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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후기/마기카로기아

SeveN : 그 묘비의 이름은

by 에이밍 2021. 3. 29.

날짜 2021. 02. 14. 日
GM 율리피쉬 (@TRPG_jullyfish) -
PC1 상실 (@cyp_SSil) AI 미네르바
PC2 니은 (@exceed_ff) 제냐 코토프
PC3 에이미 (@ehrtlr) 비비 사하라


 캠페인 복이 터지고 있습니다:D 마기로기 캠페인인 <SeveN>을 시작하게 됐거든요! 제 탁으로 TRPG에 입문하셨지만 이제는 저 이상의 고인물이 되신(!) 율리피쉬님과 용서 못 하지만 그래도 신뢰하는 니은님ㅋㅋ과 처음 뵙지만 앞으로 즐거운 플레이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상실님^/^을 모시고 이 시나리오집을 돌파하게 되었어요. 이전부터 관심이 있던 시나리오집이었는데 캠페인으로 전편을 즐길 수 있게 되다니 영광입니다XD

 

 <SeveN>이 대체 무슨 시나리오집인데 그러나요? 라고 물으실 분들은 위해 이번 후기에서는 <SeveN> 캠페인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저희 세션을 위해서 남기는 후기이긴 하지만, 이 시나리오집에 관심이 있는 분들께도 좋은 정보를 드릴 수 있는 후기가 되었으면 해요.

 그럼 본격적으로 장장 6개월에 걸쳐 시작될 <SeveN> 캠페인의 대장정으로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륙이 좋았으니 착륙할 때의 풍경도 아름답길 바라며^^

 SeveN 캠페인이란 무엇인가?

 <SeveN>은 일본에서 나온 마기카로기아의 동인 시나리오 집의 이름입니다. 현재 부스에서 구입할 수 있는 시나리오 집으로, 총 7편의 시나리오가 실려있습니다. 단편 모음집이지만 저희 캠페인에서는 율리님의 노고로 6개의 시나리오를 캠페인으로 플레이할 수 있게 되었어요. 단편을 엮는 수고가 얼마나 큰지 알기 때문에 캠페인에 도전해주신 율리님께 그저 감사할 뿐 🙏

 

 자, 그런데 많고 많은 시나리오 집 중에서 왜 하필 이 녀석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대죄 룰 때문입니다. 대죄 룰은 이 시나리오 집 고유의 기믹으로, 마기로기판 침식율이라고 할만한 룰입니다. 마법사들은 각자 7개의 죄악 중 하나를 품고 있고, 이 죄악의 힘이 발동할 때마다 강력한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돼요. 물론 그만한 대가를 치르게 돼요. 대죄의 힘을 사용할 때마다 대죄 심도라는 것이 올라가게 되고 이게 최대치까지 올라가면 마법사는 대법전의 마법사로 존재할 수 없게 됩니다.

 사실 마법사들은 워낙 전지전능한 존재로 그려지는 데다가, 어지간히 주운이 나쁘지 않고서야 도중에 소멸하는 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죄 룰은 마기로기의 이런 기조와 정반대에 있어요. 마법사가 '죄악'에 빠져들어 그 힘을 사용하면서 스스로 타락을 선택하게 만듭니다. 기존의 마기로기와는 다른 느낌의 플레이가 가능해요.

 

타락하는 캠페인

 

 하지만 뭐, 침식치라면 일단 올렸다가 백 트랙(올라간 수치를 낮추는 것)하면 되잖아요? 아뇨, 대죄 룰은 백 트랙을 할 수 없습니다. 대죄는 사용하면 할수록 쌓이기만 할 뿐입니다. 일단 한 번 지은 죄는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표현하는 듯한 이 기믹이야말로 대죄 룰의 포인트에요. 백 트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대죄의 힘을 사용할 때마다 진중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후반으로 갈수록 PC들이 떠안은 고민의 무게는 점점 더 커질 테니까요.

 자, 이제 감이 오실까요? 왜 <SeveN>의 단편 시나리오들을 캠페인으로 엮어서 하려고 하는지. 이런 구성이라면 기존의 캠페인과 달리 세션이 진행될수록 PC들이 파국으로 나아가는 전개를 만들기가 매우 쉬울 거예요. 보통 캠페인은 [-]에서 [+]로 나아가지만, 이 캠페인은 [+]에서 [-]로 전개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정된 파멸을 향해 나아가는 6편의 이야기라니 무조건 해보고 싶잖아요.

 

 이번 캠페인 후기의 목적

 

 이렇게 독특한 설정의 캠페인인만큼 저도 나름대로 방향성을 가지고 후기를 써보려고 합니다. 크게 다음과 같은 것들을 고려해서 후기에 담아보려고 해요. 의도한 만큼 잘 써지길 바랍니다.

 1) 대죄 심도의 상승에 따른 캐릭터의 변화

 대죄 룰 때문에 시작하는 캠페인인만큼, 역시 이번 후기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팔로 업하고 싶은 부분은 바로 캐릭터의 변화입니다. 대죄 심도의 상승에 따라 캐릭터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지켜보고 싶어요. 초반에는 큰 차이가 없어도 대죄가 1일 때와 5일 때는 확실히 차이가 있을 것 같거든요.

 그래서 PC가 대죄 심도를 올리는 순간은 가능한 모두 후기에 남기고 싶습니다. 이 순간들만 체크해도 캠페인 전체의 내용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PC들의 타락을 제 손으로 적어나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배가 부릅니다ㅋㅋ 대죄 심도를 올린 순간을 체크하면 캐릭터의 변화를 파악하기에도 좋을 거예요.

 2) 개변의 방향

 

 우선 단편을 그냥 캠페인으로 엮는 것만으로도 수고가 상당한데, 대죄 룰까지 포함되어서 그 난이도는 두 배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ㅠ 율리님의 수고를 그냥 흘려보내고 싶지 않은지라 어떤 부분이 바뀌었고 어떻게 좋았는지도 같이 써볼 예정이에요. 좋았던 개변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얘기해보고 싶어요.

 아직 1화밖에 플레이하지 못했지만 율리님이 얼마나 많은 부분을 신경 써주셨는지 느껴지더라고요. 그러니 저도 성심성의껏 후기를 쓰면서 따라가 보려고 합니다. 부... 부담스러우신 거 아니겠지? 견디세요 < 나를 플레이어로 맞이한다는 건 그런 뜻이니까!

 율리님의 조율 외에도, 단편을 캠페인으로 엮었기에 생기는 차이도 다뤄보고 싶어요. 단편으로 플레이를 할 때와 달리, 캠페인은 전체적인 그림을 생각하면서 플레이하기 때문에 유기성이 생기거든요. 이런 유기성이 어떤 구간에서 어떻게 발생하여 서사를 맞물리게 할지 찾아보고 싶습니다. 이건 제 개인적인 흥미^^)9

 

 3) PC들의 관계

 캠페인의 묘미는 역시 PC들의 관계가 어떻게 변해가느냐에 있겠죠. 보통 친해지는 사이가 되긴 합니다만, 대죄 룰이 적용되니 이번에는 더 다양한 관계가 나올 것 같아요. 혐관이 될 수도 있고, 애착 관계가 될 수도 있고, 원수가 될 수도 있고... 물론 같은 분과회라 감정의 진폭엔 어느 정도 한계가 있겠지만요. 가능한 선에서 다양한 관계를 만들어 보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대죄 룰에 따른 변화가 생긴다면 그 부분도 적극적으로 얘기해보고 싶고요! 일단 제 캐릭터는 열심히 변모할 예정이니, 그에 따른 다른 캐릭터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맛있게 꾸려나갈지 고민해보려고 합니다. :D

 <그 묘비의 이름은> 무엇인가?

 이상의 방향성을 가지고, 이번 시나리오인 <그 묘비의 이름은>부터 본격적으로 얘기해볼게요. 우선 시나리오의 트레일러와 개요는 다음과 같습니다.

시나리오 개요

과거 금서로 ‘잃은 것을 되찾을 수 있지만, 더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다’라는 마법 재액을 일으킨 PC1은 대법전에 회수되어 PC2에게 편찬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로부터 얼마 후, 인계에는 다시 ‘잃어버린 것을 되찾을 수 있다’라는 소문이 돕니다. 여기에서 인연을 감지한 PC들은 해당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나섭니다.

 한번 끝난 줄 알았던 마법 재액의 부활, 그리고 그 마법 재액의 근원이었던 PC이 이제는 대법전의 마법사가 되어 문제를 해결하러 가는 이야기입니다. 그런 PC1의 곁에는 그를 회수했던 마법사가 함께하고요. 원래 2인용 시나리오지만, PC2의 역할을 둘로 나누어 PC2와 PC3으로 진행했습니다. PC2는 그를 편찬한 서공, PC3은 그를 회수한 사서라는 설정으로요.

 인간은 상실과 부활에 관한 이야기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데, 마침 이 시나리오가 저 두 가지 테마를 함께 다루고 있더라고요. 잃어버린 것을 되찾는 대신 소중한 것 하나를 내줘야 한다면? 과거에 잃어버린 것과 현재 가지고 있는 것, 둘 중 어느 게 더 소중한지 묻고 하나만 선택하라고 합니다. 여기서 모범 답안은 당연히 과거보다 현실에 충실하자는 것이겠지만, 막상 잃어버린 걸 다시 찾을 수 있다면 망설이게 될 거예요.

 대표적인 사례로 '젊음'을 들 수 있을 거예요. 당장이라도 지나간 청춘을 돌려받을 수 있다면? 그런 제안을 거부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환생물이 스테디 클리셰인 이유도 이 때문일 거예요. 지난 삶의 궤적을 처음부터 다시 쓰고 싶다는 욕망은 누구에게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 이야기는 거기에 더해 현재의 희생을 대가로 요구합니다. 원한다면 젊음을 돌려주겠다. 하지만 그 대가로 네 친구를 내놔. 이렇게 되면 이야기가 두 가지 패턴으로 나뉩니다. 현재의 삶 또한 소중하기 때문에 딜레마 속에서 고민하는 사람의 이야기와 는 현재를 파괴해서라도 과거를 되찾고 싶은 사람의 이야기로요.
 
