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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후기/마기카로기아

SeveN : 짧은 이별

by 에이밍 2021. 6. 1.

 

날짜 2021. 03. 28. 日
GM 율리피쉬 (@TRPG_jullyfish) -
PC1 상실 (@cyp_SSil) AI 미네르바
PC2 니은 (@exceed_ff) 제냐 코토프
PC3 에이미 (@ehrtlr) 비비 사하라

 

 <SeveN> 캠페인의 두 번째 날이 밝았습니다. 플레이어들은 고개를 들어주세요. 욕망의 점화와 진화를 다룬 멋진 마기로기 캠페인 <SeveN>의 2회차 세션 <짧은 이별>의 후기를 들고 왔습니다:D 

 원래 캠페인은 2회부터 진짜 시작이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제가 지어낸 편이죠) 1화는 첫 호흡을 맞춰보는 시간이라면, 2화부터는 분과회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이 이야기가 어떻게 고꾸라질지 무척 기대하고 있는 저로선 도화선에 불이 붙인 세션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9 

 나태, 질투, 폭식의 죄를 짊어진 채 함께하게 된 세 명의 마법사들. 과연 그들의 이야기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었을까요? 이 캠페인만큼은 타락 천사가 될 각오로 즐기고 있습니다. 뭐가 와도 무섭지 않아요ㅋ

 …라고 생각하긴 했는데 이렇게 빨리 추락할 줄은^ㅁ^

 

 아카데미 스릴러 로맨스

 자, 그럼 후기에 앞서 <짧은 이별>이 어떤 시나리오인지 소개해보겠습니다! 세션의 테마는 ‘질투’이고 배경은 아카데미입니다. 논문을 둘러싸고 벌어진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아카데미에 모이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요. 트레일러가 엄청 매력적인 시나리오인 만큼 트레일러부터 함께 보고 오시죠:D

 

시나리오 개요

마법사들의 교육기관. 학원의 교수가 표절 혐의로 고발되었습니다. 평소 성실하게 학생들을 지도하던 교수였는데, 고발은 진실일까요? 여러분은 이 표절 의혹을 파헤치기 위해 조사에 착수합니다. 

 

 트레일러 장난 없죠? 다짜고짜 자수라니! 범죄의 냄새가 풀풀 풍기는 도입으로 시작해놓고,  교수라는 사람에 대한 절절한 애착으로 끝맺는 게 아주 사기에요ㅋ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한단 말인가! (덩실덩실) 트레일러만큼이나 실제 세션도 번잡한 감정으로 흘러넘치는 멋진 이야기였습니다. 서로 이어지려다 이어지지 못하고 파국으로 끝난 이야기를 다루고 있거든요.

 

 사랑과 헌신, 질투와 소유. 이런 테마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마음에 드실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NPC의 사정을 파악하고 그들의 관계를 추측하는 재미가 있어요. 그런 점에서 이 시나리오에서는 NPC 중심의 시나리오이기도 합니다. NPC들의 관계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거든요. 아시다시피 이게 TRPG에서는 상당히 호불호가 갈리는 구성입니다만...

 저희 세션에서는 율리님의 갓개변으로 NPC 대신 PC가 무대 위에 오르게(!) 되었답니다^^)9 캠페인으로 진행 중인 만큼 PC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려고 노력하신 게 보이는 정성스러운 개변이었어요ㅠ 시나리오의 빈틈마다 PC의 서사를 넣어 꽉 차게 쪄주셨거든요. 특히나 율리님의 앵커 활용법은...ㅠㅠㅠㅠ... 이게 진짜 받아본 사람만 알 수 있는 황송함이 있습니다.... 아아... 자세한 이야기는 밑에서 하도록 하고ㅠㅠㅠ 

 
 아무튼, 살해니 인과응보니 하는 재미있는 단어가 솔솔 뿌려져 있는데 맛이 없을 수가 없겠죠. 기대를 안고 덥석 집어 들고 입에 쏙 넣었습니다. 어어 근데 이것은 급식의 맛...? 그렇습니다. 이 펜트하우스 같은 이야기는 다름 아닌 아카데미에서 벌어졌던 것입니다.

 

 아카데미니까 가능한 긴장감


 아카데미 배경의 시나리오를 많이 해본 건 아니지만, 그래도 전 배경이 아카데미면 이야기가 막장으로 가진 않는다(?)는 믿음이 좀 있는 편이에요. 아카데미는 대법전 마법사들의 홈그라운드 같은 느낌이잖아요. 여기선 금서가 설쳐 봤자일 것 같은 거만한 생각이 든달까요.

 하지만 그 말인즉슨, 아카데미에서 금서와 관련된 사건이 터진다면 엄청 큰일이라는 뜻이 됩니다. 개인적으로 마법사들의 명운을 건 시나리오를 쓰게 되면 사건 발생 장소를 아카데미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아카데미에서 마법사들이 손 쓸 수 없는 사건이 벌어진다? 보통 사태가 아니라는 느낌이 확 들잖아요. 다른 곳에서 벌어지는 마법 재앙은 와아아아! 같은 느낌이라면, 아카데미는 교수님들이 차분하게 세계 멸망을 논하는 느낌이거든요(..) 

 이번 시나리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건은 그리 소란스럽지 않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모든 게 정상이에요. 아카데미의 산뜻한 활기가 시나리오를 감싸고 있습니다. 세션을 진행하는 도중에도 간식실에 들르거나 학생들과 이야기하는 정경이 펼쳐져요. 하지만 금서는 확실히 암약하고 있고 하려는 짓도 보통 미친 게 아닙니다. 이 산뜻한 풍경 밑에 도사리고 있는 온건한 광기의 조화가 정말 마음에 들어요. 아카데미가 배경일 때만 맛볼 수 있는 테이스트라고 생각하고요.

그림자처럼 이면에 감춰진 이야기


 이런 아카데미의 배경에 맞게 주제 또한 ‘질투’입니다. 분노나 폭식과 달리 질투는 그림자 속에 숨어 있는 감정입니다. 겉으로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속으로 움켜잡고 있기 때문에 질투인 거거든요. 질투의 이런 속성이, 산뜻한 가운데 온건한 광기를 품고 있는 아카데미의 마법 재앙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시나리오가 되게끔 율리님이 이번에도 멋진 바느질을 해주셨고요.  아카데미에서 이어진 유구한 사랑, 그리고 그 밑에 도사리고 있는 은밀하고도 참혹한 질투. 사랑과 질투가 점잖은 얼굴로 서로를 베어 무는 듯한 이야기였어요.

 

 NPC 중심이 이야기가 PC 중심의 이야기로

 이번 이야기 또한 율리님이 멋지게 개변해주셨는데요. 가장 좋았던 점은 이야기를 PC 중심으로 바꿔주셨다는 거예요. 원문은 철저히 NPC 중심의 이야기였거든요. PC는 손 쓸 수 없는 곳까지 흘러 가버린 NPC를 구제하거나 파국으로 몰아넣는 역할을 할 뿐 이야기의 주체가 되지는 않습니다. 

 즉, 이미 완벽하게 NPC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는 이야기를 PC로 스포트라이트를 돌리는 수고를 감내해주셨다는 거예요. 한 번이라도 개변을 해보신 분이라면 이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실 겁니다. 소설로 치면 아예 주인공을 갈아 끼우는 셈이니까요. 하지만 율리님은 이 어려운 일을 해내 주셨습니다. 어떻게? 자세한 건 스포를 포함한 후기에서 얘기해보겠습니다ㅎㅎ

 주인공을 갈아 끼우는 큰 공사였음에도 기존 시나리오의 메인 플롯이 고스란히 살아있었던 것도 좋았어요. 원본은 원본대로 즐기고, 탁은 탁대로 즐길 수 있었던 멋진 세션이 되어버린 것입니다ㅠ 원작에 대한 리스펙과 캠페인에 대한 애정이 함께 녹아있는 부분이라 시나리오 읽으면서 몹시 감사했어요.

 게다가 이게... 그냥 보통 공사가 아니었습니다ㅋㅋㅋ 그냥 주인공을 갈아 끼우는 정도가 아니었어요ㅠ 주인공이 된 PC의 서사에 어마어마한 방점을 찍는 이야기가 되었거든요. 캠페인 막바지에나 확정되지 않을까 싶었던 이야기가 2화에서 쾅 하고 내려오는데ㅠ 아... 이후의 이야기가 어떻게 될지 감도 안 오고요 <ㅇ>.... 그걸 제가 왜 이렇게 괴로워하냐면ㅋㅋㅋㅋㅋ


네 제 PC 이야기거든요ㅎ

 

  이번 시나리오는 배경도 학원인 데다가 테마인 죄악도 ‘질투’인지라, 저는 내심 니은님의 PC인 제냐의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하고 있었거든요. 아무래도 PC마다 한 번씩은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주는 게 캠페인 국룰이니까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 제 PC인 비비가 학원 소속이더라고요ㅋ 그러니  비비가 주인공이 되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긴 했습니다. 오히려 이제 와서 보니 왜 내가 주인공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은 거지 싶어서?ㅋ 끝나고 나니 되게 부끄럽더라고요(..)

 아무튼 저는 제 PC가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인 줄도 모르고 첨벙 뛰어들었습니다. 배경이 아카데미니까 마법 재앙도 적당히 즐길만한 것이겠거니 하는 오만한 마음을 품고요!ㅋㅋㅋㅋㅋ 그 결과가 뭐겠습니까^ㅁT (BS: 방심)

 그냥 이야기의 주연이 되는 것 정도야 뭐, 좋아요. 문제는 비비의 정체성에 있어서 가장 핵심이라고 할 만한 부분을, 율리님이 여기서 콕하고 찔러서 터트려주셨다는 것입니다ㅋ 아, 아직 마음의 준비가…! (사라져가는 엥미)

  1화 후기에서도 얘기했었지만, 이번 캠페인을 시작할 때 일부러 PC의 서사를 80% 정도는 비운 상태로 시작했거든요. 채워져도 좋고 채워지지 않아도 좋다는 마음으로 시작했고, 어느 정도 이야기를 채우다가 후반부에 가면 필요한 내용만 남기고 나머지는 다 지울 참이었어요. 즉, 후반부는 가야 윤곽이 나올 법한 캐릭터로 일부러 조형을 잡았었는데…

 2화에서 윤곽이 벌써 잡힐 줄 몰랐죠ㅠ 그것도 너무너무 마음에 드는 방향으로 잡혔습니다ㅠ 미리 만들어서 툭 던져주시는 게 아니라, 같이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을 통해 비비의 서사를 함께 쌓아 올려 주셨는데... 진짜 너무 좋아서 세션 하다가 비명을 다 질렀네요ㅋㅋ 준비된 이야기에 뛰어든 적은 많아도, 이렇게 마스터랑 대화를 하면서 이야기를 만들어본 건 처음이었어요ㅠ 자세한 제 날뜀(?)의 현장은 스포일러를 포함한 후기에서 얘기하도록 하고ㅋㅋㅋ

플레이어의 빛깔에 따라 함께 색을 바꾸는 율리님의 마스터링


 아직 율리님 마스터링은 3번 정도밖에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율리님은 플레이어와 함께 호흡 하고 싶어 하는 따뜻한 마스터님이라고 생각해요. 덕분에 세션 전에는 은근 긴장하는 버릇이 있는 저조차도 율리님 세션에 오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주모 거 짚더미 좀 가져다주쇼 하면서 즐기게 돼요. 개변도 하고 이야기거리도 물어다 주시지만, 그걸 직접 입에 머금는 건 플레이어의 몫이라는 듯 어미 새처럼 지켜봐 주십니다. 

 그래요... 내 모든 행동을 따뜻하게 지켜봐 주고 계시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마스터님이라고요. 이런 사람 앞에서 어떻게 무장 해제를 안 해요ㅠ_ㅠ 사실 다들 저보고 몰입형 플레이어(?)라고 해주시지만, 저도 모든 세션에서 몰입형이 되는 건 아닙니다ㅎㅎ 오히려 시나리오에서 조금 떨어져서 지켜보려고 하는 편이라 가끔 스트레스를 받는데, 율리님 세션을 그렇게 할 수가 없어요. 시나리오보다 율리님하고 대화하면서 지금 이 순간을 만들어가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고 느끼게 돼요.

 지난 화에서는 미네르바의 이야기를 지켜보는 입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율리님의 상냥함을 느낄 수 있었는데, 주인공이 되어 보니 그 사랑이 더더더 강하게 느껴지더랍니다ㅠ 하... 이 무지갯빛 해파리 같으니라고ㅠ (분무기 쏴드림) 

 물론 이 모든 게 가능했던 것은 그런 저와 율리님의 이야기를 옆에서 따뜻하게 지켜봐 주신 두 분이 계셨기 때문입니다. 얘기가 이렇게 된 김에 우리 PC들에 관해서도 얘기해보도록 하죠!

