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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후기/더블 크로스

하트리스 메모리(Heartless Memory) : 1화

by 에이밍 2021. 9. 17.

날짜 2021. 06. 06. 日
GM 즈피 (@P_G_GHOST_trpg) -
PC1 나코 (@trpg_bbi) 세리자와 나기사
PC2 에이미 (@ehrtlr) 엘리자베스 야마가타
PC3 플레이봇 (@play_bot15) 미시마 레이
PC4 뫄 (@mwa_trpg) 이가라시 소우
PC5 류비엠 (@RBM_TRi7) 센자키 츠유리

 

 더블 크로스의 강점 중 하나는 20년 넘게 축적되어온 높은 퀄리티의 공식 시나리오 풀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장 시중에 나와있는 공식 시나리오만 플레이에도 1년은 넉넉하게 보낼 수 있을 정도로 많죠. 덥크가 꾸준히 사랑받는 데에는 이런 공식 시나리오의 영향력이 크다고 봐요.

 <하트리스 메모리>는 더블 크로스의 공식 시나리오 중에서도 전설로 불리는 캠페인입니다. 현재는 절판되어 책을 구할 수 없는 관계로 고가의 중고 거래가 이루어지는 매물이기도 한데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천만원의 메모리(..)) 이런 귀한 시나리오를 이런 황금 같은 멤버 분들과 함께하는 호사를 누리게 되었습니다. 2021년은 캠페인의 해라고 좋을 정도로 좋은 캠페인에 둘러싸여 살고 있네요ㅎ <하트리스 메모리>가 온점을 찍어주지 않을까 합니다.

 이런 좋은 캠페인에 참가하게 되었으니 후기도 열심히 써야겠죠. 개인적으로 캠페인마다 후기의 양식을 조금씩 다르게 해서 쓰는 도전을 하는 중인데, <하트리스 메모리> 역시 이 캠페인에 어울리는 새로운 양식으로 후기를 준비해봤습니다. 이대로 마지막까지 채워나갈 수 있다면 좋겠는데 말이죠 ^0^...!

 자, 그럼 언제나처럼 스포일러가 없는 후기부터 시작해보겠습니다. 스포 없이는 후기 쓰는 게 거의 불가능한 세션이지만, 그래도 사정상 플레이하지 못하는 분들 / 궁금한데 스포가 무서워서 후기를 보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하트리스 메모리>가 대체 무엇이기에?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쓰르라미X더블 크로스입니다. <쓰르라미 울 적에> 시리즈를 오마쥬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유사점이 많고, 쓰르라미의 공식들을 더블 크로스만의 화법으로 풀어냈습니다. <쓰르라미 울 적에> 시리즈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반가운 느낌을 받으면서 플레이하실 수 있을 거예요.


 그럼 신상명세부터 털어볼까요? <하트리스 메모리>는 더블 크로스 The 2nd Edition의 서플리먼트로 2008년에 발매된 캠페인 시나리오 집입니다. 총 5편의 시나리오로 구성되어 있으며 오모카게 섬이라는 가상의 섬에서 펼쳐지는 기이한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표지만 봐도 느낌이 오시겠(?)지만 호러 장르가 섞인 캠페인으로 현대 도시 활극에 가까운 기존의 더블 크로스 시나리오들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장소도 일본 본토에서 떨어진 외진 섬이고요. 포크 호러(folk horror)라고 불리는 장르(서양권은 미드소마, 동양권은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같은 느낌)와도 많은 유사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폐쇄된 시골, 배타적인 마을 사람들, 외지인, 정체불명의 실종 및 살인 사건 등등...

 이런 코드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거기에 더블 크로스까지 좋아하신다면 정말 환상의 조합이라고 할 수 있는 캠페인입니다. 저도 포크 호러를 너무너무너무 좋아하는 사람인지라 그냥 사정 없이 말려버렸네요ㅠ 보통 포크 호러물은 크툴루에서 단편으로 종종 접했지, 이렇게 책 한권 분량으로 충실하게 다룬 장편은 처음인지라 더욱 설렜습니다. 

 그만큼 장소 설명도 충실하고 NPC들도 무척 많이 등장합니다. 설정 파트만 떼어서 샌드박스형 시나리오로 돌려도 재미있겠다 싶을 정도로요. 기존의 더블 크로스는 책 한 권에 세계 하나를 담지만, 이 책은 오모카게 섬이라는 이 작은 장소 하나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으니 그만큼 밀도도 높습니다. 더블 크로스로 즐기는 쓰르라미풍의 포크 호러 판타지라니... 재밌지 않을 수 없겠죠.

 그리고 1화를 해봤습니다

 그렇게 대망의 1화 (0화 : GRAND OPENING 포함)를 플레이해본 전반적인 소감을 말씀드리자면, 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기존의 덥크와 느낌이 상당히 다릅니다. PC 전원이 외지인이다보니 마을 사람들의 눈치를 보면서 움직여야 하거든요. 기존의 덥크는 '오버드'의 정체성이 강조되지만, 이 캠페인에서는 '외지인'으로서의 정체성이 더 강조돼요. 


 PC들이 오버드인가 아닌가? 그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PC들이 외지인이냐 아니냐는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외지인이기 때문에 알 수 없는 정보가 이야기의 핵심이거든요. 그리고 시나리오가 진행되고 섬 생활에 적응하게 되면서 조금씩 진상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오버드로서의 역할은 캠페인 후반부로 가면서 서서히 부각되지 않을까 싶어요.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턴에이 건담 같은 느낌


 개인적으로 턴에이 건담을 처음 접했을 때의 느낌이었어요. 우주를 배경으로 활보하던 건담이 갑자기 전원 일기(..)를 찍고 있을 때의 당혹감과 신선함이 이 캠페인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현대 도시를 배경으로 한 기존 덥크 공식 시나리오에 익숙한 분들이라면 이런 위화감을 더 강하게 느끼실 거예요. 덥크 고유의 세련된 분위기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취향에서 조금 벗어나실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저는 턴에이 건담이 최애라서 매우 환장하고 있습니다...)

