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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후기/가든 오더

백아의 죄상

by 에이밍 2020. 7. 31.

 

 

 때는 아직 가든이 존재하지 않던 시절. 네필림 경시청 토벌반이라는 이름 아래 오더들이 관리를 받던 때의 이야기입니다. 네필림이 출몰하기 시작한 어느 지역, 그리고 그곳에서 발견한 새하얀 소녀, 버디라고는 부를 수 없는 오더와 감시자. 이제 막 하얀 이가 잇몸을 뚫고 태어나던 시절의 이야기…

 가든 오더러들 사이에서 정말 많이 사랑받는 라이터인 미야마에 카오루 씨의 시나리오입니다. 꼭 해보고 싶은 시나리오였는데 아본님 덕분에 기회가 닿아서 누르님과 함께 플레이할 수 있게 되었네요. 오랜만에 플레이하는 가든 오더에 꼭 해보고 싶었던 시나리오라 참가하게 되어 몹시 영광이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감사의 쿠키는 후기로 굽습니다ㅎㅎ 이 세션의 진가를 모두 표현할 수 있다면 좋겠는데요ㅠ

 그나저나 이 후기 읽으시는 분 중에 가든 오더 모르시는 분은 없죠? ㅇ_ㅇ; 아니라면 어쩔 수 없군요... 재밌기로 소문난 제 소개글을 읽어주세요. (뭐래)

 어느 날, 악마가 하늘에서 떨어졌습니다

 이 세계관의 에너미는 ‘네필림’이라고 불립니다. 네필림은 성경에 등장하는 괴물들로 천사들이 지상에 내려왔다가 인간과 정사를 맺어 낳은 존재인데, 이 룰에서는 이름만 차용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이름 외에는 정체도 유래도 불분명한 이들은 사실상 몬스터라기보다 재난에 가깝습니다. 제 머릿속에서는 전지구적 사도(feat. 에반게리온) 같은 느낌이에요. 뭔가... 여기서부터 뽕이 차오르지 않나요? 에반게리온의 진정한 오타쿠적 유산은 레이랑 아스카가 아니라 사도라고… 우웃! (사도타쿠가 욺) 

 하지만 모든 배틀물이 그러하듯, 강대한 적이 등장하면 그에 맞설 강대한 인간이 태어나게 마련입니다. 일반적으로 영웅이라 불리는 이들은 신비로운 태생, 강력한 능력, 그리고 정의로운 신념 같은 것들로 구성됩니다만, 이 작품의 영웅인 '오더'는 조금 다릅니다. 이들은 수족이 잘린 영웅이거든요. 

 오더는 영웅처럼 사람들에게 존경받지 않습니다. 세계를 구하기 위해 미지의 적들과 맞서 싸우는 이들에게 주어지는 것은 박해와 차별, 그리고 고난뿐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미지의 적들과의 싸움으로 내몰리고 그곳에서 생을 다하거나 살아남죠. 여튼 이들이 바로 가든 오더의 세계관을 구성하는 두 기둥입니다. 재난에 가까운 에너미와 수족이 잘린 히어로요. 

 그리고 이 이야기는 아직 그런 상황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작됩니다. 네필림에 의해 세계가 엉망이 되는 가운데, 오더들이 태어납니다. 사람들은 오더의 힘을 두려워한 나머지 공권력으로 그들을 통제하기로 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바로 경시청 네필림 토벌반. 이후 오더를 관리하는 기관인 ‘가든(Garden)’의 전신이 되는 곳입니다.

 모든 통제 기관이 그러하듯 규율을 잡는 초기에는 엉망진창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 이야기는 바로 그 시절, 아직 거칠기 짝이 없던 시절에 경시청에 소속된 오더와 그의 감시자가 버디가 되어 펼치는 이야기입니다.

 저희 세션의 오더와 감시관을 소개하겠나이다

 먼저 우리의 자랑스러운 PC1 입니다! 가장 험난했을 시절에 태어나 갖은 고생은 다 하고 자란 우리의 체리블 군. 그 이름마저 소중한 것을 의미하는 Cherish와 끔찍하다는 뜻의  Terrible이 합쳐진 Cheribble이라고 합니다. 이름만 봐도 수많은 역경과 에너지가 느껴지지요? 오더로서 자신의 능력에 우월감을 가지고 있는 데다 약육강식의 세계관에 완전히 절여져 있는 백김치인데요... 왜 백김치냐면 마인드만 저렇게 가지고 있을 뿐 사실 뽀얗고 사랑스러운 뽀작이거든요 히히히히히 인간을 깔보는 듯하지만 사실 사람들과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을 숨기고 있는 화이트 리트리버다 그겁니다 아따

PC1인 체리블(Cheribble) 누르님표 중성캐 체고야 (흥분)

 

 (여기서 누르님의 개쩌는 캐디도 보고 가야지) 누르님하고는 5번 정도 함께 플레이어로 뵈었는데 그때마다 가져오신 캐릭터가 다 인상적이어서 전부 기억하고 있습니다! 모노톤 뮤지엄 때의 마녀바라기도, 마녀 집회의 우아한 마녀님도 (‘연애’라고 적으면 되는 거지? <ㅋㅋㅋㅋㅋㅋ아이겈ㅋㅋㅋㅋㅋ여태 못잊음ㅋㅋㅋ) 덥크의 까리한 이중인격 누님도 우… 우웃… 하나하나 생각하다 보니까 뽕찬다ㅠ 아니 왜 이렇게 제 취향으로 잘 만들어 오세요(???) 누르님 특유의 중성적이면서도 쎈듯 매력적인 애들 너무 죄다 다 뿌셔 어? 내 마음을 뿌셔

 아무튼 PC1이 저렇게 뽀작이인데 그 *버디*인 제가 가만히 있을 수가 있겠습니까. 그에 걸맞는 마라김치를 들고 와야죠^^ 제가 맡은 PC2는 아바리치아(avaricia), 탐욕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감시관으로, 이름과 달리 매우 금욕적이고 엄격한 성격의 오더 혐오자라는 설정이었습니다. 부끄러우니까 얼굴부터 보고 가자.