 어릿광대와 따뜻한 관객들

 제목을 저렇게 잡은 건… 여기서 어릿광대는 당연히 비비고요ㅋ 그런 어릿광대가 된 비비를 따뜻하게 지켜봐 준 제냐와 미미를 따뜻한 관객으로 표현해봤습니다. 1화를 통해 서로 어느 정도 낯이 익은 우리 PC들이 이번 화에서는 어떤 변화를 겪게 되었을까요?



"이 겁쟁이에게서 소중한 것을 빼앗아 가세요"

비비 사하라

사서 학원 / 대죄 : 나태 / 에이미

 

한줄평 : 트롤과 히로인 사이

 

 민망하지만 비비부터 갑니다. 빨리하고 치울라고요ㅋ 제 PC 소개하는 장면은 정말 영원히 부끄러울 것 같아요^^;; 아무튼 이번 편의 주역이 된 비비입니다. 이게 서사적으로도 주역이긴 했지만, 돌아보니 거의 지뢰 탐지기 수준으로 스위치란 스위치는 찾아서 밟고 다녔더라고요... 야 이놈아... 

 지난 화 후기에서 비비는 욕망하기를 거부하는 PC라고 설명했었는데, 러프하게 그려두었던 비비의 이 설정이 이번에 구체적인 모양이 잡혀 좋았습니다. 처음엔 욕망을 두려워하는 캐릭터로 설정하고, 세션이 진행될수록 소중한 것이 점점 더 많아져 괴로워하게 되는 PC 정도로만 구상했었거든요.

 그런데 이번 세션을 기점으로 다른 가능성이 생겼습니다. 이 녀석, 제 생각보다 욕망을 훨씬 더 두려워하고 있더라고요. 뭔가를 욕망할 바엔 차라리 죽고 싶다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을 만큼 아예 글러 먹은 놈이었던 겁니다. 

 물론 비비의 이런 모습은 나태의 심도가 올라가면서 조금씩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이 녀석이 점점 더 뭔가를 욕망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점점 더 욕망으로부터 멀어지는 캐릭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두근두근합니다... 는 너무 길게 썼다 넘어가ㅋ


"무가치한 파편들"

제냐 코토프

서공 엽귀 / 대죄 : 질투 / 니은님


한줄평 : 헤르미온느급 대활약


 이번 화의 페이크 주인공(?)이었죠… 라는 건 순전히 제 생각일 뿐입니다ㅋ 비비가 다크 히어로였다면 제냐는 이야기의 밸런스를 위해 다크 히어로를 처단하는 역할을 맡아줬어요(!) 제냐 아니었으면 정말 비비 시트 찢었을걸요. 사실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만약 비비 시트를 날리기로 결심했다면, 3화부터는 모든 기억을 잃고 청순해진 상태의 비비로 데려올 생각이었답니다. (은은)

 세션의 테마가 질투인 만큼, 같은 죄악을 짊어진 제냐라면 이 이야기를 비비와는 다른 입장으로 보지 않았을까 해서 로그를 다시 복습했는데요. 신기하게도 제냐가 이것에 대해서 어떤 가치 판단을 하지 않더라고요. 그런 감정을 품은 XXX를 비난하거나 동정하는 말은 전혀 하지 않아서 신기했습니다. 

 세상을 향해 질투를 품고 있는 만큼, 제냐는 타인의 질투에도 관대한 게 아닌가 싶었어요. 아니면 역시 그들의 질투와 제냐의 질투는 재질적으로 아예 다른 것일 수도 있고요. 이에 대해서 제냐가 대답을 해준 게 있었는데 이 내용 또한 스포일러를 포함한 후기에서 다뤄야겠습니다.

 그리고 제냐는 개인적으로 이번 세션을 통해 인식이 가장 크게 변한 PC였는데요. 그 변화에 대해서도 후기에 상세히 적어두었으니 관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미해결 증명불가 오류코드"

AI 미네르바

외전 학원 / 대죄 : 폭식 / 상실님

한줄평 : 야금야금 진화하는 중


 지난 화를 기점으로 자아 찾기 여정에 나선(!) 우리의 만능 AI 미네르바:) 이번에도 엄청 활약해줬는데요. 전투면 전투, 조사면 조사 정말 못 하는 게 없어서 너무나 자랑스럽습니다ㅎㅎ 미미의 존재를 다른 마법사들이 알게 되면 훔쳐 가려고 할 것 같아서 이 캠페인 전용 PC로만 하자고 결론을 내렸을 정도니까요(상실님: 네??)

 아무튼, 미미는 차근차근 성장하고 있습니다. 폭식의 심도가 올랐다고는 하나, 아직 미미의 자아를 형성할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 한 3정도까지는 올라야 뭔가 변화가 있을 것 같은데 말이죠. 궁금해 죽겠습니다. 미미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요. 그런데 이 미래가 평범하게 바뀔 것 같지 않더군요.

 세션 외적으로 놀랐던 두 분인데, 상실님이 저희에게 미미의 컨셉/성격을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PC의 성격을 함께 만들어보자고 제안(!)하신 셈인데 이런 플레이는 또 처음이라 신기했습니다. 말마따나 저희가 미미는 츤데레였으면 좋겠어요…! 하면 그렇게 만들어주실 것 같더라고요. (진짜 프린미미 메이커인가;)

 남은 캠페인 동안 미미는 저희와의 관계 속에서 얻는 정보를 통해 성장해나갈 것입니다. 아이가 부모를 보고 배우듯이, 미미도 우리를 보고 성장할 거예요. 즉, 미미가 맞이할 결말은 저희가 맞이할 결말이기도 할 것입니다. 이렇게까지 빈칸인 상태로 시작하는 PC와 함께 하는 건 처음이라 제게도 소중한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자, 그럼 준비가 된 듯하니 아카데미로 들어가 보도록 하죠. 휴… 할 말이 진짜 너무 많은 세션이라ㅠ 이걸 제가 제시간에 소화할 수 있을지 걱정되는데요. 설령 조금 늦더라도 전하고 싶은 바는 전부 다 전하려고 합니다. 이 세션을 확실히 정리해둬야 비비의 목적지를 정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리하고 다져두는 만큼 캠페인이 짜릿해진다고 믿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번에도 열심히 다져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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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프닝 페이즈


이야기가 끝나도 남자는 우릴 응시하고 있었다.

「좋아, 그럼 다음 이야기를 들려주겠어?」

 다음 이야기? ㅡ아, 그랬지. 미네르바의 이름을 찾기로 했었지.

 미네르바를 찾으려 했지만 짙은 어둠 속에서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는 건 불가능했다.
 화톳물만이 자신을 타닥타닥 불사르는 가운데 남자의 윤곽만이 어둠 속에서 도드라졌다.


 남자는 다음 이야기를 원한다.
 그다음 이야기, 그리고 또 다음의 이야기를.


 1화 오프닝에서도 신세를 졌던 라스보스(?)님이 또 등장하셨습니다. 그랜드 오프닝에서만 나오는 줄 알았는데, 2화에서도 나와줘서 두근두근했어요. 이런 식으로 마지막 화까지 등장하려나요? 대체 이 남자의 정체는 뭔지, 왜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건지 궁금해요. 이 캠페인의 마지막까지 이야기를 끌어가는 원동력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개인적으로 이 오프닝 씬에서 PC들의 대사가 없는 것도 마음에 듭니다. 저 남자와 대화를 하고 있는 시점의 PC들은 아직 먼 미래의 인물들이다 보니 어떤 모습일지 저희도 상상하기 어렵거든요. 사실 죽어있는 건지, 살아있는 건지도 알 수 없습니다. 소통이 되는 상태이긴 한 걸까요? 6화가 시작할 때는 이 장면이 어떤 식으로 이어질지도 궁금해요. 볼 때마다 짜릿한 오프닝 페이즈입니다.

 그리고 이 오프닝 페이즈는 사실상 단편으로 구성된 캠페인을 율리님이 하나로 엮기 위해서 넣으신 장치이기도 해요. 1화 후기에서 단편으로 된 이야기를 캠페인으로 엮을 때 아귀를 어떻게 맞춰갈지 (GM만이 아니라 PL의 영역에서도) 궁금하고 그걸 집중적으로 보고 싶다고 썼었는데, 이 오프닝 페이즈 역시 그런 측면에서 훌륭한 이야기인 것 같아요. 여러 개의 책갈피를 한데 엮기 위해서 윗부분에 일제히 뚫어둔 구멍 같아요. 캠페인의 처음부터 끝까지 어느 정도 구상을 해놓고 체계적으로 진행되는 느낌이 팍 든달지ㅠ 율리님... 당신, 혼자서 무슨 싸움을 하고 있는 겁니까...!

 여튼 그렇게 미네르바의 이야기를 뒤로한 채 다음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이번 이야기는 한 장의 편지로부터 시작되었어요.


도입 페이즈


교수님
, 교수님께 마지막으로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어 이 편지를 남깁니다.

모든 것이 무너지기 전에 부디 자수해주세요.
교수님의 연구실에서 저는 괴물을 보았습니다.
"그것은 녹색 눈의 괴물로, 사람의 마음을 희롱하여 결국은 먹어치운다."라는,
셰익스피어가 남긴 말을 선생님께서 모를 리가 없습니다.
제가 만들어낸 그 괴물에게 살해당한다면 저의 인과응보입니다.
모든 것을 드릴 테니, 부디...
교수님의 양심은 지켜주세요.
제가 걱정하는 것은 오로지 그것뿐입니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당신의 친애하는...
S로부터.

Happy End


 이 사랑을 유품으로 남깁니다


 이 편지는 대법전에서 시작되어 (삐ㅡ) 앞에서도 소개한 바 있는 이 시나리오의 트레일러이자 이번 사건의 핵심이 되는 편지의 내용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유서로군요. 지금으로부터 약 5년 전쯤, 소멸된 학원의 마법사가 남긴 유서가 발견된 것을 계기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제 스포일러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 편지의 내용을 좀 들춰봅시다^^ 거슬리는 내용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문면만 읽으면 아무래도 유서를 쓴 마법사는 교수라는 존재를 사랑하고 있었고, 그가 어떤 범죄 행각을 벌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듯합니다. 그리고 그 범죄 행각이라는 것은 아무래도 녹색 눈의 괴물과 관련된 것인 듯하고요.

 헌데, 유서를 자세히 읽어보면 정작 그 괴물은 교수가 아닌 이 마법사가 만든 듯합니다. 그렇다면 자수해야 하는 건 교수가 아닌 이 마법사인 모양인데요...? 왜 교수에게 자수를 권유하는 걸까요? 


 편지의 마지막에 있는 HAPPY END라는 문구도 신경 쓰입니다. 대체 무엇이 해피 엔딩이라는 걸까요? 평범한 방식으로 접근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여, 이후의 후기에서는 아래의 항목을 채워가면서 진행해보고자 합니다.

질문
답변
누가 쓴 유서인가? 추측 및 정답
그는 왜 교수에게 자수를 종용하는가? 추측 및 정답
교수의 연구실에 있다던 괴물의 정체는 무엇인가? 추측 및 정답
그는 무슨 이유로 괴물을 만들었는가? 추측 및 정답
HAPPY END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추측 및 정답

 
 이미 플레이가 끝난 시나리오를 다시 복기하는 것인데도 마치 탐정이 된 듯한 기분이 드네요. 어, 이거 뭔데 즐겁짘ㅋㅋㅋㅋ 여튼 이하의 후기는 이 표를 채워가면서 진행해보려고 합니다. 제 추리가 어떤 과정을 거쳐 변화했는지 지켜봐 주세요. 가능한 한 적나라하게 적으려고 했답니다^^

 


 제냐 코토프는 귀문으로부터 유품을 받아 학원으로 향한다. 이미 이 세상에 없었던 것이 되어버린 마법사의 유품. 그래도 유품이 남았다는 건 마법사로서는 이례적인 축복이다. 소리소문없이 세계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마법사를 제냐는 너무나 많이 봐왔다.

 잠시 후, 학원의 마법사가 제냐에게서 유품을 받는다. 유품을 넘겼으니 더 이상 학원에 볼일은 없다. 제냐는 미련 없이 다시 귀문으로 향한다. 그리고 이 일은 그녀가 해결해야 하는 수많은 의뢰 중 하나가 되어 시간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수많은 마법사들이 사라지듯 말이다.