 아기자기한 시골 분위기에 걸맞게 NPC들도 참 소박합니다. 카스가 쿄지 같은 화려한 퍼스널리티는 이 섬에 없어요. 키리타니나 로자 바스커빌 같은 UGN 네임드들도 이 캠페인에서는 외부인에 불과합니다. 기껏해야 전화 통화하는 게 전부에요. 겉보기엔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평범한 NPC들과 교류하며 이 섬에 감춰진 섬뜩한 비밀을 밝혀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이 캠페인은 초심자와 숙련자가 했을 때 굉장히 느낌이 다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직 오버드 세계에 익숙하지 않은 초심자 분들이라면 외지인의 입장에서, 그야말로 김전일 극장판을 즐기듯이 플레이하실 수 있을 겁니다. 반면 오버드의 삶에 익숙한 숙련자 분들이라면 오지에 떨어져 단절된 나날을 즐길 수 있을 거예요.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숙련자일 때 플레이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 시나리오는, 숙련자이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충격적인 파트가 존재하거든요.

 이런 식으로도 충격을 줄 수 있구나

 4년 넘게 TRPG를 하면서 이런 식으로 충격을 받은 건 처음이었습니다. 내용보다는 충격을 주는 방식이 신선했어요. 그동안 더블 크로스의 문법을 충실하게 체득해온 사람일 수록 이 부분은 더 충격적으로 느껴질 거예요. 개인적으로 <언더테일>을 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어요.

갑자기 언더테일 이야기는 왜 나오는가 하면...


 <언더테일>을 예시로 든 이유는, <언더테일>이 [스포: 메타 픽션]이기 때문입니다. 어? 그럼 <하트리스 메모리>도 [메타 픽션]인가요? 그건 아니에요. 다만, 충격을 주는 방식은 [메타 픽션]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더블 크로스를 충실하게 플레이한 유저일 수록 생기게 마련인 어떤 패턴을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전개되거든요. 저처럼 시나리오의 구성을 일일이 뜯어보면서 플레이하는 병(?)을 가지고 계시다면 충격은 두배가 될 것입니다... 

 시나리오의 구성이나 이야기의 소재로 충격을 주는 방식은 그동안 숱하게 봐왔어요. 하지만 플레이어의 플레이 경험을 인질 삼아 충격을 주는 방식은 처음 봤습니다ㅋㅋㅋ 너 그동안 이렇게 저렇게 해왔지? 라고 묻는 것 같은 그 순간의 스릴은 정말... 지금까지 경험해본 적 없는 종류의 서늘함이 느껴지더라고요.

 최근에 또 재미있게 즐기고 있는 <SeveN> 캠페인에서도 이것과 비슷한 경험을 했는데, 아무래도 제가 요즘 이쪽으로 코드가 꽂히고 있는 모양입니다. 개인적으로 연구해볼 만한 주제를 새롭게 발견해서 더 기뻤던 것 같아요. 

 아무튼, 이 캠페인이 제가 느낀 점까지 모두 고려해서 만들었다고는 아직은 장담할 수 없는데요. (적어도 2화까지는 해봐야 확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만약 정말로 그런 것까지 고려해서 만들었고, 제가 예정된 함정에 빠진 거라면, 진짜 이제 얼마가 되었든 이 시나리오 집만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구할 것 같습니다ㅋㅋㅋ

 그래도 아쉬운 점은 있다... 그런데 이게 또?

 그렇다고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닙니다. 아쉽다 못해 좀 마음에 안드는 부분이기도 한데요. 미들 페이즈의 정보값 밀도가 너무 낮습니다. 1화까지만 마친 시점에서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 시나리오에서 재미있는 부분은 제일 앞부분과 마지막 부분에만 모여있고 가운데 부분은 떼운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밀도가 낮습니다. 핸드아웃이 여러 개 등장하지만 정말로 유의미한 핸드아웃은 몇 개 안 되고, 그마저도 이미 추측할 수 있는 내용에 가까워요. 

 하지만 공식이 귀찮다는 이유로 이렇게 미들을 대충 짜지는 않았을 테니(..) 이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두 가지 추측을 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PC의 개입도를 높이기 위해 미들의 밀도를 일부러 낮췄다

 이건 F.E.A.R 룰의 전반적인 특징이기도 한데, 미들의 정보값을 일부러 낮게 측정해서 PC가 좀 더 자유롭게 이야기에 간섭할 여지를 남겨주더라고요. 미들의 정보값이 높으면 그만큼 플레이어들도 스토리의 흐름을 따라는 것에 집중하게 되니 다른 PC나 NPC와 상호작용하는 장면을 만들기가 어렵거든요. <하트리스 메모리>에 굉장히 많은 NPC가 등장하는 것을 고려하면, PC들이 좀 더 자유롭게 다양한 장면을 만들기를 바란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재미있다고 소문이 난 시나리오/캠페인일 수록 아무래도 플레이어들도 시나리오에 기대는 경향이 생기게 되는데, 사실 TRPG는 재미있다고 소문이 난 시나리오일 수록 플레이어가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경우가 더 많아요. 더군다나 F.E.A.R의 시나리오는 그런 경향이 짙으니, 적극적으로 NPC들과 교류하며 이야기를 만들어봐야겠다고 마음 먹고 임하는 게 더 효과적입니다. 물론 그걸 고려해도 <하트리스 메모리>의 미들은 너무 빈약하긴 합니다(..) 그래서 생각해 본 두 번째 이유입니다.

 


두 번째, 낮은 정보값마저 계산된 연출이다.

 


 <하트리스 메모리>에서 미들의 정보값이 낮다고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절대적인 정보량이 적은 것도 있지만, 미들에서 정보를 너무 과감하게 풀어주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반 정도 진행하고나면 대충 누가 무슨 짓을 했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으며, 클맥에서 우리가 뭘 해야할지까지도 알게 됩니다. 나머지 반은 그 추측이 정말 맞는지 확인하는 시간 정도고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플레이하면서도 계속 '이게 끝이야?' '1화 이후로 더 나올 내용 있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1화 이후로 더 나올 내용이 있어?' 입니다. 아무튼, 캠페인 시나리오는 기승전결의 구조를 갖추게 마련이잖아요? 각각의 에피소드가 완결성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캠페인 전체로 보면 핵심적인 이야기는 단계적으로 풀리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이 캠페인은 1화만 플레이해 봐도 이게 끝인 거 같은데...? 싶은 생각이 듭니다. 벌써 이 섬의 모든 진실과 문제를 다 알 것 같은 기분이고, 실제로 핵심적인 내용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거기에서 딱 한 걸음씩만 더 나아갑니다. 더도말고 덜도말고 딱 한 걸음이요. 이게 전부인가? 싶을 때 마침표가 아닌 쉼표를 찍어버려요. 끝나지 않았다고, 하면서, 계속, 이어가는, 겁니다, 이게 1화만의 연출인지 캠페인 전체의 연출인지는 지켜봐야겠지만요. 있는 내용을 전부 퍼주는 이 과감한 진행 또한 연출의 일부일 가능성이 있는 거죠.