PC2인 아바리치아. 그냥 깜피에 황금눈이 하고 싶었다<


 어... 막상 설명하려니 진짜 좀... 부끄럽네요... 아무튼, 처음 계획은 그러했습니다. 저렇게 금욕적으로 생겨서 응? 수갑으로 막 억압하고 응? 제멋대로 구는 오더를 굴복시키고? 아무튼 좀 더 또라이로 생각했는데 막상 세션 와보니 체리블쟝이 너무 뽀작이인 거 아니겠어요? 아니 어떻게 이렇게 귀여운 아이의 손목에 시커먼 수갑을 철컹철컹할 수 있겠습니까 그게 세션에 임하는 플레이어의 자세입니까?

 

 라고 하면서 얌전하게 플레이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마스터와 플레이어분들이 없었던 갓설정을 막 붙여주시는 것 아니겠어요(???) 그리하여 졸지에 체리블쟝은 목숨이 걸린 개목걸이 아아니 초커를 착용하고, 그 컨트롤러를 아바리치아쟝이 쥐게 되고 말았습니다. 허 참 정말 제 의지와는 상관없었습니다. 아니 어 사람을 어떻게 보는 거예요. 전 이런 큐티 뽀작이를 괴롭힐 생각 따윈 조금도 없다고요. (동공팝핀)

 

 아무튼 PC 소개는 이 정도로 해놓고 우선 스포일러 없는 리뷰부터 작성하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PC들의 오지는 활약상은 백아의 죄상 플레이하신 후에 즐겨주세요! 좋은 시나리오니까 까지 말고 꼭 플레이해보시라 이 말입니다^^)/

 하얀 소녀와 전쟁터

 배경은 앞서 설명한 대로 경시청에서 오더들을 관리하며 네필림을 물리치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아바리치아와 체리블 또한 그 페어 중 하나이고요. 아직 버디라는 이름으로 불릴 수 없는 관계이지만 종래에는 진정한 버디로 거듭나는데요, 그 계기가 된 사건이 바로 케이스 N이라는 사건입니다.

 어느 날, 일본에 위치한 14지구에서 한꺼번에 많은 희생자가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경시청은 네필림의 둥지라도 있는 게 아닌가 의심하고, 아바리치아는 선배인 엔트게겐의 명령에 따라 체리블을 데리고 14지구로 향합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만나게 된 것은 자코 네필림 여러 마리와 한 명의 새하얀 소녀뿐이었는데요...

 과연 이 소녀의 정체는? 그리고 케이스 N의 진상은 무엇일까요? 한편으론 이런 첨예한 상황 속에서 서로를 경멸하는 두 사람은 어떤 갈등을 겪게 될지... 아무튼, 우리 앞에 놓인 문제는 한둘이 아닌 듯합니다.


 미야마에 씨는 버디물의 특성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매력적인 갈등 상황을 잘 뽑아내는 분이죠! 저희 파티는 혐관에 가까운 관계였지만, 개인적으로 두 PC가 가족 관계이거나 연인 관계여도 새로운 이야기가 나왔을 것 같아요. 버디물의 매력은 역시 두 PC가 만나서 화학적 반응을 일으키는 거니까요. 이번 시나리오 역시 버디물의 매력과 갈등 요소를 깔끔하게 구현해낸 멋진 시나리오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시나리오의 정서를 잘 이해하고 표현해주신 아본님의 노고 덕분에 그런 요소들이 더욱 빛나기도 했고요.

 왜냐하면 이 시나리오 일단 제3자 입장의 NPC가 존재하거든요. 게다가 꽤 특별한 위치에 있습니다. 여차하면 이 NPC에게 비중을 실어서 NPC 중심으로 이야기가 뻗어 나가는 것도 가능해요. 그리고 꽤 매력적인  NPC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기도 쉽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번 세션에서 NPC는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역할만 맡도록 가이딩해주셨기 때문에 NPC가 얽힌 사건보다 PC들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었어요. NPC 다루는 건 늘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아본님이 깔끔하게 잘 운용해주셔서 이야기에 수월하게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ㅎㅎ PC가 자신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게끔 가이딩하는 마스터링은 늘 옳지요.

 매력적인 선관을 만들 수 있는 배경 설정

 앞서도 말했지만 체리블과 아바리치아는 혐관에 가까운 선관으로 시작했습니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혐관이라기보다 서로에게 무관심한 관계였던 것 같은데요. 체리블 입장에서는 아바리치아가 죽어도, 아바리치아 입장에서 역시 체리블이 죽어도 별 타격이 없는 관계였을 것 같거든요.

