <연속살인가계>라는 시나리오의 스포도 함께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리 스포일러 표시를 해둘 테니 읽을 때 후루룩 넘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더보기

 

  너희가 1계제를 아느냐

  우선은 1계제 시절인 <A Restful Day>부터 시작합니다. 세스와 함께 아카데미의 분교로 잠시 견학을 가는 제 마법사 에디군. 아직 뽀작이 마법사, 사실 1계제면 마법사라고 할 수도 없는 수준(..)의 마법사인 에디는 그저 고계제 마법사인 세스만 믿고 졸졸졸 분교로 들어갑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 분교로 들어가자마자 세스가 1계제 뽀작이로 변한 게 아니겠습니까?! 이때 브금이 묘하게 진지해서 혼자 엉? 엉? 하면서 의심암귀를 띄웠는데 다행히 그 정도로 과격한 내용은 아니었어요ㅎ 수라도를 거쳐 온 플레이어는 이렇게 되는가...

 거기다 마중 나오기로 한 선생님들마저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는 상황. 심각하다면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에 둘은 분교를 돌아보기로 합니다. 다른 게 문제가 아니라 이 일에 대처할 수 있는 마법사가 1계제인 둘밖에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지요. 행여 단장이라도 나오면... 싸울 수 없어! 싸울 수 없다고ㅠㅋㅋㅋㅋ 하지만 여기가 포인트였는데 1계제 시나리오에서 전투를 어떻게 꾸려나가야 하는 지를 모범적인 방식으로 보여주시더라고요.

 일단 단장전이 없습니다. 안 그래도 나약한 1계제들이 단장전을 하다가 클맥에서 산화하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고 시나리오가 너무 길어지지 않도록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고도 생각합니다. 전투는 클라이맥스에서 한 번만 이루어지는데 그전까지 이것저것 준비할 수 있도록 해주셨기 때문에 클맥 전투도 나름 재미있었어요... 랄까 이 1계제 금서전.... 이거 정말 어디서도 맛보지 못한ㅋㅋㅋ 숟딜의 미묘함?! 과 기존에 펑펑하던 것을 하지 못하니 다른 방향으로 머리를 쓰게 되어서 솔직히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전투는 클맥에서 굵게 진행하는 대신 조사 페이즈가 굉장히 풍부합니다. 조사 페이즈가 좋은 게 정말 많았는데요. 우선 놀랍게도 이 시나리오는 ‘사이클’이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진행하느냐면 바로 이것이지요.

 

어디에 쓰는 물건인고?

 

 마력의 파편이라 불리는 행동 포인트인데, <A Restful Day>는 이 포인트를 이용해서 씬을 엽니다. 처음 시작할 때에 10개가 주어지는데, 1개를 소모하면 씬을 하나 열 수 있습니다. 운명변화가 떨어졌을 때는 2개를 이용해서 제거할 수 있고, 클라이맥스까지 가져가면 1개당 마소 1개로 변환하거나, 마법전 중에 1개로 마력을 회복할 수도 있습니다. 소모성 자원이긴 하지만 중간에 과자실。^‿^。에서 가챠를 통해 추가로 얻을 수도 있기 때문에 유동적으로 관리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마냥 함부로 다루면 안 되는 것이, 이 마력의 파편이 최초로 5개 이하가 되면 운명변화인 <수면>이 떨어지는 데다가 <수면>을 두 번 받으면 행동불능이 되기 때문이죠. 행동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자원인 동시에, 게임 오버를 시킬 수도 있는 무시무시한 자원이 바로 이 마력의 파편이다 이것입니다 헉헉헉 너무 좋아 헉헉헉

 

 사담이지만 저는 이렇게 종합적으로 쓰이는 자원 어어어어엄청 좋아해요! 여러 개의 자원이 여러 개의 행동을 지원하는 시스템의 경우엔 자원을 얻는 과정이 게임의 핵심이 되는 반면, 하나의 자원으로 여러 가지의 행동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은 어떤 행동을 하느냐가 핵심이 되기 때문에 플레이어의 역량에 좀 더 많은 자유를 주는 느낌이거든요. 하고 싶은 행동을 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을 찾아다니는 것과 제한된 자원 안에서 하고 싶은 행동을 고르는 차이인데 JRPG 감성이 익숙한 저는 후자가 훨씬 좋습니다.

 

  스테이터스 뿐만이 아니에요... 이 맵 UI도 좀 보실래요? 딱 고전 어드벤쳐 풍으로 만들어져 있거든요. 보세요! 저 장소 버튼 다 눌러보고 싶게 생겼잖아요ㅋㅋㅋ 글자 누르면 팝업으로 배경 이미지 뜨고 그 위로 캐릭터가 서서 또르르르하고 글자 띄워줄 것 같잖아요. 그리고 그 옆에 조그마한 팝업 뜨면서 메뉴 버튼 2~3개쯤 뜰 것 같잖아요. 이걸 어떻게 버틸 수 잆어요... 못 버텨... ㅇ)-(

 

맵에 장소 버튼을 달아두면 누르고 싶어하는 병이 있다

 

 하지만 아직입니다. 이 시나리오의 진짜 알토란은 따로 있습니다... JRPG의 꽃이라면 반드시 구현되어야 하는 그것... 무려 그것이 구현되어 있단 말입니다...


