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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후기/마기카로기아

모든 것의 막이 내리고

by 에이밍 2018. 3. 1.

모든 것의 막이 내리고

: 마기카로기아

 

마스터

광어님 (@ThousandIllutio)


플레이어

에이미 (@ehrtlr)

루루팡님 (@wishpotion)

아본님 (@eggpowder_abon)

뫄님 (@nokcha_chiffon)


 옛날 옛적에 마녀가 살았습니다.


 마녀는 외톨이였지만 혼자는 아니었습니다.

 그녀를 사랑한 소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소녀는 마녀에게 말했습니다.

 당신처럼 되고 싶어요!

 

 마녀는 소녀를 내려다보며 말했습니다.

 그게 정말이니?


 소녀는 주근깨로 물든 볼을 붉히며 웃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마녀는 깨달았습니다.


 아아.

 

 너는 나구나.


 소녀는 웃었습니다.

 그리고 마녀도 웃었습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드디어 허상서가 2권의 첫 시나리오의 테플이 진행되었습니다. 시나리오 제작 및 마스터링은 광어님! 폭주특급 후로 처음 만드신 마기로기 시나리오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신작은 언제나 기대되고 즐거우므로 잽싸게 오늘 파란색 연구와 함께 일정을 잡았습니다. 광어님이 워낙 인기 마스터인 관계로 시나리오 작업 시간도 많지 않으실 텐데ㅠ 어떻게 완성해서 가져와주셨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일단 세션은 어떤 내용인지 전혀 모르는 상태로 진행되었습니다! 알고 시작하는 것도 좋지만 저는 이렇게 전혀 모르고 진행하는 것도 두근두근하고 참 좋더라고요ㅎㅎ 뉴욕 시리즈와 비슷한 풍일 거라는 예상은 했는데 세션을 끝낸 지금에 와서 돌아보면, 배경은 뉴욕이지만 기존의 뉴욕 시리즈와는 결이 조금 다른, 아니 많이 다른 세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의미에서 의표를 찔린 듯 했고 덕분에 초장부터 몰입을 하면서 즐길 수 있었는데...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지금까지 해본 광어님 마기로기 시나리오 중에서 제일 좋았습니다! 정말 이건... 구성도 서사도 전부 갓이에요ㅠ 특히 구성적인 부분은 후담 때 여기저기서 얘기가 터져나올 정도로 훌륭했는데 이게 어떻게 마감에 쫓겨 만든 건가 싶기도 하면서(..) 역시 좋은 세션은 신내림 받듯 후다닥 만들어야 나온다는 걸 깨달은 세션이기도 했습니다ㅠ 파란색 연구랑은 또 다른 의미에서 정말 너-무 너무 만족했고 이건 정말... 반드시 시날집에 실려야 합니다ㅠㅠ


 시나리오의 내용을 간략하게만 소개하자면 이렇습니다.


 플레이어들은 어느 날 포탈(오늘 쌍포탈(..))로부터 뉴욕에 있는 '리빙스턴 극장'에서 벌어지는 마법 재앙을 해결해달라는 의뢰를 받고 모인 분과회를 결성하게 됩니다. 그 이름은 광단. (왜요 우리 분과회 이름 중요하다구ㅠ) 아무튼, 광뉴길단은 바로 리빙스턴 극장으로 향합니다. 그곳에선 '모든 것의 막이 내리고'라는 연극이 상영 중이었고, 연극의 배우인 '리디아 헵번'과 그녀를 따라다니는 팬인 '그레타 베이커'라는 소녀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극장에서 일어난 일을 조사하면서 차분히 단장을 모아가게 되는데...


