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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후기/네크로니카

갈망록 1화 : 갈증(渴症)

by 에이밍 2020. 11. 15.

경설정 링크 : https://melisi012.postype.com/post/7370559
시나리오 링크 : https://melisi012.postype.com/post/7370704

날짜 2020. 10. 14. 土
GM 녹차파우더 (@melisi012) -
PC 에이미 (@ehrtlr) 데미안
PC 스테아 (@hsj01195) 멜리네
PC 루루팡 (@wishpotion) 바리

 

 쉬는 동안 가장 그리웠던 룰이 뭐냐고 하면 단연 네크로니카입니다. 다른 룰들도 그립긴 했지만 네크로니카는 외부에서 즐기기가 어려운 룰이라서 더 그리웠어요. 종종 TRPG를 할 기회가 생겨도 인세인이나 크툴루를 하지 네크로니카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까요. 하지만 워낙 재미있는 룰이라 종종 생각이 나더라고요.

 특히 전투에서는 아직 네크로니카만큼 재미있는 룰을 경험해보지 못한 것 같아요. (룰에 대해서는 기존 리뷰에 써두었으니 참고해주세요!) 언젠가 네크로니카도 룰 리뷰를 쓸 날이 오면 좋겠네요. 정발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지만요ㅠ

 이번 리뷰는 녹차파우더(twitter ⟶ @melisi012)님이 쓰신 캠페인 ‘갈망록’의 첫 번째 후기가 됩니다. 녹차님은 저를 네크로니카에 입문시키고 길러준 NC님이세요. 그래서 이번 캠페인도 엄청나게 갈망하고 있었는데ㅠ 멋진 플레이어분들을 모시고 겨우 항해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세션인 만큼 후기도 엄청 열심히 썼으니 기대해주세용ㅎㅎ

난 오프의 이 장면이 너무 좋다


 네크로니카, 갈망하는 이야기

 캠페인 제목이기도 하지만 사실 이 ‘갈망’이라는 테마는 네크로니카 전반을 아우르는 테마라고 생각해요. 절망에 절여질 대로 절여진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세계. 인간도 좀비도 아닌 몸으로 세계를 헤매며 기억의 조각을 찾는 인형(Doll)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은 이 너덜너덜한 세계의 커튼 뒤에 감춰진 무언가입니다.

  그것은 이상향일 수도, 사라진 기억일 수도, 왜곡된 정체성일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사라진 것을 갈구하는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에요. 그런 의미에서 '갈망록'은 네크로니카를 한자어로 변환한 단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뭔가를 바라는 감정은 정말 여러 가지 단어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소망, 희망, 욕망, 욕구, 소원, 기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션에서는 ‘갈망’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어요. 갈망과 다른 개념의 차이라면, 갈망은 '간절함'이라는 개념을 포함한다는 거예요.

출처 : 네이버 사전


 왜 간절할까요? 이룰 수 없거나, 이루지 못할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이 분해된 이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세계에선 이전에 존재했던 모든 것들이 갈망의 대상이 됩니다. 친구, 가족, 책, 인형, 과자... 그 모든 것에 보물이라는 이름이 붙습니다.

 그리고 <갈망록>의 이야기는 파괴된 백화점에서 가이드 로봇과 만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한때는 화려한 문명의 박물관이었지만 지금은 인형들의 보물창고로 전락한 도시의 광장에서요.


 파괴된 백화점, 그곳을 배회하는 가이드 로봇

 잔해만 남은 백화점, 지금은 텅 비어버린 자본의 둥지를 헤매던 인형들 앞에 BELL_0422이라는 가이드 로봇이 삐걱삐걱 나타납니다. 그리고 인형들을 데리고 어디론가 나아갑니다. 손님이 원하는 물건이 있는 곳까지 안내하는게 가이드 로봇의 역할이니까요. 그것이 무엇이든 데이터만 입력되어 있다면 안내할 수 있어요. 사랑이든, 절망이든.

 ...용서 못 해; (녹차님:?)

"천국을 둘로 나누지 말아주세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 중에 <planetarian>이라는 게임이 있는데요. 이 작품 역시 로봇이 지배하게 된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세상에서 가이드 로봇과 주인공이 만나는 이야기입니다. 사람이 없는데,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무기체가, 사람을 찾는 이야기죠. 정말 사람을 후벼파기 좋은 부류의 이야기잖아요... 근데 딱 이런 이야기를 들고오셨더라고요ㅋㅋㅋㅋㅋ

 하지만 두 작품의 정서는 다릅니다. <planetarian>은 멸망을 지켜보는 이야기이고, <갈망록>은 멸망 속에서 무언가를 찾아가는 이야기거든요. 무엇을 갈망하는지도 모르는 채 세계를 갉아먹으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인형들의 이야기... 그 이야기의 끝이 어디로 나아갈지를 최종화까지 지켜봐야겠죠. 벌써부터 두근두근하고 고통스럽습니다ㅠ

 PETIT-APOCALYPSE

 <XXXX XX Sisters>도 그랬지만 녹차님의 네크로니카 시나리오는 가혹하면서도 가혹하지 않아서 좋아요. 참살당한 세계의 단면을 그대로 드러내기보다 그 상처 주위로 부푼 염증의 형태를 묘사해주시거든요. 시작부터 여기저기에 시체를 배치해놓고 무섭지? 심각하지? 하며 묻는 게 아니라 그냥 파괴된 백화점의 한복판에 플레이어들을 떨궈놓습니다. 우리의 인형들은 백화점에 뭔가 재미있는 장난감이 없을까 싶어 주변을 배회하고요.

 언제나 딱 이 정도의 묘사로 시작해서 후반부로 갈수록 참상이 드러나도록 연출해주시는데 덕분에 늘 마음 편하게 시작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아무리 조심해도 문제가 되는 룰이다 보니 이런 부분도 플레이어로서 좀 의지가 되더라고요. 언젠가 제가 네크로니카 마스터링을 잡고 초보자팟을 돌리게 되면 꼭! 꼭! 녹차님 시나리오로 돌리고 싶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공식 시나리오는... 안 돼ㅋ 지지야ㅋㅋ큐 (베스:ㅠ)

 그래서 개인적으로 녹차님이 그리는 아포칼립스에는 ‘쁘띠’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싶어요. 안 무섭다는 뜻이 아니라 아포칼립스의 참상을 딱 인형들(=1~10대 아이들)의 시점에서 표현하신다는 점에서요. 아이들의 세상에선 지옥을 표현하기 위해 굳이 피와 살점이 즐비한 세계를 만들 필요가 없습니다. 조금 전까지 가지고 놀던 애착 인형이 사라진 것만으로도 충분히 끔찍한 세상이 됩니다. 그런 소소한 절망이 배경 군데 군데에 박혀 있어요. 인형들에겐 딱 그 정도의 지옥이지만 플레이어들이 보기엔 이미 손쓸 데 없이 망가져 있는 세계라는 게 좋아요.

왠지 이 영화의 감수성과 닮아있다


 그 와중에 NC님이 천진난만한 NPC 연기를 워낙 잘하셔서 이런 어둠의 굴곡이 더 깊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폐허가 된 세상을 배경으로 밝게 웃고 있는 어린아이가 뛰어노는 듯한 감수성 표현에 최적화되어 계시달까? 이건 <Welcome to the Beth’s Party> 후기를 참고해주세요. 이거 정말 미친 갓세션입니다... 네크로니카의 참담함을 극한까지 맛볼 수 있는 시나리오인 동시에, 녹차님의 감성과 알피가 딱 맞아떨어져서 미친 폭발력을 보여준 세션이었거든요. (생각하니 또 크허엉) (진정하자)

 아무튼, 전적이 있기 때문에 이번 세션도 몹시 기대되었습니다. 이번엔 어떤 천진난만한 아포칼립스를 선사해주시려나요? 저도  애착 연필이 사라질까 두려워 꽉 쥐고 써내려가 봅니다.