 JRPG의 꽃은? 서브 퀘스트죠

 개인적으로 JRPG의 꽃은 서브 퀘스트라고 생각하는 파입니다. 젤다 안 구하고 평원을 헤집어 본 분이면 다들 공감하셔야만(?) 게임 이곳저곳에 숨겨져 있는 부담 없는 작달막한 퀘스트들을 포도송이 깨 먹듯이 알알이 즐기는 게 JRPG의 축소 지향적인 정서에 딱 맞는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이 시나리오 역시 귀여운 서브 퀘스트들이 잔뜩 포진해있습니다. 그것도 학원 씬표에 기반한 서브 퀘스트에요. 아 너무!!! !! !

 역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비밀의 방(과자실)에서 돌리는 가챠 게임이었는데, 마스터와 플롯 싸움을 해서 주사위를 맞추는 만큼 마력의 파편을 보충해주는 퀘스트였습니다. 이런 거 안 할 수가 없어서; 연달아 두 번인가 했는데 그렇게 마력의 파편을 최대치까지 채우고 나니 정말 뿌듯하고 좋더라고요^//^ 전부 다 맞추지 못한 건 조금 아깝습니다만? 쳇=)

 

 그 외에도 마력의 파편을 이용해서 보건실의 학생을 도와주거나, 랜덤 특기로 판정해서 학생의 자습을 도와주는 이벤트들이 알알이 박혀 있습니다. 이렇게 분교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서브 퀘스트를 해결하는 과정이 어찌나 마법사가 되는 방법스럽기도 하고 요정전설 수정 이벤트스럽기도 하던지/ㅅ/ 설마 마기로기를 하면서 고전 어드벤처의 맛을 이렇게 진하게 느낄 수 있을 줄 몰랐다고요ㅠ 워낙 고전 어드벤쳐 씹덕인지라 중간부터는 이대로 세션에 갇히고 싶다(?)는 생각도 잠깐 들었습니다... 아... 영원히 끝나지 말아줘, 모험아.

 

설마 이 짤을 쓰게 될 줄이야 (은은)

 

 마기로기 어드벤처를 여행하는 마법사를 위한 안내자

 

 하지만 아무리 재미있는 어드벤처라도 처음엔 빅5 이용권도 끊어주고 같이 아이스크림도 먹어줄 사람이 필요한 법입니다. 제 세션에서는 '세스 크리스텐센'이라는 5계제 마법사님이 함께 해주셨는데요/ㅅ/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제 사서님입니다. (침착) 아니 말 나온 김에 우리 대모님 얼굴 좀 볼래요??? 보자보자.

 

이렇게 이쁠 일인가??? (본체)

 

 겉모습은 조금 차가워 보이지만 속은 다정하기 짝이 없는ㅠ 그야말로 쿨미녀의 정석인 세스... 쿨한 캐릭터를 운용하다 보면 매정하게 표현될 때가 많은데 세스는 그런 매정함이 없어서 좋아요. 정말 온도 딱 맞춰 나온 쿨걸이고요;; 니은님의 이런 균형감각 경험할 때마다 매번 감탄입니다 정말ㅠ...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번 세션에서 세스는 저 쿨미녀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아카데미에 들어오자마자 이상한 마력이 작동해서 세스도 갑자기 1계제가 되어버렸거든요. 그리하여 쿨미녀에서 쿨꼬맹이로 바뀌고 마는데...

 

이렇게 귀여울 일인가?????? (부캐)

 

 ㅇ)-(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지 않겠습니다. 정말 사정없이 귀여운 거 아닙ㄴㅣ까... 세스의 쿨한 인상도 남아있으면서 귀여움이 뽀작뽀작 가미된 1계제 마법사라니!!ㅋㅋㅋ 개인적으로 머리에 들어간 저 별빛 음영이 너무 좋아요. 세스니까 아마 얼음의 반짝임을 표현한 것 같기도 한데 쉬벌 참을 수 없다 욕 좀 하겠습니다 쉬이잉벌


 (진정하고) 에디가 좀 정신없는 컨셉이라서 계속 헛둘헛둘하고 다니는 타입인데, 세스는 장단 맞춰줄 건 다 맞춰주면서도 해야 할 일은 정확하게 진행하는 타입이라ㅠㅠㅠㅠ 정말 너무 든든했어요! 맞아 그리고 심지어 사서에요 아 이 세상 사서들 다 내 것이야!!! (???) 세스 때문에 더더욱 이 세션에서 탈출하고 싶지 않은 기분... 오늘 연달아 2세션을 해서 망정이지 이 세션만 하고 끝났으면 아쉬워서 니은님 바짓가랑이 붙잡고 아이고 못간다아아아 가려면 나를 밟고 가거라아아 하면서 오만주정 다 부렸을 것입니다... 얼마 만에 어떻게 만난 세스인데 이렇게 금방 헤어질 수 없다고요ㅠ

 마무리는 앙진감 넘치는 클맥 전투로

 앙진감이 뭐냐고 물으시면 박진감을 좀 더 1계제적인 형태로 조어한 것이랄까요? (쑻) 아 잘못했습니다; 하지만 앙~ 하고 서로를 깨물면서 싸우는 1계제 전투 고유의 그 박진감을 표현할 방법이 없었어요... 이후 제 이야기를 들으면 다 이해하실 것입니다! 여튼, 모든 서브 퀘스트를 해결하고 사건의 진상에 도달하고 나면 클라이맥스 전투로 돌입합니다. 그 전에 1계제 전투는 어떻게 굴러가는지 설명해드리도록 하죠! (여기 읽을 사람들이면 이미 다 알 텐데)

 

 1.'부활', '영체화', '운명 개입'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ㅇㅁㅇ; 살벌하죠? 여기서부터 뭔가 긴장감이 팍 오지 않나요? 그렇습니다... 1계제 전투, 사실 5계제보다 빡세다(?)