 

 하지만 제로에 가까운 관계였기 때문에 가능한 +의 서사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행동 하나 대사 하나가 쌓여서 조금씩 관계를 맺어가는 것이 흥미로웠거든요. 저조차도 이런 대사를 하면 체리블이 어떻게 반응할까? 기대하면서 플레이를 했을 정도니까요. 완벽하게 엮인 관계도 좋지만 아무것도 아닌 관계에서 대사를 하나둘 얹어가며 만들어가는 관계도 정말 좋은 것 같습니다. 어떤 PC를 데려오시느냐에 따라서 이 과정도 재미있을 거예요. 그게 버디물의 매력이기도 하지만...

 

 게다가 이 시나리오는 두 PC가 매력적인 선관을 만들 수 있는 배경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관계만큼 오타쿠적으로 들끓는 배경이 어디 있겠어요(!) 심지어 그것을 가든 오더 고유의 세계관과 연계해서 뽑아낸 점이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미야마에 씨 대체 가든 오더에 얼마나 진심인가... 아무튼 선관 짤 때부터 두근두근하다고요. 후훟후후훟.

 

 하지만 아무리 좋은 선관을 만들어도 막상 세션을 시작하면 어색하거나 생각한 대로 굴러가지 않을 때가 태반이죠.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완벽하게 선관을 엮고 시작하는 것보다 이렇게 얼개만 만들어 놓고 세션 속에서 쌓아가는 게 더 취향인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도 서로에게 무관심한 듯 경멸하는 체리블과 아바리치아의 관계는 이 시나리오에 딱이 아니었나 싶습니다ㅎㅎ즉, 체리블의 개목걸이는 보다 진한 선관을 위한 필수 요소였던 것이죠!!!...!!..!

 

 

 백아의 죄상

 

 매력적인 선관으로 맺어진 두 사람은 본격적으로 이야기에 뛰어듭니다. (진땀) 네필림이 출몰하는 전쟁터로 떠나고 그곳에서 새하얀 소녀와 만나게 되는 둘. 경시청에서 시작해 전쟁터로 떠나 소녀로 귀결되는 듯하던 이 이야기는,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옵니다. PC들은 각자 자신들의 놓인 위치에서 오더와 인간의 관계를 되짚어 보게 됩니다. 그리고 결론은 캐릭터들에게, 나아가 플레이어들에게 맡겨집니다. 도입에서 시작된 테마를 마지막까지 잘 끌고 나간 뒤에 그 결론을 플레이어들에게 맡기는 정석적인 전개가 좋았어요.

 

 어쨌든 가든 오더도 F.E.A.R의 게임이기 때문에 진행 방식이 일방향적일 수밖에 없거든요. 대부분의 경우 엔딩도 루트가 좀 나뉠 뿐이지 이미 결정된 이야기를 따라가는 경우가 많은데 (테이블에 따라 유동적인 전개는 가능하겠지만) 이 시나리오는 결말 부분이 플레이어에게 온전히 맡겨진 것이 좋았습니다. 버디의 조합에 따라, 시나리오에 대한 감상에 따라서 정말 다양한 엔딩이 나올 수 있겠다 싶었고 저희도 저희 나름대로 엔딩을 만들어볼 수 있었거든요.

 

  심지어 제목인 '백아의 죄상(白亜の罪状)'이 무슨 의미인지까지 플레이어의 몫에 맡겨져 있습니다. 백아란 무엇이고 죄상이란 무엇일까요? 사전적인 의미로는 하얀 벽의 범죄상이라는 뜻이라는데요... 저희의 결말을 토대로 생각해본 바는... 아앗, 죄송하지만 아직 플레이하지 않으신 분들은 여기까지입니다'ㅅ'; 플레이해본 분들이 많이 없다고 하셔서 최대한 스포전 후기를 길게 써보려고 했는데 역시 한계가 있네요. 아쉬우면... 마스터님을 조르세요^ㅅ^ 크큭 이래서 기회는 잡는 자의 것이죠? (와 내가 썼는데 패고싶다)

 

 정리하자면, 아직 가든이 형성되기 이전의 시대상을 배경으로 매력적인 버디 관계를 연출할 수 있는 흥미로운 시나리오입니다. 기존의 가든 오더가 박해받는 오더들의 세계관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시나리오는 지배자 입장의 PC도 함께 플레이해볼 수 있기 때문에 가든 오더의 세계관을 보다 입체적으로 경험해볼 수 있는 시나리오이기도 해요. 가든 오더를 사랑하신다면 필수로 해봐야 할 시나리오라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이 후기를 여기까지 읽은 분이라면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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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깐, 옛날 얘기를 할까

 

 시작하자마자 본론입니다. 경시청에 모인 아바리치아와 체리블은 상관인 엔트게겐 앞에서 임무의 내용을 듣습니다. 사건명은 케이스 N, 위치는 14지구, 다수의 네필림이 출몰하고 있는 상황, 출격. 같은 느낌으로 깔끔하게 호다닥 진행됩니다. 그 와중에도 철저하게 무시당하는 체리블쟝... (미앟내ㅠㅠ) 엔트게겐과는 딱히 선관을 만들지 않았는데도 녀석이 먼저 체리블을 괄시하는 태도를 보여주니까 쉽게 공감대(?)가 생기더라고요.

