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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후기/네크로니카

Welcome to Party From Beth

by 에이밍 2018. 5. 5.

 

날짜 2018. 05. 05.
NC 녹차파우더님 (@melisi012) -
PL 에이미 (@ehrtlr) 미티아
PL 루루팡님 (@wishpotion) 티티
PL 아본님 (@eggpowder_abon)
루미아

 

 공장에서 나온 우리는 계속 걷고 또 걸었어. 주위엔 아무 것도 없고 움직이는 것도 우리밖에 없었지. 어쩌면 이 세상에 살아있는 건 우리밖에 없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았어. 언젠가 아빠랑 다시 만나고 싶으니까. 그래, 난 아빠가 아직 살아있다고 믿어. 이렇게 걷고 또 걷다 보면 언젠가 아빠랑 만날 수 있을 거야. 루미아랑 티티도 마찬가...

 응? 저건 뭐야? 물이 엄청 많은데? 모래도 엄청 많아. 그리고 저 거대한 건 뭐야? 성? 어쩌면 연구소일지도 몰라. 가보자, 루미아! 티티! 조금 무섭긴 하지만 모두와 함께라면 괜찮아. 응, 괜찮을 거야.

 

 

 네크로니카 '2'회. 2회라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상 중편이 되어버렸기 때문이죠ㅠ 지난 번 시체 공장에서 만들었던 자매들과 함께 두 번째 샘플 시나리오... 아니, 공식 시나리오인 'Welcome Party From Beth', 한국어로는 '베스의 파티에 어서오세요!'를 플레이하고 왔습니다. 이번에도 아본님의 루미아, 그리고 루루팡의 티티와 함께 다녀왔습니다. 함께 시체 공장에서 두 손을 잡고 무사히 빠져나온 이상 우리는 이미 엄연한 자매! 공장을 떠나온 세자매의 모험은 이번엔 해안가로 향합니다.

 

 폐기물과 기름으로 새까맣게 뒤덮힌 해안가에 정박된 녹슨 선박 하나. 배가 뭔지 모르는 자매들은 연구소인가 하며 안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그곳에 펼쳐진 참극, 또는 파티의 현장을 발견하고 사건의 중심부로 휘말려가게 되는데요... 도입 배경부터가 너무 제대로 된 포스트 아포칼립스라 시작과 동시에 후루룩 세션에 몰입될 정도였습니다ㅠ 시체 공장에선 아직 볼 수 없었던 세계의 처참한 풍경... 류우타마도 아닌데 묘하게도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를 관광하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만큼 도입 페이즈 묘사가 좋았습니다ㅠㅠ

 

 그리고 시작된 어드벤처 파트. 다들 이전 세션에서 광기를 적잖이 채워둔 지라(?) 틈이 날 때마다 대화 판정을 진행하며 광기를 낮추려고 애를 썼는데, 루미아는 계속 실패하고 (무려 펌블이 두 번이나 떠서 미련도 계속 바뀌시고ㅠ0ㅠ) 티티는 간신히 성공해서 줄여놓은 광기가 다시 공포 판정할 일이 생겨서 도로 늘어나는ㅋㅋㅋ 만만치 않은 상황이 반복되며 쫄깃쫄깃한 긴장감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대화 판정은 본인이 가진 기억의 조각 숫자만큼 광기가 회복될 때까지 몇 번이고 반복할 수 있는데 이것 때문에 다들 틈만 나면 상황을 만들고 대화를 걸고 하는 게 넘 재미있었습니다ㅋㅋ 대화 판정을 할 타이밍을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세션 내용에도 몰입이 되고 한번 할 알피도 두번하고 세번하는 효과가 있더라고요. 굉장히 맛있는 서사적 양념? 같은 느낌이랄까ㅋㅋ 다들 여기저기서 뿌려주셔서 더 세션이 맛있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헤헷*^*

 