 서서히 쌓여가는 갈망

 개인적으로 이번 캠페인을 하면서 꼭 해보고 싶은 게 있는데, PC가 가진 갈망을 서서히 키워보는 거예요! 네크로니카 자체가 어두운 룰이다 보니 의도적으로 더 가벼운 알피를 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데 (그리고 솔직히 커뮤니케이션 판정 틀릴 때마다 웃길 수밖에 없음ㅠㅋㅋㅋ) 이번엔 최종화 즈음에서는 뭔가 진지한 것들도 해보고 싶어요! 일부러 그렇게 생각하면서 PC도 좀 시리어스하게 짰습니다. :) 과연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요ㅠ

 다행히도 돌아오는 기억의 조각들의 상태가 심상치 않습니다. 네크로니카의 서사적 매개 중 하나가 이 ‘기억의 조각’인데, 얘들을 어떻게 활용하실지도 몹시 기대됩니다. 아마 저희도 활용하게 될 것 같고요! 아직 1화밖에 안 됐지만 주운 애들만 봐도 상태가 심상치 않아요ㅎ 개인적인 망상을 덧대어서 이 이야기를 최대한 즐겨보고 싶어요.

 그리고 제 PC의 변화를 지켜보고 싶습니다. 품어둔 갈망이 어떻게 개화할지, 그리고 그것이 이 세계를 어떻게 해석하게 될지 궁금해요. 그걸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하고요. 제가 얼마나 마스터님과 플레이어분들을 신뢰하고 있는지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히히.


 갈망과 관조의 아이들

 그럼 본격적으로 세션 후기에 들어가기 전에 PC들 소개부터 간단히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 장장 5회의 세션 동안 함께할 제 소중한 동료들입니다^//^ PC 개개인도 재미있지만 PC 간 관계가 정말 재미있게 짜여서 무척 기대가 돼요ㅋㅋㅋ 그럼 부끄럽지만 제 PC부터 시작을... (머쓱)

데미안 / 에이미


데미안, 그는 교단의 '무기'였다.
교단은 신의 이름으로 학살을 명했고
데미안은 그것이 신을 섬기는 길이라 믿어 사람을 베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신'이 강림했다.

신은 교단의 악행에 분노하여 그들을 학살했다.
살아남은 것은 데미안뿐이었다.

 

데미안은 시쳇더미 속에서 벅찬 신앙을 고백했고
신은 그에게 속삭였다.

 

'신이 될 자의 그릇을 찾아라'

 

신의 그릇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데미안은 길을 나섰다.

그것이 신을 섬기는 길이라 믿었기에.


 제 PC인 데미안입니다. 네크로니카 하면서 꼭 소년 캐릭터를 해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하게 되었네요ㅎㅎ (소년 PC 그만 만들엌ㅋㅋㅋ) 사실 캐릭터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은 없었고 뭔가를 갈망하는 캐릭터였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만 있었는데 마침 기억의 조각이 기가 막히게 나와줘서 ‘교단에서 자라 신을 숭배하는 병기’ 같은 느낌으로 만들었습니다!

 생각보다 설정이 많이 심각해져서 이거 어쩌나 싶긴 한데 신의 정체라든가 그릇에 대해서는 이 아이의 망상일 수도 있다는 쪽으로 잡아뒀기 때문에 맥거핀으로 남아도 상관없게끔 조절해놨어요! 나름대로 답을 잘 찾아가는 캐릭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멜리네 / 스테아


태초에 꽃이 있었다.

한 송이 꽃이 두 송이가 되는 것은 어려웠으나

두 송이가 화원을 이루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한 송이의 이름은 멜리네.

다른 한 송이의 이름은 XXX였다.

 

그들은 에덴의 화원을 맨발로 거닐고

서로의 입술을 포개어 꽃잎을 짓이겼지만,

이내 겨울이 찾아오고 말았다.

 

얼어붙은 꽃잎은 닿기만 해도 산산조각이 났고

서로 입을 맞출 수 없게 되자 꽃들은 목을 매었다.

 

그리고 멜리네는 겨울이 끝나고 나서야

XXX가 사라진 것을 알았다.

 

멜리네는 XXX를 찾기 위해 둥실 떠올랐다.

그리고 하얀 솜털이 닿는 곳마다 물었다.

 

"네가 내 연인이었니?"

 

씨앗인지 탄피인지 모를 것들이 함께 날아올랐다.

 (죄송해요 슷님 제멋대로 만들어봤습니다ㅠ 마음에 안 드시면 언제든 1588-엥미디엠) 스테아님의 PC인 멜리네입니다. 스테아님의 캐릭터인 만큼 천진난만한 와중에도 뭔가에 대해 집요한 광기를 가지고 있는 귀여운 오토마톤이에요. 개인적으로 스테아님이 만드시는 소녀캐들을 매우 좋아하는데, 다들 순수하지만 고집이 있어서 좋아요. 이 고집이 신념일 때도 있고 광기일 때도 있는데 우리 멜리네쨩의 경우에는 광기에 조금 더 가깝습니다! 이 미쳐버린 세계에 딱 어울리는 캐릭터죠.

 기억의 조각으로 사랑의 조각과 화관이 나왔기 때문에, 사랑을 찾아 헤매는 소녀로 컨셉을 잡으셨더라고요. 좋아하는 사람과 화원에서 놀았던 기억이 있어, 그 사람을 찾아 헤매고 있다는 설정이에요. 그 사람을 찾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일단 상대가 누구든 만나면 “네가 내 연인이었니?”를 시전하고요(?) 아니라고 하면 쿨하게 돌아서는 쏘쿨녀입니다. 제 PC인 데미안은 이런 멜리네의 대시에 첫눈에 반해서 연심을 품게 되었다는 설정이고요. 아니 하지만 감정 표가 그렇게 나왔단 말여요ㅋㅋㅋ

 스테아님의 침착하면서도 할 거 다 하시는 롤플레잉을 참 좋아하기 때문에 이번에도 멜리네와 어떤 이야기를 펼쳐나갈지 기대됩니다/ㅅ/ 과연 이 연심은 끝까지 유지될 것인가!

 

바리 / 루루팡


ㅡ 이런 짓을 하고도 용서받을 수 있을까요?

 

ㅡ 누가 우릴 질책한다는 거죠?

 

ㅡ 단 한 번의 삶이기에 아름답다 믿으며 죽어간 사람들.

 

ㅡ 그런 로맨티스트는 옛적에 다 가수가 되었습니다.

그보다, 그보다 이 강인한 것을 보세요.

애수에 사로잡히지 않고 다시 생명을 움켜쥐는 이 뻔뻔함.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진정 찬양해야 할 존재가 아닐까요?

 

ㅡ 이 아이에게 노래를 불러줘도 될까요, 박사님?

 

ㅡ 생명의 찬가로군요. 난 좋습니다.

 

(#S_194 그리고 여자는 장송곡을 부르기 시작한다.

남자는 그 모습을 보면서 조용히 읊조린다.)

 

ㅡ 미친X.