 그리고 2주 후, 그녀는 다시 학원에 들르게 되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제냐가 주인공인 줄 알았어엉ㅠ

 
보통 그 시나리오의 주인공이 도입 씬을 맡게 되잖아요... 그렇죠? 안 그래도 질투니, 괴물이니, 녹안이니 하는 키워드를 잔뜩 듣고 온 참이라 이건 제냐 이야기다ㅋㅋㅋ 하면서 혼자 우후훗거리고 있었는데 하... 이것조차 돌아보면 페이크였고요(?) 물론 저 혼자 페이크를 만들고 거기에 걸려서 넘어진 느낌이긴 합니다만ㅋ 아무튼 도입까지 이래서 정말 찰떡같이 믿었네요... 그 핸드아웃을 뒤집기 전까지는^^

 학원을 사랑하는 플레이어이자, 자나르파토스의 후계인 니은님답게(?) 제냐는 현재 귀문 소속이긴 하지만 이전에는 학원 소속이었다는 배경 설정이 붙어 있었습니다. 그러하다 보니 이번에도 자연스럽게 이쪽으로 파견되었다는 설정이라 도입 전개도 스무스했어요. 이전까지는 학원 소속이었으니, 어쩜 유서의 주인과 마주한 적이 있는 사이일 수도 있다는 그 가능성도 뭔가 룽했고요.

 하지만 그렇잖아요? 한때 알고 지냈을지도 모르는 마법사의 유품을, 제3자의 입장이 되어서 다시 전달하러 온다는 게... 마법사들의 관계가 얼마나 휘발성이 강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되더라고요. 내심 이때 제냐의 히든 앵커(?)가 시나리오에 나오는 건 아닌지, 혹시 그 사람이 유서를 쓴 사람이 아닌지! 싶기도 했고요. 그리고 이쯤에서 저는 이런 식으로 내용을 추측하고 있었습니다.

 

질문
답변
누가 쓴 유서인가? 제냐가 학원 시절에 알았던 마법사
그는 왜 교수에게 자수를 종용하는가?  
교수의 연구실에 있다던 괴물의 정체는 무엇인가?  
그는 무슨 이유로 괴물을 만들었는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는 결과물
HAPPY END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제냐가 이 사건을 해결해줄 것에 대한 기대

 
 마스터님와 플레이어분들의 코웃음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지만ㅎ 만약 즐거우시다면 다행입니다. 그러려고 채워 넣고 있는 거니까요(?)ㅋㅋㅋ 좋아요, 그럼 이야기를 계속 진행...

 ...하기 전에!

 율리님표 NPC는 다 박제해야지

펠릭스 마론


 줠라 잘생긴 이 마법사를 봐주십시오... 에? 누구냐고요? 비비의 앵커인 펠릭스 마론입니다^^^)* 모자라지만 멍청한 학원 앵커 친구이기도 하죠! 제가 텍스트로 생성할 때는 좀 허세도 있고 열등감도 있는 반푼이 엘리트 느낌으로 만들었는데, 율리님이 너무 잘생긴 도련님으로 그려와 주신 거예요;;; 심지어 펠릭스 롤플도 너무 좋았어요..........


잘생겼는데 예의바르다
예의바른데 똑똑하다


 얼굴은 도련님처럼 생겨가지고 위에서 하는 말에는 은근히 고분고분한 게 너무 귀엽더라구요..!!ㅋㅋㅋㅋ 그 와중에 아카데미에 범죄자는 없을 거라고 믿는 저 순진함까지 큽ㅋㅋㅋㅋ 제가 만든 NPC를 다른 분들이 롤플해주시는 건 여러 번 봐왔지만, 포트레이트까지 직접 그려와 주신 데다가 시나리오에서 중요한 역할로도 써주시고 롤플까지 해주시니 입체감이 장난 아니었어요ㅠ 제가 머릿속으로만 생각한 캐릭터가 3D 프린터로 고스란히 만들어진 뒤, 스스로 움직이기까지 하는 걸 보는 기분이었다구요ㅠ0ㅠ 아흫흑 율리님 어떻게 이렇게까지 준비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율리님도 이거 한 번 당해보세요 사람이 얼마나 황홀한지 느껴보시라고여ㅠ 

 <SeveN> 캠페인은 시나리오 자체도 재미있지만, 율리님이 이렇게 구석구석 준비해서 채워주신 것들 때문에 더 즐겁습니다ㅠㅠ 율리님의 노력이 허사로 돌아가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흑흑 이 연사 소리 내서 사랑을 외칩니다ㅠ0ㅠ (후기 드르륵 탁 드르륵 탁)


 제냐가 학원을 다녀간 이후, 어느 어두운 밤. 미네르바는 돌연 학원에서 금서의 기척을 느꼈다. 자신에게 오류가 생긴 게 아닌 이상, 학원에 금서가 나타난 게 확실했고 미미는 그것을 알릴 의무가 있었다. 어두운 방 안에 미미의 푸른 눈동자가 반짝였다.

 「금서의 기운이 감지되었습니다.」

 비비는 미미의 보고를 따라 교수동으로 향했다. 마력이 느껴진 곳은 교수 '아스픽시아'의 연구실. 늦은 밤, 비비는 실례를 무릅쓰고 아스픽시아의 교무실을 두들겼다. 안에는 이전에 보지 못한 커다란 박스가 있었다.

 아스픽시아와 친한 것은 아니지만, 비비는 그 박스 안의 내용물이 그녀의 것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박스는 아스픽시아의 제자가 남긴 유품이었다. 아, 그러셨군요. 죄송합니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비비는 미미를 이용해 방안을 스캔하기 시작했다.

 유품 같은 소리 하네. 분명히 여기에서 금서의 기척이 느껴졌었다고.


 '교수' 아스픽시아

 두 번째 도입은 미미와 함께 교수 아스픽시아의 교무실을 수색하는 내용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아마 유서에 나온 교수는 바로 이 아스픽시아를 말하는 거겠죠. 😎 훗, 제 눈을 속이려고 하지 마쎄요.

아스픽시아


 는 아름다우시네요... 아... 율리님 중년까지 이렇게 까리하게(?) 그리실 수 있는 건가? 저 적절한 주름 개수랑 짧은 청회색 머리에 초커 조합이라녀어엉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이는 들었지만 여전히 야망을 품고 있는 것 같은 분위기가 확 느껴지잖아요ㅠㅠ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자신을 날카롭게 닦아세우며 살고 있는 것 같은... ㅎ ㅏ... 역시 나중에 여유 되시면 커미션 넣어야겠어요^^ (캠페인 다 끝나면... 히히/ㅅ/)

 아, 아무튼 문제의 교수가 어떤 사람인지 얼굴을 보고 나니 대충 또 감이 옵니다. 역시 이런 느낌이 아닐지...?

 

질문
답변
누가 쓴 유서인가? 제냐가 학원 시절에 알았던 마법사
그는 왜 교수에게 자수를 종용하는가? 교수가 출세를 위해 안 좋은 일을 했기 때문
교수의 연구실에 있다던 괴물의 정체는 무엇인가? 교수의 출세욕을 위해서 만든 마법 생물
그는 무슨 이유로 괴물을 만들었는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는 결과물
HAPPY END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제냐가 이 사건을 해결해줄 것에 대한 기대

 
 보통 NPC 얼굴만 보고 이렇게까지 억측(?)하지는 않는데, 아스픽시아의 얼굴이 너무나 야망! 하고 적혀 있어서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ㅋㅋ 이 여자... 성공하기 위해서라면 뭐든 가리지 않을 것 같아... 그렇다면 그 괴물 또한 자신의 논문이나 명예를 위해서 만든 거고, 그걸 위해 제자를 이용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과연 제 추측은 맞았을까요? 기다려봐요ㅋ 이 표 이따가 끝내주게 웃기게 바뀔 거니까ㅋ

 스핑크스 아니 파라오 아니 투탕카멘

 그리고 이건 시나리오 전개랑은 큰 관계없는 부분이었지만 개인적으로 너무 웃겨서ㅠㅋㅋㅋ 다름이 아니라 미미가 비비를 깨우러 올 때, 비비가 마치 죽은 듯이(?) 자고 있었다는 표현을 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표현을 한다고 했는데...

...?


 음? 아니 근데 스핑크스면 뭔가 이상한데ㅋ 스핑크스처럼 자면 문제 있는 건데?? 하다가 곰곰히 생각해보니 스핑크스가 아니라 파라오더라고요ㅠ 파라오ㅠ 아이 민망해

 

서서 자나...?

 

 ...? 어 이것도 아닌데ㅋ 아, 뭐지 이집트에 존재할 법한 그건데... 


 아아아아아아아!! 맞아요! 투탕카멘이에요! 투탕카멘이라구욧!!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슴팍에 손 올리고 곱게 자는 그겁니다ㅋㅋㅋㅋ 아 이때 너무 민망해서 혼자 깔깔대고 웃었는데 오프 아니라 망정이지 오프였으면 투탕카멘 자세로 바닥에 드러누었음ㅠ

 명사가... 뭐... 기억 안 날 수도 있죸ㅋㅋㅋ! 아무튼 저 때문에 여러 포즈로 잠을 잘 뻔한 비비에게 이 자리를 빌어 사과의 인사를 전합니다. 참 이때만 해도 참 즐거웠는데 말이죠(은은)

 그로부터 금서의 출처를 찾지 못한 채 며칠의 시간이 지났다.

 금서의 기운이 느껴졌다고는 하나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카데미는 언제나처럼 평화롭다. 특기할 만한 사건이라고는 최근에 아스픽시아가 발표한 획기적인 논문뿐이었다.

 <마소의 고정화>에 관한 연구

 불완전하게 발생하는 마소를 고정적으로 산출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아스픽시아의 연구는, 그야말로 마법사들의 입장에서는 영생의 길을 연 것과 마찬가지였다. 마법사의 전능은 마소를 확보하는 능력에서 생겨나는 것이지, 마소를 만드는 능력에 부여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전능한 마법사라도 마소만큼은 세계가 쥐어주는 만큼만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논문의 실제 근거에 대한 의견이 날카롭게 오고 갔다. 아직 구현되지 않은 연구지만 논의의 여지는 충분했다. 하지만 논의의 향방은 전혀 다른 곳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아스픽시아의 논문이 표절이라는 소식이 귀문에 닿은 것이었다.


 비비의 망한 논문과 교수님의 수상한 이론

 저런, 그럴 줄 알았죠. 일단 저 연구가 정상일 거라는 생각도 들지 않지만(?) 표절이라니... 아스픽시아의 인상에서 느껴졌던 야망이 거짓이 아니었나 봅니다. 저런 주제라면 표절해서라도 발표하고 싶었을 것 같기도 하고요.

 문제는 아스픽시아가 논문을 제출한 시점이 유품을 받은 직후였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유품에 논문이 남아 있지는 않았을 거예요. 귀문에서 그 정도 체크도 안 하고 유품을 건네줬을 것 같진 않거든요. 그렇다면 그 제자였다는 사람과는 큰 관계가 없으려나요? 흠... 아직 뭔가 추측할 근거는 없는 듯합니다.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야겠어요.

 ...그 전에 비비는 올해도 논문이 망해서 통과하지 못했음을 알려드립니다ㅋ 이땐 그냥 설정상 귀찮아서 논문도 제대로 안 쓰는 놈이니까 어쩔 수 없겠거니 했는데 세션 다 끝나고 돌아보니 혼자 4계제로 진입을 못 해서(?) 아다리가 딱 맞는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이때부터 이미 비비는 올라가지 못할 운명이었던 거죠...ㅋㅋㅋㅋㅋ

 그렇게 사건의 발단이 마련되고, 다시 분과회가 뭉치게 됩니다.

 아스픽시아의 논문 표절 시비로 아카데미가 들썩이는 가운데, 비비는 여전히 금서의 행방을 생각하고 있었다. 다른 곳이라면 모를까 아카데미에 금서가 남는 건 위험했다. 이곳엔 금서의 영향에 휘말릴 만한 마법사들이 많이 있었으니까. 그래... 유이라든가.

 그때 귀문에서 파견된 마법사가 학생들을 찾아온다. 제냐 코토프. 비비가 잘 아는 마법사였다. 다행이랄지, 행운이랄지. 어쨌든 그녀가 사건을 맡게 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그녀라면 금서에 관한 것도 상담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제냐의 입장은 그리 편치 않았다. 표절 사건은 진위를 가르기도 난감한 문제일뿐더러, 이번 사건을 고발한 펠릭스 마론에 대해서도 신뢰할 수 있는지 없는지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비비는 그런 제냐에게 자신과 미미가 모은 자료를 건넸다. 문서 작업인 줄 알고 왔던 제냐는 낮게 읊조렸다.