 



 이상의 두 가지 추측에 의해, 현재까지는 미들 페이즈의 전개에 적응해보려고 노력하는 단계입니다. 남은 에피소드를 플레이하면서 이 추측들이 어떻게 변해갈지 지켜보려고 해요. 플레이해본 분들은 다들 말씀하시듯 뒤로 갈수록 더 진국이 되는 캠페인이니만큼 제 기대를 져버리지 않으리라 믿어요.

 Heartful Review

 그럼 본격적으로 스포일러를 포함한 후기를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올해 참가하는 캠페인들은, 후기도 각각 캠페인의 성격에 걸맞는 형태로 써보자고 생각하고 각각 다른 구성으로 써왔는데요. <하트리스 메모리> 역시 고유한 양식을 사용해서 써보려고 합니다^0^)/ 

 <하트리스 메모리>의 특징을 생각했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건 NPC와 지역이 굉장히 많다는 거였어요. (심지어 지역 중 일부는 저희가 만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세션에서 이 모든 NPC와 지역이 다 유효하게 쓰일 것 같진 않더라고요. 그래서 세션 외의 기록으로라도 축적해두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웹소설 같은 거 읽다 보면 가끔 작가님들이 TMI처럼 풀어주는 내용 있잖아요. 그런 식으로 운용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고민 끝에 위키(!)를 만들었습니다. 자세한 건 스포일러 포함 후기를 누르시면 나옵니다^^; 단지 NPC만이 아니라 PC들의 정보를 수집하기에도 좋을 것 같았어요. 저희 탁의 PC들은 사전 설정도 상당히 공들여서 만든 편이라, 세션 내에서 전부 소화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런 부분도 세션 외의 장소에서 TMI처럼 누적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런 시도를 해봤습니다.

 저도 처음 해보는 시도라 무척 설레고 기대되는데요:D <하트리스 메모리>의 모든 요소를 샅샅이 핥아먹고 싶은 만큼 마지막 캠페인까지 놓치지 않고 따라가보도록 하겠습니다^^)9 그럼 잘 부탁드려요!

 

▼ 스포일러 포함 후기

더보기

 

 위키 양식의 후기를 써보자는 생각은 예전부터 하고 있었는데, 마침 <하트리스 메모리>가 딱 이 양식에 맞는 캠페인이 될 것 같더라고요. 신작 애니메이션의 위키를 적는다는 마음가짐으로 만들어봤습니다. 실제로 그런 느낌으로 읽힌다면 좋겠네요^^)9 

 다만, 위키 형식으로 쓰다보니 시나리오의 내용을 적나라하게 정리하게 돼서 공개용와 멤버용으로 위키를 나누기로 했습니다. 공개용 버전에서는 에피소드 가이드(세션 내용을 정리한 파트)는 공개하지 않으며, NPC와 지역에 관련된 정보도 부분적으로만 공개합니다. 대신 저희 테이블에서 태어난 이야기들은 꼼꼼히 다룰 에정이니 지켜봐주세요!

위키 링크 : https://heartless-memory.notion.site/07abdf5c898e49a38018ad29092a4dcb


  위키는 세션 요약이나 PC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중심이 될 예정이고, 세션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는 포스팅 후기에 작성하려고 합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시작해보죠! 우선 앞에서 계속 문제 삼았던 '그것'부터...

 숙련자의 함정 

 대체 뭐 때문에 그렇게 충격이었는가... 돌이켜보면 '숙련자의 함정'이라는 단어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더블 크로스를 오래한 사람이라면 익숙해지기 마련인 패턴이 있잖아요. 불길한 전조 ㅡ (로이스가 관련된) 사건 ㅡ (로이스와 관련된 싸움) ㅡ 사건 해결이라는 구조요. 전형적인 기승전결 구조 외에도, 이 룰에서 로이스를 어떻게 다루는지, 어느 정도 플레이를 해본 분이라면 패턴이 보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클맥에서 로이스가 보스로 등장했고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다? 이건 각오하고 죽일 수밖에 없습니다. 나이팅게일은 그걸 위해서 태어난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로이스로 인한 비극에 휘말리는 건 PC2의 운명인 경우가 많고요. 대충 흐름을 파악한 뒤, 정말 혼신을 다해 나이팅게일을 죽였습니다. 그리고 클맥 내내 생각했던 연출도 했고요.


 (물론 이 씬을 연출하면서도 그래서 1화에서 로이스를 죽여놓고 남은 회차는 어쩔 생각인 거지?ㅋ 하는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만) 여튼, 나이팅게일의 죽음은 이 장면에서 매듭을 지었다고 생각했어요. PC2로서 여기서 매듭을 지어줘야 한다는 생각도 강했고요. 앞 번호들은 이야기의 흐름에 잘 올라타야 하는 의무가 있으니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할 수 있는 걸 다 하고, 이제 무슨 이야기가 벌어질까 기대하며 제 안에서 1화를 완결지었는데...


 다음 날, 사요가 살아있는 거예요... 그것도 제 PC에겐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너무나 온화한 미소를 띠운 채... 

 이때의 충격은 진짜...ㅋㅋㅋ 더 웃긴 건, 이게 엄청나게 교묘하게 숨긴 트릭도 아니었다는 거예요. 이 섬에서 죽은 사람이 살아난다는 정보는 이미 알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송버드의 사례로 보아 그게 거짓이 아니라는 증거도 확실한 상황이었죠. 나이팅게일이 살아돌아올 개연성은 충분했습니다.

 문제는 기존의 패턴에 익숙해졌던 저희였습니다. 클맥에서 이 정도의 서사와 연출을 품고 사망한 로이스는 절대 돌아오지 않는다는 편견에 제대로 통수를 맞은 거예요. 사실 굉장히 단편 중심적인 생각이긴 한데, 장편이라고 해도 이런 전개가 쉽게 나오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클맥에서 나이팅게일을 보내주기 위해 마음정리를 하고 / 침식률을 쥐어짜 콤보를 날리고 / 마지막 연출까지 깨끗하게 매듭을 지으려했던 노력이 고스란히 카운터 어택으로 돌아온 거예요... 진짜 말도 안 되는...ㅋㅋㅋㅋ 지금까지 배워 온 덥크의 문법에 충실하게 문제를 풀었을 뿐인데 갑자기 선생님이 리볼버로 저를 겨누는 느낌이었다고요...............