 

 사실 아바리치아... 제가 만들었지만 감정이입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ㅠㅠㅋ 도입에서 엔트게겐과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바로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임무 전달은 깔끔하게 처리하면서도 이 버디의 기울어져 있는 관계를 쿡 찌르는 도입이라니 크으... 덕분에 불붙은(?) 아바리치아쟝은 이때부터 체리블을 무한 괴롭히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기껏 손에 쥐어진 컨트롤러를... 안 써볼 이유는 없잖아요? 크큭... (누르님 미앙내ㅠㅠㅠㅠㅠ < 이 말 아마 계속할 예정임)

 

 그렇게 어두운 욕망; 을 뒤로한 채 일본의 14지구로 향하는 두 사람... 아닛 근데 시작하자마자 전투라뇻ㅋㅋㅋ 세션 시작하고 아직 10분도 안 지났는데?! 허둥지둥하면서도 신나서 필드로 뛰어들었습니다. 이 시원시원한 구성 정말 좋네요/ㅅ// 물론 전투는 좀 마라맛이었지만; (미야마에:마라맛으로 만든 건 아니었는데요!) 초장부터 확 몰입이 되어서 정말 즐겁게 싸웠습니다! 가든 오더 전투는 역시 재미있네요ㅎㅎ 남들이 뭐라든... 나는... 가든 오더 전투가 좋다... 왜냐고요? 그게...

 

 딱히 할 게 없기 때문이다

 

 (비꼬는 것처럼 들릴까 봐 매우 조심스럽) 아아니 근데 정말로... 저는 가.오 전투는 딱히 할 게 없어서 좋아요. 사실상 이동 한 번과 공격 한 번이 전부인 이 클린한 구성 안에서 다양한 디버프로 변수를 주는 전투인 게 좋습니다... 물론 이건 제가 지금까지 단순한 전투만 해봐서 그런 거겠지만요.

 

 하지만 전투 커맨드가 단순하기 때문에 다른 요소, 주사위의 수치라든가 아군과 적군의 위치, 디버프의 관리 같은 것도 함께 신경 쓸 수 있어서 좋단 말이에요. 전투를 여러 번 해보지 않았어도 턴 한 두 번만 돌면 전투의 전체상이 보이는 느낌이랄까. 커맨드 입력은 단순하지만 결괏값이 복잡하게 도출되는 전투라서 좋아요.

 

 가령 총 맞았다! 총상 경감 있나요? 없으면 대미지 이렇게 저렇게 들어가요. 하는 방식이요. 이게 사실 사람 따라서는 호불호 타는 부분이긴 하지만, 행동은 단순한데 결과는 다양하게 계산할 수 있는 게 저는 더 좋더라고요. 뭐랄까... 나는 스위치 하나 눌렀는데 저쪽에서 엄청 화려한 전투가 우다다다 벌어지는 느낌? 늙었네요 ㅇ)-( 겜은 역시 자동전투겜이지... 홀홀... (쭈굴쭈굴)

 

 이번 도입 페이즈 전투 역시 가든 오더만의 짜릿한 전투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정말 이유를 모르겠는데 똑같은 1d100 룰인데도 크툴루는 세션 세 번 하면 한 번 터질까 말까 한 1/99가 왜 가든 오더만 하면 여러 번 터지는 건지ㅋㅋㅋ 제가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서 각각 몇 번이나 나왔는지 세봤습니다. 마지막에 첨부해둘 테니 제 통계 자료를 봐주십시오, 선생님들!(??)

 

 여튼 주사위가 저러다 보니 가든 오더를 하면 전투 때마다 명장면(?)이 쏟아져 나오는데요... 이번 도입에서는 개인적으로 이거였습니다ㅋㅋ 리자드쟝과 참혹하게 서로 물고 물리며 치열한 전투를 벌이던 두 사람...! 드디어 마지막 리자드 한 뭉치가 남아 아바리치아가 날카롭게 총구를 겨누는데... 리자드의 흔들리는 동공, 아아, 좀 더 살고 싶었어ㅡ 마지막으로 한순간만 더, 동굴 밖의 공기를...

 

 마스터님 : 어 아바리치아가 1대미지 뽑으면 살고 아니면 죽어요

 나 : ㅋㅋㅋ불쌍

 [dice roll=1]

 나 : ?

 

 ㅋ.... ㅋㅋㅋ....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네요... 아니 왜 저기서 1이 나오지? 리자드 너의 마지막 소원, 확실히 받았다 뭐 이건가??? 왠지 상황이 이렇게 되니까 그냥 도망치게 해주고 싶은 심정; 미안하다 내가 네필림 전담 경시청 소속만 아니었다면 (철컥) 그렇게 리자드의 마지막 몸부림을 끝내주고... 전투가 종료됩니다. 후우, 크게 어려울 건 없었는데 날뛰는 주사위 때문에 스릴 넘치는 전투였다; 별 생각 없이 던진 커맨드가 예상치 못한 결과로 돌아오는 게 가든 오더만의 매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2d6 계통의 전투는 어지간해서는 실패하지 않지만, 1d100 전투는 실패 범위가 넓어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게 매력적인 것 같아요. 그래서 널뛰는 주사위를 통제하는 룰이 필요하긴 하지만 주사위가 널뛰어서 재미있을 때도 있는지라 참 난감하네요... 어쨌든 산더미처럼 쌓인 리자드의 사체를 헤치고 나오는 체리블과 아바리치아. 그리고 그들은 이곳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소녀를 발견합니다. 하얀 피부에 하얀 머리, 그리고 하얀 옷을 입은 채 새하얀 피를 흘리고 있는 어린 소녀를...