 (죄송해요 루루팡님 제멋대로 만들어봤습니다ㅠㅠ 마음에 안 드시면 언제든 1588-엥미디엠22) 마지막으로 루루팡님의 PC인 바리입니다... ㅋ... ㅋㅋ... 아 죄송해요ㅠㅠㅋㅋㅋ 소개하자마자 웃는 건 실례인데ㅠ 하, 하지만 이 녀석은! 이 녀석으으은!!!ㅋㅋㅋㅋㅋ 루루팡님 제가 사랑하는 거 아시죠?? 이하의 모든 설명은 제가 바리를 사랑하기 때문인 거 아시죠?!?! 제발 이해해달라! (고래고래) 

 바리... 그렇습니다. 눈치채실 분들은 눈치채셨겠지만 ‘바리데기’에서 따온 그 바리에요! 이 녀석은 기억의 조각이 너무 의미심장한 게 걸려서 이 지경이(?) 되었는데 (네크로니카에 의미심장하지 않은 기억의 조각은 없지만) 무려 ‘사자 재생’이랑 ‘노래’가 나오셨더라고요! 한때 죽은 사람을 살리는 실험에 연루되었었고 그때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노래가 항상 들려왔다는 설정이 되었는데... 저승사자의 이미지가 떠오르다 보니 바리데기의 이름을 빌리실 수밖에 없으셨다고ㅠ

 사자 재생의 실험에 휘말렸던 흔적인지 모르겠지만 여분의 머리와 팔이 달린 몸을 가진, 사실상 저희 중에서는 구울에 가장 가까운 소녀입니다. 성격은 냉정하고 차갑... 지 않고요! 아주 씩씩하고! 아주 강합(?)니다!ㅋㅋㅋㅋ 아 바리야!!!!! (쓰다가 또 현타옴ㅋㅋㅋ) 바리에 대해서는 세션에서 아주 아주 자세하게 얘기할 예정이니까요^^ 우리 천재 네크로니카 바리의 이야기 기대해주세요 (흐느낌) 

 모두의 PC가 결정된 뒤에는 선관을 짜기 시작했습니다. 도입부터 이미 서로 알고 있는 관계로 시작하기 때문에 간단한 선관과 만나게 된 계기를 결정하게 되었는데요. 모두 감정 표를 굴렸음에도 불구하고 아래와 같은 기가 막힌ㅋ 선관이 짜인 것 아니겠어요? 

시작은 좋았다 시작은... 아니 뭐 끝도 좋았다(?)


 함께 여행 중이었던 멜리네와 바리. 서로에게 우호적인 감정을 가지고 신뢰와 우정의 관계를 쌓아가고 있던 두 사람 앞에 데미안이 나타납니다. 언제나 그렇듯 멜리네는 매크로 1번 눌러서 “네가 내 연인이었니?”를 시전하고요. 그러나 이게 매크로라는 걸 몰랐던 좀비 성기사 데미안 군은 그녀의 말 한 마디에 Falling in love.. 말하자면 *연심*을 품게 됩니다^^;;;;

 하지만 데미안이 연인이 아니라는 걸 눈치챈 멜리네는 빠르게 손절(?)해버리고, 친구인 바리와 함께 다시 길을 나서려고 합니다. 그 모습을 본 데미안은 그만 질투의 누아르 하트로 불타게 되는데... (*대항*이 떴다는 뜻) 바리 역시 일방적으로 경쟁의식을 불태우는 데미안을 썩 좋아할 리는 없으니 둘의 관계는 시작부터 파탄입니다. 그러나 이 사실을 모르는 멜리네는 그저 연인~ 연인~ 하며 헤헤 웃고 있을 뿐입니다, 헤헷.

 어휴, 전부터 느꼈던 거지만 네크로니카에 연심 하나라도 들어가면 파탄 나는 거 같아요ㅋㅋㅋ 초기 관계는 이후 서사에 큰 영향을 주는 편이라 웬만하면 말이 되게 잘 나와줬으면 싶은(?) 바람이 있는데 정말... 너무나 적절한 초기 관계가 만들어진 것 같아서 후기 쓰면서도 대만족입니다ㅋㅋㅋ

 하지만 인형들이 품고 있는 소원(=갈망)의 무게는 가볍지 않습니다. 서로에게 연심과 질투, 대항을 불태우며 방방 뛰어다니는 인형들의 발목에는 저마다 풀어야 할 족쇄가 채워져 있습니다.


데미안은 신의 그릇이 될  자를
멜리네는 함께 화원에서 뛰놀던 연인을
바리는 기억 속에 들려오는 노래의 정체를


 인형들은 각자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마음에 품고 세계를 헤쳐나가기 시작합니다. 이 갈망들은 앞으로 어떤 형태로 부풀고 어떤 흔적을 남기게 될까요. 부풀었던 염증은 안쪽이 푹 파인 분지의 형태로 곪아가기 시작합니다.

 

▼ 스포일러 포함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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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보물찾기 시간이야


 아, 일단 이번 후기에 앞서 ㄱ- 녹차님이 세션에서 너무나 많은 헤이트를 올리신 관계로 용서못해 포인트를 세도록 하겠습니다. 녹차용서못해 헤이트라서 NH UP!  이런 식으로 표현할 예정이고요(?) 얼마나 많은 녹차못해의 순간이 있었는지 같이 따라와주세요ㅎ 세세하게 다 체크하진 못했기 때문에 그냥 이런 타이밍에서 녹차못해 포인트가 올랐구나 하고 봐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9

 자, 그럼 보물찾기의 시간입니다. 저희의 손을 떠나 잔해만 남은 도시에 떨어진 아이들.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두근두근하고 있는데 녹차님이 여기서 갑자기 언더테일 BGM을 트시더라고요ㄱ- 아니? 감히 언더테일을? [→ NH UP!] 아니 언더테일 브금은 너무 사기잖아요ㅋㅋㅋ 제가 언더테일 브금만 거의 1년 반 정도 매일 매일 들은 사람인데 사람을 이렇게 매도하시면 쓰는가 꺼이꺼이 (녹차:왜 저래요? / 슷&룰:몰라요 미친 사람인가보지)

 하지만... 하지만 솔직히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너무 잘 어울려!ㅠㅠㅠㅠㅠㅠㅠ 이 시나리오랑 너무 잘 어울리는 브금이라고요! 적막한 잔해에서 보물을 뒤적이고 있는 아이들, 회색빛 도시와 잿빛 하늘... 그리고 조용히 들려오는 무기질적인 음악... 끄아아 디비진다 끄아아ㅏㅏㅏ 자세 녹차못해 헤이트 상승ㅣㅣㅣㅣ [NH UP!] (???)  브금 덕분에 시작하자마자 팍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발견된 다음 단서도 흥미로웠어요. 저희들... 무려 네크로맨서의 지도를 발견했거든요!

우리 BELL이 이렇게 쏴줬다 아입니까 캬 (망상입니다)


 이 파괴된 세계와는 유리된 그 환상적인 영상에, 인형들은 잠시 홀린 듯 지도를 봅니다. 따라가면 뭔가 보물이 있을지도 모모르죠. 상식적으로 그럴 일은 없지만 지금 이 아이들은 보물을 찾아서 움직이고 있으니까요. 이 세상 어딘가에 반드시 보물이 있을 것이다, 그런 희망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아이들의 눈에는 이 지도조차 보물 지도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 지도가 가리키는 곳은 영 심상치 않은 곳이었어요.

 화가 난 신은 세상을 때렸다

 지도가 가리키는 곳은 도시 외곽의 푹 파인 분지였습니다. 식물계 뮤턴트로 둘러싸여 있어서 진입하는 것도 영 쉽지 않았는데요, 아무리 우리 아이들이 엔간히 맞아도 살아난다지만(?) 숲으로 오인할 만큼 많은 식물계 뮤턴트가 깔려 있다니 대책 없이 들어가고 싶진 않더라고요.

 그렇게 인형들이 한참 고민에 잠겨 있을 때, 기다렸다는 듯 BELL이 그 분지와 관련된 설화인 신의 손자국에 대해 얘기합니다. 이 설화는... 음, 함께 보시죠!

옛날 옛적에 방탕하고 나쁜 짓만을 반복하는 산적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산줄기 아래 살며 그 아랫마을과 오가는 행상인들을 약탈하고 괴롭혔습니다.
어느 날 한 가족이 조심스레 산을 넘다 봉변을 당합니다.

아버지는 곰 먹이로
어머니는 강 아래로
한 살 많던 오빠는 사지를 빼앗기고
막내는 두 눈을 잃고 산 속에 버려졌습니다.
살아남은 아이는 신에게 빌었습니다.

"신님, 신님. 나쁜 사람에게 천벌을 내려주세요."