[... 표절건 이상의 일이 될지도 모르겠는데.]


 능구렁이처럼 자연스러운 합류


 이야기는 제냐가 다시 학원으로 파견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유품을 건네주고 2주도 채 되지 않아 다시 학원에 파견된 것이지요. 이때부터 제냐의 과잉 업무(?)는 예견된 것이었습니다만...ㅎ

 여기서는 비비와 미미를 제냐에게 어떻게 합류시킬지 고민했는데, 그냥 자연스럽게 합사가 되더라고요(?) 비비도 마침 금서의 건으로 아스픽시아를 의심하던 참이었으니까요. 정확한 근거도 없는 상황에서 교수님을 밀어붙일 수는 없으니 정식 조사를 위해 파견된 제냐와 함께 크로스하면 될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미미에게 저장해둔 자료를 몰래 공유하면서 함께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이어졌는데 여기 이상하게 뽕 차고 좋았어요(?) 약간 스파이물 하는 것 같은 기분도 들고ㅋㅋ

그래요... 전... 스파이물과 잠입물을 좋아해요!!! 어쩌겠어요?!?!?! (급발진)


 제냐가 여기서 비비에게 무슨 헛소리냐면서 쳐내지 않고 같이 진지하게 이야기에 임해준 것도 좋았... 는데 그건 미미가 있어서 가능했던 것 같기도 하고^ㅁ^;; 뭔가 이 장면 덕분에 분과회라는 느낌이 빡! 들어서 좋더라고요. 저희 고작 딱 한 번 같이 분과회로 싸웠을 뿐인데 힝구ㅠ 저 벌써 동료애 느끼고 있으니까 대충 책임져 주시기... 

 그리고 이 장면에서 비비의 캠페인 앵커인 유이가 잠깐 등장했었는데... 말 나온 김에 유이 얘기도 좀 해보고 싶어요. <짧은 이별> 시나리오와는 큰 관계가 없는 부분이이 그다지 궁금하지 않으신 분들은 바로 밑밑 컬럼으로! U_U)
 
 영원한 학생, 유이

유이는 비비의 캠페인 앵커(?)입니다. 포트레이트는 시간 생긴 김에 제가 쓱쓱 만들어서 드렸었는데 아이고 율리님이 포트레이트에 이렇게 공을 들이실 걸 알았다면 그냥 가만히 있을 걸 그랬다(오열)

유이 (낙루취옥)

 유이는 학원의 마법사로, 비비처럼 졸업을 위해 열심히 논문을 쓰고 있다는 설정의 마법사입니다. 원래 <짧은 이별> 시나리오에 등장하는 단편용 NPC인데, 비비의 초기 앵커가 되면서 좀 더 살이 붙었어요. 1년이 지날 때마다 모든 기억이 리셋되는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어 아카데미에서 영영 졸업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정입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가... 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정해둔 건 없고ㅋ 세션을 진행하면서 건수가 있으면 끼워 맞추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중입니다. 그나마 현재 생각해둔 내용으로는 뭔가, 이 아이가 어떤 지식에 도달하게 되면 위험한 상황에 부닥친다든가. 그래서 계속해서 이지 능력이 리셋되고 있다든가 하는 정도네요.

 향후 스토리 전개에 따라서 달라지긴 하겠지만, 개인적으로 비비가 욕망을 가지게 된다면 유이와 관련된 욕망이 아닐까 싶기도 해요. 비비는 자신의 삶으로부터 끊임없이 도피하고 싶어 하는 인물이니 유이의 능력이 무척 탐날 것 같거든요. 유이에 대해서는 세션 진행할 때마다 떠오르는 대로 적어보겠습니다ㅎㅎ

 자, 그렇게 도입이 마무리되고 본격적으로 메인 페이즈에 들어가게 되는데요. 3사이클로 이루어진 이 이야기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그리고 제가 만든 표의 내용은 어떻게 변화할지 기대해주세요


 메인 페이즈

 1사이클 :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

1-1. 제냐 코토프

 귀문의 명령을 받고 논문 표절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파견된 제냐는 본격적으로 조사를 시작한다. 논문의 저자인 아스픽시아부터 심문할까. 아니면 비비가 건넨 유서의 내용부터 제대로 살펴볼까. 여러 개의 선택지 중에 제냐의 눈은 전혀 다른 곳을 향한다.

 펠릭스 마론, 한낱 학생에 불과한 그가 어떻게 아스픽시아의 논문이 표절되었다는 걸 알 수 있었던 걸까?


 
제냐는 펠릭스의 눈에 어린 질투와 원망, 그리고 복수심을 들여다본다. 그의 감정은 엽귀의 한쪽 눈만으로도 들여다볼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요란한 것이었다.


 자니은파토스 납신다 길을 비켜라
 
 펠릭스도 펠릭스지만 씬표 굴리자마자 제냐가 일시적 마력을 얻는 장면도 웃겼습니다ㅋㅋㅋ 이게 그... 제냐의 PL인 니은이 자니은파토스(?)라고 불려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학원을 사랑하는 분이시거든요. 그런데 마침 딱 아카데미에서 첫씬을 여는데 이런 씬표가 나온 것 아니겠어요.


 그런데 여기서 고른 랜특이 본인 특기가 나오시질 않나(..) 판정도 깨끗하게 성공하는 바람에 일시적 마력을 3점이나 챙겨가시질 않나(..) 결국 씬 열자마자 학원 버프를 듬뿍 받고 시작하셨다 합니다ㅋ

 이렇게 플레이어의 성향이 세션에 반영되는 순간들 참 즐거운 것 같아요ㅋ 율리님의 대법전 사랑이라든가^/^ 제 천애 예언이라든가(슬슬 천애 졸업해야만...) 아무튼, 플레이어분들끼리 서로 잘 아는 사이이기 때문에 성립하는 네타가 있는데 이번에는 니은님의 학원 사랑이 소재가 되었답니다.


 덕분에 이런 재미있는 장면도 만들었고요ㅋ 씁하 하긴 학교에서 담배 피우면 안 되긴 하죠^^ 여러모로 이 장면은 다양한 메타 롤플 덕분에 정말 재미있었던 씬이었어요ㅋㅋㅋ 꼭 남기고 싶었던 관계로 후기에 올려둡니다/ㅅ/

1-2. 비비 사하라

 비비는 무지한 앵커를 보았다. 평소에도 열등감에 휩싸여 지내긴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펠릭스 마론은 그렇게까지 무능한 녀석은 아니다. 그는 충분히 똑똑하고 성실하다. 단장에 휘둘릴 정도의 사내는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펠릭스의 기준은 높았다. 그는 자신이 당장 도달할 수 없는 기준을 붙잡고 턱걸이를 하려 애썼다. 한계가 있는 인간조차 서로를 비교하다 열등감에 사로잡힌다. 한계가 없는 마법사의 삶은 더하면 더했다. 비교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었다. 마침내 펠릭스 마론은 자신이 질시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찾아 초록색 낙인을 찍기 시작했다.

 그러니 질시의 대상이 되었다 하여 기뻐할 이유는 없었다. 오히려 굴욕적이었다. 펠릭스 너 이 자식, 날 좀 똑바로 봐라. 난 아무것도 없는 놈이라고. 네가 질투해도 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단 말이다.


 네 놈의 등짝을 걷어차 줄 거야

 펠릭스에게 단장이 발견됐으니 이건 어쩔 수 없죠(주섬) 휴, 율리님이 그려주신 이쁜이와 영혼을 건 싸움을 하러 갑니다. 뭐, 전투는 평범하게(?) 끝이 났는데요ㅋㅋㅋ 중간중간 나오는 대사랑 상황이 너무 웃겨서 발췌해보려고 합니다. 이게 의도한 건 아닌데 무슨 찌질한 소년만화풍으로 연출이 되더라고요ㅠ

 서로 치열하게 플롯 대미지를 날리는 상황.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비비는 짐승 영역인 3 주사위로 펠릭스를 쥐어 팹니다. 이건 상황상... 짐승같이 팼다고밖에ㅋㅋㅋ 이에 대한 반격으로 펠릭스도 주사위 3을 긁어모아 공격을 날리는데요, 아무리 봐도 서로 진흙탕에서 주먹질하면서 싸우고 있는 거라서 이게 참... 

냥냥펀치급 싸움
의도한 건 아니지만 저도 모르게 이런 대사를...ㅋ


 청춘물의 엔딩은 역시 주먹질이죠. 설마 펠릭스랑 치고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요... 뭔가 펠릭스의 찐따 같은(?) 행각도 그렇고 비비의 앵커라는 점도 있고 해서 힘차게 등을 차주었습니다 ^.^ 앵커 등짝을 찰 기회라니... 흔치 않다ㅋㅋ 덕분에 짧지만 인상적인 전투였어요.


1-3. AI 미네르바

 두 청년이 주먹으로 청춘에 흠을 새기는 사이, 미네르바는 묵묵하게 아스픽시아 교수를 조사한다. 논문을 표절한 것이라면 원논문이 존재할 것이다. 그렇다면 대체 무슨 논문을 표절한 것일까? 놀랍게도 이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논문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범인이 없는 살인 사건, 연인이 없는 고백, 부모 없는 아이처럼 지우개로 지워져 있는 표절 논문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미미는 아스픽시아 교수를 조사한다.


 미미는 여러 단계의 논리를 거친다. 날카로운 모서리에 손이 베어가며 퍼즐을 꾸역꾸역 맞춰 넣는다. 0과 1로 이루어진 미미의 손은 흩어졌다 뭉치기를 반복하며 너머에 있는 아스픽시아의 그림자를 붙잡는다.

 방, 그녀의 방에 가야 한다.


 업그레이드된 미미의 AI


 그렇게 펠릭스를 때려눕힌 뒤, 바로 미미가 아스픽시아 교수를 조사하기로 합니다. 펠릭스야 에피타이저(?)고 본식은 역시 아스픽시아겠죠. 미미는 이전보다 더 업그레이드된 방식으로 아스픽시아 교수를 조사하는데요. 1세션 만에 벌써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나서 즐거웠던 부분이라 발췌해봐요.

 

예전 같았으면 여기서 끝났겠지만
이번의 미미는 여기까지 나아간다


 놀랍게도 이번의 미미는 자발적으로 '의문'을 가지기 시작합니다. 이전까지는 검색 엔진에 가까웠지만, 이젠 스스로 사고하는 느낌이랄까요? 대사를 통해 이런 변화가 자연스럽게 표현이 되어서 좋았어요. 1화에서 미미의 자아를 찾아보자고 말한 게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던 것 같아서 뿌듯하기도 했고요.

 그렇게 처음 싹을 틔운 미미의 의문은 성공적으로 꽃을 피웁니다. 데이터베이스에서 표절한 논문이 검색되지 않자,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의 형태로 자료가 남아있을지도 모른다고 판단하고는 아스픽시아 교수의 방을 찾아보자고 제안했거든요.

 개인적으로 줄곧 디지털 세상만 조사하던 미미가, 아날로그인 종이 자료를 찾아보자고 한 게 조금 룽했어요. 디지털 세상 속에 갇혀 있던 미미의 자아가 조금씩 현실로 손을 뻗는 느낌이었거든요. 다음 세션에서는 정말로 3D로 구현돼서 돌아다닐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ㅎㅎ

 하지만 아날로그로 손을 뻗은 것도 잠시. 아스픽시아의 연구실로 향하던 일행은 활활 타고 있는 소각로를 보게 됩니다.


 2사이클 : 비비, 히로인 선언!

2-1. 비비 사하라

 아스픽시아가 표절한 논문의 원본은 아날로그일 것이다.

 과연, 미미이기에 내릴 수 있는 결론이다. 비비는 그렇게 생각했다. 모든 논문과 자료가 데이터베이스로 저장되는 시대. 마법사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는 않다. 데이터베이스에 없다면 그 논문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여기서 조사를 마쳐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미미는 표절한 논문이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결론에는 도달하지 못한다. 애초에 비비의 명령은 표절된 논문을 찾으라는 것이었으니까. 미미는 논문을 찾아낼 때까지 조사를 계속할 것이다.

 '논문이 없을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요?'라고 묻는 바로 그 날이 미미를 졸업시키는 날이겠지. 어쨌든 비비는 아스픽시아의 연구실로 향한다. 그때 뒤지지 못했던 그녀의 방에 분명히 자료가...


 하지만, 연구실 앞의 소각로는 매정하게 불타고 있었다.