 

 ...까지가 아직 도입입니다... (허름)

 

 검은 숨결의 호호

 

 그리고 주어지는 핸드아웃... 케이스 N에 대한 자료와 하얀 소녀 요우카, 그리고 엔트게겐의 정보가 등장합니다. 원래 F.E.A.R의 조사 페이즈는 입으로만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본님은 늘 이 정보를 핸드아웃으로 만들어서 공유해주시죠. <Catch us if you can> 때도 그랬고 <Another End Labyrinth> 때도 그랬듯이 이번 시나리오에서도 조사 페이즈에서 핸드아웃을 뒤집는 형태로 진행됩니다. 예전부터 핸드아웃은 쩔었지만 그사이에 더 업그레이드가 되어서ㅠㅠㅠDetective's crazy wall 같은 배경 위로 포트레이트를 압정으로 박아놓는데 크아아ㅏㅏㅏ  시나리오 스포 및 정보 유출이 되어서 화면을 공유해드릴 수 없는 게 아쉬울 따름입니다ㅠㅠㅠ

 

뭐 대충 이런 UI였음 (쩔었다는 뜻)

 

 공들인 화면 덕분에 세션에 몰입이 되는 건 당연하고 조사도 좀 더 진중하게 진행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는 각자의 초기 앵커(?)를 조사하기로 했습니다. 체리블쟝이 먼저 요우카에게 다가가는데 냉기로 지혈해주는데 이거 생각해보니 체리블쟝은 입에서 냉기가 나오니까 상처를 호호 불어주거나 그런 거잖아요ㅠㅠㅠㅠ 아악!! 로그 읽다가 갑자기 여기서 멈춘 손... 요우카의 상처를 호호 불어주는 체리블쟝... 크으흐긓극ㅎㅠㅠㅠ 어쩌면 이 시점부터 요우카는 체리블을 가족으로 맞이할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어요. 너무 포카포카해지는 장면이라고ㅠㅁㅠ.... 외관은 둘 다 전투형(?)으로 생겨서 이런 가족적인 연출이라니... (은은)

 

 그렇게 체리블쟝은 요우카의 마음을 열기 위해 노력하는데, 아바리치아는 융통성 없이 흙발로 뛰쳐 들어와 경시청경시청 신나는 노래나 외치고 있고... 하지만 체리블쟝의 정성과 처지에 마음이 열린 것인지 요우카는 그에게만 비밀을 얘기합니다.

 

 개인적으로 체리블로서는 요우카의 처지에 공감할 수밖에 없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PVP를 각오하고 있었는데(?) 어쨌든 체리블도 경시청에 보호를 받는 입장이고 그것을 자신이 누구보다 잘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고민된다고 하는 누르님 말씀을 듣고 아하 싶더라고요. 그때 이 시나리오 확실히 PC에 따라서 이야기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는 시나리오구나 싶어서 약간 또 감탄했고... 그런 점에서 체리블의 사정에 입각한 누르님의 해석이 좋았습니다ㅠㅠ 흐으음... 물론 그렇다고 답이 쉽게 나오진 않았지만요.

 

 아바리치아 입장에서야 무조건 요우카를 데려가는 게 좋거든요. 사실 이 녀석은 고민의 여지가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제가 얘를 어떤 식으로 설득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바로 그걸 위해 준비된 것이 엔트게겐의 핸드아웃이었습니다...

 

 나의 선배는 이렇지 않아

 

 사실 엔트게겐이 수상한 놈일 거라는 건... 저도 예상했어야 했는데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너무 당연한 전개인데 당시에는 전혀 그렇게 생각되지 않았습니다ㅠ ㅋㅋ 앞서 잠깐 얘기했지만, 도입에서 엔트게겐이랑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저도 이 세션에 꽤 쉽게 몰입할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엔트게겐이 이런 소인배(?)일 거라곤 전혀 생각도 못 한 채 ㅋㅋㅋㅋ 아아 네 그렇습니다! 이놈이 나쁜 놈이라는 게 충격적인 게 아니라 이놈이 소인배라는 게 제일 충격적이얔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이 자식 뭔가 그럴싸한 이유로 흑화하란 말이다!!ㅋㅋㅋㅋㅋㅋㅋ (광기:난동)

 

 후우, 하지만 덕분에 아바리치아가 흔들리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그릴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믿었던 선배인 엔트게겐이 그렇게 소인배였기 때문에 과거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의 일을 자연스럽게 회상할 수 있었거든요. 그때도 이런 무책임한 사람들 때문에 부모님을 지키지 못했던 거니까... 하지만 한편으론 그런 무책임한 사태에 저항할 수 없었던, 자신의 무력함이 가장 미웠을 거예요. 그러나 그것마저도 요우카를 본 순간 흩어지고 맙니다. 그와 달리 확실하게 힘을 가진 요우카조차도 저렇게 비참한 모습을 하고 있으니까요.

 

 그날의 자신에게 힘이 있었더라면, 그래서 부모님을 지킬 수 있었더라면, 그런 생각에 늘 빠져 있었던 아바리치아이기 때문에 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쓰러져버린 요우카를 보는 것이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힘을 얻기 위해 해왔던 이 모든 노력이 어쩌면 쓸모없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반증이니까요. 그만큼 네필림을 강력하고도 압도적인 존재... 아마 자기도 모르게 요우카에게 총구를 들이댄 것은 그 공포감의 실현일 겁니다. 요우카의 포획을 뒤로 미룬 것은 그 현실을 확인하고 싶지 않아서일 거예요.