 사실 이런 테마를 다룬 이야기는 수도 없이 많아요. 하지만 이 시나리오만의 특징이라면 PC1의 위치에요. PC1은 이 사건을 일으킨 금서인 동시에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움직이는 주역이기도 합니다. 고로 PC1이 자신이 과거에 했던 행동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서 이야기의 방향성이 달라집니다. 자신이 이 마법을 만든 것을 옳다고 생각하는 PC와 그렇지 않은 PC 사이에는 서사적으로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으니까요. 저희 세션의 PC1도 독특한 입장을 취했는데... 이건 스포일러를 포함한 후기에서 보시죠ㅎ

PC1이 자신을 누구라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무튼, 캠페인의 시작으로서도 좋은 시나리오였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캠페인 1화의 역할은 PC들이 누구이고, 서로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이 세션에서는 PC 핸드아웃부터 이들이 어떤 사유로 한배에 타게 되었는지를 다룰 뿐 아니라, 그들이 한배에 타게 되었던 바로 그 '사건'을 다룹니다. 첫 화부터 같은 사건을 공유한 상태로 시작하게 되니 시나리오와 PC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접목돼서 좋았어요.

  물론 이렇게 PC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시나리오에 접목될 수 있었던 건 2인용 시나리오를 3인분으로 잘 쪼개어 나눠주신 율리님의 섬세한 케이크 자르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3; 이와 관련된 내용도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잠시 후에 이야기하도록 하고(__) 그럼 본격적으로 후기에 들어가기에 앞서 이 장엄한 이야기에 함께 하게 된 PC들을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나태한 자는 게걸스럽게 질투를 탐하니


 진짜 캠페인 후기가 시작되는구나 싶어서 설레네요:D 우리 아이들의 궤적을 놓치지 않고 잘 따라갈 수 있어야 할 텐데요(침착) 대죄 룰이 있는 만큼 PC 소개도 대죄의 속성과 연계해서 써보고 싶습니다. 대죄의 심화에 따라 혹시 자아가 변한다면 그것도 당연히 함께 다루고 싶고요.


"미해결 증명불가 오류코드"

AI 미네르바

외전 학원 / 대죄 : 폭식 / 상실님


 캠페인 첫 시나리오의 포문을 열어준 PC1 AI 미네르바입니다. AI 마법사는 처음 봐서 저도 무척 신기했는데요(!) 본래 정보를 수집하고 학습하는 딥러닝 계통의 프로그램이었으나 너무 많은 정보를 수집해, 마법이라는 오류의 발생으로 금서가 되었다고 합니다. 오류의 복구를 목적으로 움직이는 금서가 되었기 때문에, 우자들이 잃어버린 것을 찾아주는 마법 재앙을 일으키게 되었고 그것을 PC3인 비비 사하라가 회수하여 현재는 외전이 되었다는 설정이에요. 지금은 학원에서 마법사들을 위한 학습 프로그램처럼 사용되고 있다고 하네요.

 AI라는 설정 덕분에 실제로 분과회를 결성하고 함께 돌아다닐 때는 핸드폰 속의 프로그램으로 존재하는데, 이것도 기존에 못 봤던 설정이라 신기했어요. 분명히 분과회 인원은 3명인데 2명만 핸드폰을 열심히 보면서 돌아다니고 있는 상황ㅋㅋㅋ 설정만 AI인 게 아니라 실제 대사나 행동도 AI 프로그램이랑 똑같아서 롤플레잉 보는 내내 신기했던 PC입니다. 1화에서는 아직 자아가 없는 인상으로 그려졌는데 캠페인의 진행도에 따라서 조금씩 성장할 것을 생각하니 그것 또한 기대돼요:D

 대죄는 '폭식'으로 정보에 대한 수집욕을 의미한다고 하셨어요. 개인적으로 폭식을 성욕이나 식욕이 아닌 지식욕으로 해석해주셔서 더 좋았어요. 성욕이나 식욕은 동물도 가지고 있는 것이지만, 지식욕만큼은 온전한 인간의 것이잖아요. 그걸 인간이 아닌 AI가 죄악으로 가지고 있다니... 과연 미네르바는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AI가 되어갈지, 인간 이상의 존재가 될지 기대됩니다. 우리 AI 미네르바의 업데이트(!)를 기대해주세요 XD


"무가치한 파편들"

제냐 코토프

서공 엽귀 / 대죄 : 질투 / 니은님


 AI 미네르바를 편찬한 서공 제냐 코토프입니다. 아름다운 외모와 달리 질투를 대죄로 들고 있는(!) 포텐셜이 느껴지는 PC에요. 한때 어떤 마법사의 공방에서 만들어진 마법 생물로, 폐기 처분에서 살아남아 마법사가 되었다는 찐한 설정이 뒷면에 카스타드 크림처럼 발라진 PC입니다. (맛있음)

 상처투성이의 손이 의미하듯, 마법 생물 시절에 온갖 마개조를 당해 진짜 모습은 끔찍한 이형의 키메라라는 것도 참 씁쓸한 부분ㅠ 대죄가 질투인 이유도 그것 때문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제대로 사랑받지 못했던 자신과 달리 아름답고 사랑받는 존재들에 대한 열등감을 감추고 있다고요.

 하지만 아무래도 열등감이라는 건 스스로가 가장 부끄럽게 여기는 감정인 법인지라, 평소에는 그 감정을 교묘하게 잘 숨겨두고 있다고 합니다. 엽귀지만 눈의 컬러가 다르지 않은 이유도, 대죄가 올라갈 때마다 눈이 녹색으로 변할 예정이라 그런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엽귀로서의 정체와 열등감의 발현이 동시에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니 그것도 흥미진진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대죄 상승 시의 변화가 가장 기대되는 캐릭터에요. 질투라는 감정이 어떤 식으로 발현될지 현재로선 쉽게 추측이 되지 않아서요ㅎㅎ

 고통스러웠던 삶을 부정하듯 그 마법명은 <무가치한 파편들>입니다. 그녀에게 세상은 무가치한 파편들의 나열일 뿐입니다. 하지만 그게 정말 이 세상을 의미 없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인지, 가질 수 없으니 무가치하다 정의한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어요. 이 또한 이번 캠페인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겁쟁이에게서 소중한 것을 빼앗아 가세요"

비비 사하라

사서 학원 / 대죄 : 나태 / 에이미


 마지막으로 제 PC이자, AI 미네르바가 금서였던 시절 그를 회수한 학원의 사서인 비비 사하라입니다. 과거 사하라 사막에서 죽은 이름 모를 용병의 영혼이었으나 어느 날 이유도 없이 마법사가 된 남자입니다. 왜 마법사가 되었는지, 그리고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현재는 전혀 기억하지 못합니다. 마법사가 된 후로 몇백 년간을 그리 살다 보니 완전히 무기력한 인간이 되었습니다.

 간혹 자기도 모르는 기이한 충동에 휩쓸리곤 하는데, 나이프로 손등을 찍고 싶다던가, 걸어가는 사람의 발을 걸어서 넘어지게 하고 싶다든가 하는 이유 없는 막연한 충동에 시달립니다. 잃어버린 기억, 또는 마법사가 된 이유와 관계가 있지 않을까 하지만 현재로선 알 수 없고요. (캠페인 하면서 만들겠다는 뜻)

 현실에서는 청담동 유치원의 원어민 교사(..)로 살아가고 있는데, 가끔 아이들한테 이상한 얘기해주는 재미있는 선생님 정도로 분류되고 있지 않을까 합니다. 왜 유치원 교사를 하게 되었는지도 정하지 않았습니다-.- 이 캐릭터는 일부러 이런 식으로 공백을 많이 넣어봤어요. 캠페인 하면서 나오는 서사로 채워보고 싶어서요ㅎㅎ 고로 이 PC를 플레이하는 제 목적 또한, 이 빈 서사들을 채우고 대죄의 상승에 따라 어떤 존재로 변해가는지를 묘사하는 것이 되겠습니다.

 초기 앵커의 설정도 꽤 공들여 짠 편이긴 한데, 이번 세션에서는 그다지 중요한 NPC는 아니니 넘어가도록 하죠 :D 아무튼, 그간의 캠페인 경험을 활용해서 가능한 캠페인 속에서 성장할 수 있는 PC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부디 마스터님도, 함께 하는 분들도 재미있게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하여, 폭식과 질투와 나태가 만나 탄생한 분과회 <나태한 자는 게걸스럽게 질투를 탐하니>의 첫 스타트가 시작되었습니다. 1화는 아직 서로 얼굴 익히고 시나리오 진행하기 바빠서 PC들의 관계가 적극적으로 풀리지는 않았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칠 요소가 다분하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변해갈지 기대됩니다. 이것들도 차분히 따라가 볼 수 있도록 할게요:)
그럼 이제부터 시작될 비뚤어진 사랑과, 왜곡된 관계와, 반복되는 비극. 그리고 그 안에서 새로운 방향을 찾아가는 마법사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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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프닝 페이즈


과일의 은은한 향기가 감도는 짙은 어둠 속, 우린 한 남자와 대면하고 있었다.

「괜찮아. 천천히 떠올려보자.」

 어쩌다 나태한 자가 게걸스럽게 질투를 탐하게 되었는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처음부터 떠올려보자.
 
 너희가 처음 만났던 그 날을.

 캠페인의 시작을 알리는 오프닝 페이즈가 진행되었습니다. 먼 미래, 아마도 마지막 시나리오로 추측되는 시점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그... 벌써부터 너무 좋더라고요(..) 회상씬을 도입하면서 시작하니까 저희가 언젠가 마주하게 될 상황들이 머릿속에 그려지면서 괜히 뽕이 차오르고... 막 책임감도 생기고ㅠㅠ (반드시 저 장면까지 도달하고 말겠어! 같은ㅎㅎ)

 특히 저 공간의 묘사가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어요. 보스전(?)으로 추정이 되는 살벌한 장소인데도 풋풋한 과일 향이 나는 따뜻한 공간으로 묘사해주셔서 뭐지 싶더라고요.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SeveN> 캠페인은 높은 확률로 비극이 될 것 같은 이야기인데, 저 장면 묘사를 보고 나니 갑자기 앞길이 보이지 않게 된 느낌이었달까... 이런 미아 체험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너무 좋아요U_U)*

 그래서 저곳은 대체 어디일까요? 대죄에 침식된 저희가 도착할 지옥? 또는 비극인 줄 알았던 너머의 희극 무대? 어떤 장소가 되었든 흥미로울 것 같아서 벌써 두근두근합니다. 나... 기대하고 있다고... 이 캠페인의 결말'/'(두근두근)


도입 페이즈

 <멜랑꼴리아> 에릭슨, 그는 우자와 사랑에 빠진 불행한 마법사였다.

 필멸이 우자의 숙명이라고는 하나, 에릭슨의 아내는 불행히도 너무나 빨리 죽었다. 에릭슨의 충격 또한 그에 비례했다. 아내의 사고사 이후,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모습을 감췄다. 그 녀석 서적경이 되겠지. 서공들은 에릭슨의 빈자리를 보며 말했다. 제냐 코토프는 에릭슨의 처지가 가엾다 여겼다.