그 소원을 들었던 것일까요?
하늘에서 한 줄기 거대한 금빛이 땅을 짓누릅니다.
산줄기가 주저앉고 강한 바람에 나무는 불타오르며 대지가 비명을 지릅니다.

그리고 그 곳은 신의 손자국이라 불리는 흔적만이 남았습니다.
악인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소원을 빈 아이도 어디에도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산에서 악행을 저지르려는 자에게는 아이의 기도소리가 들려온다고 합니다.

"신님, 신님. 나쁜 사람에게 천벌을 내려주세요."

 

 설화를 풀버전으로 보여드린 이유가 있습니다. 이게 무려 자작 설화라고 하시더라고요ㅠ 아니, 세계 설화 사전 뒤져보면 한 자리 떡하니 차지하고 있을 것 같은 설화 아닌가요ㅠ_ㅠ 저 신화설화민담 개짱덕후라 너무 좋고 설레고 [ NH DOWN!] (?) 빨리 저 설화의 한 가운데로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에 안으로 들어가자고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그때... 녹차님이 갑자기 핸드아웃을 꺼내시는 게 아니겠어요?!

 세상에... 네크로니카의 조사 대상을 일일이 핸드아웃으로 만들어서 가져와 주셨더라고요ㅠ 심지어 이 핸드아웃들, 단지 내용을 표기하기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닙니다! 각각의 판정에 필요한 능력치가 지정되어 있고, 특정한 파츠나 스킬을 사용하면 플러스 수정을 받을 수 있는 요소가 가미되어 있어요. 완전 본격적인 핸드아웃 게임이었다 이겁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

 개인적으로 네크로니카답게 인형들의 파츠(팔이나 다리, 머리)를 이용해서 판정에 플러스 수정받는 게 마음에 들었어요. 가령 주변의 흔적을 살펴보기 위해서 '귀'나 '눈'과 관련된 파츠를 사용한다는가 하는 부분이요. 핸드아웃의 내용과 파츠의 연계도 잘 되어 있어서 조사 파트는 정말 신나서 했네요/ㅅ/ 이것이 네크로니카 버전 핸드아웃 시스템이다! 하는 느낌?ㅎㅎ

 그렇게 핸드아웃뽕을 맞으며 열심히 주변을 조사하던 인형들은 분지의 한 가운데에 뭔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분지로 들어갈 수 있는 세 가지 루트가 공개됩니다.

 

최신 길 : 비교적 최근에 뮤턴트와 전투를 한 흔적이 보인다.
예전 길 : 오래 전에 물체가 끌려간 듯한 흔적이 보인다.
복합 길(?) : 언데드의 파편과 무언가 끌려간 듯한 흔적이 보인다.

 분지로 들어가는 길이 험하다 보니 이렇게 루트가 나뉘는 것도 좋았어요. 각각의 루트마다 가고 싶은 이유와 가고 싶지 않은 이유도 분명하게 갈려서 여기서 잠깐 논의가 이루어지는 것도 재미있더라고요ㅎㅎ 결과적으로 저희는 최신 길을 따라서 갔습니다! 그래도 최근에 한 번 전투가 있었으니 다른 길에 비해 뮤턴트의 숫자가 좀 적지 않을까(?) 하여 << 


 그렇게 용기를 내서 들어간 것까지는 좋았습니다만 놀랍게도 그곳에서 발견한 것은 우리 친구들의 잔해였습니다.

 BELL의 부품들

 분지로 향해 나아가는 길, 그곳에서 인형들은 BELL과 같은 모델의 로봇들이 무더기로 파괴된 것을 발견합니다. 더욱더 의미심장한 건 다들 ‘기억 파츠’만 도려내진 채 버려졌다는 것이었어요. 뭔가 맛있는 냄새가 나죠잉? (탐정 모드 발동)

 BELL의 본래 목적은 가이드였지요? 백화점 인근에서 사람들을 안내하는 게 BELL의 역할이었을 겁니다. 그 말인즉슨 이 녀석은 백화점이 파괴될 당시의 일을 기억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고요. 그런 BELL의 기억 파츠를 도려냈다는 건, 누군가 그 당시의 일을 말소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요?  당장 떠오르는 망상은 두 가지 정도가 있었습니다. 

 1. 파괴자의 정체를 숨긴다

 범죄 행위를 소각하려는 것이니큼, 역시나 이 일을 저지른 사람의 정체를 숨기려고 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체가 밝혀지면 곤란한 인물이라는 거니까 외관만 봤을 때는 멀쩡하게 잘 지내고 있을 사람일 가능성이 높죠... 라는 것은 다른 세계관에서나 가능한 이야기. 디스 이즈 네크로니카, 살아있는 사람보다 꽃과 풀이 더 많은 세계입니다. 평판에 신경을 쓸 인물은 존재하지 않아요. 기각.

 2. 파괴를 한 방법을 숨긴다 

 이 일대를 파괴할 때 사용한 병기, 또는 기술을 숨기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 현재 남은 잔해만 봤을 때는 어떻게 파괴된 건지 정말 감이 안 오기는 해요. 기껏 상상할 수 있는 건 폭탄 정도인데 대체 무슨 폭탄이라 이렇게까지 숨기려는 건가 싶긴 하죠. 개인적으로는 병기 쪽에 좀 더 가설을 두고 있습니다. 혹시 저희와 같은 인형 부대가 저지른 짓인 걸까요? 머리를 굴려라, 에이미!

 현재로선 이 정도 망상밖에 떠오르지 않지만 뭔가 은닉하고 싶었던 것만큼은 확실한 것 같은데요... 이 떡밥이 회수될지 회수되지 않을지도 아직 모르겠지만, 곳곳에 수상함이 박혀 있는 이 구성이 저는 마음에 듭니다. 앞으로도 <갈망록> 캠페인 후기는 허락받지 않은 날조와 망상으로 이루어질 예정이며... (은은) 

 에스겔이라는 남자

 순진무구한 인형들과 달리 온갖 음모론으로 자와자와하는 플레이어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덧 분지의 안쪽에 발을 디디고 있습니다. 분지의 한 가운데에는 거대한 쇠문이 바닥에 박혀 있습니다. 그리고 한 남자가 언데드 무리를 끌고 나와서 그 철문을 부수려 하고 있었어요. 그 남자의 이름은...

캠페인 공식 NPC, 에스겔!

 
 참 멀쩡하고 호리호리하게 생긴 깐지나는 언데드죠? 실물이 훨씬 멋있는데 사진이 이런 거밖에 없더라고요ㅠㅠㅠㅠ 제기랄 나중에 녹차님이 혹시 캠페인 공개할 때 같이 공개하시면 이 이미지도 변경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무튼, 애들밖에 없는 세계에 어른이 등장해버리니 긴장감이 팍 돌면서 집중이 되더라고요. 마치 학교 땡땡이치고 도망치다가 현관에서 담임 선생님 만났을 때의 기분이랄까? 아무튼, 녀석은 친해지기도 전에 철벽을 팍 치더니 다짜고짜 얘기합니다.


 “BELL을 내놔라. 별의 포식자를 죽여야 한다! 절망을 불러일으키는 자들이다!”


 홧씨, 뭔가 오죠? 확 오죠, 그냥? 별의 포식자라니 사정없이 심장이 막 요동치는 표현이죠? BELL에게 수상한 뭔가가 숨겨져 있다는 떡밥이 촥 뿌려집니다. 포식자라니 저희 나중엔 BELL에게 잡아먹히나요? 아직 모르겠는데 아 너무 설레고ㅋㅋㅋ 벌써 스토리 백만 가지 생각해버립니다. 이렇게 되니 조금 전 사태에 대한 새로운 가설이 떠오르더라고요.

 3. BELL의 파괴를 목표로 한다

 에스겔의 표현대로 BELL이 ‘별의 포식자’라면, 그리고 그게 위험한 존재라면, 어쩌면 이 일대를 전소시킨 이유가 BELL을 없애기 위해서였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고작 BELL의 개체를 없애기 위해 지역 하나를 초토화시키다니, 갑자기 소름이 쫙 끼치더랍니다. (너무나 때이른 소름) 아직까지는 진짜 망상에 불과할 뿐이지만요^ㅅ^; 대체 BELL... 너는 누구니... 응?