 손지상 작가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야기는 '짬'과 '모남'의 교차로 이루어져요. 익숙한 프레임(=짬)과 그 프레임을 파괴(=모남)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생동감을 부여한다는 거죠. 그리고 이런 구조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짤 때는 아무래도 모남에 초점을 맞추게 됩니다. 예정조화를 부수는 전개, 충격적인 반전, 허를 찌르는 엔딩 같은 것들 말이죠. 실제로 유저가 재미를 느끼는 시점도 모남이 생기는 시점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쪽에 초점을 맞추게 되고요.

 그런데 <Birdcage>를 하고 나니, 모남보다 짬이 더 중요한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얼마나 충격적인 장면인가'보다 '그 장면이 왜 충격적인가'가 더 중요한 게 아닐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짬을 더 효과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 짬과 모남은 구분할 수 있는 것인가? 정말 온갖 의문과 아이디어가 솟구쳤습니다. 그런 점에서 <Birdcage>는 제게 정말 충격적이고 유의미한 경험이었어요.

 PC들의 활약상

 개인적인 견해는 이 정도고... 이제 저희 PC들의 활약상에 대해서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캠페인이니만큼 PC의 성장과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싶거든요. 그럼 첫 타자는 PC1인 우리 나기사킁부터^/^


PC1 / 세리자와 나기사 / 나코

질풍노도의 오버드, 준비된 PC1


 사실 이 캠페인은 즈피(GM)님이 나코님에게 PC1을 맡기기 위해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두 분을 주축으로 나머지 멤버들이 모였거든요. 그리고 실제 세션에서도 나코님은 기대를 져버리지 않으셨습니다. 정말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는 사춘기 PC1이에요. U_U)*

 <하트리스 메모리>의 PC1은 시작부터 상당히 험악한 서사를 쥐고 시작해요. 우연히 졈과 만나 사망한 후(!) 오버드로 각성하게 되었고, 이후 소꿉친구인 키즈나와 만나지 못하게 됩니다. 그리고 몇 년 후, 키즈나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되죠. 시작 단계부터 이런 배경을 안고 시작하니 캐릭터가 밝을래야 밝을 수가 없겠죠. 개인적으로 캠페인에서 비뚤어진 PC1을 원한다고 느꼈어요. 어떤 방식으로든 '결핍'을 안고 시작해라, 그런 메시지가 느껴졌거든요.

 그리고 나코님이 데려오신 나기사 군은 그 메시지를 정확하게 반영한 PC라고 생각했어요. 세상을 보는 눈뿐만이 아니라, 자기자신을 인식하는 시선마저 왜곡되어 있는 사춘기 소년이거든요. (충동이 무려 자학이다!) 안 그래도 예민한 성정에 노이만의 두뇌까지 합쳐지니 비뚤어지기 딱 좋은 상황입니다. 세상도, 가족도, 심지어 자기자신조차 믿지 못해요. 유일하게 마음을 내준 것은 히로인인 무츠시로 키즈나뿐입니다.

 하지만 키즈나의 존재 여부에 굉장히 집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그녀와 똑같이 생긴 칸나가 나타났을 때 경계합니다. 감정과 상관없이 팽팽 돌아가는 노이만의 두뇌가 칸나가 결코 정상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걸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 이면에는 거짓말이라고 해도 좋으니 칸나가 키즈나였으면 하는 감정이 숨어 있습니다. 그리고 키즈나의 유령으로 추정되는 존재가 나타나자 진심을 털어놓죠. 역시 넌 죽지 않았고, 칸나는 키즈나일 것이다 뭐 그런...

 이렇듯 나기사는 이성과 감성의 갭이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머리로는 진실을 알고 있지만 마음으로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어 끊임없이 방황해요. 사춘기란 태어나서 처음으로 현실과 이상 사이의 충돌을 겪는 과정이잖아요. 나기사의 사춘기는 키즈나에 대한 이성과 감정의 충돌로 표현됩니다.

 현실 : 키즈나는 이미 죽었다.
 이상 : 키즈나는 아직 죽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노이만이 아니었다면, 나기사는 현실이나 이상 중 하나만 품었을지도 몰라요. 키즈나를 죽인 세상을 원망하든, 키즈나를 되찾기 위해 노력하든 마음을 정하고 움직였을 거예요. 하지만 나기사는 이 모든 상황을 너무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키즈나가 이미 죽었다는 사실도 알고 있고, 한편으론 키즈나가 죽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알아요. 그리고 초혼 현상이 진짜라는 것도요. 그러니 섣불리 정답을 내릴 수가 없습니다. 이런 상황이 가장 답답한 건 나기사 자신일 거예요. 충동이 자학으로 표현되는 건 당연한 귀결이라고 생각했어요.

 결국 저희 캠페인의 방향성은 나기사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성장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덥크의 PC1인 이상 비뚤어지기 보단 결국 옳은 방향을 찾아 나아가겠지만, 나기사가 어떤 선택을 하며 자신의 나이테를 그려나갈지가 기대됩니다. 나기사의 포텐셜을 보여준 1화였다고 생각해요.

 

 

PC2 / 엘리자베스 야마가타 / 에이미 

내겐 아직 너무 어려운 그대

 

 의도한 건 아닌데 또 PC2를 하게 되었어요. PC2는 참... 애증의 포지션인데ㅋㅋ 제가 덥크 PC2의 서사는 참 좋아하거든요? PC1이 정석적인 성장캐라면, PC2는 그 라이벌 또는 이면의 주인공 같은 느낌이니까요. 보통 PC2를 히로인(..) 포지션이라고들 하시던데, 저는 히로인보다는 파워레인저의 블루 같다고 생각해요. (히로인은 PC1의 로이스라고 생각) 

 레드가 메인 스트림을 끌고 나아가는 입장이라면, 블루는 레드가 할 수 없는 것들을 경험하는 포지션이죠. 레드가 메이저라면 블루는 마이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PC1의 고난은 운명이지만 PC2의 고난은 비극입니다. PC1의 고난은 어떻게든 헤쳐나가게끔 되어 있지만 PC2에겐 그런 보장이 없어요. 그러니 스스로 뭔가를 해야 하는 경우가 좀 있고, 여기서 PC2만의 찌통 서사가 만들어집니다.