 2. 근원력이 1이라 소환할 수 있는 건 정령/마검/악몽 중 하나뿐!
 어... 뭐 하나라도 더 소환할 수 있으니 다행이야3ㅁ3... 마검 빳따죠! 마검 가자!



 3. 특기는 3개!
 금서급 특기 개수ㅋㅋㅋㅠ



 4. 마법은 1개!
 근데 난 왜 2개를 가지고 갔지...? 죄송합니다; 그때의 저와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ㅠ


 5. 대신 공적점은 9점!
 스파이스 2개 사고 마검에 블록2를 붙여 턴을 종료한다!

 

 ^^설명만 봐도 피눈물 나지 않습니까ㅠㅋㅋㅋ 언뜻 이게 뭐 그렇게 재미있겠나 싶으시겠지만 없는 자원을 최대한 쥐어짜 내서 싸우는 것도 훌륭한 전투 밸런싱의 예시거든요?! 원래 레벨 디자인은 약간 버겁다 싶은 정도가 가장 이상적이니까요. 게다가 막상 플레이해보면 1계제 고유의... 그... 무능한 듯 최선을 다하는 매력이 느껴집니다(?) 주사위 1~2개로 플롯하다 보면 야 내가 이래뵈도 왕년에는 6개씩 놓고 조지던 사람이야 하면서도 어떻게든 이겨보려고 아득바득 달려드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거든요^^...

 

 그렇게 서로를 끄앙끄앙 깨물며 싸우다가 급소를 물어서 금서를 날릴 때의 쾌감이란... 후후 왠만한 세계구급 금서 잡은 것 못지않은 만족감이 느껴진답니다.... 진짜야! 해봐! 해보라고! 나 세계 몇 번 구해봤다ㅎ 하시는 마법사분들께 자신 있게 추천해 드립니다. 초심과 야심을 동시에 찾을 수 있는 기가 막힌 전투란 말이죠... 1계제 금서전...!!


 지평선 끝에서 깨어나다

 A Restful Day를 훈훈하고 귀엽게 마무리하고 조금 쉰 후에 지평끝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지평끝은 제목 때문에라도 궁금했던 시나리오라 A Resftul Day를 들어갈 때 못지않은 텐션을 가지고 세션에 들어갔는데 어라, 이게 무슨 일이에요…? 시나리오 시작하자마자 묻고 따지지도 않고 바로 도입으로 들어갑니다. 이상한 곳에서 눈을 뜬 PC, 그리고 그 곁에는 조금 의심스러운 모습을 한 세스가... 뭐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요?

 시작부터 정말 수상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세스인 것 같은데 세스가 아닌 것 같은 핸드아웃도 그렇고 사람이라곤 아무도 없이 단둘만 남아있는 이 상황도 이상하고… 아무튼 저 이렇게 바로 본론으로 직진하는 도입 참 좋아합니다. 도입만 봐도 군더더기 없이 핵심만 꽉 잡은 시나리오겠구나 싶었고 실제로도 그랬어요.

 

 앞에서 잠깐 얘기했지만 이 시나리오는 마기로기에서 발생할 수 있는 '특정 상황'을 현미경으로 확대해서 보여주는 시나리오입니다. 바로 '운명 개입'의 현장이요.

 

이 짤을 또 쓰게 되다니() 하지만 이보다 운명 개입을 잘 표현한 한 장이 있을까?


 <지평선 끝, 멈춰진 시간>은 운명 개입을 통해 PC를 살리려고 하는 NPC와, 그런 NPC를 마주하는 PC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시나리오입니다. 개인적으로 운명 개입은 마기로기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장치라고 생각해요. 제가 지금까지 본 운명 개입 중에 어느 것 하나 인상적이지 않은 게 없었거든요. 그 극적인 장면을 세션 하나로 확대해서 보여주는 시나리오라... 강렬하지 않을 수 없겠더라고요.

 

 하지만 단지 강렬하기만 한 게 아닙니다. 이 시나리오 정말 엄청나게 친절합니다ㅠ_ㅠ... 바로 이것 때문에 이 시나리오가 갓시날인 것이고요...

 

 친절한 운명 개입 안내서

 

 운명 개입은 정말 극적이고 아슬아슬한 드라마에요. 단, 개념을 제대로 이해해야 합니다. 사실 이제 막 마기로기 세계에 입문한 분들이나 운명 개입을 통한 드라마를 맛보지 못한 분들은 이 정서와 개념을 완전히 이해하는 게 힘드실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일단 개념이 복잡하거든요. '운명'을 맺은 누군가가 ‘소멸’하려는 것에 '개입’한다는 거니까 알아야 하는 개념이 최소 3개는 됩니다. 머리로는 이해해도 가슴으론 와닿기가 힘들어요. 실제로 저도 처음으로 운명 개입을 시도해보기 전까지는 이게 얼마나 처절한 드라마를 만드는 장치인지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사실 이건 머리가 아니라 가슴의 영역에 걸쳐있는 장치이기도 해서요. 플롯해서 주사위 튕겨내는 걸로 완성이 되는 게 아니라, 서사와 맞물려야만 진가를 발휘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에요.