 아싸 드디어 물로 조사해보는구나


 소각로를 보는 순간, 저는 신이 났습니다ㅋ 드디어 '물' 특기로 조사를 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ㅋㅋㅋ 뭐, 말만 어떻게든 비비면 어떤 특기로든 조사를 할 수 있는 게 사이코로픽션입니다만, 그래도 이렇게 딱 맞아떨어지는 특기로 조사하는 타이밍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고요. 게다가 물로 조사해본 건 처음이라ㅋ 정말 기뻤습니다. 네... 젠장...ㅋㅋㅋ 기뻤네요?

신나 보이세요^^


 심지어 노래의 마소도 두 개나 발생! 캬, 이렇게 아다리가 맞는 조사는 쉽게 해볼 수 있는 게 아니라고요ㅎㅎ 저는 뿌듯했습니다. 못 써본 특기도 써봤지, 마소도 발생했지, 조사도 성공했지!*ㅁ* 기쁜 나머지 축축해진 잿더미 사이로 얼굴을 들이밀며 우악스럽게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나온 게ㅋㅋㅋ

 

막줄만 봐주세요


 네? 누가 뭐에 빙의되어 있어요?ㅋㅋㅋㅋㅋ 네? 이거... 방금 제가 조사해했는데요^^;;;; ㅋㅋㅋㅋㅋㅋㅋ심지어 물로 조사한다고 신나서 와아앙꺄아앙 ^ㅁ^)/ 하면서 뛰어다니고 있었는데욬ㅋㅋㅋㅋㅋㅋ 같이 내용을 확인한 니은님도 황당하기는 매한가지... 오자마자 연달아서 금서에 농락당하는 놈을 두 명이나 만나게 되었으니까요. 그 중 한 놈은 무려 분과회...ㅎ


 뭐, 선택받았으니 어쩔 수 없죠ㅋ 저는 이런 알피를 빼지 않고 열심히 하는 사람이랍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질투와 분노로 타오르는 섹시한 비비를 연출해보겠어! 제냐가 반할 정도로 멋진 비비를 말이야!


 ㅋ엉 안 되겠네요. 그림이 벌써 너무 웃기네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 율리님 즐거우셨죠? 단장 찾아서 허겁지겁 잿더미에 코를 들이미는 제 도베르만이 귀엽게 느껴지셨겠죠?!ㅋㅋㅋㅋㅋㅋ 율리님이 즐거우셨다면 됐습니다... 후, 단장에 빙의되는 것도 굉장히 오랜만에 되어보는 것 같고^/^)9 기왕 이렇게 된 거 즐기기로 결심했죠ㅋ 참 험난한 시나리오네요.

2-2. 제냐 코토프

 제냐는 비비의 눈에 서리기 시작한 초록색 인영을 본다. 머리가 지끈거린다. 아카데미에 언제부터 이런 멍청이들만 모여든 거지?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어도 두 녀석이나 연달아 단장에 빙의된 걸 보면 그렇게 생각하게 된다. 제냐는 비비의 두 눈을 손가락으로 찌르고 싶은 충동을 죽이며 말한다.


"내가 표절 교수 조사하러 왔지 단장에 빙의된 멍청이 둘을 찾으러 왔는 줄 아냐.....?"

 



 어쩌겠어요 이 멍충이들 제냐가 패줘야죠


 돌아보니 제냐 입장에서는 정말 황당했을 전투인데... 저도 이렇게 될 줄 몰랐으니까요ㅠ 사실 가장 황당한 사람은 제가 아닐까요(?) 물론 플레이어의 황망함 따위 제냐가 신경 써줄 이유는 없습니다. 멍청한 눈으로 무슨 일이야 3ㅁ3 하고 있는 비비를 보자니 전투력만 상승할 뿐이죠ㅋ

더는 이 멍청이와 말도 섞고 싶어하지 않는 제냐ㅎ와
갑자기 졈스러운 대사를 하며 점점 더 침식율을 높여가는 비비 (신났네)


  그런데 진지한 듯, 진지하지 않은 듯(?) 엉망진창 전투가 시작되려는 찰나, 갑자기 율리님이 여기서 지문을 넣어주시는 게 아니겠어요ㅠ

 

 이 지문이 좋았던 게...  단지 단장에 빙의된 비비의 현 상태만이 아니라, 비비의 인생 전체를 말하는 듯했거든요. 기억을 잃고 의욕을 잃은 채 세상을 살아가고 있지만, 누가 기억을 앗아간 것인지도 알지 못한 채 그저 하루하루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단순하게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단장에 중독되어 의지를 빼앗겼다고는 하나, 비비의 실제 삶이라고 해서 이것과 크게 다를까 싶었습니다. 자기 자신을 빼앗긴 채 타의에 의해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지는 구태여 마법사 같은 거창한 존재의 삶을 통해 들여다보지 않아도 알 수 있기도 하고요.

 주인공이 나였다니

 뭐, 전투는 제냐가 이겼습니다'ㅅ')v 당연하죠. 비비가 이기면 안 돼! (엉덩이 때림) 물론 싸우는 도중에는 저도 모르게 율리님의 주사위를 응원하기도 했지만(?) 제 음흉한 응원과는 관계없이 비비는 제냐에게 등짝을 두들겨 맞으며 원래대로 돌아옵니다.

 

등짝으로 끝난 걸 다행으로 생각하라고!


 동료 좋다는 게 뭐겠어요. 헛소리할 때 정신 차리라고 딱 잘라 말해주고, 이상한 짓 하려고 할 때 발차기로 막아주는 그게 동료죠. 마침 제냐가 비비를 막아줬는데, 미미가 막았어도 재미있는 그림이 나올 것 같더라고요. 그야말로 백신 작동하는 미미의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았을까ㅋ 그렇게 생각하니 이런 장면도 하나쯤 필요했던 것 같더라고요. 분과회원 하나 정도 단장에 빙의시켜보지 않은 주제에 분과회라고 하지 마(?)


 그렇게 훈훈한 동료애에 잠기기도 전, 다소 의미심장한 사실이 밝혀집니다. 마음에 빈틈이 있어 스스로 단장을 끌어들였던 펠릭스와 달리, 비비는 단장에게 노려졌다는 것입니다. 하긴, 원래 비비는 뭔가를 욕망하거나 결핍감을 느끼는 놈이 아니니까요. 그런 비비에게 단장이 빙의되었다? 뭔가 이상하긴 합니다.

 그리고 이 말인즉슨, 아직 비비를 향한 어두운 그림자가 사라지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그림자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미미를 앞세워 아스픽시아 교수의 연구실로 향합니다. 대체 뭘 숨기고 계신 건가요?

2-3. AI 미네르바

 아스픽시아 교수의 연구실은 여전히 복잡한 데이터와 사념으로 두껍게 쌓여 있었다. 미네르바는 데이터의 본질을 수색한다. 이 데이터 너머에 있을 진실을 찾아 움직인다. 자신의 자아조차 아직 완전히 찾지 못한 AI는 타인의 자아를 찾아 유영을 계속한다.



 이 바다의 끝에 도달하면 언젠가 '자신'에게 닿을 수 있을까. 그 이전에 자신이란 무엇일까. 무수히 많은 데이터를 쌓으면 지성체에 필적하는 존재가 될 수 있는 걸까. 미네르바는 더 깊은 데이터 속으로 나아간다. 유일한 빛은 호기심 뿐이다.


 전자 피노키오는 파멸의 꿈을 꾸고

 미미는 본격적으로 아스픽시아의 연구실을 조사하기 시작합니다. 미미는 비비의 손에 들린 채로 연구실을 스캔하기 시작하는데요. 이때 미미의 성장 과정에 대해서 잠시 이야기를 나눴는데 저희끼리만 나누기엔 너무나 룽한 이야기였던 관계로 정리해서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미미의 현재 상태는 AI, 정확하게는 프로그램에 가깝습니다. 스마트 폰의 한구석에 마련된 어플 같은 형태입니다. 수없이 넓은 데이터의 바다를 헤엄칠 수 있으면서도, 비비가 스마트폰을 종료하거나 앱을 멈추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한한 감옥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죠.

 

<ALTER EGO>라는 모바일 게임. 미미는 이런 형태가 아닐까?


 하지만 미미는 성장하는 중입니다. 앞에서 보셨듯 주어진 명령만 행하던 것에서 스스로 의문을 가지고 그것에 대한 답을 찾는 단계에까지 이르렀어요. 그렇다면 미미의 모습도 조금씩 변화할 것입니다. 이 게임의 척도가 되는 '대죄 심도'를 기준으로 봤을 때, 대죄 심도의 성장에 따라 미미가 조금씩 현실로 구현될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더라고요.

 앱으로 시작했으니, 그다음 모습은 홀로그램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처음에는 손이 통과되는 헛헛한 홀로그램이겠지만, 나중에는 촉각이 구현될지도 모르죠. 그다음에는? 인간이 되는 것 아닐까요? 인간이 될 때쯤에는 대죄 심도도 상당히 높아져 있을 텐데, 그때 미미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대죄 심도가 5가 되는 순간, 모든 기계성을 상실하고 진정한 인간이 될 미미. 대죄 심도가 5단계에 이르면 마법사는 어떤 형태로든 파멸합니다. 그리고 미미의 파멸은 '인간'이 되는 것이고요. 보통 인간이 아닌 것에서, 인간이 되어가는 것을 해피 엔딩의 루트로 이야기와 달리 미미는 인간이 되면서 파멸하게 됩니다. 정말 너무 룽하지 않냐고요.

 

 마침내, 겨우, 인간이 된 순간 파멸을 맞이하는 전자 피노키오의 이야기라니... 사실 저는 캠페인 마지막에 살 수 있는 PC는 살았으면 하는데, 미미의 경우에는 미안하게도 그 마지막을 보고 싶기도 해요ㅠ 인간이 되어 파멸하는 순간, 미미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 너무 궁금합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플레이어로서의 생각이고, 비비는 절대 미미가 파멸하는 걸 원하지 않을 것 같아서 마지막 화쯤 가면 저와 비비 사이에도 많은 갈등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우리, 미미 어떻게 되는 걸까요.
 
 수상한 실루엣

 뭐, 미미의 미래는 조금 나중의 이야기로 두자고요! 그보다 미미의 조사로 무서운 사실이 몇 가지 밝혀집니다. 우선 첫 번째는, 그나마 예측할 수 있었던(?) 아스픽시아의 금서 중독 소식이었는데요. (제냐: 아놔) 아카데미 안에서 세 명이나 금서에게 농락당하다니 슬슬 이거 내부인의 소행이 아닌가 싶어지죠.

 

 그리고 마침 지금까지 숨어 있던 인물인 마법사 S의 존재가 급부상합니다. 아스픽시아 교수의 연구실에서 발견된 편지도, 회중시계도 모두 마법사 S의 것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게 되죠. 그리고 플레이어들은 눈치챕니다. 이 녀석이 도입부터 이야기의 뒷면에 숨어있었던, 어쩌면 이 이야기의 흑막일지도 모르는 바로 그 녀석이라는 것을요.


 아니 근데...? 실루엣만 봐도 이 녀석 너무 잘생긴 거예요ㅋ 저 헤어스타일이나 턱선만 봐도 나이 많은 추인은 절대 아닐 것 같잖아요(!) 하지만 아스픽시아의 제자라고 했으니 저희와 비슷한 또래의 마법사일 거라고는 생각했습니다. 얼추 2사이클이 끝나기도 했으니 이제 진짜 흑막과 마주할 차례가 된 거겠죠?


 그런데... 이상하게 율리님이 너무 즐거워 하시더군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 이게 그럴 이유가 있었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근데 두 분은 왜 같이 웃고 계시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설마 저만 눈치 못챘던 건 아니겠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라고 해! 아니라고 하세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3사이클 : 오랜만이야, 나의 사막아

3-1. AI 미네르바

 미네르바는 아스픽시아를 추적한다. 정교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완벽한 결론을 내린 이상, 망설일 이유는 없다. 아스픽시아를 찾아서 단장을 뜯어낸다. 뜯어낸 단장은 숫자와 텍스트로 쪼개져 먹기 좋은 형태로 배열될 것이다. 미네르바는 작은 입을 벌려 그것들을 입안으로 쏟아붓는다.

잘 먹겠습니다, 교수님.


 이게 왠 고스트 메신저냐

 미미가 아직 전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3사이클의 1씬은 미미가 아스픽시아를 치기로 합니다. 미미를 이용해 윙윙 조사를 하면서 아스픽시아를 찾아가는데요... 어 혹시 고스트 메신저 아시는 분 계신가요ㅋ 한국 오타쿠라면 한 번쯤 보거나 들어보거나 했을 것 같은데ㅠㅋㅋㅋ 이게 딱 고스트 메신저 같은 장면이더라고요!