 한편, 무단결근 중이었던 에릭슨은 마법 재액의 현장에 있었다. 당시 현장에 파견되었던 비비 사하라는 반가운 마음에 말을 걸었다. 여어, 그 유명한 <멜랑꼴리아>인가? 우자에게 홀딱 빠져서 대법전이고 뭐고 내팽개쳤다더니 이런 곳에서 뭐 하고 있는 거야. 하지만 무슨 영문인지 에릭슨은 자신에게 아내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했다. 어색한 대화 끝에 그는 모습을 감췄다. 그리고 두 번 다시 대법전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후, 제냐 코토프와 비비 사하라는 대법전의 마법사 <정원의 문지기>로부터 임무를 받았다. 마법 재액의 내용은 사람이나 물건이 이유 없이 실종되는 것. 비비는 기함했다. 이거 일전에 해결했던 마법 재액이잖아? 금서 <백업과 복구를 위한 데이터코드>는 현재 암흑 서고에 보존되어 있을 텐데 왜 같은 일이 반복되는 거지? 비비는 황급히 스마트폰을 열어 AI 미네르바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는 멀쩡히 작동하고 있었다.

 금서 <백업과 복구를 위한 데이터코드>로부터 외전으로 편찬된 AI 미네르바. 혹시나 해서 미네르바의 상태를 살펴봤지만 그는 멀쩡했다. 가장 최근 기록이라고 해봤자 그의 앵커인 헨리네스가 죽은 사람을 되돌리는 주술에 관심을 가지고 검색을 시도한 흔적뿐이었다... 잠깐, 그러고 보니 금서를 회수할 당시에 에릭슨을 만났었지. 그땐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 녀석 그때 왜 거기에 있었던 거지?

 그러자 <정원의 마법사>는 전했다. <멜랑꼴리아> 에릭슨은 현재 이상향 소속의 서적경이 되었다고. 그리고 아마 그가 이번 일을 벌인 장본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비비는 깨닫고, 제냐는 탄식했다. 그들은 어째서 자신들이 이곳에 불려왔는지 깨달았다. AI 미네르바만을 제하고.

 그리하여 결성된 분과회 <나태한 자를 게걸스럽게 질투를 탐하니>는 마법 재액이 일어나고 있는 스코틀랜드로 향했다.

 아 시작하자마자 망했어요, 비비!

 아... 진짜 시작하자마자 망했네욬ㅋㅋㅋ 그... 다름이 아니오라... 제가 세션 시작 전에 받은 핸드아웃이 있었거든요ㅠ_ㅠ 그렇습니다. 이 세션은 PC 핸드아웃이 존재하는 세션입니다. 그런데 제가 받은 핸드아웃의 내용이 이거였거든요.

 

PC1의 비밀

AI 미네르바를 외전으로 만들 때 위험하다고 판단한 단장,
즉 마법재앙의 근본이었던 오류코드는 편찬에 사용하지 않고 별도로 보관되었다.
그 단장은 당신이 관리를 맡아 암흑서고에 보관되어 있을 것이다.
이 마법재앙이 발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당신은 혹시나 하고 암흑서고를 확인해보았다.
그러나 분명 철저하게 보관했을 단장이 사라져 있다…….


마법재앙이 다시 발생하는 원인은 사라진 그 단장일까? 당신의 임무 신조는 「사라진 단장을 회수하는 것」이다.

 

 

 <정원의 문지기> 앞에서는 시치미 떼고 있었지만 뒤에서는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어요. 이때 비비 엄청 X됐다 싶은 기분이었을 거 같아서 웃기더라고요ㅋㅋㅋ 율리님이 암흑 서고 관리자를 시켜주겠다며 미끼를 흔드실 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이래서 관직 욕심은 함부로 부리는 게 아닙니다(?)

 아무튼, 꽁꽁 감춰둔 단장이 사라지다니 불길한 예감이 두 가지 정도 들었습니다. 높은 확률로 <멜랑꼴리아>가 범인이겠지만... 그... 제냐도 핸드아웃이 있었거든요^^^ 제 입장에서는 제냐도 용의 선상에 있는 상황(쿨럭) 아무튼 진범이 누구든 간에 암흑 서고를 털어갈 정도의 실력자라는 거니까 이때부터 조금씩 긴장감이 생기더라고요. 도입부터 즐거웠습니다^^)9 (비비가 문단속 똑바로 못했을 가능성은 염두에 두지 않음<)

 절묘한 핸드아웃 분배와 개변

 2인 시나리오다 보니 원래 핸드아웃도 2장입니다. 이걸 율리님이 어떻게 개변하신 건가 궁금해서 원문을 찾아봤는데 넘나 섬세하게 분배해주셨더라고요.

변경 전 변경 후
 PC 1
 당신은 외전, <대법전>의 노예다. 당신을 이끌어주는 서공과 함께 인계를 지키기 위해 봉사하고 있다. 부족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랬을 터이다. 그래야 할 터인데 자신에게 뭔가 부족한 것이 있다는 생각을 저버릴 수가 없다.
 PC 1
 당신은 외전, <대법전>의 노예이다. 대법전의 명을 따라 인계를 지키기 위해 봉사하고 있다. 임무를 위한 최적의 마법사로 편찬되어 모자란 것은 없어야 한다. 그런데 최근 어쩐지 텅 빈 기분이 든다.
 PC 2
 당신은 회수한 <금서>를 외전으로 가공했다. 원본의 힘을 깎아내고 구속해 대법전의 도구로 만들어냈다. 그것이 PC1이다. 그러므로, 그가 과거에 일으켰던 마법재앙은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될 것이다. 
 PC 2
 당신은 회수된 <금서>를 외전으로 가공했다. 원본의 힘을 깎아내고 구속해 대법전의 도구로 만들어냈다. 그것이 PC1이다. 그러므로, 그가 과거에 일으켰던 마법재앙은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될 것이다. 
 PC 3
 당신은 대법전에서 근무하는 마법사다. PC1을 회수하여 암흑 서고에 넎은 것이 당신이다. 분명 그 임무는 확실하게 수행했다. 그러므로, 그가 과거에 일으켰던 마법재앙은 다시 일어나서는 안될 것이다.

 여기에 더해 저희 세션에서는 PC 핸드아웃의 뒷면에 비밀이 있었어요.

앞면
뒷면
 PC 1
 당신은 외전, <대법전>의 노예이다. 대법전의 명을 따라 인계를 지키기 위해 봉사하고 있다. 임무를 위한 최적의 마법사로 편찬되어 모자란 것은 없어야 한다. 그런데 최근 어쩐지 텅 빈 기분이 든다.
 PC 1
 당신은 외전, 대법전의 노예다. 당신에게는 비밀이 있을 수 없다.
 PC 2
 당신은 회수된 <금서>를 외전으로 가공했다. 원본의 힘을 깎아내고 구속해 대법전의 도구로 만들어냈다. 그것이 PC1이다. 그러므로, 그가 과거에 일으켰던 마법재앙은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될 것이다. 
 PC 2
 미네르바를 편찬할 때, 당신은 AI 미네르바에 수록된 방대한 데이터를 확인했다. 그 안의 데이터에 따르면, AI 미네르바는 멜랑콜리아를 「아빠」라고 부르도록 되어 있었다. 편찬 과정에서 금서 당시의 기억을, 그것도 서적경을 친근하게 여기는 것을 그대로 둘 수는 없었으므로 해당 데이터는 모두 삭제되었다. 그러나 이번 마법재앙이 멜랑콜링와 관련되어 있다면 AI 미네르바가 부적절한 이야기를 알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당신의 임무 신조는 「AI 미네르바가 탈선하지 않도록 감시하는 것」이다.
 PC 3
 당신은 대법전에서 근무하는 마법사다. PC1을 회수하여 암흑 서고에 넎은 것이 당신이다. 분명 그 임무는 확실하게 수행했다. 그러므로, 그가 과거에 일으켰던 마법재앙은 다시 일어나서는 안될 것이다.
 PC 3
 AI 미네르바를 외전으로 만들 때 위험하다고 판단한 단장,
즉 마법재앙의 근본이었던 오류코드는 편찬에 사용하지 않고 별도로 보관되었다. 그 단장은 당신이 관리를 맡아 암흑서고에 보관되어 있을 것이다. 이 마법재앙이 발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당신은 혹시나 하고 암흑서고를 확인해보았다. 그러나 분명 철저하게 보관했을 단장이 사라져 있다……. 마법재앙이 다시 발생하는 원인은 사라진 그 단장일까? 당신의 임무 신조는 「사라진 단장을 회수하는 것」이다.


 이게 원본 시나리오를 찾아보니, PC1에게 서사가 조금 쏠린 편이긴 하더라고요. 여차하면 PC2는 관전자가 되기 쉬운 구성이랄까요. 그런데 PC2의 역할을 둘로 쪼갠 것도 모자라, 각자 이번 사건에 더 깊게 관여할 수 있도록 비밀을 배분해주신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PC 핸드아웃의 역할은 PC에게 당사자성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점에서 이 PC 핸드아웃 개변은 너무 좋았습니다ㅠ_ㅠ
덕분에 비비가 초장부터 망했다ㅋ를 외치면서 뛰어다닐 수 있었으니까요^^

 엉망진창 마력 결정

 도입 페이즈에서 제일 재미있었던 장면은 역시 마력 결정 씬이었던 것 같아요ㅋㅋ 저는 마력 결정씬 참 좋아해요. 되게 높은 확률로 웃긴 일이 자주 발생해서ㅠㅋ 이번에도 웃긴 포인트가 두 개 정도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비비의 마력 결정 씬이었는데요ㅎ

세션이 만만해?
?


 아니 뭐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하긴 했는데요... 진짜 6을 뽑아버리다니 새삼 비비가 얼마나 이 세션에 진심이었는지 느껴지는 부분 아닙니까^0^)/ (주사위 나온 김에 필사적으로 어필하자ㅋㅋ) 캠페인 첫 시작부터 6이라니 솔직히 기분 좋았습니다. 역시 마결 전에는 입을 털어야 한다(?)

 다른 분과회원들의 마력 결정은 어찌 되었냐고요? 네, 그게 두 번째 웃긴 포인트인데요ㅋ 일단 보고 가시죠.


 아니... 판정 방법이 다 달랔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무슨 마력 결정에 임하는 101가지 방법도 아니고(?)ㅋㅋㅋ 그냥 1d6 굴려서 근원치 더하는 것뿐인데 그 와중에도 각자 다른 방법으로 판정하고 있어서 너무 웃기더라고요ㅠ 잘 나왔으니 그나마 다행이지만(?) 애들아~!! 우리 괜찮은 거겠지?!?!ㅋㅋㅋ (호루라기를 불며 대열을 맞춰본다)

 자, 그리하여 분과회 결성을 마친 저희는 본격적으로 마법 재액을 해결하러 떠나게 됩니다. 제라늄 화단에 잃어버린 것을 쓴 쪽지를 묻으면 그것이 돌아온다는, 조금 낭만적인 이 잔혹 동화에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요.