 플레이어로서는 그런 의심이 들지만, 우리 인형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BELL에게 신세 진 것도 많을뿐더러 갑자기 나타난 아저씨보다야 여기까지 함께해온 BELL을 지키고 싶은 게 당연하니까요.  인형들은 BELL을 내어줄 수 없다면서 싸움을 시작합니다. 하... 드디어 전투한다 이 얼마만의 네크로니카 전투냐며ㅠㅠㅠㅠ 주사위를 손에 쥐고 드글드글 굴렸습니다.

 ㅋ... 근데 이 전투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투 페이즈

 머릿속에 구겨진 룰을 꼬깃꼬깃 펼치며 전투를 시작하는 플레이어들.  녹차님의 특제 전투 테이블을 진짜 오랜만에 보는데 너무 반갑더라고요/ㅁ/ 저는 이걸 공식 시트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요ㄱ- 이거 없이 어떻게 플레이하나 싶을 정도라...

에스겔이랑 사리피스 디자인도 구경해보세요


 제가 사진을 제대로 안 찍어서 잘 안 보이는데ㅠ 전투 시트 옆에 턴 순서를 표현하는 줄 시트가 같이 붙어 있는 구조에요! 공식 시트에도 턴을 표시하는 부분이 있기는 한데 작고 협소해서, 같은 턴에 몬스터가 조금만 늘어나도 처리하기가 어렵거든요. 그 턴 시트를 저렇게 늘려서 같이 붙여와 주신 겁니다. 간단한 방법이지만 진짜 편리해요!


 네크로니카는 실시간으로 액션 포인트를 소모하는 방식이다 보니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고 순서가 계속 바뀝니다. 이런 리얼타임적인 요소 때문에 전투가 재미있긴 한데, 이걸 뎁스 없는 테이블 위에서 표현하려니 보통 어려운 게 아니더라고요. 그런데 녹차님의 특제 시트로 하면 전황이 쉽게 보입니다. 진짜 개짱입니다ㅠ_ㅠ


 자, 그렇게 플레이어들이 시트에 정신이 팔려있을 때 무려 좀비 15마리가 하트 토큰과 함께 전장에 올라오고요(???)  [→ NH UP!] 우리 BELL은 전투에 참전 안 시킨다고 하셨는데 그 녀석마저 갑자기 시트에 올리시는 것 아니겠습니까!ㅋㅋㅋ  [→ NH UP!] 크, 시맛따!! 마스터의 현란한 셋팅에 정신이 팔린 사이에 이미 몬스터 대군에게 둘러쌓였다! 설렘은 잠시 접어두고 전의를 불사릅니다. 살아남으려면 정신 바짝 차려야 합니다. 여기는 팔다리가 가차없이 날아가는 네크로니카라고요.

 근데 너무 오랜만이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싶어서 진짜 걱정이 되긴 하더라고요; 결론적으로 뭐 잘 끝나긴 했는데요...ㅋㅋㅋㅋ 변수가 정말 많았습니다... 아 이걸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ㅋㅋㅋㅋㅋ 그래서 이번 전투 페이즈 리뷰는 인상적이었던 순간들만 모아서 적어보았습니다!
계속 이 방식은 유지할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이렇게 해볼게요ㅎㅎ

 갈망록 제1화 전투 페이즈, 그 *충격적인 순간 Five*로 모시겠습니다!^^


 1. 녹차님 주사위 왜 이래요


 녹차파우더... NC... NeChromancer... (?) 닉네임에서 이미 점지됐듯 이분은 하늘이 내린 네크로니카의 마스터입니다. 시나리오, 셋팅, 마스터링, 전부 퍼펙트하다고요ㅠ 녹차님하고 플레이한 네크로니카는 하나같이 다 인상적이고 재미있었어요. 제가 네크로니카를 좋아하게 된 데에는 녹차님의 역할이 지대합니다. (녹차님 사랑해요... 헤헤...)

 깔끔한 전투 셋팅, 쉽고 간단한 룰 설명, 귀엽고 무서운 NPC 묘사 등등... 녹차님 세션의 장점은 한 두가지가 아니지만 이번에 새삼 느낀 건 에너미 스펙을 엄청 섬세하게 짜오신다는 거예요. 이 정도면 공식 에너미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몹과 정예, 보스를 적절하게 섞어서 올려주시기 때문에 구성만 봐도 팍 긴장하게 됩니다.

 에너미 스펙도 워낙 꼼꼼하게 만들어 주셔서, 한두 군데 날린다고 끝이 아니라 팔다리 다 분지르기 전까지는 계속 위협이 되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유지되는 것도 대박이고요ㅠ 네크로니카 에너미 메이킹을 한 번도 안 해봐서 그런지 늘 에너미 들고 오시는 거 볼 때마다 감탄하게 되더라고요.

 ㅎ.... 근데 문제는... 이 놈들이... 녹차님의 정성만큼 잘 움직이면 좋은데...ㅎㅎ... 오늘따라 녹차님 주사위가 도와주질 않아서 애들이 맥을 못추더라고요ㅠ 아아아... 기껏 눈코입 예쁘게 붙여놨더니 왜 눈으로 숨쉬고 코로 말하고 입으로 킁카킁카하고 있어 이 새끼들앜ㅋㅋㅋㅋㅋㅋㅋ 덕분에 저희야 안락하게 플레이하긴 했는데 열심히 에너미 짜오신 녹차님 맴이 공허하셨을까 봐 걱정이 됩니다ㅠ 이쯤 되면 진짜 버그 아닌가...
하도 이상해서 제가 실패하신 것만 세어봤는데요!

 1 라운드 (총 10회의 행동)
 실패 1 - 하운드 : 방어
 실패 2 - 에스겔 : 신의 손자국
 실패 3 - 해충 : 무차별 공격
 실패 4 - 좀비 : 연격
 실패 5 - 에스겔 : 신의 손자국
 실패 6 - 해충 : 무차별 공격
 실패 7 - 좀비 : 연격
 실패 8 - 에스겔 : 신의 손자국

 2 라운드 (총 10회의 행동)
 
실패 1 - 에스ㄱ...


 ㅎ.... 그만 세자... 더 세면 제 마음도 부서질 것 같아요... 이쯤 되면 어디선가 해킹당한 게 아닌가ㅠ 말로만 듣던 티알 해킹의 현장이 바로 여기에(?) 아무튼, 공들여서 만들어와 주셨는데 이렇게 돼서 저희가 다 죄송할 따름입니다ㅠㅠㅠ;; 다음 세션에선 레알로 소금 좀 들고 가서 옆에 쌓아드려야겠어요.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아니 정확히 얘기하자면 이게 모든 일의 시작-.-


2. 생태계 생생생


 녹차님의 주사위가 만든 첫 번째 희생자, 그것은 해충이었습니다. 좀비, 지옥견, 사도(?) 등등 온갖 에너미들이 득시글거리는 이 배틀 필드에서도 이 녀석의 존재감은 독보적이었어요. 왜냐하면... 전투하는 동안 단 한 번도 성공을 못 해서 이동도 공격도 못 하는 상태로 주저앉아 있었거든요ㅎ...ㅎㅎㅎ...ㅎㅎㅎ 

 다른 애들은 그래도 뭔가를 했는데 얘는 진짜 아무것도! 단 하나도! 성공을 못 해서!ㅋㅋㅋㅋㅋㅋㅋ 에너미로서의 기능 자체를 상실한 수준이었습니다ㅋㅋㅋㅋㅋ 그 사실을 눈치챈 건 게임이 끝나갈 무렵... 플레이어들은 순진한 얼굴로 우릴 쳐다보고 있는 해충들을 보며 한 마디씩 합니다.