 이번 캠페인의 예를 들어봅시다. 나기사의 경우 키즈나를 잃고 다시 만나는 그 모든 과정이 메인 스트림과 맞물려 벌어지는 '운명'입니다. 형태가 어찌되었든 PC1은 반드시 키즈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입장이어야 해요. 하지만 PC2인 엘리자베스의 경우 나이팅게일에 대한 태도를 전부 PL이 원하는대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저는 엘리자베스가 나이팅게일을 사랑하는 거로 설정했지만, 나이팅게일에게 원한을 품었다는 설정도 얼마든지 가능했거든요. 그리고 자유가 주어진 만큼 PC2의 고난은 가혹합니다. 혼란스럽긴 해도 아직까지 큰 일을 당하지 않은 PC1과 달리, PC2는 1화에서부터 나이팅게일을 직접 죽이고 그녀의 초혼까지 목격하게 됩니다. PC1의 서사만 보호하면 메인 스트림에는 큰 문제가 없으니 PC2는 마음놓고 가차없이 대하는 거죠.

 하지만 이런 점 때문에 PC2의 서사는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어린이 오타쿠 시절부터 만화만 봤다하면 주인공보다 라이벌이나 더 잘생긴 빌런을 좋아한 사람이라면 아무래도 PC1보다 PC2가 더 취향일 거예요. 저도 그랑죠보다 포세이돈을 더 좋아한 사람이긴 한데요ㅎㅎ 근데 이게 참... 뭐랄까... 좋아하는 거랑 잘하는 건 또 별개의 문제라고 해야하나ㅇ)-(

 사실 전 PC2를 무척 좋아하긴 하지만, 지금까지 제가 기대한 만큼 PC2의 이야기를 표현한 적은 없는 것 같거든요. 뭔가 늘 좋은데 아쉽다, 좋은데 (스스로에게) 실망스럽다, 이런 기분이라 PC2를 잡을 때는 늘 기대하면서도 걱정이 됩니다. 그중에서도 엘리자베스는 제일 난도가 높은 PC인 것 같아요. 얘... 솔직히 정말 어렵습니다ㅋㅋ 대사치는 것도 성격 잡는 것도 모든 게 다 어려워요ㅠ_ㅠ 이렇게 사람 좋아하는 댕댕이 같은 캐릭터라니~!! 매순간이 고비야!ㅋㅋㅋ

 하지만 이건 제가 알고도 도전한 것이기도 한데요... 요즘에는 PC를 만들 때, 일부러 제가 안하던 느낌으로 자주 잡아보곤 합니다. 그렇게 만들었다가 의외로 정말 좋았던 PC들도 있고, 제가 왜 이런 유형을 자주 안만드는지 공부하는 계기도 돼서 기회가 될 때마다 도전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그중에서도 엘리자베스가 가장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이렇게 저한테 마음을 안 보여주는 PC는 처음이에요ㅋㅋㅋㅋㅋ

 다행히 세션을 진행하면서 저도 조금씩 이 PC에 대해서 알아가고 있긴 해요. 그리고 점점 더 흥미가 붙고 있고요. 원래 1화에서는 캐릭터 잡기가 어렵긴 하니까, 남은 회차를 거치면서 조금씩 엘리자베스와 친해져 보려고 합니다. 이번 탁의 플레이어분들과 함께라면 엘리자베스의 마음도 열 수 있으리라 믿어요.

 

 

PC3 / 미시마 레이 / 플레이봇

어른이자 소년인 지부장

 

  PC1이 레드, PC2가 블루라면 PC3은 그린입니다. 여기까지는 확정 라인업이죠. 그린은 보통 블루와 레드의 사이를 중재하거나 분위기 메이커로 활약하는데, 더블 크로스에서는 '지부장'이라는 독특한 포지션으로 이 역할을 맡게 됩니다. 지부장의 역할은 UGN의 임무를 받아 별개의 목적을 가지고 움직이는 오버드를 하나로 모으는 것이죠. 왜 이런 걸 자세히 설명하고 있냐면, 저희 지부장인 레이 씨가 이 역할을 정말 완벽하게 수행해주셨기 때문입니다ㅠ_ㅠ

 저희 캠페인의 특징 중 하나는 풀팟이라는 거예요. 덥크는 기본적으로 5명의 PC를 상정하는 룰이지만, 사실 5명을 다 모아서 하는 경우는 거의 없죠. 4명만으로도 충분할 뿐 아니라, 5명이 되면 여러모로 애로사항이 많거든요. 일정 맞추는 건 말할 것도 없거니와, 서사적으로도 5명 모두 공평하게 스포트라이트를 주기도 어려워요. 사실 PC4만 해도 포지션이 좀 애매하잖아요. 음, 이건 잠시 후에 얘기하도록 하고...

 여튼 PC가 5명이다 보니, 심지어 다들 목적도 제각각이다 보니, 처음에 합류하는 씬을 만들기가 꽤 어려웠습니다. 모든 PC들을 하나로 엮는 지점인 ㅡ 초혼 현상에 관한 정보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황인지라 더더욱 엮을 고리를 만들기가 어려웠어요. 이 고리를 플봇님이 만드셨다 이겁니다ㅠ 그것도 자연스럽게 엮어주셨어요. 


 새삼 어른 지부장이 이렇게 멋있는 거구나 싶었네요ㅋㅋ 맨날 어린 지부장만 봐와서 그런지 더 멋져 보이더라고요ㅠ 어린 지부장하고는 또 다른 결단력이 보인달지... 아무튼, 디멘션 게이트를 열어서 모두를 일단 지부로 밀어넣고 왜 우리가 협력해야 하는지 차분히 설명하는데... 상당히 억지력을 발휘해야 하는 전개였음에도 불구하고, 꼰대스럽지 않게 당사자들의 입장을 이해하면서 진행하는게 정말 좋았습니다. 뭔가 PL로서도 레이에 대한 신뢰도가 확 오르는 순간이었어요.

 플레이할 때만이 아니라 캐릭터 메이킹을 할 때도, 소우와 레이가 둘 다 해후에 '키리타니'가 뜬 걸 이용해 둘 사이에 연결 관게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해주셨는데, 덕분에 핸드아웃 내용 상 고립되기 쉬운 포지션이었던 PC4가 지부와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었어요. 캐메 단계부터 이미 세션 내용을 고려하고 PC들과 다양한 연결 고리를 만들어 보려고 노력해주시는게 느껴져서 감사했어요.

 이런 전개가 가능했던 건, 애초에 플봇님이 레이를 그런 캐릭터로 만들어오셨기 때문이거든요. 레이의 캐릭터 시트에 기획 의도 칸이 있다면 'PC3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든다'고 적혀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렇다고 레이의 캐릭터가 PC3의 기능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건 아닙니다. 레이 개인의 서사도 확실해요. 