 메인 페이즈

 1사이클 : 소원을 묻으면 제라늄이 핀다


 분과회는 주술의 발원지로 추정되는 중앙 공원에 도착했다. 중앙 공원은 수험생으로 가득했다. 수험에 시달리는 학생들만큼 주술이 간절한 사람도 없겠지. 그중에는 제냐의 학급 친구인 사라도 있었다. 사라는 최근 앤의 상태가 좋지 않다며 걱정어린 말을 건넸다. 앤 세레어, 그녀는 제냐의 초기 앵커였다. 어쩌면 앤 또한 이 잔혹 동화의 배역을 맡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초기 앵커가 핸드아웃으로!

 PC와 관련된 정보가 핸드아웃으로 나오는 건 언제 봐도 짜릿하죠. 특히 초기 앵커라면? 파괴력은 두 배가 됩니다(...) 이번 일과 크게 관련이 없을 줄 알았던 제냐의 초기 앵커인 앤 세레어의 핸드아웃이 등장하더라고요. 초기 앵커가 핸드아웃으로 등장했다는 건 높은 확률로 단장에 빙의되어있다는 뜻이라 초장부터 괜히 긴장됐습니다. 

사라, 제냐의 학급 친구

 핸드아웃을 확인하기에 앞서 이런 엑스트라성 캐릭터까지 전부 수제로 그려와 주셨는데ㅠ 아니 정말 너무 정성이신 거 아닌가요... 가뜩이나 전 율리님 그림 좋아한다고요༼;´༎ຶ ۝༎ຶ`༽  비비 픽크루도 일부러 율리님 그림체랑 제일 비슷한 거로 골라왔는데(?) NPC 한 마리도 그냥 보내지 않겠습니다... 전부 후기에 박겠습니다. 한편 첫 세션부터 핸드아웃으로 당첨된 앤 세레어 양의 모습은 이렇습니다.

앤 세레어, 제냐 코토프의 초기 앵커


 크, 흑발 청안의 미소녀죠? 신부 사냥의 먹잇감이 될 만 하죠? 언젠가 하게 될 시나리오인 <폭식은 끊이지 않고>의 주역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일단 이번 시나리오에서 맛을 좀 보는 것으로^^)9 제냐 파이팅!


1-1. AI 미네르바


 AI 미네르바는 '앤 세레어'의 정보를 수집한다. 예상대로 앤은 주술을 사용하고 단장에 빙의된 상태였다. 그녀가 바란 것은 '아빠', 하지만 그 대가로 '엄마'가 사라진다. 엄마는 어디로 간 거지? 앤은 다시 공원을 찾는다. 그리고 이번엔 엄마를 돌려달라고 한다. 그다음에는 다시 아빠를, 그리고 그다음에는 다시 엄마를... 언제까지? 아마 자기 자신을 잃을 때까지.

 공원에서 왠 공연이요

 1씬은 미네르바가 엽니다. 그런데 처음 뽑은 씬표가요ㅋ 군중으로 가득 찬 광장에서 길거리 공연이 펼쳐지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조금 전까지 초기 앵커의 상태를 걱정하며 바들바들하던 것과 너무 어울리지 않는 씬표라 잠시 당황했습니다^^ 그리고 하필이면 여기서 짐승의 마소가 발생하더라고요(..) 이 정도면 락 공연 아닙니까ㅋㅋㅋ 갑분락이라니 너무 이상해~!!ㅋㅋㅋ

아니 두분 다 덥썩 받지 마시라구욬ㅋㅋㅋ


 휴, 그렇게 미미쨩(미네르바)은 현란한 기타 소리가 울려 퍼지는 공원 속에서 앤 세레어에 대한 조사를 시작합니다. 시작부터 발랄한 분위기라서 좋았네요^^)9 풍락을 울려라 잇히히!

 아빠를 돌려줘, 엄마도 돌려줘

 하지만 막상 핸드아웃을 조사해보니 이거... 생각보다 아주 가관이었습니다. 주술의 내용은 '아빠'를 되돌려달라는 것이었는데, 그 반작용으로 '엄마'가 사라지게 된 것입니다. 거기서 끝났다면 모르겠는데 이번엔 엄마를 찾기 위해 다시 주술을 사용하려고 하고요. 주술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빙의심도가 쌓여 결국은 죽게 될... 그런 무시무시한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핸드아웃 얘기 나온 김에 율리님의 예쁜 핸아 셋팅도 보고 가자


 아빠보다야 엄마가 훨씬 낫지 않나(?) 싶긴 하지만 마음은 이해가 갑니다. 사실 앤이 되찾고 싶은 건 아빠가 아니라 가족일 테니까요. 모든 가족이 함께하던 그 시절을 되찾고 싶은 것일 테니, 엄마만 있어도 아빠만 있어도 안 되는 거예요. 그러니 앤은 엄마와 아빠가 모두 돌아올 때까지 주술을 반복하겠죠. 이 애절한 마음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이런 짓을 저지르다니 오래간만에 질 나쁜 단장을 만났다고 생각했네요.

 앱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한 AI 미네르바

 이 씬은 상실님이 연출해주셨는데, 상실님이 AI 묘사를 진짜 찰지게 잘하시더라고요ㅋㅋㅋ 주옥같은 대사와 연출이 많았는데 그중에 몇 가지만 얘기해보고 싶어요(침착) 우선 앱이다 보니 진짜 조사를 인터넷 검색으로 하시더란ㅇ0ㅇ

 
 뭐... 하지만 인터넷 검색 정도라면 인간도 할 수 있는 거 아닌지? (웃음) 이 정도로 AI 마법사의 위상을 보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싶었는데 플텍계도 파헤칠 수 있다고 하셔서 급박한 사과 타임을 가졌습니다. 다신 AI를 무시하지 않겠다... 아, 아무튼 AI 마법사라니 표현에 제약이 따르는 연출인데도 세션 내내 소통이 안 된다는 느낌 없이 부드럽게 진행되어서 감탄했습니다. 졸지에 첫 세션 만에 제 머릿속에 AI 연출 장인이 되어버리신 상실님(..)


 마무리까지 퍼펙트한 ㅋㅋㅋㅋㅋㅋㅋ 물론 이 별점은 앱스토어에는 안 올라가겠지만, 대법전 스토어에는 올라가겠죠. 새삼 이런 AI 마법사들이 앱 형태로 좌르륵 있는 대법전 스토어를 생각해버렸다고 합니다. 룽...한데? (?) 그렇게 미미쨩 덕분에 의문의 최첨단 세션이 되어갑니다^^


1-2. 비비 사하라

 


 공원에 빙의된 단장의 기척을 찾다 보니 어느덧 밤이 되었다. 주술을 목적으로 한 사람들은 밤에 움직이겠지. 비비는 중앙 공원에 도사리고 있는 마법 재액의 기운을 감지한다. 아니나 다를까, 그곳에는 단장 <복구>가 묻혀 있었다. 무엇을 복구하고, 무엇을 지키려고 하는가.

 이렇게 소란스럽게 조사할 일이냐

 비비는 중앙 공원을 조사하기로 했습니다. 그것까지는 좋았는데 이후 장면이 좀 웃겼네요ㅠㅋㅋ 원래 목적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서 소원을 묻으러 온 녀석들을 조사하는 것이었는데, 계속 씬표에서 공원이 넓다고 묘사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모습을 감추는 게 좋을 것 같아 미미에게 숨을 장소를 검색해달라고 했죠.


 숨을 곳 없어ㅋ 수풀 정도겠지... 고민했지만 숨기에는 좋을 것 같아 일단 수풀 쪽에 답싹 엎드려 버립니다. 비비는 만족하고요(?) 이 무슨 머리만 숨기면 다 숨은 줄 아는 고양이인가(...) 그런 비비가 불쌍했는지 미미가 플래시앱을 켜주면서 비비의 포복이 만천하게 공개되고 시끌시끌한 조사가 이어졌습니다ㅋㅋㅋ (보는 사람 없었음)

 
 하지만 판정이 성공해버렸기 때문에^ㅁ^ 머리만 숨겼지만 다들 비비를 눈치채지 못하게 되고요ㅋㅋ 비비는 그 틈을 타서 화단 밑에 종이를 숨기는 사람들을 살펴보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판정이 성공했으면 어쩔 수 없죠ㅋ 비비는 공원에 단장 <복구>가 묻혀있는 것을 확인합니다.

기인이라뇨!ㅋㅋ


 뭔가 별거 아닌 장면이었지만 PC간 연계가 좋아서 재미있었던 장면이라 기록해봤어요^^)9 귀찮아서 미미에게 의존하는 비비와, 그런 비비에게 그다지 쓸모없는 정보를 주는 미미와, 그런 비비를 보며 한심하게 생각하는 제냐와ㅋ 저희의 현재 관계도가 이 장면에서 잘 드러난 것 같아서 좋았어요. 앞으로도 개그씬은 요런 느낌으로 잡으면 어떨까 싶네요ㅎ


1-3. 제냐 코토프


 그날 밤, 앤 세레어도 다시 한번 쪽지를 묻으려 나타난다. 단장은 앤의 절절한 마음을 끌어안고 함께 운다. 제냐는 단장을 향해 나아간다. 제라늄 꽃밭이 흐드러지게 피어난 스펠바운드가 펼쳐지고, 제냐는 그곳으로 앤을 초대한다.

 속지 마, 앤. 놈은 널 안아주려는 게 아니야. 삼키려는 거지. 제냐 코토프는 단장의 위로에 무가치를 선언했다.

 어떤 마법사의 라노벨 목록

 그리하여 시작된 첫 마법전. 그런데 무슨 영문인지 이 씬은 시작하자마자 유독 라노벨의 향연으로 넘쳤습니다(?) 시작은 니은님이 이런 말을 한 것부터였어요.

 


 아니, 너무 라노벨 제목 같잖아욬ㅋㅋㅋㅋㅋ 사실 요즘은 설명조의 문장만 보면 다 라노벨 제목처럼 느껴지는 풍토병이 있긴 하지만^^;; 니은님의 저 발언이 트리거가 되어 마법전 내내 뭐만 했다 하면 라노벨 제목으로 승화시켜버리는 사태가 발생하더라고요ㅋㅋㅋ


 근데 막상 제목만 모아놓고 보니 뭔가... 룽하긴 하네요(?) 이래서 라노벨 제목을 저렇게 짓는 건가 싶더라고요. 뭐, 마기로기는 라노벨 재질에도 적합한 세계관이니까 이런 제목이 어울리는 게 당연하겠지만요3ㅁ3 설명조 제목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왠지 이곳에서 그 매력을 깨우친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급기야 내뱉는 말마다 인소가 되어가는 제냨ㅋㅋㅋㅋ 인소 마법사 기믹도 나름 나쁘지 않은데요(?) 기회 되면 대놓고 이런 캐릭터 하나 만들어 봐도 좋을 것 같네요. 마법명도 인소풍이고 대사도 인소풍인 미친놈(..)