 <지평선 끝, 멈춰진 시간>은 바로 그 운명개입의 모든 구성 요소 하나하나를 이야기로 풀어내는 시나리오입니다. 착실하게 시나리오를 따라가기만 하면 ‘운명’과 ‘소멸’과 ‘개입’의 개념을 현장에서 익힐 수 있어요. 그것도 각자의 서사에 잘 비벼진 형태로요. 내키는 핸드아웃을 뒤집으며 NPC의 정체에 다가가기만 하면 됩니다.

 

 마스터 씬 ’시작의 날’을 통해 PC와 NPC가 어떤 관계를 맺었는지 보여주고 → 운명

 ‘최후의 날’을 통해 그들이 어떤 결말을 맞이했는지를 보여주고 → 소멸

 마지막으로 '사상의 지평선'에서는 NPC가 PC를 살리기 위해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를 보여줍니다 → 개입

 

 이 과정에서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더라고요. 후기 쓰느라 시나리오도 읽어봤는데 어마무시하게 깔끔하게 쓰셨던ㅠ 어느 정도냐면 설령 마스터조차 운명 개입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어도 마스터링 준비를 하다 보면 운명 개입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요.

 

 사실 운명 개입이 그렇게 쉽게 일어나는 상황은 아니다 보니 (저도 숱한 세션을 해왔지만 운명 개입을 경험한 건 손에 꼽을 정도) 사람에 따라서는 10번, 20번 세션을 해도 경험하지 못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 시나리오를 플레이하면 직빵으로 운명 개입을 경험해볼 수 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단계별로 친절하게 어퍼컷을 맞을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아주 폭력적인(?) 시나리오지요^^ (좋다는 뜻입니다;)

 

 PC와 NPC를 누구로 설정하느냐에 따라서, 그들이 어떤 서사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정말 무궁무진한 깊이의 드라마가 펼쳐질 수 있기 때문에 롤플 좋아하고 관캐 좋아하는 분들일수록 더 환장하게 되는 구성인 것도 엄청난 것 같습니다. 입문자분들이 즐겨도 좋지만, 상급자분들이 즐겨도 좋을 시나리오라고 생각해요. 이렇게까지 운명 개입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기회는 고계제 세션에서도 쉽게 접할 수 없으니까요. 정말이지 운명개입의 모범적인 튜토리얼이라고 생각하는 시나리오입니다.

 


 <A Restful Day>와 <지평선 끝, 멈춰진 시간>에 대해서 할 이야기는 이 정도일 것 같네요. 하아, 이제 저희의 이야기를 해야 하므로(?) 연속살인가계를 플레이하지 않은 분들은 이하의 후기는 읽지 말아 주시길 바랍니다. 두 시나리오 다 플레이를 하신 분들이 본다는 전제로 썼기 때문에 내용이 이해가 잘 안 되실 거예요^^;

 

 

 이하의 내용은 허상2서가에 수록된 <연속살인가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작은 1년 전으로부터

 그러니까, 1년 전 정도쯤. 제가 TRPG를 쉬기 전에 마지막 마스터링이라고 생각하고 잡았던 <연속살인가계>  세션으로부터 시작합니다. 그때 니은님이 계신 ‘심연의 폭풍’ 분과회원들을 모시고 진행했었고, 이때 PC1을 잡은 게 바로 니은님의 PC인 세스였어요. 세스는 얼음꽃의 환상이라는 진명을 가진 만큼 성격도 좀 쿨하고 현실적인 마법사에요. 초기 앵커로 두었던 남편과 사별한 후로 사람들과 깊게 얽매이는 일 없이 살았던 학원 소속의 사서인데, 네... 이 녀석이 문제였던 것입니다...

 <연속살인가계>의 PC1는 소멸도를 쥐고 에디슨을 죽일지 죽이지 않을지를 결정한 권한을 얻게 됩니다. 세스 역시 그 상황이었고요. 당시에 저는 세스는 성격상 에디슨을 죽이고도 남을 거라고 생각했기때문에 (분과회와 세계를 위해서라면 대의를 위해 손을 더럽힐 각오가 되어있는 마법사라고 생각했어요.) 저도 그쪽 루트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게 왠걸?
제 티알인생에 잊지 못할 명장면을 만들어주더라고요.

 가족들로부터 미움을 받아서 완전자로 개화해버린 에디슨에게, ‘그렇다면 내가 가족이 되어서 널 사랑해주면 되는 것이냐?’고 묻는 세스. 사실 그 시나리오에 답은 없어요. 아무런 희망도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도 희망을 손에 쥐겠다고 결심했을 때에 결과를 쥐어주는 시나리오이기 때문에, 서사적으로 대안을 준비해두진 않았습니다. 그리고 사실 저도 답이 없다고 생각하기도 했고요. 그런 제게 세스의 저 대답은 마치 시나리오의 정답처럼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빈틈없이 막았다고 생각했고, 벽을 몸이 부서질 각오로 뛰어들 때에나 성립되는 이야기라서, 스스로도 답답한 시나리오라고 여긴 적이 많았는데, 세스가 정말 희미하게 새어나오는 빛 한 줄기를 발견해서 그 틈 사이로 손을 내미는 걸 봤을 때의 제 심정이란... 안타깝게도 이건 저라서 느낄 수 있었던 감정이라 뭐라고 설명드릴 수가 없네요.
아무튼, 세스는 정말 대단한 마법사에요. 이거면 됐다. 이 시나리오는 이걸로 내려놔도 되겠다하는 계기를 완성시켜준 것이 바로 이날의 플레이였어요.