 어드벤처 파트 자체도 무척 흥미로웠어요. 일단 검은 해안에 정박한 녹슨 배라니ㅠ 여기서부터 재미있고 흥미진진하잖아요?! 외관만 흥미로운게 아니라 내부에 펼쳐져 있는 사건도 섬뜩하고 좋았어요. 네크로니카라는 세계관에서만 볼 수 있는 이야기랄까. 단지 코드적으로만 잘 갖춰놓은 게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네크로니카라는 앵슷하고도 덧없는 세계관이 잘 녹아 있어서 너무나... 너무나 좋았고요ㅠ 젠장 스포 없이 쓰는 게 너무 힘들 정도로 좋은 의미로 기대를 배반하는 시나리오였습니다. 아아ㅠㅠ

 

 전투도 정말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1회차때도 쓰긴 했지만 전투 룰이 정말 직관적이고 재미있어요. 1회차는 그나마도 좀 어버버버하면서 했는데도 재미있었는데 좀 더 룰에 익숙해지니 확실히 이전보다 더 쫀득쫀득한 전투가 가능하더라고요! 이번엔 저번 전투보다 적들이 더 강해서 그랬는지 다들 완전 너덜너덜해져서 후반부로 갈수록 하, 한방만 더! 한방만 더! 모드가 되었는데, 아 이것이 네크로니카의 전투구나ㅠ 싶어서 막 짜릿했습니다. 정말 팔다리가 하나둘씩 부서지면서 싸우는 기분? 이 부분도 정말 직관적으로 잘 구현한 것 같아요. HP가 깎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위기감이 심장으로 팍팍 꽂혀와요. 으으으 네크로니카 주사위 사고 싶다! 네크로니카 주사위! ㅠ0ㅠ

 

 아무튼 전투는 꽤 좋은 밸런스로 서로 치고 받으며 진행됐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중요한 공격을 몇 번 날리기도 했고 처음 리스펙할 때 생각했던 전투 씬도 구현할 수 있어서 무척 만족스러웠어요 ^*^ 마기로기 외에 내가 이렇게까지 싸울 수 있는 게임이 있다니..! 하면서 솔직히 혼자 속으로 감동 ^//^ 하였고요. 헤헷. 더 강해지고 싶습니다!+_+ (활활) 갓NC인 녹차파우더님의 관대함과 갓본 갓룰팡님의 적극적인 협력이 있어서 더욱 재미있는 전투가 되었던 것 같아요. 네크로니카 전투 너무 즐거운데... 이것 참 영업할 방법이 없네ㅠㅠㅠ 여러분 네크로니카 하, 하, 하...

 

 ...하자고 말하기가 정말 어려워요ㅠ 왜냐하면 정말 많은 관문을 넘어야 하는 룰이기 때문이죠. 보물은 저 안쪽에 있는데 가는 길이 지뢰밭이랄까. 룰 자체에도 함정이 있고, 시나리오에도 함정이 있고, 플레이어나 NC도 언제든 함정으로 발동할 수 있는 그런 룰입니다. 정말 트리거 요소로 가득한 룰이고, 그렇기 때문에 (루루팡님의 후담을 빌려오자면) 플레이어가 PC와 자신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는 객관성이 요구됩니다. 자신의 PC가 괴로워하거나 다른 PC가 무너지는 걸 보는 게 힘든 분은 절대 하시면 안 돼요. 다양한 고어, 호러, 료나 요소로 가득한 필드 위에서 희망을 찾아 한 발 한 발 내딛어야 하니까요ㅠ

 