우리 제냐가 그리 해줄 것입니다(?)


 디지로그 (Digital Analogue) 감성

 첫 번째 전투는 비교적 안락하게 끝났습니다! 단장도 잘 싸우긴 했는데 제냐가 더 잘 싸워버려서요ㅎ 넣은 대미지가 족족 들어가면서 다행히도 2라운드 만에 끝나고 맙니다.

요, 용서해주세요!


 아무튼, 제냐는 마검을 날려서 제라늄 꽃밭 위에 놓여진 데이터의 백업 장치를 간단하게 부숴버립니다. 디지털의 파편이 생화와 함께 휘날리는 광경을 생각해봤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단장의 이름은 <백업>이니 <복구>니 하면서 디지털을 모사하는데, 정작 단장을 발동하는 방식은 꽃을 심듯이 정원에 쪽지를 심는 거라는 게 왠지 로맨틱했어요.

 좀 TMI지만 디지로그의 개념을 설명하기에 딱 좋은 장면이 아닌가 싶어서 혼자 붕붕 대기도 했네요. 서로 전혀 공존할 수 없을 것 같은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조합으로 제3의 감성이 생겨나는 게 좋아요. 망치로 컴퓨터를 부쉈더니 꽃의 파편이 되어 무너지는 듯한 이미지가 그려져 좋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미 저희 PC의 조합만 봐도 디지로그네요ㅎ 라노벨 제목에 이어 디지로그까지... 정말 인문학적으로 버라이어티한 세션이에요☺️ (너무 좋다는 뜻)

 비비의 욕망

 한편, 마법전을 하고 나니 비비는 이 사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번 세션은 '상실'에 대한 이야기잖아요. (상실님 눈치 봄(?)) 등장하는 NPC 모두가 소중한 무언가를 잃었고 그것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에서 모든 사건이 시작된 거고요. 하지만 비비 같은 경우에는 '잃어버린 것을 되찾을 의욕'을 잃은 녀석입니다. 이 세션의 NPC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지 궁금했어요.


 뭐, 현재로선 이해하지 못하고 있겠죠. 결핍을 채우기 위해 버둥대는 것보다, 그냥 다 포기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놈이니까요. 이렇게 되니 비비의 방향성을 그렇게 잡고 싶더라고요. 과거에 무언가를 잃었지만, 현재는 기억하지 못하고 있고, 그것을 깨닫는 순간 되찾고 싶은 욕망에 시달린다든가 하는...

 하지만 이걸 어떻게 풀지는 현재로선 저도 딱히 감이 오지 않는 관계로(?) 세션 하다가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차곡차곡 율리님께 전달해드려야겠습니다'ㅅ')/ 초기 앵커인 유이나 다른 PC들과 연계되어 풀면 재미있을 거 같다는 생각은 드네요ㅎㅎ


 ㅋ제냐 말대로 너무 부정하지 않는 게 좋을지도요. 이러다 갑자기 터키 아이스크림 당해서 우는 모습이 그려지니까ㅋㅋㅋ 하지만 그편이 좋으니 한동안 계속 부정할 예정입니다(?) 터키 아이스크림 맛있어 짜릿해 늘 새로워 ʕ •́؈•̀ ₎

 아무튼, 그렇게 꽉 채운 1사이클이 끝납니다. 정말 미련 없이 1사이클을 보내줄 수 있을 정도로 꽉꽉 채워서 즐긴 것 같아 넘 뿌듯하네요^/^ 문제는 이제 2사이클 밖에 안 남았고 우린 아직 에릭슨을 만나지도 못했다는 건데 ㅇ)-(... 하는 바로 그 순간! 헛, 놀라운 씬이 펼쳐지는 거 아니겠습니까?


1-4. <멜랑꼴리아> 에릭슨



 아무도 없는 골목, 에릭슨은 그곳에서 헨리네스와 만난다. 에릭슨은 헨리네스로부터 스마트폰을 받고 앱을 켠다. 그리고 그는 미네르바의 이름을 부른다. "정말 보고 싶었습니다, 미네르바."

 한편, 비비와 제냐는 에릭슨의 대화를 도청하고 있었다. 비비는 에릭슨의 대화를 들어보자고 하지만 제냐는 그것을 반대한다. 그리고 에릭슨이 미네르바에게 자신을 '아빠'라고 인식시켰다며, 미네르바를 오염시킬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밝힌다. 비비는 미네르바에게 에릭슨과의 연결을 즉시 차단할 것을 명령한다.

 그렇다. 에릭슨은 죽은 아내가 품고 있었던 아이의 인격을 미네르바에게 심었던 것이다.

 NPC도 씬이 있어!

 에릭슨 씬이 열렸을 때 혼자 속으로 엄청 좋아했어요ㅋㅋ 따지고 보면 마스터씬이긴 하지만, 그래도 마치 플레이어블 캐릭터인 것처럼 씬을 따로 빼주는 거 완전 두근두근하지 않나요? NPC가 자신만의 목적을 가지고 확고하게 움직이는 것 같아서 살아있는 AI처럼 느껴지잖아요/ㅅ//

크악 이렇게 씬을 아예 따로 빼주셨다고ㅠ


 이런 시스템을 예전에 <마녀 집회에 어서 오세요>라는 룰에서도 본적이 있는데, 그 룰에서는 아예 NPC도 씬을 가지고 움직이거든요. 이게 별거 아닌 거 같지만, 단지 플레이어가 말을 걸 때만 반응하는 리액트 오브젝트가 아니라 자기 나름의 목적을 가지고 움직인다는 점에서 NPC에게 생명력이 생기는 것 같아 좋더라고요.저는 이런 시스템 되게 적극적으로 활용해보고 싶은 사람이라 율리님 연출 보고 너무 좋았습니다ㅠ

 개변된 핸드아웃 덕분에 생긴 재미

 앞서 비비와 제냐의 핸드아웃이 나뉘었다고 말씀드렸는데, 덕분에 여기서 좋은 효과가 나더라고요. 만약 핸드아웃이 하나였다면 없었을 비비와 제냐 사이의 작은 충돌이 표현되어서 좋았어요.


 단지 정보를 기계적으로 둘로 쪼갠 게 아니라, 입장 차이가 생기게끔 조율되어 있어서 좋았어요. 비비의 경우에는 암흑 서고를 털어간 범인의 정체를 확인해야 하니 용의자로 추측되는 에릭슨의 정보가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제냐는 에릭슨과 미네르바의 접촉을 최대한 막아야 하는 상황이었거든요.


 2인 시나리오를 3인 시나리오로 분배할 때 어떤 부분을 신경 써야 하는지 배우게 된 부분이라서 좋았습니다. 정보의 분배만이 아니라 입장의 분배도 함께 생각했을 때 더 괜찮은 개변이 된다는 걸 깨달았어요. 덕분에 이 장면도 엄청 흥미진진했고요/ㅅ// 갑자기 제냐가 안돼! 하고 나서서 어어? 하면서 몰입이 확 됐거든요.

 에릭슨의 광기

 마법사의 아이 소재는 은근히 잘 안 쓰이는? 느낌이 있는데 (제가 식견이 좁아서 일 수도ㅠ) 왜 그런지 생각해보면 할 수 있는 이야기의 폭이 좁아져서 그런 것 같아요. 마법사의 아이 자체가 매우 희소한 존재이다 보니, 이게 이야기에 등장하는 순간 모든 초점이 이쪽으로 쏠리는 것 같더라고요. 소재치고는 너무 중력이 강하다고 해야 하나? 에릭슨의 경우에도 이 중력에 완전히 끌려 들어가 버린 케이스였습니다. 그는 자신의 아이에게 미칠듯한 집착을 보이고 있었어요.


 금서인 상태라도 상관없다. 아이가 돌아오기만 하면 된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사랑했던 여인을 잃고 기적이라고 생각했던 아이까지 함께 잃었으니 에릭슨이 제정신이 아니게 되는 건 이해합니다. 에릭슨도 나름대로 경력 있는 서공이고 그동안 온갖 금서의 행태를 봐왔을 텐데도 아이만 돌아오면 상관없다고 하니 가슴이 좀 짠하더라고요.

어쩐히 외모가 미네르바랑 닮았더라니...


 아니, 어찌 보면 서공이기 때문에 아이를 금서로 만드는 방법을 떠올린 걸지도 모르겠어요. 실제로 금서를 다루는 역할은 서공들이 하는 거니까요. 직업윤리가 갑자기 확 뒤바뀌어 버리는 장면이다 보니, 서공이 서적경이 되면 개인적으로 좀 드라마틱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직군별로(?) 다 룽한 부분이 있지만 서공의 경우엔 지금까지 열심히 오탈자를 잡던 편집자가, 갑자기 일부러 오탈자를 내는 느낌이랄까요.


 비비가 열심히 얘기를 해봐도 에릭슨은 그저 미네르바를 만나게만 해달라고합니다. 이... 이러니까 내가 무슨 지옥의 간수 같잖아ㅠㅋㅋㅋ 일단 에릭슨을 공원으로 불러낸 뒤에 씬을 닫습니다.

 다른 얘기인데 지금까지 아이에게 집착하는 마법사만 만나봐서 그런지, 아닌 타입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자신의 아이를 불길하게 여기거나 미워하는 마법사요. 그것도 굉장히 결이 풍성한 이야기가 될 것 같아요.


2사이클 : 너는 나의 아들, 나는 당신의 아버지


 2-1. 비비 사하라


 다음 날, 에릭슨은 공원을 찾아온다. 비비는 적이라기엔 너무나 쓸쓸해 보이는 그의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어린 자식을 되찾기 위해 금서 <백업과 복구를 위한 데이터코드>를 만들고, 그 대가로 아이에 대한 기억을 잃었었지만, 비비가 금서를 회수한 탓에 모든 기억을 되찾고, 다시 아이를 금서로 만들기 위해 움직이는 이 주눅 든 아비에게 해줄 말은 하나뿐이었다. 이런 <겁쟁이> 같은 놈.