 

그냥 얘기 나온 김에 짤 좀 올려볼게요 (틈새 영업)


 제가 워낙 좋아하는 작품이다 보니ㅠ (후속 왜 안 나와 엉엉) 갑자기 세션 중에 고스트 메신저 이야기가 나와서 반가웠습니다ㅎㅎ 그래서 생각난 김에 작품 영업도 할 겸 같이 들고 와봤네요(?) 저승사자와 연결된 핸드폰을 이용해 지상의 불쌍한 원혼들을 저승으로 돌려보낸다는 애니메이션인데 당시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 완구 판매를 위해(?) 핸드폰이라는 요소로 저연령층을 함께 노린 듯한 작품입니다만, 실제 작품은 오타쿠물 그 자체여요.


 미미가 핸드폰으로 등장한 순간부터 고스트 메신저를 떠올렸어야 했는데ㅋ 제가 한발 늦었습니다ㅋㅋㅋ 아무튼, 갑자기 호롱불이 돌아다니기 시작한 스펠바운드로 아스픽시아를 초대하기에 이르는데 말입니다... 고스트 메신저의 핸드폰은 상대를 저승으로 돌려보내 주기 위해 사용되지만, 미미는 다릅니다.


 미미에게 상대는 집어삼켜야 할 지식의 대상일 뿐입니다. 상대가 누구든, 그들의 사정이 무엇이든 그저 집어삼켜야 할 대상으로만 보는 부분이 싸늘해서 좋아요.

 너의 행운을 먹고 싶어

 아스픽시아는 소녀소환으로, 미네르바는 기생충으로 물고 뜯고 싸웠는데요. 어후, 이게 아주 네크로니카 같고 좋더라고요. 죄... 죄송...(..)  미미는 이전 세션에서도 주사위가 날아다녔었는데 이번에도 놀라운 주사위를 여럿 뽑았습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단장 <광휘>가 날린 주포 공격을 막은 거였어요. 심지어 숫자도 무려 9였답니다.

 하지만 우리의 단장은 미미를 그냥 보낼 수 없었어요ㅋ 연거푸 두번의 행운을 먹여 리롤을 시키는데요^^ 이걸... 전부 9로 막아내더라고요...ㅋㅋㅋ 미... 미미야... 너무 무섭다... 3번 연속 9라니... 지난번 제냐의 666에 이은 미미의 999냐구요ㅠ0ㅠ 꿰엑 겁쟁이 살려!! (도망)


 0과 1로 이루어진 미미의 세계에서 9는 10에 도달하지 못한 버그일 뿐입니다. 단장 <광휘>의 전원을 꺼버린 뒤, 미미는 행운까지 가져옵니다. 단장전 이후에 마법 뜯어오는 장면들을 지금까지는 별생각 없이 보고 있었는데, 미미가 행운을 뜯어오니까 왠지... 앞서 말했던 맥락에 이어서 정말 상대의 존재 값을 뜯어먹는 느낌이라 룽하고 좋았습니다. 우리에게도 행운이 생겼다는 기쁨도 물론 있었고요ㅋ

이 드립을 안 칠 수가 없었어요

 

3-2. 비비 사하라


 아스픽시아는 미미에 의해 해체되었다. 그녀가 품고 있었던 야망, 경이, 애정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한데 묶은 질투가 분해되고 해체되어 텍스트는 숫자로 변환되었다. 100이 되고 싶었으나, 1이 모자라 99가 되어 1도 0도 아니게 된 그녀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S로 도배되었어야 했던 그녀의 성적표는 A부터 F까지의 평균적인 인간을 상징하는 잡다한 글자로 도배되었다.

 그리고 그녀가 사라진 자리에, S가 남았다.

 아스픽시아의 제자. 교수인 그녀가 논문을 표절할 정도로 뛰어났던 마법사. 소멸하는 순간까지 아스픽시아를 걱정했던 지금은 없는 마법사. 네 억울함이 이 사건을 부른 것일까. 같은 학생의 입장으로서, 비비는 애틋하게 S가 남긴 흔적을 쓰다듬었다.

 그러자 그것은 이빨을 드러내고 비비의 두 손가락을 물어뜯었다.

 


 이 게 뭐 야


  미미가 아스픽시아를 물리친 뒤, 저희는 마지막으로 등장한 핸드아웃인 S를 조사하기로 했습니다. 암만 봐도 흑막이거든요. 금서가 있다면 여기라고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비비가 조사한 뒤, 제냐가 뒤를 이어서 녀석을 치면 깔끔하게 클리어하겠거니 싶었어요. 그런게 비비가 S의 핸드아웃을 뒤집으려는 순간, 갑자기 마스터 씬이 등장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마스터 씬을 통해 묘사된 것은, 아스픽시아를 향한 S의 절절한 심정이었습니다. 그녀의 제자로서 그녀를 사모했지만, 마법사이자 학자로서의 드높은 명예 외에는 텅 빈 껍데기나 마찬가지였던 그녀를 위해 희생하고자 했던 S의 절절한 애담이 젛겨 있었습니다. 사건이 전말을 이렇습니다.


 

 아스픽시아의 그녀의 제자였던 S. S는 아스픽시아를 사모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스픽시아는 자신보다 뛰어난 마법사인 S를 질투하고 있었습니다.

 필요하다면 S를 죽이고 연구물을 탈취하겠다고 마음먹을 정도로요.

 

 S는 아스픽시아의 살의를 눈치채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자신의 사랑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그것은 오히려 S의 사랑에 불을 지폈습니다.

 S는 자신의 논문을 아스픽시아의 명의로 돌려두기로 합니다.
혹시라도 아스픽시아가 자수할까 봐 그녀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편지까지 써둔 채 말이죠.

 언젠가 금서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올 것을 약속하면서요.



 아스픽시아가 S를 질투한 것 못지않게, 아니 그 이상으로 S는 아스픽시아에게 집착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자신의 연구를 아스픽시아에게 넘기고, 그녀에게 살해당하고, 그녀가 자수하기조차 어렵게끔 편지를 써둘 정도의 집착입니다. 자기 자신을 내던져서라도 아스픽시아의 삶에 헌신하겠다는 이 사랑은, 이미 사랑이 아닌 집착이라고 해야겠죠.

 그리고 마침내 베일 속에 가려져 있던 S의 모습이 등장합니다.

 

...?

 엉... 뭔가 이상한데ㅋ....?....ㅋ.... 잠깐만... 뒤적뒤적... 

...

 아니 이보세요ㅋ 아니??? 


 ㅎ


 진짜? 마지데?????? 왜요? 아니바니 그러니까 얼굴이 닮은 건 그렇다칩시? 갑자기요? 여기서요? 어째서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제가 여기서 온갖 생각을 다 했는데요... 정말 무슨 생각을 했냐면ㅋㅋㅋㅋㅋ

 1. 사실 S는 비비이다. S였던 시절의 기억이 날아간 것이 현재의 비비이다.
 2. 어쩌면 아스픽시아 교수는 비비를 살해한 게 아니라, S였던 시절의 기억을 지운 것인지도 모른다.
 3. S가 금서가 되어 이번 일을 버렸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번 일의 범인은 바로...

 

질문
답변
누가 쓴 유서인가? 비비 사하라 (S)
그는 왜 교수에게 자수를 종용하는가? 교수의 자존심을 자극해 자수를 막기 위해서
교수의 연구실에 있다던 괴물의 정체는 무엇인가? 비비를 향한 아스픽시아의 질투
그는 무슨 이유로 괴물을 만들었는가? 비비가 아닌 아스픽시아가 자초한 것
HAPPY END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비비 사하라 (S)의 소멸...

 

 진짜로???????????????


 클라이맥스 페이즈


오랜만이야, 비비. 날 잊었을까?
그렇게 죽고 싶어 하더니 결국 너는 살고 나는 죽었구나.
하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네가 그토록 원하는 안식을 네게 줄게.
지금이라도 나에게 그 삶을 줘, 비비.
너는 삶을 살아가기엔,
너무 게을러.


 실시간으로 엮어가는 이야기의 타래

 S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대혼란의 시대(비비 한정)를 맞이한 가운데, 마지막 3-3씬은 리롤권으로 바꾸는 것으로 처리하고 클라이맥스에 가기로 합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S와 대화를 시작하는데요. 와... 여기가 정말, 정말 짜릿했습니다. S와 비비의 관계가 무엇인지 확정하지 않은 상태로 서로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실시간으로 과거를 엮어나갔거든요.


 정해진 이야기를 하나씩 까발리는 것도 재미있지만, 모든 것이 무정형인 상태로 둥둥 떠다니는 상황에서 서로의 대사를 낚싯바늘처럼 던져 괜찮아 보이는 것들을 끄집어내 디테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너무 흥미진진했어요. 어느 정도 상황을 상정한 후에 이야기를 만드는 건 여러 번 해봤지만, 이렇게까지 서로가 서로에 대해 0에 가까운 정보 값을 가지고 진행한 건 처음이었거든요. 그 모든 이야기에 함께 호흡하면서 거리를 맞춰주신 율님...ㅠㅠ

이 대화가 하나도 상의된 바가 없는 스크립트였다니

 
 어떤 사연인지는 몰라도 과거에 함께 했던 S와 비비. 힘든 시간을 함께 보내는 와중에도 비비는 죽음을 바랐던 반면, S는 살기 위해서 몸부림을 쳤습니다. 그리고 일련의 시간이 지나 다시 만난 둘은 정반대의 삶을 살고 있었죠. 그러니 S는 비비에게 요구합니다. 서로의 삶을 바꾸자고요. S는 비비 대신 다시 세상에 발을 딛게 되고, 비비는 비누 거품처럼 사라지는 것입니다.

 

 언뜻 생각해보면 전형적인 악역의 유혹 대사인데요... 이게 그렇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게, 비비가 소멸을 꿈꾸는 마법사이기도 하거니와 대죄의 속성인 나태를 생각하면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더라고요. 거절하려면 너무 많은 설명과 개연성이 필요한 상황이라서요... 정말 신기했습니다.

 그리고 시작된 철저한 고민의 시간ㅎ PC적으로는 S의 편에 서야 할 것 같은데, PL적으로는 다른 두 분께 죄송해서 그럴 수가 없었어요. 다른 모 갓세션에서도 이런 비슷한 전개였는데, 그때 정말 짜릿했던 경험이 있어서 두 분만 괜찮으시면 다시 한번 시도해보고 싶었거든요... 에? 무엇을?

 

 비비가 금서 편에 서는 거죠ㅎ 집단전이 되었든 금서의 원호를 하든 에너미의 편에 서는 전개를 하고 싶었어요. 물론 니은님이랑 상실님이 어렵다고 하시면 비비를 두들겨 패서라도 + 다른 기억을 떠올리게 해서라도 전개를 틀 생각이었고요.



 그래서 두 분께 선택지를 드린 뒤, 두 분의 선택에 철저히 따르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이 두분... 마기로기 고인물이자 프로 티알러로서(?) 이 황당한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여 주셔서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ㅠ_ㅠ 결국 클라이맥스는 2:2전으로 진행하기로 했어요. 와... 마기로기하면서 이건 또 처음 해보는 경험이라 완전 흥분했었네요. (땀)

덕분에 이런 짜릿한 대사도 해보고 말입니다


 그리고 클맥을 진행하는 동안, 저는 비비와 S의 관계가 무엇일지 고민해보기로 했습니다. (골똘) 빈칸이 생겼으니 채워야죠! 더군다나 이렇게 멋진 빈칸이라면 가능한 완벽하게 채우고 싶어져요. 가능한 룽~ 하고 재미있는 관계를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앜ㅋㅋㅋㅋ

 

 세계 앞에 홀로 선 고고한 영혼

 

 비비의 기행 탓에 2:2 전투가 확정된 가운데, 제냐는 멍청한 비비를 두들겨 패줄 생각을 하기 시작합니다. 이때 제냐의 마법전 선언이 멋있었어요. 저만 볼 수 없었습니다...

 


 이 대사... 개인적으로 제냐이기 때문에 멋있는 대사였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묘비의 이름은> 후기에서도 잠깐 얘기했던 거지만, 제냐는 이 세계 자체를 질투하고 있는 괴물이잖아요. 자신만 사랑받을 수 없는, 자신만 추악한 세계의 부조리를 질투하고 있다는 점에서 스케일이 다릅니다. 사랑싸움이야 지나가면 사라질 것이지만, 제냐는 투사처럼 세계와 맞서 싸우고 있는 중이니까요. 제냐의 질투는 자신의 본질을 확보하기 위한 성전인 셈입니다.