 물론 이 모든 건 좋은 NC와 마음이 맞는 플레이어가 함께 하면 해결되는 문제이긴 합니다. 가뜩이나 저희 세션은 처음부터 약간 천진난만한(?) 느낌으로 진행돼서 고어나 료나 요소가 적당히 필터링이 되는 느낌이라 부담없이 즐길 수 있었는데, 이런 건 파티의 분위기에 따라서 극과 극을 달릴 수 있는 부분이니 참 뭐라고 얘기하기도 어려운 부분이죠. 하지만 그런 가혹한 부분이 이 룰의 앵슷한 서사를 완성하는 중요한 테이스트라서 테마를 바꾸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그야말로 정말 맛있는 독사과. 원래 독성이 있는 음식이 맛있는 법이죠. TRPG계의 독사과, TRPG계의 복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쓰다 보니 뭔가 룰의 가혹함에 대해서 안타까운 얘기만 한 것 같은데ㅠㅠ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거예요. 맛있는 '독사과'가 아니라 '맛있는' 독사과라는 거죠. 재밌어요. 그리고 정말 이 룰에서만 즐길 수 있는 테이스트가 있어요. 특히나 오늘 플레이한 '베스의 파티에 어서오세요'라는 시나리오는, 네크로니카의 앵슷한 테이스트를 진하게 뽑아낸 액기스 같은 시나리오였고 어찌나 맛이 강렬했는지 다들 후담을 30~40분 동안 멈추지 않고 할 정도로 여운이 엄청났습니다ㅠㅠ 세션 끝나고 DM방에서도 얘기가 나올 정도였으니까요ㅠ 쓰다... 그런데 너무 깊다... 깊어서 달기도 하고 시기도 하다. 이런 느낌이었고 저도 여태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ㅠㅠ... 스포 없이 쓰려니 너무 힘들다ㅠㅠㅠㅠㅠㅠ 진짜 마지막의 그것은... 그것은...

 

 같은 꽃이라도 지옥에서 바라보는 꽃과 낙원에서 바라보는 꽃은 다를 수밖에 없을 거예요. 지옥에서 바라본 꽃은 곧 시들어 저물 것에 불과하지만 낙원에서 바라본 꽃은 새로운 생명의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지옥에만 있다면, 또는 낙원에만 있다면 각자의 생각대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그리 고통스럽지만은 않을 거예요. 그러나 낙차를 인식하는 순간 추락의 공포가 시작됩니다. 평평하다고 생각했던 땅이 실은 무수히 많은 균열로 이루어진 절벽 지대였던 거예요.

 

 하지만 함께 손을 잡으면 건너갈 수 있어요. 절벽에 떨어져도 꺼내주면 되니까요. 그렇게 조심조심 걷다 보면 언젠가 푸른 대지에 도착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런 기약이 없어도 좋아요. 언제 올지 모르는 미래보다 지금 이 순간 의지할 사람이 있다는 게 가장 중요하니까요. 그렇게 자매들은 모두 손을 잡고 걸어갑니다. 지옥에서 낙원으로. 혹은 연옥에서 화원으로. 그곳이 어디든 그들이 함께할 수 있는 곳까지.

 

 너무나 좋은, 네크로니카이기에 맛볼 수 있는 아름다운 시나리오인데 정말 여기저기 영업할 수 없다는 게 너무나 고통스럽습니다ㅠ (이것마저도 너무나 네크로니카적인 감성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가혹한 만큼 안타깝고, 무서운 만큼 사랑스럽고, 안도한 만큼 고통스러운 영원한 비극의 네크로니카. 취향에 맞는 분들이 계시다면 꼭 파티를 짜서 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ㅠㅠ 핏빛 케이크처럼 잔인하고 사랑스러운 룰이에요.

 

 연속 NC로 수고해주신 녹차파우더님,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너무 너무 좋은 세션이었고 2회차 바로 잡기를 너무 잘했다고 생각했을 만큼 만족스럽고 행복한 세션이었습니다ㅠㅠ 네크로니카는 플레이어도 플레이어지만 마스터도 쉽게 돌려주기 어려운 룰이라고 생각하는데 함께 하게 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요ㅠ 다른 룰은 몰라도 네크로니카는 정말 믿을 수 있는 분께서 마스터링을 해주시는 게 좋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또 새삼 녹차파우더님이 마스터링 해주셔서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녹차파우더님의 베스 알피 너무 좋았어요 으으ㅠㅠㅠ 천진난만한 소녀 특유의 호에호에한 느낌(?) 넘 잘 살려주셔서 덩달아 몰입을 ㅠ0ㅠ) 오늘 세션도 넘 좋았지만 다음에 하기로 한 '엄마의 사랑을' 캠페인 보니 어쩌면 지금까지는 연습 라운드였을지도 모른다...! 싶기도 하고 다음엔 또 얼마나 진하고 쌉쌀한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됩니다!ㅎㅎ 3회차도 잘 부탁드리고 네크로니카 룰북 구한 후엔 저도 꼭 한 번 녹차님께 마스터링으로 돌려드릴 수 있도록 노력해볼게요 ㅠ0ㅠ 감사합니다!ㅎ