 죽은 자의 뜻

 에릭슨이 금서의 편찬과 관련된 일은 했다는 건 예견된 일이긴 했습니다. 그리고 단장 <데이터코드>를 가져간 녀석이 에릭슨이라는 것도 밝혀집니다. 저는 여기서 비밀을 공개했습니다. 잠깐 제냐에게 경멸당했지만(..) 암흑 서고 관리자로서의 체신이 있어서 차마 말하지 못했던 것으로ㅋㅋㅋ


 죽은 사람을 되살리는 문제는 늘 이런 질문이 따라붙죠. 사실 저는... 죽은 사람도 당연히 살기를 원하지 않을까? 라는 주의이긴 합니다. 에릭슨의 아이처럼 불의의 사고로 죽은 경우라면 더더욱 말이에요. 솔직히 여기서는 플레이를 위해 에릭슨을 나무라는 식으로 말하긴 했지만, 에릭슨의 마음은 무척 공감이 갔어요. 억울하게 죽은 사람이 부활해서 다시 새로운 나날을 살아갈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해피 엔딩 아닐까요?

 저는 이런 모순 때문에 서적경 학파 중에서는 이상향을 제일 좋아하는 편이긴 합니다. 가장 드라마틱하고 인간적인 서적경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아요. 다른 학파는 욕망을 이루기 위해 서적경이 된다면, 이상향을 아픔을 견딜 수 없어 서적경이 되는 느낌이거든요. 물론 이상향에도 개새끼들 많죠... 특히 프쉬케는 서적경이 할 수 있는 짓 중에서도 최악이라 양면적인 감정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모순 때문에 이상향이 참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아요. (서사적으로 좋다는 거지 윤리적으로 좋다는 뜻은 아니니 오해는🙏)


 저는 에릭슨의 말에 100% 동의합니다. 방법이 올바르지 않을 뿐, 솔직히 그 뜻까지 부정하고 싶지는 않네요.


2-2. AI 미네르바



 미네르바는 에릭슨의 단장을 회수하기 위해 스펠 바운드를 열었다. 집착과 광기가 서로를 잡아먹을 듯한 싸움이 이어지는 가운데, 마침내 미네르바는 에릭슨을 무너뜨린다. 단장 <데이터코드>를 빼앗긴 에릭슨은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아들을 뒤로한 채 물러난다. 포기한 건 아니다. 다시 찾으러 올 거니까. 반드시.

 


 부정(父情)을 부정(不正)하다

 
그리하여 미미쨩이 패륜전... 아아니 아빠와의 바둑을 시작합니다. (침착) 이때, 미미와 에릭슨의 대화가 정말 좋았어요. 그래서 좀 집중적으로 다뤄보고자 합니다.



 마치 에릭슨에 대해서 아는 게 전혀 없다는 듯이 평소처럼 덤덤하게 정보를 수집하는 미미. AI가 AI의 일을 했을 뿐인데도 이렇게 잔혹하게 느껴지는 건, 상대가 에릭슨이기 때문이겠죠. 미미의 매정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에릭슨은 주저 없이 말합니다.


 그 말을 듣고 미미는 다시 정보를 수집합니다. 방금 에릭슨이 한 말에는 미미가 이해할 수 없는 새로운 개념들이 있었거든요. 혈연이라든가 사랑이라든가 하는 것들이요.


 그리고 미미는 데이터 검색 결과, 혈연과 사랑을 '무엇이든 줄 수 있는 관계'로 정의합니다. 이 정의는 에릭슨의 행동에도 부합하는 말입니다. 그는 미미에게 생명을 주기 위해 정말 뭐든지 하려고 했으니까요. 하지만 그가 이런 행동을 하는 것과, 미미가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큭; 다시 봐도 뽕차네... 미미는 '무엇이든 줄 수 있는 관계'의 정의를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그가 AI로서 아직 인간의 감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겠지만, 이 관계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이기도 했어요. 사실 에릭슨의 행동은 미미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행동이거든요. 그 이기심을 미미가 눈치챈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혼특도 집착이다


 물론 처음부터 에릭슨도 이렇게 하려고 했던 건 아니었겠죠. 그렇게 갑작스러운 사고가 겹치지 않았다면, 적어도 둘 중 하나만은 살릴 수 있었다면, 에릭슨도 이렇게까지 사람이 변하진 않았을 것 같아서 안타까워요. 에릭슨의 아픔은 공감이 가지만 방법은 공감해줄 수 없는 이 상황도 씁쓸하고요. 상황은 언제나 개인을 압도하는 법인지라, 이런 케이스를 접하게 되면 갑자기 사는 게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그렇게 미미와 에릭슨의 싸움이 시작됩니다. 비비와 제냐 역시 그 싸움을 곁에서 함께 하기로 하고요.


 그 아버지에 그 아들

 
무려 아버지와 아들의 싸움인 만큼 마법전도 진짜 장난 아니었는데요(..) 가장 아이코닉했던 장면만 모아서 얘기해보고 싶습니다. 시작은 에릭슨이 긴급 소환을 시도한 것부터였어요.



 헐 여기서 스페셜이ㅠ 앞에서 에릭슨이 얼마나 간절하게 미네르바를 원하는지 천천히 알피가 들어간 참이다 보니 여기서 뜨는 스페셜이 괜히 더 의미심장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나마 다행인 건 아직 마법전 초입이라 회복될 마력도 없다는 것 정도 ㅇ)-(

 그리고 이어서 바로 에릭슨은 미네르바에게 주독을 겁니다. 어이어이, 못 움직이게 만들어서 강제로 데려가겠다는 거지? 아들을 아프게 만들어서라도 데려가겠다는 이 모옷된 아버지ㅠ 에게 미네르바는 혼특으로 저항합니다.


 헐, 그런데 미네르바까지 스페셜을 띄우는 게 아니겠어요;ㄷㄷㄷ 마치 집착적으로 미네르바에게 달려드는 에릭슨의 태도에 1도 반응하지 않는 로봇처럼ㅠ 매정하기 짝이 없게 쳐내는 미네르바의 모습이 상상되어서 완전 고양되었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서로 스페셜로 치고받으면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요;_;

 첫 번째 대죄

 그리고 3라운드에 이르러 미네르바는 에릭슨에게 기생충으로 반사댐을 노립니다. 디지털인 미네르바가 기생충 쓰는 것도 참 흥미롭죠. 저는 버그(Bug)로 인식했습니다^^)9


 그리고 에릭슨은 이걸 다시 한 번 혼특으로 막아요.


 하, 그런데 무려 죽음의 死가 조로메로 나와버린 상황... 설령 버그로 인식되어 제거돼도 아들을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에릭슨의 의지가 느껴지더라고요ㄷㄷ 그리고 이때 저희 세션 최초의! 기념비적인! 첫 번째 대죄 심도가 오릅니다! 미네르바의 대죄 심도가 1 오르고 인과지배를 사용해 에릭슨의 판정을 실패로 바꿉니다. 

 대죄를 여기서?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캠페인 전체에 몇 번밖에 쓸 수 없는 거니까) 서사적으로는 완벽한 타이밍이라고 생각했어요.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에릭슨의 집착을 절대로 용인하지 않겠다는 미네르바의 냉엄한 의지가 AI 속성과 겹쳐져서 좋았답니다.


 그리고 미네르바의 대죄인 '폭식'은 아버지를 수집하고 싶은 욕망으로 형태를 바꿉니다. 이것도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좋았어요. 하나는 정말로 처음부터 끝까지 미네르바는 에릭슨을 이번 일을 해결하기 위해 데이터를 수집해야 하는 대상으로만 보고 있었을 가능성. 다른 하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라는 존재에 이끌려 그를 조금이라고 알고 싶다는 의지가 발현되었을 가능성. 어쩌면 둘 다일 수도 있겠네요.

 그리고 이때를 기점으로 에릭슨의 주사위가 점점 안 나오기 시작합니다.

 집착과 광기의 싸움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에릭슨이 아니죠. 이 캠페인에서는 NPC도 대죄 효과를 사용할 수 있거든요. 그는 대죄 심도를 올리고 주사위를 리롤해서 잔영 소환을 성사시킵니다.


 에릭슨의 아들에 대한 집착과, 그 집착을 데이터로서 수집하려는 AI의 욕망이 맞부딪치는 미친 장면이었던 것 같아요. 이어서 질세라 에릭슨은 다시 한번 미미에게 <주독>을 겁니다. 미미는 부패 10의 판정을 무려 혼특도 아니고 그냥 2D6을 굴려서 받아쳐요.


 와... 그런데 여기서 다시 스페셜이...;; 진짜 이쯤 되면 죽어도 에릭슨 말에 안 넘어가겠다는 거 아닌가요? 이건 이미 데이터 이상의 무언가죠. 미미의 깊은 내면에 감춰져 있는 자아가 툭 삐져나온 부분이 아닌가 해서 너무 짜릿하더라고요. 줄곧 AI의 가면 속에 자신을 숨기고 기계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하면 미미가, 제발 그만 좀 하라면서 정색하는 듯한 이 판정... 하... 너무 좋네요. 그리고 마침내 미미는 에릭슨을 물리치는 것에 성공합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아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받으려고 하는 가여운 아버지. 그리고 그런 아버지를 아버지라 인식하지 않는 AI 미네르바.


 분홍색 제라늄이 스펠 바운드 위에 흩날리는 장면과 함께 마법전을 종료됩니다. 단장 <데이터코드>를 빼앗긴 에릭슨은 잠시 모습을 감춰요. 당장은 고집 센 아들을 설득할 방법이 없으니 그도 다음 기회를 노려야겠죠. 정말 그 아들에 그 아버지예요. 참 흥미진진한 전투였습니다.


2-3. 제냐 코토프


 에릭슨이 사라진 밤거리 속에서 제냐는 생각한다. 그래도 한때 같은 서공으로 일했던 동료이기 때문일까? 제냐는 미묘한 배신감을 느낀다. 왜? 내가 배신감을 느낄 일이 무엇이 있지? 그래도 한때 우자에게 마음을 내줄 정도로 순수하다 믿었던 남자가 너무나 손쉽게 타락해버린 것이 안타까워서일까. 아니면...

아들을 향한 에릭슨의 무조건적인 사랑이 부러웠던 것일까.

 제냐의 어두운 마음에 별이 떠오른다. 내면의 짐승이 그 별을 물어뜯으려 밤하늘로 힘차게 뛰어오른다. 두근두근, 심장이 뛰었다. 제냐는 살의를 느꼈다.