 

 ...그렇게 짧은 시간 동안 온갖 생각이 들게 만든 엔트게겐 네놈은 정말 대단한 놈이다 (<) 물론 당시에는 저 정도까지 생각하진 않았고 로그를 읽으면서 되짚어 보니 아바리치아는 그런 마음이었을 것 같아요. 캐릭터가 제 손에서 벗어나 깊이를 가지는 순간은 언제나 그렇듯 늘 황홀합니다.

 

 케이스 체리블

 

 마지막 남은 핸드아웃은 케이스 N. 사실 요우카와 엔트게겐의 핸드아웃으로 이야기의 틀은 어느 정도 나왔다고 생각했는데요, 케이스 N으로 마지막 도장을 쾅 찍어줍니다. 그리고 케이스 N의 조사는 우리의 체리블쟝이 맡게 되는데... 개인적으로 이걸 체리블이 조사해서 좋았어요. 아바리치아가 부정하고 싶었던 현실을 오더이자 파트너인 체리블이 직접 보여주는 연출이 되어서 플레이어적으로도 꽤 불타는 장면이었거든요.

 

 만약 아바리치아가 이 사실을 조사했다면 어떻게든 현실을 부정하고 싶어서 일단 경시청으로 돌아가 엔트게겐에게 직접 사정을 묻자고 했을 거예요. 놈이 아무리 소인배로 밝혀졌다고 한들, 아바리치아에게 엔트게겐은 무력했던 그 시절의 자신에게 있어 나침반 같은 존재였을 것이기에... 하지만 이 핸드아웃을 체리블이 조사하면서 상황이 달라집니다. 결국 아바리치아는 오더에게, 그토록 경멸하고 한편으론 열등감까지 느꼈던 오더의 입으로 모든 진상을 듣게 됩니다.

 

 "이제는 서로가 서로를 구덩이에 밀어넣는구나 ....추잡해"

 

 ㅠ.ㅠ 체리블의 말대로예요... 네필림과 싸우기 위해 세워진 경시청, 하지만 어느새 그들은 네필림이 아닌 자기들끼리 싸우고 있습니다. 명예와 권력, 그리고 힘이라는 이름의 네필림과요. 그런 권력 관계에서 철저하게 배제된 체리블이기에 오히려 일의 진상을 훤히 내려다볼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사라서 정말 좋았습니다... 눈이 먼 아바리치아로서는 절대로 볼 수 없었을 거라서. 

 

 그리고 이때를 기점으로 기울어져 있던 둘의 관계는 평행이 되기 시작합니다. 체리블은 더는 아바리치아를 감시관이라고 부르지 않아요. 비틀어진 권력 관계에서 놀아나고 있던 아바리치아와, 그를 버드뷰로 끄집어내는 체리블의 관계는 더는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관계라고 할 수 없죠. 이 정도라면 이제 이 둘의 관계를 '버디'라고 말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원점으로 되돌리기 위한 싸움

 

 그러나 그때, 네필림이 나타나 그들을 감싸고 누군가의 구두 굽 소리가 들려옵니다. 아직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도 아닌데 하필이면 그가 옵니다. 경시청에 있어야 했던 엔트게겐이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해요.

 

 "아직도 보고는 멀었나? 아바리치아."

 

 전투다 이 시끼야

 

 ㅋ

 아 물론 이것은 플레이어인 제 마음속 이야기이고... 아바리치아의 입장에선 전혀 다르겠죠. 엔트게겐의 등장으로 모든 게 와르르 무너집니다. 이제 현실을 부정할 수 있는 단계도 아니에요.

 

 여기까지 쓰면서 생각한 건데 아바리치아에게 이름을 붙여준 사람이 사실 엔트게겐이었다고 해도 괜찮겠어요. 애초에 저 이름을 건조하게 살아가는 닐에게 좀 더 욕망을 가지고 살라며 선배가 붙여준 이름이었다는 설정이니까요. 욕망의 화신인 엔트게겐에게 있어서 닐은 너무나 무미건조한 삶을 살고 있었을 테니 왠지 녀석이 붙여줬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끄아ㅏㅏㅏㅏ 그렇게 생각하니까 더 열 받는다! 싸우자 이 시끼야 싸우자!!!

 

 이래저래 아바리치아로서는 혼란스러운 싸움이었습니다만, 체리블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개 주제에 덤벼든다는 말에 개는 원래 늑대였다며 당당하게 싸움판에 발을 들입니다. 목걸이를 풀어줘도 도망치지 않고 마지막까지 함께 싸울 만큼 충실한 늑대지만요. (심장쥠ㅠ)

 

 여튼 그렇게 감각강화 들고 있을 것이 뻔한(?) 엔트게겐과의 치열한 클라이맥스.... 가 갑자기 하늘로 솟구쳐 오르기 시작합니다(????) 갑자기 나타난 네필림이 엔트게겐을 낚아채서 Kill하는 것 아니겠어요;; (솔직히 이때 좀 당황했다ㅋㅋㅋㅋ) 어... 개꿀ㅋ 이라며 즐거워하기도 전에 거대한 와이번(이라고 쓰고 용이라고 읽는)이 나타나 체리블과 아바리치아를 둘러쌉니다 끼요오오오오옷

 

 그리고 정말 필사적이고 힘들었던... 클라이맥스 전투가 시작됩니다ㅠ 와이번 와꾸 봤을 때부터 심상치 않은 싸움이 될 거라는 건 예상했지만 이렇게 쎌 줄 몰랐습니다ㅠㅠㅋㅋ; 아니 저희 이러고 나왔다고요...