 …그런 니은님과 재밌네 놀(?) 생각으로 세스와 혈연으로 맺어진 에디슨이 1계제 마법사가 되었다는 설정으로 데려가기로 했는데 오 미친 그게 이렇게 돌아올 줄ㄱ-;;;; 아놔 니은님 용서못해;; (이 말 계속 나올 예정입니다.)

 

 분교에서부터 시작된 복선

 

 그럼 이쯤에서 제가 <A Restful Day>와 <지평선 끝, 멈춰진 시간>에 데려갔던 PC인 에디 도슨 군을 소개하겠습니다! 와아아~ :D (영혼없음)

 

에디 도슨! 1계제 마법짜에요!


 <연속살인가계> 때의 기억은 없지만 세스와는 이래저래 안면이 트여서 잘 알고 지내는 사이라는 설정이었습니다. 그 후로 에디 역시 아카데미에 입학해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는 백스토리가 마침 있었기 때문에 이때다 하고 집어 넣었지요. 후후... 그렇게 세스와 시작하게 된 파란만장 아카데미 생활...* 마침 시나리오 기믹상 세스도 1계제 뽀작이가 되어서 어찌나 귀여웠는지 모릅니다/ㅅ/ 호호

 

내가 아까 이거 올렸었나... 아, 그거 아세요? 귀여운 걸 보면 기억상실에 걸린대요 아, 그거 아세요? 귀여운 걸 보면 기억상실에 걸린대요 아, 그거 아세요? 귀여운 걸 보면 기억 상실

 

 세스와 함께 과자실에서 가챠를 돌리기도 하고 서브 퀘스트를 해결하기도 하고 마침내 클라이맥스에서 단장과 싸우기도 하고… 이 모든 과정이 시나리오를 클리어하기 위한 세션이 아니라, 에디와 세스의 추억을 쌓는 장면들처럼 느껴져서 너무 좋았어요. 고전 어드벤쳐의 감성 덕분에 더욱 추억놀이를 하는 기분이 들었던 게 아닌가 싶어요. 힐링 시나리오라고 하시더니 정말이었구나/ㅅ/ 하면서 헤헤호호 열심히 추억을 쌓았더랬죠.

 ...그게 나중에 지평끝이랑 맞물려서 복선처럼 터져나갈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_-

 세스랑 추억을 쌓은 것도 그렇지만... 가장 심각했던 복선(?)은 역시 보건실의 그 학생입니다ㅠㅠ 이게 무슨 말이냐면... 시나리오의 막바지에 가면 이 금서를 이용해서 사고를 친 학생이 누구인지를 결정하는 기믹이 있습니다. 스토리에 영향을 주는 건 아니고 금서의 최종 스펙에 어떤 단장을 포함할지는 정하는 기믹이긴 한데, 이때 제가 누구로 할까 고민하다가 '보건실에서 잠들어 있던 학생'을 골랐거든요. 고르고 나서 안 건데 이 녀석이 '각성 의식'이라는 걸 하는 중이었던 거더라고요.

 
각성 의식이란 계제가 올라갈 때 치르는 의식인데, 이 학생 또한 이 의식을 치르느라 잠들어 있는 거라고 합니다. 아니 이런 귀여운 설정이 있었다니(마법사 헛함) 하지만 그런 사고를 쳤으니 가만히 둘 순 없죠ㅋㅋㅋ 정의의 철퇴다! 금서에게 마법전을 건다! 하면서 즐거운 클라이맥스로 들어가지 않았겠습니까?

 근데 그게 왜요?

 아 그러게 말입니다!! 이게 왜! 이게 왜 터지냐고!!!
이때까지만 해도 네이놈! 하면서 부부붓하고 괴롭힐 마음 만만이었는데 이게 설마 지평끝과 이어져서 그런 핵폭탄이 되어서 올 줄 몰랐습니다… 아니 어떻게 이럴 수가… 아니… 여러분 제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아니…

 1년이 지나서 듣는 후일담

 물론... 저도 잘못했습니다... 아니 제가 먼저 잘못하긴 했네요. 모든 문제의 발단은 제가 에디(슨)을 데려가겠다고 한 그때부터 시작됩니다... 이미 서사가 꽉 잡혀있는 캐릭터이다 보니 오리지널 지평끝으로 즐기기엔 좀 무리가 있었거든요. 오리지널 지평끝은 PC의 빈 서사를 채워주는 시나리오이기 때문에 더욱 플레이가 어렵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니은님이 흔쾌히 오케이하신 후에 시나리오를 개변해주신 것부터가 모든 일의 시작이었습니다ㅠ

 
앞서도 말했듯 <지평선 끝, 멈춰진 시간>은 ‘운명개입’의 튜토리얼 같은 시나리오에요. 바로 거기서 아이디어를 착안하신 우리의 니은님... 에디와 세스의 관계에서 힌트를 얻어 이번 상황을 단순한 운명개입이 아니라, 세스가 에디를 소생도로 찔러서 구할 당시의 이야기로 바꿔서 연출해주셨던 것입니다...