 

 첫째 티티 언니! 루루팡님! 사실 미티아는 한 번도 언니라고 부른 적이 없는 것 같긴 한데(?? 엄연한 연상이거늘..! >< 앗, 이것은 스위치로 가지고 있다가 중요한 순간에 써먹도록 하겠습니다. (침착) 오늘도 전투 완전 대활약해주셨고ㅎㅎ (잊고 있었는데 저번 보스전 얘기해주신 거 듣고 생각나서 집에 오는 내내 혼자 계속 낄낄거렸네욬ㅋㅋ) 티티가 있으니 앞으로도 전투는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늘 든든해요ㅎㅎ 전투 뿐만이 아니라 후담 때 하신 말씀 들어봐도 세션 내용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시고 몰입해주셨다는 느낌을 넘 확연히 받았고ㅠㅠ 세션 못지 않게 후담 시간이 너무 좋았던 것 같습니다..! 그 후에 DM방에 써주신 것들도 너무나 하나같이 크리티컬..ㅠㅠㅠ 모노뮤 에필로그 때의 느낌을 새삼 다시 받았고요(?? 루루팡님도 저격할 땐 제대로 맞추는 분이라 흑흑 ㅠ0ㅠ 앞으로 네크로니카 세션에서 제 심장이 남아날까 싶네요ㅠㅠㅠ 오늘도 함께 해주셔서 넘 감사드리고 3회차 때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함께 베스를 지켜보아요!><

 

 우리 [예전] 막내 루미아! 아본님! 오늘도 루미아는 귀여웠다...* 시작과 동시에 새로 추가된 꼬리 기믹이 너무 귀여워서 또 도입부에서 사고를 치고 말았네요(?? 다음엔 날개를 달아보시는 건 어떨까요, 데헷 '-^ 으아아 루미아 귀여워요 루미아 ㅠ0ㅠ 오늘도 꼬맹이 알피 실컷 했는데 루미아랑 또 죽이 맞아서 넘 즐거웠어요ㅠㅠ (계속 선박 보면서 이게 이렇게 무거운데 어떻게 떠~ 하는 거 주거니 받거니 해서 흐뭇한 동시에 웃겼습니다 ^0^ / 후반부에 터져나오는 티티 언니의 '봐! 내가 뜬다고 했잖아!ㅠ0ㅠ'까지 완벽한 결말ㅋㅋㅋ) 오늘 유독 미련이 많이 바뀌셔서 그런지(?)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도 너무 귀여웠고요 흐흐 심지어 미련 점지도 거의 모든 대상을 향해 독점만 나와서 역시 주신의 사랑을 받으시는구나(?? 했습니다 ^_^ 첫 세션에서는 우리 이렇게 천진난만해도 되나(?) 싶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그런 분위기 덕분에 세션 자체가 넘 어둡지 않고 적당히 앵슷하면서도 적당히 사랑스러운 분위기로 진행되는 것 같고 저는 그 핵심에 루미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헤헷^//^ 앞으로 갈 길이 멀지만 잘 부탁드리고 미티아도 리더로서 힘내도록 하겠습니다! 3회차도 잘 부탁드려요 ><

 

 쓰다보니 또 길어진 듯 한데 사실 스포를 포함하고 후기를 썼으면 이것보다 2배 정도는 더 길었을 것 같고ㅠㅠ 후담 때 나온 얘기들이 너무 좋아서 옮겨 적고 싶기도 한데 그러지 못한 것도 조금 아쉽네요ㅎㅎ 그만큼 정말 너무 재미있고 의미있는 세션이었습니다! 함께 해주신 녹차파우더님, 아본님, 루루팡님 정말 감사드리고 이 땅 어딘가에 있는 네크로니카 플레이어분들에게 즐겁고 건강한 세션이 함께하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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