 어린 시절에 오버드로 각성해 처참한 청소년기를 보내다가, 키리타니와 만나 제대로 된 에이전트로 성장하고, 그리고 그 과정에서 소중한 파트너였던 엔도 세츠나를 잃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캐릭터를 구성하는 독자적인 배경 플롯도 확실합니다. 이렇게 구성된 레이의 개인적인 역사는 그의 인간미를 구성하는 요소로 사용됩니다. 딱딱하게 지부장 역할만 수행하는 FM은 또 아니라는 거죠. 

 개인적으로 충분한 고뇌를 안고 있으면서도, 지부장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캐릭터. 그게 바로 미시마 레이입니다U_U 그리고 이 개인적인 서사와 스토리 상의 역할이 서로 잘 맞물리는 점도 좋아요. 덥크는 캐릭터의 서사와 기능을 분리하는 룰이라 서사와 기능이 따로 노는 경우가 있어요. (이게 나쁘다는 뜻이 아닙니다. 덥크는 오히려 이래서 재미있는 룰이라서.) 같은 PC1이라도 누구는 금수저인데 누구는 흙수저일 수도 있는 거죠.

 하지만 레이는 서사와 기능이 딱 맞아떨어지는 캐릭터입니다. 그런 과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부장으로 활약할 수 있는 거고, 지부장으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과 같은 처지인 칠드런들을 그냥 두고 볼 수 없는 거거든요. 플봇님이 캐메 단계에서 PC3의 역할을 얼마나 중요하게 인식하고 계셨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듬직한 지부장인 동시에 개인적인 아픔을 품고 있는 멋진 오버드에요. 레이의 존재만으로도 마지막까지 안정적인 플레이가 가능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ㅎㅎ



PC4 / 이가라시 소우 / 뫄

PL과 PC의 환상의 콤비 플레이


 앞서도 말했지만 사실 PC4부터 포지션이 조금 애매합니다. PC 1, 2, 3은 주인공, 라이벌, 조력자로 딱딱 포지셔닝할 수 있지만, PC 4, 5는 그냥 조력자 2, 3이거든요. 그래도 PC4까지는 조력자 2로 활약할 구간이 있긴 한데, PC5는 정말... 이 부분은 츠유리 파트에서 좀 더 얘기하기로 하고U_U)

 아무튼, PC4인 소우도 자칫하면 포지션이 애매해질 수 있는 캐릭터였다고 생각합니다. UGN에 소속되지 않은 해결사인데다가 개인적인 목적으로 홀로 섬에 찾아온 PC이다 보니 고립되기가 가장 쉬운 역할이었거든요. 시나리오 상에서 어느 정도 보완을 해주긴 하지만 그래도 PC4가 지부 멤버들과 엮이기까지의 과정은 그렇게 스무스하게 흘러가진 않습니다. 

 더군다나 소우는 적극적인 성격도 아니고,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경계심도 강한 편이었거든요. 사실 이 정도 설정이면 정말 고립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PC인데ㅠ 뫄님의 오랜 덥크 경력이 빛을 발하더라고요. 캐릭터의 완고함을 유지하면서도 지부에 흡수될 타이밍이 생길 때마다 거부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슥 들어오시는데, 엄청 좁은 통로를 가볍게 통과하는 고양이를 보는 느낌이랄까ㅋㅋ PC의 도도함과 PL의 뻔뻔함이 딱 좋은 온도로 은근히 섞이는 과정이 넘 신기하고 재미있었어요.

얘기는 들어줄게
내 사정은 이렇긴 한데
내가 지금까지 찾은 정보는 이런 거야
그러니 날 좀 도와줘라
아 참고로 내 이름이랑 코드네임은 이거야


 아니 스샷 해놓고 나니 더 기가 막히네 그 짧은 시간 동안 할 거 다하고 가셨네요ㅋㅋㅋ 대화 시작 - 상황 파악 - 협조 요청 - 자기 소개ㅋㅋㅋ 대사도 엄청 많았던 것도 아닌데 + 그렇다고 마냥 협조적인 태도인 것도 아니었는데 + 레이가 판을 깔면 거부하지 않고 슬그머니 와서 앉아서 츄르 빨고 있는 듯한 이 은근한 뻔뻔함이라니ㅠ 왜 숙련자가 뒷번호 PC를 잡아야 하는지 알겠더라고요...

 그 와중에 PL로서는 세션 내내 명대사를 숨도 쉬지 않고 뿜어내셨는데(?) 공기반 개그반 수준으로 재미있는 드립이 계속 터지는 게 좋았어요ㅋㅋㅋ 야 이게 재능이구나 싶고(뫄님 뵐 때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다음 후기부터는 뫄님 명대사 구간도 따로 만들어 둘까 싶네요. 저장해놓고 두고두고 보고 싶은 드립들 뿐인지라ㅋㅋㅋㅋ (빨리 말아주세욬ㅋㅋㅋ)

 이렇게 뫄님은 PC4의 포지션에 걸맞는 캐릭터를 연출해주시는 건 물론이거니와, 생각지 못한 드립을 계속 공급해주시면서 세션에 활력을 불어넣어주셨어요. PC뿐만이 아니라 PL로서도 플레이를 해야 한다는 걸 뫄님을 보면서 배웁니다. PC만 잘 움직이는 거로 끝이 아니라, PL로서도 사람들과 계속 소통하면서 세션에 활기를 불어넣어야 하더라고요. 이번 기회에 좀 많이 배우고 싶습니다ㅋㅋ 

 동시에 소우는 이번 캠페인에서 또 다른 주인공 같은 느낌이 있는데요. 나기사가 칠드런 측의 주인공이라면 소우는 어른 측의 주인공 같다는 느낌이 있어요. 둘 다 소중한 사람을 잃(었)고, 그 결과를 오모카게 섬에서 마주하고 있는 입장이니까요. 나기사가 흔들리는 입장이라면, 소우는 결정해야 하는 입장이라 둘의 차이를 보는 것도 참 재미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소우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도 무척 기대되요.



PC5 / 센자키 츠유리 / 류비엠

 만능의 PC5

 

 자, 그리고 여기에 PC4 이상으로 포지션이 애매한 PC5가 있습니다... 사실 <하트리스 메모리>의 PC4는 다른 시나리오에 비하면 나름대로 역할이 확실하게 주어져 있는 편이긴 하거든요? 하지만 PC5는 정말 애매합니다. 이 섬과 관련된 사연이 없는 유일한 PC거든요. 당사자보다는 탐정에 가까운 입장이다 보니, 마찬가지로 메인 스트림에서 소외될 가능성도 커보였습니다.