 따지고 보면 그 장면도 운명개입이라고 할 만하더라고요. 세스의 개입으로 에디슨은 완전자가 아닌 평범한 마법사로 다시 태어나게 된 거니까요. (그 대가로 세스에 대한 기억도 잃고) 하지만 정작 쓸 당시엔 이걸 운명개입하고 연관지어서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 니은님의 개변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ㅇ> 뭣보다 니은님이 이번 시나리오에서 그때의 이야기를 가져와주신 덕분에, 그때 미처 하지 못했던 디테일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거든요.

 그 장면에서의 에디슨은 너무나 어리기도 하고 상황도 상황인지라 진득하게 대화를 나누면서 생사를 논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죠. 하지만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에디슨과 세스가 만나서 그 장면에서 대화를 나눈다면? 오, 아 지금 생각해도; (과몰입) 아... 전 이미 그 시나리오로 하고 싶은 얘기는 전부 다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모든 상황을 알고 있는 에디슨과 그를 구하러 온 세스가 나누는 대화를 통해, 그때 그 당시의 상황으로선 알 수 없었을 미묘한 감정의 결들이 거스러미처럼 일어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때와 달리 에디슨은 얘기합니다. 날 살려봤자 결국 괴물이 되어 모두를 죽일 뿐이라고. 그때와 달리 세스도 얘기합니다. 널 살리러 온 거라고. 살고 싶지 않은 에디슨과 망설임 없는 세스의 대화가 이어집니다. 아, 이 부분 대화는 정말... 정말 너무...

비어있던 이야기가 완성되어버린다...


 조금 이상한 이야기이긴 한데, 에디슨은 한시라도 빨리 세스를 내쫓고 싶은 마음에서 저렇게 얘기한 거지만 플레이어인 저는 그냥 이대로 여기 갇혀서 세스랑 영원히 대화하고 싶다는 기분(..)이었어요. 한때 제가 만들었던 이야기가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가 생명력을 갖추고 살아 움직이는 걸 목도하는 기분이었다고요. 아놔!!! 니은님 나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 계시나요? 뭘 하셨는지 알고 계시냐고요!!!!!ㅠㅠㅠㅠㅠ (대오열)

 심지어 바로 그 세스잖아요... 제가 이끌었던 세션 중에선 유일하게, 에디슨의 가족이 되어주겠다고 선언하고 그가 금서가 되지 않도록 사랑해주겠다고 한, 에디슨의 <혈연>인 세스잖아요. 그때의 세스는 고민하고 있었지만 지금의 세스는 고민하지도 않아요. 무표정한 얼굴로 묵직하게 밀고 들어옵니다. 아, 정말 너무 너무 행복했어요ㅠ 이게 TRPG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동이지 하면서 무한 감사와 감동을 동시에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감정에 너무 북받친 저는 세스와 맞짱뜨기로 결심하고 마는데ㅠㅠ (?)

 날 죽이면 네 사랑을 믿겠어

 나중에 세션 끝나고 나니 니은님이 오리지널에서도 NPC에게 싸움 걸 때의 루트는 따로 마련해뒀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호라라 하면서 찾아봤는데 이... 이거 권장되는 루트는 아니었어ㅠㅠㅋㅋㅋ 죄송해요 니은님 으악ㅋㅋㅋㅋ 하지만 뭐랄까 이 상황에서는 싸움을 걸 수밖에 없었어요ㅠㅠㅠ 랄까 세스랑 싸우는 거 보고 싶었어ㅋ 죄송합니다 이런 후레 플레이어자식... 마스터가 기껏 시간내서 맞춤형으로 개변해주셨는데ㅠㅠㅠㅠㅠ 하지만 이 전투 진짜 짠하고 좋았어요...(흡)

 일단... 그 세스님이요...? 하필 또 딱 <연속살인가계> 때의 스펙으로 오셨더라고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세스는 태생부터 이상하게 개쎈 사서였기 때문에 오랜만에 하는 마기로기라서 후레 시트를 들고 온 저따위가 이길 수 있을지(?) 저도 나름대로 얼마나 많은 걸 건 전투인지 아시겠습니까?? << 간만에 싸움 들어가기 전에 손에 땀이 다 나더라고요ㅋ 이게 그... 뭐랄까 이기고 싶어! 하면서 땀이 나는 게 아니라, 와? 진짜? 이런 상황에서 세스랑 싸우는 거야? 진짜? 하면서 실감이 안나서 느낄 때의 그 땀이었고요... 정말 몰입도 최강인 상태로 들어갔던 것 같습니다.

아니 근데 이게 뭐야 다시 보니 낫 원티드로 하셨네 아악


 (스샷 찾다가 잠깐 허름;;;) 근데 이 전투가요... 제가 그렇게 긴장하면서 들어간 이 전투가... 하아... 뭐 다이스갓이 그렇게 만든 거긴 한데ㅠ 놀랍게도... 세스가 에디슨에게 일부러 져주는 것 같은 양상으로 진행되더라고요. 마왕소환도 실패하고 송별도 실패하고ㅠ... 뭔가... 싸울 의지가 없는 느낌? 네 억지를 받아주긴 했지만 진심으로 너랑 싸울 생각은 없다 뭐 그런 느낌... 하지만 에디슨이 포기하지 않고 계속 덤벼드니까 한 번에 7댐 때리면서 자, 됐지? 하는 듯한 마무리까지ㅋ 깨끗하게 패배 선언하는 거로 마무리했는데 와... 패배 선언하고도 이렇게 아쉽지 않은 건 처음이었어요.