 

어떻게 살아돌아온 거지???

 

 다시 봐도 허름하군... 후후... 하지만 전투는 마냥 쉬운 것보단 어려운 쪽이 나으니까요! 엎치락뒤치락하면서 고생하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정말 재미있게 했습니다. 주사위가 진짜 미묘하게 계속 1 부족하거나, 크리티컬 터지면 안 되는 상황에서 터지거나, 펌블나거나(ㅋ) 해서 여유를 부릴 틈이 없었네요. 그 와중에 체리블은 DOT 대미지 누적되어서 계속 간당간당한 상황이 벌어지고ㅠ 하나만 붙어도 골치 아픈 DOT가 왜 그렇게 덕지덕지 붙는 것입니까! 떨어져라 내 버디에게서 떨어져!! (현실은 연이은 저항 실패)

 

 서로 치명타를 먹이고 먹는 치열한 싸움이 계속되는 가운데... (진짜 이랬다) 마침내 체리블이 마지막 일격을 날립니다. 왜 자유의 몸이 되었는데도 도망치지 않느냐는 말에 지금 이 순간 누구보다 자유롭다고 말하는 체리블...ㅠㅠㅠㅠ 로그 다시 읽다 보니 여기 진짜 반짝반짝해서 놀랐네요. 저 당시에는 싸우느라 정신이 없어서 벌벌 떨고만 있었는데ㅠ 그 와중에도 체리블은 자신의 의지로 와이번과 맞서고 있었던 거군요... 그것이 체리블에겐 '자유'였던 것이고요.

 

 믿었던 사람의 배신, 또 한 번 네필림에게 패배. 지난날 쌓아온 모든 것들이 속절없이 무너져내리는 잔해 사이로 빛나는 것이 있었습니다. 설마 그게 내내 무시하고 경멸해온 오더였을 줄은 닐도 몰랐을 거예요. 폭력적인 목걸이로도 절대 통제할 수 없었던 늑대 한 마리... 그때 아바리치아의 눈에 비친 체리블은 절망적인 상황에서조차 자신의 안위가 아닌 자유를 위해 싸우는 한 마리의 냉기 어린 아누비스였을 것입니다.

 

 하얀 벽에 새겨진 죄의 이름들

 

 어쨌든 싸움은 끝이 났습니다. 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긴 하지만 둘 다 숨은 붙어있고요. 그럼 이제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상관과 맞선 아바리치아 목걸이가 풀려버린 체리블. 단 한 번의 전투로 둘은 예전과는 전혀 다른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어디로 가야할까요? 갈 곳은 있는 걸까요.

 

 그때, 요우카가 갈 곳을 잃은 아바리치아와 체리블에게 함께 하자면서 나타나요. 체리블에게 손을 내미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아바리치아에게까지 손을 내밀어서 놀랐습니다(!) 거절해야 하나... 하고 있는데 폐허에 숨어있던 요우카의 가족들이 하나둘씩 나타나면서 손을 내밀기 시작합니다.... 그때부턴 아바리치아도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네요ㅠ 메타적으로 너무... 같이 도망가고 싶어서(?) 이제 우리가 너희를 사랑해주겠다며 함께 하자고 하는 요우카와 도망자들.... 위험할 거라고 생각했던 경시청 밖엔 그들을 따뜻하게 맞이하는 새로운 가족이 있었을 뿐입니다... 아이고 이게 뭐에요 마스터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플레이어로서 이렇게 훌륭한 엔딩을 거부할 이유가 없죠... 아바리치아와 체리블은 함께 요우카의 무리와 이곳을 떠납니다. 어찌 보면 지금까지 쌓아왔던 모든 것을 뒤로한 채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일이지만, 둘은 망설이지 않고 나아갑니다. 이 앞이야말로 그들이 나아가야 할 길일 테니까요. 그렇게 기울어져 있던 둘의 관계가 수평이 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오더를 혐오하던 경관과, 인간을 무시하던 오더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이해하게 돼요.

 

 이쯤에서 제목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봅니다... 백아의 죄상이란 게 대체 무슨 뜻일까요? 사실 세션이 끝났다고 해서 답이 나오는 질문은 아니긴 했는데... 제 생각엔 그렇습니다. 하얀 벽에 뭔가를 새겨봤자 잘 안 보이잖아요? 세상이 오더들을 사지에 내몰고 그들의 이름을 벽에 새겨넣을지언정, 그들의 존재를 박제할 수는 없다는 의미로 해석했어요. 이미 새겨져 있을 수많은 이름들조차 새하얀 배경에서는 보이지 않는 굴곡에 불과하고요.