 하지만 류비엠님은 PC를 정말 잘 만들고, 이야기에 잘 엮기까지하는 플레이어 분이신지라 PC5의 난점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더라고요. 오히려 이 난점을 활용해서 또 다른 주인공으로 탄생시킨 느낌? 외부자인 만큼 섬의 사연에 감정적으로 휘말리지 않는 편인데, 그 점을 이용해서 빈틈을 메우는 역할을 담당하시더라고요. PC5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서 적극적으로 뛰어드시는 멋진 플레이를 보여주셨어요.

 동시에 PC5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인, 백스토리의 자유도까지 최대한으로 활용하시더라고요. 센자키 가문이라는 세도가에 오버드로 태어나, 자신을 이용하려는 UGN과 아버지를 피해 R반에 들어오고, 어머니를 닮은 전투용 인격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설정인데요. 센자키 가문은 소우와의, UGN과의 관계는 나기사/엘리자베스/레이와의 연결고리가 됩니다. NPC인 후유히에게도 마음을 주는 게 느껴지고요. 

 이렇게 개인 서사가 강한데도 세션 내용과 잘 맞물리는 PC5라니 운영 난도 최상일 것 같은데 그걸 해내십니다ㅎㅎ 어머니의 사망으로 촉발된 '죽음'에 관한 서사도 아직 남아있기 때문에, 향후 메인 스트림에 적극적으로 엮일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하고요. 

 뭣보다 이런 거 다 떠나서 그냥 캐릭터가 매력적이었어요U_U)* 저도 전투용 인격을 해봤지만, 아무래도 싸움에 특화된 인격이니 본 인격이 얌전하고 전투용 인격을 과격하게 설정하게 되는데, 츠유리는 전투용 인격이 더 사교적이거든요. 심지어 포트레이트도 2종으로 준비해주시는 정성까지ㅠ 이번 캠페인을 위해서 가장 많은 준비와 고민을 할 분은 류비엠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실제로 츠유리가 애매한 구간은 전부 채워주고 있어서 세션 진행에 엄청 도움 받고 있어요ㅠ

 대표적으로는 나기사와 지부의 관계가 있는데요. 나기사가 UGN의 어른들에 대해 부정적인 인상을 가지고 있다 보니, 지부와 연결시키기 힘든 부분이 있거든요. 싫어하는 UGN의 사람들과, 무엇을 위해, 왜 협력해야 하는가? 이 부분을 메워주는 게 츠유리라고 생각해요. 츠유리는 UGN이 아닌 R반의 사람이기도 하고, 불량소년을 내버려둘 수 없는 경찰이기도 하고, 타니 슈세이에게 나기사를 부탁받은 입장이기도 하거든요. 그러니 나기사가 튀어나가려고 하면 거침없이 붙잡습니다.


 이런 식으로 레이를 도와 지부의 안정화에 기여하는 R반 감식관입죠ㅋㅋ 나기사 외에도 엘리자베스나 소우, 레이 모두와 두루 친해질 여지가 있습니다. PC5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최대한 활용해서 세션 내내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윤활제 같은 역할을 해주는 PC입니다. 그러면서 자기 개성을 명확하게 갖추고 있고요. 이상적인 PC5가 아닌가 합니다. 저는 츠유리가 PC5라서 자랑스러워요ㅎㅎ

 이후 메인 스트림에도 포섭될 여지가 충분한 PC이니 만큼, 츠유리가 갖고 있는 갈등 ㅡ 아마도 전투용 인격과 어머니와 관련된 ㅡ 이 어떤 식으로 오모카게 섬에서 꽃을 피울지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류비엠님이 늘 그러하시듯 멋진 플레이를 보여주실 거라 믿기 때문에ㅎ


 
 휴, 이렇게 단상을 쓰고 나니 새삼 다들 진짜 개성도 역할도 뚜렷한 PC라는 생각이 드네요ㅎㅎ PC들이 이렇게 각자 개성을 갖출 수 있게 된 것은, 캐릭터 메이킹 단계부터 GM인 즈피님이 다양한 요소를 고려할 수 있도록 후킹해주신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PC들 간의 관계나 NPC와의 연결 고리에 대해서 좋은 가이드를 주셨거든요. 캐릭터 메이킹뿐만이 아니라 세션을 하는 동안에도 PC들이 원하는 장면을 만들고 공유하도록 배려해주셔서 정말 재미있게 즐기고 있습니다. 

 아무튼, 이번 후기는 이렇게 세션 내용보다는 PC들에게 초점을 맞춰서 써보려고 해요. 결국 캠페인은 시작이 어찌되었든 PC들의 이야기로 끝나더라고요. 그러니 이번에는 이전보다 더욱 PC들에게 집중해서 써보고 싶습니다. 나중에 읽었을 때 재미있는 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D

 

 황매화 필 적에
 
 후, 이렇게 길었던...ㅋ <하트리스 메모리> 캠페인의 첫 후기도 드디어 막을 올렸습니다^0^)/ 와인이라도 하나 따고 싶네요. 저는 후기를 써야 진짜 세션이 시작/끝난 것 같아서 <하트리스 메모리> 캠페인도 이제야 시작하게 된 기분이에요. 이 초심을 유지하면서 마지막까지 우리 PC들의 모습을 잘 담아보고 싶습니다.

 후기를 쓰면서 느낀 건 세션하면서는 잘 보이지 않았던 PC들의 포텐셜이 보인다는 거였어요. 혼란의 한 가운데에 있는 나기사, 아직 제게도 마음을 보여주지 않은 엘리자베스, 언제까지 어른일지 알 수 없는 레이, 눈에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품고 있는 소우에,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츠유리까지... 이런 흥미로운 PC들을 그냥 흘려보낼 수 없으니 열심히 팔로해보겠습니다.