 주사위가 캐릭터 서사를 만들어주는 경우를 왕왕 보는데, 이렇게까지 캐릭터 성격/상황/결과 맞춤형으로 다이스가 움직여준 건 처음인 것 같습니다. 다시 생각해도 좀 진땀이 나는;; 안 보이는 곳에서 세스가 주사위를 조작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너무나 세스다운 주사위가 나와줘서 깜짝 놀랐네요. 이런 맛에 주사위 굴리지만, 히히;

 어쨌든
원작에서 권장되는 전개는 아니었지만 부득불 하겠다는 저 때문에 어떻게든 이야기를 잇고 기워서 만들어주신 니은님ㅠㅠㅠ 덕분에 만족스러운 상태로 금서전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에디슨만 어리광을 부린 게 아니고, 세스만 어리광을 받아준 게 아니었네요 ㅇ)-( 아아, 세션의 상냥함에 미쳐버린다… 아아…

 이렇게 든든하고 상냥한 세스와 함께 하는 클라이맥스 전투니까 실패할 리가 없죠. 깨끗하게 금서를 날려버리는 것에 성공합니다. 그리고...

 엔딩, 그리고 학원.

 전 <연속살인가계>는 천애를 위한 시나리오라고 생각해요. 잘못된 미래를 예지하고 그것을 막기 위해 시간선을 넘나드는 이야기니까요. 그리고 그것이 마법 재앙을 대하는 천애의 방식 그 자체라고 생각하거든요. 의도적으로 천애를 염두에 두고 쓴 건 아닌데, 그 기관을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이야기가 만들어졌던 것 같아요.

 그리고 <A Restful Day>와 <지평선 끝, 멈춰진 시간>는 학원을 위한 시나리오에요. 배경만이 아니라 방식에 있어서도요. 천애의 방식이 미래의 재앙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이라면, 학원의 방식은 과거를 복습하고 거기서부터 성장해나가는 게 아닌가 싶거든요. 어디서 그걸 느꼈느냐면... 바로 엔딩 부분입니다.

 금서전을 마치고 세스와 이별하는 에디슨. 예정대로라면 에디슨은 세스를 잊고 다시 태어날 것입니다. 그렇게 세스와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나누고 눈을 감았는데... 학원 보건실에서 눈을 뜬 게 아니겠습니까? 네, 학원 보건실이요. <A Restful Day>에서 범인이었던 그 아이가 잠들어 있었던 바로 그곳... 그렇습니다. 조금 전까지의 일은, 에디슨이 보건실에 잠들어 있었던 그 아이처럼 계제 상승을 위해 잠든 동안 의식 속에서 벌어진 이야기였던 것입니다.... 아니... 미친 거 아닌가..???

 결국, 지평끝에서 있었던 그 모든 이야기들, 대화들, 복선들이 단순한 운명개입의 이야기가 아니라 정말로 에디슨을 성장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학원의 방식으로 엮어진 이야기가 아닌가 싶었을 때 저는... 아... 정말... 내가 무슨 복으로 이런 이야기를 경험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너무 벅차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더라고요... 

 
<A Restful Day>로 끝난 줄 알았던 세션이, <지평선 끝, 멈춰진 시간>과 이어져 하나의 성장 서사로 마무리되는... 이런 세션 구성 자체가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로 나아가게 하는 학원의 방식을 고스란히 담아낸 전개잖아요. 아니, 어떻게 이런 구성이... 아니... 앞에서 찐학원 시나리오라고 얘기했던 건 결코 가벼운 의미로 말한 게 아닙니다. 소재만이 아니라 전개 과정, 시나리오의 기획 의도까지 모든 것이 마법사를 성장시키기 위한 학원의 본질과 맞닿아 있어요. 이 메타적인 완성도에 가슴이 다 찌르르했습니다ㅠ 아니 정말... 니은님 어떻게 이런...? 정말 아카데미에서 파견된 마법사 아니세요? (농담 아니라...)

 오늘 하루 동안 겪은 모든 이야기가, 에디슨이 계제 의식을 마치고 눈을 뜨는 장면 하나로 모두 수렴될 때의 카타르시스와 충격은 한동안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저는 저 장면에서 두손 두발 다 들었습니다... 아 정말... 감사합니다 니은님...ㅠ 어떻게 제게 이런 이야기를... 저를 성장시키셨어요ㅠ

 

 무한한 감사를

 

 그렇게 에디는, 아니 에디슨은 진짜 마법사가 되었습니다. 그럴 의도는 아니었지만 이제서야 진짜 <연속살인가계>의 이야기가 끝난 느낌… 라이터로서가 아니라 또 하나의 독자로서요. 저 또한 그 시나리오를 통해서 보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그 이야기들을 전부 경험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 당시에는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것에 바빠서 미처 나누지 못했던 세스의 속내, 그리고 에디슨의 속내… 그 모든 것을 이 두 세션을 통해서 맛볼 수 있었던 게 정말 영광이었습니다. 라이터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호사였다고 자부합니다ㅠㅠ...