 

 아바리치아와 체리블의 이름도 그 벽 어딘가에 새겨져 있을 겁니다. 세상은 엔트게겐의 얼굴로 그들을 단죄하려 못을 들고 벽에 이름을 새겨넣겠지만, 밖으로 나온 그들은 이제 압니다. 세상이 어떤 스포트라이트로 그들을 비춘다고 해도 자신들을 박제할 수 없다는 걸요. 이제 벽에 욱여넣은 그들의 이름은 세상의 빛을 담는 굴곡이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세션은 끝이 납니다.... 짧은 세션이었지만 깊이는 전혀 얕지 않았던 세션이었는데요. 꼭 해보고 싶었던 시나리오라서 감회가 남다르기도 했고, 플레이할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도 몹시 감사했습니다. 상당히 용기를 내서 세션에 참가했는데, 언제나 모든 세션이나 훌륭하지만 가든 오더는 감회가 남다른 것 같아요. 너무 좋아하는 룰이기도 하고 못 해보고 쉬어서 내내 마음에 남아있었던 시나리오이기도 한데 이렇게 플레이할 수 있게 되어서 영광이었습니다. 재차 재차 감사드립니다!

 

 누르님과 버디는 처음이라 어떤 시너지가 나올지 기대했는데 데려오신 PC부터 이미 제 취향 존에 들어오기도 했고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일관성 있는 캐해석으로 발맞추어 주셔서 감사했어요! 한편으론 아바리치아가 너무 이런저런 장면들 가져간 거 아닌가 싶어서 죄송했는데 (이것이 과타쿠의 부작용...) 그마저도 귀엽게 봐주신 것 같아서 몸 둘 바를 모르겠고 저의 누르님 버디 점수는 100점이다 이것입니다 아따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었으면 좋겠는데요 (덜덜)

 

 아무튼 늦은 만큼 꾹꾹 눌러담은 후기입니다... 너무 분량이 많아서 정작 드리고 싶었던 말씀들이 제대로 전달이 될런지 모르겠지만ㅠ (그리고 빨리 전달드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마 안되겠지 이건ㅎ) 1년 만에 플레이한 가든 오더, 정말 재미있었고 정말 감사했습니다! 후기에 들인 시간만큼 오래 오래 기억하고 되새길 세션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시나리오이니 만큼 좀 더 여기저기서 돌아가고 사랑받았으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는 그럼 이제 펌블이랑 크리티컬 횟수 확인해봅시다ㅋㅋㅋㅋ

 

 크리티컬(1) 발생 횟수 : 2회
 1. 도입 전투 / 체리블 / 다이아몬드 더스트
 2. 클라이맥스 전투 / 아바리치아 / 총기 대미지 산출


 펌블(99) 발생 횟수 : 2회

 1. 클라이맥스 전투 / 체리블 / DOT저항
 2. 클라이맥스 전투 / 체리블 / 회피

 

 한 세션에 크리티컬 2회에 펌블 2회요?ㅋ....... 별거 아닌 거 같지만 이게 경험해보면 체감도가 장난 아니거든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10 이하, 90 이상인 케이스까지 포함하면 훨씬 더 많다는 거..... 아니 그런데 크툴루를 해도 저렇게 안 나오는데 이게 대체 무슨 일이며 그래서 가든 오더 전투가 짜릿하다 그겁니다 여러분 가든 오더 하세요 만세 만세 만만세 ~후레한 후기 엔딩~

 

 럽레는 필수입니다 후기의 꽃이라구요

 

 아본님 : 후기 엄청 늦게 전달 드릴 것 같아요...... 느낌이 옵니다... 지금 매우 강렬한 느낌이... 늦는 만큼 꽉꽉 채워서 전달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ㅠㅠ... 백아의 죄상 플레이어 모집하고 계신다고 해서 깜짝 놀랐고 탈닌 주제에 참가해도 되나 싶어서 솔직히 고민하긴 했는데 흔쾌히 받아주셔서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ㅠㅅㅠ... 아본오더니까 당연히 재미있겠지하고 참가했고 당연하다는 듯이 재미있었고요ㅎㅎ 셋팅 업그레이드는 물론이고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진행까지 더할나위 없이 좋았습니다ㅎㅎ 아본님 세션의 좌석은 플레이어로서는 언제나 최강의 자리죠^^)9 나름대로 꽉꽉 눌러 담은 후기이긴 하지만 이걸로 감사한 것들이 잘 전달이 될런지 모르겠네요ㅠ 부디 그랬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전달드립니다ㅎㅎ 참가하게 해주셔서 재차 감사드립니다요^//^

 

 누르님 : 누르님 정말 오랜만에 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저희 진짜 그 마녀 세션 이후로 처음인데 뵙자마자 바로 버디로 떡하니 앉아서ㅠ 부담스러우시지 않을까 싶어서 안절부절못했는데 (그런 것치고는 아바리치아 너무 진심 조형 아니냐) 내내 같이 호흡해주셔서 감사했고 덕분에 저도 긴장감 내려놓고 즐길 수 있었어요ㅎㅎ 세션 끝나고 그려주신 후기 만화도 너무 마음이 따땃해지는 그런 만화였고...ㅠㅠㅠ 아바리치아를 이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체리블에게도 좋은 버디로 기억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어요ㅠ0ㅠ 일단 한 번 버디는 영원한 버디니까요. (침착) 혹시 또 가든 오더할 수 있는 기회 생기면, 그리고 함께 버디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그때에도 또 체리블 데려와 주시는 거예요. 아셨죠? 흑흑흑ㅠㅠ REMEMBER ME...! 즐거웠어요! 감사합니다ㅠ0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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