 그런 제냐가 보기에 아스픽시아의 질투, 그리고 그런 그녀에게 집착하여 목숨을 희생했던 S의 집착은 우스꽝스러운 단막극에 불과할 거예요. 열 받는 건 이런 어이없는 싸움에 분과회원(심지어 분과회장인) 비비가 말려 들어 갔다는 거겠죠. 그런 점에서 제냐의 저 대사는 진짜로 저희를 비웃는 것 같아서 좋았어요.

 

ㄲ꿻;;


 (아니 이 대사 완전 좋은데...?;;) 아, 아무튼 S도 만만치 않은 놈입니다. S는 제냐의 경멸을 그녀가 무지한 탓이라고 해요. 그리고 실제로 틀린 말도 아닌 게, 정말로 비비는 소멸하고 싶어 하긴 하니까요. 물론 제냐는 S의 가스라이팅에 쉽게 넘어가지 않습니다.


 비비가 무슨 생각을 하든 말든, 제냐에겐 가소로워 보인다 이거예요. 제냐는 자신의 관점에서 벗어나지 않는데 이런 대사에서 제냐의 도도함이 느껴져서 좋습니다. 사실 전 제냐가 세상을 향해 질투하고 있다고는 하나, 자존감은 굉장히 높은 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세계의 부조리에 저항할 수 있는 것도 그만한 힘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 부조리에 주저 앉아 버릴 뿐이니까요.


 1화에서는 제냐가 언제 정상성으로부터 일탈할지 모르는 무시무시한 존재라고 해석했었는데, 2화에서 이 대사들을 보고 있자니, 끊임없이 일탈을 요구하는 세계에 저항해 자신만의 정상성을 지키려는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쩌면 제냐는 대죄 심도가 최대치에 이르러도 망가지지 않을지도 모르겠어요.

 오히려 저희 셋 중에서 해피 엔딩을 맞이할 가능성이 제일 높다는 생각도 들어요. 세계에 저항하며 죄를 짓는 그 행위 자체가, 제냐에게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행위이고, 이 세상에서 자신의 존재를 당당히 드러내고자 하는 행위니까요.


 그렇다면 제냐는 세계를 희롱하는 괴물이 아닐까 싶어요.

 종료해도 꺼지지 않는 AI

 전투에 나서는 것은 제냐만이 아닙니다. 미미도 금서를 회수하기 위한 전투에 나섭니다. 사실상 원소유자인 비비가 그의 소유권을 포기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미미는 앱을 종료하지 않은 채 싸움을 진행해요. 여전히 미미가 자아 없는 AI인 상태였다면 비비가 소유권을 포기한 순간 그 역시 로그오프해야했겠지만요.

 

 

 즉, 여기서 싸움을 이어가는 건 미미의 입장에서도 오류 상황인 셈입니다. 사용자가 종료를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동작하는 AI를 오류라고 할 수밖에요. 하지만 미미는 바로 그 오류가 본질인 존재입니다. 미미의 업그레이드는 스펙의 변화가 아닌 바로 이 오류의 누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쌓여가는 오류 속에서 성장하는 미미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대죄 심도는 높아지고 나락으로 떨어져 가기 딱 좋은 이 캠페인에서, 오류를 데이터로 삼아 성장해 마침내 인간의 모습으로 구현된다는 미미의 설정은 <SeveN> 캠페인의 핵심 그 자체라고 생각해요. 대죄 심도가 극에 달해 이후 미미가 어떤 모습이 되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지만, 미미의 선택에 따라 캠페인 전체의 방향성이 정해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문득 들었습니다.

 제냐가 세계와 맞서 싸우는 투사로서 <SeveN>의 안티테제로 성장한다면
 미미는 세계의 부조리에 발맞춰 <SeveN>의 정체성으로 자리매김할 것 같거든요.

 물론 현재까지의 추측일 뿐이고, 이후 전개에 따라서 이 둘이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잘 모르겠는 부분이 이 캠페인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그럼 비비는 향후 어떤 포지션으로 성장하게 될까요?

 


 
기왕 이렇게 된 거 이겨야 하지 않나? 아니요 뭔 소리야


 줄을 잘못 섰다는 게 과언이 아닌 게 정말^^ 전투 양상이 웃기게 돌아갔거든요ㅋ 믿고 있던 금서가 미미에게 죽도록 얻어맞아서 체력이 금세 반 토막이 나버린 거 아니겠어요? 일단 초조한 마음에 긴급 소환을 시도했습니다. 저라도 살아야죠ㅋ 하지만 쿨하게 실패하더군요^^

 

 ㅋ... 하지만 신에게는 탄생(대죄 효과 : 1회 리롤)이 남아있습니다! 마침 딱 대죄를 쓰기에도 좋은 타이밍이라서 탄생 효과로 긴급 소환을 리롤했습니다. 결과는 실패였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네... 줄을 잘못 서도 단단히 잘못 선 거죠^^ 그래도 저는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비비의 설정상 가장 개연성 있는 선택을 했고, 다른 두 분이 받아주셨고, 덕분에 전에 못 해 본 전투를 할 수 있었으니까요. 설령 패배한다고 해도 만족입니다.

 

 
 너한테만은 듣고 싶지 않았어!!ㅋㅋㅋㅋㅋ (S 노려봄)

 

 줄을 잘못 선 비비의 최후

 

 씁... 뭐, 어쩔 수 없죠ㅎ 애초에 저는 이길 생각도 아니었다고요! 만약 금서가 패배하면 직후에 패배 선언을 할 생각이었고, 이후의 전개는 제냐와 미미에게 전부 맡길 생각이었어요. 정말로 끝까지 싸워서 여기서 시트를 찢는(!) 방법도 있긴 했지만 이제 딱 두 번 만났을 뿐인데... 앞으로도 갈 길이 많은데...ㅠ 그리고 뭣보다 아직 S와의 서사를 완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적어도 에필로그까지는 가야겠다고 다짐하고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미미에게 막타를 받은 금서가 무너지고 맙니다... 인데, 미미가 이런 사례를 계속 기록하면서 성장하고 있는 게 조금 의미심장해요. 오류를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긴 하지만, 이런 데이터가 미미에게 좋게 작용할까? 하는 불안감도 좀 들고요ㅠ 자꾸 저희 데이터를 학습한다고 하니 괜히 저희의 대사 하나 행동 하나가 먼 훗날 미미에게 영향을 줄 것 같아서 불안한 느낌(!) 물론 좋은 의미의 불안함입니다. 미미는 흑화해도 백화해도 재미있을 거예요.


 예정대로 비비는 패배 선언을 합니다. 금서는 비비가 이길 생각이 없다는 것에 절망해서 그의 이름을 부르고요. 하지만...

 

 비비가 바라던 것은 소멸, 그 소멸을 이루어줄 존재였던 S. 그러나 지금은 마법사에게 패배한 나약한 금서일 뿐입니다. 그런 금서 따위가 비비의 소원을 들어줄 수 있을 리가 없죠. 비비는 돌아섭니다. 미련 없이, 깨끗하게.

 

 자, 그리고 금서는 무사히 회수되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아니죠. 본편은 지금부터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너는 누구냐는 거예요, 미스터 S.

 

 오아시스를 찾아낸 날

 

 그리고... 저는 비비의 몸뚱어리를 빌려서 절찬 날조를 시작합니다. 어... 해도 된다고 하셔서(?) 저도 그냥 막 생각나는 대로 던졌는데 그 어떤 변화구도 다 받아주시더라고요ㅠ 율리님 사랑뿐... 이 사랑의 기록은 남겨야겠습니다. (침착) 우선 S의 정체를 규정하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제가 생각한 서사는 이러했습니다.


 

과거 사하라 사막에서 용병으로 활동하던 시절
비비에게는 라비라는 쌍둥이 형제가 있었습니다.

사하라 869부대라는 곳에서 함께 싸웠던 둘은
전멸한 부대를 뒤로한 채 생존을 위해 도망치고 있었어요.

 그러나 아무리 걸어도 오아시스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갈등이 극에 달한 나머지 비비는 자살했고

 라비는 혼자 남겨지게 되었습니다.



 이후 비비는 용병 시절의 기억을 잃은 채 마법사로 다시 태어났고, 장장 2천 년에 가까운 세월을 무력하게 살아온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눈앞에 있는 S는 그때의 그 라비가 남긴 분신 중 하나였던 것이고요.

 

 현재 라비가 살아있는지, 살아있다면 어떤 모습인지는 아직 모릅니다. 라비에 대해서는 세션을 진행하면서 좀 더 이야기를 만들어 보고 싶어서 일부러 공백을 두었어요. 지금 눈앞에 나타난 S를 라비 본인이 아닌 라비의 분신이라고 한 것 또한 그런 이유였고요. 하지만 기껏 율리님이 포트레이트까지 저렇게 그려주셨는데 여기서 바이바이할 수는 없잖아요;;

 

 그렇다면 라비는 왜 그의 분신은 비비에게 보낸 것일까요? 이것에 대해서도 절찬 날조를 시작했습니다.

 

 

 분노? 무엇에 대한 분노일까요? 무책임하게 떠나버린 비비에 대한 분노일까요? 그보다는 좀 더 깊은 것이기를 바랐습니다. 좀 더 복잡하고 미묘한 문제이길 바랐어요.

 

 

 비비는 자살 직전, 라비와 어떤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라비에게 어떤 말을 남겼습니다. 바로 그 말이, 라비가 이 오랜 시간에 걸쳐 비비를 뒤쫓고 그를 죽이고자 하는 의지로 불타게 된 이유였지요. 무슨 말이었을까요? 이에 대해서 비비는 S에게 그 답을 알려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S는 흩어져 사라질 분신일 뿐이니까요.

 

 

 사라지기 전, S는 마지막 분노를 폭발시킵니다. 적어도 이 S는 자기가 진짜 라비 사하라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차라리 흉내를 내고 있다고 본인도 생각했다면 이렇게까지 비비의 거부에 상처를 받은 듯한 뉘앙스를 풍기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그리고 그렇다고 생각하니 라비 사하라가 정말 위험한 인물처럼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S가 쓰고 버려질 분신이라지만, 그렇다면 S에게 자신의 연기를 시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을 텐데, 정말로 자신을 라비 사하라라고 믿게 만든 거니까요. 여기엔 단순한 목적 이상의 악의가 느껴집니다. 라비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상상도 안 돼요.

 

 

 비비는 S의 너머에 있는 라비의 악의를 꿰뚫어 봅니다. 그리고 언젠가 그와 다시 만날 날을 기립니다. 아마 그날이 비비가 소멸하는 날이겠죠. 캠페인 도중에 라비와 조우하는 일이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비비의 끝에서 기다리는 건 라비가 될 거예요. 왜냐하면 비비는 책임이 있거든요.

 

 질투의 달인이 말씀하시길

 

 싸움이 끝난 뒤, 비비는 제냐와 미미에게 사과를 합니다. 그럴 수밖에요. 넌 감옥 가야 돼, 인마; 공적점도 없어! (철썩) 그리고 동시에 제냐에게 묻습니다.

 

 

 비비가 제냐에게 이 질문을 한 것은, 역시 혼란스러웠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말로는 금서를 매정하게 떼어내긴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동요가 있었던 거죠. 라비에 대한 기억이 살아나면서 앞으로의 일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라비는 비비를 죽이기 위해서 그 오랜 시간을 버텨왔습니다. 그렇다면 역시 라비는 내가 죽기를 바라는 게 아닐까 하고요. 그 질문을 돌려서 물어본 것입니다.

 

 

 그것에 대해 제냐는 대답할 수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애초에 제냐의 질투와 라비의 질투는 종류가 전혀 다르니까요. 누군가를 죽이기 위한 질투와,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한 질투 사이에는 근엄한 차이가 있습니다. 제냐는 자신의 질투를 진화의 근원이라고 해요. 아마 제냐는 이 질투라는 번뇌를 극복하는 순간 전혀 새로운 존재로 변모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라비는 달라요. 라비는 비비를 죽이는 순간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됩니다. 그 순간 라비 또한 사라져 버릴지도 모르죠.

 

 진화를 위한 질투와, 파멸을 위한 질투. 같은 종류의 질투라도 그것이 어떤 방향을 향하느냐에 따라서 전혀 다른 재질을 갖춘 감정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역시 감정의 핵심을 결정하는 것은 시작이 아닌 끝인 것 같아요. 모든 감정은 자의와 상관없이 생겨나지만, 그것을 어떤 형태로 매듭지을 것인지는 의지의 영역이니까요.