 이야기에 이야기를 덧대어도 사족이 되지 않았던 것은, 니은님이 PC에게 맞게 이야기를 개변해주셨기 때문이고 그 이야기가 <연속살인가계>에서 미처 맞춰지지 못했던 파편들과 퍼즐 조각처럼 잘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플레이어로서 연살가를 완성해주셨던 니은님이 이번엔 마스터로서 이 이야기를 또 한 번 완성해주시는 것을 두 번이나 곁에서 지켜볼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잠깐 쉬고 온 사이에 니은님은 탐라에서 엄청 유명한 라이터가 되어계시더라고요ㅎㅎ 심심치 않게 들리는 지평끝, 세계답, 종언황혼, 그마선에 대한 이야기들... 해볼 기회가 생기려나 했는데 이렇게 빠르게, 게다가 이렇게 황송한 형태로 맛볼 수 있었던 거ㅠㅠ 매번 제게 은혜 갚겠다고 하시지만 이제 제가 다시 은혜를 갚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ㅠㅠㅠ 그리고 후기는 텍스트 출력 능력밖에 없는 제가 드릴 수 있는 가장 정성어린 보은이라는 거ㅠ 제가 이 세션을 하면서 느꼈던 무수한 니은님 용서못해가 다 전달되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닙니다. 전 아직 니은님의 모든 시나리오를 맛보지 못했습니다. <세계답>이랑 <종언황혼>, <그마선>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플레이할 거예요. 이번에 경험한 두 시나리오로 니은님이 추구하시는 방향이 뭔지, 그리고 그것들이 얼마나 정갈하고 군더더기 없는 형태로 잘 구현되어서 나오는지 봤기 때문에 못해본 시나리오들도 너무 너무 기대가 됩니다.

 특히나 이번에 했던 <A Restful Day>와 <지평선의 끝, 멈춰진 시간>은 베이직하다면 베이직한 입문 시나리오기도 했으니, 니은님의 혼끼가 담겨있을 다른 시나리오들도 맛보고 싶어요. 니은님 고유의 테이스트를 좀 더 찐하게 맛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해서 혼자 두근두근하고 있네요ㅎㅎ

 그날을 위해... 니은님께 마스터링을 부탁드릴 그날을 위해! 너무 늦었지만 애정만은 가득 담은 후기를 전달 드립니다ㅠㅠㅠ 여기까지 후기를 함께 읽어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려요. 평소에 비해 사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저 두 시나리오의 멋짐을 전달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을지 모르겠습니다ㅠㅠ 니은님은 정말 정말 마기로기를 사랑하시는 멋진 GM이자 라이터시니까 기회가 되면 다른 시나리오들도 함께 먹어보고 싶습니다/ㅅ// 행복한 동시에 충격적이고, 마음에 좋은 것을 남긴 완벽한 하루였습니다. 정말 즐거웠어요! 감사합니다!

 이 편지는 반드시 부칠 거에요
 
 니은님 : 후기가 너무 늦... 겠죠...ㅠㅠㅠ 정신 차리고 좀 빨리 빨리 쓰려고 생각 중입니다. 그러니 제발 절 버리지 말아주세요 으앙ㅠㅠㅠㅠㅠ(?) 탐라 훑어보면서 니은님도 시나리오 쓰셨구나... 난 언제 해보려나... 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흔쾌히 오케이해주셔서 빠르게 세션을 접할 수 있었어서8ㅅ8 정말 감사했습니다... 돌아오면 플레이를 제대로 할 수 있긴 있을까 싶었는데 그래도 찾아주는 분들이 계셔서 정말 다행이고 그게 니은님인 것도 너무 감사한 부분이에요ㅠㅠ 이런 갓GM이... 나한테 와줬어... (털썩...) 세스 시절부터, 아니 세스를 처음 만드셨던 시절부터(?) 저는 니은님이 맑고 고운 고인물이 되실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으며 실제로 그 기대 이상으로 멋진 마법사이자 마스터가 되어주시고 계셔서 넘 기쁩니다^///^ 심폭회와 함께 했던 우중살인 세션으로 이렇게까지 오래 연을 맺게 되어 니은님이 직접 쓰고 맞춤 개변해주신 시나리오에도 참가하게 되고요. 후우, 특히나 지평끝 마지막 부분에서는 제가 얼마나 벅찼는지 정말... 후기에 전부 담겼나요? 필력 부족으로 담기지 못했을 것 같아요... 그래도 이 편지는 꼭 부치겠습니다. 파편이나마 제 마음이 전달되었기를 바랍니다/ㅅ/ 정말 감사해요, 니은님! 너무 행복하고 꿈만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세스(?) : (스포 없음) 사담이지만 너한테도 편지를 써야겠어 세스야(?) 우중살인에서 그렇게 만났었는데, 나중에 앵커란이 그 지경이 된 상태로 네 개의 시선에서 널 다시 만났을 때 내가 얼마나 가슴이 짠했는지 아니... 그런 너를 연속살인가계까지 데려가서 세션을 해야 했을 땐 미안하기도 했지만 설레기도 했어. 너라면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줄 줄 알았거든. 그리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 이제 그 사건들도 잊혀질 만한 이 시점에서 너와 다시 만날 수 있어서 기뻤단다. 다시 만난 너는 너무 멋진 마법사가 되어 있어서 감격 그 자체였어. 넌 나의 PC는 아니지만 내 마음 속에서는 늘 살아있는 PC이기도 해. 너랑 텅슌, 그리고 베리랑 료냐를 만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앞으로도 네 마법사 여정을 응원할게! 기억하고 만나러 와줘서 정말 고마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