 1화부터 좋은 충격을 받을 수 있었던 캠페인이라 남은 이야기가 기대... 된달지 무섭고 설렙니다ㅋㅋ 이 무서운 느낌 너무 좋아요. 좋은 이야기는 항상 이렇게 무서운 느낌도 동반하더라고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오모카게 섬에서 지낼 6~8개월 가량의 시간. 짧은 기간이 아닌 만큼 저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잘 부탁 드려요/ㅅ/

 함께 오모카게 섬에 갇힌 5분께

 

 즈피님 : 캐메부터 1화에 이르기까지..ㅠㅠㅠ 정말 즈피님 손이 안 닿은 곳이 하나도 없는 세션이었어요. 너무 너무 감사합니다! 덕분에 코코포도 처음 접해보고 이런 황금 멤버분들과 함께 오모카게 관광을 즐기고 있네요ㅎㅎ 즈피님이 이 캠페인을 얼마나 사랑하고 계신지 매 순간 느껴집니다. 이렇게까지 사랑받는 이야기는 절대 망할 리 없다고 생각해요ㅠㅠ 말먹은 없으니 넘 부담갖지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세션에서 즈피님의 내레이션을 잔뜩 볼 수 있어서 좋아요. PC의 지문을 받아서 내레이션으로 승화시켜주시는 점이나, 그때 그 상황에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는 BGM으로 연출해주시는 점이나... 정말 PL들이 오모카게 섬의 일원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게 하기 위해서 엄청나게 많은 부분을 배려해주고 계신 걸 느끼고 있습니다ㅠ 꽤 긴 여행이 될 텐데 힘내실 수 있도록 저도 열심히 피드백할게요. 2화 후기도 잘 부탁드립니다:D

 나코님 : 엥미컨대 나기사킁은 최고의 PC1입니다(무엇) 설정도 외관도 플레이도 진짜 뭣 하나 마음에 안 드는 게 없는 넘 완벽한 소년 PC에요ㅠㅠㅠ 나코님이 잘 운용할 PC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솔직히 세션할 때 거의 날아다닌다 싶으실 정도로(?) 대사도 타이밍도 전부 다 완벽해서 모니터 너머에서 맨날 소리지르고 있습니다ㅋㅋㅋ 나코님의 상처 입은 캐릭터...? 이것만으로도 확정 갓캐인데 나기사는 그냥... 모든 게 완벽해요... 나기사 보려고 매달 하트리스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ㅋㅋ 부담시러우실까봐 표현을 절제하고 있으나 제가 나기사킁의 모든 순간에 비명을 지르고 있음을 여기서라도 알아주시길 바라며U_U)* 앞으로 고난길이 예정되어 있는 PC1이지만 이런 고난도 나코님이라면 보란듯이 헤쳐나갈 거라고 믿어요. 캠페인 같이 하자고 불러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ㅠㅠ 마지막까지 PC2로서 나기사킁의 뒤를 잘 따라가보겠습니다!

 플레이봇님 : 예전에 <고독> 후기에서 플봇님 플레이의 좋은 점을 열거하면서 배우고 싶은 플레이라고 말했었는데, 이번에도 그때의 장점들을 고스란히 가져와서 보여주셔서 감탄하고 있습니다ㅠㅠ PC3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게끔 기획된 레이의 캐릭터도 매력적이지만, PC들이 골고루 활약할 수 있도록 세션 중간 중간에도 이름을 언급해주시거나 같이 있는 장면을 만들어주시거나 하는 게 진짜 감동이에요...ㅠ 안 그래도 저 지금 리자랑 겁나 어색한데(?) 레이가 Be your love 부르면서 명령할 때마다 갑자기 분리되어있던 저와 리자가 하나가 되는 기분이 듭니다ㅎㅎ 레이 덕분에 뭔가 간신히 이 세계의 일원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이 길고 험난한 이야기에 플봇님이 계셔서 얼마나 안심이 되는지 모릅니다ㅠ_ㅠ 세션 중에 피드백도 제일 적극적으로 주시고, 세션 외적으로도 재미있는 이야기들 많이 꺼내주셔서 너무 좋아요... 제가 플봇님 플레이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아마 잘 모르실 겁니다ㅎㅎㅎ 아시도록 열심히 후기 써볼라고요! 잘 부탁드려요/ㅅ/ 

 

 뫄님 : 뫄님 진짜 오랜만에 세션으로 봬서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릅니다ㅠ 그새 더 업그레이드하셔서 이제 든든하다 못해 믿음직스러운 숙련자가 되셨네요ㅎㅎ 많이 좀 가르쳐주십쇼 히히... 소우는 참 뫄님다운 캐릭터면서도 뫄님답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제 머릿속 뫄님캐 : 아키나) 이런 침착하고 차분한 캐릭터도 넘 잘 소화하셔서 놀랐어요ㅠ 그 와중에도 진행할 건 다 하고, 드립은 드립대로 또 킬링 구간마다 넣어주시고ㅋㅋㅋ 뭔가 PC도 PC지만 PL로서도 뫄님께 많이 배운 것 같습니다. 저도 좀 더 세션 자체의 활력을 위해 노력할 만한 것이 없는지 생각해봐야겠어요ㅎ 세션 시간이 제법 긴데도 뫄님이 중간에 탕탕 쏴주시는 드립들 덕분에 지루한 줄 모르고 하고 있어요ㅋㅋㅋ 후기에도 써놨지만 다음부터는 뫄님 명대사 드립들도 모아두도록 하겠습니다. (뫄님: 아 하지마세요) 휴, 긴 이야기가 될 텐데 뫄님이 계셔서 안심이 됩니다/ㅅ/ 같이 마지막까지 좋은 이야기, 재미있는 전투 만들어봐요!ㅎㅎ 잘 부탁 드립니다!

 

 류비엠님 : <헤븐즈 불릿> 이후로 또 다시 캠페인으로 뵙네요/ㅅ// 륩님하고 함께 하는 캠페인은 정말 걱정 1도 없습니다ㅋㅋㅋ 전투면 전투, PC간의 커넥션이면 커넥션, 서사면 서사 뭐 하나 빠지지 않고 완벽하게 플레이해주시니까 저도 덩달아 텐션 오르고 넘 즐거워요ㅠ 게다가 츠유리쟝... 보면 볼수록 너무 잘만든 캐릭터 아닌지ㅎ PC5는 이렇게 플레이해야 하는구나 싶어요. 전투용 인격 활용하시는 것도 넘 신선했고ㅠ 로복하니 세션 진행이 윤활하게 돌아가도록 보이는 곳에서/보이지 않는 곳에서 부단하게 노력해주신 게 보여서 정말 감사했고...ㅠㅠㅠ <헤븐즈 불릿>도 그랬지만 이번 세션도 륩님과 함께 진짜 재미있는 이야기 만들어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설레하고 있습니다ㅋㅋㅋ 아 그때처럼 빨리 륩님캐랑 연결 고리를 만들어야해... 제가 리자를 최대한 움직여서 츠유리와 친해져보도록 하겠습니다ㅅ// 저번처럼 륩님의 갓플레이도 놓치지 않고 기록할 거니까요!ㅋㅋ 긴 시간 동안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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