 플레이어 R모씨 '얘네 여태 뭐했냐. 이쯤 되면 에너미가 아니라 배경.' 발언 파문
 마스터 N모씨 '이거 왜 이래 진짜 생태계냐'
 플레이어 S모씨 '생태계라니 진짜 말도 안 되고 너무 웃겨'
 플레이어 A모씨 '이거 내가 후기에 쓴다 반드시 쓴다' 

 급기야 나중에는 다들 해충을 해충이라 부르지 않고 생태계라고 지칭하는 상황이 됩니다ㅋㅋㅋㅋㅋㅋ 생태계 주사위 굴립니다... 생태계 공격합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 나중엔 PC들도 생태계를 무시(?)하면서 전투에 임하는데 그때부턴 리얼 생태계 취급이라 웃겨 죽는 줄 알았네요ㅠ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저희는 신경쓰지 마시고 하던 일 마저 하십시오


 그동안 수많은 에너미와 만나봤지만, 에너미로서의 기능을 잃은 에너미는 처음이었습니다(..) 한편으론 그만큼 마스터님 주사위가 잘 안 나온 거라 좀 죄송하기도 한데ㅠ 뭐 어쩌겠어요... 생태계인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ㅅㅂ... 살려달라... (녹차님 : 다음부터 해충 안낸다)


 3. 하운드의 삶


 그렇게 온갖 벌레들이 기어다니는 천연의 자연에서 펼쳐지는 에코 배틀^^... 하지만 상황은 그렇게 평화롭지 않습니다! 에너미 구성이 다양하다 보니 누굴 먼저 팰지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우선 가까이 있는 하운드부터 두들겨 패기로 합니다. 하운드가 가진 스킬이 워낙 무서워서 얘부터 빨리 처리해야 좀 안심하고 싸울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1라운드 정도는 하운드랑 씨름하다가 끝나겠구나 하면서 경건하게 주사위를 쥐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이죠?ㅋㅋㅋㅋ 제자리에서 팝콘처럼 튀겨지던 마스터님의 주사위와 달리 저희는 초반부터 주사위가 질주하더라고요^ㅁ^;; 덕분에 1라운드가 시작하자마자 준비된 하운드 두 마리가 모두 소진되고 맙니다(?) 중후반까지 버티면서 계속 딜을 넣을 예정이었던, 실질적인 공격수인 하운드 두 마리가 말이에요ㅠㅠㅠ 야레야레 우리들타치 너무 강했다나;;;

 하운드들의 연이은 부고... 설마 이렇게 일찍 나가떨어질 줄은 몰랐던 우리의 마스터님... 아무튼 퇴장 묘사는 해야 하니 어쩔 수 없죠. 그때 그 기이한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갑자기 마스터님이 헬쓱한 얼굴로 조용히, 아니 목소리를 높여 외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럼 저 멀리서 뛰어오던 하운드가 외칩니다...'

 

왈왈왈!!!
...왈?


 ...?

 ???
 녹차님 뭐하세요
 ㅋㅠㅋㅠㅠㅋㅠㅠㅋㅋㅠㅠㅠㅠㅠㅠㅋㅋㅋㅋ
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순간 정신이 번쩍 드는 연기였는데 이걸 글로 표현할 방법이 1도 없다;;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짧은 외침 두 단어로 하운드의 일생이 화끈하게 요약되어버리더랍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산책할 생각에 신나서 현관문까지 뛰어간 멍멍이들... 하지만 현관문 앞에서 오줌을 싸자마자 다시 집으로 끌려 들어온다면 어떨까? 생각만 해도 허탈하다ㅋ 저 짧은 두 단어로 하운드쨩의 심정이 고스란히 표현되어서 정말 깔깔대고 웃었네요ㅠ

뭐, 그럴 수도 있죠 아냐 그러면 안 돼...


  그렇다... 이것이 하운드의 일생(?) 시작하는 듯하더니 끝나버리는 산책. 인간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살아있는 모든 것은 태어나는 동시에 죽어가고, 시작하는 동시에 끝을 향해 달려가니, 인생을 설명하는 데에 책 한 권의 호사는 필요치 않고 다만 두 글자... '왈왈왈! 왈?' 그것만이 아시바 넘어갈게요. 


 4. 좀비의 짝사랑

 

 아무래도 배경이 포스트 아포칼립스다 보니 네크로니카를 하다 보면 좀비들과 자주 마주치게 됩니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어요. 하지만 기존의 좀비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 녀석들에겐 마음이 있다는 겁니다. 그것도 아주 아련하고 애절한 마음이요. 이 새까만 세계에 어울리지 않는 분홍빛의 아릿함... 아 네 안 속으시는 거 알아요 빨리 설명해야디ㅎ

 자, 지금부터 벌어지는 모든 사건은 바리 THE BABARIAN에 의해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녀는 하늘이 내린 다이스갓의 검투사, 밸런스따윈 깔끔히 무시하는 진정한 파괴자, 그녀는... 아아!!! 바리야 넌 대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갓캐를 보았다) 자, 최대한 침착하게 설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후하후하... (왜 긴장하냐고)

 상황은 그야말로 일촉즉발, 좀비들이 바리를 둘러싼 상황이었습니다. 아무리 바리가 킹쎈 인형이라지만 몰려오는 좀비들을 혼자 물리칠 수 있을 리가 없죠... 일단 NC님의 주사위가^^ 쓸쓸하게 나오는 바람에 좀비들이 한 걸음도 못 움직였거든요ㅠㅋㅋ 망부석이 된 좀비들을 한참 두들겨 패다가 슬슬 에스겔 조지러 가볼까 하고 한 칸 앞으로 나아가는 바리쨩... 그런 바리쨩을 붙잡기 위해 좀비들이 이동 방해를 시도합니다. 뭐, 해봐라 하는데...

 놀랍게도 이 새끼들이 처음으로 성공을 띄운 것 아니겠어요?(...)

 그게 뭐요...? 싶은데 아니 이게 그게요... 실제 테이블에서는요ㅋㅋㅋㅋㅋㅋ 정작 이동이랑 공격은 내내 실패하던 좀비들이 갑자기 바리가 떠난다니까 이동 방해를 급격히 성공시켜버리는 꼬라지가 영 어이가 없어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갑자기 다들 온갖 해석을 붙이면서 정신나간 아침드라마 현장으로 바뀌었단 말이에욬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건 뭐 떠나려는 바리의 바짓자락을 잡으며 가지 말라고 울부짖는 그런 거냐고^^

바리 그럼 쟈네!
좀비 자, 잠깐!
지문 좀비, 바리의 팔을 붙잡는다
바리 (놀라며) ...응?
좀비 가지... 마...
바리 에엣, 뭐야? 더 맞고 싶은 거야? 푸하핫! 녀석, 농담도 참!
좀비 가지 말라고!
지문 좀비, 바리를 끌어 안는다.
바리, 놀라서 좀비를 쳐다본다.
바리 (몸부림치며) 자, 잠깐! 뭐하는 짓이야! 이것...
좀비 지금까지 말하지 못해서 미안해... 하지만 나, 진심이야.
바리 (뭔가 눈치챈 듯) 조... 좀비 쿤...?
좀비 가지 마, 바리. 그리고... 여기서 날...