 나에게만 가혹한 세계

 
마지막 씬은 조율 씬으로 진행했습니다. 어차피 클맥이 분단전 (금서/에릭슨)이 될 예정이라, 그전에 준비를 좀 해둬야겠더라고요. 하필 랜덤 특기가 배신으로 떠서 재미있는 장면이 떠올랐었어요. 제 망상을 좀 적어둡니다 U_U)*

 사실 제냐가 에릭슨에게 배신감을 느낄 일은 없지 않나... 싶은데 제냐의 대죄가 질투라는 걸 생각해보면 나름 말이 되는 거 같더라고요. 제냐는 아름답게 태어나 손쉽게 사랑받는 존재에게 열등감을 가지는 PC라는 설정이 있었으니, 그런 제냐에게 에릭슨의 무제한적인 부성은 열등감을 저격하는 기재가 될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적어도 아름다운 존재를 질시할 때에는, 너희는 그렇게 아름답게 태어나 당연하다는 듯이 사랑받는구나! 하면서 분노할 수 있지만 에릭슨은 미네르바의 모습이 어떠하든 상관없이 그를 사랑하고 있는 거니까요. 심지어 금서가 되어도 좋다고 여길 만큼의 사랑. 아름다우니까 = 사랑받는다는 조건이라면, 나도 아름다워지면 된다는 해결책이 나오기라도 하지만 아무것도 없어도 = 사랑받는다는 조건이라면, 제냐가 노력한다고 해서 채울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그런 점에서 제냐가 느낀 배신감은 에릭슨에 대한 배신감이라기보다, 이 세계에 대한 배신감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아름답지 않아도 사랑받는 존재가 있다. 그렇다면 사랑받지 못하는 나는 무엇인가? 나는 존재 자체가 그릇되었다는 것인가? 잠시 후에 클라이맥스 페이즈에서도 얘기하겠지만 이 추측은 얼추 맞는 것 같더라고요.
 
  어쩌면 제냐의 열등의식은 특정한 생명체가 아닌,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이 세계 자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대죄 심도의 깊이에 따라 세계를 향한 제냐의 분노도 점점 더 깊어질 것이고요. 그게 이 세계를 파멸하는 방향이 될지, 자신을 파멸하는 방향이 될지, 전혀 다른 방향이 될지 무척 궁금합니다. 어느 쪽이든 제냐의 미래를 응원해요.

 그리고 본격적으로 저희는 클라이맥스 전투로 들어갑니다.


클라이맥스 페이즈


 준비를 마친 마법사들은 금서와의 싸움에 나선다. 스스로를 코딩하여 만든 그 해석 기관 ㅡ <백업과 복구를 위한 데이터코드>는 에릭슨이 바랬듯 미네르바와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 아들의 일부는 여전히 마법사들의 손아귀에 있었다. 그는 노예가 되어버린 아들을 구하기 위해 신성한 싸움을 시작했다.

 우울에 맞서는 나태하고 탐욕스러운 악마들

 
드디어 클라이맥스 전투가 찾아옵니다. 분단전으로 진행되었고 비비와 미미가 금서를, 제냐가 에릭슨을 공격하기로 합니다. 각자 전투에 임하는 각오가 달랐기 때문에 향후 캐릭터 해석을 위해서라도 정리해두고 싶더라고요 :) PC들이 어떤 마음으로 이 싸움에 임했는지 간단히 적어보겠습니다.

 비비 사하라 ㅡ 욕망의 전가는 죄악이다

 비비의 논리는 가장 평범(?)합니다. 죽은 아이를 살리려는 건 좋아요. 하지만 방법이 금서화라면 이야기는 매우 달라지죠. 그 금서로 인해 에릭슨과 미네르바 같은 가족들이 얼마나 많이 생겨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니까요. 대법전의 마법사로서 이것만은 받아들일 수 없죠.


 그것과 별개로, 욕망의 노예가 되고 싶지 않아 그곳으로부터 도망쳐 온 비비가 보기에 에릭슨의 행위는 자멸 그 이상 이하도 아닙니다. 어찌 보면 비비는 욕망을 채우는 것으로 절대 구원받을 수 없다는 입장인지도 모르겠어요. 욕망에 대한 이 결벽증이 그가 나태하게 된 원인이 아닌가 싶고요.

 아마 이후의 이야기에서는 비비도 자신이 그토록 경멸하는(두려워하는) 욕망을 가지고, 그것에 휘둘리면서 변해갈 텐데 과연 그때의 비비는 지금의 비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어요. 플레이어는 저지만 괜히 기대되네요ㅋ

 제냐 코토프 ㅡ 네 사랑은 무가치하다

 앞에서 했던 이야기의 연장입니다만, 제냐는 에릭슨의 사랑이 정상이 아닐 거라고 생각하고/믿고 있는 것 같았어요. 사실 에릭슨은 맛탱이가 간 케이스니까 제냐의 판결을 받을 만한 범법적 존재는 맞습니다. 하지만 에릭슨의 비정상적인 사랑을 비난하면서도, 그 사랑을 질시하는 모습이 엿보여서 정말 매력적이었어요. 이게 가장 잘 드러난 부분은 역시 제냐가 처음으로 대죄 심도를 올리던 장면이었습니다.


 내내 이런 얘기 한 번도 안 하더니 대죄 심도 올라가면서 내면의 열등감을 내비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이 임무를 처음 맡았을 때부터, 아니 어쩌면 아내에 대한 사랑으로 넘쳐흐르던 시절의 에릭슨을 봤을 때부터 제냐는 그의 존재를 내심 불편하게 여기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에릭슨에게 그의 사랑을 무가치하다고 지적하는 데에는, 정말로 그의 잘못된 사랑을 비판하려는 의도도 있겠지만, 한켠으론 그에 대한 열등감을 은밀하게 비꼬아 표현한 게 아닌가 했어요. 사실 처음부터 제냐는 에릭슨을 좋아하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AI 미네르바 ㅡ 당신의 사랑은 코딩할 수 없습니다

 미네르바의 태도는 일관적입니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에릭슨의 사랑을 해석하지 못해요. 정말로 해석의 문제입니다. 에릭슨이 아무리 사랑을 외쳐도, 그것에 대해 아무리 많은 자료를 폭식해도 도저히 그의 사랑을 사랑이라 해석할 수 없는 이 모순이 정말 스토리와 PC가 기가 막히게 겹쳐지는 부분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생각하니 미네르바가 에릭슨에 대해 '폭식'의 감정을 가지게 된 것이 쓸쓸하게 느껴지더라고요. 미네르바도 에릭슨을 이해하려고 했지만, 이해하다 못해 그를 사랑해보려고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에릭슨의 사랑. 그건 에릭슨의 사랑이 이미 사랑 아닌 집착이기 때문이겠죠. 

 모습은 완전히 다르긴 하지만 자식을 사랑한다며 주먹을 휘두르는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이해해보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자식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더라고요. 가장 비극적인 관계죠. 서로를 향해 손을 휘젓고 있는데 오히려 서로의 뺨을 터트리고 있는 셈이니까요.

 이렇듯 다들 나름대로 자신만의 결핍에 부합하는 싸움을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캠페인의 첫 싸움이라서 그런지, PC들이 가진 결핍이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이야기와 섞이는 게 좋았어요. 휴, 뒤로 갈수록 클라이맥스는 점점 더 강렬해지겠죠.

 자, 그럼 본격적으로 저의 클맥 전투에서 어떤 재미있는 장면들이 나왔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조로메 전투!

 이번 클맥 전투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조로메 폭발'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ㅋㅋㅋ 아니 이렇게까지 조로메가 많이 나올 일인가??? 일단 제가 세어본 것만 이렇게 됩니다.


 와, 2만 나왔으면 드래곤볼 모을 뻔 했네요ㅋㅋㅋ 저는 조로메는 하나의 마법에 초집중하고 있는 상태라고 해석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엄청 치열한 전투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든 PC가 한 번씩 다 조로메를 뽑았고 실제 전투도 스피디하게 진행됐거든요. 저희 PC들이 어떤 싸움을 펼쳤는지는 이어서 보도록 하죠^^)9

 666마리의 지옥의 짐승

 클맥 전투에서 제냐 역시 찐모를 개방하는데 이게 아주... 과정이 또 오졌습니다ㅋㅋ 세션 내내 도도하고 예쁜 아가씨였던 제냐의 겉거죽이 벗겨지고 추악한 진짜 모습이 드러나는 것만으로도 임팩트있는 장면이었는데, 여기에 주사위가 부스트를 막 주더라고요(..)


 우선 마력결정에서 6이 나와서 풀마력으로 싸우게 되었습니다^ㅅ^)9 끼얏호 클맥 찐모 개방에서 6이 나온다? 무조건 승리로 가는 한 걸음이죠. 여기까진 그러려니 했어요. 그런데ㅋㅋㅋ


 초기 앵커와 계약해서 막타를 날리는데 숫자가..ㅋㅋㅋㅋ 아니 왜 이렇게 6이 많이 나와?! 안 그래도 찐모 묘사가 지옥에서 온 괴물 같아서 무서운데ㅠ 6의 향연이 펼쳐지니까 더 무섭더라고요. 거기다 니은님은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고 찐하게 묘사를 넣어주는 분이시죠(..)


 6으로 태어나 6으로 사람을 죽이는 지옥의 짐승이라니...(뽕참) 그야말로 성경에나 나올 법한 666마리의 짐승 같은 구절이라 성서 덕후는 너무 좋았네요ㅋㅋㅋ 하지만 저런 모습이라면 제냐가 자신을 추하게 여기는 것도, 이 세상으로부터 미움을 받는다고 느끼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찐모를 보면 더 무섭게 느껴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애정이 생기더라고요. 세션 중에 제냐를 무조건 사랑해줄 사람이 나타나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에러는 리셋하면 해결되는 법

 한편, 금서전에서도 치열한 장면이 펼쳐집니다. 여기서도 미네르바가 리셋(마력 해방)을 시도하는데 이 장면도 좋았어요.


 버튼 하나 누르면 컴퓨터가 다시 켜지듯이, 미네르바의 메커니즘도 단순합니다. 이런 아이를 상대로 인격을 넣으려고 했던 에릭슨이 새삼 불쌍하게 느껴질 정도로요. 어차피 포맷 한 번 하면 사라질 나약한 인격이니까요.

 조금 독특했던 점은, 오류가 사라져서 눈을 뜬 게 아니라 오류가 눈을 뜨자 정상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거예요. 완전무결한 AI처럼 보이는 미네르바지만 사실 그의 진짜 모습은 무수히 많은 0과 1의 프로그램 언어 너머에 숨겨진 '오류'였던 거죠. 저는 이 오류가 미네르바에게 남아있는 희박한 인간성일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미네르바도 마력 결정을 합니다.