 도입만 봐도 아시겠지만 매우 단순하고 명쾌한 구성입니다. 극장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났고 그걸 조사한다. 그 과정에서 여배우와 소녀를 만난다. 이게 전부에요. 그리고 이게 전부이기 때문에 생기는 엄청난 파급 효과... 복기하려니 또 소름이 끼치네요ㅠ 구성이 단순한 만큼 서사가 깊습니다. 네? 이게 무슨 소리냐고요? 자세한 건 스포라서 말할 수 없지만 이 시나리오는 단순-반복-점층의 3단계 구조를 핸드아웃 구성이나 사이클 전개를 통해 완벽하게 체화하고 있습니다. 단순하기 때문에 강조할 수 있고, 강조할 수 있기 때문에 명확해지는 거예요. 거기서 오는 입체감... 아.


 또 핸드아웃의 배치나 전개 과정으로 충격을 주는 마기로기 시나리오는 많이 봤지만, '사이클'의 흐름으로 충격을 주는 시나리오는 이게 처음이었습니다. 반복과 점층을 통해 기본적인 정보를 확실하게 학습시킨 뒤 어느 시점에서 기다렸다는 듯 준비된 것들을 빵 터트리면서 플레이어를 시나리오의 중심으로 확 끌어당기는 구성이 정말 우아하다 못해 고상하다고 느꼈어요.


 설산밀실 이후로 좋은 시나리오란 단지 기믹이 좋은 게 아니라 플레이어가 '해결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하는 시나리오라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되었는데, 이 시나리오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플레이어에게 충분히 학습시킨 뒤 마지막에 네가 생각하는 답이 뭔지 얘기해보라며 대답을 요구하기 때문에, 플레이어 모두가 필사적으로 답을 찾아 헤매게 됩니다. NPC 설정이나 알피에 엄청난 공을 들이지 않아도 일단 사이클의 흐름을 차분히 따라가며 사건을 학습하다 보면 마지막에 그 해답이 뭔지 알기 위해서 고군분투하게 돼요. 학습은 쉽고 문제는 매력적이고 답은 아름답습니다. 이걸 우아하다고 표현하지 않으면 무엇을 우아하다고 표현해야...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 시나리오는 뭐랄까... 클라이맥스가 비장하거나 강렬하다기보다 무척 따뜻하고 아련한 느낌이었어요. 이것도 참 독특한 경험인데 분명히 최종 보스를 눈앞에 있는데도 애틋함이 사명감을 앞지르더라고요. 싸움이 아니라 바둑판에서 서로 한 수 한 수 두면서 대화를 하는 느낌이랄까. 경지에 이른 싸움은 난투가 아닌 대화의 성질을 갖게 된다고 생각하는데, 딱 그런 느낌이 드는 전투였어요. (물론 중간에 프리덤 기사 때문에 한바탕 난리가 있긴 했지만;;)


 애틋한 금서전을 지나 에필로그를 넘어 현실로 돌아오고 나니 꿈을 꿨나? 싶은 기분도 들고... 세션이 끝난 뒤에도 여운이 남는 세션은 오랜만이었던 것 같아요. 수천년의 세월을 홀로 살아온 마녀와 대화를 하고 돌아온 듯한, 그런 꿈 같은 세션이었습니다.


 정말 직접 해보지 않고는 이 세션의 매력을 10%도 전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ㅠ 후기로 열심히 쓰긴 했지만 이거로는 절대 전해지지 않을 거예요. 시날집이 언제 나올지는 모르니 그전에 광어님을 그물로 낚아서 많이들 하셨으면 합니다! 두말할 필요가 없어요. 갓시날이에요. 


 그럼... 오늘 마스터링 준비해주신 광어님! 토요일 시오미 준비도 있는데 급하게 준비하시느라 너무 수고많았고 ㅠㅠ 그러나 제 예상대로 급박하게 만든 세션일수록 오히려 신이 내릴 때가 많은(?) 케이스에 속한 시나리오라서 너무나 만족스러웠습니다. 개인적으로 배운 부분도 있었고 시날 내용 자체도 너무 취향이라서 마찬가지로 클라이맥스 묘사에서는 울컥하지 않느라 애썼네요ㅠㅠ 정말 첫 시날을 이런 퀄리티로 뽑아버리시면 대체 후발 주자들 어쩌라는 건가요ㅠ0ㅠ 이렇게 된 거 나의 상대가 될 건 나 자신 뿐이다! 모드로 어서 다음 시날을 쓰시는 것으로(???) 정말ㅠㅠㅠ 어디 하나 마음에 차지 않는 부분이 없는 완벽한 세션이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ㅠㅠ