 어쩌라고 나를 더 패달라고?
 ㅋ
 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그게 아니고서야 왜 여기서 바리를 잡는 건데!ㅋㅋㅋㅋ 좀비 쿤 사실 도M이었던 거야?ㅋㅋㅋㅋ 뭔데 이 드라마 어떻게 전개되는 건데! (와작와작)

 

뭐 거의 이 상황


 어차피 이 드라마 안 보실 거 같으니까 결말 스포할게여ㅋ 결국 바리는 그 마음에 부응하기 위해 이동하지 않고 좀비들을 패주기로 합니다^^ 하지만 사랑한다잖아요... 자길 죽이고 가라고 하잖아요... 그럼 어쩔 수 없죠 뭐... 네크로니카에서 이런 찐한 아침 드마라 감성을 맛보게 될 줄이야ㅎㅎ 거참... 뭐 아침 드라마의 결말답게 바리는 남편 아니 좀비를 두들겨 패고 앞으로 나아갔답니다. 아 갓드였다 이 정도면 순옥킴 뒤 이을 수 있을 듯 다음에 봐 좀비쨩 끼요옷


 5. 어떻게 혐오가 변하니

 

 네크로니카는 PC 간의 감정이 휙휙 바뀌는 룰입니다. 혐오였다가 갑자기 연심이 되기도 하고, 신뢰였다가 갑자기 대립이 되기도 해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감정이 바뀌는 타이밍마다 긴장할 수밖에 없는데 아니나 다를까 저희 팟에서도 별... 말도 안 되는...ㅋㅋㅋㅋ 일이ㅋㅋㅋㅋㅋㅋ 우선 들어가기 전에 저희의 초기 관계부터 다시 보여드리겠습니다.


 여기서 초반의 어드벤처 페이즈에서 대화 판정을 나누며 바리와 데미안의 관계에 변화가 생깁니다. 생각보다 열심히 돌아다니는 데미안을 보고 그를 인정하게 되어(?) 혐오 → 대항으로 감정이 바뀌게 된 것이죠. 욘석 좀 찐따같지만 그래도 언젠가 자웅을 겨뤄볼만 하군... 뭐 그랬던 거 아닐까요?^.^ (머쓱) 아무튼 혐오보단 낫다 이렇게 신뢰를 쌓아가면 되겠거니 하고 있었는데... 아시바ㅋㅋㅋ 그 해괴한 일이 벌어지고 만 것이었습니다... 


 사건이 벌어진 것은 1라운드 파이널, 데미안이 막타를 날리려던 순간이었습니다. 쌓여가는 광기 때문에 폭주하기 일보 직전이었던 바리는 데미안의 턴에 래피드로 끼어들어서 '보이스 이펙트'를 시도(!)하기로 마음먹습니다. 보이스 이펙트는 전투 중에 대화 판정을 시도할 수 있는 스킬인데, 대화 판정에 성공하면 전투 중에 광기점을 낮출 수 있기 때문에 때에 따라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스킬이에요. 뭐 펌블만 안 뜨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굴려라, 바리! 넌 할 수 있다! 하면서 루루팡님을 응원하고 있었습니다만...

물만난 루루팡님 (곰곰) 그럼 저는 이렇게 말하면서 판정할게요!
주사위 굴리려는 바리 그래! 데미안, 저걸 치워! 저건 사악한 신의 사도라고!
알피 준비 중인 데미안 그렇단 말인가?!
천재 NC님 네, 그럼 판정해주세요!
눈치없는 주사위 새끼 응 펌블


 바리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실컷 잘 싸우더니 대화 판정에서 펌블이 나오니!!!ㅋㅋㅋㅋㅋㅋ 진짜 바바리안인 거야? 그래서 전투력은 최강인데 사교력이 우가우가인 거야?ㅠ 와, 결국 광기점 낮추는 건 고사하고 있던 감정마저 랜덤으로 바뀌게 된 상황ㅋ 아 여기서 연심이나 다른 거 나오면 어떡하지ㅠ 하면서 겔겔대고 있는데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1이 나왔고요.
 혐오더라고요.
 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야
 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건 뭐 마트에서 같이 더 좋은 얼갈이배추 사려고 티격태격하다가 훗 저쪽 엄마 제법인걸? 하고 계산대 갔더니 거기서 먼저 계산하려고 또 티격태격하는 시츄에이션도 아니고 끝나지 않는 혐관의 세계^^ 결국 다시 상호 혐관되어서 말다툼하고 있는데 마이페이스라 주변에 큰 관심 없는 멜리네조차 '너네 혹시 싸우니?' 하고 물어보는 지경까지 이르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휴 우리 바리 다음에 만나면 사교 훈련부터 해야겠어요^^ 우가우가만으로는 사람을 사귈 수 없단다 아가... (은은)



 BEST5로 추려서 정리하긴 했지만 여기에 미처 담지 못한 하하호호깔깔의 순간들이 훨씬 많습니다. 그리고 오해하실까 봐 드리는 말씀인데 세션 분위기가 개그물에 가까운 건 절대 아니고요ㅠㅋㅋㅋㅋ 마스터님의 고장난 주사위와, 미쳐 날뛰는 플레이어들의 주사위, 그리고 적재적소에 들어간 드립 때문에 상황이 이렇게 되었던 것이니 부디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ㅠㅋㅋ 원래 네크로니카 전투는 엄청 치열하면서도 짜릿하다고요!

 그리고 웃으면서 플레이하긴 했지만 실제로 아찔했던 순간도 좀 있었습니다. 특히 정신공격이 빡세게 들어와서 처음으로 한 명은 광기 다 터지고 나가리 될 뻔 했다고요. (멜리네 날아갈까 봐 품음;)  전투가 끝난 뒤엔 어휴 살았다ㅠ 하고 기분 좋은 한숨이 나오는 그런 전투였습니다. 에너미 데이터를 꼼꼼하게 짜와 주신 게 느껴져서 정말 재미있게 싸웠어요! 그래서 이상한 상황이 나올 때마다 더 웃겼던 것 같기도 하고요ㅎㅎ

 후우, 아무튼 네크로니카 전투 재미있었지... 하고 어렴풋이 되새김질만 하다가 다시 플레이하게 되니 너무 설레고 좋았습니다/ㅅ/ 역시나 이 스피디한 전투는 네크로니카에서만 맛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쉴 틈 없이 머리를 굴리고 타이밍을 재면서 자기 역할을 찾아가는 과정이 정말 즐겁습니다. 주사위가 잘 나오면 잘 나오는 대로, 못 나오면 못 나오는 대로 재미있는 게 네크로니카라고 생각해요. 이번엔 좀 과했(?)지만ㅠㅋㅋㅋ 뭐... 다음에 갈 때 진짜로 소금 쌓아드릴 테니까요! 2화에서는 더 짜릿하고 흥미진진한 전투가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ㅎㅎ



 엔딩 페이즈

 그렇게... 위대한 쇼맨에 비견될 만한 곡예 전투(?)가 끝을 맺고 인형들은 만신창이 된 에스겔을 마주합니다. 조금 전까지 우릴 죽이기 위해 손자국을 휘두르던 그의 눈에서 광기는 사라지고, 그 자리를 신뢰가 대신 채웁니다. 에스겔은 인형들을 향해 이런 말을 전합니다.  

"아 그렇구나, 내가 인도된 것이 아니라 너희가 신에게 인도된 것이구나.
 앞으로
이해할 수 있거나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겠지만 너희라면 괜찮을 거다.
 잘 부탁하마ㅡ"


 아니, 잠깐만요! 그렇게만 말하고 사라지면 어떡해요... 하기도 전에 소름이 쫙 끼쳤더랍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에스겔이 '신'이라는 단어를 입에 담은 게 좀 충격적이었어요. 신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 나오긴 했지만, 설화와 관련되어서 등장한 화두이다 보니 사실 이 시점이 될 때까지도 신은 굉장히 환상적인 존재로 느껴지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에스겔이, 그나마 우리 중에선 이 세계의 사정에 대해 제일 잘 알고 있을 그가 신의 존재를 긍정하는 말을 해버린 거예요. 과학 실험 도중에 갑자기 과학자가 '이 실험의 결과는 신께 달려있습니다'라고 신밍아웃(?)하는 걸 지켜본 듯한 기분?

 의외인 건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이전까진 우릴 막던 그가, 이제 우리라면 괜찮을 거라고 합니다.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한 말인지 진짜로 우리에게서 가능성을 본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그가 본 것은 희망일까요, 절망일까요? 망(望)을 중심으로 한 십자말풀이만 남긴 채 에스겔은 눈을 감습니다.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에스겔 녀석은 무얼 갈망하고 있었던 건지 궁금하네요. 