 

 그런 점에서 개인적으로 제냐는 1화와 2화 사이에서 가장 인식의 변화가 컸던 PC에요. 1화에서는 어디로 화살을 쏠지 몰라 불안해 보였던 그녀가, 2화에서는 정확하게 한 자루의 칼을 쥔 채 목표를 노려보고 있는 무사처럼 느껴지기 시작했거든요. 3화의 제냐는 또 어떤 모습일지 기대되네요.

 

 

 그리고 비비는 이것을 기억하기로 합니다. 제냐의 말을 기억한다는 건 무슨 뜻일까요? 아마 자신을 죽이고, 그 자신 또한 이윽고 소멸할 가련한 동생을 위해, 그들이 걸어온 것과는 다른 길을 선택할 여지가 생겼다는 걸 말해주려는 것일까요... 사실 거기까진 아직 모르겠습니다. 아직 비비는 혼란스러울 따름이에요. 비비야말로 대죄 심도의 상승에 따라서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겠는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플레이어인 제가 혼란스러울 정도이 좀 더 지켜봐야겠죠. 지금은 이 카오스를 즐기렵니다.

 

빈말이 아니라 정말 고생했어 제냐야... (물론 미미도ㅠ)

 


엔딩 페이즈


 그 후, 금서 <마르지 않는 광휘의 그릇>은 회수되었고 아스픽시아는 감옥에 투옥되었다. 금서의 편에 붙으려고 했던 비비 사하라 또한 달의 뒤편으로 잠시 모습을 감추게 되었다. 그나마 마지막에 금서를 거부했으니 망정이지, 끝까지 전투를 강행했다면 그는 지금 달의 뒤편이 아닌 환혹관에 있을 것이다.

 아스픽시아가 자리를 비운 동안, 미네르바는 그녀의 빈 자리를 채웠다. 아스픽시아의 교육 자료를 읽고 응용해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수업을 제공했다. 간만에 교육용 AI 다운 업무를 맡아 분전하고 있었다.

 제냐의 공적은 <철혈> 베르홀트의 귀에까지 전해졌다. 이제 막 엽귀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신입으로서 그녀가 거둔 성과는 범상치 않은 것이었다. 세 명의 금서 중독자를 상대하고, 논문 표절 사건의 진위를 밝히고, 금서까지 깨끗하게 회수했으니 그녀 혼자 세 분과회의 일을 한 셈이다. 칭찬을 받으려고 한 일은 아니었기에 애초에 칭찬받는 것에 익숙한 성격도 아니었기에 제냐는 조용히 일을 뒷켠으로 묻어 두었다.

 한편, 비비는 차가운 감옥의 구석에서 꿈을 꾼다. 먼 옛날, 오아시스를 찾아 사막을 건너던 시절의 꿈이다. 몸도 마음도 아직 어린아이였던 라비와 비비는 그 어둠 속을 헤매고 있었다. 어둠이 서로의 마음을 좀먹는 가운데, 비비는 최후를 선택했다.

 그 최후의 순간, 그걸 보지 않았더라면.


 비극은 언제나 한발 늦게 쏜 탄환

 엔딩 페이즈에서는 모든 일이 마무리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렇게 비비는 잠깐 동안의 감옥 생활을 거치고, 다시 야금야금 떠오르기 시작한 기억 속에서 자신의 죄의 근원을 찾아가게 되겠죠. 긴 이야기가 되겠거니..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율리님이 회상 씬을 열어주시는 거예요. 심지어... 비비가 라비 앞에서 자살했던, 바로 그날의 회상 씬을!

 

아니 율리 선생님 저 아직 마음의 준ㅂㅣ ㄱㅏ


 아니야 그런 게 왜 필요해! 지르면 돼! 여긴 지르면 해결되는 곳이야(?!) 침착하게 마음을 가다듬고 비비와 함께 1980년 전의 메마른 사하라 사막으로 넘어갔습니다. 메마른 땅은 모래 먼지로 끊임없이 지형을 바꾸고, 태양은 남아 있는 수분마저 모두 앗아갑니다. 땀, 눈물, 체액... 이윽고 슬픔에 어린 물기마저 사라집니다.


 

 그날, 먼저 포기를 선언한 것은 라비였습니다.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오아시스를 찾아 움직이는 건 이제 그만두자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비비는 걸음을 강행했습니다. 살기 위해서 였을까요?

 

 

 비비는 그렇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라비는 알고 있었습니다.

 

 화풀이라면 무엇을 화풀이하고 있는 걸까요? 여기에도 여러 가지 이야기가 붙을 수 있을 겁니다. 동생인 라비를 지키기 위해서 같은 부대의 친구들을 두고 도망쳐야 했다든가. 살고 싶지 않았는데도 라비를 위해서 지금까지 억지로 살아왔다든가. 어떤 이유든 그것은 라비와 관계가 있겠죠.

 

 아무튼, 비비는 깨닫습니다. 이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을요. 라비는 더 이상 비비의 화풀이 대상이 되지 않겠노라 선언합니다. 그렇게 내가 밉다면 함께 죽자고. 더 이상 나 때문에 억지로 살지 말라고요. 그러나 비비의 분노는 이 정도로 해결될 것이 아니었나 봅니다. 비비는 마지막 순간까지, 라비에게 분풀이를 합니다.

 

 

 아니, 무슨 일이 있어도 널 살릴 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널 살리고, 널 불행하게 만들 거야. 그렇게 말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자살이라고 하지만, 사실 비비가 죽인 것은 자신이 아닌 라비였던 셈이에요. 그렇게 비비는 자신의 목적 ㅡ 라비에게 고통스러운 삶을 안겨준 채 유유히 숨을 거둡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비비는 보았습니다.  자신의 입천장에 총알을 박아올린 순간, 모래 바닥에 온몸이 처박힌 순간, 비비의 복수가 성공한 바로 그 순간.

 

 

.

.

.

.

.

.

 

 

 

 그들이 그토록 찾아 헤맸던 오아시스가 바로 눈앞에 있는 것을요.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그 광경을 본 비비는 외쳤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비비가 라비에게 남긴 마지막 말이었습니다.

 

 

.

.

.

 

 

 

 격동하는 이야기

 

 후기가 또... 이렇게 길어지고 말았군요 (허름) 가능한 한 효율적인 구성으로 만들어본 건데 왜 또 이런 일이~!ㅠ0ㅠ... 후기의 길이가 갓세션의 수준과 비례하는 건 절대 아닙니다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지면 그만큼 후기도 길어지는 것 같아요. 휴... 이게 제때 전달할 수 있나ㅋ 초안 길이 보니 일단 포기해두고... (은은)

 

 여튼, 2화부터 이렇게 서사 폭격을 받을 줄 몰랐던 저는 정말 너무너무 즐거웠습니다. 일부러 설정을 뻥뻥 뚫어둔 것이 이렇게 유효타로 들어올 줄 몰랐어서 더 즐겁기도 했고요. 게다가 이번 세션은 서로 무정형인 상태로 함께 대화를 나누며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구성이 되어서 정말 즐거웠습니다. 이렇게까지 세션 중에 뭔가를 쉐낏쉐낏 만들어본 건 처음인 것 같아요ㅎㅎ 받아주신 율리님과, 긴 이야기를 옆에서 지켜봐 주신 니은님, 상실님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D

 

 아직 이 이야기는 4화나 남아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편 단위로 PC들이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진화하고 있는 게 느껴져요. 이 정도로 편당 변화가 크게 느껴지는 캠페인도 처음인지라 뒤로 가면 어떤 카오스가 펼쳐질지 상상도 안 됩니다. 아마 제가 지금 이 후기에서 추측하고 생각해둔 것들은 하나도 안 맞을 것 같다는 생각도 좀 들고요ㅎㅎ 예상을 벗어나는 이야기는 항상 즐거운 법이니만큼 6화에서 저희가 어떤 표정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하게 될지 정말 정말 기대하고 있습니다.

 

 저희들은 순조롭게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중이겠죠? <SeveN> 캠페인의 두 번째 다리를 이렇게 불살라 봅니다. 돌아갈 곳은 없고, 나아가야 할 네 개의 다리만 있네요. 일방통행으로 범죄자의 순례길을 걷고 있는 저희 네 명에게 텍스트 너머로나마 응원을 건네봅니다. :)

 

 함께 추락 중인 세분께

 

 율리피쉬님 : 후기가... 많이 길죠?^^;;; 죄송합니다ㅠ 이 습관 고쳐야 하는데...(허름) 하지만 율리님 후기 워낙 재미있게 꼼꼼히 읽어주셔서 더 열심히 쓰고 싶어져요. 글쟁이란 그런 생물 아니겠습니까?ㅎㅎ 이번 후기도 온 힘을 다해서 썼는데 세션 도중에 느꼈던 감탄과 경악과 감동ㅋ이 모두 샌드위치처럼 잘 포개져서 율리님 입에 쏙 들어갔으면 좋겠다~ 그런 바람뿐입니다ㅋㅋ <SeveN> 캠페인 자체가 워낙 독특한 캠페인이다 보니, 시작할 때부터 기대하긴 했는데 막상 본편 들어오니 이 정도일 줄 몰라서 좋은 의미로 부들부들 떨고 있습니다^ㅅ^)9 1화 못지않게 율리님의 사랑과 정성이 느껴지는 개변도 후기 쓰는 내내 구절구절마다 느낄 수 있었고요ㅠ_ㅠ 이 은혜에 정말 어찌 보답해야 할지... 그래도 글재주가 있어 다행입니다. 드릴 건 후기뿐이지만 캠페인 마지막까지 누락되는 일 없이 꼭꼭 안겨드릴 거니까요! 후, 남은 이야기들도, 그리고 그 이야기에 함께해주실 율리님과의 이야기도 무척 기대됩니다/ㅅ// 제 2021년의 중반기를 <SeveN> 캠페인과 함께 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3화 후기에서 또 뵙자구요:D

 

 니은님 : 존경하는존경하는... 니은니은님님... 이번에도 고생 많으셨습니다ㅎㅎ 비비가 멋대로 이탈(!)하는 바람에 전투적으로도 더 많은 부담을 지게 되셨는데, 쿨하게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ㅠ_ㅠ 제가 이 에피소드를 즐길 수 있었던 건 니은님과 상실님이 이 전개를 지지해주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시 믿티늰(믿고 가는 티알러 니은님)이다ㅎㅎ 이후에 제냐가 메인이 되는 시나리오에서는 제냐의 서사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거니까요(!) 그때를 위해 열심히 총알 아아니 애정을 잘 충전해놓도록 하겠습니다ㅋㅋㅋ 제냐는 항상 세션 끝나고 로그 복기하다 보면 어? 어? 하게 되는 신기한 캐릭터인 것 같아요. 이번에도 로그 읽다 보니, 제가 몰랐던 제냐의 모습을 많이 알게 되어서 (태반이 제 추측이긴 합니다만!) 후기 쓰는 보람이 있었던 것 같아요. 잔다르크처럼 홀로 싸우고 있는 제냐에게 앞으로 어떤 앵커와 미래가 주어질지 기대됩니다:D 니은님이라면 어떤 서사라도 잘 받아서 비벼 주실 거라고 믿고요ㅋㅋ 남은 4편도 잘 부탁드리고 3화 후기에서 또 뵈어요XD

 

 상실님 : 로그 읽다 보니 비비가 거의... 미미를 내동댕이치는(?) 플레이를 했더라고요ㅠ 이 자식 핸드폰 주인이 될 자격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침착하게 이야기는 이야기대로 같이 어울려 주시고, 전투는 전투대로 너무 잘해주시고 (너무... 잘해주셔서... 제 금서(?)가 녹아 없어졌지만ㅋㅋㅋ큐ㅠㅋㅋㅋ) 마지막까지 맞춰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__) 후기 쓸 때마다 미미의 미묘한 변화와 성장에 초점을 맞추게 되는데, 정말 미미하게(!) 변화가 나타나고 있어서 후기 쓰는 게 참 즐거워요ㅎㅎ 상실님이 의도하신 부분과 100% 맞아떨어질 거라고 장담할 순 없지만요! 제3자의 입장에서 볼 때 미미는 정말 슈뢰딩거의 고치 같은 캐릭터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 아이가 악마가 될지, 천사가 될지, 이도 저도 아닌 무언가가 될지 정말 모르겠어요! 상실님 나름대로 그리고 계신 그림이 있으려나요?ㅎㅎ 차차 알아가게 될 테니 벌써 여쭙지는 않겠습니당/ㅅ/ 비비의 긴 일탈 서사에 함께 해주셔서 정말 정말 감사드려요ㅠ_ㅠ 남은 4편도 함께 좋은 이야기 만들어봤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D 3화 후기에서 또 투비 컨티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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