 파란색 연구로 수고해주시고 또 함께 플레이해주신 아본님! 아야노코지 탐정님 좋아합니다! 탐정님 사랑합니다! 악악(?) 이번에도 4.9계제답게^^;; 단장을 썰어버리고 금서전에서도 활약해주셔서 완전 든든했고요..! 마스터링하느라 힘드셨을 텐데도 집중력있게 몰입하시는 모습 감덩했습니다ㅠㅠㅠㅠㅠ 사실 같은 세션을 함께 플레이해도 저마다 플레이 감각이 다를 때가 많은데, 아본님하고 플레이하면 늘 일체감을 느끼는 것 같고 그래서 함께 한 세션일 수록 더욱 '함께 싸웠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아야노코지랑 2번 해봤지만 매번 전우 같은 느낌이 들어서 나올 때마다 반갑기도 하고요ㅎㅎ 이번에도 함께 감정이입하고 즐겨주셔서 같이 한 플레이어로서 넘 좋았습니다..! 주말에 환혹 마스터링도 무사히 끝내시길 바라고ㅠ0ㅠ! 또 함께 플레이어로 뵐 날을 기대하겠습니다! ㅠㅠ


 2연속 판도라로 참가해주신 루루팡님! 이번에도 여러 트리거를 고민하면서 감정 이입하시는 모습 넘 좋았고ㅠㅠ 루루팡님이 중간에 '우리 그걸 했어야 했다'고 하실 땐 저도 막 심장이 덜컥 내려앉을 정도로 정곡을 찌르는 부분이 있었고요ㅠㅠㅠ 다행히 광어님이 카와시마 마인드가 아니라서(??) 저희가 생각한 수준의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비교적 느슨하게 진행되는 초반부터 필사적으로 하나 하나 고민하고 되짚으시는 모습에서 다시 한 번 게이머이자 따뜻한 마음을 가진 마법사인 루루팡님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오늘 두 세션 함께 해서 너무 즐거웠고 감사했습니다! 내일 남은 뉴욕 세션도 잘 부탁드리고 전 루루팡님과 함께라면 어떤 세션도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ㅎㅎㅎ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마지막으로 수은쟝... 아, 아니 재생하는 제80원소 메르꾸리우스님의 뫄님ㅋㅋㅋㅋㅋ 멋지게 만들고 싶으셨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캐릭터이긴 했는데 '뿅!' 한 방으로 정말 자동 모에화되긴 했네요 ㅠ0ㅠ 그래도 수은 캐릭터(?)라니 너무 충격적이고 싱킹펜타곤적인 모멘트 아닐가요?!?! 이번 세션에서도 여지 없이 아키나 알맹이가 툭툭 튀어나와 즐거움을 주셨고 마력 결정에서 계속 1만 나오시다가 클라이맥스에서 6 나오신 것도 너무 드라마틱한 순간이었던 것 같고욬ㅋㅋㅋㅋ 2연속 세션인데 마찬가지로 지친 기색 없이 밝은 모습으로 즐겨주셔서 저도 덩달아 즐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ㅠ0ㅠ 환혹 세션에 참가하신 것을 다시 한 번 축하드리고(?) 제가 즐겼던 만큼 뫄님께도 즐거운 시간이 되길 바랄게요! ㅠㅠ


 이 시나리오에 어울리는 수식어는 역시 '아름답다'가 아닐까 합니다. 왜 이런 얘기를 하는지는 직접 해보면 아실 거예요. 빨리 시날이 완성되어 여기저기 공개되는 날이 오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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