 그리고 조금 전까지 단단하게 닫혀 있던 문이 열립니다. 여기까지 왔으니 내려가 봐야겠죠. PC들은 지하로 내려갑니다. 그런데 이거 왠지 느낌이...

센트럴 도그마여?!


 (왠지 후기 쓸 때마다 에반게리온짤 하나씩 들어가는 거 같지만) 문을 열고 내려가는 지하의 광경이 센트럴 도그마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이것도 참 기이한 일이에요. 비록 호러 생명체일지언정 자연을 모사한 몬스터들로 가득한 이 야생의 한가운데에, 순수한 금속으로 이루어진 최첨단의 기지가 숨겨져 있습니다. 우린 BELL을 따라 밑으로 내려갑니다.

 4~5m 정도 내려가니 바닥이 닿아요. 그리고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이 익숙하게 느껴집니다. 광기 판정에 성공하자 기억이 떠오릅니다. 거울 너머의 자신과 같은 얼굴을 한 누군가. 각자의 암시와 연결된 이상한 기억에 휘말리는 인형들. 복잡하고 긴 감정 판정 끝에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수수께끼는 깊어져 가고 진실을 알고자 하는 갈망은 깊어져만 갑니다. 

 갈증은 갈망의 초기 단계일 뿐입니다. 원하는 것을 조금만 섭취하면 나을 수 있어요. 그러나 이곳은 목을 축일 것이라곤 조금도 보이지 않는 금속의 세계. 이런 곳에 오아시스가 있을까요? 천진난만한 아이들은 목이 마른 것과 숨이 찬 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세계의 끝을 향해 뛰어갑니다. 아직 아이들의 눈에 이 세계는 아름답기만 합니다. 그 사실이 조금 무서워요.

마스터님이 직접 만들어주신 주사위처럼, 이 이야기가 푸른 물가에 닿기를

 

 복귀하고서 캠페인 하고 싶다고 목놓아 외치고 다녔더니 이런 갓페인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영광이고 5화 마침표를 찍는 그 날까지 최선을 다해서 임할 생각이에요. 부족한 점이 있으시면 언제든 피드백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m(__)m

 캠페인 첫 후기인 만큼 또 공들여서 작성했는데 어떻게 잘 전달이 되었는지 모르겠네요ㅠㅠ 캠페인 후기 제대로 써보는 게 로망이었기 때문에 쓰면서도 무척 즐거웠어요/ㅅ/ 캠페인의 진행에 따라 후기도 점점 더 깊어질 테니, 이후에 어떤 후기를 쓰게 될지 저도 기대됩니다. 마지막까지 즐거운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정리하자면, 네크로니카의 세계관에 신화적인 요소가 양념처럼 가미된 시나리오입니다. 에너미 데이터도 짱짱하게 잘 짜여 있어서 적당한 긴장감과 함께 즐길 수 있어요. 세계의 비밀과 PC들의 비밀이 미묘하게 맞물리는 부분도 있고요. 앞으로의 이야기는 마스터님이, 그리고 또 저희가 만들어갈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향후 캠페인을 즐겨보고 싶으신 분들을 위한 길잡이가 될 만한 후기인 동시에, 함께 플레이해주신 분들께 즐거운 복기가 될 만한 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다음 세션도 기대됩니다. 잘 부탁드려요^^

 러브레터는 사랑의 편지라는 뜻이야

 녹차파우더님 : 네크로니카 하고 싶다고 꺼이꺼이 울고 있었는데... 그래그래하고 받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ㅠ 네크로니카 정말 하고 싶었거든요! 쉬는 동안 제일 많이 생각났던 룰 중 하나인데 이렇게 캠페인으로 다시 할 수 있게 되어서 정말 영광입니다ㅠㅠㅠ 그래서 후기도 꾸욱꾸욱 눌러 담았어요 헤헤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좋겠고/ㅅ/ 캠페인 5화 끝날 때까지 이 텐션으로 열심히 써서 나를 예정입니다!ㅋㅋㅋㅋ 언제든 해보고 싶으신 거 있으시면 시도해주시고(?!) 이번에 주사위가 너무 안나오셔서 제가 다 죄송할 정도였는데ㅠ 그래도 정신 공격은 다 먹혀서 나름 쫄깃했으니까요(?) 못 뵌 사이에 알피도 더 좋아지셨더라고요!ㅎㅎ 몬스터 표현하시는 부분도 좋았고(우워어~) NPC랑 대화 나눌 때 티키타카가 잘 돼서 감탄했습니다ㅠㅠ 녹차님 롤플 귀여운 데 소름 끼치는 부분들이 있어서 좋아요... 네크로니카에 찰떡인 감수성이라고 생각하고 늘 그 부분에 의지해서 플레이하고 있습니다/ㅅ/ 앞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또 무슨 전투가 벌어질지 기대되네요! 캠페인 열어주셔서 재차 감사드리고 부족한 플레이어지만 마지막까지 잘 부탁드려요! ㅎㅎ

 스테아님 : 마지막 멤버를 모시느라 노심초사하던 차에 흔쾌히 와주신 슷님... 정말 감사합니다ㅠㅠ 슷님 사랑이야 S2 네크로니카가 워낙 사람을 타는 룰이라 슷님 모셔도 괜찮을까... 싶었던 반면 아니 왠지 슷님이라면 이 룰 좋아하실 것 같다ㅋㅋ 는 출처를 알 수 없는 확신(!)을 가지고 말씀드렸는데 이렇게 함께 하게 돼서 넘 기뻐요ㅎㅎ 우리 멜리네도 너무 귀엽고ㅋㅋㅋ 개인적으로 중간에 멜리네가 '너네 제대로 싸우고 있는 거지?' 하면서 기웃기웃할 때 빵 터졌었네요 ㅠㅋㅋㅋ 마이페이스인 멜리네가 눈치를 챌 정도로 개판이구나 하는 체감이 팍팍 들어서ㅋㅋㅋㅋ 역시 슷님발 여캐는 꿀잼 보장 수표지요^*^ 오랜만의 오프탁이라 조금 긴장했는데 슷님이랑 마주치니까 언제 그랬냐는 듯 긴장감이 풀리더라고요. 오랜만에 뵈어서 너무 반가웠고 앞으로 남은 4회의 세션을 슷님과 함께 하게 된다니 생각할수록 기분이 좋습니다/ㅅ/ 부족한 플레이어지만 잘 부탁드려요! 멜리네랑 또 이런저런 이야기 엮어가고 싶습니다!ㅎㅎ

 

 루루팡님 : 루루팡님이랑 다시 네크로니카를 하게 되다니ㅠㅠ 감개가 무량합니다 정말... 옛날 기억도 새록새록 나고요/ㅅ/ 조심스럽게 제안 드렸는데 흔쾌히 받아주시고 세션 당일날에도 넘 재미있게 같이 즐겨주셔서 감사했어요... 예나 지금이나 루루팡님의 전투 실력은 엄청났다고 한다ㅋㅋ 아 물론 너무 여러가지 의미로 엄청나서(!) 세션 하는 내내 배 잡았지만 덕분에 1화를 멋지게 스타트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ㅎㅎ 본인 시트만이 아니라 다른 PC들의 시트에 있는 스킬까지 재빨리 캐치하셔서 중간중간 조언도 해주시고 작전도 짜주시는 모습이 어찌나 든든하고 멋있는지ㅠ 루루팡님은 루루팡님이 얼마나 멋있는지 모른다 제길 제가 이런 사람들 때문에 후기를 찌는 것 아니겠습니까??? 바리 정말 귀엽고 너무 웃기곸ㅋㅋㅋ 멋있기까지... 넘나 루루팡님 타입의 PC라서 함께 싸우는 거 좋습니다 히히 남은 이야기들에서도 우리의 의미심장한 기억의 조각들 잘 맞춰보아요 8ㅅ8 2화도 잘 부탁드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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