 ...? 너네 오늘 무슨 일이니ㅋㅋㅋ 제냐랑 미네르바 둘 다 마해가 6을 띄우는데요!ㅋㅋㅋ 무서워ㅠ 여... 여긴 지옥인가 봐;; (대충 도망치려는 비비) 아니, 멋있긴 한데... 너무 멋있어서 무서운 그런 지경이었네요ㅠㅋㅋㅋ 이제 정말 비비만 잘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어어 <ㅇ>

 비비의 대죄 상승
 
 마지막으로 비비도 대죄를 올렸... 습니다. 그... 말을 이렇게 늘려서 하는 이유는... 미미나 제냐에 비해 너무 멋없는 타이밍에 대죄를 올렸거든요... (기사 소환했는데 1,1이 나와서 대죄를 쓰기로 함ㅋㅋ...) 그냥 넘길까 생각도 했지만 대죄 상승 장면은 다 적자는 게 목표였으므로 일단 적습니다ㅠ


 데이터적인 것과는 별개로 서사적으로 비비가 왜 대죄를 올렸을지 생각해봤는데, 욕망의 노예인 에릭슨이 이기면 욕망을 거부해 온 비비가 틀린 게 되어버리잖아요? 같은 <나태>의 소유자로서 그런 사태는 용납할 수 없을 것 같더라고요. 욕망에 휘말린 쪽도, 욕망을 거부하는 쪽도 나태하기는 마찬가지이지만 그렇다면 비비는 욕망을 거부한 자신이 옳기를 바랍니다. 그 자체가 욕망인데도 비비는 깨닫지 못하는 듯했어요.

실수로 잘못 입력한 건 넘어가자(?)


 그래도 잘 싸워서; 다행히도 막타는 비비가 넣습니다. 이겼으니 만족하려나요? 이걸로 비비의 무욕이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전혀 아닐 것 같아서 너무나 즐겁습니다. 결국 이런 식으로 비비는 계속 자신의 모순에 발목이 잡혀 살아가게 될 거예요.

 에릭슨의 처리

 금서까지 무사히 회수한 후, 에릭슨을 어떻게 처리할지 대화를 잠시 나눕니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비비가 건실한 소리를 좀 하더라고요.


 세상의 모든 악이 악의에서 비롯되는 건 아니에요. 때로는 선의가, 때로는 무의가 악을 낳기도 합니다. 악의에서 비롯된 악은 처단하는 건 아무 문제도 없지만, 선의와 무의에서 비롯된 악은 마냥 그럴 수도 없어요. 깔끔하게 잘라 없애기 전에 잘못된 부분과 잘못되지 않은 부분을 분류해, 가능한 썩은 부분만을 도려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비비는 엽귀인 제냐에게 부탁해요. 에릭슨을 죽이지 말고 봉서해달라고.


 그러자, 제냐는 에릭슨에게 묻습니다. 참 잔인한 질문이었어요.


 앞서 말했던 열등감의 차원에서 보자면, 제냐의 이 질문도 양가적인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살아남으려면 넌 네 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엽귀로서의 마음과, 그런 끔찍한 상황에서도 네가 네 아들을 사랑할 수 있을까? 하는 제냐의 마음이요.
 

 
 물론 그 와중에도 에릭슨은 사랑을 선택합니다. 금서화가 되어서라도 지키겠다고 한 건데 까짓 외전이 어렵겠어요. 제냐는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혀를 차며 그를 봉서합니다. 뭐, 어느 쪽 대답이어도 제냐는 썩 만족하진 않았을 것 같아요. 제냐는 두 가지 마음 다 가지고 있었을 테니까요.


 그렇다면 미네르바는 뭐였던 걸까요?


엔딩 페이즈



 에릭슨을 봉서한 제냐와 비비는 다시 미네르바를 본다. 마력 해방으로 리셋된 미네르바는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 AI는 이름의 지정을 바란다. 이 녀석은 앞으로 몇 번이나 이런 식으로 자기 자신을 지우고 다시 쓸까. 비비는 파기된 데이터의 묘비로 가득한 무덤을 본다. 그리고 이름을 넣어달라며 깜박이는 그에게 말한다. 묘비야, 네 이름은ㅡ


 미미의 이름을 찾자

 에릭슨은 봉서됐고 금서화의 메커니즘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니, 마지막으로 남은 질문은 그렇다면 현재의 미네르바는 누구인가 하는 것입니다. 미네르바가 자신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서 이번 세션의 의미가 결정되겠죠.


  하지만 리셋에 익숙한 미네르바는 자신의 이름을 결정할 정도의 자아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하긴 여기서 미네르바가 저는 누구입니다 하는 것도 어색할 것 같긴 하더라고요. 하지만 비비나 제냐가 임의로 이름을 지어주는 것보다는 역시 미네르바가 언젠가 직접 자신이 누구인지 정의하는 게 좋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비비 주제에 이런 건방진 얘기를 했네요.


 미네르바가 이 명령 자체를 이해했는지도 아직은 모르겠어요. 일단 작동에 필요한 임시 이름(미네르바)을 받은 것으로 만족하고 있는 건지, 정말로 진짜 자신을 찾기 위한 임무에 착수한 건지 말이에요.


 그저 세션 내내 그랬던 것처럼, 미네르바는 무구할 뿐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이 캠페인의 새로운 목적이 하나 더 생겼어요. 미네르바의 자아를 찾아가는 여행이요. 결국 자아라고 할 만한 거창한 것은 찾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인간성이라는 오류를 획득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싶어요. 종래에는 오류투성이가 될 미네르바를 응원해봅니다. 우리라면 할 수 있을 거예요^^)9

 

 이렇게 SeveN 캠페인의 첫 후기를 써보았습니다. 바꾼 형식대로 잘 쓰여졌나 모르겠네요ㅎㅎ 포인트만 딱 짚으면서도 깊이 있게 쓰고 싶은 마음에 골랐는데 제 의도만큼 읽어주신 분들도 즐거웠으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저는 쓰는 동안 재미있었어요ㅎㅎ 앞으로 이런 식으로 후기를 쓰면서 따라갈 것을 생각하니 벌써 기대가 됩니다.

 후기를 쓰면서 캠페인을 따라가면 이야기의 방향성과 캐릭터의 방향성을 잘 피드백 하면서 나아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 점점 [+]로 나아가는 여타의 캠페인과 달리 SeveN 캠페인은 [-]의 이야기로 나아갈 가능성이 있는 캠페인이라는 점에서 엄청 기대하고 있어요. 점점 파국으로 나아가는 이야기의 결을 따라가는 건 또 어떤 기분일까 싶습니다. 무조건 파국으로 간다는 보장은 없지만 대죄 심도의 증가에 따라 시리어스한 결이 점점 더해질 테니 그게 PC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해요.

 물론 제 후기가 언제나 그렇듯 저의 뇌피셜 + 사후 해석이 덧대어진 내용인지라 실제 세션 내용과 다른 플레이어분들의 지향점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ㅎㅎ 부족한 부분은 피드백 주시면 다음 플레이와 후기에서 저도 반영해보도록 할게요. 캠페인은 결국 마스터와 플레이어 전원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니까요:D

 캠페인 후기이긴 하지만 평소에 SeveN 캠페인, 또는 해당 시나리오에 대해서 궁금하셨던 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만한 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앞으로도 이 기조는 계속 가져갈 거예요. 그 와중에 혹시 저희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같이 즐겨주신다면 기쁠 것 같고요:D
 
 그럼 저는 다음 세션에서 저희 PC들에게 어떤 변화가 있을지 기대하면서 후기를 마치겠습니다. 아, 이 이야기를 빼먹을 뻔했네요!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D


 6개의 죄악을 함께 건널 세 분께

 

 율리피쉬님 : 2021년을 기록할 이야기에 율리님의 캠페인으로 함께 하게 되어 영광인 엥미입니다/ㅅ/ 율리님 늘 세션도 섬세하게 준비해주시고, 항상 PC들에게 애정어린 마음으로 이야기를 만들어주시는 분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오랜 시간 달려야 하는 캠페인이지만 저도 용감하게 동참했어요ㅎㅎ 율리님이 세션에서 신경써주시는 것들도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다 담는 게 제 이번 캠페인 후기의 목적입니다! 율리님의 노고에 부응하는 플레이어가 되고 싶고 그렇게 할거에요:D 부디 부담 갖지 마시고 6개의 후기를 꼭 받아주시옵소서...!! 행사 테플의 공개 구인으로 처음 뵈었는데 율리님이 티알피지 꾸준히 하고 계셔서 너무 기쁘고, 이번 캠페인을 통해 율리님하고 2021년을 기록할 재미있는 세션 만들어보고 싶어요ㅎㅎ 부디 올 한해 잘 부탁드려요/ㅁ//

 니은님 : 제가 이 캠페인에 참가한 데에는 니은님이 계신다는 것 또한 이유가 되지 않겠습니까(?) 합법적으로 니은님께 PC로 복수할 기회 읍읍 뭐 아직은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지만 복수할 기회가 생기면 꼭 할 것이에요!ㅋㅋㅋ 언제나의 니은님답게 세션 몰입도도 항상 좋으시고, PC도 매력적이라 제냐 덕분에 저도 더 쉽게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게다가 니은님이라면 배드 엔딩이든 굿 엔딩이든 멋진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주실 거라 믿기 때문에ㅋㅋ 벌써부터 마지막 세션에서 제냐가 어떤 모습일지 생각만 해도 두근두근합니다(침착) 제냐 못지않게 비비도 노력할 거구요! 항상 희망찬 이야기로만 뵈었는데, 이렇게 파국의 가능성이 있는 캠페인을 니은님하고 함께 하게 돼서 무척 기대됩니다ㅋㅋ 저 니은님만 믿고 갈 거니까 잘 부탁드려요!

 

 상실님 : 이번 세션으로 처음 뵙게 되었는데 어떻게 플레이 괜찮으셨는지 모르겠네요3ㅁ3 저는... 미네르바 롤플 너무 좋았어서(?) 로그 둘러보는데 미네르바 대사는 정말 하나도 빠짐없이 다 마음에 들더라고요ㅋㅋ 보통 PC 만들면 최소 2세션 정도는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필요한 저인지라 바로 미네르바의 독특한 캐릭터성을 표현해버리는 상실님의 알피력에 ㅇㅁㅇ 하였다고 합니다ㅋㅋ 이번 세션을 기점으로 미네르바의 자아 찾기 여정도 시작된 것 같고(?) 미네르바의 대죄인 폭식도 이번 세션에서 보니 되게 의미심장한 방향으로 풀려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 너무 무섭고 떨립니다  << 상실님이라면 재미있는 해석을 많이 해주실 것 같아서 앞으로 플레이하게 될 시나리오에 따라 어떻게 변할지 가장 기대가 되는 캐릭터가 미네르바이기도 하고요. 물론 저도 비비로 열심히 도와드릴 것입니다^ㅅ^)9 부족하지만 잘 부탁드려요! 함께 재미있는 이야기 만들어봤으면 좋겠습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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